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연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유하령을 깔보면서 얘기했다.“틀렸어. 난 이 사람들과 한패가 아니야. 이 사람들은 범죄자고 난 그저 구경하러 온 거거든.”유하령은 이성을 잃고 날뛰었다.“날 놔줘! 날 놔달라고 해! 온다연! 날 살려줘! 내가 나가면 널 내 동생으로 인정해 줄게! 그러면 너도 진정한 유씨 가문의 사람이 되는 거야!”온다연은 손가락을 뻗어 입가에 가져가 조용히 하라고 했다.“난 유씨 가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그저 네 꼴을 비웃고 싶을 뿐이야.”유하령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욕설을 퍼부었다.“개 같은 년! 넌 저놈들이랑 같은 편이잖아! 감히 날 이곳으로 끌고 와?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라고!”온다연은 쪼그려 앉아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유하령, 그동안 나한테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는지 생각해 봐. 오늘은 그저 내 몫의 1%를 경험한 거야. 벌이라고 생각해.”말을 마친 온다연은 몸을 돌려 나갔다. 그리고 밖의 양아치들을 보면서 차갑게 얘기했다.“유하령이 당신들을 쓰레기에 아무것도 못 하는 찌질이 주제에 겁만 줬다고 하던데, 정말 쓸데없군요. 이러면서 4천만 원을 받아요? 이런 상황이면 못 주겠는데요?”양아치들은 그 말에 발끈해서 쳐들어가더니 유하령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오늘 내가 너 죽이고 만다!”유하령이 소리 질렀다.“네가? 웃기지 마! 우리 가문 사람들이 곧 올 거야! 그들이 오면 너네는 다 끝장이야!”“x발년, 저번에도 너 때문에 일을 망쳤어! 내가 오늘 너 무조건 처리한다!”“클럽에서는 여왕이라면서! 오늘은 어디 한번 노예가 되어 봐!”...안에서 비명이 들려왔다.온다연은 옆의 경호원한테 얘기했다.“핸드폰은요?”경호원이 핸드폰을 꺼내 온다연에게 줬다.온다연은 슬쩍 보더니 낮은 소리로 물었다.“저 사람 건가요?”“네.”경호원이 답했다.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얘기했다.“이 핸드폰으로 영상 촬영하고 올려요. 증거는 남기지 말고요.”“증거는 남지 않을 겁니다. 납치를 한
임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말했다.“뭐겠어요. 당연히 바이러스죠. 치료가 안 되는 그런 거요!”온다연은 시선을 드리우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죽이지 말고 잘 살게 내버려 둬.”임정아는 그녀의 무표정한 모습에 혀를 찼다.“마음이 이렇게 차가운 줄 몰랐는데, 조금 무서워지려고 하네요. 유강후가 그렇게 엄하게 감시하는데도 이렇게 많은 일을 꾸밀 수 있다니!”“쯧쯧, 우리가 협력관계인 게 참 다행이네요. 다연 씨를 노엽힌 적은 없으니까요.”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전히 시선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녀의 차가운 감정은 아무도 볼 수 없었다.잠시 후,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원을 끄지 않았으니 유강후가 곧 찾아올 거야. 가자.”이때 그 경호원도 안에서 나와 나지막이 말했다.“발송했습니다.”온다연: “휴대폰은?”경호원: “다시 넣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장갑을 끼고 있어서 흔적은 남기지 않았습니다.”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잘했어요.”몇 사람은 다시 차에 탔고, 두 대의 SUV는 오던 길을 따라 나갔다.하지만 2분도 안 되어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온다연의 얼굴색이 변했다.“어떻게 이렇게 빠를 수 있지?”임정아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내가 생각한 것보다 십여 분이나 빠르네요. 내일 아침의 뉴스 헤드라인은 또 내 차지가 될 거 같아요.”온다연은 밖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 이렇게 노출되면 네 연예인으로서의 삶은 끝장날 거야. 일단 넌 두 명의 경호원과 함께 이 숲을 지나서 밖으로 빠져나가. 반 시간이면 충분히 나갈 수 있을 거야. 나는 여기에 남을게.”“유씨 가문의 세력은 굉장히 커서 아마도 많은 사람이 올 거야. 심지어 무장한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니 빨리 도망쳐서 최대한 그들을 피해.”임정아는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혼자 여기서 잘 대처할 수 있겠어요?”온다연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그녀를 납치한 것도 아니고 그냥 보러 온 것뿐이잖아. 게다
온다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언제 한번 나한테 신경 쓴 적 있나요? 난 열세 살부터 스스로 돈을 벌어 살아왔고 당신 돈은 한 푼도 쓴 적 없어요! 오히려 당신은 엄마가 남겨준 돈을 다 챙겼잖아요! 그 돈이면 나를 10년 동안은 먹여 살릴 수 있는 건데, 그냥 3년간 당신 집에서 먹은 밥값으로 칠게요!”심미진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며 손가락으로 온다연을 가리켰지만, 말문이 막혔다.온다연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하령이랑 민준이한테 괴롭힘을 당할 때 당신은 뭐 했죠? 나더러 참으라고 했잖아요! 그 말인즉 나는 맞아도 싸다는 거잖아요! 그들이 사람을 불러 나를 괴롭힐 때, 당신은 내가 꼬리 쳐서 그 남자들이 나한테 함부로 하는 거라 했어요! 세상에 당신 같은 이모가 어디 있어요? 하령한테 계단에서 밀려서 아이를 잃었을 때도 당신은 내가 밀었다고 했어요. 심미진 씨, 당신은 나와 인연을 끊는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와서 또 나를 때려요? 당신은 그런 자격이 없다고요!”심미진은 반박할 말을 잃고 분노로 몸을 떨었다.온다연이 이렇게 반항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순간, 그녀는 다시 손을 들어 온다연을 때리려 했다. 하지만 온다연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강하게 밀어내며 매섭게 노려보았다.“다시 내게 손을 대면 당신의 모든 더러운 비밀을 폭로할 거예요!”심미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크게 분노했다. 그녀는 화가 나서 온몸을 떨며 온다연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 온다연! 난 네 엄마 무덤 앞에 가서 네가 얼마나 비열한 딸인지 다 말할 거야!”온다연이 냉정하게 대답했다.“마음대로 하세요. 나도 마침 엄마 보러 갈 건데. 가서 당신이 엄마가 나한테 남겨준 집을 빼앗으려 한다고 말할 거예요.”“그만해!”유자성은 심미진을 한쪽으로 끌어당기며 온다연을 사납게 노려봤다.“온다연, 강후를 등에 업고 감히 하령을 납치하다니, 담이 너무 큰 것 아니야!”온다연은 머리를 가로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해하셨어요. 나는
유강후는 빠르게 온다연을 안아 올리며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디 다친 데는 없어?”온다연은 부어오른 얼굴 한쪽을 손으로 감싸고는 그의 품에 기대어 울기 시작했다.“얼굴이 너무 아파요!”유강후가 그녀의 손을 떼어 확인해보니 원래 하얗고 부드럽던 얼굴이 빨갛게 부어있었고 입가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눈물 그렁그렁한 그녀의 모습은 너무 억울한 표정이었다.유강후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그는 몸을 돌려 유자성을 노려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형, 다연은 왜 때린 거예요?”유자성은 화가 안 풀린 듯 온다연을 가리키며 말했다.“하령의 이번 일은 얘가 꾸민 게 틀림없어!”유강후의 눈빛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형, 증거라도 있어요? 내가 들은 바로는 하령이가 스스로 그런 곳에 가서 먹지 말아야 할 걸 먹고 금수저들을 건드리는 바람에 그자들한테 끌려간 거라던데!”유자성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외쳤다.“넌 지금 하령이가 당해도 싸다는 거야?”유강후는 차갑게 대꾸했다.“형, 자기 딸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요?”평소의 겸손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유자성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온다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그럼 얘는 왜 여기에 있는 건데?”유강후는 온다연의 손을 잡으며 유자성을 차갑게 응시했다.“여기에 있으면 왜 안 돼요? 와서 볼 수도 있잖아요. 과거에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이 어떤 꼴을 당하는지!”유자성의 몸은 굳어진 채 자신의 동생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물었다.“강후야,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유강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형의 딸이 다연을 몇 년 동안 괴롭혔는지 모르진 않겠죠?”“유강후!”유자성은 화가 나서 낮게 소리쳤다.“하령은 네 친조카야! 너 이깟 고아 하나 때문에 유씨 가문도 버릴 셈이냐?”말이 끝나기 무섭게 온다연은 몸을 떨며 유강후의 손을 꼭 붙잡았다. 무척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온다연의 두려움을 느낀 유강후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그는 유자성을
심미진은 깜짝 놀라며 뛰어와 소리쳤다. “자성 씨, 괜찮아요?”유자성은 통증에 식은땀을 흘리며 유강후를 노려보며 말했다.“여자 하나 때문에 나한테 손을 대!”유강후의 눈빛은 여전히 싸늘했다.“내가 경고했잖아요. 내 사람에게 함부로 손가락질하지 말라고. 형이라도 예외는 없어요.”“이것은 오늘 형이 그녀를 때린 것에 대한 답례에요. 다음에 또 이러면 우리 형제 인연도 끝인 줄 알아요!”그는 심미진을 차갑게 흘겨보았다.“난 여자를 때리진 않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앞으로 다연한테 손끝 하나 댄다면 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해드리죠!”차갑고 매서운 눈빛에 심미진은 겁에 질려 창백한 얼굴로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그녀는 복잡한 시선으로 유강후의 뒤에 서 있는 온다연을 바라봤지만, 온다연은 그저 차갑고 냉담한 눈빛만 보일 뿐이었다.아까 유강후의 품에 기대어 울던 가엾은 여자는 그저 환상인듯했다.그녀는 갑자기 몸이 오싹해지며 온다연이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고 느껴졌다.이때 온다연이 살며시 유강후의 옷자락을 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이러지 마세요. 저 때문에 자성 아저씨와 싸우지 말아요...”수많은 억울함을 겪은 듯 그녀의 목소리는 작고 부드러웠다.“자성 아저씨 말이 맞아요. 아저씨들이야말로 친형제이지 난 그저 남일 뿐이에요. 그러니...”유강후는 너무 안쓰러웠다. 그는 차갑게 유자성을 바라보며 말했다.“형 손은 그저 탈골됐을 뿐이니 안 죽어요! 난 형에게도 기회를 줬고 하령에게도 기회를 줬어요. 하지만 당신들은 그걸 무시했죠. 지난번 영원에서 있었던 일, 이제 하나씩 잘 따져봅시다!”말을 마친 그는 유자성의 분노와 충격 어린 눈빛을 무시한 채 돌아서서 온다연을 안았다.“왜 혼자 이런 데까지 왔어?”그는 살짝 화가 난 듯한 말투로 말했다.“보고 싶으면 나한테 말하면 되잖아. 너 혼자 오면 위험하다는 거 몰라?”이때 경찰관의 부축을 받으며 하령이 창고 쪽에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어디서 구했는지
유하령의 몸이 순간 떨렸다.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이 그녀를 휩싸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는 유강후가 완전히 자신을 포기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심지어 그들은 이제 적대적인 입장에 서 있었다.아니. 이건 그녀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유씨 가문은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그 뒤에는 역시나 유강후와 미래 그룹의 경제적 지원이 있었다.비록 유씨 가문도 몇몇 회사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미래 그룹과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미래 그룹에서 털 하나만 뽑아도 그 회사들보다 훨씬 굵을 정도였다.만약 유강후가 정말로 자신을 포기한다면, 그동안 누려왔던 사치스러운 생활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안돼. 절대 그럴 순 없다.이때 유하령은 유강후의 품에 안겨 자신에게 조롱하는 눈빛을 보내는 온다연을 발견했다.순간, 그녀는 시간이 왜곡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지금 자신의 비참한 모습은 예전 온다연이 괴롭힘을 당하던 때와 같았고 온다연은 그때의 자신처럼 경멸의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마치 길거리의 떠돌이 개를 보듯이 말이다.유하령은 순간 치욕감을 느꼈다.당장이라도 온다연을 죽이고 싶었다.하지만 유강후의 혐오스러운 눈빛이 두려워서 꼼짝도 할 수 없었고 결국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작은 아빠, 저 여자예요. 날 믿어주세요. 저 여자가 복수하려고 사람을 시켜서 저를 납치한 거예요. 그리고 유씨 가문도 산산조각내려고 했다고요!”“그만해!”유강후는 그녀를 혐오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이렇게 된 건 다 네가 자초한 거야! 다연이가 너를 납치했는지는 법이 알아서 할 일이지, 네가 여기서 심판할 필요는 없어!”“그리고 앞으로 나를 작은 아빠라고 부르지 마. 난 네 작은 아빠가 아니야!”말을 마친 뒤, 그는 온다연을 안고 차에 올라탔다. 통곡하며 울부짖는 유하령을 뒤로한 채 차는 천천히 떠났다.차는 곧 큰길로 진입했다.유강후는 운전 중인 경호원을 흘끗 쳐다보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다연
확실히 그도 잘못이 있었다.그해, 그녀를 직접 데려와서 키우지 않은 것이 그의 가장 큰 실수였다.나중에 정당한 명분을 얻기 위해 그는 온다연이 유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그 말은 그녀가 괴롭힘을 당하는 원인이 되었다.심지어 그녀가 17살이 되던 해, 그 사건 이후 그녀를 데려가지 않은 것도 그의 잘못이었다. 그로 인해 그녀는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이 모든 게 그의 잘못이었다.하지만 그는 보상할 것이다. 그녀에게 온 세상을 다 줄 것이다.그는 입을 열고 나지막이 말했다.“다연아, 그때는 내가 잘못했어...”그때, 온다연이 갑자기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아저씨, 우리 이제 끝내요.”온다연은 마치 중요한 결정을 한 듯 차가운 표정으로 무겁게 말했다.“우리 더 이상 얽히지 말고 끝내요. 너무 힘들어요!”그녀는 유강후가 자신에게 어떤 감정이 있는지 알지 못했고 또 알고 싶지도 않았다.그들 사이는 애초부터 하늘과 땅처럼 다르지 않았던가?그는 세상의 정점에서 태어나 권력과 사랑을 모두 누리며 자라난 사람이었다.반면 그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사랑도, 어머니의 사랑도 받지 못한 채, 가족이라는 의미조차도 모른 채 자라왔다.그에 대한 작디작은 사랑과 동경마저도 어둠 속에서 피어난 비열한 감정이었다.하늘과 땅처럼 다른 두 사람이 더 얽힌다고 좋은 결말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유강후는 몸이 완전히 굳어버렸다.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이 서서히 마음속에서 차오르기 시작했다.그는 온다연이 진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한 말은 전부 그녀의 진정한 생각이었다.그러나 그는 결코 그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온다연은 그의 것이다. 영원히 그에게만 속할 것이고, 언제나 그의 곁에 있어야 한다.그녀는 그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고 그의 손안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를 잘 지켜주지 못했다.그녀는 너무 많은 상처와 고통을 겪었고 이제는 아무도 믿지 않게 되었다.지금 그녀는 분명 그의 품 안에, 그의
하지만 지금은 모든 착각이 깨졌다.그녀는 이미 모든 걸 계획했고 한 걸음 한 걸음 오늘에 이르렀다. 심지어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유하령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안겼다.게다가, 그녀는 의심스러운 증거 하나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빠져나왔다.그녀는 너무 똑똑했다. 너무 똑똑해서 그녀의 모든 행동이 그의 통제 밖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그렇다면, 둘 중 진짜 사냥꾼은 누구인가?하지만, 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그녀가 자기 곁에 머물러 주기만을 바랐다.감정이 없으면 함께 만들어가면 된다.그녀가 아이를 원한다면 많이 낳으면 되는 일이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온다연이 입을 열었다.“아저씨, 이 아이는 나에게 주세요.”그녀의 목소리에는 간절한 부탁이 담겨 있었다.“아저씨는 다 가졌잖아요. 당신을 위해 아이를 낳아주겠다는 여자도 많은데 그냥 이 아이는 나랑 다투지 말고 양보해주면 안 될까요?”잠시 멈추고 그녀는 다시 말했다.“아저씨가 나랑 이 아이를 다툰다면 우린 평생 원수로 지낼 거예요. 난 아저씨와 원수가 되고 싶지 않아요.”유강후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그는 가까스로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말했다.“왜 다퉈야 하지? 이건 우리 아이잖아. 우린 계속 함께할 거야. 화 풀어. 날이 좀 풀리면 우리 결혼하자. 난 이미 신혼집도 준비해놨어. 영운산에 마련했는데 분명 네 마음에 들 거야.”온다연은 눈을 들었다. 그 속에는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난 아저씨랑 결혼 안 해요. 유강후, 당신은 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에요.”유강후는 그녀를 안은 팔을 서서히 조이기 시작했다. 그 힘은 통제력을 잃은 듯 점점 강해졌다.공기 속에는 어딘가 비정상적인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그의 눈동자가 서서히 붉게 물들어 갔다.“그렇다면, 네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지?”온다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없어요.”유강후는 다시 낮게 물었다.“그럼 예전에는 있었던 거야?”온다연은 대
겉보기로만 보면 유민준은 유강후의 저렴한 복사본 같았다.하지만 지금 그의 눈에는 감추지 못한 간절함이 담겨 있었고 온다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깊고 무거웠다.그는 더 이상 다가서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미안해. 내가 예전에 정말 많은 잘못을 했어. 하령이랑 같이 널 괴롭히기도 했고... 근데 난 그냥 장난인 줄로만 알았지. 그렇게 더럽고 비열한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좀 더 일찍 알아차렸더라면... 너 그런 고통 안 겪었을 텐데...”온다연은 한치의 감정도 없이 단칼에 잘랐다.“이제 와서 그런 말 해서 뭐해요? 원래는 오빠를 죽일 생각이었어요. 근데 오빠가 날 한 번 살려줬으니 그걸로 끝내고 싶어요. 이제부터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니 다시는 제 눈앞에 나타나지 마세요.”그 차디찬 말 한마디가 유민준 마음속 마지막 환상마저 산산이 부숴버렸다. 그는 손에 쥔 서류를 꼭 움켜쥐며 고개를 떨군 채 중얼거렸다.“처음... 네가 본가에 들어온 그날... 내가 널 지켜줬다면... 지금 이 결말은 달라졌을까? 네 곁에 있는 사람이 나였을 수도 있었을까?”온다연은 냉정하게 쏘아붙였다.“오빠는 유강후의 발톱 하나만큼도 못 해요. 그러니 오빠 손에 쥔 그 주식 들고 지금 당장 꺼지세요. 그게 오빠가 살길이에요.”유민준은 말없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자신이 완전히 끝났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손에 든 서류를 이권에게 건넸다.“이권 씨, 이 서류를... 작은아버지께 전해주세요. 본가의 재산은 이젠 아무것도 갖고 싶지 않아요. 다만... 아버지 유골만이라도 묘지에 모시게 해주세요. 명절마다 인사드릴 수 있게만 해주시면 돼요.”그러자 이권은 냉정하게 답했다.“서류는 전달하겠습니다. 다만 대표님께서 받아들이실지는 모르겠고 부탁을 들어주실지도 장담 못 드립니다.”유민준은 고개를 숙였다.“알아요. 부탁드릴게요.”그와 말하는 동안 온다연은 이미 차에 올라탔다.“이권 씨, 출발해요.”차는 곧 조
“다연이가 전에 겪은 고통... 똑같이... 아니 그보다 수천 배로 돌려줘야 해.”“안 돼요. 그러면 안 돼요!”유하령이 비명을 질렀다.“아빠가 죽었어요! 아빠가 모든 죄를 짊어졌잖아요. 제발... 저를 그렇게 만들지 마요!”하지만 유강후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그 사람이 죄를 씻고 싶어 했다고 해서 내가 용서해 줘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그때 너희가 법을 피해 가며 사람을 괴롭혔지. 좋아. 지금 잘됐네. 정신병자들은 사람을 때리고 죽여도 법의 심판을 안 받아. 그러니까 네가 그런 벌을 받는 것도... 네 업보지.”유하령은 울부짖으며 욕을 퍼부었지만 유강후는 단 한 번의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데리고 가. 하지만 일단 죽이지는 마. 죽어버리면 재미가 없잖아.”“네! 대표님!”그는 더는 뒤 돌아보지 않고 다시 식사하던 곳으로 돌아갔다.온다연은 그가 돌아오자마자 미리 까둔 귤 한 조각을 그의 입가에 가져갔다.“얼른 먹어요. 입술이 다 터졌잖아요. 아무리 바빠도 물은 마셔야죠.”그녀는 다시 뜨거운 물을 따라 그의 손에 건넸다.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 귤 한 조각을 조용히 입에 넣었다. 그리고 덤덤하게 말했다.“유하령... 정신병원으로 보냈어.”온다연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 정도면 오히려 관대한 거네요. 하지만 제가 더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아저씨가 알아서 하세요.”유강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하루 종일 나랑 같이 있었는데... 피곤하지 않아?”온다연은 그의 손바닥에 볼을 비비며 속삭였다.“아니요. 아저씨가 있으니까 하나도 안 피곤해요. 오히려 제가 좀 쉬어야 할 것 같은데요?”유강후는 그녀를 들어 올려 무릎 위에 앉히고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이 가슴 가득 퍼지며 왠지 모르게 조금은 덜 피곤해지는 느낌이었다.“다연아... 유민준 걔는...”“전 걔랑은 끝났어요.”온다연이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유민준이
온다연은 처음부터 유하령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 그녀는 마음이 아팠다.유씨 집안이 다 무너지든 모두가 죽든 솔직히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유강후가 저렇게 무너져 있는 걸 보니... 그녀는 가슴이 죄여들 듯 아팠다.그건 말로 다할 수 없는 통증이었다.그가 아무리 강해 보여도 결국은 사람이니 상처도 받고 아프고 지치고 힘들어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녀는 알았기에 그래서 그녀는 그를 위해 조금씩 물러서기로 했다.후회가 되고 아프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를 위해서라면 감수할 수 있었다.그 순간 유강후가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조용히 말했다.“다연아, 다시는 네가 상처 안 받게 할게. 여기 바람이 좀 세네. 안으로 들어가자.”얼마 지나지 않아 장 비서가 따뜻한 팥죽과 집밥 느낌의 반찬들을 함께 보냈다. 팥죽이 양이 많지 않아서 온다연은 근처 음식점에 연락해 직접 빚은 만두를 더 주문했고 따뜻한 반찬도 한 상 가득 더 보냈다. 그리고 따라온 경호원들과 비서진도 함께 둘러앉아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었다.밥을 먹던 도중 누군가 조용히 병실 안으로 들어와 유강후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전했다. 그 말을 들은 유강후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그는 온다연을 향해 말했다.“잠깐 나갔다 올게. 너희끼리 먼저 먹고 있어.”온다연도 함께 가겠다고 했지만 그는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눌러 앉히며 말했다.“넌 여기 있어. 잠깐이면 돼. 금방 올게.”그러더니 탁자 위에 있던 귤 하나를 들고는 그녀에게 내밀었다.“이거 까놔. 돌아와서 같이 먹자.”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아버님 괜찮으실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유강후는 말없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조용히 병실을 나섰다.병실 문을 나서자 이권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하령의 상태가 좀 이상합니다. 완전히 미쳐버린 것 같아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만 하고... 대표님, 정말 그냥 놔두실 겁니까? 설마... 진짜 용서해 줄 생각은 아니시죠?”유강후의 목
그때 유하령이 옆에서 갑자기 소리쳤다. “피... 피가 너무 많아. 아빠가 죽었어. 우리 아빠가 죽었다고요!”그 소리에 유재성이 갑자기 격하게 기침하더니 급기야 피를 토해냈다.유강후가 급히 그를 부축하며 외쳤다. “유하령 당장 끌어내. 간호사, 의사 불러요. 빨리!”유재성은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 네 큰형… 가서... 빨리 가서 봐...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어서...”그러자 유강후는 어쩔 수 없이 현장으로 향했다.그리고 그곳엔 이미 숨이 멎은 유자성이 들것에 실려 있었다. 의료진이 마지막 조치를 하고 있었지만 이미 모든 게 늦은 상태였다.유민준은 그 곁에 무릎 꿇고 앉아 피투성이가 된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복도와 방 안 바닥엔 핏물이 고여 있었다.유강후가 다가서자 의료진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유자성 씨는 휴게실에서 스스로 목을 그었습니다. 경동맥을 절단한 상태였고 발견 당시엔 이미 호흡이 없는 상태였습니다.”유강후는 멍하니 굳은 채 그 말을 듣고만 있었다. 유강후라고 왜 마음이 아프지 않았으랴.어찌 됐든 자기 형이었고 어릴 땐 정말 서로 우애가 좋았다.진짜 틀어지기 시작한 건 유하령을 감싸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그 뒤로 천천히 멀어졌고 결국엔 남이 되어버렸다.유강후는 온다연을 해친 사람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하지만 유자성이 이런 방식으로 끝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그는 어떻게 그 자리에 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그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의료진이 유자성의 시신 위에 흰 천을 덮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그때 유민준이 그의 옷깃을 잡고 울부짖었다.“작은아빠... 이게 진짜예요? 아빠 진짜... 진짜 죽은 거예요? 작은아빠, 아빠 아직 숨 쉬고 있는 거 아니에요? 그렇죠?”...유자성이 들것에 실려 나간 뒤에야 유강후는 고개를 돌렸고 차갑게 말했다.“민준아, 네가 아직 남자로 살고 싶다면... 아버지 장례 제대로 치러. 네가 맡은 회사 두
유재성은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유자성을 보지 않았다.유자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자식의 손을 끌고 병실 밖으로 나왔다.하지만 병실 문 앞에 이르자 그는 유하령과 유민준을 멈춰 세우고 단호하게 말했다.“문 앞에 무릎 꿇고 있어. 절대 일어서지 마. 그래야 할아버지가 마음을 돌리실 수 있어. 이 집에서 쫓겨나면... 너희는 진짜 끝장이야. 예전에 너희가 적으로 돌린 사람들은 다 너희를 죽도록 밟고도 남을 사람들이야.”유하령이 뭔가 말하려 하자 유자성이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특히 너, 유하령. 또 사고 치면... 바로 해외로 보내버릴 거야. 다시는 돌아오지 마. 오늘 이 사단... 절반은 네가 만든 거야.”유하령은 울먹이며 애원했다.“아빠... 잘못했어요. 정말이에요. 제발... 할아버지께 잘 말씀드려 주세요. 쫓겨나는 건 싫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유자성은 그런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네 엄마가 너무 일찍 떠났지. 그게 늘 마음에 걸렸어. 그래서 내가 너희한테 너무 오냐오냐했나 봐. 무슨 짓을 해도 내가 다 감췄고... 결국 오늘 이런 꼴이 났네. 다 내 책임이니 내가 다 짊어지고 갈게. 하령아, 성질 좀 고쳐. 앞으로 사람 대할 땐 좋은 마음으로 다가가. 나쁜 생각 갖지 말고 받은 호의엔 반드시 보답해야 해. 부모 말고는 조건 없이 널 사랑해 주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유하령과 유민준은 아버지의 말에 충격과 절망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들의 눈앞에서 유자성은 갑자기 결단을 내린 듯 말했다.“여기 그대로 있어. 할아버지가 용서 안 하신다고 해도... 일어나지 마라. 난 짐 좀 챙기고 금방 올게.”그는 마지막으로 두 자식을 깊게 바라보고는 병원 복도를 따라 천천히 걸어 나갔다....30분쯤 지났을까.복도 저편에서 갑작스러운 비명이 터졌다.“사람이 자살했어요!”“피가... 피가 너무 많아!”“빨리 응급실로!”“늦었어요... 이미 숨이...”“유 회장님 장남이라잖아! 큰일 났어!”...유하령과 유
“제발... 제발 우리를 본가에서 쫓아내지만 말아 주세요. 재산은 하나도 원하지 않아요. 단 한 푼도 바라지 않아요. 그냥... 그냥 본가에 남게 해 주세요. 아버지의 아들로 남게만 해 주세요...”하지만 유재성은 눈을 감은 채 싸늘하게 말했다.“그만 가. 네 자식들 데리고 이 집을 나가. 네 호적은 이미 본가에서 정리하라고 지시했어. 앞으로 넌 유씨 가문의 자손이 아니야. 너희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나 유재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유자성은 긴 침묵 끝에 고개를 깊이 숙여 유재성을 향해 세 번 힘껏 머리를 조아렸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 평생 아버지의 아들이라 믿어왔습니다. 그게 제 자랑이었어요... 제가 유씨 가문 사람이 아니었다니... 본가에서 쫓겨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그럴 만큼 제가 큰 죄를 지은 거겠죠. 용서받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었겠죠. 아버지,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하령이랑 민준이... 애들까지 함께 쫓아내진 말아 주세요. 애들은 아직 젊고 앞길이 먼 아이들이에요. 본가에서 내쳐진다는 건 그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낙인이 될 겁니다. 사람들 눈에 짓밟히고 손가락질당하며 살아야 해요.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건... 전부 다 제 책임이에요. 제가 잘못 키웠습니다. 전부 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하지만 유재성은 싸늘하게 대답했다.“너랑 나... 부자지간 인연은 여기까지야.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그만하고 그냥 가.”그제야 유하령의 표정이 무너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거짓말이죠? 우리 속이시는 거죠?”유민준도 조용히 무릎을 꿇었지만 아무 말 없이 유재성을 향해 조심스럽게 머리를 숙이며 절을 올렸다.“할아버지... 전 그동안 많은 잘못을 했습니다. 벌받는 것도 당연합니다. 전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제발... 본가에서 쫓아내지만 말아 주세요. 앞으로는 제대로 살겠습니다.”그는 진심이었다.지난 몇 년 동안 그는 성격도 많이 누그러졌고 철도 들었으며 맡은 두 회사 역
유자성은 입술을 달달 떨며 중얼거렸다.“아버지... 이러지 마세요. 전 아버지 아들이잖아요. 영원히 아버지의 아들이에요. 저 재산 같은 거 원하지 않아요. 한 푼도 필요 없어요. 그러니까... 제발 저를 본가에서 쫓아내지 말아 주세요...”그러나 유재성은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이젠 됐어. 나는 너한테 줄 것도 빚진 것도 없어. 나도 오래 못 살아. 죽기 전까진... 더 이상 너희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아.”유자성의 얼굴은 점점 잿빛으로 변해갔고 그는 입술을 떨며 되뇌었다.“아버지... 제발, 절 쫓아내지 마세요...”그의 마음 깊은 곳에선 이미 진실을 인정하고 있었다.그 친자확인서는 진짜였고 유재성의 말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는 어릴 적부터 유재성 곁에서 자라났다.젓가락을 처음 쥐는 법, 글씨를 쓰는 법, 첫 출근 날의 마음가짐까지... 모든 것을 유재성이 직접 가르쳐줬다.그는 누구보다 유재성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이런 문제를 가지고 거짓말을 할 리 없었다.그래서 그는 마침내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친자확인서는 진짜였어. 아버지가 나를 본가에서 내치려는 것도 진심이네. 그렇다면 나는 진짜... 본가 사람이 아니겠네.’그가 평생 자랑스러워했던 그 성씨와 신처럼 떠받들었던 아버지... 그토록 자부심을 가졌던 본가의 명예와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모든 것과 그가 수없이 입 밖으로 칭찬했던 동생 유강후조차... 결국 단 한 번도 그의 것이 아니었다.그 모든 건 그의 친부모가 목숨으로 대신한 빚이었고 남이 던져준 은혜에 불과했다.오만하고 자존심 강했던 유자성... 태어나서 한 번도 고개 숙여본 적 없는 본가의 장남이 알고 보니 그저 남의 집에서 얹혀살던 양자에 불과했다.그 진실은 마치 뾰족한 바늘처럼 그의 모든 꿈과 자존심을 찢어버렸다.그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멍해졌다. 세상이 전부 거짓처럼 느껴졌고 지금 이 순간조차 꿈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그는 손을 들어 자기 뺨을 두 번이나 사정
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호복을 가다듬은 뒤 안으로 들어가 손에 쥔 약을 유강후에게 건넸다.“아버님께 이 약을 드려요.”유강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다연아...”온다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고 싶은 말은 집에 가서 해요. 난 원래 그렇게 대인배 아닌 사람이에요. 날 해쳤던 사람은 절대 쉽게 용서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분은 당신 아버지잖아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한 번쯤은 물러서 줄 수 있어요. 아저씨, 제 마음 저버리지 마요.”그 말에 유강후는 코끝이 시큰해지며 눈가까지 붉어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얼굴을 감춘 채 약 하나를 꺼내 유재성의 입에 넣어주었다.약을 삼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재성은 숨이 한결 편해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강후야, 이게 무슨 약이냐?”유강후가 답했다.“곽 박사님이 다연이 몸조리하라고 주신 거예요. 다 먹지 않고 열 알 남겨뒀는데 혹시 몰라서요. 솔직히 저도 효과가 있는지는 몰라요. 그래도 해가 되진 않으니까요.”유재성의 눈빛이 반짝였다.“곽혜진? 그 여의사 말이야?”유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그때 유하령은 온다연을 노려보며 독설을 퍼부었다.“너 지금 내 할아버지한테 무슨 약 먹인 거야? 우리 할아버지 몸은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야. 네 따위가 내놓은 천한 약 따위 함부로 먹이면 안 된다고!”온다연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친자확인서를 집어 들었다. 대충 읽어본 그녀는 눈이 동그래지더니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유하령, 너... 너희 아버지가 유 회장님 친아들이 아니야?”유하령이 반박하기도 전에 온다연은 박장대소하며 말했다.“와, 오늘 진짜 운수 대통이네. 어쩜 이렇게 좋은 일만 생기지?”유하령은 절규하듯 외쳤다.“그건 거짓말이야. 전부 조작이야. 우리 아빠가 본가 사람이 아니라니 말도 안 돼! 이건 다 네 계략이야. 온다연, 왜 날 이렇게까지 망치려고 해?”온다연은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유하령, 넌 늘 자기보다 낮은 사람들 무
“네 아들 유민준... 그동안 무슨 사고들을 쳐왔는지 너도 잘 알겠지. 그나마 요 몇 년 좀 나아졌다 싶어서 내가 본가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두 회사를 맡긴 거야. 그 애 실력으로 그 두 회사 꾸려나가는 것도 벅찰 거야.”“그리고 네 딸 유하령은 어떤 인간인지 너 스스로 모르겠어? 예전 그 일들을 진짜 네 능력으로 덮은 줄 알아? 내가 평생 가장 미안한 사람은 현미와 강후야. 그 은혜 때문에 내 결혼을 망쳤고 내 딸을 희생시켰어. 다른 누구든 나를 원망해도 돼. 다 괜찮아.하지만 너, 유자성. 너만은 나한테 그럴 자격 없어.”유자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아버지, 아버지가 결혼생활 망친 걸 제 탓으로 돌리실 순 없죠. 그리고 제 어머니도 죄 없는 분이었어요.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강현미도 그 자리에 있었을 리 없었겠죠.”그 말에 유재성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오랫동안 침묵하던 그는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네 진심이었구나. 내가 평생 키워온 놈이 고작 이런 배은망덕한 놈이었다니...”그는 분노 섞인 시선으로 유자성, 유민준, 유하령을 차례로 훑어보며 낮고 느린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그럼 지금 여기서 내가 이유를 설명해 주지.”“강후야, 책상 위에 있는 다른 서류봉투를 저놈한테 줘라.”유강후는 아무 말 없이 그 서류봉투를 유자성에게 던졌다.유자성은 그 안에 또 다른 유언장이 들어 있을 줄 알고 펼쳤지만 그 안엔 뜻밖에도 친자 확인서가 들어 있었다.그는 확인서의 이름과 결과를 보자 믿을 수 없다는 듯 절규하듯 외쳤다. “아니야. 말도 안 돼. 이럴 리가 없어!”옆에 있던 유하령도 깜짝 놀라 확인서를 낚아채더니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아니에요. 이건 조작이에요. 전부 다 우리를 본가에서 쫓아내려고 짠 계략이잖아요!”“분명 온다연이야! 그 여자... 분명 삼촌한테 뭔가 시킨 거야. 나를 망하게 하려고 다 내 모든 걸 빼앗으려고 한 거라고!”“닥쳐!”유강후가 이를 악물고 그녀를 노려보며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