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들은 이태호는 미간을 좁혔다.“어릴 때부터 알았다고? 그럼 육명준이 어린 나이에 벌써 너희 종문 제자로 될 자격을 갖췄다는 거야?”그러자 백정연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건 아니고, 아빠가 밖에서 데려왔어요. 오지에 보물 찾으러 갔었는데, 길에서 마침 육명준 일가가 누구한테 죽임을 당하는 걸 목격하고 육명준을 구했대요. 그때 12살밖에 안 됐는데, 불쌍하기도 하고 신체적 소질도 괜찮은 거 같아서 산에 데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셈이죠.”염설아가 듣더니 매우 분에 겨워했다.“뭐예요, 그럼 백 종주님이 그 자식 생명의 은인이라는 거잖아요. 그것도 모자라 재워주고 입혀주고 먹여줘서 오늘의 무황 내공을 가진 고수까지 만들어놨는데, 배신을 했다는 거네요? 와, 그거 완전 쓰레기네요. 고작 호법에서 장로가 되기 위해 그랬단 말이에요?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더니, 배은망덕한 놈이네요, 그놈.”한참 잠자코 있던 백지연이 이때 염설아에게 설명을 보탰다.“그 이유뿐만은 아닐 거예요. 주로는 그가 정연이를 좋아해서 그랬을 거예요. 사랑 끝에 원한을 품은 거죠.”그제야 염설아는 깨달았다. 그런 사정이 있을 줄 몰랐던 그녀는 짧게 탄식하며 말했다.“흐음... 그래도 사람 감정이라는 게 억지부린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너무 어리석었어요. 게다가 상대가 우리 스승님처럼 대단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면 부끄러워서라도 저절로 물러나야지, 안 그래요?”신수민도 생각을 얘기했다.“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어. 자기가 가지지 못하는 건 다른 사람한테도 빼앗기기 싫어하는. 그래서 풍월종을 배신한 거겠지. 하지만 그도 태호 씨가 3급 존자의 내공에 도달했다는 건 몰랐을 거야. 장로들이 고급 3급 단약으로 내공을 끌어올렸을 거라는 건 더 상상도 못 했을 거고.”이러한 토론 속에서 백정연은 씁쓸하게 웃으며 끝내 입을 열었다.“됐어요, 이제 그 자식 얘기는 그만 해요. 나도 그냥 좀 뜻밖이라서 놀랐을 뿐이에요. 우리 이제 열심히 구경이나 해요.”
그냥 미남 영웅도 아니고 절세의 미남 영웅이라니. 이태호는 쑥스러운 듯 공수하며 말했다.“사장님, 미남은 받아들입니다만, 절세의 영웅이라는 칭찬은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전 그저 제 장인 어르신의 종문이니 사위로서 힘을 좀 보탠 것뿐이에요.”“허허, 우리 아가씨 남편분이 너무 겸손하시네요. 자, 드시고 싶은 것은 다 시키세요. 오늘은 뭘 드시던지 다 공짜예요.”여자 사장님이 시원시원하게 웃으며 얘기하자 이태호는 바로 사양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장사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저희가 그런 폐를 끼치면 되나요.”하지만 사장님은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폐 끼친다니요, 어제 이태호 님의 단약 때문에 제 아들 내공이 한 급이나 올라갔는데요. 3급 무황에서 4급 무황으로 돌파했지 뭐예요. 내가 지금 기분이 너무 좋은데 밥 한 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큼큼, 그래서 아까부터 계속 웃고 계셨군요. 그럼 너무 사양해도 예의가 아니니 감사하게 먹겠습니다.”시원스러운 사장님의 태도에 이태호는 헛기침하며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자리에 앉은 뒤 백지연은 메뉴판을 보며 요수 고기와 술을 많이 시켰다.“음... 이 술맛 괜찮네요. 어서 마셔봐요.”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또 고기를 먹어보며 그녀는 말했다. “이 요리도 엄청 맛있네요. 정연 씨가 이 식당 음식이 맛있다고 하더니 진짜 맛집이었네요?”“당연하죠. 내가 여기서 나고 자랐는데요.”백정연이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이태호가 한참 생각하더니 백정연을 보며 말했다.“정연아, 요즘에는 아버님 곁에 많이 있어 드려. 범용한테 이미 얘기했어. 그 두 개 파벌을 찾게 되면 나한테 전화하라고 말이야. 그때 되면 우린 사숙한테 가야 해. 언제 돌아올지 몰라. 아, 이 일을 아버님께도 말씀드려.”백정연은 알겠다고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이태호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내가 갖고 있는 영초도 꽤 되는데, 저녁에 대장로가 또 가져다준다고 하니까, 요 며칠은 별일 없으면 열심히 연단이나
염설아는 대뜸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물들었다.“사모님도 참, 무슨 그런 말을... 스승님인데요.”백지연은 짓궂게 계속 놀려댔다.“스승님이면 어때서? 세상에 제자와 스승이 사랑에 빠진 이야기가 한두 개도 아니고.”듣다 못 한 이태호가 백지연을 노려보더니 가볍게 쏘아붙였다.“빨리 먹기나 해. 먹을 거 앞에서 사족을 못 쓰는 애가 오늘따라 왜 그리 말이 많아? 뭘 더 시켜줘?”어깨를 으쓱하며 백지연은 테이블 위에 있는 잔을 들었다.“자, 그럼 우리 건배 한 번 할까요? 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야죠.”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니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거처에 도착하자마자 대장로가 영초를 들고 방문했다.생각지도 못한 것은 그중에 하급 4급과 중급 4급의 영초 말고도, 고급 4급의 영초가 몇 개 들어있었다. 그리고 태상 장로가 이미 그것들이 연단에 적합한 것임을 확인한 게 틀림없었다. 이태호는 기분 좋게 그것들을 받아 챙기고, 대장로를 문어귀까지 배웅했다.문을 잠그고 그는 연단할 준비를 하였다. 그러다 염설아를 불러 옆에서 보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였다. 비록 그가 정제하는 것은 거의 다 3급 단약이긴 하지만 연단이라는 건 원래 대동소이한 거라 곁에서 고급 단약을 정제하는 과정을 잘 살펴보기만 해도 크게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앞으로 염설아도 이런 걸 할 날이 올 테니 말이다.‘스승님 수법이 너무 노련하시네. 보는 것만 해도 기분이 황홀해지는 것 같아.’염설아는 옆에서 이태호가 연단하는 것을 넋이 나가게 바라보다가 문득 스승님이 원래부터 잘 생겼는데 연단하는 모습을 보니 더 매력이 철철 넘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 보고 있는데 이태호가 동작을 멈추더니 그녀에게 물었다.“어때? 뭘 좀 터득한 거 있어?”염설아는 입꼬리를 예쁘게 위로 끌어당기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스승님이 연단할 때 모습이 너무 멋진 것 같아요. 동작이 그냥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워요. 영력으로 화염을 제어하는 모습이 어쩜 그렇게 멋있을
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만하면 자질이 뛰어난 편이긴 한데, 그래도 문제는 많아.”잠깐 멍해 있더니 염설아는 이내 눈빛을 반짝이며 지극히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봤다.“그래요? 무슨 문젠데요? 얼른 얘기해줘요.”학구열에 불타있는 그 모습에 이태호는 마음속에 기쁨이 스며들었다.“넌 매번 너무 급해. 재료를 넣을 때 한 템포씩 빨라. 그리고 정제할 때도 시간을 앞당겨 가려는 것처럼 조급해하는 것이 보여. 조금 느긋하게 할 필요가 있어. 딱 2, 3초 시간 차이야. 그것만 잘 극복하면 단약이 훨씬 더 잘 나올 거야.”“그래요? 내가 성격이 급한 데다가 긴장해서 그런가 봐요. 얘기 안 해줬으면 전혀 몰랐어요. 감사합니다, 스승님. 다음번엔 꼭 주의할게요.”염설아는 공수 인사를 하며 웃었다.잠시 생각을 하던 이태호는 그녀에게 말했다.“됐다, 너 이제 돌아가서 쉬어, 시간도 늦었는데.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 봐. 다음번엔 더 잘할 수 있도록.”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염설아는 이태호를 보며 물었다.“스승님은요? 시간이 이렇게 늦었는데 계속 정제하시게요?”그러자 이태호가 웃으며 말했다.“응. 단약을 두 화로 더 만들어놓고 쉴까 해. 요즘 3급 단약을 만드는 데 더 노력을 가해야겠어. 특히 고급 3급 단약을 능수능란하게 정제할 수 있어야 하급 4급 단약을 만드는 데 도전해 볼 수 있는 거야. 나도 하루빨리 하급 4급 연단사가 돼야지.”“스승님,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에요?”이 말을 하는 염설아의 눈빛은 이태호에 대한 숭배에 가까운 존경심이 깃들어 있었다. 웃으면서 걸어 나가며 그녀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그래도 쉬엄쉬엄하세요. 몸 상하시니까.”염설아가 나간 뒤, 이태호는 계속하여 단약을 두 화로 정제하고 난 다음에야 샤워하고 잠을 청했다.아침에 일어나서 문밖에 나가니 네 미녀가 나란히 뜨락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웬일로 넷이 다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눈 뜨자마자 아름다운 미녀도가 앞에 펼쳐지니
신수민은 단약을 손에 넣자마자 이렇게 말했다.그 말에 잠시 멍하니 있던 이태호는 얼떨결에 입을 열었다.“너희들 돌파하고 나서 내공이 안정되기 전에는 저녁에 찾아가도 되는 거 아니야? 이건 수련에 지장 없을 거 같은데?”‘흠, 틈새를 잘도 찾네.’수련을 핑계로 한동안 혼자 조용히 지내고 싶었던 신수민의 작은 소망이 물 건너갔다.“하앙, 오빠 뭐예요. 하여튼 이상한 생각만 잘해.”백지연의 볼이 발그스름하게 물들며 이태호를 향해 눈꺼풀을 까뒤집었다.“범용이 나한테 전화하기 전에는 여기서 연단을 계속할 거야. 물론 한 달 뒤에도 전화가 오지 않는다면 돌아가야겠지만.”이렇게 말하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이태호는 또 중얼거렸다.“묘의당과 신의당이 설립되었다면 뭐라도 단서가 나올 텐데...”“그 두 파벌이 다른 세력한테 소멸당했을까 봐 걱정하는 거야?”신수민은 이태호의 말에서 그가 뭘 걱정하는지 알 것 같았다.이태호도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이 없으니까 걱정이 되긴 하네. 이 큰 용성연합국에 각종 세력이 바글바글한데, 매일 새로운 것이 생기지 않으면 또 누군가는 소멸당하겠지. 만약 그 둘이 이미 소멸됐으면 일이 곤란해지는데...”이때 잠깐 상념에 빠졌던 백지연이 입을 열었다.“만약 그 둘이 진짜 소멸당했으면 오빠가 내공이 1급 무황에 도달한 자를 골라서 그 두 파벌의 당주로 세우고 또 열두 명을 채워서 파벌을 새로 만들면 되잖아요, 뭐가 문제예요?”이러한 아이디어가 나올 줄 몰랐던 이태호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네가 말한 건 정말 아무런 방법이 없을 때의 얘기야. 그러나 사부님이 예전에 말씀하신 적이 있어. 나더러 열두 개 파벌의 당주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파벌은 없어져도 당주만 살아있으면 그를 꼭 찾아내야 한다고 말이야. 다른 사람으로 머릿수 채우는 건 안 된다고 했어.”그 말을 듣더니 백지연은 입을 삐죽거렸다.“오빠 사부님이 참 이상하시네요. 숫자만 채우면 되는 거 아닌가? 그 사숙분은 더
“이만한 품질이면, 일품인 거겠지?”방 안에서 금방 정제한 하급 4급 단약을 손에 쥐어 보며 이태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표정을 봐도 그가 이번 단약의 품질에 자신이 넘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다시 방 문을 나서는 동시에 그는 생각이 많아지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벌써 석 달이 지났다. 그새 풍월종에 준 단약만 해도 200알이 넘는다. 풍월종 사람들 얼굴에 누구나 웃음이 넘실넘실 차올랐다. 종문 실력이 일취월장해 가고 있었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태호는 점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연단 성과는 누가 들으면 턱이 빠지게 놀라워할 정도이지만 말이다. 스무날 남짓한 시간 동안 그는 손에 있는 3급과 2급, 심지어 하급 4급의 영초를 수도 없이 많이 소모했다. 그러한 결과는 손에 쥔 단약이 3천 개를 넘는다는 것.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연단 속도였다.잠시 고민을 뒤로 하고, 그는 신수민네가 내공 돌파를 하게 된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괜찮네. 정연이가 이젠 9급 무황이 되었네? 20여 일 동안 두 번 돌파하고 9급 무황이 됐으니까, 이제 경지가 안정돼서 재 돌파하면 1급 존자가 되겠구나.”백정연을 보며 이태호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자 백지연이 뛰어와 그 앞에서 한 바퀴 빙 돌며 상기된 어조로 말했다.“오빠, 날 봐요. 나도 칭찬해 줘요, 빨리.”“음... 너도 잘했어. 3급 무왕에서 7급 무왕이라. 돌파 속도가 어지간하지 않은데?”백지연도 칭찬받을 만했다. 그건 신수민도 인정했다.“지연이 속도가 진짜 빠르긴 해. 나 지금 8급 무왕인데, 걸핏하면 날 따라잡겠어.”백지연은 귀엽게 윙크하며 신수민한테 농담을 건넸다. “큰 언니, 나도 언니를 따라잡고 싶은데, 혹시 날 좀 기다려줄 수 있어요?”맨 마지막에 이태호는 염설아를 보더니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4급 무황이네. 그만하면 매우 잘한 거야.”“고마워요, 스승님.”칭찬을 받은 염설아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스승님도 그렇고, 다들 너무 부러워요. 어떻게 한눈에 내공을
이태호는 백지연이 이런 농담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해 식은땀을 흘렸다.‘얘가 못하는 농담이 없네.’그는 즉시 옆에서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워하는 염설아를 돌아보고 말했다.“설아야, 얘가 원래 이런 농담을 자주 해. 장난치는 거니까 마음에 두지 마.”하지만 백지연은 이태호의 말을 듣고 더 기뻐하며 말했다.“당연히 농담이죠. 설마 진짜이길 바랐어요? 어휴, 어떤 사람은 정말 보고 싶었나 보네요.”옆에 있던 신수민과 백정연 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순간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그런데 이때, 마침 조용하던 이태호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범용이 전화야!”휴대폰을 꺼내서 범용이 전화한 것을 확인한 이태호는 마음속으로 기뻐했다.“설마 벌써 묘의당과 신의당 쪽 소식이 있는 걸까?”“혼자 추측해봤자 소용없어. 얼른 전화 받고 직접 물어봐.”신수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태호가 기뻐하면서도 살짝 긴장한 상태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전에 10개 파벌을 찾을 때는 아주 순조로웠는데 나머지 두 파벌을 찾는 데는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 그런데 성공이 코앞에 다가왔으니 이때가 가장 긴장되고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이태호는 전화가 연결된 후 반대편에 있는 범용에게 물었다.“어떻게 됐어? 묘의당이랑 신의당 쪽에 소식 있어?”그러자 전화기 반대편에 있는 범용이 대답했다.“주인님, 묘의당 당주는 이미 찾았습니다. 저희가 그들을 찾아내자마자 주인님 이야기를 전했고, 지금 그들은 이미 남운시에 도착해서 저희가 머무를 곳도 다 찾아주고 필요한 것들도 준비해 뒀습니다.”“하하, 잘됐네. 준비를 마쳤다니, 그럼 됐어!”범용의 말을 들은 이태호는 호탕하게 웃다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다시 물었다.“아참, 모든 일이 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 묘의당의 당주는 지금 내공 몇 단계야?”범용이 답했다.“네, 순조롭긴 한데 묘의당 당주님의 내공이 조금 낮습니다. 지금 내공이 6급 무왕 단계인데, 아직 시간이
“아빠, 저희 이제 가야 해요. 몸 건강히 잘 있으세요!”눈 깜짝할 사이에 사흘의 시간이 지났다.백정연은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백서웅을 바라보며 말했다.백서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가봐. 다 큰 딸을 붙잡을 순 없지. 네가 이렇게 훌륭한 남자에게 시집갈 수 있어서 기쁘다. 나도 이렇게 우수한 사위를 들일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이고. 난 충분히 만족해.”여기까지 말한 백서웅은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말했다.“너만 행복하다면 아빠는 만족해.”옆에 있던 이태호는 손바닥을 펼쳐 보이더니 작은 도자기 병을 꺼내어 백서웅에게 건네면서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아버님께 드리려고 준비한 선물입니다. 저희가 떠난 다음에 보세요.”“하하, 알겠어!”백서웅은 그 작은 도자기 병을 건네받자마자 호탕하게 웃었다.이태호는 서둘러 비검을 꺼내 크게 만든 다음 백지연 등 사람들과 함께 비검 위에 올라타 빠르게 앞을 향해 날아갔다.“오빠, 또 우리 아빠한테 3급 고급 단약을 줬죠? 전에도 많이 줬는데 왜 또 줬어요.”돌아가는 길에 백정연의 얼굴에 저도 모르게 옅은 미소가 번졌다.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했다.이때 이태호는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단약을 드린 건 맞아. 아버님은 종문의 종주셔서 단약이 필요하실 거야. 많이 드려야 이곳에서 너희 풍월종의 지위가 더욱더 단단해져서 앞으로 발전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종주님 사위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네요. 떠나기 전에 단약도 준비해 주고 말이에요.”이태호 일행이 떠나는 방향을 바라보면서 대장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백서웅은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한참 지나서야 이태호가 준 도자기 병을 열어보았다.그는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또 3급 단약일 거라 생각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병을 열어본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자식, 참 특이한 놈이에요. 항상 이렇게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준다니까요.”백서웅은 마음속의 충격을 억누르며 말했다.“놀라움?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