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후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강제로 온다연의 고래를 돌렸다.“왜 피하는 거지?”온다연은 그의 손을 떼어내며 시선을 내리깔았다.“아저씨, 아파요. 정말로 아프단 말이에요.”나무 그늘 아래 불빛은 어두워졌고 그녀의 눈빛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그저 그녀의 작고 나른한 목소리만 들려왔다. 꼭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였다.“오늘은 안 돼요. 아파요...”그녀는 이 거리에서 그와 키스하고 싶지 않았다. 행복했던 기억이 가득했던 이 거리에 불쾌한 기억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유강후는 손을 내렸다.“어느 식당에서 밥 먹고 싶어?”온다연은 시선을 내리깔며 음료수만 만지작거렸다.“제가 가고 싶은 식당은 그리 호화로운 곳은 아니에요. 혹시 아저씨가 싫으시면 안 가도 돼요.”그 식당은 그녀와 주한이 자주 가던 식당이었다. 방금 그 일로 그녀는 식당 주인이 또 그녀를 알아볼까 봐 조금 겁이 났다.지금은 주한이가 제일 좋아했던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으니 그와 함께 마시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로 만족했다.그러나 뜻밖에도 유강후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어느 식당인데?”온다연은 다소 뜻밖이었던지라 자심 고민하다가 말했다.“그냥 다른 식당 가요. 생각해보니 그렇게까지 먹고 싶은 건 아니에요.”운전대를 잡고 있던 유강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어느 식당인데?”온다연은 앞을 보았다. 앞쪽 모퉁이에 예전에도 있었던 커다란 회화나무가 보였다.저도 모르게 주한이 떠올랐다. 주한은 커다란 회화나무 아래에서 쉬는 것을 아주 좋아했기 때문이다.“저 앞쪽 모퉁이에 골목이 있을 거예요. 차로 들어가긴 힘든 길이에요. 그러니까 그냥 다른 곳으로 가요.”유강후는 차에서 내렸다. 트렁크에서 양털 목도리를 꺼내 온다연에게 꼬옥 둘러준 뒤 자신은 옷깃을 세웠다.“걸어가자.”말을 마친 뒤 그는 온다연의 손을 잡아 자신의 주머니 안으로 쏙 넣었다.거리는 30, 40년 정도의 역사가 있었던지라 조금 낡았다.비까지 내리고 있어 길은 아주 미끄러웠고 조금만 방심하면 넘어질
유강후는 순간 아쉬움이 밀려왔다.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녀가 어렸을 때 풋풋하고 아름다운 연애의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는 이미 많은 순간을 놓쳤다. 지금 다시 보상하려고 해도 늦은 것 같았다.유강후는 작은 그녀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누가 웃는데? 다른 커플들은 다 업고 다니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는 거지?”말을 마친 그는 코트 끝자락으로 그녀의 신발에 묻은 흙을 닦아주었고 이내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업혀!”온다연은 귀가 붉게 달아올랐다. 거절하고 싶기도 했지만, 가슴이 두근거려 마음이 복잡했다.이 거리는 그녀와 주한의 추억이 가득한 거리였다. 그녀는 이런 거리에서 유강후와 애정행각을 벌이고 싶지 않았고 유강후와의 추억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어차피 떠날 사람이었고 내일이 없이 사는 사람이었던지라 많은 추억을 안고 떠나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커다란 회화나무를 보더니 작게 말했다.“그럼, 저기 나무까지만 업어주면 안 돼요?”유강후는 그런 그녀가 이상해 미간을 찌푸리며 다소 언짢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안아서 가지.”말을 마치 그는 그녀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바로 오른팔로 안아 올렸다.그는 키가 컸지만, 그녀는 키가 작고 아담했다. 이렇게 안고 있으면 꼭 작은 동물을 안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아무리 거리의 조명이 어두워도 온다연은 모든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얼른 고개를 그의 어깨에 파묻으며 들지 않았다.귀가 빨갛게 익어버렸다.유강후는 키가 큰 만큼 다리도 길쭉했기에 얼마 걸리지 않아 바로 회화나무 아래로 왔다.모퉁이로 걸어가려던 때 그는 다시 그녀를 길가의 벤치에 세워두고 등으로 업으려고 했다.이번엔 얌전히 업혔다.그의 등은 아주 넓고 듬직했다. 등에 업혔을 때 그녀는 착각하게 되었다.어쩌면 그녀에게 제일 의지가 가는 사람은 유강후일 것이라고.옷가게를 지나쳐 갈 때 커다란 유리창에 비친 유강후의 모습을 힐끗 보았다.젊고, 키도 크고
온다연은 고개를 확 들었다. 그러자 맑은 두 눈과 눈이 마주쳤다.식당으로 들어온 사람은 소년미가 잔뜩 풍기는 사람이었다. 연한 회색의 목폴라 티에 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는 얼굴도 훈훈해 꼭 영화 포스터에서 볼 법한 그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식당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그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온다연은 그를 보자마자 놀라면서도 믿기지 않는 눈길로 보았다.남자는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꾹 참고 시선을 돌려 유강후를 보았다.온다연도 남자의 곁에 있던 사람을 보았다.젊고 예쁜 여자였다. 겨울인데도 옷차림이 얇았다. 여자는 크롭티에 얇은 코트를 입고 있었고 화장은 조금 두꺼웠지만, 애티는 가릴 수 없었다.온다연은 시선을 돌려 바깥을 보았다. 그들이 내린 차가 보였다.붉은색 페라리는 대충 문 앞에 세워져 있었고 차 앞에 달린 번호도 특이했다.그녀는 시선을 빠르게 거두며 주문 받으러 온 직원에게 말했다.“농어찜이랑 닭볶음탕, 그리고...”온다연은 메뉴판을 보며 주문했다. 소년이 집요하고 막막한 시선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말이다.그녀는 이내 여자가 소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주희야, 우리 앉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으니까 옆 테이블에 앉자.”주희와 여자는 두 사람의 뒤에 앉았다. 온다연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유강후는 그녀가 차 안에서부터 들고 있던 음료수를 컵에 따라 주었다. 온다연이 마시기도 전에 여자가 다가왔다.여자는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머, 유 대표님. 이런 곳에서 만나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저 남하윤이에요, 기억하고 계시죠? 저의 아빠 성함이 남재웅이에요.”유강후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아버님은 잘 지내고 계시죠?”여자는 웃으며 말했다.“네, 어제도 대표님에 대해 말씀하셨어요. 대표님이 영원에서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아주 훌륭하다면서 칭찬하셨는걸요. 윗선에서도 아주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평진과 부현의 프로젝트도 대표님께 넘어갈 것 같다고 말씀하셨죠.”이때
주희의 신경은 온통 온다연에게 가 있었고 남하윤의 말이 전혀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다만 유감스럽게도 온다연은 그를 등지고 앉아 있었던지라 계속 유강후를 빤히 보게 되었다.한참 지난 후 온다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작은 식당 화장실 옆엔 문이 하나 있었다. 온다연은 화장실 가는 척 그 문으로 나갔다.2분 뒤, 주희도 그 문에서 나왔다.“누나.”그는 목소리를 낮게 깔며 그녀를 불렀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온다연은 흐트러진 그의 옷깃을 정리해주며 작게 말했다.“연예계 들어가기로 한 거야?”주희가 답했다.“네, 돈 좀 벌려고요.”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어떤 길을 걸어가든 누나는 널 말릴 생각 없어. 하지만 아직 수능을 못 쳤잖아. 적어도 수능은 끝내고 해.”주희는 온다연의 손을 꼬옥 잡으며 결의에 찬 어투로 말했다.“저 더는 기다릴 수 없어요. 누나가 매일 유씨 집안사람들에게 괴롭힘당하는 것만 떠올리면 너무 괴로워서 버틸 수 없어요. 게다가 누나는 제 약값까지 감당하고 있잖아요. 누나가 힘들게 사는 게 싫었어요. 요즘엔 누나가 유강후랑 함께 살게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유강후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나쁜 사람이라고요. 누나, 전 더는 누나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소년의 눈빛은 단호했고 두 눈엔 오로지 온다연만 담고 있었다.온다연은 손을 빼내며 문 쪽을 힐끗 보더니 작게 말했다.“여긴 대화를 나누기엔 적합하지 않아. 짧게만 말할 수 있으니까 잘 들어야 해.”“첫째, 일단 수능부터 봐. 두 번째, 네 형 일은 신경 쓰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할 거야. 세 번째, 앞으로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너랑 상관없는 일인 거야. 내가 죽든 말든 모른 척하고 살아. 이건 내가 네 형한테 빚진 것이기도 하고 너한테 빚진 것이라고 하니까...”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주희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잔뜩 흥분한 모습으로 말했다.“누나, 그게 무슨 말이에요. 누나가 죽든 말든 신경 쓰지
발걸음 소리도 가까이에서 들리자 마음 급해진 온다연은 있는 힘껏 주희의 손을 떼어낸 후 밀어버리곤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작은 나무문이 닫힌 순간 모퉁이에 서 있는 유강후가 시야에 들어왔다.그는 키가 아주 컸던지라 좁은 복도에 서 있기만 해도 공간에 산소가 부족해지는 기분이 들어 숨이 막혀왔다.온다연은 심호흡을 하곤 얼른 그의 손을 잡았다.“아저씨, 우리 돌아가요. 저 몸 상태가 좀 안 좋은 거 같아요.”바깥에서 다소 오래 서 있었던지라 그녀의 안색이 조금 창백했고 손도 차가웠다. 지금 그녀의 모습은 마치 환자 같았고 보기만 해도 나약하고 가련해 보였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몸이 왜 이렇게 찬 거지?”온다연은 행여나 주희가 문을 확 열고 들어올까 봐 겁이 나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저 아파요. 돌아가고 싶어요. 우리 집으로 가요, 네?”불빛 아래서 본 그녀의 얼굴은 더 창백했다. 입술엔 혈기도 없어 유강후는 정말로 그녀가 아픈 줄 알고 안아 올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의 손길을 피해버렸다.“안 돼요. 여긴 아저씨 지인이 있잖아요.”망을 마친 그녀는 자리로 돌아가 자신의 물건을 챙긴 뒤 계산을 했다.유강후는 그녀가 수상했지만 창백한 그녀의 얼굴이 다시 눈에 들어오니 저도 모르게 의심을 지우게 되었다.나가기 전 온다연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힐긋 보았다.주희는 복도 모퉁이에 서서 그녀를 빤히 보고 있었다.주희의 얼굴은 주한과 닮아 있었다. 특히 지금처럼 빤히 보고 있을 때 그 눈빛은 죽은 주한과 똑같았다.온다연은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더는 그를 볼 겨를이 없었기에 빠르게 고개를 돌려 나가버렸다.집으로 돌아왔을 때 장화연은 이미 욕조에 따듯한 물을 받아두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을 안아 욕조에 담근 후 꼼꼼히 몸을 살폈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그런데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유강후는 천천히 강압적이면서도 부드럽게 그녀를 탐했다. 그녀도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부끄러워하면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한때 경원에서 잘 나가던 부잣집 딸 고유정이 이런 최후를 맞이하게 될 줄은.물론 사람들의 호기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더 큰 소식이 퍼졌다. 바로 이씨 가문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었다.조사를 받게 된 원인은 이씨 집안의 딸 이효진이 영원에서 대놓고 남자를 불러 거창하게 놀았기 때문이다.이효진의 진짜 SNS 계정을 찾아낸 사람들은 그녀가 올린 사치스러운 사진과 영상에 넋을 잃고 말았다.몇억이나 하는 슈퍼카에 가치가 억에 달하는 보석까지, 그리고 엄청나게 호화로운 커다란 별장 전부 그녀가 찍은 영상에 나왔다.게다가 이효진은 부계정을 만들어 네티즌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심지어 간간이 [내가 누구 딸인지 알아?]라는 댓글도 달았다.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효진을 신고하면서 엄밀하게 이씨 집안을 조사해주길 바란다는 청원을 올렸다.이씨 집안은 여론의 압박에 고개조차 들지 못하게 되었고 수색영장도 떨어졌다.이씨 집안에 폭풍우가 휘몰아쳐 곧 망할 것 같았다.이러한 사람들과 인기 검색어 순위를 다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연예인 주혜성이었다.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예능을 하게 되었다. 뛰어난 예능 감각과 꿀 바른 듯한 목소리에 순식간에 수많은 팬을 보유하게 되었고 인기도 치솟았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또 몇 개월이 지났다. 온다연의 고양이 구월이도 그녀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다.오후에 경원으로 돌아갈 때 그녀는 구월이도 데리고 갔다.집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원에 급한 일이 생겨 유강후는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몇 시간 뒤, 유씨 집안 집사인 주석진이 찾아왔다.“온다연 씨, 사모님께서 만나 뵙고 싶어 하십니다. 그리고 셋째 회장님께서도 만나 뵙고 싶어 하십니다.”셋째 회장님은 유재성을 가리키는 호칭이었다. 유씨 집안의 셋째였던지라 젊었을 땐 셋째 도련님이라고 불렀지만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셋째 회장님이라고 불렀고, 셋째 도련님은 유강후의 호칭이 되었다.온다연은
차는 빠르게 달려 유씨 가문 본가로 왔다.차가 멈추자마자 온다연은 강제로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커다란 거실엔 유재성을 제외한 유씨 집안사람 전부 앉아 있었고 다들 사나운 눈빛으로 온다연을 보고 있었다.특히 최금영의 눈빛은 꼭 그녀를 이 자리에서 찢어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유자성의 표정도 한껏 일그러졌다.비록 유자성은 예전에도 온다연에게 눈길을 준 적 없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켰었다. 이렇듯 쳐다보는 그의 모습은 처음이었다.보아하니 그도 온다연을 죽여버리고 싶은 듯했다.이들 중에서 오직 심미진만이 복잡하고 난감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이들을 본 온다연은 바로 모든 사람들이 그녀와 유강후의 관계를 알아버렸다고 생각했다.서늘한 한기가 그녀의 발밑으로부터 허리까지 올라왔다. 그녀는 오늘 어쩌면 정말로 이곳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시선을 돌려 유하령을 보았다.주먹을 꽉 움켜쥐며 생각했다. 만약 이 집에서 죽게 되면 반드시 유하령과 함께 죽이리라 말이다.이때 유하령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다가와 손을 올리더니 그녀의 뺨을 갈궜다.“천박한 년!”온다연은 몸을 굽히며 유하령의 손길을 피해버렸다.그리고 이내 싸늘한 눈빛으로 유하령을 보더니 머리채를 확 잡고 힘껏 벽에 받아버렸다.그녀는 비록 키가 작았지만, 막상 궁지에 몰리게 되면 엄청난 괴력을 뿜어냈다.유하령은 소리를 질렀다. 벽에 머리가 부딪치고 나니 어질거렸다.머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온다연, 이 천박한 X! 지금 날 때린 거야?!”온다연은 그녀가 일어서기도 전에 다시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또 벽에 받아버렸다.유하령의 이마엔 어느새 피가 흘러나왔고 엄청난 통증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그녀는 손을 들어 까진 이마를 만졌다. 손에 피가 한가득 묻어났다.그러더니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아아악! 감히 날 때렸어! 이 미친 X이!”온다연은 한 걸음 물러서며 차갑게 그녀를 보았다.“난 왜 널 때릴 수 없는데? 네가 뭐라고?”
온다연은 고개를 들어 싸늘한 눈빛으로 유하령을 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 담긴 악의를 발견한 유하령은 멈칫하더니 이내 화를 냈다.유하령은 또 온다연을 때리려 했다.이때 유민준이 방에서 나와 달려오며 말했다.“그만해!”온다연이 유하령에게 맞고 있는 모습에 유민준은 얼른 달려와 유하령을 밀쳐냈다.그리고 온다연을 붙잡고 있던 두 사용인에게 뺨을 때렸다.“이거 놔!”그는 온다연을 잡았다. 긴장한 얼굴로 온다연의 뺨을 살폈다.“아파? 많이 아프지?”온다연은 뺨을 감쌌다. 터진 입에서는 피가 뚝뚝 흘러나와 하얀 옷 위에 떨어져 가슴 아프게 했다.유민준은 너무도 마음이 아파 고개를 돌린 뒤 유하령을 노려보았다.“네가 뭔데 다연이를 때리는 거야?”유하령은 차갑게 피식 웃었다.“오빠, 이제야 걱정해주는 거야? 그런데 어쩌지? 이미 늦었는데?! 오빠는 잊었나 봐, 예전에 저 X을 본인이 어떻게 대했는지. 겨우 그 좋아하는 마음으로 용서해 줄 것 같아? 저 X이 예전에 오빠가 했던 짓을 전부 잊어줄 것 같냐고!”그녀는 온다연을 가리키며 악독한 말만 내뱉었다.“똑똑히 봐. 얘는 오빠가 어릴 때부터 괴롭혔던 애라고! 오빠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어릴 때부터 괴롭혔던 애를 좋아할 수 있는 거야? 겨울에 얘 옷에 얼음 가득 넣고, 여름에 난방 끝까지 올려놓은 방에 가둔 사람도 오빠잖아. 설마 오빠는 자신이 괴롭혔던 사람이 취향인 거야?”유민준의 표정이 굳어지고 서늘한 한기를 뿜어냈다.유하령의 말은 아버지에게 훈계를 당하고 온 가족의 반대를 들었을 때보다 더 가슴이 아팠다.그는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려 10년 전으로 가 자신을 때리고 싶었다. 정신 차릴 수 있게.온다연이 자신을 좋아할 리가 없다는 사실은 아버지의 신임을 잃고 온 가족의 지지를 잃게 되었을 때보다 더 백 배, 천 배 더 고통스러웠다.그는 고개를 홱 돌려 온다연의 손을 잡으며 다소 당황한 어투로 말했다.“다연아, 날 좋아한다고 했잖아, 그렇지? 말해줘, 얼른 날 좋아한다고 말해줘!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