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님과 태수님이 여긴 어쩐 일로 오게 되신 거예요?"신씨네 어르신은 향무당을 삼키고 일류 명문들의 세력을 훨씬 넘어섰으나 성주부에 비하면 아직은 차이가 좀 나는 용의당의 현재 세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그러니 이태호와 나란히 들어선 범용과 태수를 보며 경악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범용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마침 이태호씨랑 근처에 있는 술집에서 술자리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내의 전화를 받은 이태호씨에게 이 늦은 시간에 혹여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겼을 까봐 같이 오게 된 거고요."그의 말에 신민석은 주먹을 불끈 쥐며 캐물었다. "말도 안 돼, 이태호 저 놈이 아까 어떤 여자를 품에 안고 나가서 호텔을 잡고 그 여자랑 밤자리를 같이 하려고 했을 건데? 그렇게 바빴을 텐데 당신들하고 밖에서 술자리를 나눈 다는게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서로 만난 지도 얼마 안 되고 술도 얼마 안 마신 거 아니예요?"순간 얼굴이 굳어진 범용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신민석에게 되물었다. "지금 신도련님이 하시는 말씀은 저 범용이 거짓말이라도 내뱉고 있단 뜻인가요? 저희하고 이태호씨는 저녁 여덟시쯤에 만나 지금까지 술자리를 함께 했는데 말이죠.""그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러죠, 전에 우리하고 여기에서 계속 함께 있었거든요, 술 접대하던 네 명의 여인들이 증언할 수 있어요."범용이 이태호를 도와 주고 있다는 낌새에 신민석은 문득 말을 덧붙였다."내가 여기에서 뭘 하고 있었는데?"이태호는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소지민은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즉시 말했다. "거 봐요, 신민석 저 놈이 우리 사위한테 죄를 뒤집어 씌워 돈을 안 주려고 하는 노릇이라니까요, 돈을 펑펑 써 놓고 안 주는 것도 모잘라 이젠 우리 사위까지 모함하다니 정말로 못 된 사람이에요."곧이어 소지민은 이태호에게 말을 이었다. "태호야, 저 신민석이 너가 오전에 제갈씨네 어르신의 불편한 다리를 치유해 준 보상으로 백 구십억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저 놈을 여기로 같이 술 마시자고 요청했다고
난폭한 성질이 순식간에 치밀어 오른 태수는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 한 손으로 신민석의 멱살을 잡고 높이 들어 올렸다. "너 이 자식, 감히 나를 모욕하는 거야? 오늘 나한테 제대로 한 번 얻어터지려고 환장한 거야?""아니에요, 제가 언제 거짓말이라고 했나요, 제가 잘못했어요, 살려 주세요."겁에 질린 신민석은 황급히 용서를 빌었다.태수는 그를 소파에 내팽개쳤다. "좋아, 이따 그 몇몇 여자애들한테 물어보면 알겠지, 너가 아가리를 함부로 놀렸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손모가지를 잘라 버릴라니까."범용과 태수가 화난 모습을 보니 거짓말을 했을 리가 없다는 생각에 신씨네 어르신은 얼굴을 찡그리며 잠시 어리둥절해졌다.허나 신민석의 성격에 쉽게 들통날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할 사람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누가 한 말이 진실인지 어르신은 확신이 가지 않았다.그러나 이태호가 큰 인물인 두 사람과 이제껏 술자리를 함께 했으니 사이가 돈독하다는 뜻이고용의당 또한 신씨네 집안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어르신은 멍해 있던 것도 잠시 이내 결정을 내렸다.바로 그때 술 접대했던 네 명의 여자들과 두 명의 종업원이 방에 들어섰다."너희들, 오늘 밤 이태호를 접대한 적 있어? 여기 룸에 와서?"마사장이 이태호를 가리키며 여섯 명에게 물었다.신민석은 속으로 고소해하고 있었다. 이태호가 이번에 구렁텅이에서 빠져 못나갈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런데 그 여섯 명의 여인들이 이태호를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오늘 저 분은 여기에 온 적이 없는데요.""맞아요, 오늘은 저기 신도련님이 남자 두 명과 여자 세 명을 데리고 오셨었어요, 술도 엄청 많이 주문했고요.""저도 같이 있었어요, 술자리에서 신도련님이 그 여자들한테 이태호를 모함할 거니까 증언하라면서 이태호는 바보니까 여기서 사용한 돈을 전액 지불하게 할 거라고 했었어요,"몇몇 여인들은 실제로 있었던 일마냥 한마디씩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 장면을 보고 신민석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저 여자들, 저
"저 여자들이 거짓말을, 거짓말을 하는 건데..."납득이 안 되는 신민석은 여전히 술 접대했던 여자애들을 가리키며 중얼거리고 있었다."팍!"곧이어 태수는 재차 뺨을 내리쳤다. "아직도 변명하고 지랄이네, 나하고 범용이 널 속인다는 거야? 아까 당주님이 이태호씨와 같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하는데도 계속 이태호씨를 모함하고 있는 걸 보니 아주 간땡이가 부을대로 부엇구나 너." 신민석의 입가에는 피가 흘러 내렸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서 이태호에게 덤탱이를 씌울려고 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한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범용과 태수가 나서서 이태호를 이렇게 돕고 있는데 그런 그들을 어찌 감히 건드릴수 있겠는가 말이다."제 머리가 잠시 어떻게 됐나 봐요, 아침에 이태호한테서 백 구십억을 얻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어쨌든 돈도 많은데 계산 좀 해달라고 하면 들어 줄거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이태호를 골탕 먹이려고 한 거예요."신민석은 억울함을 참으며 고개를 숨기고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답할 수 밖에 없었다.'쪽팔리게 정말."어르신은 신민석을 매섭게 쏘아보다 마사장에게 입을 열었다. "마사장, 구 억이 적은 돈도 아니고 어떻게 좀 깎아 줄 순 없나?"마사장은 이마를 찌푸리며 답했다. "저한테 그럴 권리가 없어서요, 총지배인한테 한 번 여쭤 볼게요."마사장은 재빨리 총지배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곳의 상황을 대략 설명해 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총지배인이 들어섰고 범용과 태수가 자리에 있는 걸 보자 숨을 들이 마시며 범용에게 인사를 건넸다. "당주님, 태수님."이때 이태호가 범용에게 다가와 물었다. "당주님, 여기 술집도 용의당의 자산이라고 하던데 제 얼굴을 봐서 할인 좀 해 주시면 안 될까요?"여기가 용의당의 자산이고 이태호가 나서서 사정을 했으니 적지 않은 돈을 아낄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신씨네 어르신과 신승민은 마음속으로 기뻐졌다.기대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들을 훑어보곤 범용이 담담하게 답했다. "좋아, 이태호씨가 직접 부탁을
"그럼요, 내일 아침 제시간에 도착하도록 할게요."이태호는 미소를 지으며 곧 범용 등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어르신도 술갑을 지불하고 나와선 이태호가 범용과 태수랑 웃고 떠드는 장면을 보고 뭔가를 더욱 확신을 내린 듯했다.그렇게 다들 범용과 태수가 떠나는 것을 지켜 보았다."태호야, 오늘은 사억 오천이나 아끼고, 이게 다 네가 나서서 사정해 준 덕분이구나."어르신은 칭찬이 가득 담긴 말투로 이태호를 보며 웃고 있었다.그러자 이태호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범용 저 사람이 워낙 대범한 사람이라서 그래요, 전에 어머님 병치료를 해 줬을 때도 형, 동생 사이로 지내자면서 무척 흐뭇해하셨거든요."그의 말에 어르신은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그거 참 잘 된 일이구나, 너하고 범용씨가 그렇게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면 앞으로 일류 명문들도 신씨네 눈치를 보며 함부로 건드리지 못 할테니 말이야."소지민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 딸이 사람 보는 안목이 이렇게 훌륭하다니까, 몇 년전에는 우리 사위가 잠재력이 높은 사람이라는 걸 아예 생가지도 못했단 말이지."옆에 있던 신수민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집안 사람들이 이태호를 승낙하는 걸 보니 마음속으로 안정이 되는 것만 같았다.적어도 몇년 간의 집념이 현실로 이루어졌으니 말이다.그때 어르신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신민석을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이젠 눈에 뵈는 것도 없다 이거야? 와인을 얼마나 시킨 거야 대체? 쪽팔리지도 않아?""할머니, 그게..."이태호를 갈취하려던 계획이 밑천도 못 찾고 끝나버렸던 신민석은 변명을 더 해보려다 한숨만 내쉬고 입을 닫았다.범용과의 돈독한 관계로 여기가 범용의 술집이라는 걸 분명 미리 알고 예약했을 이태호를음해하려고 했다가 되레 처음부터 철저히 계획을 짜고 있던 이태호에게 당해 버린 것이다."술집 문 앞에서 창피하게 서 있지만 말고 얼른 가자, 궁지에서 빠져 나올려고 이 한 밤중에 우리를 여기까지 불러 낸걸 보면 너도 참."어르신이 마지막으로 불만을 토하
이태호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눈치가 빨라, 자기를 속일 수가 없다니까."신수민은 오히려 웃으며 답했다. "우리 엄마는 단순해서 딴 생각은 못하지만 할머니는 흘러 가고 있는 상황을 어느정도 파악했을 거야, 근데 할머니한테 있어서는 당신이 이 술집에 왔었다고 해도 용의당과 친하다는 걸 알았으니 굳이 누설하진 않을거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이태호도 그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사실 자기가 신씨네 집안에서 쫓겨난 다음에 신민석 그 놈이 자기와 부모님을 많이 괴롭히고 다녔었잖아, 심지어 좋은 직장도 못 찾고 배달일밖에 못 하도록 압박하기도 했었고, 그래서 오늘 이 기회를 삼아 골탕을 먹이려고 했었던 거야."그러곤 머뭇거리다 이태호는 말을 덧붙였다. "애초에 그저 술자리를 함께 하다 술값을 혼자 다 뒤집어쓰게 하려고 중간에 도망칠 계획이었어, 근데 이 놈이 사람을 왕창 데리고 와서는 술을 엄청 주문해 놓고 나를 취하게 만들려는거야, 나도 일을 이렇게 크게 벌일 생각은 아니었어."이태호는 맹락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여기서 팩트는 그 놈이 여기가 용의당 범용의 술집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거지, 더욱이 내가 몰래 튀었다는 사실조차도 말이야."그의 해명에 신수민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이 여자에게 홀리는 타입이 아니니까 다행이지, 안 그러면 신민석 저 놈 몇 십억이나 갈취하려고 했을 걸, 욕심이 너무 많아."신수민의 아름다운 미소에 반해버린 이태호는 앞으로 나아가 허리를 껴안았다. "아니, 옆에 아름다운 와이프가 있는데 그런 속물적인 여자들이 눈에 들어올리가 있어?""사람들 보는데서 이렇게 껴안으면 어떡해?"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신수민은 이게 다 신민석 본인의 자업자득이고 하니 교훈을 준 셈 치고 이태호를 탓하진 않았다.만약 신민석이 몇 천만원어치만 사용했다면 설령 이태호가 도망갔더라도 여기에 갇히진 않았을 것이다. 마음을 곱게 먹었어야 이렇게까지 비참한 결과를 맛보진 않았을 건데...어찌보면 오늘 이태
실제로는 범용과 태수가 본인을 따라다니며 인맥을 쌓고 싶어한다는 걸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신수민을 보며 이태호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아까 어머님이 예물을 엄청 급해 하시던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입금해야 되겠어, 어차피 별 큰 돈도 아니고 하니까."고민에 잠겨 있던 이태호가 입을 열었다."어머, 별 큰 돈이 아니라니? 돈 좀 생겼다고 붕 떠 있는 거 아니야? 자그마치 백 억이거든."그가 하는 말에 기분이 한결 좋아진 신수민이 말을 이었다. "정말 나랑 결혼하는 예물로 백 억이나 줄려고? 우리 엄마 말만 그렇지 오십 억을 준다고 해도 우리 결혼 허락하실 거야."이태호가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 당신 부모님도 내 부모님이나 마찬가지야, 당신 부모님이 행복하다고 하면 백 억은 물론이고 더 많은 것도 해 줄수 있는데 뭐."그러다 계속 말을 덧붙였다. "자기야, 평소에 사고 싶은 걸 마음껏 살 수 있게 좀 이따가 오십 억을 벌어서 당신한테 줄 게, 아니면 우리가 지금 차 한 대로 다니니까 좀 불펴하잖아, 아예 한 대 더 사서 자기 출근할 때 사용하는 게 어때?""나한테 너무 잘해 주는 거 아니야?"신수민은 감동한 듯 이태호의 다리에 손을 얹었다. "근데 당신이 그렇게 많은 돈을 삽시에 준다고 하니 어떻게 써야 할 지도 모르겠어, 쫓겨나기 전에는 괜찮았는데 쫓겨 난 후 오년 동안 아껴 먹고 쓰고 하니까 가격이 비싼 옷은 손이 떨려 쳐다보지도 못 했어."이태호는 진지하게 답했다. "그러면 안 되지, 나는 당신이 마음껏 쓰게 하려고 돈을 버는 건데? 앞으로는 마음에 드는 옷이든 가방이든 뭐 다른 거든 그냥 사, 그리고 지금은 명색의 총지배인인데 적어도 신분에 맞게 A8정도는 뽑아야 되지 않겠어? 그래야 사업거래할 때도 체면이 설거 아니야, 내일 당장 차 사러 가자.""네, 우리 남편 말대로 내일 아침 바로 차 사러 갈게요, 알겠죠?"신수민은 얼굴에 매우 달콤하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두 사람은 곧바로 별장에 도착했고 대문을 열자마자 여섯
"자기야, 오늘도 한 침대에서 자면 안 돼?"이태호와 신수민이 이층으로 함께 올라오던 그때 이태호가 신수민에게 물어 보았다.그의 물음에 심장 박동수가 급하게 뛰었던 신수민은 이태호를 보며 멍해 있다 답했다. "조용히 옆에서 아무 짓도 안 하고 잘 수 있으면 안 될거야 없지 뭐, 그리고 술기운이 너무 강하니까 일단 가서 샤워부터 해.""넵."이태호는 생글생글 웃으며 잠옷을 가지러 본인 방으로 향했다.흥분해 있는 이태호의 모습에 신수민도 자연스레 웃음꽃이 피었다.샤워를 마친 이태호는 신수민에게 오십억을 이체하고 나서 소지민에게도 약속했던 백억을 계좌이체 해 주었다."우리 엄마가 백억을 받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궁금하긴 하다."돈을 송금한 이태호를 바라보며 기분이 한결 좋아진 신수민은 자신도 모르게 붉은 입술을 오므리고 있었다.그런 그녀가 분홍색 슬립 드레스를 입고 있으니 무척 매혹적인 자태를 뿜내고 있는 것이다.게다가 힐끗 쳐다본 이태호는 진짜 잠옷 하나만 걸쳤단 사실을 알곤 끓어 오르는 욕구에 몰래 침을 삼켰다."으이구, 얼른 자기나 해."혹여 본인의 상상이 신수민에게 들킬까 이태호는 바로 침대에 누워 엉뚱한 생각을 떨춰 내려고 했다.신수민만큼이나 아름다운 미녀가 흔하지도 않은 데다 본인의 아내이기도 한데 그녀가 허락만 한다면 열혈청년인 이태호는 바로 달려들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하니 말이다."당신 참 좋은 사람인 것 같아."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이태호가 새삼 좋았던 신수민은 자연스레 이태호의 옆에 누워 손으로 머리를 바친 후 씩 웃고는 이태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응."그녀가 주동적으로 입을 맞출 줄 몰랐던 이태호는 느껴지는 은은한 향기에 더욱 주체할 수가 없었다.이렇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걸 보면 이젠 하룻밤을 허락한다는 뜻 아닌가?생각에 잠겨 있던 이태호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한편 기대에 잔뜩 차 있었다.이태호가 신수민을 끌어안고 한 손으로 쓰다듬을 준비를 하고 있던 그때 그녀는 품에서 벗어나 교활한 웃음을 지었다.
더욱이 그날 이후 지금까지 어떤 여자와도 밀접한 접촉이 없었으니 신수민과의 하룻밤을 기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기한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이태호 이 자식은 돈도 많으면서 왜 아직 백 억을 입금하지 않고 있는 거지? 설마 질질 끌면서 안 주려는 속셈인가?""정말 그렇다고 하면 우리 딸과의 결혼은 결사 반대할거야."이때 신씨네 별장으로 도착한 소지민, 신영식과 신수연은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소지민이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그러던 중 그녀의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그녀는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깜짝 놀라 우두커니 제자리에 멈춰 섰다."일,,, 십,,, 백,,, 천,,, 만,,, 십만,,, 천만,, 십억,,, 백억."공을 꼼꼼히 세어 보던 소지민은 백 억을 다 읊어본 뒤에야 감격에 겨워 펄쩍펄쩍 뛰며 말했다. '진짜 백 억이야, 세상에, 정말로 백억을 나한테 송금했어.""엄마, 어디 봐봐."순간 눈이 번쩍 뜨인 신수연도 소지민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숫자를 꼼꼼히 다시 세어보고 있었다."엄마, 진짜 백 억이네, 예물로 정말 백 억을 주는 걸 보면 이태호 이 사람 양심도 있고 약속도 잘 지키는 사람이네."신수연도 감격하기 그지 없었다."당연한 거 아니야? 우리 딸이 얼마나 훌륭한데 백 억도 사실은 모잘라거든."비록 득의양양한 태도로 말은 그렇게 해도 한꺼번에 이 많은 돈을 손을 짊어지게 되었으니 마음속으로 무척 흐뭇해 있던 소지민은 신수연의 손에 들려 있던 휴대폰을 빼앗았다."헤헤, 전에 예물 받으면 나한테도 좀 주겠다고 했었지 않아?"신수연은 기대에 찬 얼굴로 히죽히죽 웃으며 소지민에게 물었다."이 밤중에 뭐가 그리 급해?"소지민은 딸을 눈으로 흘기며 답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쇼핑하러 가자, 고급 가게로 쇼핑하러 가는 것도 오랜만인데 옷이든 가방이든 사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한 번 사 보자고,""엄마, 너무 사랑해, 쇼핑 다 하고 나한테 용돈으로 이억정돈 줘야 돼, 알겠지?"격분해 있던 신수연은 소지민을 껴안고 그녀의 얼굴에 호되게 뽀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