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연의 말에 유강후는 가슴에 비수가 꽂은 것처럼 엄청 아팠다.그녀는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저의 건강 문제를 핑계로 대지 마세요. 저는 믿지 않을 거예요. 설령 사실대로 말해도 저는 믿지 않을 거예요. 아이를 꼭 낳을 테니까 아저씨가 유산시키면...”그녀의 눈에서 섬뜩거리는 빛을 내뿜었다.“아저씨를 죽여버릴 거예요.”온다연은 말을 마치고 나서 돌아섰고 유강후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장화연은 두 사람의 이런 모습을 보고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도련님, 주 교수는 다연 씨의 컨디션이 갈수록 나빠질 것이기에 입원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하셨어요.”유강후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고 나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 아이가 다연이의 생명을 위협해서 유산시켜야 한다면 다연이는 어떻게 될 것 같아?”장화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도 모르겠어요. 다연 씨는 온화해 보이지만 실제로 고집이 세서...”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화제를 바꿨다.“회장님께서 저녁에 본가에 다녀오라고 전화를 여러 번 하셨습니다.”이에 유강후는 표정이 차가워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시간이 없다고 답장을 보내.”이에 장화연은 이렇게 말했다.“유하령 아가씨의 일로 세간이 떠들썩했어요. 비록 소식을 차단했으나 그래도 적지 않는 사람들은 영상 속의 사람이 아가씨라는 것을 알아채서 아가씨의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어요. 염씨 가문이 기어코 파혼하겠다면 평판이 더욱 안 좋겠죠. 이 일은 다연 씨와 상관이 없지만 본가에서 꼭 가만 두지 않을 겁니다. 도련님,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유강후의 눈빛이 지극히 차가워졌고 눈에 살기로 가득 찼다. “그동안 우리가 많이 참았지. 유자성의 아들과 딸이 정말 한심하군. 난 이미 그들에게 많은 기회를 줬어. 그들이 소중히 여기지 않으니 더 이상 봐줄 필요가 없지!”그러고 나서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입을 열었다.“이번에도 아버지가 계속 유자성을 감싸 돌면 본가도 버릴 거야!”그는 말을 마치고 일어나서 떠났다.두 발짝 가더니 그는 계속
그들이 말하는 사이에 장화연은 십여 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달려왔다. 그들은 유강후의 옆에 서서 본가 사람들과 필사적으로 싸울 태세를 취했다.최금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서 기절할 뻔했다. 그녀는 유강후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 이런 불효자손을 봤나? 감히 날 이렇게 대해? 네 아버지는 지금 해외방문으로 돌아오지 못하니까 이런 짓을 하는 거야?”유강후는 차가운 말투로 대꾸하였다.“아버지가 오신다면 저는 더 많은 경호원을 불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의 경호원과 싸울 수 있겠어요?”최금영은 화가 나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었다.“네...네 아버지도 감히 나와 이런 태도로 말하지 못하는데 이 버르장머리가 없는 놈이...”“그만하세요! 저는 할머니의 이런 화법에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아버지에게나 하세요.”유강후는 할머니의 말을 끊고 차가운 눈빛으로 유자성을 쳐다보았다.“형도 오셨네요. 어인 일로 오셨는지 말씀하세요.”유자성은 적어도 20년 이상 권력장에 있어서 아주 차분해 보였다.그는 나지막한 소리로 말하였다.“강후야,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어도 우린 친형제야. 물보다 진한 피를 가졌어. 남을 위해 형제끼리 다투고 가문에 내란이 일어나면 안 되잖아.”그는 유강후의 뒤쪽을 바라본 후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네가 입양한 아이라 누구도 괴롭히지 못하게 하는 심정을 이해해. 내가 할머니와 아버지를 설득시켜서 온다연을 족보에 올릴 수 있어.”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하령은 큰 소리를 질렀다.“안 돼요! 그런 미천한 년은 자격이 없어요!”최금영도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안 돼!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그년이 유씨 가문에 들어오는 것을 용납 못 해!”유자성은 심호흡을 하면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할머니, 지금 충분히 혼란스러워요. 우리 유씨 가문은 대가족이에요. 남을 위해 형제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면 안 돼요. 족보에 한 사람이 많아지든 적어지든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유씨 가문의 단합이고 사분오열하는 것을 막아야
유강후는 그가 찾아온 이유를 짐작한 듯 서슬 퍼런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여기 너를 반기는 사람이 없으니 꺼져.”염지훈은 넥타이를 바로잡더니 어쩌다 정색하며 말했다.“오늘은 당신이 반기지 않아도 어쩔 수 없어요. 죄송합니다.”그는 방 안의 사람들을 빙 둘러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저는 오늘 결혼 얘기를 나누러 왔어요.”모두가 놀라 멍해졌고, 방 안이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온다연만 극히 복잡한 눈으로 염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최금영이 노기등등하여 입을 열었다.“우리 하령을 너한테 못 줘.”“며칠 전 언론에 우리 하령과는 그저 장난이고 노이즈 마케팅일 뿐이라고 말했잖아. 이제 와서 결혼 얘기를 하겠다고? 유씨 가문이 우스워? 네가 결혼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물릴 수 있다고 생각해?”옆에 있던 유하령은 놀랐다가 기뻐하며 급히 말했다.“할머니, 저는 좋아요...”최금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가로챘다.“바보 같은 계집애, 왜 이렇게 진중하지 못해? 정말 좋아도 안 그런 척해야지. 애를 먹이지 않으면 너의 소중함을 몰라. 너는 어쨌든 유씨 가문의 귀한 딸이야. 저 녀석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런 작은 가문이 아니라고.”“내 말 듣고 얌전히 있어.”유하령은 미칠 듯이 기뻐서 즉시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지만 할머니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꾹 참았다.이때 유자성이 입을 열었다.“염지훈, 우리 유씨 가문도 명문가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며칠 전에 파혼하겠다고 했다가 이제 와서 결혼하겠다고? 너무 애들 장난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니?”염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유씨 집안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가 오늘 결혼 얘기를 꺼낼 상대는 유하령이 아니다.솔직히 그는 설명하기 싫었다. 하지만 심미진이 온다연의 이모이자 유자성의 아내라는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말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그는 옷매무시를 정리한 후 진중하게 말했다.“이전에 어른들 사이에서
그리고 염씨 가문의 두 형제도 뛰어난 인재다. 첫째 염지호는 마케팅 귀재로, 유강후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다.한편, 세계 최고 명문대 금융학과를 나온 둘째 염지훈은 여신그룹의 배후 조종자라는 소문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신그룹의 많은 중요한 결정이 그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한다.뛰어난 가정 배경과 우월한 외모 덕분에 염지훈은 경원시 재벌집 아가씨들의 쟁탈 대상이 되었다.그런 사람이 유씨 가문의 아가씨를 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고아와 결혼하려 한다고?맨 먼저 정신을 차린 유하령이 소리 질렀다.“뭐라고요?”염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이게 이해하기 어려운 말인가요? 다연과 결혼하고 싶어서 결혼 얘기를 하러 왔다고요.”그는 뭔가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깜박했네요. 이모님은 다연과 인연을 끊었고, 지금은 유강후 씨가 돌보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럼, 예물은 유강후 씨에게 드려야 하나요?”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하령이 미친 듯이 온다연에게 달려들었다.“온다연, 나쁜 년! 네가 감히 염지훈 씨를 꼬셔? 어찌 감히 내 사람을!”“그 엄마에 그 딸이라더니, 남자 꼬실 줄밖에 모르는 쌍년!”그녀는 화가 나서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온다연을 때리려고 달려들었지만 경호원이 즉시 제지했다.그녀는 곧바로 따귀 한 대를 얻어맞고 바닥에 쓰러졌다.유강후가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유하령은 울음을 터뜨리더니 온다연에게 손가락질하며 욕했다.“작은 아빠는 왜 저년 편만 들어요? 다 보셨잖아요. 저년이 염지훈 씨를 꼬셨어요. 염지훈 씨를 꼬셨다고요.”“저년이 잘못했는데 왜 저를 때리세요?”이때 염지훈이 입을 열었다.“유하령 씨, 그건 오해예요. 제가 다연에게 첫눈에 반했고, 제가 좋아하는 거예요. 다연이 저를 꼬셨다고 말하는 건 가당치 않아요.”하지만 유하령은 전혀 믿지 않고 울면서 말했다.“그럴 리 없어요. 당신이 어떻게 저년에게 반할 수 있죠? 남자를 유혹할 수 있는 저 얼굴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이 보석들도 그럭저럭 괜찮은데, 몇 세트를 합치면 가치가 200억 넘어요.”염지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강후가 매섭게 중간에서 잘랐다.“염지훈, 1분 시간을 줄 테니 물건을 가지고 꺼져.”염지훈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적은가요?”유강후는 이마에 핏줄이 튀어 오르고 눈이 빨개졌다.“꺼져!”염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차분하게 말했다.“유 대표님이 다연의 삼촌이라서 체면을 세워 드린 거예요. 온다연은 이제 성인이기 때문에 나와 결혼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거든요. 당신이 나한테 물러가라고 해도 소용없어요.”말을 마친 그는 온다연을 쳐다보았다.온다연은 병상에 앉아 극히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다연아, 동의해? 네 생각은 어떤지 말 좀 해봐.”온다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지훈 씨, 미쳤어요?”염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미치지 않았어. 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아.”그때 갑자기 입구 쪽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염지호가 사람들을 데리고 뛰어 들어왔다.그는 살벌하고 난폭한 기운을 내뿜는 유강후의 눈빛을 보고 순식간에 등골이 오싹해졌다.유강후와 어린 고아의 이야기는 그 바닥 사람들이 모두 다 아는 비밀이다.게다가 한이준한테 들은 바로는, 그 어린 고아가 임신해서 유강후가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염지호가 직접 축하 선물을 고르러 가려는 찰나에 동생이 예물을 들고 그 고아와 결혼하겠다고 나섰다는 소식을 들었다.그는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급히 달려왔지만 여전히 한발 늦었다.마구 덤비는 동생이 벌써 유강후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염지훈은 염지호가 온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형, 외국에 있는 거 아니었어? 왜 돌아왔어?”염지호는 염지훈의 머리를 쥐어박더니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따라 나와.”체면이 깎인 염지훈은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형, 나는 결혼 얘기 나누러 왔어. 이렇게 그냥 갈 수 없어.”염지호가 호통쳤다.“따라 나오라고. 내 말이 안 들려?”
염지호는 몸이 굳어졌지만 이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그래, 돌아가서 잘 가르칠게. 정말 미안해.”그러고 나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눈짓했다.“더 망신당하기 전에 빨리 치워.”그들 일행은 물건을 챙긴 후 서둘러 걸어 나갔다.이때 모든 사람의 시선이 온다연에게 집중됐는데, 오직 심미진만 넋 놓고 예물을 지켜보다가 염씨 집안 사람들이 멀리 사라져서야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유강후를 힐끗 쳐다보더니 그가 자기를 보지 않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다연아, 너 언제부터 염지훈과 그런 사이가 됐어? 염지훈이 하령의 남자친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왜 그랬어?”이 말을 들은 온다연은 화가 나다 못해 웃음이 나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심미진, 누구나 당신처럼 부자만 보면 달려드는 줄 알아? 그리고 내가 누구랑 어떻게 지내든지 당신이 무슨 상관인데? 지금 무슨 신분으로 나를 가르쳐?”심미진은 아직도 그 거액의 예물을 생각하고 있었다.도시 중심의 아파트 20여 채와 상가 10여 개면 적어도 수백억의 가치가 있을 텐데. 이 좋은 일이 원래는 그녀의 것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온다연과 사이가 멀어졌다.‘안 그랬으면, 오늘 그 예물들이 내 앞에 오는 건데.’그녀는 대단한 자존심을 가진 유씨 가문이 절대 염씨 집안과 혼인을 맺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면 온다연이 염씨 집안에 시집갈 가능성이 크다.그녀는 온다연의 이모이고 유일한 가족이므로 그 예물들은 당연히 그녀의 것이다.며칠 전에 인연을 끊었지만 어릴 때부터 쭉 봐온 아이다.온다연은 성격이 온화하고 다루기 쉬우며 혈육 간의 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심미진은 온다연을 다시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다고 100% 확신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녀는 부드러운 말투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얘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는 너의 이모이고 유일한 가족이야. 당연히 이모의 신분으로 너를 가르치는 거지.”온다연이 말하기 전에 유강후가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왔다.“당신은 그
유강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을 빙 둘러보더니 마지막에 유자성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또박또박 말했다.“내가 바로 형이 말한 그 애비 없는 자식의 아빠야.”마른하늘에 천둥이 치는 것 같은 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현장은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조용했다.몇 분이 지나서야 최금영이 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강후야, 그 말은...”유강후는 표정이 극히 담담했다.“네, 제 아이입니다.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온다연과 결혼식을 올릴 생각입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최금영이 버럭 화를 냈다.“안 돼.”유강후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동의하지 않아도 소용없어요. 할머니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라 통보하는 거예요.”최금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그녀는 원래 온다연 그년을 혼내서 유하령 대신 분풀이하려고 찾아온 것이었다.그런데 유강후가 제 입으로 온다연이 임신했고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말할 줄이야.이 소식은 외계인이 지구에 침입했다는 것보다 더 이해할 수 없었다.유씨 가문의 자랑인 유강후는 지혜와 재주가 뛰어나고 장래가 한없이 밝다. 그런 그가 어찌 아무것도 없는 고아와 이런 관계를 맺을 수 있단 말인가?틀림없이 저년이 유강후를 유혹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유강후의 신분으로 어찌 저런 천한 년을 마음에 둘 수 있겠는가?그녀는 온다연 앞에 막아선 경호원들에게 손짓했다.“너희들 비켜. 저 천한 년이 또 무슨 여우 같은 재주를 배워 강후를 유혹했는지 봐야겠어.”경호원들은 유강후의 명령만 따르기에 최금영의 명령을 아예 무시했다.경호원들이 자신을 상대하지 않자, 최금영은 더욱 화가 나서 소리 질렀다.“비켜. 너희들은 귀가 없어?”이때 온다연이 입을 열었다.“아저씨, 경호원들을 한쪽으로 비키게 해주세요. 할 말이 있어요.”유강후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경호원들이 한쪽으로 비켜섰다.모든 유씨 집안 사람의 시선이 그녀의 배에 집중됐다. 온다연은 그런 시선
유씨 집안 사람들이 깜짝 놀라 허둥지둥하는 가운데 심미진이 급히 다가가 최금영을 부축했다.최금영은 숨을 헐떡이며 유강후와 온다연에게 손가락질했고, 부들부들 떨면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마치 유강후와 온다연이 무슨 큰 죄를 지은 것처럼.심미진이 급히 그녀의 등을 두드려 진정시켰다.몇 분 후에야 최금영은 숨을 가다듬고 온다연을 가리키며 말했다.“너를 절대 유씨 집안에 들이지 않을 거니까 포기해.”온다연은 무슨 우스운 말을 들은 것처럼 피식 웃었다.“내 아이는 유씨 성을 가지지 않을 거예요. 더러워서 싫어요.”“너!”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최금영은 잠시 더 험한 말로 온다연을 욕하지 못해 얼굴이 시뻘게졌다.온다연이 또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심미진이 그녀를 말렸다.“다연아, 할머님을 여기서 죽일 작정이야?”“할머님에게 사과해, 어서.”온다연은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유강후에게 말했다.“아저씨, 저는 피곤해서 이 사람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요. 가라고 하세요. 앞으로도 이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아요.”유강후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알았어.”그는 돌아서서 유자성을 바라보았다.“형, 이만 가세요. 안 가면 경호원을 불러 끌어낼 거예요.”유자성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애써 화를 참으며 말했다.“강후야, 일이 이 지경이 됐으니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야 하지 않겠니? 온다연은 어쨌든 네 형수 조카딸이야. 너희 둘이 결혼하면 우리 유씨 가문이 웃음거리가 돼...”“그건 형이 신경 쓸 일이 아니에요.”유강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말을 잘랐다.“온다연은 가족이 없고 누구의 조카딸도 아니에요. 다연이 누구랑 결혼하든 유씨 집안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그의 말투는 극히 차가웠다.“남의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있으면 형의 아들과 딸이나 잘 간수하세요. 이 상태로는 민준에게 유씨 가문의 회사를 넘겨줄 수 없어요. 민준이 정말 경영의 길로 갈 수 없다면, 새로운 길을 찾아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