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을 끊은 차설비는 맞은 켠에 앉아있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를 보며 물었다.“이미 연락했어요, 운란이 꼭 참석할 거예요,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우리 약혼식도 서두르고?”조갑진이 차설비를 살짝 치며 말했다.“설비야, 우리 집에서 유명한 사람한테 받은 날자라서 그래.”차설비는 의아했지만 조갑진이 그렇게 말하니 더 이상 캐물을 수가 없었다.“설비야, 친한 사람들한테 연락 돌려, 내일이라 좀 빠듯하긴 하겠지만 사람 많을수록 좋잖아?”차설비는 머리를 끄덕이며 연락을 돌렸다.조갑진은 소파에서 일어서더니 부모님과 함께 방으로 들어가 몇 마디 나누었다. 조갑진의 아버지는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문자 메시지는 권무영의 핸드폰에 전해졌다.문자를 확인한 권무영은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진행시켜, 방안 여러 개 준비해, 이강현 죽여야 할 거야.”“네.”권무영의 부하들이 내일의 계획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다음날 점심.어강해산물 호텔 문 앞에는 차설비와 조갑비의 사진이 걸려있었고 LED등에는 약혼식 축하한다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많은 손님들이 육속 연회장으로 입장하기 시작했다.차설비와 조갑비가 홀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예전에 보지 못했던 낯선 사람이었던지라 차설비는 더욱 의심이 갔다.“갑진, 이 사람들 예전에 본 적 없는데? 우리 약혼식에 낯선 사람들 왜 이렇게 많은 거야?”“우리 집 친척들이야, 너무 많은 생각 가지지 말고 그냥 손님 접대만 잘하면 돼, 저기 고운란 아니야?”조갑진이 문어구 방향을 가리켰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팔짱을 끼고 들어오자 조갑진은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차설비도 예쁘지만 고운란에 비하면 어딘가 부족했다.평범한 이강현 옆에 예쁜 아가씨가 같이 걸어오니 남자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것이다.고운란이 준비한 봉투를 꺼내 올리고는 하객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었다.차설비와 조갑진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운란아, 나 너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잖아.”차설비가 고운란을 안으며 말했다.고
조갑진의 주의력은 모두 고운란에게 가 있었다. 그의 마음은 그녀의 눈길과 웃음에 이끌렸다. 이강현은 한 걸음 앞으로 가 조갑진의 시선을 가렸다. 조갑진은 이강현의 동작에 불만스러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지금은 이강현과 충돌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음속의 분노를 억눌렀다. 조갑진의 눈빛이 돌아가더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두 사람을 보고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다. 그가 본 사람은 권무영의 수하가 사고를 제조하라고 배치한 사람이었다. 비록 조갑진과 그 두 사람은 한 번 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온 목적이 바로 이강현과 충돌을 일으키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았다. “아는 사람이 와서 인사하고 올 게.” 조갑진은 한마디 하고 재빨리 그 두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 이강현은 그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더니 개의치 않고 뒷짐 진채 고운란과 차설비의 잡담을 듣고 있었다. 조갑진은 그 두 사람 곁으로 가서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왕형, 화형, 저 녀석이 바로 이강현이야. 얼마나 날뛰는지 몰라.” “그래, 앞장서. 가서 한 번 보자.” 조갑진은 왕형과 화형을 데리고 가서 웃으며 말했다. “설비야, 이분은 왕형이고 이분은 화형이야. 모두 우리 회사의 중요한 고객이야. 부동산 업계에서 적지 않은 인맥이 있어 앞으로 우리 회사도 왕형이랑 화형에게 잘 부탁해야 해.” 조갑진의 소개를 듣고 차설비는 감히 두 사람을 홀대하지 못하고 얼른 웃으며 가서 악수를 했다. “두 분께서 저희 약혼식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우리의 영광이에요.” “아니에요. 서로 돕고 사는 거죠. 그런데 이 두 분은 누구신지?” 왕형은 곁눈질로 이강현을 한 눈 보고 고운란을 바라보았는데 탐욕스러운 눈빛을 감출 수가 없었다. 화형도 마찬가지로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고운란을 쳐다보았다. 그는 위에서 아래로 고운란을 훑어보며 그녀의 옷을 눈빛으로 꿰뚫어 보려는 것 같았다. 고운란은 두 사람의 눈빛이 혐오스러워 한 걸음 물러나 이강현의 뒤에 숨었다. 조갑진은 입꼬리가
“오늘 우리 아내 동창의 약혼식이니까 다른 사람과 싸우고 싶지 않아. 그러니 너희들도 일 만들지 마.” 이강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왕형은 비웃더니 경멸한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며 말했다. “너 꼭 싸움을 잘하는 것처럼 말한다? 네가 정말 대단하다면 우리랑 주량으로 배틀 붙어보든가. 이따가 술자리에서 누가 강한지 보자고.” “좋아.” 이강현이 승낙한 것은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럼 들어가서 한 테이블에 앉자. 네 주량이 얼마나 센지 좀 보게. 만약 우리보다 잘 마시지 못한다면 옷을 벗겨 길거리에 던져버릴 거야. 모두 너의 꼴을 좀 보라고.” 화형은 득의양양하게 말하면서 이강현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렇게 네 명은 홀에 들어가 빈 테이블을 찾아 앉았고 왕형과 화형은 이강현의 오른쪽에 앉고 고운란은 이강현의 왼쪽에 앉았다. 화형은 탁자 위에 있는 백주 한 병을 까더니 종업원을 향해 소리쳤다. “백주 한 박스를 여기에 놓고 분주기 두 개 더 가져와.” "우리는 술을 마실 때 분주기로 마시거든. 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왕형은 테이블 위의 분주기를 들고 이강현 앞에 놓았다. 분주기 하나에 3, 4냥의 백주룰 따를 수 있는데, 보통 사람은 한 분주기를 마시면 어지러워져 두 분주기만 마셔도 주량이 좋은 편이었다. 이강현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직접 병으로 마셔도 돼.” “큰소리 좀 작작해라. 네가 무슨 주선의 환생인 줄 아냐? 병으로 마시게? 그렇게 마시다가 알콜중독 걸릴 수 있어.” 왕형이 경멸한 말투로 말했다. “백주는 맥주랑 달라. 맥주는 10병을 넘게 마셔도 괜찮지만 백주는 알콜함량이 높아 두 병만 마셔도 알콜중독의 위험이 있다고.” 고운란은 이마를 가리고 벌써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이따가 이강현이 취하면 사람 불러서 데려가야겠다.’ 종업원이 백주 한 상자를 가져와 왕형의 뒤에 놓자 왕형은 한 상자를 모두 따서 병뚜껑을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적지 않은 남자하객들이 이강현의
“남자가 이 정도도 못 마시면 어떡해? 저 두 사람이 모두 취해도 난 괜찮을 거야.” 이강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하하.” 왕형은 크게 웃으며 분주기를 들어 올렸다. “자, 네가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하지.” 이강현도 분주기를 들고 왕형과 선후로 원샷했다. 그러자 화형이 바로 분주기를 들고 왕형은 술병을 들고 이강현의 분주기에 술을 따랐다. 호텔 매니저 사무실 안에서 권무영은 다리를 꼬고 컴퓨터의 감시 화면을 보고 있었다. “나한테 보여주겠다는 게 고작 이거야? 내가 보고 싶은 건 이강현 그 자식이 죽는 거라고.” 검은 옷을 입은 한 사람이 몸을 굽히고 말했다. “술을 마시는 건 첫 단계일 뿐입니다. 이따가 나오는 요리에는 간과 신장의 기능을 떨어뜨려 알콜 중독을 유발하는 음식이 있어요. 그리고 종무원이 차를 내올 거예요. 차를 마시면 알콜이 신장에 미치는 부담이 더욱 가속화해서 알콜 중독으로 인한 사망에 이르기 쉬운 거죠.” 권무영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정도는 돼야지. 다른 예비방안은 있어? 그가 알콜 중독이 아니라면 다른 방안을 써야지.” “다른 예비방안이 2개 있는데, 뒤에 올려지는 술이 모두 75도짜리라 알콜 중독은 100프로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 그럼 그가 죽는 걸 지켜보자. 그 병신에게 배불리 먹고 마신 후에 죽으라고 하는 것도 내가 베푼 은혜니까, 하하하.” 권무영은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자신이 용문 도련님의 생사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게 아주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술자리에 안주가 나오기 시작했고 정교한 요리들이 식탁에 올라왔다. 이강현과 왕형, 화형 간의 배틀은 이미 여러 차례 진행되었고 이강현은 혼자서 이미 두병 남짓한 백주를 마셨다. 얼굴색이 거의 변하지 않고 물 마시 듯 술을 마시는 이강현을 보고 고운란은 마음속으로 다소 걱정했다. “이강현, 너 그만 마시고 안주 좀 먹어. 그렇게 술만 마시면 몸에 안 좋아.”왕형과 화형도 한 사람당 한 병 넘게 마셨는데, 요리
권무영은 감시 화면을 주시하더니 이강현이 차를 마시고 요리를 먹는 것을 보고 입가에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얼마 지나야 알콜 중독에 걸릴 수 있어?” “그가 마신 술의 도수와 양을 봐서는 많아서 30분 정도면 증상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내에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할 것이에요.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 병원도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니까 알콜 중독에 걸리기만 하면 그는 반드시 죽을 거예요.” 권무영은 잠시 생각하더니가 음산하게 말했다. “나는 어떠한 예외도 원하지 않아. 그러니 그가 차에 실려가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교통사고를 일으켜.” “저희가 이미 화물차 세 대를 준비해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좋아.” 권무영은 술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이강현이 죽기만 하면 용문은 성을 바꿀 것이다!” 감시화면에 왕형과 화형은 이미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더 이상 마시지 못했다. 그러나 이강현은 얼굴색이 약간 벌거스름 하고 이마에서 땀이 났을 뿐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네가 배치한 사람 안 되겠는데.” 권무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까지 좋았던 기분이 온데간데 사라져 버렸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화면 속의 이강현을 자세히 보더니 그의 이마에 땀이 점점 많아지고 끊임없이 손으로 땀을 닦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저 자식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땀을 닦는 게 알콜 중독의 전조거든요.” “그래?” 권무영은 반신반의하며 화면을 주시했다. 이강현과 왕형, 화형은 이미 백주 두 박스를 마셨고 왕형은 머리를 안주에 박고 얼굴에는 소스와 채소잎이 가득 묻었다. 화형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앉아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나는 더 이상 못 마시겠어. 저 자식 왜 저렇게 잘 마셔? 괴물 아니야?” “패배를 인정하는 거냐?” 이강현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졌다. 더 이상 못 마셔. 더 마셨다가는 죽겠다고.” 구경하는 사람들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객들은 몇 마디씩 의논하다가 모두 이강현을 쳐다보았다. ‘이강현이 제일 많이 마셨으니 알콜 중독이라고 해도 그가 첫 번째로 걸려야 하는 거 아니야?’ 조갑진과 차설비는 구경하는 하객들을 밀치고 비집고 들어갔다. 조갑진은 왕형의 머리가 안주쟁반에 박고 있고 화형은 테이블 밑에 기절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차설비는 고운란에게 다가가 이강현을 보며 말했다. “운란아, 미안해.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이강현은 괜찮아? 내가 여기서 자리를 마련할 테니 누워서 좀 쉴래?” “아니야, 내가 병원에 데리고 갈게. 알콜 중독이니 그런 말 들으니까 나도 걱정돼서.” “그럼 내가 사람을 찾아서 이강현을 부축해 줄게. 너 혼자서는 힘들 거야.” 고운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설비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이강현은 손을 흔들며 허약하게 말했다. “난 괜찮아, 부축할 필요 없어.” “무리하지 말고 말 좀 들어. 말 안 들으면 저녁에 침대에서 못 자게 할 줄 알아.” 고운란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강현은 헛웃음을 지으며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계속 닦았다. 고운란은 휴지를 들고 이강현의 땀을 닦아주었다. “이것 봐. 네가 무리하니까 몸이 괴로운 거잖아.” “괜찮아, 그냥 목이 좀 마르네.” 고운란은 찻잔을 들고 이강현에게 차를 먹였다. 차를 마시니 이강현의 이마에서 땀이 더 많이 흐르더니 입술도 약간 파랗게 변했다. 차설비는 동료 두 명을 데려와 이강현을 부축하라고 했다. 이강현은 일어설 때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고운란은 이강현을 붙잡고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왜 그래, 어디가 불편해?” “괜찮아, 차에 타서 좀 자면 돼.” “빨리 부축해서 나와 줘. 내가 가서 차를 몰고 입구에서 기다릴게.” 고운란은 한마디 분부하고 종종걸음으로 뛰쳐나갔다. 차설비는 동료들을 불러 이강현을 문어귀로 부축했다. 그러자 고운란은 이미 차를 운전해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그들은 차 뒷문을 열고 이강현을 뒷좌석에 눕혔다.
팔어르신은 병상에 누워 있었다. 권무영을 피하기 위해서 팔어르신은 용후가 한성에 올 때까지 꾀병을 부릴 생각이었다. 비서는 종종걸음으로 병실로 들어가 안색이 안 좋은 얼굴로 말했다. “팔어르신, 권무영이 이미 이강현에게 손을 쓴 것 같습니다.” “뭐?” 팔어르신은 몸을 돌려 침대에서 내려와 매서운 눈빛으로 비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권무영이 감히! 설마 용후가 시킨 건가? 말이 안 되는데. 만약 용후가 시킨 거라면 굳이 한성에 올 필요가 없잖아!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팔어르신은 정서가 좀 불안하기 시작했다. ‘만약 이강현이 권무영의 손에 죽는다면 추혼단의 해독제를 먹을 수 없게 되는 거잖아. 빌어먹을 권무영 그 자식은 왜 하필 그런 짓을 벌이고 날리야!’ 팔어르신은 마음속으로 불평하며 자신이 한성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저희가 분석한 결과 권무영이 이강현을 죽이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4명의 수하밖에 없어서 사고로 위장해 이강현을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 이강현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의 보고에 따르면 그들은 이강현에게 시비를 걸어 주량 배틀을 붙여 이강현에게 백주 6병을 먹였다고 합니다. 이강현이 알콜 중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걔 사람 맞냐? 백주 6병이라니! 죽고 싶어 환장한 거 아니야?” 팔어르신은 머리를 긁적이며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았다. “다른 정보는? 그 자식 지금 어디 있어?” “고운란이 운전해서 이강현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고 있답니다. 저희 쪽 사람의 소식에 의하면 권무영 쪽에서 현지 조직을 배치해 길에서 매복하고 있다고 합니다. 팔어르신께서 이강현에게 전화해서 일깨워주는 건 어떤가요?” 팔어르신은 잠시 망설이다가 핸드폰을 꺼내 이강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강현은 핸드폰 벨소리를 듣고 손을 내밀어 두세 번 뒤적거리고야 겨우 핸드폰을 꺼냈다. “여보세요.” “도련님, 혹시 술을 많이 마셨습니까?” “팔용이구나! 왜? 내가 위급한 틈을 타려고?” 이강현이 낮은 소리로 말
“네, 알겠어요.” 이강현은 재빨리 현재 위치를 정중천에게 보냈다. 정중천은 수하를 데리고 이강현이 있는 위치로 갔다. 그리고 전화해서 아랫사람들에게 누가 이강현을 해치려고 하는지 조사했다. ……어강해산물 2층 사무실. 화면 안의 고운란이 차를 길가에 세운 것을 본 권무영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검은 옷을 입고 옆에 서있는 수하도 어리둥절해졌다. 이건 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고운란이 중간에서 차를 세울 줄은 생각도 못했다.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저희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수하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젠장! 화물차는 그들이랑 얼마나 떨어진 곳에 있어? 그냥 박아! 전에 배치했던 특근팀도 전부 내보내. 또 의외가 생긴다면 특근팀보고 가서 죽이라고 해!” “네, 하지만 특근팀이 움직이면 일이 폭로될 텐데요.” 권무영은 눈시울을 붉히고 폭로되든 말든 상관할 겨를이 없었다. 그는 이강현만 죽일 수 있다면 폭로되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상관없어! 난 더 이상 일이 틀어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이강현만 없어진다면 용문은 내 거니까! 용후 뱃속에 내 아이가 있으니 날 어떻게 하지 않을 거야!” 수하는 더 이상 말리지 않고 권무영의 분부대로 실행했다. “이봐, 상황이 바뀌었어. 상대방의 차가 빈강대로 중간에 세워져 있으니 너희들은 직접 차를 몰고 가서 박아. 죽도록 박아.” 수하는 전화를 들고 말했다. 화물차 옆에 서 있는 흉악하게 생긴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아까 말한 그 차지?” “응.” “알았어. 기다려, 절대로 살아남지 못하게 박을 테니.” 흉악한 남자는 전화를 끊고 멀지 않은 곳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두 남자에게 말했다. “일할 준비해. 상대방의 차가 빈강대로 중간쯤에 멈춰져 있는데 그냥 박으라네.”“그래? 화물차로 승용차를 들이받는 건 일도 아니지. 내가 호텔 입구에서 기다리자니까 굳이 이런 곳에서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