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연이 2층 화장실 앞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뭔가 직감한 듯 온지유는 급히 몸을 돌렸다.유강후의 경호원들이 온다연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고 유강후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묵직한 시선으로 온다연을 응시하고 있었다.거리가 있었는데고 불구하고 유강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기운은 온다연의 등을 차갑게 얼어붙게 했다. 온다연은 상자를 꽉 끌어안고 절망에 빠져들었다. 온다연에게는 이 작은 고양이 하나뿐인데 왜 유강후는 끝까지 온다연을 놓아주지 않는 걸까?”왜 유강후는 온다연에게 한순간도 숨 쉴 여유도 주지 않는 걸까?왜 유강후는 언제나 온다연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걸까?온다연은 유강후가 자신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상자를 안고 뒤로 물러섰다.쇼핑몰은 넓었지만 유강후는 금세 온다연에게 다가왔다.온다연은 등을 벽에 기대고 잠시 유강후를 응시했다.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유강후가 가까이 오려는 순간, 온다연은 몸을 돌려 유일하게 밖으로 나가는 창문을 열었다.구월이를 이곳에서 죽게 할 수는 없었다.거의 망설임도 없이 온다연은 허리 높이의 창문에 올라타 상자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온다연이 창문에 오르는 걸 본 유강후는 온다연이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았고 동공이 수축되며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유강후는 빠르게 온다연에게 달려갔다.“다연아!”온다연은 뒤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다.이는 낮았고 아래 두꺼운 눈이 쿠션처럼 받쳐주었지만, 상자를 든 채 떨어진 충격에 온다연은 다리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순간, 온다연의 손에서 상자가 바닥으로 떨어졌다.작은 고양이는 상자 안에서 몇 번 굴러가며 아픈 듯 울음을 터뜨렸다.온다연은 다리에 밀려오는 통증을 참으며 상자를 다시 집어 들었다.유강후는 창문에서 이 모든 광경을 목격했다.그 순간, 유강후의 심장은 멈춰버릴 것만 같았다.온다연이 상자를 집어 드는 걸 보고 유강후는 손을 뒤로 흔들며 말했다.“누군가 여기서 뛰어내렸으니 그 사람을
작은 고양이는 다시 수술실로 들어갔다.온다연은 수술실 문 앞에 서서 유리문에 기대어 안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지켜봤다.온다연은 구월이의 작은 몸이 열렸다가 다시 봉합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마취에 잠긴 구월이는 소리 한 마디 내지 않았지만 온다연의 가슴은 바깥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찢어질 듯 아팠다.그 순간만이라도 자존심을 내려놓고 유강후에게 한 마디라도 다정하게 말했다면 구월이가 이렇게 큰 고통을 겪지 않았을 텐데.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었다.온다연이 얼마나 오랫동안 문 앞에 서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유강후는 끝까지 그녀 곁을 떠나지 않았다.구월이의 수술이 끝날 때까지 말이다.유강후는 온다연을 조심스럽게 안아 휴게실로 데려갔다. 온다연은 힘없이 유강후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구월이는 죽을까요?”유강후는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니, 죽지 않을 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 바로 영원시로 돌아갈 거야. 내가 경원시에서 최고의 동물 의사를 불러왔어. 이미 영원시에서 밤새워 기다리고 있을 거야.”온다연은 그 말을 듣고는 한숨을 내쉬듯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강후는 온다연을 소파에 앉힌 뒤 작은 담요를 가져와 그녀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덮어주었다.잠시 온다연을 안고 있던 유강후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다시는 함부로 도망가면 안 돼. 널 찾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온다연은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온다연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나은별은 괜찮아요?”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그때 구월이가 서랍장에서 뛰어내려 그녀를 할퀴었어. 아마 많이 놀랐을 거야. 게다가 은별이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날 좀 심하게 행동한 것 같아.”온다연은 눈을 내리깔고 손을 꽉 쥐며 말했다.“난 은별 씨가 싫어요! 만약 구월이가 죽으면 난 절대 은별 씨를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유강후는 온다연을 꼭 안아주며 온다연의 작은 손을 자신의 큰 손으로
욕조는 이미 따뜻한 물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위에는 붉은 장미 꽃잎들이 둥둥 떠다니며 은은한 장미 향이 공기 중에 서서히 퍼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마치 평온하고 고요한 한순간처럼 느껴졌다.온다연은 아직도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는데 옷을 벗고 나서야 무릎이 까져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피가 옷감에 달라붙어 있었고 그것을 떼어낼 때 피부까지 벗겨져 나갔다.하지만 온다연은 아무런 감각이 없는 듯 물에 몸을 담그며 잠시 얼굴을 찡그렸을 뿐이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다른 부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새로운 상처는 무릎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다.유강후는 온다연을 욕조 가장자리에 앉힌 뒤 부드러운 수건과 특제 오일로 천천히 온다연을 씻기기 시작했다.온다연의 피부는 하얗고 머리카락은 유난히 검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온다연의 하얀 목과 볼에 찰싹 달라붙으니 그 이목구비가 더욱 섬세해 보였고 눈빛도 한층 더 순수해 보였다.온다연이 그렇게 유강후를 바라보자, 유강후의 몸은 점점 긴장으로 굳어갔다. 샤워를 끝내기도 전에 욕실 안의 공기는 이미 묘하게 변해버렸다.애매한 숨소리가 이어졌고 한참 후에야 유강후는 온다연을 욕실에서 안고 나왔다.식탁 위에는 온다연이 좋아하는 요리들이 여러 가지 놓여 있었고 여전히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온다연은 여전히 구월이를 걱정하며 다른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기에 몇 입만 먹고는 수저를 내려놓았다.유강후는 온다연 앞에 있는 계피향이 나는 달콤한 국물을 밀어주며 말했다.“이거라도 조금 먹어.”온다연은 온몸이 아파서 거의 부서질 것 같았고 기운도 없었다. 겨우 두 입을 먹고는 다시 멈췄다.유강후는 온다연의 지친 모습을 보고 방금 일이 너무 지나쳤음을 깨달았다.유강후는 온다연의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만지며 물었다.“많이 아파?”온다연은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은색 작은 숟가락을 툭툭 건드리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음엔 그렇게 오래
오후가 되어 하늘이 어둑해지기 전에 결국 유강후는 온다연을 데리고 경원시로 돌아왔다.다음 날 점심, 온다연이 막 일어났을 때 누군가 드레스를 가져왔다.H 브랜드의 하이엔드 맞춤형 드레스였고 최신 런웨이 작품인 작은 원피스 드레스였다. 디자인은 매우 간결하면서도 우아했다.스커트 길이는 무릎까지였고 허리 부분에는 작고 촘촘한 다이아몬드가 장식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심플하면서도 고귀한 느낌을 주었다.같은 색상의 캐시미어 숄도 함께 왔는데 그 위엔 독특한 디자인의 다이아몬드 브로치가 달려 있어 값비싼 물건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러나 온다연은 이런 것들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온다연의 마음은 오로지 구월이에게만 쏠려 있었고 오전 내내 구월이를 돌보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다.오후가 되어서야 두 명의 스타일리스트가 도착했다.이 두 명의 스타일리스트는 경원시 상류층에서 가장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었으며 원래는 톱스타들만을 담당하던 사람들이었다.전설적인 본가의 셋째 도련님이 직접 그들을 지정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경원시에서 본가와 인연을 맺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일이기 때문이다.아무리 많은 톱스타와 일해도 권력과 부를 가진 태자와 조금이라도 연이 닿는 것이 더 큰 가치를 지니는 일이었다.그렇게 태자에게 선택받은 후, 일이 성사되면 그들의 몸값은 폭등할 것이 분명했다.오후 일찍 두 사람은 함께 유강후의 전통 한옥 입구로 향했다.경원시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이 전통 한옥은 비록 다른 이들의 대저택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이런 집은 절대적인 권력과 재력을 상징하는 것이다.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 나와 그들을 안으로 이끌었다.그들은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조용히 전통 중국식 정원을 지나 드레스룸으로 향했다.원래는 유강후의 약혼녀 ‘나은별’을 담당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들어온 사람은 십칠팔세로 보이는 소녀였다.소녀는 매우 간결한 흰색 스웨터와 같은 색의 긴 바지를 입고 있어 전체적으로 얇고 연약해
두 명의 스타일리스트는 순간 멍하니 서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동료에게 팔을 잡혀 앞으로 이끌려갔다.“보지 마, 빨리 가자.”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시간이 흘러 그들은 다시 드레스룸으로 돌아왔다.그런데 그들이 발견한 것은 방금까지만 해도 순조롭게 진행되던 메이크업이 이제는 더 이상 그대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온다연의 입술이 살짝 터져 약간 부어올랐기 때문에 계획했던 입술 메이크업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하지만 다행히도 온다연은 원래부터 매우 청초하고 정교한 외모를 가졌기 때문에 과도한 화장이 필요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크업이 끝났고 이제는 헤어스타일을 손보는 차례였다.온다연은 조용히 협조하며 순순히 그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옆에 있는 유강후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너무 강렬해 그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마지막으로 그들은 온다연의 머리를 간단한 공주 머리로 묶기로 결정했다.머리에 장식물을 올릴 때 집사가 커다란 상자를 하나 들고 들어왔다.상자가 열리는 순간 대형 행사를 숱하게 보아왔던 이 스타일리스트들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상자 안에는 머리핀, 팔찌, 브로치 등 다양한 장신구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수는 백 개가 넘을 정도였다.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유명 브랜드의 맞춤형 보석들이었으며 일부는 심지어 앤티크 급의 것들이었다.아무리 작은 장신구 하나라도 그들의 연봉에 맞먹을 정도였다.하지만 스타일리스트들의 눈길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집사는 온다연에게 물었다.“온다연 씨, 어떤 걸 착용하시겠습니까?”온다연은 장신구들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옷과 같은 색의 머리핀을 집어 건넸다.“이걸로 하죠.”그러나 유강후는 앞으로 나와 온다연이 고른 머리핀을 가져가더니 대신 연한 하늘색 머리핀을 골라 온다연의 귀 근처에 꽂아주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게 더 낫겠군.”그 후, 유강후는 집사에게 말했다.“그 세트를 꺼내와요.”온다연은 그가 또 어떤 화려한 보석을 꺼내려는지 알 수
온다연은 태어나서 이렇게 정성스럽게 차려입은 적이 처음이라 속으로는 조금 불안했다.곧 가게 될 곳이 큰 행사임을 알았지만, 그런 자리에 가본 적이 없어 더 긴장되었다.온다연은 작고 하얀 손을 꼼지락거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도대체 어디로 가는 건가요?”유강후는 온다연의 불안을 눈치챈 듯 집사가 건넨 캐시미어 숄을 받아 온다연에게 곱게 둘러주고 다시 한번 머리를 정돈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장화연만 잘 따라가면 돼. 아무도 너를 신경 쓰지 않을 거야. 넌 그냥 보기만 하면 돼.”온다연은 점점 혼란스러워지며 고개를 들어 맑고 까만 눈동자로 유강후를 바라보았다.온다연이 이렇게 집중해서 사람을 바라볼 때는 정말로 매력적이었다. 더군다나 오늘처럼 차려입은 모습은 유강후조차 자신을 제어하기 힘들게 만들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을 잠시 응시하다가 침을 삼키며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따가 가서는 이렇게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지 마. 알겠지?”온다연은 유강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조용히 유강후를 바라보기만 했다.유강후는 다시 말했다.“만약 누가 널 알아보거나 너에게 말을 걸려고 한다면 곧바로 옆으로 피해.”온다연이 대답할 틈도 없이 유강후는 갑자기 온다연의 가느다란 허리를 꽉 움켜쥐고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며 온다연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다른 남자와 말을 섞는다면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을 줄 알아.”유강후의 뜨거운 숨결이 온다연의 여린 귓불을 스치자, 온다연은 깜짝 놀라 몸을 떨며 재빨리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저... 안 가면 안 될까요?”유강후는 앞으로 나와 온다연의 손을 잡아 이끌며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 꼭 가야 해.”온다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잠깐만요.”온다연은 화장대 앞으로 걸어가 장신구 상자를 집어 들고 유강후 앞에 다가가 진지하게 말했다.“이거, 다 제 건가요?”유강후는 온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연히 네 거지. 너를 위해 산 거니까.”온다연은 여전히
품에 안긴 몸이 살짝 굳은 것을 보고, 유강후는 온다연의 손을 잡았다. 온다연은 창백한 안색으로 밖을 바라봤다. 손도 약간씩 떨리고 있었다.유강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밖을 바라보더니 그녀의 머리에 짧게 입을 맞췄다.“무서워할 필요 없어. 장 집사랑 같이 사람 적은 곳에서 구경할 준비나 해.”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만 물끄러미 바라봤다.별장의 계단에서 고유정과 장하그룹의 후계자 봉현수가 내려왔다. 맞춤 제작된 드레스를 입은 고유정은 밝지만 과장되지 않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봉현수도 남다른 아우라를 뿜어내며 등장했다.유하령도 고유정과 함께 등장했다. 계단 끝에서 고급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활짝 웃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염지훈이 있었다.염지훈은 회색 정장을 입었다. 여유로운 분위기의 그는 오늘따라 예리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를 발견한 유강후는 표정이 빠르게 식었다. 목소리 역시 차갑게 가라앉은 채로 입을 열었다.“이따가 염지훈이랑 말 한마디도 섞지 마.”유강후는 또 장화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애 잘 보고 있어. 우리가 들어간 다음에 다시 내리고.”장화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네, 도련님.”말을 마친 유강후는 문을 열고 나갔다. 봉현수와 염지호는 이미 다가와 있었다.유강후는 차가운 표정으로 염지훈을 바라보며 염지호에게 말했다.“당신이 데려왔어요?”염지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왜 또 예민하게 굴어. 우리 지훈이가 뭘 어쨌다고. 사람 찾아서 고양이를 구해준 게 전부잖아. 그리고 오늘은 댁 여동생이 사정사정해서 나온 거야.”염지호는 또 유강후가 타고 온 차를 힐끗 보며 물었다.“설마 데리고 온 거야?”“염지훈 잘 단속해요. 애랑 말 한마디라도 하면 손가락을 끊어버릴 테니까요.”“만약 그쪽에서 먼저 말을 건다면?”“흥. 그럴 리 없어요. 내 사람은 내가 잘 알아요.”말을 마친 그는 봉현수에게 물었다.“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요?”봉현수는 살짝 인상을 쓰며 고유정을 바라봤다.“계획대로 되어 가고 있어요. 대신
유하령은 또 주변을 빙 둘러보며 말했다.“은별 씨는 왜 같이 안 왔어요? 둘이 영원에서 같이 있었다면서요.”유강후는 자신의 팔을 빼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남 일에 신경 끄고 빨리 돌아가기나 해.”유하령은 염지훈을 힐끗대면서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저도 이런 데 와서 공부하고 싶다고요.”“난 이미 경고했어. 후회하지 마.”말을 마친 그는 성큼성큼 걸어갔다.유하령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쫓아가서 무슨 뜻인지 묻고 싶었지만, 괜히 따라갔다가 혼나기만 할 것 같았다.그녀는 유강후가 무서웠다.몇 개월 전 유강후가 온다연을 데려가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아주 어색해졌다. 분하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었다.유강후를 건드릴 수 없었던 그녀는 온다연만 탓했다. 지금도 속으로 온다연을 욕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장화연과 함께 들어온 그녀를 보게 되었다.유하령은 안색이 약간 변했다. 온다연이 이런 곳에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러나 이번에는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유강후에게 뺨을 맞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날 이후로 온다연이 유강후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도 깨달았다.그녀는 온다연을 죽어라 노려보며 다가갔다. 하지만 가까이 가기도 전에 장화연이 입을 열었다.“아가씨, 뺨 한 번 맞은 거로 모자랐나요?”유하령의 안색은 아주 어두웠다. 그녀는 온다연이 입은 한정판 드레스를 쓰레기라도 보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야, 넌 드레스만 입으면 공주가 되는 줄 알지? 꿈도 꾸지 마. 넌 남이야. 우리 작은아빠는 나랑 가족이라고. 질리면 버림받을 주제에 나대지 마.”온다연은 장화연의 옷을 잡아당기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신경 쓰지 말고 어디 가서 앉아요.”그녀는 손을 뻗으면서 다이아몬드 팔찌를 드러냈다. 그걸 발견한 유하령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달의 마음. 유하령은 그 팔찌를 한눈에 알아봤다. 익명의 재벌이 160억으로 낙찰받았다는 소식이 꽤 놀라웠기 때문이다.그런 팔찌가 온다연의 손목에 걸린 것을 보고 그녀는 미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