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58화

유강후는 순간 아쉬움이 밀려왔다.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녀가 어렸을 때 풋풋하고 아름다운 연애의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미 많은 순간을 놓쳤다. 지금 다시 보상하려고 해도 늦은 것 같았다.

유강후는 작은 그녀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누가 웃는데? 다른 커플들은 다 업고 다니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는 거지?”

말을 마친 그는 코트 끝자락으로 그녀의 신발에 묻은 흙을 닦아주었고 이내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

“업혀!”

온다연은 귀가 붉게 달아올랐다. 거절하고 싶기도 했지만, 가슴이 두근거려 마음이 복잡했다.

이 거리는 그녀와 주한의 추억이 가득한 거리였다. 그녀는 이런 거리에서 유강후와 애정행각을 벌이고 싶지 않았고 유강후와의 추억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어차피 떠날 사람이었고 내일이 없이 사는 사람이었던지라 많은 추억을 안고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커다란 회화나무를 보더니 작게 말했다.

“그럼, 저기 나무까지만 업어주면 안 돼요?”

유강후는 그런 그녀가 이상해 미간을 찌푸리며 다소 언짢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안아서 가지.”

말을 마치 그는 그녀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바로 오른팔로 안아 올렸다.

그는 키가 컸지만, 그녀는 키가 작고 아담했다. 이렇게 안고 있으면 꼭 작은 동물을 안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무리 거리의 조명이 어두워도 온다연은 모든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얼른 고개를 그의 어깨에 파묻으며 들지 않았다.

귀가 빨갛게 익어버렸다.

유강후는 키가 큰 만큼 다리도 길쭉했기에 얼마 걸리지 않아 바로 회화나무 아래로 왔다.

모퉁이로 걸어가려던 때 그는 다시 그녀를 길가의 벤치에 세워두고 등으로 업으려고 했다.

이번엔 얌전히 업혔다.

그의 등은 아주 넓고 듬직했다. 등에 업혔을 때 그녀는 착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녀에게 제일 의지가 가는 사람은 유강후일 것이라고.

옷가게를 지나쳐 갈 때 커다란 유리창에 비친 유강후의 모습을 힐끗 보았다.

젊고, 키도 크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