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서은지는 무시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고운란의 맞은편에 앉아 말했다.“쟤가 무슨 일이 있겠어. 지금 우리 한성 사람들 중에 누가 이강현이 남의 등쳐먹는 놈이란 걸 몰라.”“됐어 은지야. 잠깐만 기다려봐. 이 일만 끝내면 출발할 수 있어.”서은지는 고운란의 옷차림을 보고, 다시 이강현의 차림새를 보더니 약간 놀라며 말했다.“너희 이렇게 입고 가는 건 아니겠지? 오늘 저녁은 와이너리 디너파티야. 우리 한성의 재벌 2세뿐만 아니라, 듣자 하니 외부에서 온 그룹도 있다고 해. 운란아, 너 그래도 섹시한 이브닝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거 아니야?”“이 어깨, 이 등, 드러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너무 아쉽잖아. 만약 네가 파격적인 이브닝드레스를 입으면, 틀림없이 파티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을 거야. 큰 사업도 몇 개의 끌어낼 수 있을지 누가 알아.”서은지는 말을 마치고 일어서더니, 걸쳤던 외투를 벗고, 섹시하게 등이 V자로 파인 드레스를 드러냈다.이브닝드레스는 볼륨감 있는 몸매를 완벽하게 부각해, 앞면의 깊은 V와 뒷면에 훤히 드러난 등이 눈길을 끌었다.서은지는 고운란 앞에서 한 바퀴 돌더니 오른손을 허리에 짚으며 말했다.“어때, 내 옷 괜찮지. 너도 이렇게 입어야 하는데. 아니면 내가 이따가 너에게 맞는 옷을 사다 줄게.”서은지는 말을 끝내고 이강현을 곁눈질로 바라봤다. 이강현이 자신의 자태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을 보자, 순간 마음속의 화가 치밀었다.‘이강현은 눈이 멀었어!’“난 이런 옷을 입을 수 없어. 너, 너무 노출이 심해.”고운란은 이렇게 섹시함을 드러내는 옷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옷은 아예 입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게 무슨 노출이야. 이래야 아름다움을 부각할 수 있는 거야. 이강현, 너 내 옷차림이 예뻐 안 예뻐? 코피 뿜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 사실대로 말해봐.”서은지는 마치 거만한 백조처럼 머리를 치켜들고 있었다.“정말 사실을 들을 거야?”이강현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서은지는
고운란은 서은지를 흘겨보며 옛날 일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사인을 보냈다.서은지는 입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치켜들고 말했다.“왜 노려봐.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네가 손가락으로 세봐. 그때 너를 쫓던 도련님 중 어느 하나 재산이 천억 원이 넘지 않았어. 천억 원이 안 되는 사람은 너한테 말을 걸지도 못했어.”“왜 마지막에 어떻게 이강현 이 가난뱅이와 결혼한 거야. 그때는 네가 방패막이를 찾아 쓰고 나면 버릴 줄 알았어. 지금 보니 너희는 찐 사랑이었어. 정말 깜짝 놀랐어.”“은지야, 네가 계속 이런 말을 하면, 우리는 파티에 가지 않을 거야. 다른 사람을 찾아서 봐달라고 해.”고운란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서은지는 갑자기 초조해져, 얼른 고운란의 팔을 잡고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그러지 마, 내가 안 말하면 되잖아. 네가 나를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어. 만약 다른 사람을 찾으면, 모두 나와 뺏으려고 할 거야. 모두 플라스틱 같은 우정일 뿐이야. 운란이 네가 내 찐친이야.”고운란은 어쩔 수 없이 서은지를 한번 보더니, 핸드폰을 돌려주었다.“이번 한 번만 도와줄 거야. 다음에는 이런 일이 있으면 나를 찾지 마.”“다음은 절대 없을 거야. 시간이 다 됐어. 우리 얼른 준비하고 출발하자. 일찍 세상 물정을 보러 가보자고. 듣자 하니 이번 행사는 꽤 크게 진행한다던데.”서은지가 일찍 가자고 재촉하는 바람에, 고운란은 업무를 볼 마음이 없어져 물건을 챙겨 퇴근할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이강현은 고운란을 도와 가방을 들고, 두 여자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회사 주차장에 도착해서 고운란이 자신의 차를 몰려고 할 때, 서은지는 손에 들고 있던 BMW 키를 흔들었다.“운란아, 네 차는 놔둬. 그쪽에 가면 주차장에도 못 들어가게 할 거야, 그냥 내 BMW에 타.”이 순간 서은지는 마음속에 득의양양함이 가득 찼다. 이전에 서은지는 모든 방면에서 고운란에게 눌려 고운란을 밭쳐주는 잎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차가
서은지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운란아, 네가 그렇게 감싸고도는 건, 이강현이 불쌍해서 모성애가 넘쳐나는 거 아니야? 아들로 키우고 있는 거야 너?”“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강현이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야. 단지 실력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고운란은 억지로 이강현을 위해 변명을 했다. 고운란은 이강현이 도대체 어떤 이물인지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 결코 보통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금품, 명성, 권력이 이강현에게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고운란은 만약 이강현이 원한다면 손쉽게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서은지는 원래 참고 말하지 않으려 했다. 중요한 건 고은란을 속여 와이너리 디너파티 현장에 데려가는 것이다. 고운란이 현장에 도착하기만 하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그러나 이강현이 실력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말을 듣자, 서은지는 결국 참을 수 없게 되었다.“운란아, 이강현을 지키려고 거짓말까지 하는 건 좀 지나쳐. 너 나를 절친으로 생각하긴 하는 거야? 난 그냥 네 남편을 병신 새끼라고 했을 뿐이지,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고운란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차가워졌다.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서은지를 바라보자, 서은지는 순간 긴장했다.“저, 운란아, 화내지 마. 내가 입이 싸서 그래. 무심하게 말한 거니까 마음에 두지 마. 난 정말 악의가 없었어.”서은지가 당황하며 설명했다.“이강현에게 사과해.”고운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은지는 백미러를 통해 이강현을 바라봤다. 마음속에 화를 억누르자, 화가 나서 얼굴마저 붉어졌다.‘이 병신 새끼에게 사과해야 한다니,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됐어, 다가올 이득을 위해서 좀 참아야지. 디너파티에 가서 사람을 찾아 이 찌질한 새끼를 혼내주면 되지!’‘고운란에게도 본때를 보여줄 거야.’서은지는 마음속에 증오가 가득 차 있었지만, 얼굴에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미
서은지는 이강현의 한마디에 화가 나서 울게 되자, 고운란이 운전석에 앉아 계속 운전했다.이번에는 차 안이 조용해졌다. 서은지가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자, 차 안의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BMW가 와이너리 밖 주차장에 멈췄을 때, 이미 고급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서은지의 BMW5 시리즈는 여기서 완전히 찬밥 신세였다.차에서 내린 서은지는 아리송한 눈빛으로 사방의 고급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 부가티 베이런, 맙소사!”고급 차들을 보면서 서은지는 금빛 찬란한 재벌 2세들을 보는 듯 가슴이 설레어, 황급히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얼굴을 확인했다.서은지는 자기 눈시울이 약간 빨갛게 부어오른 것을 확인하고,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봤다. ‘이게 다 이강현 때문이야!’“화장 좀 고칠게. 좀만 기다려 줘.”서은지는 말을 마치고 차에 돌아가서니, 허둥지둥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다.이강현과 고운란은 함께 서서 주변의 고급 차를 보고도 마음속에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너 은지와 말 적게하고, 더 울리지 마. 우리는 어디까지나 도와주러 온 거야.”고운란은 말하면서 이강현의 옷을 정리해 주었다.스포츠카 엔진의 굉음이 들렸고, 포르쉐 911 두 대가 한쪽 빈 공간에 멈춰 섰다.껄렁해 보이는 도련님 두 명이 차에서 내렸다. 두 사람의 눈은 무심하게 이강현과 고운란의 방향을 바라보더니, 고운란의 미모에 사로잡혔다. 눈은 마치 쇠구슬을 만난 자석처럼 고운란의 몸에 찰싹 붙어서 자세히 보고 싶은 정도였다.“한성 이 형편없는 곳에 이런 일품 계집이 있다니. 이번에 괜히 오지 않았어.”“가자, 가서 미녀에게 말을 걸어야지. 우리 형제의 세련되고, 멋있고, 돈도 많은 젊은 도련님 신분은 미녀의 곁에 있는 촌놈보다 훨씬 낫지.”껄렁해 보이는 도련님 두 명이 포악무도한 걸음으로 이강현과 고운란 앞에 다가왔다.“미녀, 이 촌놈의 옷을 정리하지 말고, 와서 내 옷 좀 정리하고, 내 따뜻한 가슴을 느껴봐요. 그리고 이 단단한 바위 같은 근육은, 분
서은지는 차 안에서 넋을 놓고 보고 있다가, 두 도련님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제야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뛰쳐나왔다.“이강현!”서은지는 화가 나서 두 손을 휘저었다.“너 저 사람들 누군지 알아? 네가 감히 저 사람들을 때리다니, 너 정말 큰 문제를 일으켰어!”“저 사람들이 누군데?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야.”“너 눈멀었어! 저 사람들은 진씨 가문의 둘째 진형진과 셋째 진형준이야! 서울 진씨 가문!”서은지는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서울의 진씨 가문의 도련님을 건드리는 일은, 서은지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한성의 도련님들이라도 진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보면 모두 굽신거리며 환심을 사야 했다.“아, 그럼 걱정할 필요 없어.”이강현은 차분하게 말했다.서은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이놈 정신이 나갔나,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이나 해대다니. 정말 지가 천황이라도 되는 줄 알아!’“걱정할 필요 없다니. 서울 진씨 가문이 얼마나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진씨 가문이 발만 굴러도, 한성 전체가 덜덜 떨 거야!”“은지야, 강현 걱정은 하지 마. 자기가 일으킨 문제는 당연히 혼자 알아서 해결할 거야.”고운란은 서은지의 정서를 달래줬다.서은지는 어이없는 듯 고운란을 바라봤다.“너는 정말 담도 커. 조금 있다 일이 생기면 후회할 거야.”이강현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가자. 가서 디너파티가 어떤지나 보면서 식견을 넓혀보자고.”고운란은 서은지를 끌고 이강현의 뒤를 따랐고, 세 사람은 와이너리 안으로 걸어갔다.와이너리 입구에서 초대 카드를 확인한 후, 세 사람은 무사히 와이너리 안으로 들어갔다.완전히 빈티지로 건설된 와이너리 안은 편안하고 조화로운 분위기에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고, 그윽한 와인 향이 공기 중에 퍼졌다.각종 농염한 드레스를 입은 아름답고 요염한 자태를 드러낸 미녀들이 정원을 누비고 있었고, 서너 명의 미녀가 한 명의 부자를 빼곡히 둘러싸고 있는
진형진이 서둘러 이강현의 앞에 다가가 손을 세차게 휘젓자, 뒤에 있던 경호원 한 무리가 이강현과 고운란을 둘러쌌다.“하하하, 이 개새끼야 이제 겁나지? 방금 나를 때릴 때는 아주 건방지게 굴더니, 이전 반대로 내가 건방 떨 타이밍이야!”진형준은 진형진 곁으로 가서 눈을 가늘게 뜨고 고운란을 바라보았다. 고운란을 아래위로 샅샅이 훑어보더니 침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헤헤, 이 미녀는 자연미인 것 같아, 전혀 성형 흔적이 없어. 어린 비제이들보다 천배는 더 나아. 한성에 이런 미녀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진광철은 마음속으로 묵묵히 한숨을 쉬었다. 두 동생의 모습은 마치 얼마 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건드려도 하필 이강현을 건드리다니. 이건 죽음으로 내모는 거잖아.’진광철은 두 동생의 뒤에 서서 미안한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 바보 같은 동생을 혼내 주려고 할 때, 진광철은 이강현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살짝 흔드는 걸 보았다.진광철은 얼른 발을 들어 걷어차려던 동작을 멈추고, 말없이 두 멍청한 동생의 뒤에 서서 이강현의 분부를 기다렸다.구경꾼들이 좀 더 모여들자, 서은지는 군중 속에 섞여 담이 조금 더 커져, 조용히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갔다.“운란이 이번에 아마 망할 것 같은데. 하지만 이건 다 쟤가 자초한 거야. 내가 친구로서의 정을 저버린 게 아니라, 쟤가 따라오지 않은 거야.”서은지는 한 마디 중얼거리고 바로 눈동자를 굴리더니, 휴대폰을 들고 고운란, 이강현과 진씨 가문이 대치하는 사진을 두장 찍어 고청아에게 보냈다. 일단 고청아의 손에서 이득을 얻어 오기 위해 자신이 그녀가 시킨 일을 처리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고청아는 사진을 받은 후 장소를 물었고, 절친 몇 명을 데리고 서은지의 곁으로 모였다.“청아야, 나 운란이를 데리고 왔어. 근데 이강현 저 병신 새끼가 방금 진형진을 때렸어. 아마 진씨 가문이 이강현을 잡아먹으려 할 거야. 하지만 내가 일은 해냈으니, 좋은 일은 나를 빼면 안 돼.”“알았어요, 절대 빼지 않
진광철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만약 경호원들이 이강현의 솜털이라도 건드린다면, 일은 완전히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다.‘저 사람은 용성호 어르신까지 때릴 수 있는 이강현이야!’‘용성호 어르신이 그날 얼마나 처참하게 맞았는데. 그렇게 대단 인물을 이강현이 그냥 때렸다고. 진씨 가문은 어르신의 솜털 하나도 못 따라가는데, 어디 이강현과 맞설 능력이 되겠냐고.’구경꾼들도 모두 멍해서 의아한 표정으로 진광철을 바라보았다. 진광철이 이게 무슨 미친 짓인지, 왜 갑자기 자기 사람을 때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경호원들은 다들 동작을 멈추고 멍하니 진광철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이강현을 잡아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큰, 큰 도련님, 이게 대체?”선두에 선 경호원이 긴장해서 물었다.“형님, 미쳤어요? 왜 우리를 걷어차세요!”진형진은 화가 난 채 진광철을 노려봤다.‘체면 다 깎였어!’“얘네 둘 잡아서 샌드백처럼 패!”진광철은 멍청한 두 동생을 가리키며 경호원에게 말했다.“헙!”많은 사람이 놀라서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모여 큰 소리가 울렸다.“이게 무슨 일이야. 진광철 같은 노련하고 악랄한 인물이 괜히 이런 일을 하진 않을 건데.”“자기 동생을 때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건 아마도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 같아. 하지만 이강현이라는 사람은 아무리 봐도 신분 배경이 있는 사람도 아닌 것 같은데, 진광철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뭘까?”“이건 왠지 도덕의 해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인성의 왜곡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진광철이 동생을 죽이고 재산을 독차지할 준비를 하는 건가? 그러면 좀 너무 악독한데.”구경꾼들은 나지막한 소리로 여러 가지 추측을 내놓았는데, 모두 상황이 상상을 초월했다고 느꼈다.서은지는 완전히 멍해져 고청아를 붙잡고 물었다.“청아야, 이게 무슨 일이야. 이강현과 진광철이 아는 사이야?”“저 병신 새끼가 알긴 개뿔.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등이나 처먹는데 알고 모르고가 어디 있어요. 설령 안다고 해도
“때려! 세게 때려! 죽을 때까지 때려!”진광철이 매섭게 말했다.“형님 정말 미쳤어요, 왜 사람을 보내서 우리를 때리게 해요?”진형진이 당황해서 물었다.“그걸 감히 물어? 너희들이 이 선생님을 건드리는 것은 죽음의 길을 걷는 거야! 그들 몸에 있는 모든 뼈를 부숴버려!”진광철은 말을 마치자 먼저 시범으로 주먹을 휘두르며 두 멍청한 동생의 어깨를 향해 때렸다.매서운 주먹을 맞은 진형진과 진형준은 꽥꽥 소리를 질렀다.“이렇게 때려, 빨리.”시범을 마친 후 진광철은 경호원들을 노려보며 말했다.경호원들은 억지로 손을 써서 진형진과 진형준을 때리기 시작했다.구경꾼들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자신의 형제한테까지 이렇게 모진 손을 썼는데 충분한 이유가 없다면 절대 말이 안 된다.구경꾼들의 주목하에 진광철은 이강현에게 다가가 갑자기 허리를 굽혀 이강현에게 110도로 허리를 굽혀 절을 하고 조금만 더 세게 하면 머리가 발끝에 닿을 것 같았다.“이 선생님, 제 두 망나니 사촌 동생을 대신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들은 태산을 몰라봤습니다. 이 선생님께서 그들을 용서해 주십시오.”“저는 반드시 그들을 잘 처리하겠습니다. 앞으로 그들이 한 발자국도 더 귀국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이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그렇게 하시죠. 더 이상 따지지 않겠습니다.”“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는 진씨 집안을 대표하여 선생님의 관대함에 감사드리겠습니다.”진광철은 말을 마치고 또 연속 허리를 굽혀 사과하면서 공손한 표정을 지었다.구경꾼들은 이미 철저히 멍하니 있었고 다양한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의 정체를 꿰뚫어 보려는 듯했다.그러나 이강현의 평범한 옷차림은 미혹성이 너무 커서 그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이 이 선생님은 도대체 어떤 신성이기에 진광철을 이렇게 두렵게 하다니. 아마도 강을 건너 맹용이겠지.”“이 맹용은 너무 맹렬하잖아. 진형진과 진형준을 해외로 보내지는 거 아니야. 어쩌면 농사를 짓기 위해 어디로 보내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