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수도 흥분해 마지않았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몇 사람이 올지 아직 모르니 일단 두 채의 별장을 준비해 두었다가 그 사람들이 머무르게 해야겠어!""그럼 난 먼저 가보겠소!"보청운은 공수 인사를 하고는 이내 자리를 떴다.옆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 백씨네 하인들은 전왕이 온다는 것을 듣고는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이 소식을 곳곳에 전하였다.하여 이튿날 아침 무렵 서규산 싸움왕이 태성시에 온다는 소식은 이미 적지 않은 가문의 귀에 들어갔다."맙소사. 서전왕이 내일에 온다고 해. 듣자 하니 많은 사람들이 방문장을 보낸다 식사 한 끼를 대접한다 벼르며 난리야! 만약 서전왕의 눈에 들어 같이 식사를 한다면 그들의 가문에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겠지. 그러면 앞으로 장사해먹기도 훨씬 쉬워질 거야!"한편 신씨 집안, 왕사모는 그 소식을 듣고 신수민과 이태호 등 사람들을 모두 불러와 대책을 강구하고 있었다."서전왕이 직접 사람을 데리고 온다고?"이태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그는 속으로 서전왕이 백가와 백소령을 구해준 후 직접 올 필요 없이 부하들을 파견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하여 이런 행동은 그의 예측을 벗어나게 만들었다."그래. 우리 태성시에 이런 대인물이 온 적이 별로 없어!"신씨네 왕사모는 감개무량해 하며 말했다."많은 가문에서 방문장을 준비한다는데 아니면 우리도 가서 방문장을 드리자. 필경 서전왕이 여기 며칠간 머무를 것 같은데 만일 우리 집으로 왕림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게 아니겠어?"그 말을 들은 신민석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비록 우리 신씨 집안이 잘나가는 축이긴 해도 그쪽에서 퍽이나 우리 방문장을 수락하겠어요? 받는대도 성주부나 몇몇 일류 명문가의 방문장이나 받겠지. 우리 집안이 구씨네 사업을 넘겨받아도 이류 명문가보다 약간 나을 뿐 일류 명문가와는 아직도 거리가 멀어요!" 신승민도 곁들어 말했다."맞아요. 내 생각이긴 한데 굳이 그 무리에 끼어들
회의를 마친 후 일행들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태호와 신수민도 차를 타고 떠날 준비를 했다.그런데 아직 거실 대문도 채 나가지 않았는데 경호원이 불현듯 달려오며 말했다."사모님, 가주님. 청운당의 당주가 사람을 거느리고 왔어요!""청운당의 사람이 웬일로 방문하러 왔지?"왕사모는 미간을 찌푸리며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했다."어째 됐든 손님이니 일단 불러들여라!"왕사모는 잠시 생각하더니 불러들이라 전했다.보청운은 이내 사람들을 거느리고 들어왔다. 그중 몇몇 사람의 손에는 상자가 들려있었다.보청운은 이태호의 상황을 알고 난 후에 바로 이태호의 비위를 맞추기엔 너무 티가 나니 신씨 집안부터 시작해서 왕사모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선물을 주러 올 때 이태호와 신수민도 함께 있는 걸 발견하고 속으로 이태호가 마침 여기 있었네 하고 은근히 기뻐했다."보청운이 왕사모님을 뵈러 왔어요. 신씨 집안이 지금 이류 명문가가 된 걸 축하해서 옥여의 한 쌍, 황금 백 냥, 금귀걸이 한 쌍을..."곧 한 남자가 다가와서 가지고 온 선물을 옆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아유, 보당주, 별말씀을요. 어서 와요, 환영해요, 이렇게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되는데!"왕사모는 상대방이 축하해 주러 왔다는 말을 듣고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글쎄 이전에는 이런 파벌의 사람들과 왕래가 드물긴 해도,앞으로 상대방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면 더욱 좋은 것이 아닌가?그렇게 평소에 별로 연락하지 않았던 청운당에서 직접 찾아와 방문해 줬으니 왕사모는 기쁘면서 한편으로는 놀랐다.보청운은 빙그레 웃으며 또 작은 상자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원래 소지민을 통해 주려 했던 이태호의 선물을 직접 이태호한테 건네주며 말했다."이 선생님이 여기에 계셨네요. 마침 선물을 하나 드리려던 참이었는데 선생님께서 저희 마음을 받아주셨으면 합니다!""저한테 준다고요?"이태호는 약간 멍해져서 상대방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알 수 없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보당주, 공로가
이태호가 선물을 받아 주고 친구라 하는 걸 보고 보청운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과연 이태호처럼 강한 존재가 그들의 도움이 필요할까? 그러니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만 인사치레에 불과하다는 걸 보청운은 알고 있었다.보청운은 이태호가 신씨 집안 사람들 앞에서 신분을 폭로하기 싫어서 조용히 지내려는 걸 알고 비위 좋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당연하죠. 앞으로 서로 도와주면서 함께 나아갑시다!"곁에 있던 신민석과 신승민은 서로 마주 보며 절로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이태호와 보청운이 예전에 별로 왕래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각별한 사이가 됐을까라고 생각했다."보당주, 어서 들어오시죠. 모처럼 귀빈이 오셨는데 점심 식사를 준비했으니 오늘 같이 거나하게 술이나 마십니다!"신승민은 잠시 생각하더니 보청운에게 다가가 인사했다."하하, 좋아요. 저도 가주님과 이 선생님같이 술을 마시고 싶던 참이었어요!"보청운은 껄껄 웃으며 신승민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이태호는 상자를 챙긴 후에야 곁에 있는 신수민을 보고 말했다."여보, 원래는 돌아가려 했는데 지금 상황 보면 점심 먹고 돌아갈 수밖에 없어. 보청운이 이런 말까지 했으니 같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되겠네!"신수민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자기는 언제 보당주하고 친했어? 허허, 내가 보기엔 자기야말로 우리 신씨 집안의 사교계의 꽃이 아닐까? 하하. 지금은 다들 자기와 사이가 좋으니 앞으로 우리 신씨 가문의 사업이 나날이 좋아질 것 같아!"이태호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자기 정말 천연덕스러워. 이런 농담도 하고. 내가 언제 사교계의 꽃이 됐는데!"이맘때 신씨네 대문 밖 길 건너편의 찻집에서 어떤 노인이 멀리서 별장안의 이태호를 보고 또 손에 들려있는 사진을 보면서 입가에 냉랭한 웃음을 지었다."이놈 자식. 끝내 찾아냈어. 너를 죽이면 내 임무도 완성할 수 있어!"이 노인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참용궁의 6급 킬러였다.한편 백씨 집안, 백지연은 기쁜 마음으로 백진수한테 달려와
"아빠도 참. 내가 주동적으로 이태호 멋쟁이를 찾아가라는 말이에요?"백지연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진작 이태호를 찾아가려 했다. 다만 자신의 아빠가 싫어할까 봐 요 며칠 참고 있다가 다른 날짜를 잡아 찾아가려던 터였다.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백진수가 그녀보고 왜 주동적으로 이태호를 찾지 않는가고 물어볼 줄이야. 신기할 따름이었다.백진수가 말문을 열기도 전에 백지연은 뭔가를 생각해낸 듯, 뭔가를 꿰뚫어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헤헤, 아빠가 지금 나를 시험하려는 거지?""시험하긴 뭘 시험해? 내가 보기엔 이태호 이 자식이 보면 볼수록 듬직하단 말이야. 네가 만약 기회를 잡아 이태호한테 시집간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백진수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태호가 전화 한 통으로 서전왕 같은 사람을 불러서 사람을 구하게 만든 다는 것은 이태호 자신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다른 건 제쳐두고 이태호와 서전왕의 친분만 봐도 이태호가 얼마나 어마 무시한 존재인지를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게다가 용의당은 그저 이태호가 관할하는 세력 중의 하나의 파벌에 불과하지 않은가?그러니 자신의 딸이 이런 사람한테 시집간다면 홍성시 성주부의 도련님한테 시집가는 것보다 열배 백배가 나은 게 아닌가?"아빠도 참, 정말 많이 변했어요!"백지연은 요사스럽게 백진수를 보고 머리를 굴리더니 말했다."알 것 같아요. 저번에 이태호가 전화 한 통으로 친구를 불러 그 친구인 서전왕이 사람을 데리고 와서 백가와 소령 동생들을 구출했잖아요. 그런 걸 보면 이태호와 서전왕이 각별한 사이가 분명하죠. 아빠도 참, 그러니까 저에 대한 태도가 바뀐 건 아빠가 이태호의 강한 실력을 발견했기 때문인 게 맞죠?"그리고 백지연은 얄미운 표정으로 백진수를 보며 계속하여 말했다."아빠가 저더러 이태호 멋쟁이한테 대시하라고 해서 정말 기쁘긴 하지만 그래도 아빠가 미워요. 흥!"말을 마친 백지연은 기쁜 마음을 안고 나비처럼 밖으로 훨훨 날아갔다."아유, 나를 미
"지연 아가씨,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어르신께 가서 아뢰도록 할게요."한 경호원이 들어오는 백지연을 보고 기뻐하며 말하고 있었다.신씨네 경호원들은 보아하니 신분이 높은 백지연을 다 알고 있는 듯하다.백지연은 다급히 답했다."다들 식사하고 계시는 거 아니에요? 제가 직접 가서 인사를 올릴 게요.""제가 모실게요, 어르신과 가족분들이 저쪽 정원에서 식사 중이세요, 오늘은 청운당 당주님도 오셔서 상을 많이 차리시고 꽤 많은 사람들로 모여 있을 거예요."그 경호원은 앞에서 안내하며 실실 웃고 있었다."청운 당주님도 온 거야?"백지연은 순간 멈칫하긴 했으나 별 생각 없이 경호원을 따라 어르신이 묵고 있는 별장 밖의 정원에 도착하게 되었다.그 시각 그곳에는 여러 상이 차려져 있었고 다들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려고 하는 중이었다."어르신, 혹시 여분의 수저가 있을 까요?"문 앞에 이른 백지연은 히죽히죽 웃으며 소리 높여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어머, 지연 아가씨였네요, 웬일로 이 시간에 여길 찾아 주시고? 수저야 얼마든지 있죠, 얼른 오셔서 자리에 앉으세요, 온다고 미리 말씀이라도 해 주시지, 그럼 기다리고 있었을 건데요."백지연이 들어서자 어르신은 더욱 흐뭇해졌다."뭘 좀 사려고 다른 곳에 들렸다 오다 보니 늦었어요, 어르신한테 주는 선물이에요, 받으세요."백지연은 어르신에게 두 가지 선물을 건넸다."어르신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아이고, 또 헛돈을 쓰게 했네요, 지연 아가씨가 우리 집에 놀러 온다면야 두 손 들고 환영인데 선물까지 사 오고 너무 서먹서먹해 보이게 그러세요, 다음 부터는 편하게 오도록 해요."어르신은 싱글벙글 웃으며 감격에 겨워 하면서 선물을 받아들였다."또 뵙게 됐네요, 지연 아가씨."보청운과 다른 일행들도 인사를 건넸다."아주 귀한 손님이 우리 집을 찾아 주셨네요."신승민과 신민석도 웃으며 걸어 와 인사를 했다."다들 예의 갖추지 말고 하던 식사를 계속하세요."그렇게 백지연은 미소를 지어 보이곤
백지연은 누구에게 선물 주는 것이 처음이라 긴장되었다. 혹시 신수민이 기분이 안 좋아서 안 받아 주면 어떡하나 걱정되었다.오자마자 뜬금없이 선물 공세에 신수민의 가족에게 줄 선물 위주라서 너무 티가 났다.신수민은 미소를 지으며 물건들을 받았다. "백 아가씨 고마워요. 예쁘고 좋아 보이네요. 마음에 들어요.""오세요. 여기 앉으세요!"신수민은 시녀가 가져온 그릇을 이태호 옆자리에 세팅하라고 지시하고 의자를 놓아주었다. 백지연을 그쪽으로 안내할 생각이었다."수민 언니 고마워요!"백지연은 내심 기뻐했다. 신수민은 마음이 넓잖아. 자기를 이태호 옆자리에 앉게 하다니. 이렇게 하면 자기와 신수민 두 사람 다 이태호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보아하니 신수민은 정말 괜찮은 여자였다. 이태호가 왜 그렇게 아내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언니 물건들 이리 줘요. 안으로 가져갈게!"이때 신수연이 웃으며 방금 자신이 받은 선물과 소지민이 받은 선물을 든 채로 다가왔다."그래!"신수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건을 건네주었고 신수연은 모든 선물들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갔다."큼큼, 백 아가씨 뭘 그렇게 많이 사 왔어요. 너무 많이 받아서 쑥스럽잖아요."자리에 앉은 이태호는 난처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술잔을 들고 말했다."자, 한잔합시다!"백지연은 이태호와의 술자리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는 잔에 술을 따르고는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 "그럼 건배 한번 해요. 우리 이번이 처음이잖아요."말을 마친 백지연은 자신의 잔을 이태호의 잔에 부딪치더니 쭉 들이켰다. 이태호는 입술이 다 떨렸다. 이 계집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사람 오해하기 쉽잖아.하지만 이태호는 그저 난처하게 웃더니 잔에 있던 술을 비웠다."백 아가씨 나이는 젊은데 술은 호탕하게 잘 드시네요."맞은 편에 앉은 신민석이 자신의 술잔에 술을 채우고 말했다. "백 아가씨, 이번이 우리의 처음이기도 한데 제가 한 잔 드릴게요."이번에는 백지연이 입술을 떨었다. "좋아요. 그럼 한잔
오늘 모두 기분이 매우 좋았다. 특히 신씨 집안 사람들의 기분이 더 좋았다. 백 아가씨와 청목당 당주가 직접 찾아와서 선물까지 주었다. 지금처럼 발전하기만 한다면 2년 안에 신씨 집안이 일류 세가로 되는 것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할머니도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것에도 불구하고 포도주를 2잔이나 마셨다."자, 계속 마셔요!"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딱 봐도 술에 취한 백지연이 계속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신수민은 나서서 말렸다. "지연 씨 그만 마셔요. 더 마시면 정말 취해요!""나 안 취했어, 더 마실 수 있어, 나 주량 좋아요!"백지연은 눈을 게슴츠레 뜨며 술에 취해 말했다.이태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계집에 딱 봐도 주량이 별로였다. 오늘 포도주를 이미 5병 비운 것 같은데 심하게 취하면 백 가주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백 아가씨, 인제 그만 마셔요, 취했어요."이태호는 살며시 흔들며 타일렀다."응, 시러!"백지연은 입술을 삐죽이고 이태호를 바라보며 애교를 부렸다. "나한테 뽀뽀하면 말 잘 들을게, 아니면 계속 마실 거야, 헤헤!"이태호는 순간 난처해졌다. 이 계집애 진짜 많이 취했구나! 이런 말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취한 것이 틀림없었다."큼큼, 정말 취한 것 같네요."옆에 있던 신수연마저도 난처해졌다. 이 계집애 진짜 못 이겨."어떡하지?"신수민은 눈썹을 찡그리더니 어떡하면 좋을지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허허, 백 아가씨 호탕하네요."보청운은 난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선생님 매력이 상당한 것 같아요. 이렇게 귀여운 아가씨의 사랑도 받고 말이죠."이태호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보 당주 그만 놀리세요. 그저 취해서 그러는 거예요.""취해도 마음은 밝아요."보청운은 웃으며 말했다."이 선생님 매력 있는 것은 좋은 일이에요.""씨, 너무 부럽잖아. 나한테 뽀뽀해 달라고 했으면 좋겠다."옆에 있던 신민석은 고개를 숙이고 속으로 뇌까
"이게..."신수민과 신수연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할 말을 잃었다.특히 신수민은 자기 남편의 허벅지가 다른 사람한테 안겨있는 것을 보고 몹시 난처해졌다."백 아가씨, 남녀칠세부동석, 여자들 부축받고 쉬러 가세요."이태호는 어이가 없어 백지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타일렀다.이태호도 너무 난처했다. 예쁜 여자가 자기 허벅지에 엎드려 있는 자세는 너무 민망했다.그보다 더 민망한 것은 자기 아내와 장인어른 장모님 앞에 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성주부의 아가씨라서 신분이 고귀하여 밀어서 떨어뜨릴 수가 없어서 그냥 타이를 수밖에 없었다."응, 안돼, 나 너랑 같이 있을 거야. 나 너 좋아하는데 너 몰랐지."백지연이 샌 발음으로 중얼거리며 이태호의 허벅지 위에서 자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취해서 헛소리 한 거야, 마음에 두지 마!"이태호는 신수민과 신수연을 보며 변명했다."태호야, 그냥 네가 부축해 드려라.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다른 사람은 안 되겠어. 너의 말만 들을 것 같아."신 씨 할머니는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기뻤다. 인제 보니 백지연이 이태호를 보통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 이태호, 빨리 백 아가씨 모시고 방으로 들어가!"소지민도 나서며 말했다."네, 그리하겠습니다!"이태호는 어쩔 수 없이 백지연의 어깨를 토닥이며 깨웠다."백 아가씨, 이제 손 놓으세요. 제가 방으로 데려갈 테니까 조금 자요.""자요? 좋아요, 나랑 같이 자는 거예요?"백지연이 드디어 손을 풀었지만, 이 한마디에 모든 사람이 제자리에서 굳었다.백지연이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데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제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이태호는 그 자리에서 쓰러질 뻔했지만 그래도 부축해 주며 설명했다."같이 자는 게 아니라 방에 데려가서 자게 한다는 거예요.""싫어, 같이 있어 줘. 같이 있어 달란 말이야!"백지연은 이번에 손에 술잔을 들고 말했다."아니면 한 잔 더 할래?"이태호는 술잔을 뺏고는 그냥 공주님 안기로 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