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운은 그런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설마 이태호가 백지연의 남친이라도 되나?백지연 옆에 남자가 있다고는 전해 들은적이 없는데,워낙 아름답기로 소문난 백지연이 하도 요구가 높아서 부잣집 자식들도 웬만해선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석방된지도 얼마 안 된 이 놈을 좋아할 리가 없잖아?낯빛이 흐려진 보청운은 당호에게 가서 조용히 물었다. "저 놈 확실히 왕향금의 사촌동생이 틀림 없어? 다른 배후 세력이 없는 거 맞아?"당호는 입이 실룩실룩거리더니 우물쭈물하며 답했다. "전에는 확신했었는데 지금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 놈 하는 짓이 배후 세력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안 그러면 백지연이 왜 저 놈을 알고 팔짱까지 끼겠어요?"아름다운 건 물론이고 설령 미모가 아니더라도 성주부라는 큰 권력을 지닌 집안의 딸인 백지연을 얻을 수 있다면 평생 걱정 없이 인생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당호는 속으로 이태호가 너무 부러웠다.섭호와 다른 남성들도 하나같이 운이 좋다면서 이태호를 부러워하고 있었다.그런데 더더욱 예상치 못할 상황이 그들 눈 앞에 벌어졌다. 이태호가 백지연의 손을 밀치며 이렇게 말을 했다. "아가씨가 보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 전에 약속했던 댁의 아버님의 병 치료를 위해 한 걸음에 달려 온 것 뿐이에요, 오해하지 마셨으면 해요.""손을 밀쳤어?"섭호는 이태호가 바보 짓을 하는 것만 같아 멍하니 서서 의아한 눈빛으로 쏘아 보고 있었다. 저렇게 얼굴이 예쁘고 가슴 사이즈도 큰 걸 보니 몸매도 훌륭한데 권력과 미모를 다 가진 백지연을 왜 마다하는 거지? 저런 여인이 적극적으로 팔짱까지 끼는데, 이 얼마나 짜릿하고 행운스러운 일이야, 그걸 싫다고 밀어낸다고?더욱 의아했던건 그런 이태호의 태도에 백지연은 화도 안 내고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말하고 있었다. "칫, 오빠 부끄러워서 핑계 대는 거지, 난 다 알아."넉살 좋고 말솜씨도 좋은 그녀가 컨트롤이 잘 안 되니 이태호도 기절할 지경이었다.심지어 어젯밤 백지연이 주동적으로 뽀뽀를
"어허허, 두 분이 보기 너무 좋네요."두 사람이 투닥투닥거리는 모습에 대략 상황을 알아차린 보청운은 호탕하게 웃으며 이태호에게 말을 건넸다. "형제님, 백씨 아가씨와 둘이 선남선녀에다 이렇게 성격도 잘 맞는 걸 보면 천생연분인게 틀림없네요, 아가씨가 형제님을 보는 눈빛에 꿀이 떨어질 지경이니 무척 행복하시겠어요, 이 자리를 빌어 두 사람의 미래를 앞서 축하드립니다."이건 또 뭐지? 아까는 부하들 시켜서 죽이지 못해 안달이더만 얼마나 됐다고 형제님이라고 부르고 난리지? 그리고 어딜 봐서 천생연분이라는 거야? 이태호는 기절 초풍이었다.그러나 옆에서 보청운이 하는 말을 은근히 즐기고 있던 백지연은 눈을 반짝이며 감격스러운 어조로 되물었다. "당주님 보기에도 우리 둘이 그렇게나 잘 어울려요?""그럼요, 어울리고 말고요, 완전히 찰떡궁합인데요."백씨네 집안에 잘 보여야 하는 보청운은 평소의 위풍스러운 자태는 온데간데 없고 자상하기 그지 없는 표정으로 히죽히죽 웃으며 답하고 있었다."당주님?"이태호는 이마를 찌푸렸다.보청운은 그제야 한 발 앞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형제님,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청운당의 당주, 보청운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그의 말에 이태호는 존중이라곤 일도 없이 냉랭한 태도로 따져 물었다. "참나, 형제님이라니요? 우리가 형제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한 사이인가요? 그럼 아까는 왜 저를 죽일 작정으로 부하들한테 명령을 내린 거예요?""그게 지금 무슨 말이야?"백지연은 듣자마자 숨을 한 모금 들이마시고 보청운에게 물었다. "당주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 이태호를 죽이려고 했어요? 왜요?"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던 보청운은 입가를 몇번 실룩거리더니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아가씨, 저희 부하들하고 이태호씨 간에 개인적인 분쟁이 좀 있어서요, 복수를 하겠다고 찾아갔던 거였어요."잠시 머뭇거리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근데 지금은 아가씨가 이태호를 반쪽으로 찜해 놓은 분이라고 하시니 그깟 분
"아이고, 아닙니다, 다른 분들도 이태호씨라고 하던데 저도 그렇게 부르도록 할게요."보청운은 미소로 응답했다."당주님도 백씨네로 오신 거예요?"백진수가 용의당은 물론이고 여기 자리에 함께한 청운당 사람들까지 초대했다는 게 너무나 의심스러웠던 이태호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보청운이 답했다. "네, 성주님이 의논할 사항이 있다고 하면서 저희를 부르셔서 한 걸음에 오게 된 거예요, 비록 여기서 이태호씨를 만나게 된 건 아주 우연이고요."이태호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저는 오늘 시간적 여유가 생겼기도 하고 성주님이 편찮으셔서 건강 상태를 확인해 볼 겸 오게 된 거예요.""하하, 그럼 같이 들어가 봅시다."보청운은 공손하게 먼저 들어가시라는 손동작을 했다.이태호는 본인이 백지연과의 사이가 꽤 깊다는 것을 인식하자마자 백팔십도로 태도를 바꾸는 아주 똑똑한 대응 방식을 택한 청운당의 당주인 보청운이라는 사람을 깊이 살펴보고 있었다.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전략적이고 치밀하니 청운당이 지금껏 나날이 발전해 오게 된 거라고 할 수 있다.전에 이태호가 범용에게 전해 들은 말에 의하면 세 개의 파벌중 청운당이 제일로 쇠약했었는데 최근 몇 년간 세력이 급속히 부상하면서 용의당, 향무당과 맞먹게 된 것이라고 했다.이태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청운당은 향무당을 집어 삼켜 세 개의 파벌중 가장 권력이 큰 우두머리가 됐을 지도 모른다.이태호를 전혀 무시하지 않고 공손하게 대하는 태도만 봐도 보청운이 만만치 않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는 것이다.이태호와, 보청운 그리고 백지연까지 세 사람은 나란히 서서 들어서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뒤를 따랐다.드넓은 거실에 도착하자 의자와 책상을 잘 차려 놓고 기다리는 백진수가 눈에 보였다.분명히 청운당과 용의당만 요청했는데 청운당과 함께 걸어오고 있는 이태호를 확인한 백진수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이태호씨는 여기에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백진수는 의술과 싸움 실력을 제대로 갖춘 이태호를 백씨 집안에서
백진수는 껄껄 웃으며 답했다. "그래 의술이 확실히 뛰어나긴 하겠지, 용씨네 어르신을 치료해 보상도 두둑히 받았겠다, 제갈씨네 집안 어르신의 병도 잘 치료해 거기에서도 꽤 쏠쏠하게 많이 받았었으니까 말이야,"잠시 멈칫거리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근데 나한테서도 뭐 좀 받아 먹을려고 이렇게 찾아와서 헛소리를 제치는 건 너무 매너가 없는 거 아닌가?""헛소리? 제가 다른 사람의 목숨줄가지고 농담 칠 정도로 그리 심심하진 않거든요."기분이 더욱 언짢아진 이태호는 썩소를 지었다.두 사람이 한 바탕 붙을 기세를 보곤 당호는 속이 시원해졌다. 아까 당주님이 이태호와 백지연의 사이를 신경 쓰느라 복수하지 말라고 일렀던 것이니백씨 집안과 이태호가 마찰이 생겨 백진수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면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이태호를 죽여 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헛소리가 아니라고? 요즘 불편한 데도 없고 며칠 전 건강검진 받았을 때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대체 뭘 보고 진찰을 받아야 된다고 하는 거야?"백진수는 비웃으며 말하곤 몸을 돌려 자신의 딸이 이태호에게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백지연에게 타일렀다. "지연아, 이젠 알겠어, 쟤는 사기꾼이야, 앞으로 멀리 하는 게 좋을 거야.""아빠, 사기꾼 아니야,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화가 잔뜩 난 백지연은 이를 꽉 깨물고 백진수에게 말했다. "아빠가 갔었던 병원의 검사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저 사람한테 한 번 봐 보라고 하세요."뜻밖에도 백진수가 그녀의 말을 반박하고 있었다. "우리 시에서 그렇게 유명하다는 종합병원에 갔는데 정말 몸에 이상이 있었다면 검사 결과에 나왔겠지? 안 그래?"바로 그때 이태호는 높은 자리에 위치해 있는 고풍스러운 마호가니 의자에 눈을 돌렸다.그 의자의 양쪽 팔걸이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다름이 아닌 야명주 구슬을 입에 물고 있는 용이 조각되어 있는 것이 아닌 가, 보기만 해도 패기가 넘쳐 시선을 끌고 있었다.아무 말도 없이 의자를 꿰뚫어 보고 있는 이태호를 보며 백진수가 입을
"어디서 함부로 지껄이고 있어?"그가 하는 말에 백진수는 눈을 부릅뜨며 엄포를 놓았다. "이제 보니 넌 돈 밖에 모르는 미친 놈이구나? 용씨네와 제갈씨네 어르신들을 치료하고 보상도 거하게 받았으니까 기분이 쏠쏠했던거지? 이젠 다음 타깃이 난가? 건강하기만 한데 중독됐다고 거짓말까지 늘어 놓으면서? 정말로 중독된거라면 이렇게 멀쩡히 서서 너하고 말싸움하고 있을 거 같아?"당호도 바로 한 발짝 나아가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맞아요, 이태호 이 놈이 이익을 얻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런 놈이에요, 나쁜 마음을 품고 당주님에게 겁 주려고 하는 거니까 저딴 말을 믿어선 안 됩니다요, 병원에서 괜찮다는데 중독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요.""이게,,,"백지연은 전에 아버지가 몸이 편찮아 보인다는 이태호의 말에 걱정되기도 하고 혹여 정말로 아버지가 아프신 거면 이태호가 치료를 해 줘 백진수의 높은 평가를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두 사람이 말다툼을 벌일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었으니 마음이 더욱 조마조마해졌다.추후 아버지가 더 이상 이태호와 교제하는 걸 허락하지 않으면 어쩌지?백진수는 정색하며 말했다. "우리 형제끼리 평소에 자주 연락해 안부를 물을 정도로 사이가 얼마나 돈독한데, 무슨 근거로 내 친동생이 의자를 하나 선물했을 뿐인데 나를 해치려고 한 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가네?"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옆에 있던 중년 남자에게 명을 내렸다. "기산아, 손님 배웅해 드려.""아빠, 그냥 이렇게 보내면 어떡해? 이태호는 내 친구잖아, 고이 부택해서 데려온 건데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조급해진 백지연은 발을 동동 굴렀다.그러나 백진수는 딸의 말을 무시한 채 여전히 냉랭한 태도로 임하고 있었다.몸집이 크고 마흔이 넘었지만 매우 활기 왕성해 보이는 안기산은 백씨네 집안에서 몇 안 되는 명수들 중 한 명이었다.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는 종사의 실력보다 훨씬 강한 공포스러운 존재로 불리는 기사였던 것이다.실력으로 따져 보자면 일반인 열명은
"하하, 내가 누구냐고? 백씨 집안의 명수거든."안기산은 차갑게 웃으며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쏘아 보았다. "내 아들 안성철이라고 기억 안 나? 이젠 누군지 알겠어?"말을 마친 안기산은 곧장 돌아서서 백진수에게 말을 붙였다. "성주님, 저희 아들이 지금 병원에 누워 치료 중에 있습니다, 성주님이 고개만 끄덕여 주신다면 저 놈 목숨은 아니더라도 다리 하나 정도는 부러뜨려야 제 아들이 받은 고통을 되갚아 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옆에 있던 당호는 마음속으로 고소해하더니 괴상 야릇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설마요? 명수님 아들도 병원에 계신 거예요? 이태호 저 놈이 참으로 무서운 놈이네요."백진수는 이태호를 힐끗 쳐다보곤 다시 안기산에게 눈을 돌려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 "기산아, 그건 좀 아니지 않나? 내가 모신 것도 아니고 우리 딸이 부탁해서 요청한 사람인데, 어찌보면 손님이기도 하잖아."아버지가 그렇게 말을 하자 속이 후련해진 백지연은 병아리가 쌀을 쪼아대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맞아요, 우리 집에 온 손님을 어떻게 예의도 없이 막 때리려고 해요?"자신을 도와 아버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고 여긴 백지연이 속으로 기뻐해하고 있던 그때 백진수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너가 정말 이태호에게 손을 대서 소문이라도 나는 날에 다들 무서워서 백씨네 집에 손님으로 오질 못 해, 근데 싸움 장소가 백씨네 집안이 아니고, 손님도 아닌 사람이라면 개인적인 원한을 어떻게 풀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긴 하지."백진수가 하는 말의 의미는 일단 여기를 떠나는 순간 이태호에게 손을 대도 괜찮다는 허락이니 안기산은 기분이 좋아졌다."넌 운이 좋은 줄 알아, 성주님 체면을 봐서 오늘은 살려 두는 거니까."안기산은 목을 뻣뻣이 세우고 이태호를 노려 보았다.이태호는 담담하게 웃으며 답했다. "내 다리를 부러뜨릴 자신이 있으면 지금 여기서 덤벼도 난 괜찮거든, 어떤 일이 벌어지든 간에 입 꾹 다물고 있을 테니까, 게다가 백성주님 말대로 이건 그쪽과
"피해 다니지 말고 제대로 덤벼 봐."이태호가 자신의 공격을 피하자 화가 치밀었던 안기산은 재빨리 다시 자세를 잡고 달려 들며 공격을 가했다."허점이 생겼어."너무 빠른 속도로 주먹을 날리며 돌진해오고는 있는 상대를 잘 관찰해 보니 허공에 놓은 그의 다리의 허점을 확인한 이태호는 속도를 올려 자리를 움직였다.빛의 속도로 상대방의 오른 쪽 방향에 나타난 이태호는 힘을 모아 종아리를 걷어 찼다."꾸두둑!"미세한 뼈가 부서지는 소리를 이태호는 뚜렷이 들을 수 있었다."으악!"공격이 허탕을 친 걸 인지한 안기산은 몸을 돌려 재공격을 시도하려고 했는데오른쪽 다리에 느껴지는 통증으로 순간 힘이 풀려 쓰러졌다.안기산은 이마에 핏줄이 터지게 통증이 몰려 왔고 식은 땀이 주르륵 떨어지고 있었다."내, 내 다리."너무 고통스러워 기절하기 직전이었던 안기산은 오른 쪽 다리를 끌어안으며 뒹굴고 있었다."아니 이게 무슨 상황,,,"세상 풍파를 다 겪어 본 이 자리에 모인 고수들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특히 안기산의 실력에 존경심을 갖고 있던 백씨의 몇몇 명수들은 이초도 채 되지 않아 패한 안기산의 모습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아까 두 팔짱을 끼고 이태호를 비웃던 그 노인 역시 멍해졌다.설령 똑같은 싸움에 처한 상황에서 본인이 안기산을 이기려고 빈틈을 찾아내는 것만도 시간이 꽤 오래 걸려야 하는데 완전히 무너 뜨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가서 사람 불러 와."싸움을 부추길 때만 해도 이태호는 절대 안기산의 상대가 못 될거라 장담했던 백진수 또한 낯빛이 흐려졌다, 그는 이태호가 패한 모습을 딸에게 보여주어 좋아하는 마음을 단념하려고 했었는데 그 계획이 산산조각이 나 버린 것이다.필경 그 누가 쩔뚝거리며 다니는 남자를 사모할 수 있겠는가?그렇게 결과만 고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최종 패배자가 백씨 집안 사람이라니 제 발등을 제가 찍는 격만 되고 말았다."헐, 태호 오빠 싸움 진짜 잘한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남자라니까."이태호가
백씨네로 모인 참석자들은 이태호의 말에 하나같이 안색이 어두워졌다.특히 청운당 쪽 사람들 중 안기산보다 실력이 모자란 이들은 더더욱 불쾌한 기분을 감출수 가 없었다. 이토록 안기산을 무시하는 이태호가 본인들을 또 얼마나 경멸스럽게 여길 것인가?"안기산을 데리고 재빨리 병원으로 이송 시켜."얼굴빛이 흐려진 백진수는 달려 온 경호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그들은 즉시 안기산을 들어 올린 후 밖으로 나가 병원으로 이송했다."오빠, 진심으로 대단한 거 같아, 너무 멋지단 말이지."백지연은 여전히 설레는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러자 백진수는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지연아, 이쪽으로 오지 못 해!, 우리 집안의 명수를 때렸는데 뭐가 대단하다고 칭찬하고 있어? 쪽팔리지도 않아?"백지연은 마지 못해 아버지 곁으로 걸어 오고선 중얼중얼거렸다. "칫, 기산님이 먼저 때리겠다고 했던 거잖아요? 태호 오빠는 공격이 들어오고 있으니까 방어만 한 것 뿐인데요 뭘.""나 원 참..."백진수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이태호는 썰렁하게 웃으며 백진수에게 말했다. "성주님이 걱정돼서 한 걸음에 달려온 저를 그깟 돈을 받으려고 한다면서 믿지 않는 것도 모잘라 사기 친다는 모함까지 들었으니 저도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아마 의사로써인 제가 판단해 볼 땐 성주님 몸속에 있는 독이 어느정도 축적되어 있는 것 같네요, 적어도 삼일 안이면 독이 퍼져 피를 토할 것이니 조심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말을 마치자마자 이태호는 백진수를 향해 두 손 모아 작별인사를 건넸다. "부디 건강하시길.""삼일 안에 피를 토한다고?"그의 말에 백진수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으름장을 놓으면 뭐 내가 믿기라도 할 까봐? 오늘 내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자기 발로 찾아 와 놓고선 분위기도 망치고 말이야, 얼른 가, 꼴보기 싫으니까, 그리고 내 몸은 내가 알아."이태호가 친동생이 직접 독을 탔다는 얘기만 안 했어도 백진수는 어느 정도 믿었을 것이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