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두 달 동안 정성껏 돌본 결과 온다연의 상태는 드디어 호전되었다. 홀쭉했던 얼굴에도 살이 붙었고, 입술 색은 예전처럼 돌아가서 부드럽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 모습이 유강후에게 얼마나 유혹적이었는지 모른다.온다연은 그의 손길에 부쩍 익숙해졌다.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차라리 따르기로 한 모양이다. 그녀는 부드럽고 하얀 손을 한데 모으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저 이제 먹고 싶은 거 막 먹어도 돼요?”유강후는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한참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상태에 만족한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가끔은 먹어도 돼. 근데 기본적으로는 영양사의 식단을 따라.”“네...”온다연은 약간 실망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습관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반짝이는 입술은 약간의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유강후는 그녀의 입술에 시선을 멈췄다. 그리고 점점 어두워지는 눈빛으로 그녀를 안아 들고 방 안에 들어갔다.침대에 닿기도 전에 그는 고개를 숙여 온다연의 입술을 물고 반복적으로 문질렀다. 곧 그의 손이 옷속으로 들어갔고, 온다연은 반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며 몸을 움츠렸다.그녀는 도망치거나 강하게 반항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자발적으로 맞춰주는 것도 불가능했다. 유강후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로 강압적이었다. 온다연은 그를 따르는 것 외의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의 손은 부드러운 피부를 타고 천천히 올라갔다.흉터가 남은 부위를 지나면서 그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는 흉터의 윤곽을 천천히 매만졌다. 온다연은 몸을 굳히며 그의 손을 잡았다.“그만해요. 보기 흉하잖아요.”유강후는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흉터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전혀 흉하지 않아. 나중에 하나도 안 보이게 지워줄게.”말을 마친 그는 다시 입술을 맞췄다. 온다연은 머리를 젖힌 채 그저 견뎌내야 했다. 그의 손은 점점 더 위로 올라가더니 그녀의 가슴을 감싸려고 했다
온다연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몸을 일으킨 유강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조금 전의 기세는 사라졌고 평소의 차가운 눈빛이 다시 돌아왔다.“서쪽 교외에 온천 호텔이 생겼대. 이따가 출발해서 갈 거야.”침대에 엎드린 자세로 있던 온다연은 그를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의 시야에는 그저 그의 정장 바지만 보였다. 한 번 스쳐본 것만으로도 조금 전의 열기가 떠올라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유강후는 그녀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귀 끝이 붉어진 것을 보고는 부드러운 표정이 잠시 스쳤다.“지금 갈까?”온다연의 몸은 약간 뜨거워졌다.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부끄러운 생각을 들킬까 봐서 말이다.그녀는 그의 셔츠를 꼭 잡고 차까지 안겨 갔다. 두 대의 벤틀리가 앞뒤로 천천히 병원을 빠져나와 차로 가득한 도로에 합류해서 평온하게 달렸다.온다연은 창밖의 번화한 도시를 묵묵히 바라봤다. 너무 오랜만에 나와서 그런지 빌딩만 봐도 새롭게 느껴졌다.가장 번화한 거리에 들어섰을 때, 앞자리에 있던 이권이 말했다.“앞에 있는 건물이 바로 미래 그룹 본사예요. 대단하죠?”창문을 통해 온다연은 커다란 빌딩들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적어도 20개 이상의 건물이 있었고, 가장 앞에 있는 건물이 제일 웅장했다. 그 건물의 위에는 금빛으로 빛나는 ‘미래 그룹’ 네 글자가 반짝이고 있었다.미래 그룹의 건물은 파란색을 기본으로 사용했다. 원래는 무겁고 답답한 느낌을 주는 색깔이 대규모로 연결된 모습은 너무나도 웅장해서 존경심이 생겨날 정도였다.온다연은 한동안 넋을 잃었다. 왠지 모르게 이 건물들이 유강후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을 쉴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었다.이때 이권이 약간 자랑스러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엄청 크죠? 미래 그룹은 대륙 최고 수준의 대기업이에요. 하지만 도련님에게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에요. 여러 나라에 대기업을 소유하고 있으니까요.”이권 말이 많다고 생각한 듯, 유강후는 미간
유강후는 이를 악문 채 그 네 글자를 묵묵히 바라봤다. 예리한 눈빛은 당장이라도 공기를 얼릴 것 같았다.온다연의 공포를 느낀 듯 그는 힘껏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약간 아플 정도였지만 그는 신경 쓸 겨를 없이 말했다.“가까이 와서 앉아.”온다연은 머리를 숙였다. 목소리는 겁에 질린 듯 덜덜 떨렸다.“더 빨리 가면 안 돼요? 저 약간 힘들어요.”이권이 엑셀을 밟고 무한테크의 건물은 금방 뒤로 사라졌다. 짧은 몇십 초 사이에 온다연의 손은 식은땀으로 흥건해졌다.유강후는 그녀를 끌어당겨 자기 몸에 기대도록 했다. 시원한 나무향이 안겨 오자 그녀는 진정이 되는 듯 눈을 감았다.잠시 후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유강후가 입을 열었다.“며칠만 참아. 내가 다 해결해 줄게.”목소리는 한결같이 차가웠다. 그의 말뜻도 온다연이 알기에는 어려웠다.하지만 이권은 알았다. 최근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을 떠올리며 그는 묵묵히 감탄했다.차는 금방 온천 호텔 앞에 멈춰 섰다. 커다란 호텔은 고풍스러운 스타일로 인테리어 했다. 주변에는 자그마한 대나무숲과 호수도 있었는데, 고즈넉하니 힐링 하기 딱 좋아 보였다.차가 멈춰 서기 바쁘게 호텔 직원이 환한 얼굴로 다가왔다.“오셨습니까, 도련님. 룸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용하시기 편하게 따듯한 온천과 간식 세트도 준비해 놓았습니다. 따로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유강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직원이 또 말을 이었다.“이 마당은 도련님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다른 사람은 사용한 적 없으니 편하게 지내세요. 그리고 주방에 셰프도 대기하고 있어서 만족스럽지 않은 점이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시면 됩니다.”유강후는 머리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수고했어요.”“아닙니다! 도련님이 와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말을 마친 직원은 그들의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유강후는 주변을 잠깐 둘러보다가 온다연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거실의 TV는 켜져 있었다. 화면에는 오늘의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무한테크가 사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전 대문 앞에서 마중해 줬던 직원이 직접 음식을 가져왔다. 그의 뒤에는 겁먹은 표정의 셰프가 있었다.직원은 음식을 하나하나 식탁에 배치했다. 그리고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도련님, 이건 주방에서 직접 한 음식입니다. 입에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 만족스럽지 못한 곳이 있으면 셰프한테 말하면 됩니다.”말을 마친 그는 뒤로 물러나서 셰프의 귀에 대고 무언가 전달했다.식탁 위의 음식은 아주 평범한 가정식이었다. 놀랍게도 유강후가 지내던 곳에서 먹은 것과 똑같았다. 유일한 다른 점이라고는 보기만 해도 화려한 생선찜이었다.다른 음식도 정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음식을 담은 흰색 도자기 그릇은 옆에 조각 장식도 되어 있었다.닭고기와 감자는 집사가 요리한 것보다 더 부드럽게 조리되었다. 맛은 약간 싱거웠지만 오랜 시간 죽만 먹었던 온다연에게는 천상의 맛이었다.급하게 먹은 온다연의 이마에는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유강후는 그녀가 감자만 먹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감자를 옆으로 밀어내고 가시를 바른 생선찜을 그릇에 담아주며 말했다.“이걸 먹어.”온다연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앞쪽 바 테이블에 놓인 음료를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음료는 마셔도 돼요?”유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온다연이 눈을 반짝였다.“그럼 시원한 오렌지 주스 마실래요.”“안 돼! 너 아직 차가운 거 금지야.”유강후가 단호하게 말했다.온다연의 눈빛이 금세 어두워졌다. 그녀는 더 이상 말없이 앞에 있는 팥죽이나 홀짝거렸다. 곧 미지근한 오렌지 주스가 나왔지만, 그녀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손도 대지 않았다.유강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한 남자가 웃으며 다가왔다.“도련님.”그 남자는 잘생긴 얼굴에 수트를 입고 금테 안경을 썼다. 굉장히 점잖고 신사적인 모습이었다.그는 자연스럽게 온다연의 맞은편에 앉았다.“여기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돌아온 지 꽤 되었다고 들었는데 왜 연락 한 통 없었
온다연은 그것을 힐끗 보기만 했는데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안 그래도 좁은 공간에 유강후와 함께 있는 것이 떨렸는데, 온천의 열기 때문에 더욱 화끈거렸다.그녀는 몰래 유강후를 바라봤다. 유강후는 커튼을 단단히 쳐놓고 환풍기를 켰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는 한 발짝 한 발짝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유강후가 한 발짝 옮길 때마다 그녀는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두 손은 등 뒤로 돌려서 긴장되는 듯 꼼지락댔다.온천 안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녀도 당연히 알았다. 하지만 경험이 없었던 그녀는 옷을 벗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기절할 것만 같았다.유강후는 금방 그녀의 앞에 도착했다. 시선은 그녀의 발그레한 얼굴, 촉촉한 눈동자, 그리고 탐스러운 입술에 스쳤다. 유난히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린 그는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더워?”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내리깐 채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기만 했다.유강후는 손에 힘을 주면서 그녀가 억지로 입을 벌리게 했다. 입속의 핑크색이 시선에 들어오자 목소리는 더욱 잠겼다.“다연아, 너 나랑 키스하고 싶어?”깜짝 놀란 온다연은 황급히 머리를 흔들었다. 유강후는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면 자꾸 입술 깨물지 마. 유혹하는 것처럼 보이니까.”이 말에 화들짝 놀란 온다연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피가 떨어질 것처럼 빨갰다. 그녀는 말을 얼버무리며 겨우 소리를 냈다.“아, 아니에요...”유강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계속 다그쳐 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았던 것이다.“단추 풀어줘.”거역할 수 없는 명령의 어조였다. 두 개월 전에 했던 말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온다연은 또다시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어설프게 반항하지 않았다. 반항을 해봤자 소용없기 때문이다.그녀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셔츠 단추를 풀어 내렸다. 다행히 지난번보다는 훨씬 능숙하게 단추를 풀 수 있었다.하나... 둘... 셋...온다연의 얼굴은 단추를 풀
벨트 위에 있던 금속이 온다연의 피부에 닿았을 때 몸이 저도 모르게 흠칫 떨려왔다. 금속은 분명 아주 차가웠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뜨거워지며 두려움이 느껴졌다.손은 남자에게 잡혀 억지로 벨트에 가져다 댄 상태였다.달칵! 벨트가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너무도 가까이 있었던지라 온다연은 놀라게 되었고 손은 끊임없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고개를 들어 애원하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전, 전 못해요...”여기서 그만하고 싶었다.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건지 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하지만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잔혹했다.“이번엔 지퍼를 내려봐.”순간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숨 쉬는 법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까만 눈동자는 점점 더 커지고 목소리마저 떨려왔다.“싫...”유강후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쌀쌀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남자인데 잘 모셔야하지 않겠어? 이건 네가 언젠가 해야하는 일이야. 미리 배워서 나쁠 것 없지.”온다연은 눈물이 날것 같았다.“싫, 싫어요...”유강후는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나한테 울면서 빌어도 소용없어. 절대 봐줄 생각 없으니까.”“지금, 당장 내려.”온다연은 세차게 머리를 저었다.“싫어요!”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접었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한없이 차가워졌다.“그래, 그럼 이 과정은 뛰어넘고 더 중요한 걸 하지.”말을 마친 뒤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 당겼다.옷 안에 있던 물건은 이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고 엄청난 크기에 온다연의 안색이 창백해져 울먹거렸다.“안 돼요, 싫어요. 지퍼, 지퍼 내릴 게요...”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숨을 크게 몇번 들이쉬더니 이내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온다연은 하얗게 질린 채 눈을 감고 덜덜 떨려오는 손으로 지퍼를 잡았다.아주 간단한 일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지옥처럼 느껴졌다.다행히 지퍼를 내린 뒤 유강후는 더는 그녀를 힘들게 하지 않았다. 손을 들어 그녀의 뒤에 있던 침대를 가리켰다.“쇼핑백
탈의실에서 한참 우물쭈물하던 그녀는 결국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두 눈을 감고 비키니로 갈아입었다. 지금 입고 있는 옷으로 온천탕에 들어갈 수 없지 않은가. 비키니로 갈아입은 뒤 벗어놓은 옷을 들어 앞을 가리면서 느릿느릿 나왔다.나가자마자 유강후가 보였다. 그는 이미 옷을 갈아입은 상태였다.상반신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고 튼튼하고 뚜렷한 상체 근육이 전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목부터 복부까지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시선을 조금만 아래로 내리면 허리춤에 걸려있는 수건 한 장이 보였다.옷을 벗은 뒤의 모습과 옷을 입은 그의 모습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옷을 입었을 때는 갸름하고 어딘가 도도하면서 지적으로 보였고 꼭 아무런 욕망도 없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옷을 벗은 뒤의 그의 모습은 완전히 정반대였다.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와 눈빛마저 차가워 꼭 살아있는 염라대왕 같았다.온다연은 그를 똑바로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옷으로 앞을 꽉 가리며 느릿느릿 온천탕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녀의 피부는 아주 하얬고 우유처럼 윤기가 돌았다.설령 옷으로 가리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가리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하얗고 가느다란 팔과 윤기 도는 그녀의 다리가 그대로 드러나 보는 사람마저 깨물고 싶다는 충동이 들게 했다.유강후의 눈빛은 점점 더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녀가 온천탕으로 조심스럽게 걸어와 발을 내밀어 온도를 확인하고 다시 거두어들이는 모습까지 전부 지켜보았다.그리고 이내 고개를 들어 그를 힐끗 보았다. 자신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바로 두 볼이 붉어졌고 옷으로 가슴을 가린 채 우왕좌왕 움직였다.유강후가 자신을 향해 올 거로 생각하고 있을 때 그녀의 예상과 달리 그는 혼자 온천탕으로 들어갔다.그는 편한 자리를 찾아 기대어 앉은 뒤 눈을 감았다.순간 마음이 놓인 그녀는 천천히 온천탕으로 들어갔다.물은 조금 뜨거웠다. 하지만 이런 천연 온천에 들어가면 정말로 편안하고 나른했다. 공기 중에는 은은한 유황 냄새가 났다
유강후의 눈이 다소 차가워졌고 손가락은 상처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확실히 눈에 거슬리네.”그 순간 자존감이 확 떨어진 온다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면서 작게 중얼거렸다.“세상에 예쁜 상처가 어디에 있겠어요.”유강후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다시 안아올려 온천탕 안으로 내려놓았다.다만 이번엔 그녀의 허리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그녀의 몸은 그와 밀착되어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피부가 스쳤고 이상한 기분이 들어 저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었다.온다연은 머리가 하얘졌다. 심장은 거의 튀어나올 듯이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움직일 엄두도,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녀의 두 손은 어색하게 허공에 멈춰 있었고 숨도 작게 내쉬었다.빠져나갈 궁리를 하기도 전에 그는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그녀의 입 속으로 그의 혀가 거칠게 들어왔다.이번 키스는 전과 달랐다. 그는 전처럼 그녀의 혀만 노리지 않았다. 그녀를 품에 가둔 채 거칠게 키스를 하다가 점차 목으로 내려오더니 그녀의 쇄골에서 멈춘 후 세게 깨물었다.느껴지는 통증에 온다연은 흠칫 떨었다.“이러지 말아요. 무, 무서워요...”유강후의 뜨거운 입술은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귓가에 닿았다.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두 팔에는 힘이 들어가고 뜨거운 숨을 내쉬며 귓가에 대고 말했다.“다연아, 무서워해도 소용 없어.”온다연은 그가 이 행위를 계속 이어갈까 봐 두려웠다. 어떻게든 그의 이성을 되찾아주려고 시도 했다.“이러면 안 돼요...”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유강후는 그녀와 친척이 되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를 벽으로 밀면서 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온다연, 내가 네 삼촌이 아니라는 거 항상 기억하고 있는 게 좋을 거야. 우린 피를 나눈 사이가 아니야. 난 네 남자라고.”그는 가느다란 그녀의 허리를 잡더니 확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고집스럽고도 욕망에 휩싸인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보
나은별의 속내를 꿰뚫은 듯 온다연이 차갑게 말했다.“네가 예전에 유강후와 무슨 사이였든 상관없어. 하지만 앞으로 감히 그 남자에게 치근댄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아. 너 하나쯤 없애는 건 식은 죽 먹기야.”나은별은 부은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말 궁금하지 않아?”“유강후가 너와 관련된 모든 기록을 지웠어. 이제 누가 조사해도 유용한 정보는 나오지 않아. 왜 그랬을까?”임혜린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입 닥쳐! 한마디만 더 하면 혀를 뽑아버릴 거야!”나은별이 독사 같은 웃음을 지었다.“뭐가 그렇게 두려운데? 유강후가 너한테도 과거 얘기를 하지 말라고 했어?”“온다연이 진실을 알까 봐 몹시 두려운 모양이지?”임혜린이 분노에 차 소리쳤다.“진실이 뭐든 두 사람 사이의 문제야! 네가 참견할 일이 아니라고!”“나은별, 너는 스스로 호감을 모두 갉아먹었어. 네가 저지른 더러운 일들을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해? 유강후가 정말 아무것도 모를 거라 생각해?"나은별은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애써 침착한 척했다.“무슨 소리야?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임혜린이 콧방귀를 뀌었다.“정말 어리석구나. 온다연 사건 이후로 유강후가 네게서 완전히 손 뗀 걸 몰라? 그 뒤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잖아. 영화 제작이든 다른 투자든 한 번이라도 성공한 적 있어?”나은별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무슨 소리야?”임혜린이 말을 이었다.“너희 집안도 그만하면 탄탄한데, 투자에 실패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잖아. 게다가 매번 성공 직전에 좌절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해? 누군가가 개입했다는 의심을 가져본 적이 없어?”나은별은 벼락 맞은 듯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헛소리하지 마!”이건 그야말로 심장에 칼 꽂는 말이었다.사실 나은별도 한때 의심을 품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유강후는 비록 그녀를 만나주지 않았지만, 매번 사업 초기 자금은 제공해 주었다. 그녀가 실패하면
온다연이 콧방귀를 뀌었다.“눈치는 있군요.”말을 마친 그녀는 유강후의 답변도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이를 지켜보던 나은별이 코웃음을 쳤다.“이런다고 유강후가 정말 나를 도와주지 않을 거라 생각해?”온다연은 휴대폰을 가방에 넣으며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설마 상간녀 짓을 하려고?”나은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누가 상간녀인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야.”그녀는 잠시 멈추더니 독기 서린 눈빛으로 물었다.“네가 그때 유강후와 어떻게 헤어지게 됐는지 알고 싶지 않아?”그녀의 눈에 음산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정말 그 사람이 너를 뼛속까지 사랑한다고 생각해? 그저 죄책감에 보상하려는 거뿐이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온다연이 벌떡 일어나더니 나은별의 따귀를 후려쳤다.“진작 때리고 싶었어.”나은별은 얼굴을 붙잡은 채 멍하니 있다가 발끈했다.“네가 뭔데 감히 나를 때려?”온다연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때리고 싶어서 때린 건데, 날짜라도 골라야 하나?”나은별이 눈을 부라렸다.“엄마도 없는 천한 계집애가 감히 내게 손을 대? 죽을래?”이때 밖에서 대기하던 진씨 가문 경호원 임원식이 뛰어 들어와 나은별의 얼굴에 따귀 두 대를 날렸다.힘이 어찌나 센지 나은별은 머리가 핑 돌며 휘청이다가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너희들이 감히...”온다연이 손을 비비며 중얼거렸다.“아, 손이 아파. 빨개졌어.”임원식은 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아가씨, 이런 여자와 얘기 나누실 필요 없어요. 조사해 보니 몰락해서 허울뿐인 H국 삼류 가문의 여식이더군요. 유씨 가문에서 굶어 죽지 않게 봐주는 덕에 간신히 버티는 거지, 아니면 벌써 뒷골목에서 쓸려나갔을 거예요. 아가씨의 귀한 시간을 낭비할 만큼 가치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온다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하도 심심해서 유강후의 소꿉친구가 어떤 수준인지 보려고 나왔는데... 진짜 실망스럽네.”“아가씨?”나은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네가 무슨 아가씨야?”온다연이 대답하기
나은별의 눈에 순간적으로 증오의 감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여전히 담담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강후 씨는 옛정을 중시하는 남자예요. 다연 씨에게 빚진 느낌이 들어서 제게 접근하지 않는 거죠. 하지만 우린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 사이...”언어 기교가 뛰어난 그녀는 일부러 말끝을 흐렸다.이런 건 상대방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게 모든 진실을 까발리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하지만 온다연은 예상과 달리 화를 내지 않았다.온다연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아, 소꿉친구였군요. 그런데 서른이 훌쩍 넘지 않았나요? 30년 동안 사람 하나 못 잡은 건 매력이 부족해서인가요? 수단이 없어서인가요?”나은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무슨 뜻이죠?”온다연은 손가락에 낀 반지를 돌리며 쓴웃음을 지었다.“저는 너그러운 성격이 아니에요. 제가 이미 선택한 남자를 누가 뻔뻔하게 빼앗으려 든다면,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는다고요.”고개를 들고 나은별을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제가 그쪽 뒷조사를 해봤는데, 집안이 망했다면서요? 옛정을 구실로 유강후와 한재민 사이에서 한몫 챙기려나 보죠?”나은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온다연이 이렇게 말발이 뛰어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녀는 완전히 딴사람이 되어 있었다.“온다연 씨, 말씀이 너무 지나치네요. 우린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랐고, 집안끼리도 아는 사이인데 좀 도와주면 어때서요?”온다연은 그녀의 이마에 붙은 거즈를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과거의 일은 제가 어찌할 수 없고 관여하고 싶지도 않아요. 하지만 지금부터는 당신이 그 사람에게서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할 거예요. 나은별 씨, 저는 말한 대로 하는 사람입니다.”나은별이 주먹을 불끈 쥐며 코웃음을 쳤다.“네가 뭔데? 유강후 같은 남자가 여자 말에 휘둘릴 것 같아? 그 사람이 너에게 특별한 감정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나?”“아니면 유강후가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 정도의 남자가 어떤 여자를 못 가지겠어?”그녀는 일부러 음흉하게 웃으
유강후는 평범한 부자들에겐 불가능한 이 특권을 부릴 수 있는 남자다.권력과 재력, 사람을 미치게 하는 얼굴, 심지어 젊은 나이에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른 남자다.‘나 나은별에게 어울리는 남자는 이런 남자다. 내가 가지지 못하면 다른 사람도 가질 자격이 없다.’온다연은 나은별을 힐끗 보더니 그녀의 속내를 꿰뚫은 듯 말했다.“나은별 씨, 가시죠. 이곳에 왔으니 당연히 제가 사야죠. 홀에는 사람이 많아 얘기를 나누기 불편하니 VIP룸으로 갑시다.”말을 마친 그녀는 매니저의 안내를 받으며 계단을 올라갔다.나은별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분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곧바로 뒤따라 올라갔다.최고급 VIP룸에는 이미 최상급 홍차와 다양한 한식 디저트가 준비되어 있었다.청아한 솔향이 공간을 채웠지만, 나은별에겐 모든 것이 거슬렸다.원래 이곳에서는 한식 디저트와 차를 제공하지 않았고, 서양식 디저트가 주메뉴였다.북아메리카 유학 시절, 그녀는 동창들과 자주 이곳을 찾았는데, 그때는 유강후의 멤버십 카드를 쓰며 정말 화려한 나날들을 보냈다.모든 직원이 그녀를 공손하게 대했다. 북아메리카 한인 사회에서는 모두가 그녀 뒤에 유강후가 있다는 걸 알기에 온갖 특권이 저절로 주어졌다.심지어 국내에 있는 나씨 가문도 엄청난 혜택을 받았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특권들은 서서히 박탈됐고, 그녀 발밑에 있던 자들조차 머리 위에서 똥을 싸기 시작했다.그녀는 억울했다. 이 모든 것이 원래 그녀의 것이었는데, 지금은 이 계집애에게 넘어갔다. 왜?그녀는 문어귀에 서서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김 너머로 온다연을 바라보았다.‘이년은 이 얼굴로 유강후를 꼬셨겠지. 얼굴만 망가지면 유강후가 이년을 버릴 텐데.’독기 어린 눈빛을 감지한 듯 온다연이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건넸다.“나은별 씨는 이곳에 오신 적이 있으니 아시겠지만, 이 차와 디저트는 일반 손님께 제공되지 않아요. 디저트 장인이 궁중 다과 전통을 잇는 분인데, 극소량만 제작해 최상위 VIP고객에게만 제공한다고 하네요.
온다연은 그녀와 팔짱을 끼며 말했다.“가자!”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나은별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녀는 질투와 혐오의 눈빛을 애써 감추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온다연 씨, 오셨군요. 오늘은 제가 살게요. 명월루는 예약이 어려워 보통 일주일 전에 연락해야 하는데, 다행히 제가 사장님과 친분이 있어서 칸막이가 있는 자리로 안내받았어요.”명월루는 북아메리카 지역의 고급 멤버십 클럽으로, 연회비만 수억에 달하므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귀족이나 재벌이다.나은별은 자기가 이곳 주주와 아는 사이라는 점과 온다연이 북아메리카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이곳 상황을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우위를 점하려 했다.하지만 온다연의 등장은 그녀의 예상을 뒤집었다.온다연은 최고급 롤스로이스 팬텀을 타고 왔고 호위 차량마저 롤스로이스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됐다.얼굴이 예쁜 건 그렇다 치고, 몸에 걸친 옷만 가격이 수십억은 될 것 같았다.이는 나은별이 기억하는 온다연과 전혀 달랐다.기억 속의 온다연은 소심하고 겁이 많은 소녀였고, 아름답지만 카리스마는 없었다.하지만 지금의 온다연은 카리스마가 넘쳐 ‘여왕님’ 같은 포스를 풍겼다.‘이년이 죽은 줄 알았더니 3년 동안 뭘 한 거야? 왜 이렇게 몰라보게 변했지?’온다연이 입은 드레스는 북아메리카 최고 디자이너의 핸드메이드 오트쿠튀르였고, 보석은 200억, 가방은 6억 넘었다.반면, 그녀가 입은 옷은 지난해 출시된 샤넬 슈트로 유행이 지난 지 오래다. 이전 같으면 이런 옷은 진작에 버렸을 테지만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나은별은 이제 더 이상 최고급 명품 브랜드의 한정판 단골 고객이 아니다.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자기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안쪽에서 얘기합시다.”나은별이 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했다.“이곳은 상류층이 모이는 곳인데, 온다연 씨는 처음이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예요. 원한다면 잠시 후에 내로라하는 몇몇 친구를 소개해 드릴게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혜린이 빵 터졌다
그쪽에서 기다렸다는 듯 즉시 답장이 날아왔다.“제가 당신의 과거를 알아요.”한 사람의 모습이 온다연의 뇌리를 스쳤다. 나은별!그녀는 직감적으로 문자를 보낸 사람이 나은별이고, 좋은 일이 아닐 것임을 알았다.유강후가 나은별과의 관계를 대충 설명했지만, 그녀는 그렇게 단순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단지 약간의 오해일 수 있겠는가?어제 주차장에서 그녀는 비록 차 안에 있었지만 나은별의 광기 어린 행동과 불만스러운 눈빛을 똑똑히 보았다.같은 여자로서, 온다연은 나은별이 유강후에 대해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있었다.한 남자에 대한 여자의 욕망과 집착이었다.나은별! 이 여자는 보통이 아니다.유강후가 꺼지라고 하지 않았을 뿐 극도로 혐오하는 태도를 보였음에도, 나은별은 끈질기게 매달렸다.게다가 동시에 두 사람에게 질척대고 있었다.이런 여자를 제대로 혼내주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귀찮게 굴 게 뻔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온다연은 답장을 보냈다.“나은별 씨 맞죠?”잠시 후 답장이 왔다.“맞아요. 저와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래요? 유강후가 과거를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온다연이 답장하기도 전에 두 번째 문자가 도착했다.“명월루에서 차 한잔하는 게 어때요? 꼭 오시리라 믿어요.”온다연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가야지, 왜 안 가!’잠시 생각하더니 그녀는 임혜린에게 문자를 보내고 드레스룸으로 향했다.한참 지나 그녀는 어제 도착한 맞춤 제작 블랙 드레스를 선택했다.블랙 드레스는 그녀의 허리 라인과 비율을 완벽히 드러내 평소보다 성숙하고 섹시해 보였다.그녀는 또 보석함을 열고 화려하지 않지만 값비싼 다이아몬드 세트를 골랐다.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강씨 집안 어르신이 선물한 반지를 끼고, 강현미가 직접 골라준 한정판 가방을 들었다. 전 세계에 3개뿐인데, 나머지 두 개는 어느 나라 왕비가 가지고 있다고 한다.그녀는 계단을 내려오며 집사에게 지시했다.“강후 씨의 롤스로이스 팬텀을 앞에 세우고, 호위용으로 롤스로이스 두 대
유강후는 그녀를 안아 무릎 위에 앉힌 후, 잔뜩 성이 나서 뾰로통한 그녀의 얼굴에 입 맞추고 속삭이듯 말했다.“바보야, 난 정상적인 남자야. 좋아하는 사람이 나긋나긋한 모습으로 앞에 있는데 반응이 없을 수 있겠어?"“너에게 충동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게 더 문제야!”그는 그녀의 하얀 귓불을 살짝 깨물며 속삭였다.“다연아, 넌 내 거야. 넌 나의 모든 환상을 책임져야 해.”문득 유강후가 아까 꺼내준 옷들이 생각난 그녀는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그 옷들은 어디서 구한 거예요?”3년 전 임혜린한테서 특별히 맞춤 제작한 옷들을 말하는 것이다.“강후 씨는 왜 옷을 찢는 걸 그렇게 좋아해요?”게다가 그 옷들은 수치스러울 정도로 옷감을 적게 사용해 몸을 가리기 어려웠다.하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다. 핵심은 매번 그녀가 옷을 입은 지 2분도 안 되어 다 찢겨나가고 유강후가 평소보다 더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유강후의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를 스치자 그녀는 몸을 움츠렸다.“오늘은 정말 안 돼요. 벌써 옷을 세 벌이나 찢었잖아요. 옷 사는 것도 돈이 드는데...”유강후는 호흡이 거칠어지며 그녀의 가냘픈 허리를 끌어당겼다.“다 이전에 맞춘 거야. 아직 수백 벌 남았어. 하나씩 다 입어줘.”“수백 벌이요?”온다연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미쳤네요!”“그래, 미쳤어. 네 몸에서 나는 향기만 맡아도 이성을 잃어. 네가 성인이 되자마자 먹어버릴걸, 이렇게 오랫동안 참으며 많은 일을 겪고... 진짜 후회돼.”유강후는 그녀의 귀를 가볍게 깨물더니 목에 가볍게 키스했다.그의 입술이 목선을 타고 내려가자, 온다연은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신음소리를 냈다.“안 돼요. 오늘은 정말 안 돼요...”유강후가 유혹하듯 속삭였다.“내가 살살 할게. 말 들어. 나랑...”구름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다시 밀려오면서 온다연은 그의 품에서 녹아내렸다.하지만 막 본론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온다연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안 돼요!”유강후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유강후는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며 걱정했다.체온은 정상이었지만 여전히 불안했다.사실 재회한 후 온다연은 건강이 많이 좋아졌고, 예전처럼 툭하면 열이 나는 일도 없었다.특히나 곽혜진이 준 약을 먹고 몇 달 만에 건강이 정상인 수준으로 회복됐다.하지만 온다연이 이전에 반복된 고열과 심각한 후유증으로 고생했던 탓에, 유강후는 그녀가 조금이라도 불편해하면 즉각 열이 난다고 여기는 습관이 있었다.“의사를 불러줘!”온다연이 막아 나섰다.“부르지 말아요.”그녀는 팔에 생긴 붉은 자국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늦은 시간에 그럴 필요 없어요. 그냥 좀 입맛이 없을 뿐이에요. 게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것 같아요.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예요.”온몸에 그가 남긴 흔적이 가득한데, 의사가 본다면 내일쯤 강씨 가문 전체에 소문이 퍼질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사생활이 모든 사람에게 공개돼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대범한 성격이 아니다.유강후도 그녀의 목에 남아있는 자줏빛 흔적을 발견했다. 몇 군데는 절제를 못 한 탓에 피부가 벗겨진 상태였다.그는 절제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며 그녀의 목에 입을 맞추었다.“아파?”온다연이 나지막이 대답했다.“괜찮아요. 그다지 아프진 않은데 흔적이 너무 뚜렷해요. 며칠 뒤에 저녁 만찬이 있는데, 그때까지 없어지지 않으면 드레스를 입을 수 없어요.”유강후는 집사가 들고 온 약상자에서 연고를 꺼냈다.“이건 곽혜진 선생님이 내 흉터를 치료하라고 준 건데, 키스 흔적을 없애는 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어.”그는 노출된 부위의 붉은 자국에 연고를 조금씩 발라주었다.처음엔 단순히 약만 발랐지만, 점점 그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온다연은 피부가 유난히 하얗고 야들야들해서 가볍게 약을 발라주는 것만으로도 하얗던 피부가 연분홍으로 물들었다.게다가 손끝에 전해지는 부드럽고 매끄러운 촉감에 유강후는 저도 모르게 조금 전의 장면을 떠올렸다.그의 호흡이 가빠진 것을 감지한 온다연은 서둘러 옷깃을 여미며 경계했다.“더는 안 돼요.
“화풀이하고 사람을 해고하는 것이 당신의 취미라면 저도 해고하세요.”“저는 성인이에요. 무엇을 얼마나 먹을지는 제가 알아서 결정해요. 다른 사람이 통제하거나 간섭하는 것이 싫고 필요하지도 않아요.”유강후는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온다연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일어나 계단 쪽으로 향했다.“그렇게 화풀이하고 싶으면 저한테도 하세요. 저도 떠나면 되겠네요. 뭐든 당신의 말대로 해야 하고, 심지어 식사량까지 통제해서 밥도 편히 못 먹게 하니 불편해서 어디 살겠어요?”유강후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어딜 가려고?”온다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제가 데리고 온 사람들을 아버지 몰래 여행 보냈잖아요. 저를 쉽게 통제하려고 그런 게 아니에요?”유강후가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헛소리하는 거야?”온다연이 그의 손을 뿌리쳤다.“그럼 왜 식사량까지 통제해요? 조금 더 먹거나 덜 먹는 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 아닌가요?”“게를 조금 많이 먹어서 속이 안 좋아졌다고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을 해고하겠다는 건 너무 지나치지 않아요?”유강후가 급히 설명했다.“위가 안 좋은 네가 많이 먹고 배탈 날까 봐 제한한 거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온다연은 콧방귀를 뀌었다.“강씨 가문의 일은 제가 어찌할 수 없지만, 제 일은 제가 결정할 수 있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가 진짜 화났음을 확인한 유강후도 그 뒤를 따랐다.오진숙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급히 물었다.“도련님, 야식을 준비할까요?”유강후는 고개를 돌려 하인들을 쏘아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이 토하는 걸 못 봤어? 얼른 야식을 준비하지 않고 뭐 해? 정말 해고되고 싶어?”하인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각자 위치로 돌아갔다.침실에서 유강후는 그녀를 품에 안고 온갖 달콤한 말로 달랬다. 온다연은 언제 그랬냐는 듯 토라진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둘의 몸은 다시 한데 엉켰다.요 며칠 유강후가 고열로 앓아누웠던 탓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