단약을 받아든 한지음이 한참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살펴보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오빠, 이게 뭐예요? 내가 어디 아픈 것도 아닌데 왜 약을 먹어요?”“당신, 아프지 않고 몸도 건강한 건 맞지만 이 약을 먹으면 분명 엄청나게 좋아할걸요. 미리 말해주는데 이거 정말 좋은 물건이에요. 만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좋은 물건이라고요. 이 약 한 알만 먹어도 앞으로 화장품은 필요 없고요, 피부도 10대 소녀 피부로 돌아갈 수 있어요.”이도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앗…. 진짜요? 진짜 그렇게 신기해요?”한지음은 깜짝 놀라며 손에 든 조그만 단약을 보며 다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먹어보면 알 거 아니에요.”“아니에요! 돌아와서 먹을래요. 나도 결투하는 데 같이 가고 싶어요.”한지음이 단약을 치워두고 예뻐질 수 있는 달콤한 유혹에도 여전히 이도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거긴 뭐 하러 가요. 집에 편하게 있어요. 이건 남자의 일이잖아요.”“나를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오빠, 나는 이미 나를 오빠의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빠가 다른 사람과 결투하는데 내가 어떻게 안 가요! 오빠가 이긴다면 승리해서 돌아오면 될 것이고 패배해서 전사한다면 황천길까지 함께 할 거예요.”“지음 씨….”이도현은 자신을 위한 한지음의 진심에 완전히 감동받았는데 다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더욱이 그가 현재 수련하는 도만으로도 한지음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 그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한지음의 이러한 마음이 그에게는 감동과 동시에 부담을 느끼게 했다.어쨌든 이번 생에 그는 이 여자를 저버리고 그에게 완전한 사랑을 주지 못할 운명일지도 모른다.이도현이 쓰레기는 아니었지만, 그의 도가 계속 돌파되면서 그는 자신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교룡의 척추는 그다지 사용하기 쉬운 것이 아니어서 교룡의 주된 정욕이 교룡의 등뼈를 대체했고 자기 자신도 몰랐지만, 그의 남성성 중 일부가 확실히 일반인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그의 스승이 했던 말과 자신
이렇게 한 쌍의 불륜 남녀가 서로 눈이 맞았다. 그 밖에도 이것은 사랑에 치부하기도 했다. 서로 호르몬이 분비되고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마치 전설 속의 초고속 결혼처럼 만난 지 이틀 만에 결혼에 골인했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오빠가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면 우리 이 결투에 나가지 말까요?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말자고요. 어때요?”한지음이 갑자기 설득했다.이도현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우리가 도망친다고 해서 피해질 일이 아니에요. 지난번부터 이미 저들의 도전장을 받았는데 난 계속 무시했어요. 내가 응하지 않으면 저들이 귀찮게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결과는 여전히 계속 귀찮게 하고 어디를 가든 따라다녔어요. 그리고 때로는 일의 흐름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를 노리는 사람을 하나씩 제거하는 것밖에 없어요. 이 사람들을 모두 쓰러뜨려서 두려워하게 만드는 거죠. 그래야 놈들이 우리를 건드리지 않을 거고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어요.”이도현이 진지하게 이런 문제를 말했는데 이 역시 그가 산에서 내려와 고난을 겪으며 깨달은 진리였다.간단히 말하자면 악당들이 자기를 두려워하게 하려면 악당보다 더 나쁜 악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오빠가 지금 한 말을 나는 이해를 잘못하겠지만 오빠가 옳다고 생각하면 나는 오빠의 말을 따를게요. 난 단지 언제나 오빠를 응원해요.”한지음이 진심으로 말했다.이도현은 한지음을 바라보며 그녀가 조금 어리숙해 보이는 소녀였지만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그녀는 몇몇 선배들 말고도 그를 진심으로 아끼는 여자였다.….자금산, 완성의 고대 산맥으로 민속에서는 이 산맥에 대한 많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었다. 인간에 대한 전설과 신에 대한 전설도 있었다.이 산맥의 오랜 역사가 수많은 신비로운 색채를 만들어냈다.완성에 있는 고전 무술 협회 역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고 고전 무술 협회 본부가 바로 이 산맥에 자리 잡고 있었다.산 정상에는 엄청난 규모의 교
“너희들 생각은 어때? 이도현은 대체 오는 거야 안 오는 거야?”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오겠지. 판이 이렇게 커졌는데 안 오면 이상하잖아. 안 오면 이 바닥에서 못 살아남지.”“그건 모르는 일이야. 저번에 고전무술협회에서 도전장 보냈을 때 안 왔잖아. 그때도 사람들이 이도현을 겁쟁이라고 놀리기도 했는데 아무렇지 않더구먼.”“그러게, 이도현 같은 사람은 정상적인 뇌로 사는 게 아니니까 안 올 수도 있어.”“그래도 지켜보자. 혹시 올 수도 있잖아.”사람들이 얘기하는 중 야노 요시코는 이도현을 찾고 있었고 그가 정말 도전장 받을지 생각 못 했다. “선생님, 왜 이 도전장을 받아들였나요? 고전무술협회가 몇 백 년 동안 이어오면서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는 알고 있으세요?”염나라의 무술 고수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기에 야노 요시코는 마음속으로 이도현을 걱정할 뿐이다.그리고 현장에는 야노 요시코뿐만 아니라 조혜영도 이도현을 찾고 있었다. 오늘 그녀는 심플한 옷차림에 흠잡을 곳이 없는 화장에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이뻤다. 옆에 서 있던 어르신이 그녀한테 공손하게 인사하며 말했다. “아가씨, 예전에 이런 격투기 싫어하셨는데 오늘은 왜 갑자기 오신 거예요?”조혜영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우리 집안일 때문에 사람 죽어가는 것도 많이 봐서 이런 살벌한 거에 아예 관심 없었죠. 사실 여기 격투기 보러 온 게 아니라 이도현 그 사람 때문에 온 거예요.”하지만 어르신은 의아해했다. “아가씨가 저번에 신농정을 선물해 주셨는데 단약 한 알도 보내주지 않았잖아요. 그놈 행세가 도둑놈이랑 다름없이니 속아 넘어가면 안 됩니다. 아무리 봐도 별 볼 게 없는 놈인 거 같은데요.”조혜영은 어르신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직 이도현을 잘 몰라서 그렇게 생각하신 거예요. 어쩌면 그 사람이 우리 집안의 앞날을 이끌 수 있어요.”......한편 한씨 가문의 어르신 한준호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여러 사람들이랑 논의 중이었다.“소희야, 다들 준비하라고 전
“그런 문제 걱정할 필요 없어. 우린 이도현 선생님을 지키는 게 목적이니까 선생님만 살 수 있다면 할아버지 이 몸 하나 바쳐서라도 꼭 도망갈 시간을 벌어줘야 해.”“소희야, 정말 그렇게 되면 할아버지 신경 쓰지 말고 눈치껏 기회 봐서 이도현 선생님 꼭 데리고 나가야 한다.” 한준호는 뭔가 다짐한 듯 말했다.“할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어떻게 할아버지를 두고......”“이건 명이니 따르거라!”한소희의 말이 끝나지도 않은 채 한준호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 자기 할아버지의 표정을 보고 한소희도 더 이상 다른 말 하지 않고 그냥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오늘 현장에 염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지국 그리고 로마의 혈박쥐 등 여러 나라 사람들도 오게 되었다.“오늘 그 인간 여기서 죽었으면 좋겠다.”“맞아! 연나라에서 이런 실력을 가진 젊은이가 있다는 건 우리한테는 무시무시한 위험이 될 수 있으니 서로 모순 일으켜서 지네들끼리 혼자 싸우고 죽이게 만들어야 우리한테 콩물이라도 하나 떨어지는 거지.”선우 가문의 선우재천도 오게 되었다. 그리고 전에 이도현한테 뺨 맞고 망신당한 선우진도 있었고 선우은정과 선우환도 같이 있었다.그들은 사람들 눈에 안 띄게 조용히 있었다. “할아버지 그 이도현 말이에요. 정말 조건희의 상대가 될까요?” 선우은정이 물었다.그의 말에 선우재천은 고개를 흔들었다. “글쎄다. 조건희도 존자급 실력이어서 사실 내가 상대해도 무조건 이긴다는 자신이 없어. 나도 이도현 그 자식의 실력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없어서 잘 모르겠다.” 선우진은 이도현의 이름만 들어도 화가 치밀어 올라 어쩔 줄 몰랐다. 그는 분노를 삼킬 수 없었다. “이도현 오늘 무조건 죽게 될 거야. 그놈이 산산이 찢어지는 걸 내 눈으로 꼭 봐야겠어.”조건희는 이미 무술 시합대에 올라서 두 손을 등 쥐고 서 있었다. 햇빛에 비친 모습은 마치 하늘을 찌를 수 있는 검인 것 마냥 강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그는 이도현을 이미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도
이도현이 도착하자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되었다.“아이고 선생님, 정말로 오시면 어떻게요?” 야노 요시코는 혼잣말을 하면서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가득이었다.“할아버지, 이제 준비해야 할 거 같습니다.” 한소희는 너무 걱정되다 보니 할아버지 한준호의 팔을 힘껏 잡게 되었다.시합대에 올라가고 있는 이도현을 보면서 한준호의 안중에는 걱정과 경악이 가득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도현이 다치고 위험에 빠질 가봐 걱정스러웠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정말로 혼자 온 걸 보니 경악스러워했다. 사내자식이 피 끓고 무서운 게 없는 거는 좋지만 너무 앞서 나가는 것도 스스로한테 오히려 해가 될까 봐 걱정했다.“정말 왔네! 간이 배밖에 나온 거지. 저 남자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면이 있고 사람 궁금하게 한다니까. 내가 전에 쌓아 놓은 게 우리 집안에 덕이 됐으면 좋겠다.” 조혜영도 놀라워하며 혼잣말을 했다.사실 앞사람들의 경악과 걱정을 제외하고 지국의 노구치 가문 그리고 로마의 혈박쥐 등 여러 사람들의 표정은 썩은 사과처럼 차마 눈떠 볼 수 없는 모양새였다.다들 이도현한테 원한이 있고 당한 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랑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실력으로는 이도현을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오늘 이 자리에서 그가 죽는 걸 불 수만 있다면 원한이 없을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그들은 염나라 사람처럼 자기 손으로 꼭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에 이도현 같은 걸림돌이 죽는 게 중요한 거지 누구 손에 죽는 거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 현장에 그들 외 소문만 듣고 이도현이 대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온 사람들도 있었다. 실물을 보게 되니 더 궁금해했다.“이도현? 저 사람이 이도현이야? 제기랄, 너무 멋있다.” 어느 여자분이 말했다.“저렇게 젊었다고? 설마? 서북후를 죽이고 그 소문으로 듣던 이도현이야? 뭐 태교로 무술을 배운 거야? 저렇게 젊은 사람이 어떻게 저런 실력을 갖게 되는 거야?”“혹시 뭐 다른 꿍꿍이 있는 거 아니야? 저 사람들 편먹어서
조건희의 건방진 말에 밑에 앉아 있던 고전무술협회 회원들도 공감한다는 눈치여서 그의 말에 응원을 하고 있었다. “맞아! 죽여버려! 저 건방지고 버릇없는 놈 죽여버려!”“이도현! 빨리 올라가! 네놈 죽어야 돼!”“이도현! 네놈 잘난척하더구먼 무슨 생각 하고 있는 거야? 빨리 올라가! 넌 오늘 분명히 여기서 죽게 될 거야!”이도현은 고전무술협회 사람들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시합대를 향해 계속 걸어갔고 올라간 다음 조건희 앞에 다가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시작하자! 나도 바쁘니까 얼른 끝내야지. 내가 먼저 시작하면 그땐 더 이상 빠져나갈 기회 없으니까 그쪽 먼저 해! 오래 기다리느라 힘든 거 같으니 내가 세 수를 양보하겠어. 그래도 당신이 날 쓰러트리지 못하면 그땐 당신 목숨을 가지겠어!”이도현의 말에 다들 놀랍다 못해 싸가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어디 젊은 사람이 선배들 앞에서 건방지게 행동하는지 모르겠다는 눈치이었다. 여기 맞대결하는 자리에서 이런 겁 없는 말을 한다는 건 죽고 싶어서 환장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조건희는 완성 고전무술협회 일인자로서 그의 실력은 이미 무도까지 갔고 그건 웬만한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도 이길 수 없는 존재였다.조건희가 완성 무술협회 일인자인데 세 수를 양보한다는 말을 하다니 게다가 세 수 뒤면 바로 죽이겠다는 말까지 하는 걸 보니 이도현이 제대로 미쳤다고 생각할 뿐이다. 조건희의 실력은 다들 이미 알고 있었고 웬만한 무술 실력이 있지 않는 이상 상대하기 힘든 사람이다. 조건희도 이도현의 말을 듣고 너무 어이없다고 생각해 헛웃음까지 나올 지경이다. 무술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처음으로 이와 같은 어이없는 말을 들었고 이도현처럼 눈에 보이는 거 없이 건방진 사람도 생전 처음이었다. “그래! 좋아! 이도현 네놈이 어떤 실력인지 모르겠지만 건방진 거로는 세계 1위겠다. 네놈이 언제까지 건방지고 까부는지 지켜보겠어. 네가 무사 몇 명 죽이니까 뭐라도 된 줄 알지? 오늘
모든 사람이 이도현이 겁에 질려 놀랐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갑자기 몸을 움직이었다. 누구도 못 본 사이에 이도현의 손에는 바늘 크기 모양의 은침을 쥐고 있었다. 그 은침은 자주 바늘처럼 보였지만 더 연했다. 그 작은 은침은 바람에 한 방에 날아갈 것 같았지만 이도현 손에서 조건희의 수법을 단번에 막았다.“뭐?”“젠장! 이게 말이 돼?”“뭐야? 영화 찍는 거야? 저 은침으로 검을 막는다고? 젠장! 영화도 이렇게는 못 찍어!”“제기랄! 지금 영화 찍는 거니? 말이 돼? 은침 하나로 검을 막았다고? 영화도 이렇게는 못 찍을걸.”“이게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면 내 손에 장 지진다.”현장에 있는 많은 사람이 경악에 빠져 다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방금 이도현의 모습에 놀라워하며 자기네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이때 누군가 비웃는 듯한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랬잖아! 이 판 무조건 짜서 만든 거라고! 저게 말이 되냐? 저건 무조건 사전 연습해서 관심받으려고 짠 거야!”“다들 정신 차려! 지금 이 세상에 진짜인 것도 별로 없잖아. 다 인기 끌려고 하는 수작이니까 모든 못하겠어?”“인터넷에서 라이브 방송하는 사람도 관심받고 인기 얻으려고 말도 안 되는 스토리 만들어서 영상 만들고 그러잖아. 뭐 시아버지랑 불륜 관계라니, 시댁에서 자기한테 또 잘 안 해준다니 막장 드리마도 그렇게는 못 찍을걸. 그리고 또 착한척하고 쇼하는 것도 있고 가난한 사람 도와준다고 해놓고서 사진만 찍고 그냥 가버리는 사람도 많잖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다니까. 너무 복잡하고 이상해서 이 세상에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도 잘 모르겠어.”“내 말이. 그래도 지금 우리가 본건 그나마 괜찮은 거네. 다른 거는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다니까. 젊은 여자가 라이브 방송으로 옷 벗으면서 춤을 추자 않나. 차마 볼 수 없어서 말하기도 수치스럽다.”“그게 다 관심받으려고 하는 거잖아. 그거 때문에 정말 못하는 짓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와중에 조건희의 주먹이 이도현 몸에 닿으려 하자 그는 어느새 사라졌다.다시 보니 이도현은 어느새 나타나 조건희 몇 발자국 뒤에 서 있었다. 조건희는 모든 힘을 썼으나 주먹이 마치 솜털에 친 것처럼 헛수고이었고 자기 힘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 하마터면 처참하게 넘어질 뻔했다. 그래도 조건희가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서 그렇지 아니면 얼굴이 땅에 닿으며 넘어질 수밖에 없었을거다.조건희는 자기가 원숭이처럼 농락당한 거라고 생각했다. 너무 화가 나 자기 분노를 참을 수 없어 풍선처럼 터질 것만 같았다. “야! 이도현! 사내자식이 어디 남자답지 못하게 계속 피하기만 해! 네가 남자라면 정정당당하게 나랑 한판 싸우든지 아니면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든지! 그럼 네놈 용서하겠어!”조건희의 말에 이도현은 너무 어이없다고 생각해 웃음이 나왔다.“어디 돼도 안되는 게 남 탓하는 거야? 네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니? 너희 고전무술협회의 룰은 대결할 때 피하면 안 되는 거고 그냥 바보처럼 가만히 맞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거야?”“너희들이 계속 잘났다고 여기저기 소문 퍼트리고 다니더니 난 또 뭐 대수라고 생각했네. 너희들한테 유리한 룰을 정한 것 보니 왜 대단하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이도현의 말에는 온갖 비웃음과 그들을 무시하는 뜻이 섞였다. 무술협회 사람들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눈살을 찌푸렸고 다들 조롱당하는 기분이 들었다.“네놈 그 입 다물지 못해? 어디서 헛소리야? 네놈이 계속 피할지 두고 보겠어! 죽어!”조건희는 자기 화에 참지 못해 큰 소리를 내며 다시 이도현을 향해 날아 갔다. 오늘 이도현을 죽이지 못하면 자기뿐만 아니라 고전무술협회까지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자기를 강아지 훈련 시키 듯 놀려서 이도현을 죽이고 말겠다는 생각에 젖 먹는 힘까지 다 써 다시 이도현을 향했다.조건희는 무도 존자의 힘을 세워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변했다. 그는 호랑이가 토끼
“도현 씨! 전에 약속했잖아요!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도현 씨가 아이의 양아버지가 되겠다고. 지금 이렇게 아이를 안아 왔어요! 도현 씨가 싫지 않다면 우리 아이를 양아들로 받아주시죠!”주현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도현에게 말했다.“이건...”이도현은 조금 난감했다.만약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양아버지가 되는 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었다. 배은망덕한 사람만 아니라면 양아버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문제는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원수가 수없이 많았다. 만약 원수들에게 그한테 양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지게 된다면 노영식네 가족은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도현은 그들의 은인이 아니라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형수, 먼저 일어나세요! 이 일은 제대로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형수네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이도현은 허리를 숙여 주현진을 일으켜 세웠다.“영식이 형, 형수, 두 사람은 저의 처지를 모르세요. 모든 걸 얘기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저한테 많은 원수가 있다는 것만 알려드릴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이 저를 건드릴 수는 없지만, 형네 가족을 괴롭힐까 봐 걱정이에요!”“제가 형네 가족을 하찮게 여겨서 형의 아이를 양아들로 삼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두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이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요!”이도현은 잔잔하게 얘기를 꺼냈다.이 말을 들은 노영식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이어서 단호하게 말했다.“도현 씨, 우리는 두렵지 않아요!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도 다 도현 씨가 만들어 준 것이잖아요. 도현 씨와 우리는 이미 정해진 운명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형수의 이 말은 오해의 여지가 컸다.‘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 내가 만들어 준 것이라니... 무슨 말을...’“저기... 형수... 형! 저는 정말로 두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을 하면
풍성한 요리에 술안주도 많이 장만했다. 그리고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좋은 술을 오늘 특별히 두 병이나 샀다.물론 형수는 이도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커서 이처럼 진수성찬을 준비한 것이었다.이도현은 이 집안의 가장 큰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기고 이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지금 매달의 수입은 이 집안 예전의 일 년 수입에 가까웠다. 요 몇 개월 동안 그녀는 이미 이삼백만 원정도 모았다.이삼백만 원이 도시에서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시골에서는 목돈이었다.게다가 그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집에서 일하고 평소에 돈 쓸 곳도 별로 없었기에 한 달 생활비는 십만 원이면 충분했고 나머지는 전부 저축했다.그녀는 행복해지는 길에서 희망을 찾은 것 같았고, 집안의 살림살이도 갈수록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도현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품어서는 안 될 생각 외에 무엇보다 이도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노영식 부부의 아이는 노영식의 부모가 돌보고 있었다. 두 노인이 고대하던 손자가 세상에 태어난 거라 두 사람은 아이를 엄청 애지중지했다.두 노인이 계속 아이를 돌보았기에 노영식 부부는 아이를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었다. 주현진이 아이에게 수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동안 거의 두 노인이 아이를 돌보았다.두 사람은 이도현이 온 것을 보고 보살님이 강림하신 것처럼 대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이도현 앞에서 무릎 꿇고 그를 맞이할 뻔했다.영감은 이도현이 자기 집안의 큰 은인이자 구원자라고 하면서 집에서 억지로 이도현에게 장생의 위패를 하나 세워주었다. 그러고는 매일 향을 피워 이도현을 위해 축복을 빌었고 그가 오래오래 백 살까지 살 수 있기를 기도했다.이도현은 저주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현재 내공으로는 몇백 살까지 거뜬히 살 수 있건만, 백 살까지 살라는 것은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었다.이도현도 당연히 이것이 그들의 제일 진심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