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아닙니다, 다른 분들도 이태호씨라고 하던데 저도 그렇게 부르도록 할게요."보청운은 미소로 응답했다."당주님도 백씨네로 오신 거예요?"백진수가 용의당은 물론이고 여기 자리에 함께한 청운당 사람들까지 초대했다는 게 너무나 의심스러웠던 이태호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보청운이 답했다. "네, 성주님이 의논할 사항이 있다고 하면서 저희를 부르셔서 한 걸음에 오게 된 거예요, 비록 여기서 이태호씨를 만나게 된 건 아주 우연이고요."이태호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저는 오늘 시간적 여유가 생겼기도 하고 성주님이 편찮으셔서 건강 상태를 확인해 볼 겸 오게 된 거예요.""하하, 그럼 같이 들어가 봅시다."보청운은 공손하게 먼저 들어가시라는 손동작을 했다.이태호는 본인이 백지연과의 사이가 꽤 깊다는 것을 인식하자마자 백팔십도로 태도를 바꾸는 아주 똑똑한 대응 방식을 택한 청운당의 당주인 보청운이라는 사람을 깊이 살펴보고 있었다.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전략적이고 치밀하니 청운당이 지금껏 나날이 발전해 오게 된 거라고 할 수 있다.전에 이태호가 범용에게 전해 들은 말에 의하면 세 개의 파벌중 청운당이 제일로 쇠약했었는데 최근 몇 년간 세력이 급속히 부상하면서 용의당, 향무당과 맞먹게 된 것이라고 했다.이태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청운당은 향무당을 집어 삼켜 세 개의 파벌중 가장 권력이 큰 우두머리가 됐을 지도 모른다.이태호를 전혀 무시하지 않고 공손하게 대하는 태도만 봐도 보청운이 만만치 않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는 것이다.이태호와, 보청운 그리고 백지연까지 세 사람은 나란히 서서 들어서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뒤를 따랐다.드넓은 거실에 도착하자 의자와 책상을 잘 차려 놓고 기다리는 백진수가 눈에 보였다.분명히 청운당과 용의당만 요청했는데 청운당과 함께 걸어오고 있는 이태호를 확인한 백진수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이태호씨는 여기에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백진수는 의술과 싸움 실력을 제대로 갖춘 이태호를 백씨 집안에서
백진수는 껄껄 웃으며 답했다. "그래 의술이 확실히 뛰어나긴 하겠지, 용씨네 어르신을 치료해 보상도 두둑히 받았겠다, 제갈씨네 집안 어르신의 병도 잘 치료해 거기에서도 꽤 쏠쏠하게 많이 받았었으니까 말이야,"잠시 멈칫거리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근데 나한테서도 뭐 좀 받아 먹을려고 이렇게 찾아와서 헛소리를 제치는 건 너무 매너가 없는 거 아닌가?""헛소리? 제가 다른 사람의 목숨줄가지고 농담 칠 정도로 그리 심심하진 않거든요."기분이 더욱 언짢아진 이태호는 썩소를 지었다.두 사람이 한 바탕 붙을 기세를 보곤 당호는 속이 시원해졌다. 아까 당주님이 이태호와 백지연의 사이를 신경 쓰느라 복수하지 말라고 일렀던 것이니백씨 집안과 이태호가 마찰이 생겨 백진수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면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이태호를 죽여 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헛소리가 아니라고? 요즘 불편한 데도 없고 며칠 전 건강검진 받았을 때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대체 뭘 보고 진찰을 받아야 된다고 하는 거야?"백진수는 비웃으며 말하곤 몸을 돌려 자신의 딸이 이태호에게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백지연에게 타일렀다. "지연아, 이젠 알겠어, 쟤는 사기꾼이야, 앞으로 멀리 하는 게 좋을 거야.""아빠, 사기꾼 아니야,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화가 잔뜩 난 백지연은 이를 꽉 깨물고 백진수에게 말했다. "아빠가 갔었던 병원의 검사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저 사람한테 한 번 봐 보라고 하세요."뜻밖에도 백진수가 그녀의 말을 반박하고 있었다. "우리 시에서 그렇게 유명하다는 종합병원에 갔는데 정말 몸에 이상이 있었다면 검사 결과에 나왔겠지? 안 그래?"바로 그때 이태호는 높은 자리에 위치해 있는 고풍스러운 마호가니 의자에 눈을 돌렸다.그 의자의 양쪽 팔걸이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다름이 아닌 야명주 구슬을 입에 물고 있는 용이 조각되어 있는 것이 아닌 가, 보기만 해도 패기가 넘쳐 시선을 끌고 있었다.아무 말도 없이 의자를 꿰뚫어 보고 있는 이태호를 보며 백진수가 입을
"어디서 함부로 지껄이고 있어?"그가 하는 말에 백진수는 눈을 부릅뜨며 엄포를 놓았다. "이제 보니 넌 돈 밖에 모르는 미친 놈이구나? 용씨네와 제갈씨네 어르신들을 치료하고 보상도 거하게 받았으니까 기분이 쏠쏠했던거지? 이젠 다음 타깃이 난가? 건강하기만 한데 중독됐다고 거짓말까지 늘어 놓으면서? 정말로 중독된거라면 이렇게 멀쩡히 서서 너하고 말싸움하고 있을 거 같아?"당호도 바로 한 발짝 나아가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맞아요, 이태호 이 놈이 이익을 얻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런 놈이에요, 나쁜 마음을 품고 당주님에게 겁 주려고 하는 거니까 저딴 말을 믿어선 안 됩니다요, 병원에서 괜찮다는데 중독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요.""이게,,,"백지연은 전에 아버지가 몸이 편찮아 보인다는 이태호의 말에 걱정되기도 하고 혹여 정말로 아버지가 아프신 거면 이태호가 치료를 해 줘 백진수의 높은 평가를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두 사람이 말다툼을 벌일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었으니 마음이 더욱 조마조마해졌다.추후 아버지가 더 이상 이태호와 교제하는 걸 허락하지 않으면 어쩌지?백진수는 정색하며 말했다. "우리 형제끼리 평소에 자주 연락해 안부를 물을 정도로 사이가 얼마나 돈독한데, 무슨 근거로 내 친동생이 의자를 하나 선물했을 뿐인데 나를 해치려고 한 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가네?"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옆에 있던 중년 남자에게 명을 내렸다. "기산아, 손님 배웅해 드려.""아빠, 그냥 이렇게 보내면 어떡해? 이태호는 내 친구잖아, 고이 부택해서 데려온 건데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조급해진 백지연은 발을 동동 굴렀다.그러나 백진수는 딸의 말을 무시한 채 여전히 냉랭한 태도로 임하고 있었다.몸집이 크고 마흔이 넘었지만 매우 활기 왕성해 보이는 안기산은 백씨네 집안에서 몇 안 되는 명수들 중 한 명이었다.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는 종사의 실력보다 훨씬 강한 공포스러운 존재로 불리는 기사였던 것이다.실력으로 따져 보자면 일반인 열명은
"하하, 내가 누구냐고? 백씨 집안의 명수거든."안기산은 차갑게 웃으며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쏘아 보았다. "내 아들 안성철이라고 기억 안 나? 이젠 누군지 알겠어?"말을 마친 안기산은 곧장 돌아서서 백진수에게 말을 붙였다. "성주님, 저희 아들이 지금 병원에 누워 치료 중에 있습니다, 성주님이 고개만 끄덕여 주신다면 저 놈 목숨은 아니더라도 다리 하나 정도는 부러뜨려야 제 아들이 받은 고통을 되갚아 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옆에 있던 당호는 마음속으로 고소해하더니 괴상 야릇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설마요? 명수님 아들도 병원에 계신 거예요? 이태호 저 놈이 참으로 무서운 놈이네요."백진수는 이태호를 힐끗 쳐다보곤 다시 안기산에게 눈을 돌려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 "기산아, 그건 좀 아니지 않나? 내가 모신 것도 아니고 우리 딸이 부탁해서 요청한 사람인데, 어찌보면 손님이기도 하잖아."아버지가 그렇게 말을 하자 속이 후련해진 백지연은 병아리가 쌀을 쪼아대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맞아요, 우리 집에 온 손님을 어떻게 예의도 없이 막 때리려고 해요?"자신을 도와 아버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고 여긴 백지연이 속으로 기뻐해하고 있던 그때 백진수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너가 정말 이태호에게 손을 대서 소문이라도 나는 날에 다들 무서워서 백씨네 집에 손님으로 오질 못 해, 근데 싸움 장소가 백씨네 집안이 아니고, 손님도 아닌 사람이라면 개인적인 원한을 어떻게 풀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긴 하지."백진수가 하는 말의 의미는 일단 여기를 떠나는 순간 이태호에게 손을 대도 괜찮다는 허락이니 안기산은 기분이 좋아졌다."넌 운이 좋은 줄 알아, 성주님 체면을 봐서 오늘은 살려 두는 거니까."안기산은 목을 뻣뻣이 세우고 이태호를 노려 보았다.이태호는 담담하게 웃으며 답했다. "내 다리를 부러뜨릴 자신이 있으면 지금 여기서 덤벼도 난 괜찮거든, 어떤 일이 벌어지든 간에 입 꾹 다물고 있을 테니까, 게다가 백성주님 말대로 이건 그쪽과
"피해 다니지 말고 제대로 덤벼 봐."이태호가 자신의 공격을 피하자 화가 치밀었던 안기산은 재빨리 다시 자세를 잡고 달려 들며 공격을 가했다."허점이 생겼어."너무 빠른 속도로 주먹을 날리며 돌진해오고는 있는 상대를 잘 관찰해 보니 허공에 놓은 그의 다리의 허점을 확인한 이태호는 속도를 올려 자리를 움직였다.빛의 속도로 상대방의 오른 쪽 방향에 나타난 이태호는 힘을 모아 종아리를 걷어 찼다."꾸두둑!"미세한 뼈가 부서지는 소리를 이태호는 뚜렷이 들을 수 있었다."으악!"공격이 허탕을 친 걸 인지한 안기산은 몸을 돌려 재공격을 시도하려고 했는데오른쪽 다리에 느껴지는 통증으로 순간 힘이 풀려 쓰러졌다.안기산은 이마에 핏줄이 터지게 통증이 몰려 왔고 식은 땀이 주르륵 떨어지고 있었다."내, 내 다리."너무 고통스러워 기절하기 직전이었던 안기산은 오른 쪽 다리를 끌어안으며 뒹굴고 있었다."아니 이게 무슨 상황,,,"세상 풍파를 다 겪어 본 이 자리에 모인 고수들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특히 안기산의 실력에 존경심을 갖고 있던 백씨의 몇몇 명수들은 이초도 채 되지 않아 패한 안기산의 모습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아까 두 팔짱을 끼고 이태호를 비웃던 그 노인 역시 멍해졌다.설령 똑같은 싸움에 처한 상황에서 본인이 안기산을 이기려고 빈틈을 찾아내는 것만도 시간이 꽤 오래 걸려야 하는데 완전히 무너 뜨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가서 사람 불러 와."싸움을 부추길 때만 해도 이태호는 절대 안기산의 상대가 못 될거라 장담했던 백진수 또한 낯빛이 흐려졌다, 그는 이태호가 패한 모습을 딸에게 보여주어 좋아하는 마음을 단념하려고 했었는데 그 계획이 산산조각이 나 버린 것이다.필경 그 누가 쩔뚝거리며 다니는 남자를 사모할 수 있겠는가?그렇게 결과만 고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최종 패배자가 백씨 집안 사람이라니 제 발등을 제가 찍는 격만 되고 말았다."헐, 태호 오빠 싸움 진짜 잘한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남자라니까."이태호가
백씨네로 모인 참석자들은 이태호의 말에 하나같이 안색이 어두워졌다.특히 청운당 쪽 사람들 중 안기산보다 실력이 모자란 이들은 더더욱 불쾌한 기분을 감출수 가 없었다. 이토록 안기산을 무시하는 이태호가 본인들을 또 얼마나 경멸스럽게 여길 것인가?"안기산을 데리고 재빨리 병원으로 이송 시켜."얼굴빛이 흐려진 백진수는 달려 온 경호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그들은 즉시 안기산을 들어 올린 후 밖으로 나가 병원으로 이송했다."오빠, 진심으로 대단한 거 같아, 너무 멋지단 말이지."백지연은 여전히 설레는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러자 백진수는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지연아, 이쪽으로 오지 못 해!, 우리 집안의 명수를 때렸는데 뭐가 대단하다고 칭찬하고 있어? 쪽팔리지도 않아?"백지연은 마지 못해 아버지 곁으로 걸어 오고선 중얼중얼거렸다. "칫, 기산님이 먼저 때리겠다고 했던 거잖아요? 태호 오빠는 공격이 들어오고 있으니까 방어만 한 것 뿐인데요 뭘.""나 원 참..."백진수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이태호는 썰렁하게 웃으며 백진수에게 말했다. "성주님이 걱정돼서 한 걸음에 달려온 저를 그깟 돈을 받으려고 한다면서 믿지 않는 것도 모잘라 사기 친다는 모함까지 들었으니 저도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아마 의사로써인 제가 판단해 볼 땐 성주님 몸속에 있는 독이 어느정도 축적되어 있는 것 같네요, 적어도 삼일 안이면 독이 퍼져 피를 토할 것이니 조심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말을 마치자마자 이태호는 백진수를 향해 두 손 모아 작별인사를 건넸다. "부디 건강하시길.""삼일 안에 피를 토한다고?"그의 말에 백진수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으름장을 놓으면 뭐 내가 믿기라도 할 까봐? 오늘 내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자기 발로 찾아 와 놓고선 분위기도 망치고 말이야, 얼른 가, 꼴보기 싫으니까, 그리고 내 몸은 내가 알아."이태호가 친동생이 직접 독을 탔다는 얘기만 안 했어도 백진수는 어느 정도 믿었을 것이다. 그
이태호의 뒷모습을 보며 분노에 쌓인 백지연은 몸을 돌려 백진수에게 입을 열었다. "아빠, 노망이야? 비록 아빠가 초대한 손님은 아니더라도 내가 부탁해서 데려 온 건데 예의는 갖춰야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이태호가 막말할 사람으로는 안 보이거든."백진소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럼 네 삼촌이 정말로 아빠를 해치려고 한다는 거야? 굳이 의자를 선물하면서까지? 몇달 동안 앉아 있어도 몸에 별 이상이 없었는데 저 놈이 오자마자 삼촌이 의자로 나를 해치려고 한 다는게 너는 믿을 수가 있어?"수년간 해외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큰 업적을 이룬 삼촌의 인품을 잘 알고 있는 백지연은 확실히 아버지의 말대로 사람을 해칠 리가 없다고 생각하니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다.백씨네 대문 입구로 나온 이태호는 고수들 열여명을 이끌고 오고 있는 용의당의 범용과 태수를 마주쳤다."어머, 이 선생님, 입구에서 저희를 기다리는 걸 보니 아주 일찍 도착했네요."문 앞에 서 있는 이태호를 보며 태수는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본인 신분을 밝히는 걸 꺼려하는 이태호의 부탁에 그도 여전히 선생님이라 공손하게 칭할 수 밖에 없었다.일찍 도착한 게 아니라 사실은 집으로 행하는 길인 이태호는 입을 실쭉거리더니범용과 태수를 쳐다보며 이마를 찌푸렸다. "백지연이 아버지의 몸 상태를 봐 달라는 부탁에 와 봤는데 본인 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전혀 믿어주질 않더라고요, 반겨주지도 않는데 내가 남아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저는 이만 가 볼 테니까 들어가 보세요."이태호의 말을 듣자 난폭한 성질의 태수가 식식거리며 입을 열었다. "선생님 같은 명의가 어디 있다고 복에 겨운줄도 모르는 멍청한 놈이네 그거, 사람 볼줄도 모르는 어리석은 놈하고 무슨 얘기가 통한다고 우리도 저딴 놈 신경쓰지 말고 그냥 갑시다."범용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성주부가 직접 초대했는데 우리가 그냥 훅 가 버려서 혹여 심기라도 건드리면 어떡할라고 그래요, 여기에선 성주부의 권력이 제일 강하잖아요."이태호는 고민을 좀
"이 선생님, 먼저 가십시오."범용과 태수는 앞서 가더니 예의 있게 먼저 길을 가시라는 동작을 했다.눈치가 빠른 사람은 걸어가는 세사람들 중 이태호가 가장 가운데에 위치해 있고 범용과 태수가 양켠에 서 있는 것을 바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그렇게 가다 보니 자신이 위치한 자리가 타당치 못한 걸 느낀 이태호는 자리를 옮기며 예의 있게 권했다. "두 분이 앞에서 걸으시면 제가 뒤를 따를게요."범용과 태수에게 있어서 이태호가 본인들 보스이니 방금의 자리 배치는 완전히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그런 그 둘은 이태호의 말을 듣고 나서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맞추고는 앞으로 나섰다."아이고, 아주 귀한 손님이 방문해 주셨네요."범용을 포함한 용의당이 들어서자 백진수는 호탕하게 웃으며 맞이하고 있었다."범용 당주님,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으시네요."보청운도 두 손을 맞잡고 인사했다.허나 곧이어 두 사람이 범용과 태수 뒤에 있는 이태호를 발견하곤 이내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허허, 성주님, 당주님 안녕하세요."범용도 허허 웃으며 두 손을 맞잡고 인사를 올렸다.백진수는 이태호를 향해 물었다. "아까 분명히 가라고 했었는데 왜 또 다시 발을 들인 거지? 아픈 데 없으니까 치료 필요없다고.""아빠 진찰하러 온 거 아니라 내가 보고 싶어서 온 걸거야, 오바 좀 하지 마."백지연은 이태호 앞으로 폴짝폴짝 뛰어가 수줍게 말했다.우리 딸이 이런 놈이랑 계속 엮이면 어떡하지? 정신 차리게 할 방법이 없나? 백진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아무리 이태호의 싸움 실력이 확실히 출중하고 의술도 꽤 그럴듯하지만 본인 딸은 일류 명문 집안이나 홍성시의 성주부 도련님에게 시집을 가야 마땅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필경 도련님은 젊은 나이에 다방면으로 능력도 출중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태성시보다 두세 배나 큰 비교적 넓은 땅인 홍성시에서 백진수는 일류 명문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데 거기의 성주부는 말할 것도 없으니그런 집안과 혼사가 맺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축복
같은 시각에 별하늘에서 이태호와 채유정의 기운을 따라 그들을 추적하고 있던 명씨 가문의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천지의 이상 현상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들은 선금이 세상에 나타난 것을 알아챘다.특히 앞장선 명해성은 얼굴에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이태호와 채유정 둘이 선수를 쳐서 초조한 것이 아니라, 이런 천지의 이상 현상이 다른 천교들의 주의를 끌까 봐 걱정했다.예전에 명씨 가문의 제자도 다른 천교들과 선금을 놓고 다투다가 결국은 중상을 입고 좌화되었다. 이런 생각에 그는 큰 소리를 외쳤다.“서둘러! 다른 사람이 반응하기 전에 반드시 선금을 가져야 한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명씨 가문의 수사들은 체내의 영력을 미친 듯이 발산하면서 지극히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협곡 내에서.이태호가 금제 구역으로 들어간 후 대형 동굴이 시야에 들어왔다.이 동굴은 인공으로 만든 것 같았고 안에는 돌로 만든 의자와 탁자가 있었다.동굴의 면적이 그다지 크지 않았고 중간에 금제 진법에 가려진 곳이 몇 군데 있는데 보물들이 둥둥 떠 있었다.첫 번째 금제 진법 내에는 아기의 주먹만 한 크기와 호두 크기의 금속 덩어리가 황금빛으로 번쩍거리면서 팽배한 기운을 발산하였고 마치 천지의 규칙이 그것들을 에워싸서 운행하는 것처럼 보였다.이태호의 뒤를 따라 들어온 채유정은 금제 진법 내에서 떠 있는 두 금속 덩어리를 보자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유리선금!!”식견이 풍부한 이태호라도 이 유리선금을 보았을 때 깊은 충격을 받았다.두 선금은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았다. 하지만 그것들이 발산한 팽배한 기운과 그것들을 감싼 도운은 그가 그동안 봤던 모든 천재지보를 훨씬 능가했다.외부 세계에서 비교적 귀한 성신신철은 유리선금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었다.이태호는 마음속의 기쁨을 억누르고 시선을 유리선금에서 옆에 있는 물건에 옮겼다.유리선금 옆에 있는 높은 축대 위에 온통 붉은 색의 묘목 한 그루가 떠 있었다.이 묘목은 낮은 관목처럼 생겼고 꼭대기에 주홍
잠시 후에, 이태호와 채유정은 그 협곡의 상공에 도착했다.지금 그들 앞에 드러난 것은 작은 산만 한 동굴인데 동굴의 겉에는 짙은 파란색 물결 같은 것이 일렁거리면서 이태호의 신식이 계속 탐색하는 것을 차단했다.금제에서 발산한 기운을 통해 그는 당시 이 금제를 설치한 명씨 가문 수사의 내공이 8급 성자 경지를 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8급 성자 경지의 수사는 이미 초보적으로 천지를 깨달을 수 있고 공간의 규칙을 파악했다. 물론 성왕급 대능력자처럼 수시로 허공을 찢고 공간 난류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없지만 8급 성자 경지의 수사가 공간 규칙을 조금 깨달았어도 금제나 신통의 위력이 많이 강했다.이태호는 이 금제를 강제로 해제하는 것 외에 별다른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여기까지 생각한 이태호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채유정에게 말했다.“저는 이 금제를 해제할 테니, 채 도우는 주변을 살펴 주세요.”채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말고, 금제를 해제하는 데 집중하세요.”자신의 실력으로 금제를 어쩔 수 없기에 이태호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이태호는 채유정이 주제넘게 행동하지 않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었다. 다음 순간, 그가 체내의 영기를 폭발적으로 발산하자 별의 상공에 있는 구름까지 꿰뚫었다.곧이어 그의 주먹이 태양처럼 반짝였고 공포스러운 기운이 주먹에 응집되었으며 마치 떠오르는 태양처럼 보였다. 대일진권은 기세등등하게 동굴 앞에 설치한 금제를 향해 거세게 내리쳤다.“펑!”하늘까지 뒤흔든 폭발음과 함께 짙은 파란색 금제가 끝내 대일진권의 공포스러운 위력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금제가 해제되자 이태호와 채유정은 만면에 희색을 띠고 막 동굴로 들어가려고 했다.그러나 이때, 갑자기 금빛 기둥이 동굴에서 하늘로 치솟아 오르더니 성스러운 빛으로 변해서 주변 수천 리의 별하늘을 비췄다.별하늘에서 이 별이 가장 밝게 빛나게 되었다.이런 성스러운 빛이 별하늘의 상공에서 서로 엉키고 부딪히면서 하
성공 전장의 깊숙한 곳. 두 줄기의 빛이 스쳐 지나가는 별똥별처럼 하늘가를 가르면서 날아가고 있었다.주변은 조용하고 소리 없는 별하늘이고 수많은 별들이 밝은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지금 이태호와 채유정은 그 전장에서 떠난 지 반 시진이나 되었다.그동안 두 사람은 전력을 다해 수천 리 이상의 거리를 비행했다.드디어 앞에서 엄청나게 눈부신 큰 별이 나타났다.이 반짝이는 별을 보고 이태호는 보물지도를 꺼내서 자세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그는 만면에 희색을 띠고 채유정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보물지도에 표기한 곳이 바로 여기일 겁니다.”이에 채유정은 기쁘면서도 은근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결국, 그녀는 보물지도를 이태호에게 넘겼고 그와 합작해서 이 기연을 공유하기로 하였다.유리선금은 귀하지만 목숨은 하나밖에 없으니까.뒤에서 명씨 가문의 수사들이 아직 뒤쫓고 있고 어쩌면 곧 따라잡힐지도 모른다.채유정이 이 보물지도에 따라 선금을 찾았어도 사용하기 전에 죽을 수도 있었다.명씨 가문이 그녀를 오랫동안 추적한 것도 유리선금의 종적을 찾기 위해서 아닌가!지금 이태호와 공유하게 되었지만 두 사람이 합작한 상황이기에 그녀는 선금을 가질 기회가 있었다.유리선금이 많으면 다소라도 가질 수 있겠지?비록 아직 이태호와 공유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고 마음이 아프지만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채유정의 표정을 다 읽은 이태호는 웃으면서 말했다.“갑시다. 명씨 가문의 사람들이 찾아오기 전에 우린 이 기연을 가져가야 합니다.”명씨 가문이 끈질기게 채유정을 뒤쫓고 있고 이대로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그들이 여기에 도착하기 전에 보물을 빨리 가져가는 것이 급선무였다.지금 이태호의 전투력으로 5급 성자급 수사를 격살할 수 있고 지난번에 그에게 시비를 걸었던 황천 성지의 진전 제자 주용수는 신혼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의 손에 죽었다.하지만 성공 전장에 들어온 후 그는 선후로 심씨 가문, 황천성지의 제자와 원수를 맺었고 지금 또 명씨 가문의 미움을 받았으니
이태호와 채유정은 하늘로 솟아올라 흐르는 빛으로 되어 제자리에서 사라졌다.그들이 떠난 지 얼마 후에 허공 틈새가 남아 있는 전장에서 갑자기 명씨 가문의 의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10며 명의 수사들이었는데, 대체로 웅장한 산처럼 팽배한 기운을 내뿜은 3급이나 4급 성자급 수사였다.그중에서 앞장선 청년은 더욱 강한 기운을 내뿜었는데 내공을 완성한 5급 성자 경지의 위압은 전장 주변의 남아 있는 지수풍화를 한순간에 붕괴시켰다.이 청년은 화려한 검은 장포를 입었고 장포에 금색 실로 구름 모양의 문양을 수놓았으며 자금(紫金)색 장화를 신고 있었다. 그리고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평소에 보면 분명 기품 있는 귀공자로 착각할 수 있으나 지금은 음침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었다.명씨 가문의 수사들이 전장의 부근에 도착한 후, 시신 절반이 남아 있는 명세정과 명서현을 보자 청년 명해성의 얼굴이 굳어졌고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도망쳤어?...”명해성의 말투는 마치 빙원에서 불어온 차가운 바람처럼 냉랭했고 사람의 피부와 뼈를 긁은 칼처럼 섬뜩했다.그의 뒤에 있는 명씨 가문의 제자들은 현장에 남아 있는 두 사람의 시신을 본 후 일제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어느 놈이야!”“감히 우리 명씨 가문의 제자를 참살하다니!”“대체 어느 놈인지 간덩이가 부었구나!”“우리 명씨 가문을 물로 본 거냐!”“...” 명씨 가문의 수사들은 명서현이 죽기 전에 보낸 구원 요청 신호를 받은 후 곧장 달려왔지만 명서현과 명세정의 시신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두 사람의 시신 잔해를 보니 그들이 어찌 격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곧 손에 들어올 보물지도가 또 날아갔다.동문 제자가 처참하게 살해당했지만 그들은 아직 범인이 누구인지 몰랐다.격노에 찬 가문 사람들을 보면서 명해성의 눈에서 서늘한 빛을 내뿜었다.그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채유정은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라 절대로 명서현과 명세정 두 사람의 상대가 아니었다.분명 다른 사람이 관여해서 명서현과 명
이 보물지도는 알 수 없는 짐승 가죽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세월이 너무 오래된 탓에 이미 누른 얼룩이 생겼다.이태호는 채유정이 던진 지도를 받고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정면에는 성공 전장 노선도라고 적혀 있고 빛을 발하는 별의 옆에 최종지점으로 표기했다.뒷면에는 ‘명이경’란 자가 남긴 글이 적혀 있다. 이자가 수백 년 전에 뜻밖에 선공 전장의 깊숙한 곳에서 유리선금(琉璃仙金)을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당시 유리선금이 세상에 나왔을 때 온 성공 전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성공 전장에 들어온 모든 천교가 유리선금을 쟁탈하는 싸움에 참여했다.이 보물지도의 주인은 실력이 한 수 위라서 유리선금을 가지고 수많은 천교의 손에서 벗어났지만 너무 심한 상처를 입은 탓에 결국은 한 별에서 좌화하였다.좌화하기 전에 그는 유리선금이 있는 곳을 표기하였고 동시에 누가 지도를 건드리면 바로 성공 전장에 들어온 명씨 가문의 수사에게 알릴 수 있는 금제를 설치했다.잠깐 동안 이 보물지도 위의 내용을 다 본 후 이태호는 다시 고개를 들자 옆에서 아직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 채유정을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이태호의 놀라운 표정을 본 채유정은 불쾌하게 콧방귀를 뀌면서 바로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화난 표정을 본 이태호는 속으로 웃고 싶었다.보물지도 위에 표기한 물건이 진정한 보물이 있는 곳이니 보물지도를 내놓기 싫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이 보물은 영약이 아니고 별하늘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성신신철이 아닌 유리선금이었다.유리선금은 10대 선금 중의 하나로서 호도신병을 제작할 수 있는 특별한 보물이었다.성왕급 수사일지라도 가지고 싶은 보물이었다.온 창란 세계에서 각 종문 성지, 동황 세가, 대리황조 등만 호도신병을 가질 수 있는 세력이었다.한 호도신병을 가지고 있다면, 종문이 멸문지화를 당할 때 위급한 국면을 만회할 수 있었다.그러니 명씨 가문의 수사들이 끝까지 채유정을 뒤쫓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 보물지도를 조심스레 접은 후, 이태호는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특히 그녀가 중상을 입은 후 실력이 크게 떨어졌다. 단약을 먹더라도 최정상의 상태로 회복하려면 여러 시진의 시간이 필요했다.그리고 그동안 그녀는 더 이상 다른 상처가 있으면 안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가 더욱 악화해질 것이고 심지어 내공의 기반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또한 다른 사람들이 추격하러 올 것이라는 생각에 채유정의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금 중상을 입은 상태라 여기서 도망쳤더라도 곧 명씨 가문의 수사들에게 바로 따라잡힐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이태호와 동행하는 것이 그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됐어. 지금 이 보물지도는 기연이 아니라 화근일 수가 있어.’채유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맞아요, 명씨 가문의 수사들이 저를 추격하는 것은 제가 얻은 보물지도 때문이죠...”그녀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이 성공 전장에 들어온 후 뜻밖에 발견한 명씨 가문 제자의 유골에서 보물지도를 얻게 된 과정을 이야기했다.채유정의 이야기를 들은 후 이태호는 다소 의아해했다. 채유정의 운수가 얼마나 좋길래 이런 보물지도를 주을 수 있다니!동시에 그는 또 의구심이 들었다. 이 보물지도에 있는 보물이 무엇이길래 명씨 가문의 수사들이 계속 채유정을 추격했을까?일반적으로 보면, 7급 영약이나 성신신철과 같은 천재지보는 오랜 역사를 가진 명씨 가문의 제자들에게 있어서 진정한 보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채유정을 추격했던 명서현과 명세정이 이 보물지도를 반드시 가져가겠다는 모습을 보면 이것은 명씨 가문에 아주 중요한 물건임을 알 수 있었다.채유정은 이태호가 자신의 말을 들은 후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태호의 마음이 흔들리기만 하면 그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었다.전투력이 강한 이태호의 도움이 있다면 이제 명씨 가문의 수사들이 따라와도 채유정은 살아남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여기까지 생각한 채유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도우, 저는 이 도우와 손잡
채유정이 자기 의심에 빠진 듯한 표정을 본 이태호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어때요? 상처가 괜찮아요?”그는 말하면서 사물 반지에서 상처 치료용 단약 두 알을 꺼내서 상대방에게 건넸다.다행히도 이 명씨 가문의 두 수사는 실력이 강하지 않아서 이태호가 눈 깜짝할 사이에 격살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 지체했다면 채유정이 살아서 그들의 손아귀에서 도망칠 수 없을지도 모른다.사실 이태호는 채유정의 생사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상대방이 묘음문의 성녀이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미인이지만 신수민 등 여인들을 옆에 둔 이태호는 일찍이 미색에 대해 흥미가 없었다.지금 그는 오로지 명씨 가문 수사들이 그토록 뺏고 깊은 보물지도가 도대체 어떤 물건인지 알고 싶었다.이태호의 매력적인 다정한 목소리에 어안이 벙벙한 채유정은 비로소 충격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 푸른 호수처럼 일렁이는 눈으로 이태호를 바라보면서 한줄기의 섬광이 스쳐 지나갔다.단약을 받은 후 그녀는 이태호를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이 도우, 도와 주셔서 감사해요.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이번에 이태호가 제때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녀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그녀는 명씨 가문 두 수사의 추격을 오랫동안 받으면서 이미 궁지에 몰렸다. 방금, 그녀는 자폭해서 두 사람과 같이 죽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이태호가 갑자기 나타나서 절망에 빠졌던 채유정의 마음에 다시 희망을 심어주었다. 채유정의 감사 인사에 이태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왜 명씨 가문의 추격을 받았죠? 어떤 중요한 보물을 가지고 있는 겁니까?”이태호의 직설적인 질문에 채유정의 애처로운 표정이 한순간에 굳어졌다.그녀는 이태호가 자신을 도와주게 된 것은 같은 천남 지역의 수사이거나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영웅행세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설마 이태호도 보물 지도에 대해 알고 있는 건가?이런 생각에 채유정은 크게 놀라웠다.그녀의 심장은 마치 보이지 않는
명서현은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내뿜은 기운을 수렴하고 이태호에게 말했다.“도우, 오해이오, 난 동황 명씨 가문의 사람이오. 이 여인이 우리 명씨 가문의 중요한 물건을 훔쳤으니 참견하지 마시오!”우선 자기의 가문을 알린 명서현은 이태호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명씨 가문은 동황 8대 가문 중의 하나이고 창란 세계에서도 유명한 대가문이었다.일반 3급 성자급 수사는 명씨 가문의 이름만 들어도 후들후들 떨었다.방금 이태호가 보여준 비범한 전투력을 본 명서현은 귀찮은 일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자기의 가문을 말한 것이었다.이태호는 명서현이 스스로 출신 가문을 밝힌 것을 들었지만 표정이 무덤덤하고 추호의 변화도 없었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당장 꺼져.”이태호가 이런 태도로 말하는 것을 보자 명세정은 분노를 가누지 못했고 온몸의 근육이 갑자기 팽창해져서 원래 모습보다 많이 커졌다.“네 이놈! 감히 우리 명씨 가문의 일에 끼어들어?!”명세정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서 노발대발하였다.그의 옆에 있는 명서현은 이태호의 말을 들은 후 안색이 어두워졌다. 곧 손에 들어오게 된 보물지도를 어찌 양보할 수 있겠는가?채유정이 가진 보물지도는 명씨 가문에게 아주 중요한 보물이었다.그들이 채유정을 오랫동안 추격했고 이제 곧 임무를 완성하는데 중간에 이상한 놈이 나와서 포기하라고?명서현이 어찌 허락할 수 있겠는가?그는 장검을 꽉 쥐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계속 참견하겠다면 죽는 길밖에 없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는 장검을 세게 휘둘렀다. 공포스러운 검기가 마치 예리한 칼날로 장막을 가르는 것처럼 별하늘을 뚫어서 여러 개의 허공 틈새가 나타났다.이를 본 이태호는 싸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3급 경지인 주제에 오만방자하게 굴다니! 대현황경금 검기, 참하라!”그의 말이 떨어지면서 손에서 영광이 번쩍이더니 적소검을 거세게 휘두르자, 초승달 같은 검기가 나타났고 무서운 기류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촤르륵!”이어서 높이가 만 장에 이르는
전장 중심부.채유정은 성공 전장에 들어온 후부터 줄곧 명씨 가문의 사람에게 쫓기는 것을 생각하자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뜨거운 감자와 같은 보물지도를 가지지 말았어야 했어...’그녀의 운은 꽤 좋았다. 문심로(問心路) 단계를 통과한 후 바로 성공 전장의 외곽에서 내부와 가까운 곳으로 전송되었다.아마도 운수가 너무 좋아서 그런지 그녀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떤 황량한 별에서 지난번에 성공 전장이 열릴 때 들어왔던 명씨 가문 제자의 유골을 발견했고 많은 보물도 얻었다.그리고 그자의 사물 반지에서 성공 전장의 깊숙한 곳과 관련된 보물지도를 발견했다.채유정이 정말 운이 터였다고 좋아하고 있을 때 사물 반지에 설치된 금제가 자동으로 명씨 가문의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그래서 명씨 가문의 수사들이 그녀를 추격하게 된 것이었다.원래 묘음문의 성녀이고 내공을 완성한 3급 성자 경지인 채유정은 다른 천교보다 못지않은 실력을 가졌으나 이번에 자신을 추격한 사람은 동황 세가의 용맹한 제자들이었다.그래서 그녀는 할 수 없이 그 유골에서 얻은 보물들을 모두 버리고 보물지도만 가지고 싸우고 도망치면서 이리저리 숨었다.하지만 여전히 명씨 가문 수사들을 따돌리지 못하고 여기까지 따라왔다.그녀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었으나 명씨 가문 제자의 옷차림을 보자 다들 악귀를 만난 것처럼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명씨 가문의 협공에서 여러 차례 벗어났지만 이번에 드디어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되었다.간신히 버티고 있는 채유정은 단전 내의 영기가 거의 바닥이 났고 육체에 중상을 입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흉악하고 험상궂은 표정을 지은 명씨 가문의 수사들을 다시 바라보면서 씁쓸하게 생각했다.‘그래도 같이 죽을 동반자 두 명이 있어서 다행이네...’사실 그녀는 이미 자폭하기로 결정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귓가에 울린 말소리에 멍해졌다.“이태호!”불쑥 나타난 이태호를 보자, 그녀는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것처럼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