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양혁은 한숨을 쉬었다. 그가 이비안을 좋아하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고 비밀이 아니었다. 상대방이 그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일 뻔했으니, 그는 당연히 말리지 않았다.하지만 이비안은 마음이 약해져 김준을 말렸다."김준, 그만하는 게 어때? 우리 이제부터 쟤랑 연을 끊고 살면 돼!"하지만 김준의 생각은 달랐다."비안아, 너희들이 친했다는 건 나도 알고 너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어. 하지만 잘 생각해 봐, 쟤는 너를 죽이려고 독한 마음을 품었어. 이번에 실패했더라도 다음에 다시 손을 쓸 수 있단 말이야!"이비안이 다시 말을 하기도 전에 나소희가 일어서며 김준을 위협했다."김준, 지금 나를 깔보는 거야? 너는 나를 감히 건드리지 못할걸? 내가 요즘 오빠를 삼았거든. 나한테 엄청나게 잘해줘. 네가 감히 나를 죽인다면 우리 오빠는 너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오빠를 삼아?"나소희는 거짓말을 한 것 같지 않았다. 김준은 눈썹을 찌푸리고 고민이 되었다. 김씨 집안은 잘나가는 집안이지만 태남시에서는 삼류 세가의 축에 끼지도 못했다. 만약 그녀의 오빠가 대단한 인물이라면 자기뿐만 아니라 김씨 집안까지 연루될 수도 있어서 조심해야 했다."오빠 삼았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인데?"한 여자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만난 지 며칠밖에 안 됐어."나소희는 다시 이비안을 위협했다."이비안, 나는 원래 오빠를 끌어들일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 이미 이 상황이 되었으니 확실하게 알려줄게. 나는 너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내 오빠는 마의당의 사람이야. 마의당의 장범을 들은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그 사람!"김준은 장범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그 사람은 마의당의 사람인데 잔인하기로 유명해. 여자를 엄청나게 밝히는데 어떻게 알게 된 거야?"양혁은 입가가 작게 경련하더니 실망스러운 눈길로 나소희를 바라보았다."나소희, 네가 그런 여자인 줄 몰랐다. 장범은 여자를 밝히기로 유명하고 또 이익이 없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야. 너 그 사람과 무슨
김준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장범이라는 사람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그는 잠깐 고민하더니 나소희를 향해 말했다."나소희, 가라! 이제부터 우리는 모르는 사람이다!""하하, 왜? 장범이 내 오빠라고 하니까 무섭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척을 했잖아?"나소희는 득의양양하게 웃었다."너희들을 그냥 보내줘도 되는데 조건이 있어. 무릎을 꿇고 큰절해라. 그러면 곱게 보내줄게! 안 그러면 내가 전화해서 장범의 분노를 체험하게 할 거야!""나소희,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지금 당장 너를 죽여버릴 거야.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야!"양혁은 나소희에게 실망했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나소희, 네가 이런 사람일 줄 몰랐어!"나소희가 대답했다."네가 어제 내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야. 이비안을 좋아한다고 말했지. 그래서 이비안을 죽이는 거야. 쟤만 없어지면 너는 나를 좋아하게 될 거야!"양혁은 쓴웃음을 지었다."꿈 깨라, 비안이가 없어도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나소희는 광소를 터뜨렸다."하하, 그건 오늘 내가 한 일이 탄로 났기 때문이야. 만약 이비안의 죽음이 단순한 교통사고였다면 너는 무조건 나를 선택하게 될 거야!"그녀는 말을 마친 후 몸을 돌려 분노어린 시선으로 이태호를 노려보았다."굴러온 돌이 내 일을 망쳐버렸어. 쟤만 아니었어도 오늘의 계획은 이미 성공했어!""나소희, 그만해!"이비안은 실망이 가득한 얼굴로 문을 가리켰다."너 가! 이제부터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야!""좋아, 갈게!"나소희는 차갑게 웃으며 떠났다.김준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상대방은 배경이 있어서 쉽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이태호는 눈썹을 찌푸렸다. 나소희가 마지막에 떠날 때의 눈빛에는 분명한 살의가 있었다. 그녀는 이비안과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는 김준에게 물었다."마의당의 사람들이 다 나쁜 사람이야?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고 그래?"김준은 쓰
김준은 눈썹을 찌푸린 채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이태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이미 시켰으니 올려주세요. 마침 나도 배가 고팠고요!"말을 마친 이태호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찾아 앉았다.이비안은 이태호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슬픈 기분을 가다듬고 이태호에게 말했다."고마워요, 태호씨. 태호씨가 아니었더라면 나소희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을 거예요. 오늘 운 좋게 화를 면했더라도 다음에 또 당했을 거예요!""그건 맞는 말이야.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섬세한 태호씨가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그 무서운 사람이 계속 우리 옆에 숨어있었을 거잖아.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아!"한 여자가 말했다.김준은 이태호를 향해 사과했다."태호씨, 오해해서 미안해요. 나소희한테 깜박 속아버려서 그래요!""괜찮아요.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끝까지 책임져야죠. 나소희가 거슬리기도 했고 적발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이태호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그녀를 적발해서 다행이죠. 아니면 마의당의 존재도 몰랐을 거예요!"양혁도 따라서 웃었다."하하, 이 파벌의 이름이 당주가 지은 것이 아니고 옛날부터 있던 이름이라고 들었는데 누가 지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름이 너무 웃겨요!""웃겨요? 그게 왜죠?"이태호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양혁이 대답했다."마의당이 얼핏 들으면 '마당' 같아서요. 집안의 작은 앞마당의 그 '마당' 말이죠. 그래서 가끔 뒤에서 마당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이태호는 어이가 없었다. 정말로 얼핏 들으면 '마당' 같았다."하하!"머릿속에서 되뇌던 이태호는 참지 못해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자리 옮길까? 조금 걱정이 돼서 말이지. 우리가 마음이 약해서 나소희를 보내줬지만, 나소희가 복수할 마음을 품었으면 어떡하지?"김준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내가 가서 빨리 결제하고 우리 자리를 옮기자! 이 정도 밥값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잖아. 근데 한 입도 안 먹고 버리는 게 아깝기는 하다.""얼마나 시킨 거야?"이태호는 웃으며 물었다.
"아이고, 내 동생 누가 널 괴롭혔니? 걱정하지 마, 이 오빠가 당장 사람을 데리고 쳐들어가서 제 엄마도 못 알아보도록 혼내줄게!"전화기 너머의 장범은 나소희를 달래주었다.같은 시간.룸안의 요리는 이미 세팅되었고, 와인도 많이 나왔다."태호씨, 한 잔 드릴게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나는 오늘 목숨을 잃었어요!"이비안은 술잔을 들고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이태호는 가볍게 잔을 부딪치고는 쭉 들이켰다. 그리고 빈 잔에 술을 채우고는 김준을 향해 말했다."자, 우리 모두 김준의 생일을 축하하자!""맞아! 김준, 생일 축하해! 아까 그런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너의 생일이잖아. 그 일로 우리의 기분을 망치지 말자!"이비안이 말을 이었다.김준은 머쓱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다들 고마워! 우리 건배하자!"모두 먹고 마시며 즐겼지만, 김준은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 나소희는 사람을 매수하여 이비안을 죽이는 짓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장범을 찾아서 복수하지 않을 보장이 없었다."우르르!"바로 이때 그들은 밖에서 나는 시끄러운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모두 아차 싶어 일제히 일어섰다."쾅!"발차기에 문이 열렸고 몇십 명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모두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은 까까머리를 하고 있었다. 드러난 목에서는 문신이 보였다.이 사람이 바로 마의당의 장범이었다."얘들아, 잘 놀았어?"이때 나소희가 걸어 들어와 웃으며 사람들을 둘러보았다."나소희 너무한 거 아니야? 우리가 너를 그냥 보내줬는데 감사하기는커녕 마의당의 사람까지 끌어들인 거야? 너무 악독하다! 나 양혁은 너를 경멸해!양혁은 화가 나 다가가서 나소희를 향해 따져 들었다. 양혁은 자기가 나소희를 거절한 것이 정말로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여자는 악독하고 극단적이었다.그리고 그는 장범이 아무 이익 없이 나서지 않는 사람인 걸 알고 있었다. 나소희는 대단한 부자가 아니었기에 그와 장범은 그냥 단순한 사이가 아닌 것 같았다."너더
장혁은 힘들게 기어서 일어났다. 그는 얼굴을 부여잡고 있었고 앞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장범은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을 사람이다. 그는 감히 나서지 못했다."혀, 형님. 담배 한 대 태우시죠!"김준의 입가가 작게 경련하더니 웃는 얼굴로 다가가 고급 담배를 꺼내 들고 겸손하게 건넸다.하지만 장범은 받기는커녕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았다."김준, 조금 전에는 잘난 체를 실컷 하더니, 인제 와서 쫄았냐?"나소희는 차갑게 웃으며 이비안과 이태호를 보았다."이비안, 어때? 나 거짓말 안 했지? 나 오빠가 있다는 말은 진짜였거든, 하하!"이비안은 눈시울을 붉히며 나소희를 향해 말했다."나소희 너한테 실망이야! 바로 전에 너한테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보내줬잖아, 그런데도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하하, 네가 잘못 생각했어. 너희들을 죽일 생각이 아니라, 너와 이 무슨 호라는 자식을 죽일 셈인 거지. 특히 그 자식은 내 계획을 모조리 망쳤어, 꼭 죽여야겠어!"나소희는 기고만장하게 말했고 후회하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이태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저기요. 나는 이 무슨 호가 아니고 이태호라고 해요!"나소희의 입가가 작게 경련했다."C, 지금 그게 중요해? 곧 죽게 생겼는데 이딴 걸 따지는 거야?""너 이 자식, 간이 큰데. 지금 이런 상황에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구네!"장범은 이 공간에 들어설 때부터 이태호를 관찰했다.다른 사람들이 그를 보자마자 모두 깜짝 놀랐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두 여자는 아예 고개를 숙인 채 감히 그를 쳐다보지도 못했다.하지만 이태호라는 사람은 거기에 서서 웃으며 사람들을 둘러보았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담담하기만 했다.이 자식이 실력이 좋은 것 같았다. 아니라면 그렇게나 담담할 수가 없었다."허허, 너희들 같은 쓰레기는 당연히 안중에 둘 필요가 없지!"이태호는 허허 웃으며 신경 쓰지 않았다!옆에 있던 이비안은 깜짝 놀라 이태호의 옷자락을 잡고 작은 목소리로 말렸다."지금이 어떤 상황
"이태호 조심해!"장범이 덤벼들자, 옆에 있는 이비안이 깜짝 놀랐다. 이태호는 그녀 때문에 장범과 엮이게 된 것이다. 만약 장범 손안에 죽었다면 이태호한테 너무 미안했다.김준과 양혁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주먹을 꽉 쥐고 이태호를 걱정했다."퍽!"하지만 이태호를 향해 날아간 장범의 주먹은 이태호의 손에 잡혀 꼼짝할 수가 없었다."뭐야!"장범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이태호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리고 힘도 그와 비견될 수 없었다. 그의 주먹은 마치 산에 부딪힌 것처럼 상대에게 아무런 흔들림도 줄 수가 없었다."퍽!"이태호는 발을 들어 킥을 날렸다. 장범은 그대로 날아가 둔중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풉!"1초 후, 장범이 피를 토했다."뭐야? 오빠, 어떻게 된 거야? 왜 진 거야? 너 잘 싸운다고 하지 않았어?"나소희는 깜짝 놀라 달려가서 장범을 부축했다."콜록콜록!"장범은 연신 기침하며 심장을 부여잡았다."네가 알긴 뭘 알아? 이 자식 엄청 강해. 나도 잘 싸우지만, 이 자식은 더 잘 싸워!""설마!"나소희는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닌지 의심을 했다. 오빠가 왔는데도 상대방과 비견될 수 없다니.아직 나서지 않은 수하들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 저도 모르게 뒤도 두 걸음 물러섰다. 이태호가 자기들까지 죽일까 봐 겁이 난 것이었다."너 이 자식, 도대체 누구야? 왜 태남시에서 너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지? 나보다도 강하다면 태남시에서 유명하지 않을 리가 없어!"장범은 이태호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하하, 나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야!"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불의를 보고 발 벗고 나서는 사람이야. 나를 용감한 시민이라고 불러도 돼!"장범의 입가가 작게 경련했다. 그는 자기가 이태호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잘 알았다. 상대방이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니까 오늘 밤에는 그냥 보내주고, 다음에 다시 이비안을 해결해도 될 일이었다.마음속으로 계산을 마친 장범은 이태호를 향해 정중하게
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삼촌을 불러와. 네 삼촌이 오기 전까지 넌 아무 데도 못 가.""너..."장범은 상대방이 삼촌까지 안중에 안 둘 정도로 건방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너희들 무릎 꿇고 노래 불러라. 같은 곡으로 통일하고 장정봉이 올 때까지 불러라. 안 부르면 죽여버린다!"이태호는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서 앉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다시 말했다."아니다, 오늘은 김준 도련님의 생일이니까, 생일 축하 송을 불러라, 장정봉이 올 때까지 계속!""나보고 무릎 꿇고 노래 부르라고?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니?"장범은 앞으로 나서서 이태호를 노려보았다."짝!"이태호가 아무렇지도 않게 날린 따귀가 장범을 날려 보냈다."가능성이 항상 열려있다고 생각하는데!""한 시간을 줄게, 한 시간 안에 네 삼촌이 너를 구하러 오지 않으면 넌 죽은 목숨이야!"이태호는 담담하게 웃으며 장범을 향해 말했다.장범은 이태호를 찢어버리고 싶은 표정으로 악독하게 이태호를 째려보았다.하지만 이태호의 실력과 수단을 몸소 체험하고는 그에게 자비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만약 이태호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는 정말로 자기를 죽일 수가 있다.그는 이를 악물고 장정봉에게 전화를 걸었다."어서 불러!"이태호는 웃으며 그들에게 말했다.상처를 입고 다친 사람이 많았지만 살기 위해서 무릎을 꿇고 생일 축하 송을 불렀다."그리고 너도, 꿇어!"장범까지도 무릎을 꿇었는데 나소희가 떡하니 서 있는 것을 본 이태호는 그녀를 째려보았다.나소희는 깜짝 놀라서 다리가 풀려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태호씨, 정말 괜찮은 거야? 아니면 우리 그냥 갈까?"김준은 조금 겁이 났다. 장정풍이 정말로 오게 된다면 다 같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장정풍은 마의당의 호법이고 장범보다 훨씬 강했다.그가 볼 때 이태호는 비록 강하지만 나이가 너무 어렸다. 상대방의 실력을 모르니까 감히 건방지게 행동하는 것이다.이태호는 김준을 보며 웃었다."왜? 도련님이 내 실력
"맞아! 먹고 마시자, 두려워할 것 없어!"양혁도 갑자기 호탕해지며 자기의 잔에 와인을 듬뿍 따라 단숨에 들이켰다.이 장면을 본 이태호는 이비안의 옆에 다가가 그녀의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비안, 양혁이 너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아. 지금과 같은 생사가 오가는 순간에도 떠날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너의 옆에 있어 주려고 하잖아. 그래서 참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해. 한번 사귀어 보는 게 어때?"이비안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의 말이 맞았다. 양혁의 집안은 비록 부자가 아니지만 사람 됨됨이는 좋았다. 그리고 조금 전에도 용감하게 나서다가 상처를 입었다.이런 남자는 정말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고민하더니 이태호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나도 그를 아예 안 좋아하는 것이 아니야. 절친인 나소희가 그를 좋아하고 있는 것을 아니까 일부러 피하고 다닌 거야. 절친과의 감정이 상할까 봐 조심스러웠는데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났어!""자자, 자, 우리 계속 마시자!"이태호가 웃으며 말했다.친구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얼마 후 이태호가 입을 열었다."스톱, 너희들 생일 축하 송을 부르라고 했지. 오늘이 김준의 생일인데 왜 그렇게 구슬프게 불러! 즐겁게, 오케이?"장범일행은 어이가 없었다. 그한테 맞고 꿇어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인제는 즐겁게 부르라고 한다? 즐거워질 수 있을 리가 없었다."누가 내 조카를 괴롭힌 건가?"바로 이때 장범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그는 재빨리 일어나 밖을 향해 외쳤다."삼촌, 나 여기에 있어, 여기!"장정봉은 두 사람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비록 마흔이 넘었지만, 키도 크고 덩치도 컸다. 전체적으로 기운이 아주 좋아 보였다.나소희와 다른 사람들은 장정봉을 보고 순간 마음이 놓여 자리에서 일어섰다."응? 내가 일어나라고 말했던가?"이태호는 눈썹을 찌푸리며 나소희, 장범일행을 보며 말했다.김준과 친구들은 간이 떨어질 뻔했다. 이 자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