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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온유
도아린은 홀로 쓸쓸하게 복도에 앉아있다가 응급조치를 마쳤다는 간병인의 말을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도지현은 다시 한번 저승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다. 하지만 의사는 도지현의 각 수치가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도아린은 의사에게 허리 굽혀 인사한 후 병실로 돌아와 남동생의 팔을 어루만졌다.

“이모, 가서 쉬세요. 지현이랑 단둘이 있고 싶어요.”

간병인은 도아린이 자존심이 강해서 남들에게 연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 옆에 탕비실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불러요.”

도지현은 무릎 밑으로 두 다리를 절단했고 허벅지 근육도 거의 다 수축해서 다리가 팔보다도 더 가늘었다.

그녀보다 도지현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아픈 몸 때문에 힘들어도 늘 밝았던 동생이었다.

장애인 농구팀에 입단한 후에는 열심히 운동하고 생활을 공유하기도 했다. 절대 시합을 한 게임 졌다고 목숨을 끊을 사람이 아니었다. 하여 그녀는 도지현이 깨어나서 그날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말해주길 바랐다.

두 팔을 다 마사지하고 나니 도아린의 손이 다 떨릴 정도로 저릿했다. 간병인이 와서 도지현의 몸을 닦아주었고 도아린은 옥상으로 가서 소유정의 전화를 받았다.

“널 방해한 건 아니지?”

“아니. 나 지금 병원이야.”

도아린은 젖은 머리가 마르도록 풀어헤쳤다.

“지현이...”

“다시 살려냈어.”

“그래. 의료 기술이 계속 발전하니까 언젠가 깨어날지도 몰라.”

소유정은 그녀를 위로한 후 본론을 얘기했다.

“나형욱 선생님이 또 날 찾아왔어. 네가 지난번에 수선한 자수 드레스가 엄청 마음에 든다면서 선생님 팀으로 들어오래.”

나형욱은 수선 명인이었다. 그와 한 번만 손을 잡아도 몸값이 배로 뛰는 건 문제없었다. 그런 그가 도아린을 직접 스카우트하려 한다는 건 그녀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도아린의 솜씨도 업계에서는 손꼽히는 정도였다. 배건후와 결혼한 후에는 가정에만 충실하다 보니 그저 손이 굳어지지 않으려고 세컨드 계정으로 일을 조금씩 받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반드시 열심히 노력해서 돈을 벌어 이혼 후에도 남동생이 똑같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렇게 할게.”

“뭐?”

소유정이 화들짝 놀랐다. 전에 도아린에게 본격적으로 시작하라고 여러 번이나 타일렀었지만 도아린은 계속 거절했었다.

“주소 보내줘. 한번 다녀올게.”

도아린이 계속하여 말했다.

“내가 자주 쓰는 그 계정은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마.”

소유정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너 출근할 수 있어? 남편 챙기지 않아도 돼?”

“이혼하겠다고 했는데 동의 안 하더라고. 근데 언젠가는 할 거야.”

도아린의 말투는 마치 당사자가 아닌 것처럼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진작 그렇게 했었어야지. 그 인간쓰레기는 널 못살게 굴기만 하고. 넌 그런 사람이 뭐가 좋다고 그렇게 매달렸는지, 참.”

소유정이 분노를 터트렸다.

“둘이 친밀한 관계인 거 보여주는 사진을 찍으면 혼인신고서를 꺼내서 보여줘. 두 연놈 아주 작살나게!”

“사진?”

“그건 중요하지 않아.”

소유정이 교활하게 웃었다.

“하늘은 우리 편이라서 두 연놈 언젠가는 망할 거야. 그럼 지금 나 선생님께 전화할게. 선생님 엄청 기뻐하시겠다.”

도아린은 소유정이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 캐물으려 했지만 소유정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머리를 흩날리며 무심결에 고개를 돌렸는데 복도에 익숙한 모습이 스쳤다. 도아린이 재빨리 다가갔지만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잘못 봤나? 그 사람일 리가 없는데.’

...

도아린은 병실에 밤새 있다가 이튿날에 택시를 타고 소유정네 집으로 갔다. 잠이 마구 쏟아지던 그때 전화벨 소리가 그녀를 깨웠다.

“여보세요?”

도아린이 목청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사모님...”

도우미가 주눅이 든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아침은...”

밤을 새운 탓에 도아린은 아직 제정신이 아니었다.

“냉장고 두 번째 층에 준비한 거 있으니까 그거 챙겨주면 돼요.”

도우미는 전화를 움켜쥐었다가 이내 또 말했다.

“없는데요? 두 번째 층에는 하루 지난 샐러드밖에 없어요.”

“그럴 리가요. 어제 국수를 말아먹었는데 샐러드라니요?”

도아린이 미간을 어루만졌다.

“그럼 건후 씨한테 뭘 먹겠는지 물어봐서 지금 해줘요.”

도우미의 겁먹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난번에 제가 아침을 준비한 바람에 대표님께서 두 달 치 보너스를 깎았어요. 죄송한데 사모님이 직접 와서 하시면 안 돼요?”

도아린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말투를 들어보니 배건후가 옆에 있는 게 분명했다.

배건후는 지금도 몸매가 완벽한데도 저지방 음식을 먹겠다고 고집했다. 도아린이 영양이 균형적인 식단을 만들기 위하여 냉장고에 음식을 많이 준비해뒀는데 찾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냉장실에 없으면 냉동실에서 찾아봐요. 그래도 없으면 배달시키고요.”

그러고는 가차 없이 전화를 확 끊어버렸다.

‘손보미는 한밤중에 불러내서는 밥도 안 챙겨준 거야?’

그 시각 도우미는 화가 난 배건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전화 끊었어요...”

옆에서 다 들은 배건후가 시선을 늘어뜨렸다.

“제가... 해드릴까요?”

배건후는 차가운 얼굴로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단호박 몇 분 삶아야 하는지 물어봐요.”

도우미는 어이가 없었다.

단호박을 어느 정도 사이즈로 자르고 몇 분 삶아야 하는지는 배건후가 수차례 트집을 잡은 후에 고정된 기준이 생겼다. 맨날 먹는 그가 모를 리가 있겠는가?

도우미의 월급이 높고 또 평소 일도 많지 않고 한가했기에 이만큼 좋은 일자리가 없었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도우미는 하는 수 없이 도아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한참이 지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사모님, 찾았어요. 근데 안에 소고기랑 옥수수가 있어서 대표님이 어떤 걸 좋아하시는지 몰라 아무렇게나 할 수가 없네요.”

소유정네 집 문 앞까지 도착한 도아린은 어깨로 휴대전화를 받쳐 들고 키를 찾은 다음 문을 열었다.

“3cm 되는 갈비를 육수에 삶고 옥수수는 갈면 돼요.”

도우미의 목소리가 잠깐 있다가 들려왔다.

“육수 어디 있어요?”

“...”

도아린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말했다.

“건후 씨 바꿔줘요.”

“대표님 러닝하러 나가셨어요...”

“그럼 들어오면 다시 전화해요.”

잠깐 조용해졌다가 다시 소리가 들렸을 땐 배건후의 낮게 깔린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야?”

‘뭐지? 어디서 시치미야?’

소유정네 집으로 들어온 도아린은 오늘 입을 옷을 찾아낸 다음 침착하게 말했다.

“오늘은 그냥 배달시켜 먹고 음식 잘하는 도우미 구해요. 난 이제 더는 건후 씨 시중 못 들어요.”

“못 든다고?”

배건후가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

“누가 집의 도우미를 자르고 요리 학원 다녔더라? 또 누가 남자의 마음을 잡으려면 입맛부터 잡아야 한다고 했지? 나한테 실패한 맛없는 요리를 먹이면서 좋아했던 거 아니었어?”

도아린은 또다시 가슴을 칼로 도려내듯 아팠다. 요리를 배우느라 손을 여러 번 다쳤었다. 그런데 배건후는 걱정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녀를 비웃었다.

단둘이 있을 때도 뭐라 하더니 이젠 도우미 앞에서까지 말하는 건 너무나도 큰 치욕이었다.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런지 도아린은 구역질이 다 났다. 하지만 참고 또 참으며 달라진 말투로 말했다.

“얼른 이혼 합의서에 사인하면 내가 해준 쓰레기 음식 먹지 않아도 돼요. 누굴 만나고 싶으면 만나도 되고.”

그녀의 말에 배건후의 눈빛이 확 싸늘해졌다.

“도아린, 오냐오냐하니까 눈에 뵈는 게 없어?”

“나한테 언제 오냐오냐해준 적이 있었어요?”

도아린은 화가 나다 못해 웃음을 터트렸다. 이번에는 배건후가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도아린은 두 눈을 비빈 다음 옷을 갈아입었다.

매번 음식을 기분 좋게 배건후에게 해줬지만 돌아오는 건 그의 혐오 가득한 눈빛이었다. 그가 음식을 삼키면서 구역질을 참았을지도 모른다.

도아린은 배건후의 마음을 얻으려고 맨날 가스 불 앞에서 맴돌았다. 그렇게 점점 생존 능력을 잃어가는 여자로 되면서 기생충처럼 그의 옆에 붙어있었다.

배건후가 아니라 이젠 도아린마저도 그런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대표님, 제가 아침 준비해드릴까요?”

도우미가 도아린이 준비한 반찬통을 꺼냈다. 두 부부가 말다툼하는 건 본 적이 있어도 배건후의 표정이 이토록 어두운 건 처음 봤다.

배건후는 냉장고 안의 일주일 치 반찬통과 그 위에 붙어있는 조리방법을 쳐다보았다. 마음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하고 괴로웠다.

“도아린이 말한 대로 해요.”

도우미는 타이머까지 사용하면서 도아린의 조리방법대로 조리했다. 그런데 배건후가 맛을 봤을 때 그녀가 해준 것과 완전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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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랑
인간쓰레기한테 동생 거액의 병원비도 내게하고 온갖 사치품과 돈도 받고 도우미짓은 니가 자청해서 하는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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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보미의 스캔들이 세간을 발칵 뒤집어놓았고 그녀가 딱히 부인하지 않는 건 인정과도 다름없었다.도유준이 성급하게 돈을 요구하는 건 아마도 도아린이 차이면 이용가치가 없어질까 봐 걱정한 듯싶다.엠파이어 빌딩에는 각 분야의 엘리트들이 모였고 물론 훌륭한 변호사도 있었다. 도아린은 사무실로 돌아가기 전에 알고 지내던 변호사 한 분을 찾아가 취지를 설명했다.“재산을 절반씩 나누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장수현 변호사는 배건후의 변호사와 법정에 설 생각을 하니 식은땀이 저절로 났다.“제가 한발 물러서면요?”도아린은 애초에 돈을 가질 생각이 없었고 단순히 그를 엿 먹이고 싶었을 뿐이다.장수현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중요한 건 배건후 대표님도 이혼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입니다. 만약 대표님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으면 아주 긴 법정 싸움이 될 거예요. 아린 씨가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는 한 법정에서는 화해를 도모할 거예요.”도아린은 가방끈을 꽉 잡았다. 배건후가 손보미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그녀에게 명분을 주고 싶지 않을까.도아린과 배건후는 비밀 결혼이라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르는데 법정 싸움으로 번진다면 손보미는 고스란히 치욕을 당해야 할 것이다.그러니까 배건후가 이혼을 거부하는 거겠지.“그럼 이렇게 해요.”도아린이 큰 결심을 내린 듯싶었다.“내일 저 대신 건후 씨 한번 만나 뵙고 오세요. 건후 씨가 먼저 이혼을 언급한 것처럼 이혼협의서를 작성하라고 하세요. 재산 분할은 어떻게 하든 상관없으니 이번 일을 소리 없이 진행하고 그 사람 명예에 절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장수현은 행동파답게 다음날 바로 배건후에게 소식을 전했다.모건 그룹은 오전 내내 먹구름이 가득하고 임원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비서실은 심지어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할 지경이었다.우정윤이 커피를 들고 들어오다가 담배 연기로 꽉 찬 대표이사 사무실에 하마터면 화재 신고를 할 뻔했다. 입사해서부터 지금까지 그는 대표님

  • 또 한 번의 거절   제13화

    지금 그가 먼저 도아린에게 짐을 싸달라고 부탁하고 있고 말투도 최근 들어 가장 누그러진 편이다. 이에 도아린은 문득 마음이 씁쓸해졌다.그녀가 아무 말 없자 배건후도 말을 잇지 않았고 두 사람은 휴대폰을 든 채로 고요한 침묵만 흘렀다.요즘 SNS에 돌고 있는 밈이 하나 있는데 내용은 이러했다.[만약 당신 남편이 달마다 용돈을 2천만 원씩 주는 대신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받아들일 수 있나요?]이에 ‘좋아요’가 가장 많이 달린 댓글은 [1초라도 망설이면 그건 돈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였다.이 논리대로라면 배건후보다 더 완벽한 후보는 없다. 달마다 도아린에게 한도 제한 없는 카드를 줄 뿐만 아니라 고급 저택에 좋은 차, 게다가 도우미들까지 고용해서 그녀의 시중을 들고 있으니까.어디 그뿐인가, 외모면 외모, 능력이면 능력 뭣 하나 빼놓을 게 없는 완벽한 남편감이었다. 두 사람의 신분 차이가 현저하지만 배건후는 도씨 일가에서 원하는 자원은 최대한 만족시켜주고 있다.돈도 몇 푼 못 벌면서 시답잖은 일만 벌이고 험상궂게 생긴 남자들과 비하면 배건후는 너무 괜찮은 편이다.도유준은 그가 일편단심이라고 했는데 손보미에게 줄곧 일편단심인 건 사실이다. 그의 베프 성대호는 만났던 여자친구가 산을 이룰 지경이니까.어쩌면 도아린이 좀 더 ‘너그러워’진다면 이 결혼생활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 듯싶다.그녀가 이제 막 한 걸음 물러나려고 하는데 전화기 너머로 대뜸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건후 씨, 나 다 씻었어.”순간 도아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미친!’‘방금 나 스스로한테 가스라이팅한 거야?!’왜 굳이 흠집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완벽한 사람을 찾으려고 고집한 걸까?연성에 널리고 널린 게 훌륭한 남자들인데 말이다.“약속 꼭 지켜요.”말을 마친 도아린이 전화를 끊었다.그 시각 빨간색 람보르기니가 맞은 편에서 질주해 오더니 모건 그룹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도아린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배건후는 슬슬 짜증이 몰려왔고 짙은 얼굴에 싸늘한

  • 또 한 번의 거절   제14화

    배건후를 위해 짐 정리를 하면 그가 한약을 어머님께 드릴 것이다. 이건 매우 공평하고 합리한 딜이다.도아린은 밤새 운전하여 에이트 맨션으로 돌아왔다. 이제 막 단지 입구에 들어서려는데 배씨 저택에서 전화가 걸려왔다.다만 그녀가 길옆에 차를 세우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이에 도아린은 잘못 건 줄 알고 계속 운전하여 맨션으로 돌아갔다.배건후가 출장 갈 때마다 그녀는 안팎으로 옷을 3세트씩 준비한다.짙은 색 외투에 연한 색 셔츠, 깔 맞춤한 넥타이와 브로치, 시계 그리고 커프스까지...도아린은 배건후의 더 매력적인 모습을 사람들 앞에 보여주려고 한다. 어떤 단추가 그의 신분에 더 잘 어울리는지 연구하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주객전도를 금지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많은 자료를 수집해 보곤 한다.오늘 그녀는 이전의 열정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마치 AI처럼 딱딱하게 다 고른 3세트의 옷을 캐리어에 넣었다.하지만 루비 목걸이를 금고에 넣을 때 액세서리가 몇 개 없어진 걸 발견했다. 이제 막 자세히 살펴보려고 하는데 휴대폰이 또다시 울려댔다.이번에도 배씨 저택에서 걸려온 전화였다.“작은 사모님, 잠시 이리로 오실 수 있나요?”가정부 유민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말했다.“큰 사모님께서 저녁 식사 후 산책하러 나가시려다가 일어나자마자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워 가정의도 불러왔는데 병원에 가서 검사받아보시라고 하네요...”“알았으니까 일단 진정하세요. 지금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도아린은 황급히 저택으로 향했다.주현정은 꾸준히 한약을 먹고 있지만 자꾸 병이 난다. 이 집에서 제일 한가한 도아린이기에 가정부 유민정은 크고 작은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그녀에게 먼저 연락한다.유민정이 대문 앞에서 도아린을 마중하며 두 눈이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그날 도련님이랑 함께 새벽에 집을 나가신 이후로 사모님께서 밤새 잠을 설쳤어요. 그러더니 다음 날 바로 적신호가 와서 입원해야 하는데 사모님께서 기어코 고질병이라면서 집에 돌아가겠다는 거예요. 그러다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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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 번의 거절   제768화

    “그 사람 특징이 뭐야?”도아린은 면회실에서 서대은을 만났다.서대은은 경찰에게 육청아가 자신을 사업 파트너로 끌어들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도착한 곳은 불법 거래장이었다고 말이다.비록 피해자들의 증언이 있었지만 경찰은 육청아가 깨어난 후의 조사 결과를 확인해야만 서대은을 풀어줄 수 있었다.“키는 나보다 한참 커. 거의 190cm인 것 같아. 눈빛은 날카로운 편이고 몸놀림도 빨라. 만약...”서대은이 침을 삼켰다.그는 배건후가 살아 있었다면 그 남자는 꼭 배건후를 닮은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아린을 흘끗 보고는 말을 바꿨다.“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나도 당했을 거야.”도아린은 손을 탁자 위에 올리더니 서서히 주먹을 쥐었고 목소리는 한층 차가워졌다.“너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 알아? 만약 네가 무슨 일이라도 당했다면 아버님이 버틸 수 있었겠어? 수술까지 했는데 부작용이라도 생기면 기증자는...”도아린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눈가가 붉어졌다.서대은은 도아린의 고통스러운 눈빛을 감당하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깔았다.“미안해... 나도 몰랐어.”“알았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잖아.”도아린은 고개를 젖혀 넘치는 눈물을 억눌렀다.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마찬가지였다.‘만약 내가 대은이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기증자가 친구의 전남편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수술을 거부할 수 있었을까? 한쪽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고 다른 한쪽은 곧 죽을 사람인데... 그 누구든 가족을 선택할 거야.’하지만 묻지도 않고 가져가면 그건 도둑질이었다. 육청아는 유족에게 알리지 않고 배건후의 장기를 몰래 빼돌려 거래했다. 우연이 아니라 처음부터 철저히 계획된 범행이었다.그럼에도 도아린은 서대은을 탓할 처지가 아녔다.만약 배건후의 장기가 서대은 아버지와 일치한다는 걸 알았다고 해도 그녀는 담담하게 기증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도아린은 눈물을 삼켰다. 그녀의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확실해? 그 사람이 경찰에 안 잡혔다고?”서대은은 미

  • 또 한 번의 거절   제767화

    육하경은 예상도 못 햇다는듯 기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린 씨가 준 거라면 다 좋아요.”“한번 입어봐요. 안 맞으면 내일 가서 사이즈를 바꾸려고요.”육하경은 쇼핑백을 받아 들었고, 입가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씻고 나서 입어볼게요. 오후에 신선한 식재료를 고른답시고 온실에 가는 바람에 몸이 좀 더러울 거예요.”“온실에 갔다 와서 그런 거였군요. 안 그래도 물어보려던 참이었거든요. 신발 바닥에 풀잎이 묻어 있길래...”육하경은 다리를 들어 풀잎을 떼어내더니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는 비서를 불러 서류 두 장에 서명을 했다.비서가 나가자 육하경이 도아린에게 말했다.“옷을 선물 받았으니 저녁 살게요. 저도 이제 퇴근 시간이거든요.”도아린은 그와 함께 사무실을 나서며 웃었다.“저 때문에 하경 씨가 팔을 다쳤잖아요. 그래서 옷을 선물한 건데 또 밥을 사주시면 이 은혜는 어떻게 다 갚으라는 거예요?”육하경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사람 사이의 정은 주고받는 거잖아요. 설마 저랑 선을 긋겠다는 건 아니죠?”비서는 자리에 앉아 떠나는 육하경을 바라보았다. 도아린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너무 다정해서 꿀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비서는 도아린이 미래에 사모님으로 될 수도 있다는 잘 보이려고 말했다.“육 대표님, 친구분께서 선물하신 향수 있잖아요. 평소에 안 쓰시니까 도아린 씨께 선물하시는 건 어때요?”육하경이 걸음을 멈추고 도아린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그녀는 살짝 망설이며 말했다.“하경 씨에게 다른 계획이 있을 수도 있죠.”“없어요!”육하경이 즉시 부인하며 비서더러 향수를 가져오라고 했다.“원래 주려고 했어요. 다만 재민 씨가 오해할까 봐 말하지 않았을 뿐이에요.”비서는 곧바로 선물 상자를 가져와 그녀에게 건넸다.“고마워요.”도아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 끝났으면 바로 퇴근해.”육하경은 비서에게 한마디 남기고 도아린과 함께 떠났다.비서는 분명 도아린에게 잘 보이려고 했지만 정작 육하경의 눈빛은 마치 경

  • 또 한 번의 거절   제766화

    여러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마스크 맨은 손에 든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또 누군가는 서대은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학생을 놓아주고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주먹과 발차기만으로는 그들에게 치명상을 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극을 줬다. 시간을 오래 끌면 서대은 쪽이 불리할 것이었다.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서대은은 마스크 맨과 등을 맞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이면 제가 이놈들을 죽여버려도 정당방위로 인정되겠죠?”“모르겠어요.”그가 차갑게 답했다.“경찰 아니었어요?”서대은은 당황해하며 돌아봤다.그는 서대은보다 키가 컸기에 서대은이 볼 수 있는 건 그의 날카로운 턱선과 하얀 얼굴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원래부터 피부가 하얗지 않았다. 지금 유독 아파 보이게 창백한 것이었다.“모르면 됐고요. 대신에 제 증인이 되어 주세요. 저놈들이 절 몰아붙였다고 말이에요.”서대은은 눈빛이 사나워지더니 갑자기 공격을 시작했다.“젠장! 쟤 손에 칼이 있어!”누군가 소리쳤다. 서대은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마스크 맨에게로 방향을 틀었다.그의 실력은 뛰어났지만 점점 더 창백해지는 그의 얼굴은 전투력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 있었다.서대은은 미친 듯이 반격하며 누군가의 복부를 찔렀다. 그는 피를 철철 흘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상처를 감싸 쥔 채 도망쳤다.다들 서대은을 경계하면서도 여전히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혼자 남은 남학생을 노리고 있었다. 그가 방심한 순간, 뒤에서 그의 목을 조였다.“당장 항복해. 안 그러면 이놈을 죽일 거야.”순간, 서대은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하지만 마스크 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상대의 팔을 비틀더니 그의 목을 조이며 말했다.“죽여 봐. 한 명 더 죽일 때마다 형량도 더 늘어난다는 거 모르는 건 아니겠지?”마스크 맨이 상대의 팔을 꺾어버리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 차가운 태도와 강렬한 존재감이 서대은으로 하여금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죽었다.도아

  • 또 한 번의 거절   제765화

    육청아는 대답이 없었고 총알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쿵.옷장 뒤에서 다시 소리가 나자 육청아의 신경이 다시 캐비닛에 쏠렸다.육청아가 카트에서 메스칼을 집어 들고 캐비닛 쪽으로 다가가자 순간 서대은은 갈등하기 시작했다.남학생이 발견하면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나게 되고 그와 남학생은 살아서 나가기 어려울 것이었다.그는 천천히 육청아의 뒤를 따르며 그녀를 공격할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경계심이 강했고 캐비닛 뒤에 누가 있는지 바로 확인하지 않고 앞에 다가가 갑자기 어깨로 캐비닛을 밀었다.그녀의 충격에 캐비닛이 밀려 넘어갔고 그 틈새에 숨어 있던 남학생이 깔리면서 낮은 신음을 뱉어냈다.뭔가 낌새를 알아챈 육청아가 갑자기 몸을 돌려 서대은에게 달려들었다. 서대은은 예상치 못한 공격에 팔꿈치가 메스칼에 찔려 살이 떨어져 나갔다.“감히 날 속이다니!”“난 모르는 일이에요! 나도 기절한 거 봤잖아요. 누군가 날 함정에 빠뜨린 거라고요!”육청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그에게 메스칼을 겨눴다.“그럼 순순히 따라와요. 내가 보스한테 당신이 결백하다는 걸 증명할게요!”“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걸 모를까 봐!”서대은은 육청아의 모함에 마지못해 저항하는 것처럼 육청아에게 달려들었다.두 사람의 몸싸움이 격렬해졌고 카트도 넘어지면서 수술 도구들이 와르르 떨어졌다.그 소리에 돌아온 왕눈이 급히 현장에 도착했다.“내가 말했지, 저놈이 배신자라고!”왕눈은 단검을 빼 들고 질세라 서대은에게 달려들었다.서대은은 신속하게 결판을 내고 놈들이 다시 돌아오기 전에 빠져나오려 했지만 왕눈은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일부러 시간을 끌며 대치하고 있었다.그 틈을 타 육청아는 캐비닛을 밀어내고 그 뒤에 누워 있는 남학생을 발견했다.남학생은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육청아는 그런 소년의 발목을 잡고 끌어냈다.“가만히 있지만 말고 좀 싸워 봐!”서대은이 소리쳤다.남학생은 처음엔 너무 놀라 멍하니 있었지만 그의 외침에 정

  • 또 한 번의 거절   제764화

    서대은은 문에 기대어 서서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손을 들었다.사람의 그림자가 언뜻거리는 순간, 그는 재빨리 상대방의 얼굴을 막으려 했지만 오히려 상대방에게 제압당했다.남자는 잔근육을 가진 몸에 얼굴에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눈빛은 매서운 독수리처럼 날카로웠다.‘이 사람은 육청아 일당이 아니야!’서대은이 물어보려던 찰나, 상대는 마취약이 묻힌 거즈로 그의 입을 막았다.거의 순식간에 서대은은 의식을 잃고 무너졌다.“함정이야! 빨리 돌아가!”사람들과 빠르게 다시 돌아온 육청아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서대은을 발로 툭툭 찼고 그제야 서대은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물건은요?”서대은이 관자놀이를 문지르다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그 두 의사가 수상하다더니, 그들이 물건을 가져갔어요!”육청아가 이를 갈며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반드시 찾아내야 해!”사람들은 곧바로 나뉘어 각자 찾아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하의 전화가 걸려 왔다.“주변에 없습니다!”논리상으로 그들은 차도 없고 몸을 가누지 못한 사람을 데리고 멀리 갈 수는 없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주위에서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누군가가 도와주고 있는 게 틀림없어!”서대은이 단언했다.“방금 일어난 소동은 그들에게 신호를 보낸 거예요!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어!”육청아의 눈빛이 변하더니 천천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스캔했다.“아가씨, 우리는 아가씨의 사람입니다! 그러니 배신자는 이놈밖에 없어요!”바깥쪽을 맡고 있던 왕눈이 서대은을 지목하자 서대은은 코웃음 치며 받아쳤다.“난 오늘 처음이라고. 주소도 너희가 급하게 알려준 거고 내가 어떻게 정보를 넘겼다는 거야?!”왕눈은 말문이 막혔지만 여전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우리는 아가씨를 따른 지 오래되었다고! 너만 외부인이야!”“외부인이라고 해서 나를 의심한다고?”서대은도 질세라 육청아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내가 들어오는 게 싫으면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요. 나한테 뒤집어씌우려

  • 또 한 번의 거절   제763화

    서대은이 서둘러 다가갔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그의 눈에는 거센 파도가 일렁였다.수술칼을 사용해 한 번에 그들의 목을 치는 데 자신이 있었지만,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다.게다가 만약 그들이 소리라도 낸다면 그 소년과 함께 도망가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유일한 방법은 지원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군,’그는 겁먹은 척하며 수술대로 천천히 다가갔다.두 남자는 그저 눈앞의 소년이 가져올 이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전에 유 선생이 몰래 각막을 떼서 팔았잖아. 그러고는 손 씻고 고향에 내려가 별장 짓고 산대.”“손을 씻은 건 알고 있어. 근데 그것도 누릴 복이 있어야 누리지...”“무슨 뜻이야? 혹시 유 선생이...”키 작은 남자가 목을 따는 제스처를 했다.키 큰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대은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게 아니라면 왜 저거 보고 감시하라고 했겠어? 문지기가 말하길, 유 선생을 청아 누나가 직접 손본 거래!”쭈뼛쭈뼛 다가온 서대은의 눈빛이 잠시 날카로워졌지만 곧 두려움으로 바뀌었다.“시간을 낭비하게 해서 미안해. 손이 계속 떨려서...”키 큰 남자가 다시 메스칼을 서대은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내가 도와줄게!”메스칼이 소년의 배로 향했다. 서대은의 손이 심하게 떨렸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칼끝이 피부에 닿는 순간, 갑자기 밖에서 ‘펑!’ 하는 소리가 났다.누군가가 창문을 뚫고 빠르게 지나가며 약병을 터뜨렸고 코를 찌르는 냄새가 순식간에 퍼졌다.“안 돼!”키 큰 남자가 급히 물러섰다.서대은도 물러서며 빠르게 메스칼을 몸에 숨겼다.“마취약은 아니겠지?”다른 사람들이 입과 코를 막고 있는 모습을 보며 서대은도 급히 옷으로 입을 가렸다.밖에서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려온 후 혼란이 일기 시작했다.“여기도 경찰한테 들킨 거야?”서대은이 놀란 척하며 눈을 크게 떴다.“연성 경찰들이 계속 잠입 수사를 하고 있다던데, 여기도 들킨 거 보면 정말인

  • 또 한 번의 거절   제762화

    경호원이 미간을 찡그리며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자 도아린은 손을 흔들며 그를 안심시켰다.“선생님의 임무는 제 안전을 보호하는 거잖아요?”그리고 자신의 차 키를 그에게 던지며 말했다.“대신 차를 운전해 주세요. 가까이서 보호하는 게 더 안전할 거예요!”경호원은 운전기사와 눈짓을 주고받은 뒤, 도아린의 차로 향했고 운전기사는 돌아가서 보고하도록 했다.“성함이 어떻게 되시죠?”도아린이 조수석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며 물었다.“주호민입니다. 주 실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네. 주 실장님, 엠파이어 빌딩에 가 주세요. 육 대표님한테 감사의 뜻으로 뭔가 선물하고 싶어서요.”도아린이 손을 흔들며 그에게 차를 몰라고 했다.주호민은 차를 몰고 엠파이어 빌딩으로 향했고 도아린은 그동안 일북과 연락을 주고받기에 편했다.이전 경험 덕분에 그녀는 그들이 매우 위험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일북에게는 반드시 의심되는 장소를 찾으면 먼저 경찰에 신고하라고 전했다.[사람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안전도 꼭 지켜야 해!]황금연휴가 다가오자 쇼핑몰에는 사람들이 북적였고 주호민은 도아린의 옆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따라갔다.한 명품 매장에 들어간 도아린은 사이즈를 참고하려 주호민에게 대신 입어보라고 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자 도아린은 육하경과 체형이 비슷한 아무 남자에게 다가가 부탁했고 그녀의 미모에 반한 남자가 관심을 보이며 흔쾌히 승낙했다.결국, 이 광경을 지켜본 주호민은 어쩔 수 없이 마네킹 역할을 했다.“이 색은 좀 어두워요. 다른 걸로 한 번 더 입어보세요.”“이 디자인은 너무 화려해요. 육 대표님한테는 잘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주 실장님 생각은요?”“이건 너무 올드한 것 같고...”과연 도아린이 진지하게 선물할 옷을 고르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이걸로 할게요!”도아린이 손가락을 튕기며 직원에게 말했다.“이거 작은 사이즈로 주세요. 선물 받을 사람이 저 친구와 키는 비슷하지만 어깨

  • 또 한 번의 거절   제761화

    서대은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없이 서 있었다.그러다 무언가를 떠올린 듯 다시 구역질을 참으며 간신히 말을 꺼냈다.“방금 그 사람도 LY의 사람인가요?”“서은 씨 생각에는요?”“그런 것 같은데, 누구인가요? 청룡, 아니면 백호?”육청아가 말을 하려다 멈췄다.“오늘 거래가 무사히 끝나면 그때 알려줄게요.”서대은이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자, 육청아가 그를 살짝 밀며 재촉했다.그제야 그는 한 걸음 내디디며 창고로 향했다.창고 문 앞에 누군가가 지키고 있었다.“휴대폰 내놔.”서대은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끄기 전에 메시지가 성공적으로 전송된 걸 확인한 후 문지기에게 핸드폰을 건넸다.한편, 도아린은 육하경의 차가 계속해서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거의 연성 주변을 한 바퀴 다 돌았지만 그 차는 계속해서 일정 거리만큼 따라오고 있었다.육하경에게 전화를 하려던 그 순간, 도아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앱 화면에는 메시지 알림은 없었지만 그녀는 직감으로 알았다.도아린은 급히 카페의 게시판을 열었다.[갓 태어난 지 16일 되는 송아지, 관심 있는 분은 연락해 주세요.]도아린의 심장은 거의 목구멍까지 튀어 올랐다.‘역시 그런 거야. 잘못을 했다고 그냥 도망갈 서대은이 아니지.’그는 분명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내부로 침투했을 것이다!‘송아지'는 남자를 뜻하고‘16일’은 아마도 피해자의 나이 16세를 뜻했다.전화번호는 일반적인 번호가 아니었고 규칙 없이 나열된 숫자들이었지만 도아린은 단번에 그 숫자가 위도와 경도를 나타내는 위치 정보라는 걸 알아챘다.차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는 아직 떼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일북에게 전화를 걸 수 없었다.대신 급히 메시지를 복사해서 보냈다. 빠르게 연락할 수 있는 단축어를 설정해 두었지만 서대은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할 방법은 없었다.그녀가 고민하던 중, 일북이 이해하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곧 사람을 데리고 갈게요. 기다려 주세요.]하지만 도아린은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차를 급히

  • 또 한 번의 거절   제760화

    “보스!”육청아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묻어 있었고 온몸이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오랫동안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왜... 서대은이 들어오자 직접 온 것일 거야. 만약 오는 거래를 완수하지 못하면 나도 끝장날 텐데.’보스라는 남자는 키가 크고 흰색 롱코트를 걸치고 안에는 검은색 터틀넥을 받쳐 입고 있었다.적갈색의 살짝 웨이브 진 짧은 머리에 얼굴에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서대은에게로 향했고 마치 감마선처럼 그의 내면까지 꿰뚫어 보는 듯했다.서대은은 저도 모르게 등에 소름이 돋았다.눈앞의 남자는 외형만 보면 강재민과 닮아 있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피비린내 나는 살기와 냉혹함은 강재민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보스.”서대은도 따라서 불렀다.남자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육청아를 향해 물었다.“물건은?”“창고에 있습니다!”육청아가 공손하게 대답했다.“부하가 지키고 있어서 절대로...”짝!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손이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육청아는 얼굴을 감싸 쥐고 두려움과 억울함이 뒤섞인 눈빛을 보냈다.“네 말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남자는 차가운 냉소를 흘렸다.“앞장서.”“예.”육청아가 남자를 데리고 수술실로 향했다.그들은 ‘물건’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출고 전에 살균 소독 과정이 필요했다.이미 마른 체형의 그 소년이 깨끗이 씻긴 채 수술대 위에 인사불성으로 누워 있었다.남자는 천천히 다가가 곧 판매될 신선한 장기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기이한 미소가 떠올랐다.“성의를 보이기 위해 오늘의 물건은 네가 직접 진행해.”보스라는 남자의 시선이 갑자기 서대은에게로 향했다.그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최대한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제가 경험이 없어서요. 물건을 망칠까 봐 걱정됩니다.”“직접 꺼내라는 게 아니야. 옆에서 전 과정을 지켜보라는 거지.”남자는 짧게 말한 뒤돌아서 나갔다.서대은은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숨긴 채 따라 나갔다.그러다 문 앞에서 다시 한번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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