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한 성질이 순식간에 치밀어 오른 태수는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 한 손으로 신민석의 멱살을 잡고 높이 들어 올렸다. "너 이 자식, 감히 나를 모욕하는 거야? 오늘 나한테 제대로 한 번 얻어터지려고 환장한 거야?""아니에요, 제가 언제 거짓말이라고 했나요, 제가 잘못했어요, 살려 주세요."겁에 질린 신민석은 황급히 용서를 빌었다.태수는 그를 소파에 내팽개쳤다. "좋아, 이따 그 몇몇 여자애들한테 물어보면 알겠지, 너가 아가리를 함부로 놀렸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손모가지를 잘라 버릴라니까."범용과 태수가 화난 모습을 보니 거짓말을 했을 리가 없다는 생각에 신씨네 어르신은 얼굴을 찡그리며 잠시 어리둥절해졌다.허나 신민석의 성격에 쉽게 들통날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할 사람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누가 한 말이 진실인지 어르신은 확신이 가지 않았다.그러나 이태호가 큰 인물인 두 사람과 이제껏 술자리를 함께 했으니 사이가 돈독하다는 뜻이고용의당 또한 신씨네 집안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어르신은 멍해 있던 것도 잠시 이내 결정을 내렸다.바로 그때 술 접대했던 네 명의 여자들과 두 명의 종업원이 방에 들어섰다."너희들, 오늘 밤 이태호를 접대한 적 있어? 여기 룸에 와서?"마사장이 이태호를 가리키며 여섯 명에게 물었다.신민석은 속으로 고소해하고 있었다. 이태호가 이번에 구렁텅이에서 빠져 못나갈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런데 그 여섯 명의 여인들이 이태호를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오늘 저 분은 여기에 온 적이 없는데요.""맞아요, 오늘은 저기 신도련님이 남자 두 명과 여자 세 명을 데리고 오셨었어요, 술도 엄청 많이 주문했고요.""저도 같이 있었어요, 술자리에서 신도련님이 그 여자들한테 이태호를 모함할 거니까 증언하라면서 이태호는 바보니까 여기서 사용한 돈을 전액 지불하게 할 거라고 했었어요,"몇몇 여인들은 실제로 있었던 일마냥 한마디씩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 장면을 보고 신민석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저 여자들, 저
"저 여자들이 거짓말을, 거짓말을 하는 건데..."납득이 안 되는 신민석은 여전히 술 접대했던 여자애들을 가리키며 중얼거리고 있었다."팍!"곧이어 태수는 재차 뺨을 내리쳤다. "아직도 변명하고 지랄이네, 나하고 범용이 널 속인다는 거야? 아까 당주님이 이태호씨와 같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하는데도 계속 이태호씨를 모함하고 있는 걸 보니 아주 간땡이가 부을대로 부엇구나 너." 신민석의 입가에는 피가 흘러 내렸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서 이태호에게 덤탱이를 씌울려고 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한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범용과 태수가 나서서 이태호를 이렇게 돕고 있는데 그런 그들을 어찌 감히 건드릴수 있겠는가 말이다."제 머리가 잠시 어떻게 됐나 봐요, 아침에 이태호한테서 백 구십억을 얻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어쨌든 돈도 많은데 계산 좀 해달라고 하면 들어 줄거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이태호를 골탕 먹이려고 한 거예요."신민석은 억울함을 참으며 고개를 숨기고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답할 수 밖에 없었다.'쪽팔리게 정말."어르신은 신민석을 매섭게 쏘아보다 마사장에게 입을 열었다. "마사장, 구 억이 적은 돈도 아니고 어떻게 좀 깎아 줄 순 없나?"마사장은 이마를 찌푸리며 답했다. "저한테 그럴 권리가 없어서요, 총지배인한테 한 번 여쭤 볼게요."마사장은 재빨리 총지배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곳의 상황을 대략 설명해 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총지배인이 들어섰고 범용과 태수가 자리에 있는 걸 보자 숨을 들이 마시며 범용에게 인사를 건넸다. "당주님, 태수님."이때 이태호가 범용에게 다가와 물었다. "당주님, 여기 술집도 용의당의 자산이라고 하던데 제 얼굴을 봐서 할인 좀 해 주시면 안 될까요?"여기가 용의당의 자산이고 이태호가 나서서 사정을 했으니 적지 않은 돈을 아낄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신씨네 어르신과 신승민은 마음속으로 기뻐졌다.기대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들을 훑어보곤 범용이 담담하게 답했다. "좋아, 이태호씨가 직접 부탁을
"그럼요, 내일 아침 제시간에 도착하도록 할게요."이태호는 미소를 지으며 곧 범용 등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어르신도 술갑을 지불하고 나와선 이태호가 범용과 태수랑 웃고 떠드는 장면을 보고 뭔가를 더욱 확신을 내린 듯했다.그렇게 다들 범용과 태수가 떠나는 것을 지켜 보았다."태호야, 오늘은 사억 오천이나 아끼고, 이게 다 네가 나서서 사정해 준 덕분이구나."어르신은 칭찬이 가득 담긴 말투로 이태호를 보며 웃고 있었다.그러자 이태호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범용 저 사람이 워낙 대범한 사람이라서 그래요, 전에 어머님 병치료를 해 줬을 때도 형, 동생 사이로 지내자면서 무척 흐뭇해하셨거든요."그의 말에 어르신은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그거 참 잘 된 일이구나, 너하고 범용씨가 그렇게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면 앞으로 일류 명문들도 신씨네 눈치를 보며 함부로 건드리지 못 할테니 말이야."소지민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 딸이 사람 보는 안목이 이렇게 훌륭하다니까, 몇 년전에는 우리 사위가 잠재력이 높은 사람이라는 걸 아예 생가지도 못했단 말이지."옆에 있던 신수민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집안 사람들이 이태호를 승낙하는 걸 보니 마음속으로 안정이 되는 것만 같았다.적어도 몇년 간의 집념이 현실로 이루어졌으니 말이다.그때 어르신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신민석을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이젠 눈에 뵈는 것도 없다 이거야? 와인을 얼마나 시킨 거야 대체? 쪽팔리지도 않아?""할머니, 그게..."이태호를 갈취하려던 계획이 밑천도 못 찾고 끝나버렸던 신민석은 변명을 더 해보려다 한숨만 내쉬고 입을 닫았다.범용과의 돈독한 관계로 여기가 범용의 술집이라는 걸 분명 미리 알고 예약했을 이태호를음해하려고 했다가 되레 처음부터 철저히 계획을 짜고 있던 이태호에게 당해 버린 것이다."술집 문 앞에서 창피하게 서 있지만 말고 얼른 가자, 궁지에서 빠져 나올려고 이 한 밤중에 우리를 여기까지 불러 낸걸 보면 너도 참."어르신이 마지막으로 불만을 토하
이태호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눈치가 빨라, 자기를 속일 수가 없다니까."신수민은 오히려 웃으며 답했다. "우리 엄마는 단순해서 딴 생각은 못하지만 할머니는 흘러 가고 있는 상황을 어느정도 파악했을 거야, 근데 할머니한테 있어서는 당신이 이 술집에 왔었다고 해도 용의당과 친하다는 걸 알았으니 굳이 누설하진 않을거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이태호도 그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사실 자기가 신씨네 집안에서 쫓겨난 다음에 신민석 그 놈이 자기와 부모님을 많이 괴롭히고 다녔었잖아, 심지어 좋은 직장도 못 찾고 배달일밖에 못 하도록 압박하기도 했었고, 그래서 오늘 이 기회를 삼아 골탕을 먹이려고 했었던 거야."그러곤 머뭇거리다 이태호는 말을 덧붙였다. "애초에 그저 술자리를 함께 하다 술값을 혼자 다 뒤집어쓰게 하려고 중간에 도망칠 계획이었어, 근데 이 놈이 사람을 왕창 데리고 와서는 술을 엄청 주문해 놓고 나를 취하게 만들려는거야, 나도 일을 이렇게 크게 벌일 생각은 아니었어."이태호는 맹락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여기서 팩트는 그 놈이 여기가 용의당 범용의 술집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거지, 더욱이 내가 몰래 튀었다는 사실조차도 말이야."그의 해명에 신수민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이 여자에게 홀리는 타입이 아니니까 다행이지, 안 그러면 신민석 저 놈 몇 십억이나 갈취하려고 했을 걸, 욕심이 너무 많아."신수민의 아름다운 미소에 반해버린 이태호는 앞으로 나아가 허리를 껴안았다. "아니, 옆에 아름다운 와이프가 있는데 그런 속물적인 여자들이 눈에 들어올리가 있어?""사람들 보는데서 이렇게 껴안으면 어떡해?"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신수민은 이게 다 신민석 본인의 자업자득이고 하니 교훈을 준 셈 치고 이태호를 탓하진 않았다.만약 신민석이 몇 천만원어치만 사용했다면 설령 이태호가 도망갔더라도 여기에 갇히진 않았을 것이다. 마음을 곱게 먹었어야 이렇게까지 비참한 결과를 맛보진 않았을 건데...어찌보면 오늘 이태
실제로는 범용과 태수가 본인을 따라다니며 인맥을 쌓고 싶어한다는 걸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신수민을 보며 이태호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아까 어머님이 예물을 엄청 급해 하시던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입금해야 되겠어, 어차피 별 큰 돈도 아니고 하니까."고민에 잠겨 있던 이태호가 입을 열었다."어머, 별 큰 돈이 아니라니? 돈 좀 생겼다고 붕 떠 있는 거 아니야? 자그마치 백 억이거든."그가 하는 말에 기분이 한결 좋아진 신수민이 말을 이었다. "정말 나랑 결혼하는 예물로 백 억이나 줄려고? 우리 엄마 말만 그렇지 오십 억을 준다고 해도 우리 결혼 허락하실 거야."이태호가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 당신 부모님도 내 부모님이나 마찬가지야, 당신 부모님이 행복하다고 하면 백 억은 물론이고 더 많은 것도 해 줄수 있는데 뭐."그러다 계속 말을 덧붙였다. "자기야, 평소에 사고 싶은 걸 마음껏 살 수 있게 좀 이따가 오십 억을 벌어서 당신한테 줄 게, 아니면 우리가 지금 차 한 대로 다니니까 좀 불펴하잖아, 아예 한 대 더 사서 자기 출근할 때 사용하는 게 어때?""나한테 너무 잘해 주는 거 아니야?"신수민은 감동한 듯 이태호의 다리에 손을 얹었다. "근데 당신이 그렇게 많은 돈을 삽시에 준다고 하니 어떻게 써야 할 지도 모르겠어, 쫓겨나기 전에는 괜찮았는데 쫓겨 난 후 오년 동안 아껴 먹고 쓰고 하니까 가격이 비싼 옷은 손이 떨려 쳐다보지도 못 했어."이태호는 진지하게 답했다. "그러면 안 되지, 나는 당신이 마음껏 쓰게 하려고 돈을 버는 건데? 앞으로는 마음에 드는 옷이든 가방이든 뭐 다른 거든 그냥 사, 그리고 지금은 명색의 총지배인인데 적어도 신분에 맞게 A8정도는 뽑아야 되지 않겠어? 그래야 사업거래할 때도 체면이 설거 아니야, 내일 당장 차 사러 가자.""네, 우리 남편 말대로 내일 아침 바로 차 사러 갈게요, 알겠죠?"신수민은 얼굴에 매우 달콤하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두 사람은 곧바로 별장에 도착했고 대문을 열자마자 여섯
"자기야, 오늘도 한 침대에서 자면 안 돼?"이태호와 신수민이 이층으로 함께 올라오던 그때 이태호가 신수민에게 물어 보았다.그의 물음에 심장 박동수가 급하게 뛰었던 신수민은 이태호를 보며 멍해 있다 답했다. "조용히 옆에서 아무 짓도 안 하고 잘 수 있으면 안 될거야 없지 뭐, 그리고 술기운이 너무 강하니까 일단 가서 샤워부터 해.""넵."이태호는 생글생글 웃으며 잠옷을 가지러 본인 방으로 향했다.흥분해 있는 이태호의 모습에 신수민도 자연스레 웃음꽃이 피었다.샤워를 마친 이태호는 신수민에게 오십억을 이체하고 나서 소지민에게도 약속했던 백억을 계좌이체 해 주었다."우리 엄마가 백억을 받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궁금하긴 하다."돈을 송금한 이태호를 바라보며 기분이 한결 좋아진 신수민은 자신도 모르게 붉은 입술을 오므리고 있었다.그런 그녀가 분홍색 슬립 드레스를 입고 있으니 무척 매혹적인 자태를 뿜내고 있는 것이다.게다가 힐끗 쳐다본 이태호는 진짜 잠옷 하나만 걸쳤단 사실을 알곤 끓어 오르는 욕구에 몰래 침을 삼켰다."으이구, 얼른 자기나 해."혹여 본인의 상상이 신수민에게 들킬까 이태호는 바로 침대에 누워 엉뚱한 생각을 떨춰 내려고 했다.신수민만큼이나 아름다운 미녀가 흔하지도 않은 데다 본인의 아내이기도 한데 그녀가 허락만 한다면 열혈청년인 이태호는 바로 달려들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하니 말이다."당신 참 좋은 사람인 것 같아."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이태호가 새삼 좋았던 신수민은 자연스레 이태호의 옆에 누워 손으로 머리를 바친 후 씩 웃고는 이태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응."그녀가 주동적으로 입을 맞출 줄 몰랐던 이태호는 느껴지는 은은한 향기에 더욱 주체할 수가 없었다.이렇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걸 보면 이젠 하룻밤을 허락한다는 뜻 아닌가?생각에 잠겨 있던 이태호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한편 기대에 잔뜩 차 있었다.이태호가 신수민을 끌어안고 한 손으로 쓰다듬을 준비를 하고 있던 그때 그녀는 품에서 벗어나 교활한 웃음을 지었다.
더욱이 그날 이후 지금까지 어떤 여자와도 밀접한 접촉이 없었으니 신수민과의 하룻밤을 기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기한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이태호 이 자식은 돈도 많으면서 왜 아직 백 억을 입금하지 않고 있는 거지? 설마 질질 끌면서 안 주려는 속셈인가?""정말 그렇다고 하면 우리 딸과의 결혼은 결사 반대할거야."이때 신씨네 별장으로 도착한 소지민, 신영식과 신수연은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소지민이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그러던 중 그녀의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그녀는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깜짝 놀라 우두커니 제자리에 멈춰 섰다."일,,, 십,,, 백,,, 천,,, 만,,, 십만,,, 천만,, 십억,,, 백억."공을 꼼꼼히 세어 보던 소지민은 백 억을 다 읊어본 뒤에야 감격에 겨워 펄쩍펄쩍 뛰며 말했다. '진짜 백 억이야, 세상에, 정말로 백억을 나한테 송금했어.""엄마, 어디 봐봐."순간 눈이 번쩍 뜨인 신수연도 소지민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숫자를 꼼꼼히 다시 세어보고 있었다."엄마, 진짜 백 억이네, 예물로 정말 백 억을 주는 걸 보면 이태호 이 사람 양심도 있고 약속도 잘 지키는 사람이네."신수연도 감격하기 그지 없었다."당연한 거 아니야? 우리 딸이 얼마나 훌륭한데 백 억도 사실은 모잘라거든."비록 득의양양한 태도로 말은 그렇게 해도 한꺼번에 이 많은 돈을 손을 짊어지게 되었으니 마음속으로 무척 흐뭇해 있던 소지민은 신수연의 손에 들려 있던 휴대폰을 빼앗았다."헤헤, 전에 예물 받으면 나한테도 좀 주겠다고 했었지 않아?"신수연은 기대에 찬 얼굴로 히죽히죽 웃으며 소지민에게 물었다."이 밤중에 뭐가 그리 급해?"소지민은 딸을 눈으로 흘기며 답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쇼핑하러 가자, 고급 가게로 쇼핑하러 가는 것도 오랜만인데 옷이든 가방이든 사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한 번 사 보자고,""엄마, 너무 사랑해, 쇼핑 다 하고 나한테 용돈으로 이억정돈 줘야 돼, 알겠지?"격분해 있던 신수연은 소지민을 껴안고 그녀의 얼굴에 호되게 뽀
"거 참, 전에는 이태호를 얕잡아 보면서 신수민 곁에서 떨어지라고 그렇게 강요하더니만, 이제는 또 마음에 든다고 난리네." 신영식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볼 땐 당신은 돈만 주면 다 좋은 것 같아."그의 말에 소지민은 순식간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당연한 거 아니야? 돈이 많아야 우리 딸도 고생 안 할거잖아, 돈이 없으면 낚싯대는 어떻게 살 건데? 필요없다 이거야?"소지민이 낚싯대로 자신을 위협하자 신영식은 입을 싹 닫고는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시작했다."할머니, 오늘 진짜 이태호 그 자식이 만든 자리가 맞다니까요, 제가,,,"집으로 돌아온 신민석은 차에서 내리기 바쁘게 어르신에게 재차 해명하고 있었다.그런데 어르신이 그를 차갑게 노려보며 답했다. "이태호가 자리를 만들었으면 값비싼 술을 그렇게 많이 주문했을 리가 없잖아, 그토록 힘든 나날을 겪어 왔는데 설령 오늘날 돈을 많이 벌어 들인다 해도 흥청망청 낭비할 애도 아니고, 술 접대하는 여자들을 네 명이나 부른다는 건 더욱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이쯤 되자 어르신은 모든 상황을 꿰뚫어 본 것마냥 담담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 벌어진 일들에 대해 대체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더 이상 추궁하고 싶지 않으니까 너도 여기까지만 해, 어찌됐던 오늘 밤에 사억 오천만원은 아주 용되게 잘 사용한 돈이니까."머리가 잘 돌아가지 못하는 신승민은 어르신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혹시 지금 어머님의 말씀은 오십프로를 할인 받았으니까 다행이라는 의미인가요?""오십프로가 뭔 대수라고?"어르신은 못난 아들을 원망하듯 이마를 찌푸리고 이를 악물며 답했다. "이태호의 한마디에 오십프로를 할인해 줄 정도로 범용과의 사이가 그만큼 돈독하다는 게 핵심이야."그러곤 어르신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어 나갔다. "잘 생각해 봐, 고작 한마디로 그 많은 돈을 호탕하게 깎아주는 것도 모잘라 이 한밤중에 둘이 같이 술마시고 있다는 걸 보면 이태호와 범용은 보통 친구가 아닌 아주 뜻깊은 인연이라는 거잖아, 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