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두 달 동안 정성껏 돌본 결과 온다연의 상태는 드디어 호전되었다. 홀쭉했던 얼굴에도 살이 붙었고, 입술 색은 예전처럼 돌아가서 부드럽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 모습이 유강후에게 얼마나 유혹적이었는지 모른다.온다연은 그의 손길에 부쩍 익숙해졌다.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차라리 따르기로 한 모양이다. 그녀는 부드럽고 하얀 손을 한데 모으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저 이제 먹고 싶은 거 막 먹어도 돼요?”유강후는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한참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상태에 만족한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가끔은 먹어도 돼. 근데 기본적으로는 영양사의 식단을 따라.”“네...”온다연은 약간 실망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습관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반짝이는 입술은 약간의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유강후는 그녀의 입술에 시선을 멈췄다. 그리고 점점 어두워지는 눈빛으로 그녀를 안아 들고 방 안에 들어갔다.침대에 닿기도 전에 그는 고개를 숙여 온다연의 입술을 물고 반복적으로 문질렀다. 곧 그의 손이 옷속으로 들어갔고, 온다연은 반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며 몸을 움츠렸다.그녀는 도망치거나 강하게 반항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자발적으로 맞춰주는 것도 불가능했다. 유강후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로 강압적이었다. 온다연은 그를 따르는 것 외의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의 손은 부드러운 피부를 타고 천천히 올라갔다.흉터가 남은 부위를 지나면서 그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는 흉터의 윤곽을 천천히 매만졌다. 온다연은 몸을 굳히며 그의 손을 잡았다.“그만해요. 보기 흉하잖아요.”유강후는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흉터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전혀 흉하지 않아. 나중에 하나도 안 보이게 지워줄게.”말을 마친 그는 다시 입술을 맞췄다. 온다연은 머리를 젖힌 채 그저 견뎌내야 했다. 그의 손은 점점 더 위로 올라가더니 그녀의 가슴을 감싸려고 했다
온다연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몸을 일으킨 유강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조금 전의 기세는 사라졌고 평소의 차가운 눈빛이 다시 돌아왔다.“서쪽 교외에 온천 호텔이 생겼대. 이따가 출발해서 갈 거야.”침대에 엎드린 자세로 있던 온다연은 그를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의 시야에는 그저 그의 정장 바지만 보였다. 한 번 스쳐본 것만으로도 조금 전의 열기가 떠올라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유강후는 그녀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귀 끝이 붉어진 것을 보고는 부드러운 표정이 잠시 스쳤다.“지금 갈까?”온다연의 몸은 약간 뜨거워졌다.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부끄러운 생각을 들킬까 봐서 말이다.그녀는 그의 셔츠를 꼭 잡고 차까지 안겨 갔다. 두 대의 벤틀리가 앞뒤로 천천히 병원을 빠져나와 차로 가득한 도로에 합류해서 평온하게 달렸다.온다연은 창밖의 번화한 도시를 묵묵히 바라봤다. 너무 오랜만에 나와서 그런지 빌딩만 봐도 새롭게 느껴졌다.가장 번화한 거리에 들어섰을 때, 앞자리에 있던 이권이 말했다.“앞에 있는 건물이 바로 미래 그룹 본사예요. 대단하죠?”창문을 통해 온다연은 커다란 빌딩들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적어도 20개 이상의 건물이 있었고, 가장 앞에 있는 건물이 제일 웅장했다. 그 건물의 위에는 금빛으로 빛나는 ‘미래 그룹’ 네 글자가 반짝이고 있었다.미래 그룹의 건물은 파란색을 기본으로 사용했다. 원래는 무겁고 답답한 느낌을 주는 색깔이 대규모로 연결된 모습은 너무나도 웅장해서 존경심이 생겨날 정도였다.온다연은 한동안 넋을 잃었다. 왠지 모르게 이 건물들이 유강후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을 쉴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었다.이때 이권이 약간 자랑스러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엄청 크죠? 미래 그룹은 대륙 최고 수준의 대기업이에요. 하지만 도련님에게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에요. 여러 나라에 대기업을 소유하고 있으니까요.”이권 말이 많다고 생각한 듯, 유강후는 미간
유강후는 이를 악문 채 그 네 글자를 묵묵히 바라봤다. 예리한 눈빛은 당장이라도 공기를 얼릴 것 같았다.온다연의 공포를 느낀 듯 그는 힘껏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약간 아플 정도였지만 그는 신경 쓸 겨를 없이 말했다.“가까이 와서 앉아.”온다연은 머리를 숙였다. 목소리는 겁에 질린 듯 덜덜 떨렸다.“더 빨리 가면 안 돼요? 저 약간 힘들어요.”이권이 엑셀을 밟고 무한테크의 건물은 금방 뒤로 사라졌다. 짧은 몇십 초 사이에 온다연의 손은 식은땀으로 흥건해졌다.유강후는 그녀를 끌어당겨 자기 몸에 기대도록 했다. 시원한 나무향이 안겨 오자 그녀는 진정이 되는 듯 눈을 감았다.잠시 후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유강후가 입을 열었다.“며칠만 참아. 내가 다 해결해 줄게.”목소리는 한결같이 차가웠다. 그의 말뜻도 온다연이 알기에는 어려웠다.하지만 이권은 알았다. 최근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을 떠올리며 그는 묵묵히 감탄했다.차는 금방 온천 호텔 앞에 멈춰 섰다. 커다란 호텔은 고풍스러운 스타일로 인테리어 했다. 주변에는 자그마한 대나무숲과 호수도 있었는데, 고즈넉하니 힐링 하기 딱 좋아 보였다.차가 멈춰 서기 바쁘게 호텔 직원이 환한 얼굴로 다가왔다.“오셨습니까, 도련님. 룸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용하시기 편하게 따듯한 온천과 간식 세트도 준비해 놓았습니다. 따로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유강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직원이 또 말을 이었다.“이 마당은 도련님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다른 사람은 사용한 적 없으니 편하게 지내세요. 그리고 주방에 셰프도 대기하고 있어서 만족스럽지 않은 점이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시면 됩니다.”유강후는 머리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수고했어요.”“아닙니다! 도련님이 와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말을 마친 직원은 그들의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유강후는 주변을 잠깐 둘러보다가 온다연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거실의 TV는 켜져 있었다. 화면에는 오늘의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무한테크가 사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전 대문 앞에서 마중해 줬던 직원이 직접 음식을 가져왔다. 그의 뒤에는 겁먹은 표정의 셰프가 있었다.직원은 음식을 하나하나 식탁에 배치했다. 그리고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도련님, 이건 주방에서 직접 한 음식입니다. 입에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 만족스럽지 못한 곳이 있으면 셰프한테 말하면 됩니다.”말을 마친 그는 뒤로 물러나서 셰프의 귀에 대고 무언가 전달했다.식탁 위의 음식은 아주 평범한 가정식이었다. 놀랍게도 유강후가 지내던 곳에서 먹은 것과 똑같았다. 유일한 다른 점이라고는 보기만 해도 화려한 생선찜이었다.다른 음식도 정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음식을 담은 흰색 도자기 그릇은 옆에 조각 장식도 되어 있었다.닭고기와 감자는 집사가 요리한 것보다 더 부드럽게 조리되었다. 맛은 약간 싱거웠지만 오랜 시간 죽만 먹었던 온다연에게는 천상의 맛이었다.급하게 먹은 온다연의 이마에는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유강후는 그녀가 감자만 먹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감자를 옆으로 밀어내고 가시를 바른 생선찜을 그릇에 담아주며 말했다.“이걸 먹어.”온다연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앞쪽 바 테이블에 놓인 음료를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음료는 마셔도 돼요?”유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온다연이 눈을 반짝였다.“그럼 시원한 오렌지 주스 마실래요.”“안 돼! 너 아직 차가운 거 금지야.”유강후가 단호하게 말했다.온다연의 눈빛이 금세 어두워졌다. 그녀는 더 이상 말없이 앞에 있는 팥죽이나 홀짝거렸다. 곧 미지근한 오렌지 주스가 나왔지만, 그녀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손도 대지 않았다.유강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한 남자가 웃으며 다가왔다.“도련님.”그 남자는 잘생긴 얼굴에 수트를 입고 금테 안경을 썼다. 굉장히 점잖고 신사적인 모습이었다.그는 자연스럽게 온다연의 맞은편에 앉았다.“여기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돌아온 지 꽤 되었다고 들었는데 왜 연락 한 통 없었
온다연은 그것을 힐끗 보기만 했는데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안 그래도 좁은 공간에 유강후와 함께 있는 것이 떨렸는데, 온천의 열기 때문에 더욱 화끈거렸다.그녀는 몰래 유강후를 바라봤다. 유강후는 커튼을 단단히 쳐놓고 환풍기를 켰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는 한 발짝 한 발짝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유강후가 한 발짝 옮길 때마다 그녀는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두 손은 등 뒤로 돌려서 긴장되는 듯 꼼지락댔다.온천 안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녀도 당연히 알았다. 하지만 경험이 없었던 그녀는 옷을 벗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기절할 것만 같았다.유강후는 금방 그녀의 앞에 도착했다. 시선은 그녀의 발그레한 얼굴, 촉촉한 눈동자, 그리고 탐스러운 입술에 스쳤다. 유난히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린 그는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더워?”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내리깐 채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기만 했다.유강후는 손에 힘을 주면서 그녀가 억지로 입을 벌리게 했다. 입속의 핑크색이 시선에 들어오자 목소리는 더욱 잠겼다.“다연아, 너 나랑 키스하고 싶어?”깜짝 놀란 온다연은 황급히 머리를 흔들었다. 유강후는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면 자꾸 입술 깨물지 마. 유혹하는 것처럼 보이니까.”이 말에 화들짝 놀란 온다연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피가 떨어질 것처럼 빨갰다. 그녀는 말을 얼버무리며 겨우 소리를 냈다.“아, 아니에요...”유강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계속 다그쳐 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았던 것이다.“단추 풀어줘.”거역할 수 없는 명령의 어조였다. 두 개월 전에 했던 말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온다연은 또다시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어설프게 반항하지 않았다. 반항을 해봤자 소용없기 때문이다.그녀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셔츠 단추를 풀어 내렸다. 다행히 지난번보다는 훨씬 능숙하게 단추를 풀 수 있었다.하나... 둘... 셋...온다연의 얼굴은 단추를 풀
벨트 위에 있던 금속이 온다연의 피부에 닿았을 때 몸이 저도 모르게 흠칫 떨려왔다. 금속은 분명 아주 차가웠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뜨거워지며 두려움이 느껴졌다.손은 남자에게 잡혀 억지로 벨트에 가져다 댄 상태였다.달칵! 벨트가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너무도 가까이 있었던지라 온다연은 놀라게 되었고 손은 끊임없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고개를 들어 애원하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전, 전 못해요...”여기서 그만하고 싶었다.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건지 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하지만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잔혹했다.“이번엔 지퍼를 내려봐.”순간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숨 쉬는 법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까만 눈동자는 점점 더 커지고 목소리마저 떨려왔다.“싫...”유강후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쌀쌀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남자인데 잘 모셔야하지 않겠어? 이건 네가 언젠가 해야하는 일이야. 미리 배워서 나쁠 것 없지.”온다연은 눈물이 날것 같았다.“싫, 싫어요...”유강후는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나한테 울면서 빌어도 소용없어. 절대 봐줄 생각 없으니까.”“지금, 당장 내려.”온다연은 세차게 머리를 저었다.“싫어요!”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접었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한없이 차가워졌다.“그래, 그럼 이 과정은 뛰어넘고 더 중요한 걸 하지.”말을 마친 뒤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 당겼다.옷 안에 있던 물건은 이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고 엄청난 크기에 온다연의 안색이 창백해져 울먹거렸다.“안 돼요, 싫어요. 지퍼, 지퍼 내릴 게요...”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숨을 크게 몇번 들이쉬더니 이내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온다연은 하얗게 질린 채 눈을 감고 덜덜 떨려오는 손으로 지퍼를 잡았다.아주 간단한 일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지옥처럼 느껴졌다.다행히 지퍼를 내린 뒤 유강후는 더는 그녀를 힘들게 하지 않았다. 손을 들어 그녀의 뒤에 있던 침대를 가리켰다.“쇼핑백
탈의실에서 한참 우물쭈물하던 그녀는 결국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두 눈을 감고 비키니로 갈아입었다. 지금 입고 있는 옷으로 온천탕에 들어갈 수 없지 않은가. 비키니로 갈아입은 뒤 벗어놓은 옷을 들어 앞을 가리면서 느릿느릿 나왔다.나가자마자 유강후가 보였다. 그는 이미 옷을 갈아입은 상태였다.상반신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고 튼튼하고 뚜렷한 상체 근육이 전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목부터 복부까지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시선을 조금만 아래로 내리면 허리춤에 걸려있는 수건 한 장이 보였다.옷을 벗은 뒤의 모습과 옷을 입은 그의 모습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옷을 입었을 때는 갸름하고 어딘가 도도하면서 지적으로 보였고 꼭 아무런 욕망도 없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옷을 벗은 뒤의 그의 모습은 완전히 정반대였다.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와 눈빛마저 차가워 꼭 살아있는 염라대왕 같았다.온다연은 그를 똑바로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옷으로 앞을 꽉 가리며 느릿느릿 온천탕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녀의 피부는 아주 하얬고 우유처럼 윤기가 돌았다.설령 옷으로 가리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가리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하얗고 가느다란 팔과 윤기 도는 그녀의 다리가 그대로 드러나 보는 사람마저 깨물고 싶다는 충동이 들게 했다.유강후의 눈빛은 점점 더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녀가 온천탕으로 조심스럽게 걸어와 발을 내밀어 온도를 확인하고 다시 거두어들이는 모습까지 전부 지켜보았다.그리고 이내 고개를 들어 그를 힐끗 보았다. 자신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바로 두 볼이 붉어졌고 옷으로 가슴을 가린 채 우왕좌왕 움직였다.유강후가 자신을 향해 올 거로 생각하고 있을 때 그녀의 예상과 달리 그는 혼자 온천탕으로 들어갔다.그는 편한 자리를 찾아 기대어 앉은 뒤 눈을 감았다.순간 마음이 놓인 그녀는 천천히 온천탕으로 들어갔다.물은 조금 뜨거웠다. 하지만 이런 천연 온천에 들어가면 정말로 편안하고 나른했다. 공기 중에는 은은한 유황 냄새가 났다
유강후의 눈이 다소 차가워졌고 손가락은 상처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확실히 눈에 거슬리네.”그 순간 자존감이 확 떨어진 온다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면서 작게 중얼거렸다.“세상에 예쁜 상처가 어디에 있겠어요.”유강후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다시 안아올려 온천탕 안으로 내려놓았다.다만 이번엔 그녀의 허리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그녀의 몸은 그와 밀착되어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피부가 스쳤고 이상한 기분이 들어 저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었다.온다연은 머리가 하얘졌다. 심장은 거의 튀어나올 듯이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움직일 엄두도,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녀의 두 손은 어색하게 허공에 멈춰 있었고 숨도 작게 내쉬었다.빠져나갈 궁리를 하기도 전에 그는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그녀의 입 속으로 그의 혀가 거칠게 들어왔다.이번 키스는 전과 달랐다. 그는 전처럼 그녀의 혀만 노리지 않았다. 그녀를 품에 가둔 채 거칠게 키스를 하다가 점차 목으로 내려오더니 그녀의 쇄골에서 멈춘 후 세게 깨물었다.느껴지는 통증에 온다연은 흠칫 떨었다.“이러지 말아요. 무, 무서워요...”유강후의 뜨거운 입술은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귓가에 닿았다.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두 팔에는 힘이 들어가고 뜨거운 숨을 내쉬며 귓가에 대고 말했다.“다연아, 무서워해도 소용 없어.”온다연은 그가 이 행위를 계속 이어갈까 봐 두려웠다. 어떻게든 그의 이성을 되찾아주려고 시도 했다.“이러면 안 돼요...”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유강후는 그녀와 친척이 되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를 벽으로 밀면서 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온다연, 내가 네 삼촌이 아니라는 거 항상 기억하고 있는 게 좋을 거야. 우린 피를 나눈 사이가 아니야. 난 네 남자라고.”그는 가느다란 그녀의 허리를 잡더니 확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고집스럽고도 욕망에 휩싸인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보
봉현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너도 요즘 아이랑 마누라 돌봐야 하니 시간도 없을 거잖아. 내가 알아서 방법 구해볼게.”말을 마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송지원도 뒤따라 나와 봉현수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번에 지예솔 씨가 진짜 큰맘 먹고 멀리 가버린 거 같은데 현수는 아직도 경원시 근처에서만 찾고 있어. 어쩌면 출국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을 해줄 수가 없네.”“현수 지금 상태가 매우 위험해. 마치 밧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정도로 한계에 도달한 거 같아. 저러다 큰일이 일어날까 봐 두렵네.”두 사람은 한마디씩 하고는 침묵하였다.한참 지나 유강후가 먼저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일은 우리도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어. 본인이 스스로 해결하게 해야 해. 요 며칠은 내가 아내와 아이들을 돌봐야 하니 네가 옆에서 좀 더 신경 써줘.”송지원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한이준은 며칠 동안 보이지도 않고 전화도 안 통하던데. 내가 사무실에 전화했더니 비서가 그러는데 걔가 섬에 집을 사서 지금 장식을 하고 있고 외부 사람들과 거의 연락도 하지 않는다 하더라고. 이 자식 또 무슨 미친 짓을 벌이는지 모르겠어.”이때 방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유강후는 곧바로 방으로 향했다.“들어가. 현수랑 이준의 일은 네가 좀 더 신경 써줘. 내 쪽에 사람들은 필요하면 네가 알아서 조정해서 데리고 가면 돼.”들어가 보니 동생이 울면서 손발을 자꾸 흔들어 옆에 자고 있던 오빠도 깨웠다.오빠는 오히려 깜깜한 눈을 뜨고 조용하게 누워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고 있는듯 하였다.유강후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간호사가 아이를 안으며 말했다.“아이들이 배가 고픈가 봐요. 나와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말하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온다연을 한 번 보고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장화연은 간호사의 뜻을 눈치채고 말했다.“분유로 먹여요. 사모님은 지금 몸이 편찮으셔서요.”이때 온다연도 놀라 잠에서 깼다.
유강후는 당황했던 마음이 그제야 풀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예전에 그 아이는 힘들게 임신했고 유강후도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지켜내지 못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안전하게 출산까지 했고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바로 온다연의 건강 상태였다.“주 선생님, 앞으로 제 아내의 건강을 잘 부탁드릴게요. 두 아이도 만약 두통이나 열이 있다 해도 많이 신경 써주셔야 해요.”주 선생님은 급하게 대답했다.“괜찮아요, 큰일은 아니에요. 두 아이도 지금 봐선 건강 상태가 아주 좋으니 잘 키우실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유 대표님.”주 선생님을 보낸 후 유강후는 정성스럽게 온다연을 보살피며 약도 먹이고 재우기도 하였다.한참 뒤에 송지원과 봉현수가 아이들 보러 병원에 찾아왔다.송지원은 작업복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시정 쪽에서 방금 온 것이 분명했다.봉현수는 비록 깔끔하게 차려입었지만 이전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유강후는 보자마자 그의 정신이 극도로 쇠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봉현수는 아이들의 선물을 유강후에게 건네고 나서 소파에 앉아 넋 놓고 있었다.반면 송지원은 두 아이에게 관심을 쏠리며 간호사에게 아이를 안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송지원은 아이를 안고 웃으며 말했다.“넌 아들딸을 한꺼번에 얻었지만 우리 몇 명에서 한재민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독한 사람들이네. 이 아이의 행운을 빌어 나도 나중에 쌍둥이가 생길 거야.”유강후는 얼른 아이를 뺏어 안고는 말했다.“저리 비켜, 누가 너더러 내 아들의 행운을 빌라 했어. 그렇게 행운을 갖고 싶으면 너 절로 절에 가서 빌던지.”송지원은 두 녀석을 매우 귀하게 여기며 또 손을 뻗어 여동생을 안았다.“핑크 팔찌를 차고 있는 걸 보니 여자아이겠지? 너무 귀여워, 나도 딸이 욕심나네.”송지원은 여동생의 작은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난 이 두 아이의 양 아빠가 될 거야. 앞으로 날 송 아빠라고 부르라고 해.”유강후는 송지원이 딸을 안고 놓지 않는 것을 보고
유강후는 온다연의 상처가 아플까 봐 번갈아 가며 아이를 안아 보여줬다.조용하고 작은 아이의 얼굴을 보자 온다연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다 건강하게 태어났어요. 이번에는 보온 실에 들어갈 필요가 없네요.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요?”유강후는 속상한 마음으로 온다연의 눈물을 닦아 주면서 말했다.“보온 실은 필요 없어. 의사가 아이들이 모두 정상이라고 말해줬어. 하지만 그래도 그웬을 와서 산후조리가 끝날 때까지만 우리 집에 있으라 했어.”“우리 아들을 데리고 와봐요, 한번 보게요.”유강후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아 온다연의 옆에 눕혔다.온다연은 감히 몸은 움직이지 못하고 머리만 옆으로 돌려 쳐다보면서 이 아이가 꿈속의 그 아이를 닮았는지 궁금했다.안타깝게도 아이는 아직 너무 작아 이목구비가 모두 주름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았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온다연이 실망하는 모습을 본 유강후는 웃으며 말했다.“아들은 날 닮았고 딸은 널 닮았어.”온다연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요? 아이가 이목구비도 잘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알 수 있어요?”유강후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난 보이거든.”유강후는 몇 시간 동안 작은 침대 옆에 붙어 서서 아이의 이목구비와 윤곽을 수없이 분석한 결과 아들은 그를 닮았고 딸은 온다연을 닮았다는 결론을 내렸다.유강후는 희망컨대 두 아이가 모두 온다연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더니 남자아이는 좀 강하게 생기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두 아이를 모두 온다연의 곁에 눕혀두고 팔을 뻗어 그들 세 모녀를 품에 안으며 아주 정성스럽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연아, 이젠 너희들은 내 인생의 전부야.”유강후는 앞으로 약점이지만 보호막이 될, 그한테는 세상 전부인 이 사람들을 위해 끝까지 분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온다연은 유강후의 턱에 나온 수염을 만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당신 요즘 많이 피곤했죠? 안색이 너무 안 좋으니 이제 좀 쉬어
“네가 정치일에 개입도 하지 않았고 나도 이제 곧 은퇴할 것인데 만약 본가에서 나쁜 기사라도 터지면 우린 경원시에서 설 자리도 없게 돼. 그럼 우주 그룹이나 본가나 다 영향받을 수 있잖아.”유강후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유연서는요? 연서의 일은 어떻게 말씀하실 건데요? 은혜를 갚고 싶으면 알아서 갚으세요. 아무도 당신을 막지 않겠지만 누나의 목숨으로, 또 저의 행복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답하려 하지 마세요.”“그리고 제 아이들은 유씨 성을 안 가질 거고 본적에도 넣지 않을 거예요. 아이들은 이미 이름이 있어요. 하나는 강 씨 이고 하나는 진 씨 에요. 본가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으니 괜히 여기 와서 다연이의 휴식을 방해하지 마세요. 다연이는 본가 사람이라면 이제 치를 떨어요.”유재성은 급해하며 말했다.“괜찮아, 나 그렇게 보수적이지 않아. 아이들이 유 씨가 아니라도 내 손 군들이야. 다연이가 날 싫다 그러면 앞에 나타나지 않고 아이들만 잠깐 만나볼게. 그래도 할아버지인데 아이들에게 선물도 준비하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강후는 통화를 끊어버렸다.이때 이권이 걸어오더니 말했다.“대표님, 아이들의 출생증명서에 이름을 써야 하는데 작은 도련님이랑 아가씨 이름은 준비하셨죠?”유강후는 이권의 손에 쥐어져 있던 종이를 받아 그 위에 아이들의 이름을 적었다.그러자 이권은 웃으며 말했다.“역시 이미 생각해 놓으셨군요.”“남자아이는 다연이랑 같은 성씨로 진 강남으로 했고 이건 다연의 아버지가 지어주신 거고 여자아이는 강아름으로 나랑 어르신이 같이 지은 거야.”이권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작은 도련님이 진씨 가문의 성을 따르게 되면 어르신이 화 안 내실까요?”유강후는 종잇장을 건네주며 말했다.“어르신은 해외에서 평생을 살아 이런 일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 거야. 그럼 아이의 성이 둘 다 진 씨라면 강씨 가문의 자손이 아닌 거야? 다연이가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들인데 하나는 진 씨 성을 가지면 또 어때? 둘 다 진 씨 성을 따른
유강후가 가장 세게 흔들고 있는 작은 손을 건드렸더니 녀석은 바로 그의 엄지손가락을 잡았다.이상하게도 녀석은 곧 칭얼거리지 않았고 작은 입을 쩝쩝대더니 조용해졌다.유강후는 갑자기 멍해지며 신기하면서도 행복한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이것이 내 아이와 실제로 접촉하는 느낌인 건가?’분명히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유강후가 막 아이를 안으려 할 때 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입원실에 가서 안아봐요. 산모도 곧 나올 테니 여기 막아서면 안 돼요.”유강후는 몹시 아쉬워하며 장화연과 이권 더러 아이를 데리고 가게 하고 자신은 문 앞에서 온다연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온다연도 나왔다.마취가 아직 풀리지 않은 온다연은 아직 자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녀를 받아 입원실로 옮겼다.입원실은 예전 온다연이 쓰던 큰 방으로 이미 모두 정리정돈이 되어 있었고 두 꼬마 녀석은 침대 옆의 작은 침대에 두었다.두 아이와 온다연은 모두 조용히 자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들 모자 셋을 옆에서 지켜보았다.잠깐 사이에 유강후는 많은 사진을 찍었고 한장 한장 들여다보면서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모멘트도 일 년에 한 번쯤 업데이트하는 유강후가 오늘은 연속으로 세 개의 게시물을 올렸다.그것도 모자라 다시 작은 그룹 채팅을 만들어 잘 아는 몇몇 친구들을 그룹에 끌어들이고 그중에는 염지훈도 포함되어 있었다.그러고는 제목에 쌍둥이 남매가 부럽지 않냐고 그래도 소용없다고 계속 부러워하라는 글을 덧붙여 20장이 넘는 아기의 사진을 연이어 보냈다.얼마 안 되자 답글들이 올라왔다.송지원: 아이들이 태어난 거야? 축하해, 내일 보러 갈게.봉현수: 금방 태어난 거야? 난 선물까지 미리 준비해 뒀어. 내일 지원이랑 같이 갈게.그 밑에는 붉은색으로 된 부동산 증명서 두 권의 사진이 첨부되었다.한재민: 축하해. 선물은 지금 오는 길에 있어. 설쯤에 제수와 아이들 보러 갈게.그웬: 벌써? 내가 아직 가지도 않
간호사가 수술실 문을 빼꼼히 열고 머리를 내밀며 말했다.“한 명은 태어났고 지금 다른 한 명도 나오는 중이니 가족들 진정하고 조용히 해주세요.”말을 하고 있는데 반쯤 열린 문에서 또 다른 한 명의 나긋나긋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안에 있는 의사가 큰 소리로 말했다.“ 2.6킬로가 되는 여자아기예요. 아기 상태도 아주 좋아요.”“산모 상태도 좋아요. 이제 봉합 수술을 시작하죠.”유강후는 기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어 제 자리에서 굳어 있는 채로 꼼짝도 못 했다.간호사는 그 표정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들으셨죠? 동생도 나왔다네요. 산모와 아이 모두 무사합니다.”“유 대표님, 수술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협조해 주시고 더는 문을 잡아당기지 말아주세요.”유강후는 바로 손을 놓고 부들부들 떨며 담배를 가지려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는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았었다.옆에 서 있던 이권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축하해요. 작은 아가씨가 2.6킬로나 되는 걸 보니 도련님은 더 건장할 거예요.”유강후는 기쁜 나머지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수 없었고 신이 나서 말했다.“다연이가 무사히 수술실에서 나오면 바로 통지해. 우리 회사 직원들 전부 3일 동안 휴가를 내줄 것이고 이번 달은 두 배의 급여를 발급할 거야.”그 말에 이권은 너무 좋아 웃으며 말했다.“그럼 직원들은 아마 좋아 죽을걸요? 대표님은 참 통쾌하시다니까요.”장화연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가득했다.“도련님, 제가 가서 작은 도련님과 아가씨의 옷을 가져올게요. 방금 급하게 나서다 보니 챙기는 걸 까먹었어요.”그러자 유강후가 바로 말했다.“다른 사람 보낼 테니 장 집사는 가지 말고 여기서 다연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내가 혼자서 서툴까 봐 그래.”“그리고 앞으로 날 도련님이라 부르지 말고 회장님이라 불러. 나도 이제 아버지가 되었으니 좀 무게감 있는 호칭으로 바꿔야지.”장화연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선생님이라 부를게요. 무게감 있고 더 뜻깊어 보이잖아요?”“집안의
당장 수술해야 한다는 말에 긴장된 온다연은 의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왜 이렇게 빨리 수술해야 해요? 혹시 아이가 어떻게 된 건가요?”지난번의 임신 사건 후 온다연은 이제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두려웠고 지금은 당장 수술해야 한다는 말에 긴장되는 것이 당연했다.그러자 의사는 긴장을 풀어주려고 급해하며 말했다.“아이를 낳는 일은 누구도 장담 못 해요. 앞당겨 수술해야 하는 상황은 종종 많이 생겨요. 지금은 양수가 터져서 자궁 상태가 안전하지 못하니 빨리 수술해야 해요. 아직 만삭이 안 되었지만 이 두 아이는 온다연 씨의 몸에 비해 작지 않은 편이라 일찍 출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에요.”온다연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이들이 무사히 태어난다면 저는 괜찮아요.”온다연은 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수술을 집도한 사람은 비록 그웬은 아니지만 경원시 최고의 산부인과 의사이며 심지어 옆에서 수술에 도움을 주는 사람도 국내 유명한 산부인과 전문의였다.그런데도 유강후는 긴장한 나머지 수술실 밖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마저 바닥에 열 번 넘게 떨어뜨렸다.30분이 넘게 지났는데도 수술실에서 아무런 소식이 없자 유강후는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말했다.“장화연, 혹시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야? 나도 수술실에 들어가 봐야겠어.”그렇게 말하고 바로 수술실 문을 잡아당기자 옆에 있던 간호사들이 그를 가로막으며 말했다.“유 대표님, 지금은 수술 중이라 여기서 이렇게 소란 피우시면 안 됩니다.”장화연도 재빨리 달려가 그를 잡아당기며 말했다.“도련님, 아이를 낳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아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은 건강 상태가 아주 좋고 아기도 뱃속에서 건강한 상태였어요. 게다가 많은 전문가가 수술실에 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니 내심이 기다려요.”유강후는 처음으로 초조하고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수술 시작한 지 한 시간이 되어가는데 왜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거야?”그러자 호사가 황급히 대답했
“지예솔이 며칠 전에 갑자기 사라졌대. 봉현수가 경원시의 땅 전체를 파헤칠 정도로 찾았지만 사람은 찾지 못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 게다가 봉현수의 회사에 일이 좀 생겨 그걸 도와 처리하느라 좀 늦었어.”유강후의 말에 온다연은 당황했지만 일부러 차분한 태도로 말했다.“예솔 씨가 또 집 나갔어요? 이런 일도 이젠 한두 번이 아닌데, 며칠 더 찾아보면 찾을 수 있겠죠.”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번엔 좀 다른 거 같아. 지예솔이 봉현수와 함께 썼던 물건들을 모두 불태우고 사진이랑 다 삭제했어. 십여 년 전의 편지조차 다 버려버린 걸 보니 아주 철저하게 돌아선 거 같아. 이번엔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온다연은 냉정하게 말했다.“봉현수가 예솔 씨를 그렇게 대하는데 어떤 여자가 옆에 남아 있겠어요? 찾지 못한다 해도 자업자득이죠 뭐.”“봉현수가 지금 미친 사람처럼 날뛰고 있어. 게다가 쓰레기 처리 센터까지 가서 뒤지면서 몇 통의 편지와 망가진 장난감 몇 개를 되찾아왔어.”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지예솔이 너랑은 좀 친해 보이던데 혹시 너한테 메시지라도 보낸 건 없어?”온다연은 다시 냉정하게 말했다.“그렇게 친한 정도도 아닌데 저한테 뭐 하러 연락하겠어요? 이미 떠나려고 마음먹은 사람이니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았을 거예요.”그러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근데 저는 지예솔 씨의 소식을 들었다 하더라도 말 안 해줄 거예요.”“됐어요. 남의 집안일은 집에서까지 논하지 말아요. 장 집사님이 맛있는 걸 해놨어요.”말을 마친 후 온다연은 유강후를 밀며 주방 쪽으로 향했다.겨우 두 걸음을 걷던 온다연은 배가 처지는 느낌을 받아 발걸음을 멈추며 말했다.“저는 배가 너무 무거워서 걷기도 힘드니 강후 씨 혼자 내려가서 먹어요.”유강후는 갑자기 긴장해 하며 말했다.“낳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온다연은 그가 긴장해 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아직도 이틀 더 있어야 겨우 8개월이
또 어느 큰 눈이 내린 날, 날씨도 엄청 추웠다.온다연은 오후에 잠깐 집을 나서 좀 먼 곳에 있는 작은 여관에 갔다.여관방에서 온다연은 주머니 하나를 지예솔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 사람 찾아 만든 새 등록증이에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만든 거니 일단 받아요.”“참, 그리고 안에 카드 한 장 있어요. 천만 원이 들어 있으니 저의 성의라 생각하고 그쪽에 가서 잘 살아요.”온다연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어 말했다.“확인해 보니 라현쪽에 유강후의 지사가 있었어요. 제가 이미 이유를 대서 그 지사를 대진 그룹 명의로 옮겼어요. 그쪽 사람들한테도 이미 인사를 했고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지금 예솔 씨의 이름으로 경리를 찾아가면 돼요. 이름은 임진혁이라 해요. 하지만 그쪽은 외진 곳이라 제가 많은 도움은 줄 수 없을 거 같으니 이후의 일은 예솔 씨가 스스로 해결해야 해요.”지예솔은 등록증과 은행 카드를 번갈아 보더니 결국 받아들이고 자그마한 짐가방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 온다연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 저에게 있어서 가장 귀중한 물건이니 이거라도 받아주세요.”그녀가 건넨 물건은 너무 투명하여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옥팔찌로 비록 최고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천만은 되는 듯해 보였다.온다연이 거절하려고 하기 전에 지예솔이 한마디 덧붙였다.“이거라도 받지 않으면 제 마음이 안 편해서 그래요. 다연 씨가 갖고 있는 액세서리 하나도 이것보다 더 비싸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지금 제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물건이에요.”온다연은 그녀의 마음을 알고 옥팔찌를 받아들였다.“차가 도착했어요. 우리도 이제 내려가요.”지예솔은 남성복으로 갈아입고 자그마한 짐가방을 메고 온다연과 함께 내려갔다.밖에는 검은색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고 지예솔은 바로 그 차에 타고 창문을 내리며 온다연에게 손을 흔들었다.차가 떠나간 후 온다연도 옆에 있던 차량에 탔고 기사는 유강후가 제일 믿는 장 아저씨였다.온다연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장 아저씨, 아드님이 경대에 입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