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후, 온다연은 병원의 뒷문으로 나갔다.이윽고 한 슈퍼마켓에 들어가서 슈퍼마켓의 뒷문으로 나가 차량번호가 없는 검은색 차에 올라탔다.두 시간이 지난 후, 그녀는 교외에 있는 창고에 도착했다.날씨가 추워서 창고 안에서는 불을 피우고 있었다.양아치로 보이는 사람들이 그 옆에 앉아서 온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람이 온 것을 본 그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임정아는 검은색 옷을 입고 모자를 눌러써서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했다.온다연도 검은색 패딩을 입었지만 모자를 쓰지 않았다. 그녀는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그대로 걸어들어왔다.그녀의 예쁘장한 얼굴에 양아치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그녀 옆에 있는 경호원들을 보면서 정신을 차렸다.이때 창고 구석에서 한 사람이 걸어왔다.그 사람의 옷은 꽤 비싸 보였는데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눈빛도 멍했다.온다연을 보더니 눈에 총기가 돌았다. 그리고 휘청거리면서 걸어와 얘기했다.“당신이 전화 속의 그 사람이야? 구경하러 왔어?”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목소리를 낮춘 채 물었다.“약을 한 거예요?”임정아도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맞아요. 약을 했으니까 이런 사달이 났죠!”온다연은 그 사람을 보면서 얘기했다.“얘기했었죠. 4천만 원으로 한번, 그리고 영상까지. 돈은 이미 줬는데, 사람은 어디 있죠?”그 사람은 웃더니 비틀비틀 걸어와서 얘기했다.“예쁜 아가씨, 나랑 하루 잘래? 돈은 안 받을게!”온다연은 뒤로 물러나면서 차갑게 얘기했다.“다시 한번만 나한테 손 대면 그 손 없애버릴 거예요.”그 사람은 희희 웃으면서 물었다.“돈 때문에 그래? 2억에 하룻밤, 어때?”이때 두 경호원이 온다연 앞으로 왔다.“우리는 이미 돈을 지불했으니 그에 마땅한 결과를 내놓아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용을 지키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질 거니까요. 그렇게 되면 앞으로 이 바닥에서 일할 수 있겠어요?”그 사람은 약간 머뭇거리더니 결국 물러서서 한 방을 가리켰다.“저 안에 있어요. 들어가요.”
온다연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유하령을 깔보면서 얘기했다.“틀렸어. 난 이 사람들과 한패가 아니야. 이 사람들은 범죄자고 난 그저 구경하러 온 거거든.”유하령은 이성을 잃고 날뛰었다.“날 놔줘! 날 놔달라고 해! 온다연! 날 살려줘! 내가 나가면 널 내 동생으로 인정해 줄게! 그러면 너도 진정한 유씨 가문의 사람이 되는 거야!”온다연은 손가락을 뻗어 입가에 가져가 조용히 하라고 했다.“난 유씨 가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그저 네 꼴을 비웃고 싶을 뿐이야.”유하령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욕설을 퍼부었다.“개 같은 년! 넌 저놈들이랑 같은 편이잖아! 감히 날 이곳으로 끌고 와?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라고!”온다연은 쪼그려 앉아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유하령, 그동안 나한테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는지 생각해 봐. 오늘은 그저 내 몫의 1%를 경험한 거야. 벌이라고 생각해.”말을 마친 온다연은 몸을 돌려 나갔다. 그리고 밖의 양아치들을 보면서 차갑게 얘기했다.“유하령이 당신들을 쓰레기에 아무것도 못 하는 찌질이 주제에 겁만 줬다고 하던데, 정말 쓸데없군요. 이러면서 4천만 원을 받아요? 이런 상황이면 못 주겠는데요?”양아치들은 그 말에 발끈해서 쳐들어가더니 유하령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오늘 내가 너 죽이고 만다!”유하령이 소리 질렀다.“네가? 웃기지 마! 우리 가문 사람들이 곧 올 거야! 그들이 오면 너네는 다 끝장이야!”“x발년, 저번에도 너 때문에 일을 망쳤어! 내가 오늘 너 무조건 처리한다!”“클럽에서는 여왕이라면서! 오늘은 어디 한번 노예가 되어 봐!”...안에서 비명이 들려왔다.온다연은 옆의 경호원한테 얘기했다.“핸드폰은요?”경호원이 핸드폰을 꺼내 온다연에게 줬다.온다연은 슬쩍 보더니 낮은 소리로 물었다.“저 사람 건가요?”“네.”경호원이 답했다.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얘기했다.“이 핸드폰으로 영상 촬영하고 올려요. 증거는 남기지 말고요.”“증거는 남지 않을 겁니다. 납치를 한
임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말했다.“뭐겠어요. 당연히 바이러스죠. 치료가 안 되는 그런 거요!”온다연은 시선을 드리우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죽이지 말고 잘 살게 내버려 둬.”임정아는 그녀의 무표정한 모습에 혀를 찼다.“마음이 이렇게 차가운 줄 몰랐는데, 조금 무서워지려고 하네요. 유강후가 그렇게 엄하게 감시하는데도 이렇게 많은 일을 꾸밀 수 있다니!”“쯧쯧, 우리가 협력관계인 게 참 다행이네요. 다연 씨를 노엽힌 적은 없으니까요.”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전히 시선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녀의 차가운 감정은 아무도 볼 수 없었다.잠시 후,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원을 끄지 않았으니 유강후가 곧 찾아올 거야. 가자.”이때 그 경호원도 안에서 나와 나지막이 말했다.“발송했습니다.”온다연: “휴대폰은?”경호원: “다시 넣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장갑을 끼고 있어서 흔적은 남기지 않았습니다.”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잘했어요.”몇 사람은 다시 차에 탔고, 두 대의 SUV는 오던 길을 따라 나갔다.하지만 2분도 안 되어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온다연의 얼굴색이 변했다.“어떻게 이렇게 빠를 수 있지?”임정아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내가 생각한 것보다 십여 분이나 빠르네요. 내일 아침의 뉴스 헤드라인은 또 내 차지가 될 거 같아요.”온다연은 밖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 이렇게 노출되면 네 연예인으로서의 삶은 끝장날 거야. 일단 넌 두 명의 경호원과 함께 이 숲을 지나서 밖으로 빠져나가. 반 시간이면 충분히 나갈 수 있을 거야. 나는 여기에 남을게.”“유씨 가문의 세력은 굉장히 커서 아마도 많은 사람이 올 거야. 심지어 무장한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니 빨리 도망쳐서 최대한 그들을 피해.”임정아는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혼자 여기서 잘 대처할 수 있겠어요?”온다연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그녀를 납치한 것도 아니고 그냥 보러 온 것뿐이잖아. 게다
온다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언제 한번 나한테 신경 쓴 적 있나요? 난 열세 살부터 스스로 돈을 벌어 살아왔고 당신 돈은 한 푼도 쓴 적 없어요! 오히려 당신은 엄마가 남겨준 돈을 다 챙겼잖아요! 그 돈이면 나를 10년 동안은 먹여 살릴 수 있는 건데, 그냥 3년간 당신 집에서 먹은 밥값으로 칠게요!”심미진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며 손가락으로 온다연을 가리켰지만, 말문이 막혔다.온다연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하령이랑 민준이한테 괴롭힘을 당할 때 당신은 뭐 했죠? 나더러 참으라고 했잖아요! 그 말인즉 나는 맞아도 싸다는 거잖아요! 그들이 사람을 불러 나를 괴롭힐 때, 당신은 내가 꼬리 쳐서 그 남자들이 나한테 함부로 하는 거라 했어요! 세상에 당신 같은 이모가 어디 있어요? 하령한테 계단에서 밀려서 아이를 잃었을 때도 당신은 내가 밀었다고 했어요. 심미진 씨, 당신은 나와 인연을 끊는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와서 또 나를 때려요? 당신은 그런 자격이 없다고요!”심미진은 반박할 말을 잃고 분노로 몸을 떨었다.온다연이 이렇게 반항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순간, 그녀는 다시 손을 들어 온다연을 때리려 했다. 하지만 온다연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강하게 밀어내며 매섭게 노려보았다.“다시 내게 손을 대면 당신의 모든 더러운 비밀을 폭로할 거예요!”심미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크게 분노했다. 그녀는 화가 나서 온몸을 떨며 온다연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 온다연! 난 네 엄마 무덤 앞에 가서 네가 얼마나 비열한 딸인지 다 말할 거야!”온다연이 냉정하게 대답했다.“마음대로 하세요. 나도 마침 엄마 보러 갈 건데. 가서 당신이 엄마가 나한테 남겨준 집을 빼앗으려 한다고 말할 거예요.”“그만해!”유자성은 심미진을 한쪽으로 끌어당기며 온다연을 사납게 노려봤다.“온다연, 강후를 등에 업고 감히 하령을 납치하다니, 담이 너무 큰 것 아니야!”온다연은 머리를 가로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해하셨어요. 나는
유강후는 빠르게 온다연을 안아 올리며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디 다친 데는 없어?”온다연은 부어오른 얼굴 한쪽을 손으로 감싸고는 그의 품에 기대어 울기 시작했다.“얼굴이 너무 아파요!”유강후가 그녀의 손을 떼어 확인해보니 원래 하얗고 부드럽던 얼굴이 빨갛게 부어있었고 입가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눈물 그렁그렁한 그녀의 모습은 너무 억울한 표정이었다.유강후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그는 몸을 돌려 유자성을 노려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형, 다연은 왜 때린 거예요?”유자성은 화가 안 풀린 듯 온다연을 가리키며 말했다.“하령의 이번 일은 얘가 꾸민 게 틀림없어!”유강후의 눈빛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형, 증거라도 있어요? 내가 들은 바로는 하령이가 스스로 그런 곳에 가서 먹지 말아야 할 걸 먹고 금수저들을 건드리는 바람에 그자들한테 끌려간 거라던데!”유자성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외쳤다.“넌 지금 하령이가 당해도 싸다는 거야?”유강후는 차갑게 대꾸했다.“형, 자기 딸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요?”평소의 겸손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유자성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온다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그럼 얘는 왜 여기에 있는 건데?”유강후는 온다연의 손을 잡으며 유자성을 차갑게 응시했다.“여기에 있으면 왜 안 돼요? 와서 볼 수도 있잖아요. 과거에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이 어떤 꼴을 당하는지!”유자성의 몸은 굳어진 채 자신의 동생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물었다.“강후야,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유강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형의 딸이 다연을 몇 년 동안 괴롭혔는지 모르진 않겠죠?”“유강후!”유자성은 화가 나서 낮게 소리쳤다.“하령은 네 친조카야! 너 이깟 고아 하나 때문에 유씨 가문도 버릴 셈이냐?”말이 끝나기 무섭게 온다연은 몸을 떨며 유강후의 손을 꼭 붙잡았다. 무척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온다연의 두려움을 느낀 유강후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그는 유자성을
심미진은 깜짝 놀라며 뛰어와 소리쳤다. “자성 씨, 괜찮아요?”유자성은 통증에 식은땀을 흘리며 유강후를 노려보며 말했다.“여자 하나 때문에 나한테 손을 대!”유강후의 눈빛은 여전히 싸늘했다.“내가 경고했잖아요. 내 사람에게 함부로 손가락질하지 말라고. 형이라도 예외는 없어요.”“이것은 오늘 형이 그녀를 때린 것에 대한 답례에요. 다음에 또 이러면 우리 형제 인연도 끝인 줄 알아요!”그는 심미진을 차갑게 흘겨보았다.“난 여자를 때리진 않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앞으로 다연한테 손끝 하나 댄다면 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해드리죠!”차갑고 매서운 눈빛에 심미진은 겁에 질려 창백한 얼굴로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그녀는 복잡한 시선으로 유강후의 뒤에 서 있는 온다연을 바라봤지만, 온다연은 그저 차갑고 냉담한 눈빛만 보일 뿐이었다.아까 유강후의 품에 기대어 울던 가엾은 여자는 그저 환상인듯했다.그녀는 갑자기 몸이 오싹해지며 온다연이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고 느껴졌다.이때 온다연이 살며시 유강후의 옷자락을 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이러지 마세요. 저 때문에 자성 아저씨와 싸우지 말아요...”수많은 억울함을 겪은 듯 그녀의 목소리는 작고 부드러웠다.“자성 아저씨 말이 맞아요. 아저씨들이야말로 친형제이지 난 그저 남일 뿐이에요. 그러니...”유강후는 너무 안쓰러웠다. 그는 차갑게 유자성을 바라보며 말했다.“형 손은 그저 탈골됐을 뿐이니 안 죽어요! 난 형에게도 기회를 줬고 하령에게도 기회를 줬어요. 하지만 당신들은 그걸 무시했죠. 지난번 영원에서 있었던 일, 이제 하나씩 잘 따져봅시다!”말을 마친 그는 유자성의 분노와 충격 어린 눈빛을 무시한 채 돌아서서 온다연을 안았다.“왜 혼자 이런 데까지 왔어?”그는 살짝 화가 난 듯한 말투로 말했다.“보고 싶으면 나한테 말하면 되잖아. 너 혼자 오면 위험하다는 거 몰라?”이때 경찰관의 부축을 받으며 하령이 창고 쪽에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어디서 구했는지
유하령의 몸이 순간 떨렸다.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이 그녀를 휩싸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는 유강후가 완전히 자신을 포기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심지어 그들은 이제 적대적인 입장에 서 있었다.아니. 이건 그녀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유씨 가문은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그 뒤에는 역시나 유강후와 미래 그룹의 경제적 지원이 있었다.비록 유씨 가문도 몇몇 회사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미래 그룹과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미래 그룹에서 털 하나만 뽑아도 그 회사들보다 훨씬 굵을 정도였다.만약 유강후가 정말로 자신을 포기한다면, 그동안 누려왔던 사치스러운 생활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안돼. 절대 그럴 순 없다.이때 유하령은 유강후의 품에 안겨 자신에게 조롱하는 눈빛을 보내는 온다연을 발견했다.순간, 그녀는 시간이 왜곡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지금 자신의 비참한 모습은 예전 온다연이 괴롭힘을 당하던 때와 같았고 온다연은 그때의 자신처럼 경멸의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마치 길거리의 떠돌이 개를 보듯이 말이다.유하령은 순간 치욕감을 느꼈다.당장이라도 온다연을 죽이고 싶었다.하지만 유강후의 혐오스러운 눈빛이 두려워서 꼼짝도 할 수 없었고 결국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작은 아빠, 저 여자예요. 날 믿어주세요. 저 여자가 복수하려고 사람을 시켜서 저를 납치한 거예요. 그리고 유씨 가문도 산산조각내려고 했다고요!”“그만해!”유강후는 그녀를 혐오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이렇게 된 건 다 네가 자초한 거야! 다연이가 너를 납치했는지는 법이 알아서 할 일이지, 네가 여기서 심판할 필요는 없어!”“그리고 앞으로 나를 작은 아빠라고 부르지 마. 난 네 작은 아빠가 아니야!”말을 마친 뒤, 그는 온다연을 안고 차에 올라탔다. 통곡하며 울부짖는 유하령을 뒤로한 채 차는 천천히 떠났다.차는 곧 큰길로 진입했다.유강후는 운전 중인 경호원을 흘끗 쳐다보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다연
확실히 그도 잘못이 있었다.그해, 그녀를 직접 데려와서 키우지 않은 것이 그의 가장 큰 실수였다.나중에 정당한 명분을 얻기 위해 그는 온다연이 유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그 말은 그녀가 괴롭힘을 당하는 원인이 되었다.심지어 그녀가 17살이 되던 해, 그 사건 이후 그녀를 데려가지 않은 것도 그의 잘못이었다. 그로 인해 그녀는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이 모든 게 그의 잘못이었다.하지만 그는 보상할 것이다. 그녀에게 온 세상을 다 줄 것이다.그는 입을 열고 나지막이 말했다.“다연아, 그때는 내가 잘못했어...”그때, 온다연이 갑자기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아저씨, 우리 이제 끝내요.”온다연은 마치 중요한 결정을 한 듯 차가운 표정으로 무겁게 말했다.“우리 더 이상 얽히지 말고 끝내요. 너무 힘들어요!”그녀는 유강후가 자신에게 어떤 감정이 있는지 알지 못했고 또 알고 싶지도 않았다.그들 사이는 애초부터 하늘과 땅처럼 다르지 않았던가?그는 세상의 정점에서 태어나 권력과 사랑을 모두 누리며 자라난 사람이었다.반면 그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사랑도, 어머니의 사랑도 받지 못한 채, 가족이라는 의미조차도 모른 채 자라왔다.그에 대한 작디작은 사랑과 동경마저도 어둠 속에서 피어난 비열한 감정이었다.하늘과 땅처럼 다른 두 사람이 더 얽힌다고 좋은 결말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유강후는 몸이 완전히 굳어버렸다.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이 서서히 마음속에서 차오르기 시작했다.그는 온다연이 진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한 말은 전부 그녀의 진정한 생각이었다.그러나 그는 결코 그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온다연은 그의 것이다. 영원히 그에게만 속할 것이고, 언제나 그의 곁에 있어야 한다.그녀는 그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고 그의 손안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를 잘 지켜주지 못했다.그녀는 너무 많은 상처와 고통을 겪었고 이제는 아무도 믿지 않게 되었다.지금 그녀는 분명 그의 품 안에, 그의
유강후는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아니다. 우리 셋이 모이면 현수 씨랑 지원이가 서운하다고 난리 치겠네. 차라리 내가 미리 연락할게. 시간 괜찮다고 하면 이쪽으로 오라고 할게.”한재민이 답했다.“그래. 하루 정도는 여유 있으니까 나중에 시간 정하면 알려줘.”유강후가 다시 물었다.“이번에 형수님이랑 조카도 함께 온 거야? 같이 왔으면 데리고 오지. 아직 형수님을 만나 뵌 적이 없네?”아내와 아이를 언급하자 한재민의 표정은 한층 부드러워졌다.“같이 왔어. 은하 이번에 둘째를 임신했어. 혼자 두고 나올 수는 없어서 그냥 집에 있으라고 했어. 나도 그게 마음이 편하고.”유강후의 눈빛에는 부러움이 스쳤다.“우리 중에서 제일 먼저 아이를 낳을 줄은 몰랐네. 그것도 둘씩이나. 솔직히 제일 많이 놀았던 사람이잖아.”두 사람은 같은 생각이 스친 듯 갑자기 말이 없었다.“화장실 다녀올게요.”이를 알아챈 온다연은 눈치껏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 모두 오랜만에 만났으니 당연히 옛 추억에 대해 언급하고 싶을 것이고 그중에 여자 얘기가 빠질 수는 없다. 아니나 다를까 온다연이 떠나자 한재민은 곧바로 물었다.“어릴 때 사람들이 우리 둘 다 나은별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잖아. 사실 나는 네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눈치챘어. 그런데 너무 깊이 숨겨서 아직도 그 여자가 누군지 모르겠다니까?”유강후는 눈빛이 부드러워졌다.“내 지금 아내야.”한재민은 온다연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러니까 그때 좋아하던 사람이 저분이라고?”“나이 차이가 꽤 있네?”“어쩐지 그렇게 숨기더라. 사람들이 수군거릴까 봐 얘기 못 했던 거지?”유강후가 답했다.“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건 대수롭지 않았는데 그때 다연이가 많이 어렸거든. 나도 일 때문에 집 비우는 일이 잦아서 옆에 있을 수가 없었어.”유강후는 그동안 온다연이 겪었던 일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다.“많이 후회해. 그런데 후회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한재민은 말문이 막혔
온다연은 눈살을 찌푸렸다.“누가 보면 우리가 살 능력이 없는 줄 알겠네.”“서혜윤?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네요. 한국인이면서 한국을 모욕하는 게 사람이 할 짓인가요?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이면 감지덕지할 줄 알아야지 어떻게 이용하고 무시할 생각을 하는 거죠? 이런 사람이 배우를 한다면 아이들이 뭘 보고 자라겠어요.”“출연금지 시키는 게 현명한 선택이네요. 오늘 찍힌 영상도 인터넷에 유포하는 게 좋겠어요. 사람들도 자기가 좋아하던 배우의 본모습은 알아야죠.”“삼촌인 저분도 같이 처리하는 게 좋겠어요. 피를 섞은 가족인데 어떤 사람인지는 안 봐도 뻔해요. 아무튼 앞으로 연예계에서 서혜윤은 보고 싶지 않네요.”유강후는 흐뭇하게 웃었다.“알겠어요. 유나 씨가 원한다면 그렇게 할게요.”“또 뭐 사고 싶은 건 없어요? 쇼핑하러 나왔는데 괜히 저 사람들 때문에 기분 망치면 안 되잖아요. 들어가서 쇼핑할까요?”유강후는 온다연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뒤따라간 임혜린은 대뜸 온다연에게 말했다.“나는 급한 일이 있어서 같이 못 갈 것 같아. 먼저 가볼게.”그렇게 말하고는 온다연의 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부랴부랴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러다가 입구에서 어떤 잘생긴 남자와 부딪히고 말았다.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임혜린은 표정이 확 돌변했다.“한, 한이준...”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내 동생을 알아요?”임혜린은 그제야 이 남자가 한이준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라는 걸 알아챘다.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한이준보다 훨씬 성숙했다.깜짝 놀란 임혜린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한재민?”‘죽은 사람이잖아... 왜 살아있는 거지? 요즘은 죽다 살아나는 게 유행인가?’남자가 물었다.“저를 아세요?”임혜린은 멍하니 끄덕이다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모릅니다.”어렸을 때 멀리서 몇 번 본 게 전부라 아는 사이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하다.한씨 가문과 그 어떤 일로도 엮이고 싶지 않았던 임혜린은 재빨리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이때 그녀의
서혜윤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 채 당당하게 말했다.“맞아요. 대작 영화죠. 아참, 방금 지나가신 분이 나 대표님인 것 같아요.”서혜윤은 입구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나은별은 보이지 않았다.“나 대표님과 아는 사이인가요?”유강후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곧장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그는 스피커폰으로 돌렸고 곧이어 한이준의 나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강후야, 회사 도착했는데 너 지금 어디야?”다른 사람은 괜찮았는데 임혜린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한이준 이 나쁜 X. 설마 유강후한테 끌려온 거야?’유강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서혜윤을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북아메리카에 왔다고?”“응. 왜 계속 헛소리만 해.”안색이 어두워진 임혜린은 당장이라도 유강후의 살점을 찢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노려봤다.‘딱 봐도 정보 유출했네. 진짜 왜 이러는 거지?’유강후는 여전히 태연했다.“서혜윤이라고 알아? 하나 엔터 소속인 것 같은데?”서혜윤은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기는 줄 알고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유강후를 바라봤다.“들어본 이름이네? 왜? 마음에 들었어?”유강후는 차갑게 말했다.“한이준, 너는 함부로 놀리는 그 입이 문제야. 중요한 얘기를 해주려고 했는데 기분이 상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알았어. 조심하면 되잖아. 중요한 얘기라는 게 뭐야?”유강후는 임혜린을 힐끗 쳐다보더니 그녀의 극도로 화가 난 표정을 보고선 비웃듯이 말했다.“됐어. 다음에 얘기할게. 대신 처리해 줘야 할 일이 생긴 것 같아.”“서혜윤이라는 여자 당장 끌어내려.”이 말이 나오자 모두가 놀랐지만 유독 임혜린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서혜윤은 그제야 다급해지기 시작했다.“대표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갑자기 저를 끌어내린다뇨?”유강후는 상대하기 싫은지 가볍게 무시하고선 핸드폰 너머의 한이준에게 말했다.“명심해. 어디에 출연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똑바로 처리해.”“다짜고짜 연락해서 한다는 말이 여배
서혜윤은 멍하니 얼굴을 가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안준을 바라봤다.“삼촌, 왜 때려요?”서안준은 버럭 화를 냈다.“입 다물라고 했잖아.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서혜윤은 여전히 고집을 부렸다.“주주라면서요? 그게 뭐 대단하다고. 기껏해야 주식을 조금 더 많이 가지고 있을 뿐이잖아요. 고작 그걸로 사람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거예요?”서안준은 바보 같은 조카 때문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쇼핑몰 주주일 뿐만 아니라 미래 그룹의 대표야. 강씨 가문의 후계자라고. 이제 알겠어? 무식하면 입 다물고 있어야지. 너 때문에 괜히 나까지 밉보였잖아.”서혜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이분이 미래그룹 대표라고요?”마침 서혜윤은 이번에 미래 그룹이 투자한 영화에 참여하게 되었다.소문에 의하면 미래 그룹의 고위 임원이 자신의 아내를 위해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영화는 그렇다치고 가장 중요한 건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 차기 미래 그룹의 쥬얼리 모델과 많은 고급 화장품 브랜드의 모델로 채택되어 무한한 혜택을 얻을 수 있다.서혜윤은 청순하고 섬세하게 생긴 외모 덕분에 캐스팅 때 어떠한 스폰서의 비서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그분은 서혜윤이 실제 영화의 여주를 닮은 데다가 연기력도 나름 괜찮아서 후보에 올렸다고 한다.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 미래 그룹의 회장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게다가 영화 속 여주인공의 실물도 보게 되었다.‘젠장. 망했네.’서혜윤은 곧바로 다른 대책을 생각했다.실제 여주인공을 닮았다는 건 눈앞의 이 남자도 분명 그녀에게 어느 정도 동정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시밎어 서혜윤은 톱 배우 라인에서도 예쁘다고 소문이 났기에 애교를 부린다면 흔들리지 않을 남자가 없다며 자신했다.이를 생각한 서혜윤은 목소리를 낮추고 눈물을 글썽이며 유강후를 바라봤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건 아니에요. 이분이 대표님의 아내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을 거예요...”서
유강후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안색이 어두워지며 이권에게 속삭였다.“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이권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며칠 후에 있을 영화제 때문에 협찬받으러 온 게 아닐까요?”유강후는 목소리가 싸늘해졌다.“심사위원팀에 연락해서 당장 명단에서 빼버려. 절대 행사장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돼. 이름 올리는 건 더더욱 안되고. 만약 이름이 올라가면 올해는 물론 이후의 모든 협찬이 취소될 거라고 단호하게 얘기해.”말하는 사이에 나은별은 이미 안으로 들어갔다.유강후는 여전히 싸늘했다.“끌어내. 꼴도 보기 싫으니까.”이권은 재빨리 나은별을 잡았다.“대표님께서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뵙기 곤란하다고 합니다. 옆에 있는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시죠.”나은별은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유강후를 바라봤다.“강후 씨, 3년 동안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어. 내가 그렇게 미워?”“내가 잘못했어. 김원도가 그렇게 미칠 줄 알았더라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다연 씨랑 바꾸는 걸 막았을 거야.”말을 하던 그녀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다연... 다연 씨...”이권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아 재빨리 나은별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대표님께서 지금 바쁘십니다. 저랑 같이 나가시죠.”너무 놀라 혼이 나갔던 나은별은 순순히 이권의 손에 끌려갔고 중요한 일을 잊은듯했다.나은별을 보자마자 온다연은 극심한 두통이 밀려왔다. 유강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를 본 순간 이를 알아채고 재빨리 다가갔다.“머리가 아파요?”온다연은 나은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저 사람 누구예요?”유강후는 차분하게 말했다.“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예전에 유나 씨랑 갈등이 있던 사이라서 아마 머리가 아플 거예요.”옆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임혜린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저 쓰레기 같은 X.”유강후는 경고하는 듯 고개를 돌리더니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이때 서안준이 애써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강 대
하지만 온다연은 서혜윤에게 꺼지라고 했다. 설마 블랙 카드 사용자일까?그 생각은 잠깐 스쳤지만 곧 부정되었다.불가능했다.블랙카드는 세 명의 대주주만 가진 것이다. 이들은 평소 바빠서 자주 오지 않으며, 설령 오더라도 상위에서 미리 통보하여 매장을 비우게 했고 절대로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다.그러니 이 여자는 블랙카드가 아닌 골드 카드 사용자일 것이고 여기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매니저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온다연을 직접적으로 폭로할 수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고객님, 어서 나가주세요. 이미 내부 가격을 드렸으니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쇼핑할 수 있어요. 꼭 여기서 살 필요는 없잖아요!”그 순간, 그는 말을 멈췄다.온다연이 손에 검은 카드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쇼핑몰의 블랙 카드였다.그는 눈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이건...”“블랙 카드예요.” 온다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제 이 사람들을 쫓아낼 수 있나요?”매니저는 깜짝 놀라며 다시 한 번 온다연을 살폈으나 그녀의 옷차림에는 명품이라 할 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그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 카드, 진짜예요?”“당연히 가짜죠!” 서혜윤은 바닥에서 일어나며 온다연을 가리켰다. “저 사람들이 블랙카드를 가질 리가 없어요!”“경찰 불러요! 가짜 카드로 사기 치다니, 어서 신고해요!”매니저는 블랙카드를 유심히 살펴본 뒤, 잠시 망설이며 말했다. “하지만 이 카드, 가짜 같지는 않아요. 제가 진짜를 두 번 본 적이 있는데 이 카드와 똑같아요. 여기 저희 쇼핑몰의 보안 마크도 있어요.”그때 몇 명이 매장으로 들어왔고 서혜윤은 그들을 보자마자 다가가며 말했다. “삼촌! 여기에 계셨네요! 여기에 블랙 카드를 들고 사기 치는 사람이 있어요. 빨리 경찰을 불러서 잡아가게 해요!”그 사람은 쇼핑센터의 주주 중 한 명인 서안준이었다.서안준은 크게 화를 말했다. “북아메리카 최고급 쇼핑몰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어서, 저
온다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말해보세요.”그때 서혜윤의 옆 사람이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만해, 저 여자, 너 찍고 있는 거 같아.”서혜윤은 손을 휘휘 휘둘렀다. “뭐가 두려워? 여긴 외국이야.”온다연은 손뼉을 한 번 치며 말했다. “서혜윤 씨, 참 거만하시네요. 제가 이 영상 인터넷에 올려서 당신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도 있어요.”서혜윤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뭐라고요?”온다연은 서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못 할 것 같아요? 당신은 국내에서 벌어놓은 돈으로 국내 제품을 무시하고 소비자들까지 경멸하며 ‘촌놈’ 이라고 말했죠. 외국 제품을 좋아하는 건 자유지만 자기 나라 사람을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스타 자격이 없다고 보는데요!”“예진 씨, 영상 올리고 핫서치도 하나 사요.”권예진은 이미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바로 대답했다. “알겠어요, 바로 올릴게요!”서혜윤은 크게 화를 내며 권예진의 핸드폰을 잡으려고 달려들었지만 권예진은 그녀를 밀쳐 바닥에 넘어뜨렸다.서혜윤은 분에 못 이겨 소리쳤다. “보디가드, 보디가드 어디 있어? 당장 불러서 이 년들 손목을 부러뜨려!”직원은 급히 온다연 일행에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 “빨리 나가세요, 서혜윤 씨 삼촌이 여긴 주주예요. 정말로 싸움이 나면 여러분만 불리해질 거예요!”온다연은 코웃음을 치며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이권 씨, 이권 씨 사람들 어디 있어요? 바로 CC 매장으로 와주세요, 누가 저한테 손대려고 해요!”전화를 끊은 후, 서혜윤의 보디가드들이 이미 매장으로 돌진해 들어왔고 서혜윤은 온다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때려. 특히 저 여자 얼굴을 망가뜨려!”그 얼굴이 너무 눈에 거슬렸고 볼 때마다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임혜린은 온다연 앞에 서서 막았다. “얘가 누구인 줄 알기나 해요? 손 대기만 해봐요. 당신 같은 작은 스타는 물론이고 그쪽 삼촌까지 와도 싹싹 빌 수밖에 없을 거예요!”그녀는 날카롭게 말하며 강한 존재감을
그때, 그 세 사람도 온다연과 그 일행을 보았다.세 사람 중, 맨 앞에 있던 이는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온다연의 얼굴을 두 초간 바라본 뒤, 질투심이 치밀어 올랐다.그때 매장 직원이 그들을 알아보고 웃으며 다가갔다.“혜윤 씨, 오셨네요. 새로운 스타일이 많이 입고됐는데 오늘 한번 보실래요?”서혜윤은 눈꺼풀을 살짝 올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게 비워. 이런 촌놈들과 함께 쇼핑하기 싫어.”직원은 잠시 놀라며 임혜린이 옷을 고르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혜윤 씨, 그분들도 저희 고객님이세요. 이렇게 하는 건 조금 곤란할 것 같은데요.”그때 옆에 있던 다른 여자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우리 혜윤이는 대스타야. 최근엔 거액의 투자가 들어간 영화 에서 여주인공을 맡았어. 보안이 철저해야 하는데 누가 여기서 뻔뻔하게 몰래 촬영하고 있을지 모르잖아? 며칠 전에도 여배우가 옷 갈아입는 모습이 찍혔다는 뉴스까지 나왔고. 어떻게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어.”직원은 서둘러 말했다. “혜윤 씨, 정말 축하드려요. 그런데 저희 매장에는 여러 개의 탈의실이 있고 모두 매일 점검하고 있어서 그런 염려는 전혀 없어요.”서혜윤은 턱을 살짝 올리며 온다연을 가리키고 말했다. “저 여자들, 나가게 해.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옷을 갈아입을 수는 없어.”직원은 난감해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분들은 이미 옷을 고르셨고 여기 오시는 고객님들 대부분은 배경이 있는 분들이라 쉽게 무시할 수 없어요.”서혜윤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 삼촌이 이곳의 주주야. 잊었어? 이곳은 우리 집 매장이나 마찬가지야. 만약 내 심기를 건드리면 여기서 가게 못 차릴 줄 알아.”직원은 어쩔 수 없이 임혜린에게 다가가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방금 중요한 고객님이 오셨는데 그분께서 매장을 비우라고 하셨어요. 뜻을 거스를 수 없는 분이니 고객님께선 다른 시간에 다시 오셔야 할 것 같아요.”임혜린은
“잠깐 쉬자, 나 좀 피곤해.”“나도 피곤해, 앞에 VIP 라운지가 있는데 거기 가자. 무료 음료수랑 다과가 있어.”권예진은 듣자마자 눈이 반짝였다. “다과가 무료라고요? 나 배고팠는데 잘됐네요!”온다연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많이 소비했는데, 다과 하나 먹는다고 뭐라고 하겠어요. 얼른 가요.”VIP실은 꽤 넓었고 안에는 몇 명이 흩어져 앉아 있었다.온다연 일행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멀리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기가 뭐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인 줄 아나?”“조용히 해, 들었으면 어쩌려고!”“뭐가 무서워? 저 사람들 옷차림 좀 봐, 뭐 같아?”“아마 싸구려 브랜드겠지. 명품도 입지 못하는 처지에 여기에 와서 쇼핑한다니, 창피한 줄도 모르나 봐.”“아까 그 여자랑 같은 매장에 있었는데, 이것저것 예쁘다고 난리를 치더라고. 촌뜨기 티 나는 저런 사람들이 뭐가 무서워.”임혜린은 미간을 찡그리며 다가가려고 했지만 온다연이 그녀를 잡았다. “됐어, 그런 사람들하고 싸울 필요 없어. 그냥 못 들은 척하고 넘어가자.”임혜린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 옷이 뭐 어때서? 국제적인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한정판으로 나온 거야. 전 세계에서 50벌밖에 안 나오는 거라 저 인간들은 주문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온다연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됐어, 그냥 내버려둬. 우리 지금 충분히 피곤하잖아. 여기서 또 싸우면 아마 더 이상 쇼핑 못 할 걸.”권예진도 덧붙였다. “맞아요, 신경 쓸 필요 없어요. 품위도 없고 남들을 배려할 줄도 모르는 걸 보니 좋은 사람들이 아닐 거예요.”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세 사람을 슬쩍 훑어봤다.그들은 유창한 한국어를 했고 그중 한 명은 낯이 익었다. 아마도 유명한 여배우였던 것 같은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세 사람은 그들이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듯, 비꼬는 말 몇 마디를 주고받은 후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떠나고 나서 온다연 일행은 한동안 편안하게 쉬면서 음료도 마시고 다과도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