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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그녀는 갑자기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너, 집사가 나한테 뭐라고 말했는지 알아? 모든 사람이 유민준을 돌보고 있었어. 근데 우리 연서 곁엔 아무도 없었어. 집사가 몰래 연서에게 물을 가져다주었을 땐 이미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어. 계속 엄마 아빠가 자기를 버렸냐고 중얼거리고 있었대...”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얼굴을 감싸 쥐며 눈물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유재성 역시 눈시울이 붉어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방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한참 지나서야 강해숙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네가 연서를 한 번이라도 보러 갔더라면 연서는 죽지 않았을 거야. 누군가 물 한 모금만 줬더라도 버틸 수 있었어. 근데 넌? 넌 일해야 했고 많은 사람을 재난에서 구제하려 했지만 정작 네 딸은 모른 체 했잖아!”

“집사 말로는 네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와 약이 한 알밖에 남지 않아서 유민준한테만 줄 수 있다고 했다며. 근데 넌 회의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전화를 급히 끊었지. 유재성, 네 어머니가 늘 남아선호 사상인 걸 알았으면서도, 연서가 많이 아프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넌 그냥 방관했어.”

“네가 연서를 포기하는 순간 나도 포기한 거야. 우리 사이는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그녀는 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가. 다시는 찾아오지 마. 여긴 연서가 살던 곳이야. 더 이상 우리 연서를 역겹게 만들지 마!”

유재성은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소파에 앉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유강후는 부드럽게 강해숙의 등을 두드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이제 그만해요.”

강해숙은 고통에 휩싸인 채 낮게 말했다.

“강후야, 왜 그때 너희를 데리고 가지 않았을까. 왜 너만 데리고 갔을까. 그때 연서도 데리고 갔더라면 우리 연서는 지금도 내 곁에 있었을 텐데.”

유강후는 마음속의 고통을 애써 억누르며 어머니를 위로했다.

“그때 누나는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었잖아요. 우리도 원래 3일만 떠나기로 했었고,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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