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각 고씨 가문, 회의실에 연기가 잔뜩 끼어있다.고민국, 고건강, 고흥윤은 담배를 피우고 있다. 연락할 수 있는 사람에게 모두 연락을 돌렸지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위기의 먹구름이 고 씨 집안을 덮쳤다. 고 씨 집안은 마치 거칠고 사나운 파도 속, 떠 있는 쪽배처럼 언제든지 큰 파도에 의해 뒤집힐 수 있었다.“운란이가 뭐래? 청아가 떠보지 않았어?”고민국이 침울하게 물었다.상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고민국이 인맥을 써서 알아봐도 조금의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마치 모든 것이 이미 정해진 운명처럼, 고씨 가문은 이 위기로 무너질 운명이었다.고건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매우 근심스러운 듯 담배만 뻐금뻐금 피웠다.“몰라, 운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회의실은 또 침묵에 휩싸였다. 고 씨 집안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까맣게 타들어 언제든지 운명에 삼켜질 것 같았다.“정말 쓰레기야, 도대체 누가 뒤에서 농간을 부리는 거야!”고흥윤이 분노하며 소리쳤다.따르릉.유선 전화가 울리자 세 사람의 동시에 그쪽을 바라보았다.“나쁜 소식이 뻔할 텐데, 시끄럽기도 하네.”고흥윤은 괴로워하며 말했다.고민국은 담배꽁초를 뭉개고 고흥윤를 노려보며 말했다.“전화 받아. 네가 받아야지 내가 받으러 가면 연결이 끊길 거야.”고흥윤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들었다.“여보세요.”“고 씨 집안 맞죠? 5분 후에 도착할 테니, 빨리 우리를 맞이할 준비나 해.”전화에서 박성재의 날뛰는 소리가 흘러나왔다.고흥윤은 멍하니 있다가 격동되어 소리쳤다.“너희들은 누구냐! 설마 너희들이 뒤에서 장난친 거야?!”“눈치가 꽤 빠르네. 이따가 만나면 우리가 누군지 알 수 있을 거야. 3분 남았어. 너희들이 열을 지어 우리를 성심성의껏 맞이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너희 가문을 풍비박산을 내도 억울해 하지마.”고민국은 고흥윤의 손에서 전화를 빼앗으며 다급하게 말했다.“당장 당신들을 맞이하러 나갈 것입니다. 그러니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휠체어가 하나 있다면 이해하겠는데, 차마다 휠체어를 가지고 다닌다니? 설마 휠체어를 타는 것이 올해 유행인가요?”고흥윤이 의문스럽게 물었다.고민국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그리고 이따가 성가신 소리도 하지 마. 이 사람들은 대단한 놈들이야. 먼저 우리 집안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자.”고흥윤은 입을 굳게 다물고 벤츠 차 뒷문이 열리는 것을 바라봤다. 보디가드는 박성재를 휠체어에 앉혔다. 뒤따라오던 벤츠에선 하리춘이 한 명 한 명씩 나와 휠체어에 앉았다.이번에는 고씨 집안의 명줄을 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본인들 집안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에 휠체어에 앉아서도 하리춘 재벌 2세들은 의기양양해서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보디가드들은 박성재와 그 외 사람들의 휠체어를 밀면서 고민국 삼인방에게로 다가갔다.고민국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웃음소리를 참으려고 애썼다. 웃지 말아야 한다, 이 사람들이 고씨 풍비박산을 낼 수도 있는 사람이니?박성재의 휠체어가 고민국 앞에서 멈췄고, 그는 고민국을 한 번 쳐다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네가 고민국이냐? 분명 우리를 맞이하라고 했는데 왜 당신들 셋만 왔어? 뭐 집안이 망해도 상관없다는 건가?”“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우리가 모두 맞이하러 나와야 한다면 제가 바로 준비하겠습니다.”고민국은 아부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X 소리 하는 구성원들! 고운란과 이강현 그 X새끼는 어디에 갔어! 다 나오라고 해! 그리고 이강현 그놈은 반드시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들거야!”박성재가 소리쳤다. 고민국은 놀란 가슴을 가라앉혔다. 이 휠체어에 앉은 사람들이 이강현과 고운란이 건드린 사람들임을 알았다. “이강현, 그 X새끼는 여기 없어요. 고운란은 아직 회사에 있으니 가서 데려오겠습니다.”고민국이 허리를 90도 굽혀 비굴하게 말했다.박성재는 고민국의 뺨을 탁탁 치며 사악하게 물었다.“그래서 그 자식 어디 갔어?”“회사
고흥윤과 고청아는 죄수를 호송하는 것처럼, 고운란을 데리고 회의실로 걸어갔다.고민국과 고건강은 모두 웃는 얼굴로 박성재 그들 옆에 서서 말했다.“아직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여쭤보지 못했습니다. 고운란과 이강현 그 개새끼가 돌아오면, 꼭 제대로 교육하겠습니다.”박성재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잘 들어. 나는 김해의 박성재야. 김해의 대부 장추영은 내 형제고, 이들은 모두 김해 부동산 재벌 2세들이야. 이강현이라는 그 잡놈이 우리 무릎을 꿇리게 하고, 부상을 입혔지. 잠시 후에 좋은 구경거리가 생길 거야!”고민국과 고건강의 마음은 혼란스러워졌다. 강현을 바로 그 자리에서 죽이고 싶어질 정도였다.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가!김해의 대부와 부동산 2세들을 모두 화나게 하다니, 김해의 절반을 화나게 한 셈이야!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큰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이제 알겠다. 은행이 직접 대출을 중단할 수 있도록 만들다니, 부동산 상인들과 은행과의 관계는 정말 좋은가보다. 자금을 중단시키는 게 한마디로 가능한 일이었다니!더 중요한 것은, 이강현 그 개 같은 놈을 감히 이 사람들을 무릎 꿇리고 상처까지 입게 하다니, 도대체 그런 담은 어디서 오는 거야, 점점 더 건방지게 되다니!고민국과 고건강의 마음이 어지러워졌다. 이강현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놈은 분명 한심한 쓰레기에 불과했는데 언제 이런 큰 능력이 생겼지?“아빠, 운란이 왔어요.” 고흥윤이 고운란을 안으로 밀쳐 넣었다. 그 바람에 고운란이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했다.박성재가 그런 고운란을 보며 뻔뻔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헤헤, 또 만났네, 이쁜 아가씨. 김해에서 날 거절했는데 한성까지 내가 쫓아올 줄 몰랐지.” “너, 너희들!”고운란이 당황했다.“우리가 뭐, 우리가 이렇게 빨리 복수하러 올 줄 몰랐지. 어서 너의 그 같잖은 남편을 데려와, 먼저 그를 처리해야겠어!” 박성재가 분노하며 말했다. 고민국이 고운란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가만히 있어 뭐 해
전화가 끊긴 소리가 났다. 고청아가 전화를 책상에 메치며 말했다.“쯧쯧 무능한 남편은 도망갈 것 같군요. 여러분, 고운란을 데리고 가서 자유롭게 놀아도 좋아요. 그러니 제발 우리 집안을 놓아주세요.”“그래요, 청아 말이 맞아요.”고건강이 박성재에게 아첨하며 말했다. “운란, 당신들이 데려가서 원하는 대로 복수해도 됩니다. 그녀는 우리 고씨 집안과 전혀 관련이 없어요. 그러니 제발 우리 집안을 놓아주세요.”고운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찼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무력함과 불안함으로 가득 찼다.정말로 데려갈 건가?이들에게 잡혀간다면, 앞으로의 생활은 불 보듯 뻔했다.이번에 강현이 나를 구해 줄 수 있을까?아마도, 어쩌면, 진짜…….박성재가 냉소적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난 이미 결정했어. 그때 진 빚은 계산해야지.”“너희 고씨 집안의 자금줄은 이미 끊겼어. 대부분의 자산이 경매로 넘어갈 거야. 그때가 되면 너의 집안은 한 푼도 못 받을뿐더러, 많은 빚을 지게 되겠지. 그때 우리는 너희 고씨 집안의 기업과 모든 채무를 2천만에 인수하려고 해.”그 말을 들은 고민국과 고건강의 마음은 순식간에 식었다. 이건 인수가 아니라 노골적인 강도질이었다.하지만 지금 자금줄이 끊어진 마당에, 은행의 요구대로 상환하지 못한다면, 저당 잡힌 그 핵심 자산들이 정말로 경매로 넘어갈 것이다.“아니, 박성재님, 이렇게 하시면 곤란합니다. 제발 좀 봐주세요. 5%, 아니 10%의 주식을 드리겠습니다.”“하하, 나는 서두르지 않아. 팔지 않는다면, 은행이 너희 저당물을 인수하여 경매를 시작할 거야, 그때 경매에 참여하여 사들이면 되지.”고민국은 이 말을 듣고 기절할 뻔했다.고흥윤과 고건강이 고민국을 부축했다. 세 사람은 고운란을 노려보며 말했다.“고운란! 네가 한 짓을 봐! 이건 우리 모두를 죽이려는 거야, 빨리 박 선생한테 사과하고 그를 잘 모셔. 성재씨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안 돼!”“정신이 나갔나? 왜 아직도 거기에 서 있어?
강현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고흥윤이 가장 먼저 뛰어나와 강현을 꿇으라고 소리쳤다.박성재는 냉소적으로 강현을 바라보며 고씨 집안의 연극을 지켜보았다. 가족들이 어떻게 강현을 자신의 앞에 꿇리는지 지켜보았다.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강현의 얼굴에 가래를 뱉을 것인가, 아니면 강현의 얼굴을 발로 차 숨을 못 쉬게 만들것인가?박성재는 이미 환상의 나래를 펼쳤다.고민국, 고건강, 고청아는 모두 강현을 노려봤고, 방금 겪은 수치를 이강현에게 두 배로 복수할 생각이었다.“이놈의 자식, 드디어 돌아왔구나. 네가 얼마나 큰 사고를 쳤는지 알아! 김해 사람들한테 도대체 무슨 미움을 샀길래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들어!”“멍하니 서서 뭐 해. 빨리 박 선생에게 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해. 박 선생이 너를 용서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용서할 때까지 무릎을 꿇리는 건 너무 이놈을 얕잡아 보는 거잖아요. 두 다리를 부러뜨려 자신이 누굴 건드렸는지 톡톡히 알아야 해. 앞으로 나가서 사고 못 치게!”고민국 등은 강현을 향해 화를 마구 분출하였다. 그 바람에 침이 여기저기 강현 얼굴에 튀었다.강현은 가볍게 얼굴을 닦고 무시하는 눈빛으로 고민국 등을 스쳐 지나 박성재를 바라보았다.박성재가 고개를 쳐들고 거만한 표정으로 강현을 바라보았다.“이 병신아, 인제야 좀 무섭나 보지, 자기 친척을 배신하는 기분이 어때? 무릎 꿇으라고 했을 때 꿇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잖아? 안 그래? 우리들을 반 불구로 만들어 놀 때는 이런 생각을 못 했나 보지? 오늘 내가 본때를 보여주겠어, 지금 당장 무릎 꿇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직 정신을 덜 차린 것 같네요. 감히 여기까지 와서 문제를 일으키다니.”“X발! 이 멍청한 놈이 무슨 말버릇이야. 죽으려고 작정한 거지! 지금 고씨 집안의 존망이 박 선생한테 달려 있는데 사과는 하지 못할망정, 지금 당장 박 선생에게 사과해!”“박 선생이 당신에게 사과하라고 한 것은 너의 체면을 생각해서야. 체면을 깎는 행동
고운란이 강현의 손을 굳게 잡았다. “큰아버지, 우리가 그들에게 사과해도 그들은 고씨 가문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물론 이해 못 하시겠지만.”“개소리!”고민국은 분노하여 탁자를 치며 강현과 운란을 향해 소리쳤다.“너희 둘만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지금 네 말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거야? 꿈 깨!”“너희 둘, 핑계 대지 말고 빨리 박 선생에게 사과해.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 박 선생에게 손을 댔으니 사과하는 게 맞아!”“고운란, 너 설마 다른 사람과 잠자리를 가진 거야? 이강현이 뭐가 대수라고 걔 편을 드는 척하고 있어. 넌 박 선생이나 잘 모시고 이강현 저 쓰레기 같은 놈은 버려!”고운란은 고청아를 쏘아보며 치를 떨며 화를 냈다.“너 그만 헛소리해! 나는 그런 적 없어!”“무슨 없다고,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야. 네가 이전에 어떤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는지, 모두가 잘 알고 있어, 그리고 이 선생과도 잤지? 정말 저질이네!”고청아는 분노하여 욕설을 퍼부었다, 계속해서 고운란의 스캔들을 지어냈다.이 말을 들은 이강현이 고청아에게 다가갔다. 고청아는 고흥윤 뒤에 숨었다.고흥윤이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이 무능한 놈이 뭘 하려고 그래! 청아가 말한 건 모두 사실이잖아! 여기서 허세 떨지 말고 빨리 박 선생에게 사과해!”“비켜요, 감히 내 아내를 모욕하다니, 오늘은 누가 와도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 할것입니다.”이강현이 차갑게 말했다.고운란이 마음이 급해져 이강현을 잡으며 말했다.“그녀를 신경 쓰지 마, 그녀는 그냥 그런 미친년이야.”“너야말로 그런 사람이지. 너뿐만 아니라 네 집안 모든 사람이 미친놈이지. 네가 다른 사람과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다고? 누가 알아! 이강현 너는 그냥 아내 하나 지키지 못하는 무능한 놈일 뿐이야!”고청아가 매섭게 말했다.고민국과 고건강은 모두 차가운 얼굴로 강현을 바라보며 일이 해프닝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강현, 무릎을 꿇어, 박 선생에게 무릎을 꿇으
“내가 아닌 네가 죽겠지. 박 선생이 사람까지 데리고 왔는데 네가 무사할 것 같냐!”고흥윤은 강현의 손목을 잡고 두손으로 강현의 손목을 힘껏 비틀었지만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순간, 고흥윤은 피가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그제야 강현이 혼자서 납치범과 대전한 일이 생각났다. 고흥윤은 자신이 아무리 애를 써도 강현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다시 한 변 자신에게 눈짓하는 고건강을 바라보자, 고흥윤이 자기 피가 얼음조각으로 굳어지는 것 같았다. 고흥윤은 함정에 빠진 것이다. 그는 손도 대지 않았어!“강현, 이건 집안을 위한 일이니 무릎을 꿇어, 모두를 난처하게 하지 말고!”고흥윤이 벌벌 떨며 말했다.강현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고흥윤을 뿌리쳤다. 그러고는 고흥윤의 뺨을 갈겼다.뺨을 맞은 고흥윤은 종이처럼 날아갔다. 벽에 부딪힌 후 천천히 벽을 따라 미끄러져 떨어졌다.심한 통증으로 고흥윤은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했다.이강현의 강인한 모습을 본 고건강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이 손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결과는 고흥윤와 같았을 것이다.고민국의 얼굴이 보기 흉 해졌다. 매를 맞은 사람은 제 아들이니 말이다.“강현! 너 이 쓸모없는 놈, 어디서 나온 배짱이야! 운란이 언제까지 너를 보호해 줄 거라고 생각하니! 너희 부부 오늘 여기서 끝장날 줄 알아!”강현은 고민국을 전혀 상대하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고청아를 바라보았다.고청아가 놀라서 온몸을 벌벌 떨었다. 박성재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물러났다.“박 선생, 저 좀 살려줘요. 빨리 사람들을 시켜 저놈을 없애줘요.”고청아는 당황한 듯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박성재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강현의 이런 행위는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이번에는 강형을 정리하기 위해 온 것이지만, 이 끔찍한 놈이 자신의 앞에서 반항하다니, 정말 참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어디서 온 자신감이야? 네가 생각하기에 네 뒤에 아직도 호건빈과 정중천이 있다고 생각해? 그 둘은 너
하리춘들의 한바탕 조롱 후, 박성재의 인내심이 바닥났다.“너희 고씨 집안도 너무 쓰레기야, 이 쓰레기 같은 놈은 우리 스스로 처리하는 게 낫겠어.”고민국과 고건강의의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강현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에 두 사람은 심한 위기감을 느꼈고, 박성재가 이강현을 처리한 후에는 더 가혹한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렇게 되면 고씨 집안의 재산이 남에게 넘어갈 것이다. 그러나 고민국과 고건강에게는 어떠한 방법도 없었다. 만약 강현을 화나게 한다면, 강현에게 한 대만 맞아도 고민국과 고건강의 나머지 인생은 아마 침대에서 보낼 것이다. 박성재 같은 사람들은 화가 나 있고, 고씨 가족은 무력하다. 경호원들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강현을 주시하고 있다. 이때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발걸음 소리가 어찌나 큰지, 많은 사람이 이쪽으로 오는 것 같았다. 박성재는 눈살을 찌푸리며, 정중천이 사람을 보낸 건가 생각했다. 그러나 아닌 것 같았다. 정중천은 방금 공격을 받았고, 운 좋게도 목숨을 건졌겠지만 좀 회복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그럼 정중천이 아니면 또 누가 사람을 데리고 올까?고민국과 고건강은 서로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누가 왔는지 모르지만 기회라고 생각했다.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올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만만치 않은 사람일 것이다. 호랑이를 몰아내고 늑대를 삼키든, 방법을 강구하여 세력을 빌리든, 오늘 반드시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눈빛이 주고받은 고민국은 고건강과 함께 회의실을 뛰쳐나와 손님을 맞이했다.“저는 고씨 집안의 고민국이라고 합니다. 지금 어느 분이 여기로 오고 계시는 겁니까?”고민국이 마주 오는 검은 정장의 보드가드를 향해 말했다.“비켜!”경호원이 차갑게 소리쳤다.그러자 고민국은 뻔뻔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저는 고씨 집안의 관리인이며 고씨 집안의 대소사는 모두 제가 승인해야 진행되죠. 그러니 무슨 일이 있으면 저에게 말하세요.”대오 중간에 서 있던 남문무는 고민국을 한 번 보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