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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장

이태호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눈치가 빨라, 자기를 속일 수가 없다니까."

신수민은 오히려 웃으며 답했다. "우리 엄마는 단순해서 딴 생각은 못하지만 할머니는 흘러 가고 있는 상황을 어느정도 파악했을 거야, 근데 할머니한테 있어서는 당신이 이 술집에 왔었다고 해도 용의당과 친하다는 걸 알았으니 굳이 누설하진 않을거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태호도 그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사실 자기가 신씨네 집안에서 쫓겨난 다음에 신민석 그 놈이 자기와 부모님을 많이 괴롭히고 다녔었잖아, 심지어 좋은 직장도 못 찾고 배달일밖에 못 하도록 압박하기도 했었고, 그래서 오늘 이 기회를 삼아 골탕을 먹이려고 했었던 거야."

그러곤 머뭇거리다 이태호는 말을 덧붙였다. "애초에 그저 술자리를 함께 하다 술값을 혼자 다 뒤집어쓰게 하려고 중간에 도망칠 계획이었어, 근데 이 놈이 사람을 왕창 데리고 와서는 술을 엄청 주문해 놓고 나를 취하게 만들려는거야, 나도 일을 이렇게 크게 벌일 생각은 아니었어."

이태호는 맹락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여기서 팩트는 그 놈이 여기가 용의당 범용의 술집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거지, 더욱이 내가 몰래 튀었다는 사실조차도 말이야."

그의 해명에 신수민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이 여자에게 홀리는 타입이 아니니까 다행이지, 안 그러면 신민석 저 놈 몇 십억이나 갈취하려고 했을 걸, 욕심이 너무 많아."

신수민의 아름다운 미소에 반해버린 이태호는 앞으로 나아가 허리를 껴안았다. "아니, 옆에 아름다운 와이프가 있는데 그런 속물적인 여자들이 눈에 들어올리가 있어?"

"사람들 보는데서 이렇게 껴안으면 어떡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신수민은 이게 다 신민석 본인의 자업자득이고 하니 교훈을 준 셈 치고 이태호를 탓하진 않았다.

만약 신민석이 몇 천만원어치만 사용했다면 설령 이태호가 도망갔더라도 여기에 갇히진 않았을 것이다. 마음을 곱게 먹었어야 이렇게까지 비참한 결과를 맛보진 않았을 건데...

어찌보면 오늘 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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