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백지연은 웅얼거리더니 눈을 감고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몇 분 뒤 이태호는 백지연을 안고 신수민이 살던 방으로 데려가 침대에 눕혔다.신고 있는 신발을 보더니 마지못해 벗어주었다. 그리고 비뚤어진 몸을 바르게 하고 일어서려고 했다.이때 백지연은 한 손을 이태호의 목에 감더니 말했다. "부드럽게 해줘, 나 처음이야, 무섭단 말이야!"이태호는 눈앞의 아름다운 여자를 눈에 담았다. 관능적인 입술과 아름다운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니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려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손을 내리고 머리를 세게 흔들고는 나가버렸다.이태호는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얼굴을 씻고서야 내려갔다."백지연도 참. 술에 취하면 이렇게 되는 거야?"이태호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피가 뜨거운 남자인데 미녀가 이렇게 유혹하면 누가 감당해 낼 수 있을까?거기에 백지은은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좋지, 그리고 온몸에서 흘러넘치는 그 젊은 에너지는 남자의 마음을 너무나도 쉽게 움직일 수 있었다. "백 아가씨 괜찮은 거지?"이태호가 돌아온 것을 본 신수민이 웃으며 물었다.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계집애를 침대에 눕혔더니 바로 자더라!" 라고 말하고는 계속 중얼거렸다."계집애가 주량도 안 좋은 게 술에 취해서 헛소리나 지껄이기나 하고 정말 어이가 없네.""진심일지도 모르잖아!"신 씨 할머니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말했다. "이태호, 사람이 너를 좋아해 주는 것은 좋은 일이야. 남자가 매력이 있는 게 좋지.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둔한 거야. 백 아가씨처럼 신분이 높은 사람이 좋아해 주는 건 네가 그만큼 매력이 많다는 뜻이야."신수민은 담담하게 웃었다. 할머니가 콕 집어서 말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태호에게 무엇을 암시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맞다. 오늘 너무 마시지 마. 내일 방문장을 올리러 가는데 늦으면 좋지 않아. 내일 아침은 일찍 출발해야 한다. 알겠지?"할머니는 다시 한번 당부했다."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절대로 지각
"보아하니 백 아가씨가 너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집으로 가는 길에 조수석에 앉은 신수민은 미소를 지으며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이태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농담조로 말했다. "에이 자기야.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취해서 헛소리한 거야. 근데 남편 잘 골랐다고 생각되지 않아? 내 매력이 장난이 아니지!" 이 말을 듣고 신수민은 참지 못해 웃었다. "그럼, 누가 고른 남자인데. 틀릴 수가 없어!"그녀는 궁금해서 물었다."맞다, 보청운의 선물이 뭐야? 내가 볼 때 그 사람 오늘 일부러 당신한테 아첨하러 온 것 같은데?"보청운 얘기가 나오자, 이태호는 웃음이 나왔다. "보청운은 똑똑한 사람이야. 용의당에서 구씨가문의 산업을 모두 우리 신씨 집안으로 인계한 것을 보고 미래가 유망해 보여 선물을 들고 찾아온 거야."하지만 신수민은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렇게 단순하지 않아 보여. 선물 주는 것도 있지만 너에게 준 선물이 유독 귀중해 보였어. 선물상자만 봐도 보통 물건 같지 않았어. 안에 무슨 물건이 들어있었어?"이태호는 옅게 웃었다. "보통 물건이 아니었지. 천년 묵은 영지버섯이야!""천년 묵은 영지버섯?"신수민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웃었다."영지버섯은 흔하지만 천년 묵은 것이라면 가짜 아니야? 몇 년 묵었는지는 누가 알아? 내가 볼 땐 백 년 묵은 영지버섯도 찾기가 힘들걸!"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 "자기야, 영지버섯은 많고 시장에서 비싸지 않은 것들도 있지만, 나 같은 수련을 하는 사람들은 영지버섯이 천년인지 아닌지는 느낄 수가 있어. 500년을 넘어서부터 영지버섯은 많은 영기를 응집하게 되는 거야. 천 년을 묵은 영지버섯 안에는 더 많은 영기가 응집되어 있어!""영기?"신수민이 말을 이었다."영지버섯이 천지와 해와 달의 기운을 흡수해서 어떤 기체를 품고 있는데 당신이 영지버섯을 먹고 그 기체를 흡수해서 능력을 올리고 강해지는 것을 말하는 거지?"이태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비슷해. 어떤 기체는 맞고
"세상에, 당신 처음에는 별로 안 받고 싶은 눈치였는데 그 물건을 보고 나서 눈을 반짝이더니 받았더라고. 좋은 물건인 줄 알았어!"신수민은 그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이태호는 웃었다."은재는 너무 어려서 못 마셔, 어머니 아버지가 드시면 적어도 수명을 10년 늘릴 수 있어. 자기는 절반 남겨둬서 마셔, 그리고 내가 간단한 운동 방법과 권법을 알려줄 테니 시간 나는 대로 연습해 봐!""그래, 우리 자기 최고야!"신수민은 기분 좋게 활짝 웃었다.곰곰이 생각한 신수민은 다시 입을 열었다."보청운은 이런 진기한 보물까지 내놓다니 돈 많이 썼겠다.""하하, 당신 남편이 그만큼 이용할 가치가 있단 말이지. 이런 세상이야. 능력이 없을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아."이태호가 크게 웃었다.이때 앞의 도로 위에 어떤 늙은이가 나타나 길옆의 나무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안돼!"이태호는 눈치를 채고는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았다."펑!"나무는 그대로 도로 위로 무너져 이태호의 앞길을 막았다."꺅!"신수민이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 자세히 보니, 이태호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나무에 깔렸을 것이다."세상에, 늙은이가 대단한데!"신수민이 늙은이를 발견하고는 놀라서 감탄했다."자기야, 방금 봤는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이 나무를 내려칠 때 손바닥에 은은한 하얀색 빛이 감돌고 있었어. 그것이 바로 영기야. 이 사람 아마 1급 기사일 것이야."이태호는 말을 하며 차에서 내렸다."보아하니 날 찾으러 온 것 같은데!""기사!"신수민은 놀라서 숨을 크게 들이고는 이태호를 향해 소리쳤다."여보, 조심해야 해!"신수민은 차 안에서 주먹을 꼭 쥐고 걱정스레 바라보았다.이태호가 강한 것은 알고 있지만 이 늙은이도 약해 보이지 않아서 누가 더 강한지 알 수가 없었다.
"보아하니 직업 킬러 같은데!"이태호는 차에서 내려 그 사람 있는 쪽으로 다가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서 담담하게 말했다.늙은이는 조급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은 채 이태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맞췄네, 젊은 친구 반응이 빠르군!""에이, 요즘에는 자꾸 킬러가 찾아오는데, 도대체 어떤 개자식이 고용한 것이길래!"이태호는 한숨을 쉬며 주먹을 살살 문질렀다."다들 내 손에서 죽었지만, 너무 성가시단 말이지!""허허, 다 네 손에서 죽었다고? 그럼, 전에 왔던 것들이 쓰레기인 거지!"늙은이는 허허 웃었다."이번에는 네가 죽을 차례다!""자신이 있어 보이네요!"이태호는 주먹을 만지며 말했다."네가 마지막이길 바란다!""그래?"늙은이는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순식간에 손바닥을 뒤집어 비도를 꺼내 힘껏 던졌다. 다섯 자루의 비도가 동시에 이태호를 향해 날아왔다.비도의 속도는 너무 빨라 잔상만 남겼다.이태호는 눈썹을 찌푸렸다. 이 늙은이는 야비했다. 만약 피한다면 비도는 그대로 날아가 차 안에 있는 신수민한테 날아갈 것이다.그는 이 비도 들이 그대로 차창 유리를 관통해 신수민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그래서 피할 수가 없었다."야비한 놈!"이태호는 싸늘하게 웃으며 두 손으로 다섯 자루의 비도를 번개의 속도로 모두 받아냈다."말도 안 돼!"늙은이는 이 상황을 보고 경악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섯 자루의 비도를 눈 깜박할 사이에 받아내다니 도대체 얼마나 빠른 거야.그 어떤 기사도 이런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이태호는 비도를 쓱 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역시 야비한 사람은 무얼 해도 야비해. 여기에 맹독을 발랐네, 살갗이 조금만 다쳐도 죽는 독, 맞지?""너..."늙은이는 경악했다. 이번의 목표는 도대체 무슨 사람이지? 한번 쓱 보았을 뿐인데 위에 독이 발라져 있다는 것을 알아채다니."돌려줄게!"이태호는 손을 휙 내저어 다섯 자루의 비도를 동시에 날렸다.속도가 올 때보다 더욱 빨랐고 각도도 더욱 빈틈
차 안에 있던 신수민은 이태호가 이렇게 빨리 킬러를 처리한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이 남자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었어!이태호는 다시 돌아와 좌석에 앉았다."여보, 멋있어, 내 이상형이야!"신수민은 이태호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팔을 끌어안았다. 소녀팬이 된 모습이었다. "나도 언젠가 이렇게 강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그건 조금 어려운 것 같은데, 하하하!""꺼져!"신수민은 눈을 흘겼는데 그 모습이 퍽 관능적이었다.같은 시각 하현우의 집은 철저하게 망했다. 모든 자산을 다 팔고도 4억의 빚이 남았다.옛날의 하현우 집에 4억은 큰돈이 아니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들에게 있어서는 참 골치 아픈 일이었다.인맥도 없고 돈도 없어서 작은 장사 같은 걸 하려고 해도 같이 해줄 사람이 없었다.거기에 빚쟁이들이 자주 찾아와 독촉을 해댔다."미치겠네, 재벌 이세한테 시집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얻은 것은 없고 내 청춘만 아깝게 낭비했잖아!"정희주는 친정집으로 돌아와 화가 나서 중얼거리기만 했다. 기분이 도무지 나아지지 않았다.정희주의 어머니 장다은은 옆에서 투정 부리기만 했다. "네가 사람을 잘 못 선택해서 그런 거지. 하현우 말고 이태호와 계속 같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이태호 집이 엄청 부자야."정준호도 끼어들었다."그래, 지금 살고 있는 별장이 20억이나 하더라. 거기에 슈퍼카도 있고 하루하루가 얼마나 편안한지 몰라. 그리고 지금 신씨 집안이 엄청나게 잘 나가고 있고 백씨 아가씨도 이태호를 좋아한대. 이 자식 무슨 운이 이렇게도 좋아!"부모님의 말씀을 들은 정희주는 점점 더 화가 났다.그녀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정준호에게 물었다."아빠, 나 이뻐?"정준호는 정희주가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당연히 이쁘지! 옛날에 학교 다닐 때 인기가 많았잖아.""그래?"정희주는 눈썹을 찌푸리고 잠시 생각하자 뭔가 좋은 방법이 떠오른듯했다.옛날의 이태호는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김지영과 장재원은 정희주와 하현우의 관계를 이용해 몇 개의 사업을 시작으로 지금의 부자로 된 것이다.하씨 집안의 일을 미리 알고 재빨리 하씨 집안에서 결재하지 못한 부분을 받아왔다.4천만 원의 손실은 있었지만 크지 않았다.장재원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정희주를 욕했다. 옛날에는 하현우가 부자라서 이태호를 버리고 하현우를 선택한 것이다.지금은 하현우가 몰락하고 이태호가 득세하니까 사랑을 되찾겠다는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낯짝이 얼마나 두꺼워야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을까.장재원은 속으로 욕을 했지만, 김지영과 정희주의 사이가 좋아서 그냥 웃어주었다."이건 좀 어렵지 않나? 너 하현우를 따라간 것도 모자라 결혼식에서 이태호에게 창피를 주었고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어. 이런 일들이 있었는데 어떻게 너를 다시 받아들이지?"하지만 정희주는 말했다."안 해보면 어떻게 알아? 옛날에는 나 때문에 감옥까지 갔잖아. 마음속으로 나를 너무 사랑했다는 증거야. 나를 잊지 못하고 있을지도 몰라. 나를 받아들인다면 난 첩 해도 돼."옆에 있던 김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이태호의 생각을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김지영은 잠깐 생각하더니 정희주를 향해 말했다."희주야, 지금 이태호가 너를 좋아하는지는 네가 가서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우리를 찾아와도 아무 소용이 없잖아."장재원도 따라서 말했다."맞아, 이태호가 너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이태호한테 물어봐. 우리도 잘 모르잖아."정희주는 인제야 부끄러워 말을 꺼냈다."내가 지금 찾아가면 나를 안 만나주겠다고 하면 어떡해? 그래서 찾아온 거야.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필요해. 너희들이 전화해서 보자고 하면 무조건 만나줄 거야."말을 마친 정희주는 김지영의 팔을 잡고 가여운 척 붕붕 흔들었다."지영아 나 좀 도와줘라, 응? 너희들이 아니면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어!"정희주를 본 김지영은 마음이 약해졌다."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오늘 저녁 서건우가 해외에서 돌아와서 동창 몇 명과 함께
하현우와 정희주는 돈도 많고 뽐내는 것을 좋아해서 번마다 계산을 대신 해 주었다. 그래서 김지영과 친구들은 둘을 자주 불렀다.지금 정현주는 하현우와 헤어졌고 하현우는 가난해졌다. 하현우는 어제도 찾아와서 돈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거절했다.그래서 이제는 계산해 줄 능력이 없는 정현주를 안 부른 것이다. 옛날에 주문할 땐 값싼 것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이번 모임은 김지영과 장재원이 주최한 것이라서 정희주를 부르기가 싫었다. 계산도 못 해주고 비싼 술만 주문할 게 뻔했으니까.당연히 곧이곧대로 말하면 안 되었다. 김지영은 잠시 주춤하더니 난처하게 웃으며 말했다."희주야, 우리는 너와 하현우가 방금 헤어져서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아서 안 부른 거야."장재원도 맞장구를 쳤다."그래 너도 서건 알잖아. 학교 다닐 때 너를 엄청나게 따라다녔는데 네가 안 좋아했잖아. 우리는 너를 생각해 줘서 네가 만나서 난처할까 봐 안 부른 거야.정희주는 이 말을 듣고 조금 감동했다."고마워, 내 기분을 생각해 줘서.""에이, 우리 사이에 그럴 것 없어. 너를 도울 능력이 되면 꼭 도와줄 거야."김지영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정희주는 이 틈을 타서 말했다."그게, 지영아 요즘 나 좀 힘든데 2천만 원만 빌려줘라. 내가 돈이 생기면 꼭 갚아줄게."이 말을 들은 김지영은 순간 얼굴이 딱딱해졌다. "희주야, 이건 좀 어려울 것 같아. 너도 알다시피 우리는 하씨 집안과의 거래로 먹고 살아. 지금 하씨 집안이 망하는 바람에 우리도 몹시 어려워. 몇천만 원의 빚이 있고 자금조달이 안돼서 고생하고 있어. 빌려줄 돈이 없어."장재원은 정희주의 목과 팔에 걸치고 있는 목걸이와 굵은 금팔찌를 보며 말했다."희주야, 돈이 모자라면 그 액세서리들을 팔면 돼. 그리고 집에 명품 가방들도 있잖아. 그것도 팔면 꽤 나올 거야."정희주는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럴 수밖에 없다.""그래 오늘 저녁 여덟 시, 술집 앞에서 만나자."김지영은 고민하더니 정희주를 향해 말했다
"저녁 시간이 다 돼 가는데 이태호한테 올 수 있는지 전화해 보지 그래?"이태호가 식사 자리에 나타나지 않을 까 불안했던 정희주는 재차 김지영에게 조르고 있었다."알았어, 재원아, 저녁 시가 다 돼 가니까 이태호한테 전화나 걸어 봐."김지영은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덧붙였다."동창들끼리 모여서 모임 좀 가지자는데 설마 막 인정머리 없이 거절하진 않겠지?"장재원은 그제서야 스피커 버튼을 누르고 이태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신수민을 데리고 집에 막 도착했던 이태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장재원인 걸 확인한 그 순간 의아해졌다. 비록 같은 학교에서 다녔었긴 해도 줄곧 연락도 뜸했었던 그를 지난 번 정희주 결혼식에서 마주쳤었다. 그 당시 소란이 잠잠해진 후 그와 김지영의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가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과시하며 은근 우쭐대는 태도로 얘기를 하고 있었던 기억이 새삼 생각났던 것이다.반면 김지영은 결혼식 사건 이후 본인에게 진심으로 타이르며 걱정도 해 줬었던터라이태호는 전화를 받기로 결정했다."여보세요, 재원이구나, 무슨 일로 연락했어?"이태호는 자연스레 인사를 건넸다.그의 목소리를 들은 정희주는 바짝 긴장해졌다.장재원은 식사를 초대했다."다름이 아니라 서건우도 막 귀국했거든, 오랫동안 못 본 동창들끼리 어디 가서 한 잔 할 까 하는데 시간 괜찮으면 나오지 않을래?""그래, 알았어."곰곰히 생각해 보니 저녁에 다른 약속이 잡혀 있지 않았던 이태호는 흔쾌히 응했다."저녁 여덟시니까 지각하지 마, 제대로 한 번 마셔보는 거다."기분이 좋아진 장재원은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진짜로 온대! 너무 잘 됐다."김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정희주에게 힘을 불어 넣었다."너 말대로 너희들이 연애를 삼년이나 했고 너 말이라면 끔뻑 죽는 시늉도 할 정도로 이태호가 얼마나 지극정성이었냐, 저번 결혼식에서도 아직 너에 대한 마음이 남아 있으니까 난장판을 버린 걸수도 있잖아, 어찌보면 오늘 밤이 너에게 있어서는 최고
정원에서. 대장로는 고개를 들고 뒷산의 산꼭대기에 나타난 영기의 소용돌이를 바라보면서 경탄을 금치 못했다.“자네 부녀 둘은 정말 괴물이야.”이에 남두식도 맞장구를 쳤다.“그러게 말이야. 태호가 방금 우리 천청종에 왔을 때 무황급 수사에 불과했는데 짧은 시간에 우리를 데리고 창란 세계로 왔고 태일종에 입문한 지 1년 만에 또 중주로 가게 됐네.”지난 일들을 회상하면서 남두식은 탄식해 마지않았다. 사람과 사람의 격차가 이렇게 클 수 있단 말인가?당시 그는 천청종의 종주였고 이태호는 방금 무황 경지로 돌파한 수사였다.신은재는 막 수련을 시작한 상황이었다.그러나 지금 이태호는 2급 성자 경지로 돌파하였고 태일종의 젊은 세대에서 적수가 없는 존재로 되었다. 그의 딸인 신은재도 2급 존황 경지로 돌파해서 머지않아 자신을 따라잡을 수 있게 된다.대장로와 남두식 두 사람이 감탄하고 있는 모습을 본 이태호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할 수 없죠. 워낙 천부적 재능이 뛰어나서 사용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그가 존황 경지로 돌파한 후 혼돈 신체, 이른바 신체 랭킹에서 10위 내에 드는 대단한 체질을 각성했다.신은재는 존황 경지로 돌파한 후 선골 도기(仙骨道基)를 각성하였는데 그의 혼돈 신체보다 더 훌륭한 체질이었다.중주 같은 성지에 있어도 신은재는 각 성지의 신자, 성녀로 될 자격이 있으며 성지의 어르신들이 서로 쟁탈하는 상대로 될 것이다.대장로가 이태호의 말을 들은 후 쓴 웃음을 지었다.그의 자질은 종문 내에서 중상 수준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태호와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다.천부적 자질은 하늘이 정한 것이라 부러워해도 소용이 없었다.이들이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뒷산의 상공에 있는 영기의 소용돌이가 점차 흩어졌고 이어서 2급 존황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졌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은재가 성공적으로 돌파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아니나 다를까.정원에서 잠깐 기다린 사이에 한 빛줄기가 뒷산의 상공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그의
이태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자 기분이 상쾌하고 숨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그가 수련할수록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 경지의 장벽이 점차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이태호는 이제 곧 2급 성자 경지로 돌파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가부좌 자세로 앉아서 끊임없이 공법을 운행하면서 태을영단의 약효를 흡수하였고 자신의 내공으로 제련하였다....이틀 후, 이태호가 태을영단의 마지막 약효를 완전히 흡수한 후 그의 기운이 갑자기 요동치면서 주변의 공간이 부서졌고 모든 것이 산산조각으로 깨졌다.그는 온몸이 지수화풍(地水火風)에 휩싸인 것처럼 같았고 보이지 않는 장벽을 느끼면서 미친 듯이 공법을 운행했다.“파하라!”그가 큰 소리를 지르는 순간, 머릿속에서 도자기가 깨지는 듯한 ‘쨍그랑’ 소리가 들렸다.이와 동시에 주변에 있는 천지의 힘은 미친 듯이 그의 체내로 밀려들어 갔다. 그의 웅장한 산악과 같은 기운이 다시 치솟아 오르면서 지극히 무시무시한 느낌을 주었다.같은 시각에 그의 내공도 1급 성자 경지에서 순조롭게 2급 성자 초기 경지로 돌파했다.이태호가 돌파한 순간, 기운이 밖으로 발산하면서 그의 주변에서 수 장 범위 내에 있는 공간을 모두 초토화시켰다.드디어 2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이태호는 속으로 매우 기뻐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경지가 높을수록 필요한 수행 자원도 많아졌다.특히 이태호처럼 신체를 각성한 천교는 더욱 그러했다. 자신과 같은 경지의 수사들을 짓누르고 같은 또래를 넘어서려면 수많은 수행 자원이 있어야 했다.돌파할 때 발산한 기운을 수렴한 후 이태호는 신식으로 체내를 살펴보았다. 온몸의 기혈이 들끓어 있고 심장이 천둥처럼 박동하고 있으며 피부가 건강한 구릿빛을 띠어 있어 기혈이 팽배하고 진룡처럼 단단한 느낌을 주었다.이에 이태호는 마음속으로 희열을 느꼈다.그는 일어나서 기지개를 켠 후에 연공방에서 나왔다.그러나 그가 연공방에서 나오자마자 뒷산에서 누군가 경지를 돌파하려는 기운을 내쁨고 있는 것을 느꼈다.이런 이상 현상을 감지
지금 신수민 등은 아직 7급 파경단을 복용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지만 일단 가지고 있으면 유비무환 할 수 있다.잠시 휴식을 취한 후, 이태호는 다시 연천로를 달구고 단약을 정제하였다. 이번에 그는 자신을 위해 중급 7급 단약 태을영단을 정제하고자 하였다.태을영단은 중급 7급 단약으로, 성자급 수사의 내공을 증진하고 천지의 힘을 응결해 주는 효과가 있다.성자 경지로 되면 육신을 단련하고 신혼을 제련하며 내공을 증진하려면 수많은 천지의 힘이 있어야 한다.오직 육신을 금신무구(金身無垢)로 단련하여 온몸의 뼈와 피를 모두 황금빛이 나는 비범한 경지로 진화시켜야 일격에 수십 리의 영역까지 폭파할 수 있다.신혼을 양신으로 제련하면 햇빛이 두려워하지 않고 무도(武道)의 참뜻을 더욱 빨리 깨달을 수 있다.무도의 참뜻이 자신과 융합하면 성왕 경지로 돌파하는 때가 된 것이다.태을영단은 바로 성자급 수사를 도와 천지의 힘을 제련할 수 있는 단약이다. 등급이 높기 때문에 태일종 내에서 윤하영만 겨우 만들 수 있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이태호는 탁한 기운을 천천히 내뱉었다. 그는 먼저 숨을 죽이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온몸의 기혈이 왕성해지자 연단하기 시작했다. 그가 귀한 천재지보들을 하나둘씩 연천로에 던진 후 두 손으로 결인을 하였다. 그는 마치 바람을 일으키는 풀무처럼 주변 공간에 있는 천지의 힘을 모두 끌어모았다.“촤르륵!”많은 천지의 힘이 모였고 뜨겁게 타오르는 영화는 쉴 새 없이 주변 공간을 달구었고 지글거리면서 비틀어지게 하였다. 연천로가 모든 영약을 영액으로 만든 후, 이태호는 다시 결인을 해서 체내의 단전에 있는 수많은 천지의 영기를 바닷물처럼 단로에 부어 넣었다.이런 상황이 무려 수일 동안 지속되었다.이태호가 신식으로 단로에 있는 영액이 점차 모아서 형태를 이루는 것을 발견하자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마지막에 또 이틀 더 기다렸다. 연천로가 흔들거리면서 눈부신 황금빛을 뿜어내자 단로 뚜껑이 서서히 올라갔다. 다음 순간, 금단처럼 찬란하게 빛난 아홉
강호는 서로 싸우고 죽이는 곳만 아니라 세상 물정도 알아야 하는 곳이다.그들이 전에 이태호에게 여러 가지 자원을 투자했을 때 이태호가 장차 태일종의 소중주로 될 가능성이 있어서 미리 투자하고 친분을 쌓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이태호가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하여 중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도 같이 갈 수 있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평소와 같으면 그들이 9급 성자 경지의 봉주와 장로로서 중주에 가서 수련하려면 산수의 신분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중주 지역은 여러 세력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어서 산수의 신분으로 살아남기가 어려운 곳이었다.성자급 수사들은 각 종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지만 오직 성왕급 수사만이 말할 자격이 있다.이태호의 약속을 받아낸 맹동석 등은 대전에서 이태호와 잠깐 얘기를 나누다가 떠났다.맹동석 등이 떠난 모습을 보면서 이태호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이번에 우연히 몇몇 봉주들의 믿음을 얻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방금 그는 맹동석 등의 겸손한 말투에서 중주로 가게 된다면 그들은 자신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생각을 알아챘다.9급 성자급 장로들의 도움이 있다면 그가 태일성지에 들어가서 빠르게 자신의 실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둔 이태호는 천천히 일어나서 연공방으로 들어갔다.이제 성공 전장에 갈 시간이 한 달 남짓 남았다. 이태호는 지체하지 않고 신수민 등에게 6급 단약들을 만들어 준 후, 자신도 폐관 수련을 해서 2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계획이었다.2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면 더 자신 있게 성공 전장에 갈 수 있을 것이다.연공방에 도착한 후 이태호는 우선 연천로를 꺼냈고 영화를 발동하면서 뜨겁게 달궜다.이어서 그는 여러 가지 영약들을 꺼내서 차례대로 앞에 놓았다.“7급 영약, 사엽화(四葉花).”“7급 영재, 만년 영옥수(萬年 靈玉髓).”“7급...”짙은 향기를 풍기거나 찬란한 영광을 발산하는 천재지보들이 이태호의 앞에 나타났다.이런 영약들은 대부분
맹동석은 그의 말을 듣고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하하. 태호야, 우리가 너와 함께 태일성지로 갈 수 있는지 알기 위해서 찾아온 거야.”방금 연태건 등이 영약이나 영보로 이태호와 함께 중주로 갈 기회와 바꾸려는 것도 중주의 태일성지로 들어가기 위해서였다.맹동석 등도 마찬가지였다.태일성지는 중주 지역에서 으뜸인 최상급 대세력이니까. 비록 그들이 태일성지로 들어가면 이태호처럼 바로 내문 정예 제자나 서열을 가진 진전 제자로 될 수 없지만 일반 제자로 되더라도 산수(散修)보다 나았다.더구나 중주의 수행 문명은 아주 번창해서 천남을 훨씬 능가했다.중주에서는 성왕이 되어야 입문한 셈이고 성황이 되어야 각 종문의 고수로 될 수 있다.심지어 역사가 유구한 고족(古族), 성지에는 위선급의 늙은 괴물도 존재했다.지금 맹동석 등이 9급 성자 경지에 오랫동안 정체되어 성왕 경지로 돌파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계속 천남 지역에 머물러 있으면 허무맹랑하게 기연을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성왕 경지로 돌파할 수 있는 계기가 언제 나타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그래서 이번에 맹동석 등이 이태호를 찾아온 것은 자연히 이태호를 따라 중주에 가서 수행하면서 성왕 경지로 돌파할 계기를 찾기 위해서였다.맹동석의 말이 끝나자 옆에 앉아 있던 윤하영, 진남구 등도 허리를 곧게 펴고 목을 길게 빼면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를 본 이태호는 문득 웃지도 울지도 못한 상황에 부닥쳤다.그가 ‘태일성지’ 영패를 받을 때 이미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했다.맹동석 등이 겨루기 대회 전에 그를 도와준 걸 당연히 잊지 않았다.진남구가 그에게 오도석을 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대도를 깨닫고 혼돈 검영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연마할 수 없었을 것이다.더구나 고준서를 이기고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맹동석 등이 말하지 않아도 그는 이들에게 같이 중주로 가자고 청했을 것이다.목을 길게 빼고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윤하영 등을 보면서 이태호는 방긋 웃으면
이태호는 연태건 등의 꿍꿍이가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이 꺼낸 영약을 사물 반지에 넣었다.“좋아요. 그럼 저는 영약들을 모두 받을게요.”입에 떨어진 고기를 당연히 남에게 양보할 리가 없었다.이태호가 영약을 받은 것을 보자 연태건 등 다섯 명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이태호가 전에 그들과 생긴 오해를 풀고 싶다는 것을 증명하였다.그들이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이태호를 따라 중주로 갈 기회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여기까지 생각한 연태건은 저도 모르게 호방한 기세가 충천하여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태호 군, 중주로 갈 때 20명을 데리고 갈 수 있는데 인원은 결정되었는가? 만약 자리가 남았다면 내가 거금으로 한 자리를 사겠네!”연태건이 말을 마치자 옆에 있는 임중안, 이상현 등 봉주들도 연달아 자원, 영보 등으로 태일성지로 갈 수 있는 기회와 바꾸겠다고 하였다.맹동석은 진정한 의도를 드러낸 연태건 등을 보자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그럼 그렇지. 오늘 왜 찾아왔나 했더니 중주로 가기 위해서였구나! 퉤!! 연태건, 네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맹동석 등이 흥분되어 욕설을 퍼붓는 것도 어쩜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그들이 전에 이태호에게 여러 가지 자원을 지지해주는 이유가 무엇일까?투자의 보답을 바라는 것이 아닌가?지금 이태호가 중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는 20명을 데리고 태일성지로 가서 수련할 수 있었다.다시 말하면 맹동석 등도 이태호를 따라서 중주에 갈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성지 같은 최대 세력에 가입할 수 있다면 중주에 가서 산수(散修)로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이태호가 연태건 등의 진정한 목적을 알고 나서 눈살을 찌푸렸다.그가 들고 있는 ‘태일성지’의 영패로 20명을 데리고 중주의 태일성지로 들어갈 수 있다.영패를 들고 있는 그가 성지에 들어가면 바로 정예 제자, 심지어 서열 있는 신분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기타 20명은 일반 제자의 신분을 가질 수 있다.일반 제
방금 요광섬의 진법을 통과한 맹동석은 이태호가 연태건 등 다섯 명도 초대한 것을 보자 몸을 돌려서 퉁명스럽게 말했다.“아니, 저 사람들을 그냥 밖에 내버려두지!”옆에 있는 진남구도 맞장구를 쳤다.“맞아. 임중안 저 늙다리가 널 다치게 할 뻔했잖아. 이런 나쁜 놈을 왜 안으로 들였어?”욕 한 바가지를 먹은 연태건 등 다섯 명의 얼굴색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앞장선 연태건은 심호흡하고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아첨하는 웃음을 지었다.“하하. 태호 군, 그건 오해였네.”옆에 있는 임중안도 우는 것보다 더 보기 싫은 웃음을 지으면서 뻔뻔스럽게 말하였다.“싸움 끝에 정이 붙는다는 속담이 있잖아.”지금 이태호는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했고 ‘태일성지’의 제자로 되어 중주로 갈 수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아부할 겸 오해를 풀기 위해 찾아왔다.사실 그들의 내공은 거의 한계에 이르러서 성왕 경지로 돌파할 날만 기다렸다.그러나 천남 지역에서 성왕 경지로 돌파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천남은 중주에 비해 천지의 영기든, 여러 자원이든 모두 많이 부족했다.전에 그들이 고준서를 지지한 이유가 무엇이겠어?당연히 고준서를 따라 태일성지에 들어가서 수련하기 위해서였다.지금 연태건 등 다섯 명이 요광섬에 찾아온 것도 이태호와 오해를 풀기 위해서였다.이에 이태호는 무덤덤하게 말했다.“됐어요. 이왕 오셨으니 같이 들어가시죠.”이에 옆에 있는 맹동석 등은 모두 콧방귀를 뀌었다. 다만 이태호의 체면을 봐서 발작하지 않았다.이태호는 말을 마치고 나서 맹동석 등을 데리고 곧바로 대전에 갔다.이들이 대전에 도착한 후 이태호는 허지아에게 따뜻한 차를 올리라고 분부했다.이태호는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자기 오른쪽에 앉아 있는 연태건 등 다섯 명을 보고 입을 열었다.“연 봉주님은 무슨 일로 오셨죠?”차를 들고 마시려던 연태건은 멈칫하더니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그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하하. 태호 군, 우린 오해를 풀기 위해 찾
지금 상급 영보는 이미 이태호의 눈에 들어가지 않았다. 보통 하급, 중급 영보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영약을 놓고 말하면, 7급 영약 중에서도 희귀하고 귀중한 영약이 아니면 이태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한용운의 말을 듣고 이태호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었다.“한 사제가 이렇게 믿어주니 제가 당연히 협조해야죠. 그런데 미리 말하지만 정말 신선으로 되는 기연이 있다면 저는 봐주지 않을 거예요.”이에 한용운의 원래 무거웠던 마음이 문득 가벼워졌다. 그는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정말 신선으로 될 기연이 있다면 이 사형이 당연히 쟁취할 수 있죠. 어차피 내 실력으로 다른 천교와 다투기 힘들 거예요.”한용운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창란 세계 13주의 천교들이 모두 성공 전장에 모이게 된다. 비록 그의 천부적 자질은 괜찮다고 할 수 있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그보다 출중한 자질을 가진 자들도 많았다.그렇지 않으면 그가 요광섬에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자기의 일을 다 처리하자 한용운도 일어나서 가려고 하였다.“이 사형, 난 한 달 내에 성자 경지로 돌파하기 위해 폐관하려고 해요. 그럼 이만 갈게요.”옆에 있는 권민정도 일어나서 일이 있다면서 떠나겠다고 하였다.그래서 이태호는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두 분을 만류하지 않을게요.”한용운과 권민정이 떠난 것을 지켜본 후 이태호는 연공방에 들어가려고 하였다.그가 정원 중앙에 이르렀을 때 요광섬 밖에서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다.“태호 군이 있는가?”이태호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보니 제5봉의 봉주 연태건, 그리고 제1봉, 제2봉, 제3봉, 제4봉의 봉주들이 요광섬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연태건이 온 것을 보자 이태호는 미간을 찌푸리고 눈썹을 약간 치켜세웠다.사실 그는 연태건에 대해 별로 호감이 없었다.전에 종문 겨루기 대회 때 연태건은 맹동석을 여러 차례 조롱하면서 자기를 단지 운이 좋고 실력이 강한 개미에 불과하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때 연무대 위
아니나 다를까.권민정은 이태호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기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고급 6급 연단사로서 지금 단도에 심취해 있었다.단도에서 이태호에게 진 후 권민정은 이태호를 따라잡으려고 분발하였다.이번 성공 전장이 아주 좋은 기회였다.그녀가 문도과를 얻어서 7급 문도단을 제련해 내면 내공을 높이거나 단도를 돌파하는 데 모두 도움이 될 것이다.만면에 희색을 띤 권민정을 보자 이태호는 시선을 옆에 있는 한용운에게 돌렸다. “한 사제, 이번에 날 찾아온 목적은 무엇이죠?”이에 한용운은 싱긋 웃었고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말했다.“하하. 이 사형이 눈치챘군요.”한용운은 말을 잠시 멈추고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갑자기 일어서서 정중한 표정으로 이태호를 향해 포권을 취하였다.“이 사형, 이번에 확실히 부탁할 일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나에게 성공 전장의 보물지도가 있는데 신선으로 되는 기연과 관련이 있다고 해요...”이윽고 이태호는 한용운의 설명에서 그의 목적을 알게 되었다.한용운의 한 선조가 수백 년 전에 성공 전장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보물을 숨긴 곳을 찾아냈다. 그러나 그곳을 지킨 흉수가 너무 사나워서 그 선조는 할 수 없이 경로를 지도로 그려서 가문의 후손이 성공 전장에 들어가면 그 기연을 찾아가기를 바랐다.한용운은 가문으로부터 지도를 받고 자세히 연구를 진행한 후 이 기연은 신선으로 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그는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서 그 기연을 얻지 못할 것 같아서 차라리 이태호에게 공유해서 도움을 청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한용운에게 성공 전장의 지도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후 이태호는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의아한 표정으로 한용운을 바라보고 반문하였다.“어? 한 사제는 나를 그렇게 믿어요?”이태호의 질문에 한용운은 쓴웃음을 짓고 잠시 멈칫하고는 말을 이어갔다.“당연히 이 사형을 믿죠.”지금 한용운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태일종에서 성공 전장에 들어갈 수 있는 제자는 5명에 불과했다. 그와 권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