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민은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너희 형부 같은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지. 네가 네 형부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면 엄마는 마음이 놓일 거야.”신수연은 어이가 없어서 눈을 흘기며 말했다.“차라리 형부랑 결혼하라고 하지 그래요? 참나!”“어머, 얘가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소지민은 노기등등하게 신수연을 바라봤다.신수연은 그제야 말했다.“형부처럼 훌륭한 사람을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데요? 형부 같은 사람은 세상을 뒤져봐도 없을걸요?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찾으라니, 너무 어려운 일 아니에요?”신수연의 말에 소지민은 그제야 확실히 어려운 일이라고 자각하고 말했다.“하지만 넌 내 딸이잖아. 우리는 지금 군주부 사람이야. 그러니 넌 적어도 일류 세가 혹은 성주 아들이랑 만나야 하지 않겠어? 참, 남군 아래 성지가 백 개가 넘는다며? 하하,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네 형부한테 부탁해서 성지 성주부 아들들을 전부 불러서 고르게 해줄게.”신수연은 쓴웃음을 지었다.“엄마, 그건 아니죠. 소문이라도 난다면 다들 제가 시집 못 가서 안달한 거로 생각할 거예요. 그러니까 우린...”신수연은 거기까지 말한 뒤 고개를 돌렸는데 양들이 앞길을 막아선 걸 발견했다.그녀는 깜짝 놀라 곧바로 차를 세웠다.“정말 재수가 없네요. 이 성 밖의 길에 웬 양 무리가 있죠?”신수연이 툴툴대며 말했다.그러나 그녀는 곧 문제를 발견했다. 그 양무리는 앞에 있는 양몰이 몇 명이 일부러 길을 막게 한 듯했다. 그들이 계속해 양들을 도로 위로 몰아갔기 때문이다.한 남자가 히죽거리면서 다가왔고 신수연은 차창을 내리고 그에게 말했다.“양을 왜 도로 위에 풀어놓은 거예요? 풀밭은 저기잖아요?”남자는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미안해요. 이 양들은 도로 위를 달리기 좋아해서요.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무슨...”신수연은 어이가 없어 그에게 말했다.“얼른 양들 몰아내세요. 저희는 바빠요.”바로 그때, 뒤에 있던 이태호와 신수연이 차에서 내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러 그곳으로 향했다
남자는 미소 지으며 이태호 일행의 차를 봤다.“마세라티에 롤스로이스라, 뒤차는 좀 싼 편인데 아우디네요. 이렇게 하죠. 돈이 많아 보이니 20억으로 해요.”“20억이요? 당신들의 양이 우리의 길을 막았는데 그걸 몰아내는 건 당연히 당신들이 해야 할 일 아닌가요? 그런데 20억을 달라고요? 강도예요?”소지민은 돈을 가장 사랑했다. 상대가 20억을 요구하자 그녀는 차에서 내려 그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말했다.대머리 남자는 그 말을 듣자 냉소를 흘리더니 허리춤에서 총 하나를 꺼내 소지민을 향해 겨누었다.“하하, 미안하지만 강도 맞아. 그래서 뭘 어쩔 건데? 당신들 20억이 부족한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는데 말이야. 20억 주면 길 비켜줄게. 안 그러면 총 쏴서 죽일 줄 알아.”“아!”소지민은 겁을 먹고 두 다리에 힘이 풀려 황급히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안 돼요. 날 죽이지 말아요. 내, 내가 누군지 알아요? 난 군주부 사람이에요. 내 사위가 군주라고요!”바로 그때 옆에 있던 사람들도 더는 모른 척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왔다. 그들은 다들 총을 들고 있었다.“형님, 이 사람들 돈이 많아 보이는데 얼마 달라고 하면 될까요?”한 남자가 다가와 히죽거리면서 말했다.그들은 예전에 200만 원이나 400만 원 정도 요구했었다. 하루에 몇 번 하다 보면 한 달에 꽤 많이 얻을 수 있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들은 큰 고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남자는 히죽대며 말했다.“20억 달라고 했어. 이 차들 다 합치면 20억은 될 거야. 그러니 그 정도는 틀림없이 줄 수 있을 거야.’“태호야, 어떡해? 돈 줄 거야?”소지민은 총구가 자신을 향하자 두려운 마음이 들어 황급히 이태호에게 물었다.이태호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장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일반인들이에요. 일반인이 아니었다면 총을 쓰지도 않았겠죠. 이런 평범한 양아치들은 종사 내공의 사람도 해결할 수 있어요. 수민이와 지연이도 처리할 수 있죠.”백지연과 신수민은 그 말을 듣자 기뻐하며 눈을
“좋아요!”백지연은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조심해야 해!”소지민은 백지연과 신수민이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여자 둘이 내 총알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정말 죽고 싶은가 보네!”남자는 조금 불안했다. 그들이 총을 빼 들면서 겁을 주면 사람들은 그에게 200만 원이나 400만 원을 주었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까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그들은 지금껏 사람을 죽인 적이 없었다. 사람을 죽이는 걸 생각하면 두려웠기 때문이다.“후, 난 아직 사람을 죽여본 적은 없지만 수련한 사람들이라니 어쩔 수 없지.”신수민도 조금 긴장됐다. 하지만 그녀는 이태호가 사람을 죽이는 걸 본 적이 많았고 또 수련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이들을 죽이며 강해져야 진정한 강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처음이라 긴장됐다.옆에 있던 백지연도 상황은 매한가지였다. 그녀 역시 표정이 심각했다.“빌어먹을, 죽고 싶은 거지? 그러면 내가 혼쭐 내주겠어!”남자는 신수민과 백지연이 손을 쓰려 하자 마음을 굳게 먹고 신수민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신수민은 그 순간 총알이 자신의 시야에서 속도가 느려짐을 발견했다.그녀는 팔을 뻗어 손쉽게 총알을 잡은 뒤 내던졌고 총알은 아주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펑!”총알은 남자의 미간을 꿰뚫었다. 남자의 눈동자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대로 쓰러졌다.“뭐지? 괴물인가?”남은 네 명은 수련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에 완전히 겁에 질렸다.“야, 죽여. 저들을 죽여버려!”곧 두 사람이 바로 반응을 보이며 신수민과 백지연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백지연과 신수민은 꽤 강한 종사라 거의 기사와 맞먹었다. 그 정도 내공이라면 일반인들을 상대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총알은 그들의 시야에서 열 배 정도 느려진 듯했다.펑펑펑!곧 네 사람도 바닥으로 쓰러졌고 그렇게 다섯 명의 강도들은 그들에게 처리됐다.“후, 끝났어요. 처
“언니, 언니랑 지연 씨 왜 이렇게 대단해요? 너무 강한데요. 안 돼요, 나도 같이 수련할래요!”신수연 또한 조금 전 장면에 깜짝 놀라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신수민은 신수연에게 말했다.“수연아, 이 수련은 아주 고생스러워. 네가 소화할 수 있겠어? 너 온종일 노는 데 익숙하잖아. 게다가 천부적인 재능을 바꿀 보물이 없다면 기껏해야 9급 종사밖에 될 수 없어.”신수연이 곧바로 말했다.“9급 종사면 9급 종사하면 되죠. 그래도 일반인들보다는 훨씬 더 강할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기사 내공의 고수만 만나지 않으면 괜찮아요.”신수민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이태호를 바라봤다. 이태호의 대답을 기대하는 듯 말이다.이태호는 미간을 찡그리더니 이내 살짝 미소 지으며 앞길을 막은 양들을 가리키며 말했다.“배울 수는 있어요. 대신 우리 길을 막은 양들을 전부 몰아내서 우리의 차가 지나갈 수 있게 해요. 그러면 수민이랑 지연이가 함께 수련하려고 할 거예요.”신수민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래, 수연아. 네가 가서 양을 몰아내는 것 좀 도와줘.”“아!”신수연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입을 비죽이며 투덜댔다.“언니, 언니도 알다시피 난 어릴 때부터 고생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어요. 양을 몰아본 적도 없고, 내가 어떻게 하겠어요...”이태호는 곧바로 말했다.“수연 씨, 이 정도 고생도 못 한다면 수련은 하지 마요. 수련은 이것보다 수십 배, 수백 배는 더 힘들어요. 한다고 해도 겨우 한두 시간 하고 못 할 걸요. 지연이랑 수민이는 모두 곱게 자란 귀한 집 딸이지만 그래도 고생을 견딜 수 있고 강인한 의지도 있어요. 그건 일반인과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할게요! 지금 당장 가서 몰아낼게요!”이태호의 말에 신수연은 곧바로 옆으로 가서 나무막대기를 찾더니 앞으로 나아가 양을 몰아냈다.신수연이 양들을 전부 몰아낸 뒤에야 그들은 그 구역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신수연은 다시 차에 탔고 뒷좌석에 앉은 백지연을 보고 말했다.“지연 씨,
그 마을은 굉장히 편벽한 곳에 있었고 또 예스러운 곳이었다. 마을은 골짜기로 둘러싸여 있고 중간에 아주 넓은 청석판 도로가 있으며 양쪽으로 산을 따라 지은 집들이 있어 매우 평화로운 느낌을 주었다.마을로 들어서자 신수연은 앞에 공터가 있는 걸 보고 아예 그곳에 주차한 뒤 차에서 내렸다.이태호 등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그곳에 차를 댄 뒤 내렸다.“이 마을 너무 조용해서 무서울 정도인데?”신수민은 마을을 보았지만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모든 집들이 조명을 켜지 않았고 오직 길가에만 어두운 가로등 불빛이 조금 있을 뿐이었다.신수연은 씩 웃으며 말했다.“여기서 공포영화 찍으면 딱 좋겠네요. 음산해서.”“헛소리하지 마!”소지민은 그 말을 듣고 겁을 먹었는지 황급히 이소아 등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 몸을 숨겼다.이태호가 말했다.“이곳은 확실히 문제가 있어요. 마을이 크지는 않지만 집집마다 다 문을 걸어 잠갔잖아요? 저녁인데 밖에서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고 저녁을 먹는 사람도 없어요.”말을 마친 뒤 이태호는 앞으로 걸어갔다.“하지만 무서워할 필요는 없어요. 내 뒤를 따르면 돼요.”사람들은 이태호의 뒤를 따랐다. 이소아, 서소운 등 사람들도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바짝 경계했다.잠깐 걸은 뒤 이태호는 한 마당 앞에 서서 안에 있는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여러분, 숨지 말고 나오세요. 여긴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왜 다들 집에 숨어있는 거죠?”그제야 문이 살짝 열리며 안에서 중년 남성이 고개를 내밀었다.남자는 아주 두려운 듯 보였는데 고개를 내밀고는 이태호 일행을 향해 손을 흔들며 나직하게 말했다.“여러분, 왜 아직도 밖에 있어요? 들어와요. 들어와서 얘기해요.”이태호 일행은 곧장 그곳으로 향했고 상대방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문을 열더니 이태호 일행이 안으로 들어오자 곧바로 문을 닫았다.집에 들어선 이태호는 집 안에 중년 남성과 그의 아내를 제외하고도 15, 16살 정도 돼 보이는 소녀가 있는 걸 보았다.“여러분은 그냥 지나가
이태호는 덤덤히 웃으며 대답했다.“요수가 아니라 아마 영수일 겁니다. 영수일 가능성이 가장 커요. 요수는 내공이 너무 낮아서 영지가 높지 않거든요.”“청년, 무슨 얘기를 하는 거예요? 우리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어요!”남자는 얼빠진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봤다.이태호는 그제야 설명했다.“제 말은 여러분이 말한 요괴가 사실은 영지가 비교적 높은 영수일 거라는 말입니다. 영수라는 건 하늘과 땅의 정수를 흡수하여 영지가 생긴 동물입니다. 그것들은 자발적으로 영기를 흡수할 수 있고 수련할 줄 알게 되면 점점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영수요? 이 세상에 정말 도를 닦는 자들이 있다는 말인가요?”남자의 가족들은 이 마을에서 수십 년을 살았지만 도를 닦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태호의 말에 조금 설득당했다.그는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청년, 우리 마을은 1년 전부터 이상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매달 어린 소녀들이 실종되죠. 처음엔 우리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누군가 검은 안개 속에서 커다란 두 눈동자를 봤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들 그것이 전설 속 요괴라고 확신했어요.”거기까지 말한 뒤 남자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어갔다.“그 뒤로 우리 마을의 덕망 있는 어르신들이 모여서 의논한 결과 제물을 바치기로 했어요. 매달 15일 마을 어귀 쪽에 소녀를 한 명씩 바쳐서 한 달간의 안녕을 바꿨어요.”이때 여자도 입을 열었다.“그 괴물은 정말 사람 말을 알아듣는 건지 그 뒤로 오지 않았어요. 오직 매달 15일에야 이곳에 왔죠. 여기 사람들은 매달 15일이면 감히 밖으로 나가지 못해요. 매달 15일 그것에게 소녀를 한 명 제물로 바쳐야 하거든요.”“다들 문을 걸어 잠근 이유가 오늘이 15일이기 때문이었군요.”신수연은 저도 모르게 말했다.“오늘 저녁에 제물로 바칠 소녀는 누군가요? 알고 계세요?”중년 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휴, 예전에는 다들 자기 딸을 지키기 위해 집에 어린 딸이 있으면 마을에서 도망치게 했어요.”
“정말 잘됐어요. 청년도 도를 닦는 사람인가 보죠? 세상에나, 도를 닦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다니.”남자는 흥분해서 말했고 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과찬이세요. 가서 감시팀 사람을 불러오세요. 제가 얘기해 볼게요.”“태호야, 정말 확신이 있는 거야?”소지민은 곧바로 이태호를 옆으로 끌어당기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아까 저 사람들도 얘기했잖아. 눈동자가 엄청 크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큰 생물이길래 눈이 그렇게 크겠어? 다른 사람 도와주려다가 오히려 우리가 휘말릴 수도 있잖아. 그리고 이 일은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야. 네가 괜히 도와준다고 나섰다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영수인지 뭔지를 화나게 만든다면 너랑 우리까지 먹어버릴 수 있어. 그러면 정말 큰일 아니니?”이태호는 순간 괴상한 표정으로 말했다.“장모님, 전에 장모님이 저 따라서 천홍주에 가겠다고 했을 때 저는 장모님을 말렸어요. 그런데 장모님은 그 말을 듣지 않으셨잖아요. 그러면서 사람은 언젠가는 죽을 거니까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하시더니 지금은 두려우세요?”소지민은 순간 난감해졌지만 이내 변명했다.“난, 난 사람이 두렵지 않다는 뜻이었어. 그런데 그건 사람이 아니잖아. 무섭지 않을 리가 있겠어?”이태호는 그녀를 위로했다.“장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도와주겠다고 했다는 건 자신이 있다는 거니까요.”“김덕재 씨, 문 열어요! 잠깐 나와봐요.”그런데 뜻밖에도 바로 그때 노크 소리가 났다.“감시팀 팀장인가 봐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나가서 대화 좀 나눌게요.”김덕재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이태호 일행에게 말한 뒤 혼자 문을 열고 나갔다.그러고 나가서는 밖에서 문을 잠갔다.“하하, 이진후 씨, 전 웬일로 찾아온 거죠? 올해 제물로 바칠 사람은 뽑았어요?”김덕재는 나가서 웃는 얼굴로 상대방에게 물었다.그러고는 또 말을 이어갔다.“제게 후환을 없앨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이진후라고 불린 남자는 곧바로 말했다.“방법은 무슨 방법이요? 그 물건은 흰 연기
김덕재는 깜짝 놀라더니 저도 모르게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그럴 리가요?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죠? 내 딸이 뽑히다니,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저질렀길래!”조금 전 이태호가 김덕재에게 자신이 그 영수를 죽여주겠다고 했으나 김덕재는 확신이 없었다. 만약 이태호가 실패한다면 어떡한단 말인가?그래서 그는 이태호에게 너무 큰 기대를 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자기 딸이 제물로 선정되었다는 말을 들으니 너무 놀라 두 다리에 힘이 풀리고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문 뒤에 서 있던 김덕재의 아내는 문을 살짝 열어 틈을 만든 뒤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녀 역시 겁을 먹고 벌벌 떨었다.“이럴 수가, 내 딸이 선정되다니. 선화야, 네가 뽑혔대!”김선화는 그 말을 듣고 순식간에 안색이 창백해지고 완전히 넋이 나간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바로 그때, 이진후는 웃으며 말했다.“콜록콜록, 덕재 씨, 우리도 안 지 꽤 됐고 다들 사이도 좋았잖아요? 내게 부탁한다면 내가 방법을 생각해 줄지도 모르죠. 아무래도 내가 감시팀 팀장이니까요, 그렇죠?”이진후가 말을 이어갔다.“간단해요. 제비뽑기는 제 뜻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니까 당신 딸이 나랑 하룻밤 잔다면 절대 당신 딸이 걸리게 하지 않을게요. 어때요?”“이, 이 빌어먹을 자식. 우리 딸이 얼마나 어린데 나보다 나이도 많은 당신이...”김덕재는 너무 화가 나서 이진후를 죽이고 싶었다. 좋은 친구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이 인두겁을 뒤집어쓴 짐승일 줄은 몰랐다.김덕재는 이진후를 욕했지만 이진후는 화가 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김덕재를 위협했다.“하하, 김덕재 씨, 잘 생각해야 할 거예요. 당신 딸의 몸이 중요한지, 아니면 목숨이 더 중요한지 말이에요. 당신이 승낙한다면 다음 해, 다다음 해 제비뽑기에서도 당신 딸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죠. 어때요? 팀장은 나니까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요.”“꿈 깨요!”김덕재는 차가운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흥, 그러면 날 탓하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