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점심을 먹고 정중천은 자리에 앉아 맞은편 크레티를 바라보았다.크레티는 국제 블랙 복싱경기의 집행이사로 국제 블랙 복싱경기의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챙기고 있었다.원래 국제 블랙 복싱경기는 주최자가 전혀 없는 자유 대회였고, 블랙 복싱 선수들이 끼니를 때우기 위해 자발적으로 진행한 경기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두운 구석에 숨어 있는 일부 세력이 국제 블랙 복싱경기를 주시하고, 경쟁을 거쳐 오늘의 국제 블랙 복싱경기 이사회를 형성했다. 이로서 국제 블랙 복싱경기는 조직적인 대회가 되었다.도박 복싱의 대중화로 국제 블랙 복싱경기가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국제 베팅 회사는 심지어 특별 카운터도 개설했다.최근 몇 년 동안 국제 블랙 복싱 경기에 베팅하는 데 참여하는 자금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며 국제 블랙 복싱경기의 핸디캡은 이미 축구에 필적할 수 있었다.주최자로서 일련의 국제 블랙 복싱경기 개최 의무를 지는 것 외에도 베팅 회사로부터 거액의 베팅 배분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국제 블랙 복싱경기 개최 수입으로 간주된다.국제 블랙 복싱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어떤 투자도 필요없이 장소 등에 대한 엄격한 요구도 없으며, 심지어 관중도 없을 수 있다. 너무 간단한 조건이다.크레티는 심각한 눈빛의 정중천을 보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내 뜻대로라면 올해는 외딴 시골 같은 곳이 아니라 국제 대도시에서 열렸어야 했습니다.”“당신들 어떻게 이사회의 노인네들 설득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딴 곳에 와서 대회를 준비하게 되다니 정말 불쾌하네요. 이건 계약서입니다, 확인하고 문제 없으면 바로 서명하세요.”계약서를 내던진 크레티는 소파에 몸을 기대고 다리를 치켜든 채 옆의 다른 한 외국 남자를 보았다.경호원 같이 보이는 그 외국 남자는 아무 표정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정중천은 외국어로 가득 찬 계약서를 보고 대충 훑어보고는 서명했다.계약은 보나마나 의미가 없었다. 아들의 목숨을 위해 정중천은 할 수 없이 서명해야 했다.계약서에
톰슨은 이어 보관함의 용법을 간단히 설명했다. 크레티는 경호원과 통역을 데리고 호텔을 나섰다.얼마 지나지 않아 크레티는 용형과 이민서의 피를 구해 상자를 들고 톰슨의 방으로 돌아왔다.톰슨은 이미 탁자 위에 관련 장비 세트를 세웠다. 그리고 상자가 열린 후 피가 담긴 시험관에 시약을 넣었다.넣은 후 시험관 두 개를 책상 위의 장비에 넣고, 스위치를 누르자 장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제가 도울 일 있나요?”“일단 앉아서 기다려, 데이터 분석은 실험실에서 진행해야 하니까 사장님이 지시할 지는 나도 몰라.”소파에 앉은 톰슨에 크레티에게도 앉으라고 손짓했다.크레티는 조심스레 앉아 혹시 올지 모를 명령을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혈액의 데이터는 바다 건너 실험실로 전달되었으고, 실험실은 혈액을 비교 분석한 후 관련 결과를 보냈다.찰스 박사는 각종 수치와 평가치를 꼼꼼히 살펴본 뒤 핸드폰을 들고 톰슨에게 전화를 걸었다.“톰슨, 찰스 박사입니다.”“찰스 박사님, 안녕하세요.”“2번 이민서 평가자료 개조 가능한 걸로 보였습니다. 아마도 그가 장의 후임자가 될 것 같아요.”“알겠습니다, 가능한 빨리 이민서를 항공편으로 보내겠습니다.”“네, 사장님이 이강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데, 이강현의 피를 구해서 우리가 분석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개조된 장을 이길 수 있는 사람, 사장님도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어떤 유전자를 주셨는지 보고 싶어 하십니다.”“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톰슨이 엄숙하게 답했다.“하하하, 블랙 복싱경기에서 피 흘리기 쉽잖아요,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전화를 끊고 톰슨은 약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크레티를 바라보며 말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대한 빨리 이민서를 바다 건너로 보내.”“예?”크레티는 어리둥절해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곧 처리하겠습니다. 비행기 태우는 건 문제 없는데 사지가 부러져서 장거리 비행에 문제가 생길까 봐 두렵습니다.”“전용 비행기에 태우면 되잖아, 전문 의료진도
“복수?”진성택의 침울하던 눈빛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다.복수는 진성택이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지만, 마음속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순간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크레티가 나타나자, 진성택은 복수의 가능성을 보게 됐다.“제가 정말 이강현에게 복수할 수 있나요? 그럼 대가는 뭔가요?”진성택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당신을 미국 실험실에 보내 유전자 개조를 받게 해줄 수 있어요. 성공하면 비범한 몸과 정신력을 갖게 될 겁니다. 하지만 실패하면 시체가 될 겁니다. 그래도 희망은 더 생겼잖아요. 안 그래요?”크레티의 현혹에 진성택은 더 고민하지 않고 승낙을 택했다. 왜냐면, 이건 유일한 기회이자 희망이었다.“해보고 싶지만, 지금 제 상태로는 걷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진성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그건 문제가 안 됩니다. 제가 이미 비행기를 예약해 놓았으니 전문 의료진이 돌봐 줄 거예요. 미국에 가면 더 나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이미 동의했으니, 제가 준비하기 시작하면, 두 시간 후에 비행기에 오를 수 있어요.”진성택은 아픔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두 손은 마치 이강현을 졸라 죽이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이강현, 딱 기다려. 내가 성공해서 돌아와 너를 단단히 혼내줄 테니!”크레티는 미소를 짓더니, 품에서 주사기를 꺼냈다.“됐어요, 주사를 한 대 놓아줄게요. 맞으면 가사 상태에 빠질 거예요. 제가 사람을 안배해 당신을 영안실에서 빼내 공항으로 바로 갈 수 있도록 해줄게요.”“네, 제 목숨은 크레티 씨에게 맡길게요.”크레티는 숙련되게 진성택의 팔에 주사를 놓았다. 약물을 넣은 후, 주사기를 치우고 병실을 떠났다.진성택은 곧 눈을 감았다. 곁에 있던 모니터링 기계에서 일련의 경보음이 울렸고, 한 무리의 의료진이 병실로 쏜살같이 들어왔다.멀지 않은 사무실에서 간호사와 알랑거리던 경찰은, 그제야 사고가 났음을 깨닫고 황급히 병실로 따라 들어
30분 후, 장 팀장은 부하들을 데리고 진성택을 운송한 승합차 앞에 서 있었다. 승합차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공항 감시 카메라 데이터는 뽑아 왔어!”장 팀장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뽑아 왔습니다. 운전자는 컬러 포대를 들고 특수 통로를 통해 바로 개인 비행기에 탔습니다. 비행기는 이미 이륙했어요. 목적지는 미국입니다.”장 팀장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X 발을 외치며, 순간 멍해졌다.“이건 무슨 짓거리야! 진성택의 시체를 훔쳐서 개인 비행기로 미국에 운송한다고? 젠장. 뭔가 기이한데.”장 팀장은 한마디 중얼거리더니,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꺼내 이강현에게 전화를 걸어, 있는 사실을 그대로 얘기했다.“정말 죄송합니다. 모두 제 아랫사람들이 너무 무능한 탓입니다. 이런 일을 저질렀을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저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 안의 꿍꿍이가 이해가 안 갑니다.”장 팀장은 조금 난처해하며 설명했다.“괜찮아요. 그냥 실랑이를 벌이게 내버려 두세요. 그래도 고마워요. 수고하셨어요.”이강현은 차분하게 말했다.“이건 모두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 뭐냐, 아니면 뜻밖에 상황이 생기는 걸 대비해서, 최근에 제가 도련님을 비밀리에 보호할 사람을 보내 드릴게요.”“아니요. 제가 주의할게요.”이강현은 전화를 끊고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마음속에는 진성택의 일에 대해 이미 짐작이 갔다.그러나 이강현은 이런 일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설령 그들이 아무리 실랑이를 부린다 해도 별 파문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고운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강현을 바라보더니, 궁금한 듯 물었다.“누구 전화야?”“장 팀장이야. 방금 사건 처리 상황을 말하면서 나를 보호해 줄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는데, 내가 거절했어.”“응.”고운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 서류를 보려 했다.“왜 갑자기 누구 전화냐고 물어봐. 미녀가 나한테 전화한 걸로 생각한 건 아니겠지.”이강현이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고운란은 이강현을 흘리더니, 뾰로통하
경성 장원.황후는 뒤에 귀비탑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그 양놈들 움직임이 있어? 이강현을 해치우는 좋은 볼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야.”“국제 블랙 복싱 경기의 크레티 대표이사가 정중천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대회는 다음 주에 정식으로 시작됩니다.”권무영은 노예처럼 몸을 굽혀 말했다.“정말 느리군. 여덟째가 절대적으로 믿음직스러운 건 아니야. 우리 사람을 이강현 옆에 심어 둬.”황후가 나지막이 말했다.“이미 고씨 가문 회사에 사람을 심었으니, 이강현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황후는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권무영을 바라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 병신이야? 내가 원하는 것은 오픈키야! 이강현의 움직임이 아니라고. 네가 심어 놓은 사람이 오픈키를 찾아줄 수 있겠냐고!”권무영은 순간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 고개를 숙인 채 황후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병신 새끼야 정말!”황후는 옆에 있던 와인잔을 들더니, 200만 원이 넘는 로마네콩티 와인을 권무영의 얼굴에 끼얹었다.권무영의 뺨을 따라 선홍색 와인이 흘러내렸다. 낭패를 본 권무영은 두 팔을 미세하게 떨면서도 손을 들어 얼굴에 묻은 와인을 닦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네가 여우 같은 년을 키운다던데, 그년과 몰래 즐길 작정인 거야.”황후가 음산하게 말했다.권무영은 순간 몸을 떨더니, 무릎을 꿇고 땅에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다.“아, 아닙니다. 저는 절대 그런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효영을 잘 훈련해 황후님에게 바쳐, 황후님을 모시도록 할 생각이었습니다.”“허허, 남자의 그 정도 잔꾀를 내가 모르는 줄 알았어? 진효영은, 내가 이미 내보냈어. 마침 이강현이 저녁에 와이너리 디너파티에 간다고 하니, 네 여우 같은 년에게 이강현을 우연히 만나게 해. 만약 이강현을 꼬셔 오픈키를 가져올 수 있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하하하.”황후의 웃음소리에 권무영은 온몸의 피가 굳는 것 같았다. 비록 황후가 말하지 않았지만, 권무영은 이미 그
“쳇.”서은지는 무시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고운란의 맞은편에 앉아 말했다.“쟤가 무슨 일이 있겠어. 지금 우리 한성 사람들 중에 누가 이강현이 남의 등쳐먹는 놈이란 걸 몰라.”“됐어 은지야. 잠깐만 기다려봐. 이 일만 끝내면 출발할 수 있어.”서은지는 고운란의 옷차림을 보고, 다시 이강현의 차림새를 보더니 약간 놀라며 말했다.“너희 이렇게 입고 가는 건 아니겠지? 오늘 저녁은 와이너리 디너파티야. 우리 한성의 재벌 2세뿐만 아니라, 듣자 하니 외부에서 온 그룹도 있다고 해. 운란아, 너 그래도 섹시한 이브닝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거 아니야?”“이 어깨, 이 등, 드러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너무 아쉽잖아. 만약 네가 파격적인 이브닝드레스를 입으면, 틀림없이 파티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을 거야. 큰 사업도 몇 개의 끌어낼 수 있을지 누가 알아.”서은지는 말을 마치고 일어서더니, 걸쳤던 외투를 벗고, 섹시하게 등이 V자로 파인 드레스를 드러냈다.이브닝드레스는 볼륨감 있는 몸매를 완벽하게 부각해, 앞면의 깊은 V와 뒷면에 훤히 드러난 등이 눈길을 끌었다.서은지는 고운란 앞에서 한 바퀴 돌더니 오른손을 허리에 짚으며 말했다.“어때, 내 옷 괜찮지. 너도 이렇게 입어야 하는데. 아니면 내가 이따가 너에게 맞는 옷을 사다 줄게.”서은지는 말을 끝내고 이강현을 곁눈질로 바라봤다. 이강현이 자신의 자태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을 보자, 순간 마음속의 화가 치밀었다.‘이강현은 눈이 멀었어!’“난 이런 옷을 입을 수 없어. 너, 너무 노출이 심해.”고운란은 이렇게 섹시함을 드러내는 옷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옷은 아예 입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게 무슨 노출이야. 이래야 아름다움을 부각할 수 있는 거야. 이강현, 너 내 옷차림이 예뻐 안 예뻐? 코피 뿜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 사실대로 말해봐.”서은지는 마치 거만한 백조처럼 머리를 치켜들고 있었다.“정말 사실을 들을 거야?”이강현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서은지는
고운란은 서은지를 흘겨보며 옛날 일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사인을 보냈다.서은지는 입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치켜들고 말했다.“왜 노려봐.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네가 손가락으로 세봐. 그때 너를 쫓던 도련님 중 어느 하나 재산이 천억 원이 넘지 않았어. 천억 원이 안 되는 사람은 너한테 말을 걸지도 못했어.”“왜 마지막에 어떻게 이강현 이 가난뱅이와 결혼한 거야. 그때는 네가 방패막이를 찾아 쓰고 나면 버릴 줄 알았어. 지금 보니 너희는 찐 사랑이었어. 정말 깜짝 놀랐어.”“은지야, 네가 계속 이런 말을 하면, 우리는 파티에 가지 않을 거야. 다른 사람을 찾아서 봐달라고 해.”고운란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서은지는 갑자기 초조해져, 얼른 고운란의 팔을 잡고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그러지 마, 내가 안 말하면 되잖아. 네가 나를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어. 만약 다른 사람을 찾으면, 모두 나와 뺏으려고 할 거야. 모두 플라스틱 같은 우정일 뿐이야. 운란이 네가 내 찐친이야.”고운란은 어쩔 수 없이 서은지를 한번 보더니, 핸드폰을 돌려주었다.“이번 한 번만 도와줄 거야. 다음에는 이런 일이 있으면 나를 찾지 마.”“다음은 절대 없을 거야. 시간이 다 됐어. 우리 얼른 준비하고 출발하자. 일찍 세상 물정을 보러 가보자고. 듣자 하니 이번 행사는 꽤 크게 진행한다던데.”서은지가 일찍 가자고 재촉하는 바람에, 고운란은 업무를 볼 마음이 없어져 물건을 챙겨 퇴근할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이강현은 고운란을 도와 가방을 들고, 두 여자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회사 주차장에 도착해서 고운란이 자신의 차를 몰려고 할 때, 서은지는 손에 들고 있던 BMW 키를 흔들었다.“운란아, 네 차는 놔둬. 그쪽에 가면 주차장에도 못 들어가게 할 거야, 그냥 내 BMW에 타.”이 순간 서은지는 마음속에 득의양양함이 가득 찼다. 이전에 서은지는 모든 방면에서 고운란에게 눌려 고운란을 밭쳐주는 잎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차가
서은지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운란아, 네가 그렇게 감싸고도는 건, 이강현이 불쌍해서 모성애가 넘쳐나는 거 아니야? 아들로 키우고 있는 거야 너?”“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강현이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야. 단지 실력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고운란은 억지로 이강현을 위해 변명을 했다. 고운란은 이강현이 도대체 어떤 이물인지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 결코 보통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금품, 명성, 권력이 이강현에게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고운란은 만약 이강현이 원한다면 손쉽게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서은지는 원래 참고 말하지 않으려 했다. 중요한 건 고은란을 속여 와이너리 디너파티 현장에 데려가는 것이다. 고운란이 현장에 도착하기만 하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그러나 이강현이 실력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말을 듣자, 서은지는 결국 참을 수 없게 되었다.“운란아, 이강현을 지키려고 거짓말까지 하는 건 좀 지나쳐. 너 나를 절친으로 생각하긴 하는 거야? 난 그냥 네 남편을 병신 새끼라고 했을 뿐이지,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고운란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차가워졌다.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서은지를 바라보자, 서은지는 순간 긴장했다.“저, 운란아, 화내지 마. 내가 입이 싸서 그래. 무심하게 말한 거니까 마음에 두지 마. 난 정말 악의가 없었어.”서은지가 당황하며 설명했다.“이강현에게 사과해.”고운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은지는 백미러를 통해 이강현을 바라봤다. 마음속에 화를 억누르자, 화가 나서 얼굴마저 붉어졌다.‘이 병신 새끼에게 사과해야 한다니,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됐어, 다가올 이득을 위해서 좀 참아야지. 디너파티에 가서 사람을 찾아 이 찌질한 새끼를 혼내주면 되지!’‘고운란에게도 본때를 보여줄 거야.’서은지는 마음속에 증오가 가득 차 있었지만, 얼굴에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