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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도아린은 배건후에게 손 키스를 날리고 웃으며 말했다.

“화내지 말아요. 튀르키예든 동경이든 파리든 건후 씨가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같이 갈게요.”

배건후가 주먹을 꽉 쥐었다. 관절에서 뚜두둑 소리가 날 정도였고 가뜩이나 차갑던 이목구비가 더욱 차가워졌다.

그가 도아린에게 이런 말을 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도아린이 그대로 하니까 전부 거슬렸다. 짜증이 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점원은 옆에서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최대한 존재감을 없애려 노력했다.

배건후가 뿜어내는 냉기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다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그가 냉랭하게 말했다.

“내 카드 긁으려고? 안 돼.”

도아린이 얼마를 쓰든 배건후는 제한한 적이 없었다. 도아린도 좋은 식자재를 사는 것 말고는 대부분 남동생의 병 치료에 썼다. 그리고 배건후가 선물한 게 많아 도아린 자신에게 돈을 쓸 일도 거의 없었다.

그녀가 비상금을 몰래 챙겼다고 해도 수십억을 챙길 리가 없었다. 그에게 마구 대들었으니 그를 떠나면 얼마나 힘들지 느껴보게 할 생각이었다.

도아린은 손가락으로 배건후의 가슴팍을 튕겼다. 그러자 블랙 카드가 순식간에 그의 양복 주머니에 들어갔다.

‘내가 진짜 기생충인 줄 아나.’

그저 그 돈을 건드리기 싫었을 뿐이지, 한 푼도 없는 거지는 아니었다. 이번에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 했다.

도아린은 가방에서 평범한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점원에게 건넸다. 점원이 카드를 긁자 컴퓨터 화면에 지불 성공이라는 글씨가 빠르게 나타났다. 그녀는 점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후 휙 가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배건후는 이까지 바득바득 갈았다.

‘몰래 이렇게나 많은 돈을 숨겼다는 건 이혼하려고 진작 준비했다는 거네.’

차 안으로 돌아온 후 도아린은 흥분됐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마치 공기 빠진 공처럼 축 처져 의자에 앉아있었다.

카드 한 번 긁었다고 거의 전 재산을 탕진했다. 조금 전 홧김에 한 행동을 조금 후회하기도 했다.

장뇌삼도 귀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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