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춘 일행은 모두 이강현이 이번에는 반드시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경멸의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쓰레기 같은 놈, 놀랍지, 너 혹시 초록색 에메랄드 본 적 있니? 이걸 보면 무릎 꿇고 아빠라고 부를 각오해.”“아빠는 방금 전이었고, 이제 무릎을 꿇고 할아버지라고 해야지. 이 놈이 감히 성재 형님과 내기를 하다니, 정말 간이 부었군.”“겁쟁이, 얼른 깨진 네 돌을 올려 놔. 그게 열리면 격차가 무엇인지 깨닫고 앞으로 무릎을 꿇는 법을 배워야 할 거야.”호건빈은 고개를 저으며 이강현이 들고 있는 원석을 바라보았고, 이번에는 이강현이 질 수밖에 없음을 느꼈다.“천 어르님, 보시다시피 여러 노련한 전문가들이 추측처럼 원석을 열자 예상대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강현 씨가 들고 있는 원석은 전문가들 중 누구도 좋게 보지 않았고 모두 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호건빈이 말했다.정중천의 얼굴이 살짝 상기된 채 아무 말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지금은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었다. 정중천은 본능적으로 이강현을 믿었고, 이강현이 절대 지지 않을 것임을 느꼈다.이강현이 원석을 들고 돌을 자르는 기계 쪽으로 걸어가자 고운란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더 이상 감히 뒤쪽을 쳐다보지 못했다.남검봉은 고운란의 뒤로 걸어가면서 말했다.“운란아, 이강현은 반드시 질 거야. 나중에 멍청한 짓 하지 마, 내가 최선을 다해 널 구해줄게, 알겠어?”“그쪽이 신경 쓸 일 아니예요.”고운란은 다소 역겨운 표정으로 말했다.“당신이 배후에서 일을 꾸민 거죠? 부인할 필요 없어요, 다 아니까.” 남검봉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나도 널 위해서 이러는 거야. 저 패배자 놈이 널 끌어내리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박성재도 너한테 마음이 있고, 나도 내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널 지켜줄 테니까, 날 믿어줘.”“허허, 이강현 씨가 날 지켜줄 거예요.”고운란의 눈동자에 다정한 빛이 감돌았다.남검봉의 볼이 경련을 일으켰다. “저런 패배자 새끼가 어떻
호건빈은 놀란 표정으로 상자 속의 칼을 바라보았다. 골동품 애호가인 호건빈은 칼을 모으는 데 관심이 많았기에 보기만 해도 상자 속의 칼을 알아볼 수 있었다.“수라검은 사쿠라 일본의 대장장이가 만든 검으로, 3년 동안 단 하나만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가격이 비싼 건 말할 것도 없고, 구입하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게다가 수라검에 다치는 사람은 불운에 시달린다고 합니다.”호건빈은 목소리를 낮춰 정중천에게 소개했고, 정중천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이강현을 바라봤다.이강현의 담담한 표정을 보자 정중천의 마음도 완전히 풀렸다.백천리는 칼이 든 케이스를 들고 이강현을 향해 경멸의 눈빛으로 바라봤다.“쓰레기야, 잘 봐. 이 칼은 네 전 재산보다 더 값어치가 있어.”“이 쓰레기한테 무슨 할 말이 있겠어. 그냥 저 망한 돌의 색깔을 보고 죽어서 우리를 위해 무릎을 꿇게 만들면 그만이지.”석수 장인은 이미 보호막을 열고 고정 지그를 보내기 시작했다.박성재는 이강현을 놀리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채석기를 바라보았고, 기계가 열렸을 때 이강현의 원석의 색깔을 보기 위해 기다렸다.스톤 커터가 원석을 분리하는 순간, 이강현은 고운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고운란은 초조하게 석재 절단기를 바라보느라 이강현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이강현을 제외한 모든 사람의 시선이 석재 절단기에 쏠렸다.석재 절단기가 밀자 가운데가 잘려나간 원석이 천천히 회전하며 잘려나간 두 부분이 서서히 드러났다.녹색, 에메랄드 그린, 에메랄드 그린으로 가득했다!화려하고 눈부신 모습에 이 순간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사람들이 본 적이 없는 에메랄드 원석의 만녹이었다.원석 산지에서도 1년에 겨우 몇 개의 만녹 원석을 채굴할 수 있었다.호건빈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석재 절단기 옆에 서서 직원을 밀어낸 뒤 엎드려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만양녹, 최고급 얼음 유형의 에메랄드, 이것은 정말 기적입니다! 믿을 수 없는 행운입니다! 철제 껍질로 된 재료
“안 돼, 이렇게 속임수를 쓰면 안 돼! 너희는 이 놈의 부정행위를 돕고 있어! 다 가짜야, 다 가짜야!” 박성재가 목청껏 소리쳤다.호건빈은 차가운 표정으로 박성재 앞에 다가와 말했다.“지금 내가 저 자식을 도와 사기를 치고 있다고?”“그래, 너네가 반칙을 도와주고 있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야! 너네 둘이 한패가 되어서 날 엿먹이고 있잖아!”박성재는 다소 화가 난 표정이었고 정신 상태가 조금 이상해 보였다.짜악-호건빈은 손을 내밀어 박성재의 뺨을 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정신 차리고 가서 원석을 직접 봐. 부정행위의 증거를 찾으면 내 목을 잘라서 너한테 줄게.”박성재는 잠시 깜짝 놀라서 진정하고 나서야 부정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정중천은 웃으며 말했다.“내기 약속대로 무릎을 꿇고 절을 해서 속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가져온 수라검으로 온몸을 난도질하게. 이건 자기 피로 자기 검의 봉인을 푸는 것과 같지.”박성재의 몸이 비틀거리더니 거의 기절할 지경에 이르자 하리춘과 그 뒤를 따르던 사람들이 모두 당황하며 자비를 구걸하기 시작했다.“아저씨, 우리 가족을 위해서라도 제발 살려주세요. 다 박성재 때문이에요, 저 놈이 저 쓰레기를 모욕하겠다며 우리에게 강요했어요.”“우리 모두 강압에 못 이겨서 한 일이예요.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리겠지만, 우리가 칼로 난도질할 수는 없죠. 그것만 아니면 뭐든 다 할게요.”하리춘과 다른 사람들은 이제야 두려움을 알고 더 이상 다른 것에 신경 쓸 수 겨를이 없었다. 오직 증인인 호건빈을 설득하여 온몸을 난도질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원했다.호건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당신들은 뇌가 없나? 나에게 비는 게 무슨 소용이지? 이 선생님께 빌어야지.”하리춘을 비롯한 일행은 이강현을 바라보며 용서를 빌고 싶었지만 차마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호건빈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어차피 호건빈의 지위가 있으니 부끄러울 것이 없었지만,
박성재와 다른 사람들이 거듭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사과하자 정중천은 박성재 앞으로 수라검 상자를 걷어찼다.구경꾼들은 박성재가 온몸에 난도질하면 피가 튀지 않을까 두려워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고운란은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고 싶지 않은 듯 이강현을 살짝 잡아당겼다.“여긴 당신한테 맡길게요.”이강현은 정중천에게 당부하고 고운란과 함께 자리를 뜨려고 돌아섰다.“천 어르신, 저놈이 사라졌으니 몸에 난도질하지 않아도 되겠지요?”박성재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건빈아, 넌 증인이니까 내기를 지켜야 해.” 정중천이 말했다.정중천이 호건빈을 끌어당겼다.호건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도박을 할 거면 패배를 받아들여야 합니다.”박성재는 눈을 지그시 감고 떨리는 손을 뻗어 수라검의 차가운 칼자루를 움켜쥐었다.자신이 패배할 줄 알았다면 박성재는 손톱깎이 대신 수라검을 꺼내 들지 않았을 것이다!떨리는 손으로 수라검을 쥐고 있던 박성재는 도저히 칼을 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피가 흐르는 칼 뒷면의 톱니 모양을 몸에 찔러 넣으면 죽을 것이다!죽지는 않더라도 지옥을 맛본 듯 아플 것이다.“천 어르신, 호 삼촌, 우리 대화로 해결하는 게 어때요?”박성재의 이마에는 벌써 콩알만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어휴, 자존심을 부리긴. 용기가 안 나면 내가 도와줄게요.”호건빈이 웃으며 말했다.박성재가 비틀거리더니 곧 정신을 잃었다.하리춘, 백천리,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잠시 얼어붙은 채 모두 박성재의 시늉을 따라 의식이 없는 척을 했다.평소 거만하고 거침없이 날뛰던 이들이 이렇게까지 겁쟁이가 될 줄은 몰랐던 사람들은 완전히 어안이 벙벙했다.호건빈은 차가운 얼굴로 부하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사나운 경호원 한 명이 앞으로 나와 수라검을 들고 박성재의 허벅지를 찔렀다.칼이 박성재의 허벅지를 꿰뚫자 피가 핏줄을 타고 미친 듯이 흘러내렸다.“아악!”박성재는 두 손으로 허벅지를 움켜쥐고 고통에서 깨어나더니 입에서 돼지 멱따는 울부짖음
“너! 이 양아치 새끼! 말썽만 피우고!”고건민은 분노하며 발을 구르며 이강현의 코끝에 대고 삿대질했다.“보복이 두렵지 않냐! 감히 난도질을 하게 놔둬!”최순의 머릿속에는 박성재 일당에게 보복을 당하면 온 가족이 난도질당할 거라는 생각에 잔혹한 이미지가 떠올랐다.“이 자식, 이 멍청한 겁쟁이 자식, 내가 너 같은 사위를 어떻게 얻었을까, 너, 너…….”최순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고건민은 최순을 부축하면서 고운란을 바라보며 말했다.“검봉이 어딨어, 빨리 검봉이한테 연락해. 김해에 있을 수 없으니 얼른 한성으로 돌아가자!”똑똑-누군가 방 문을 두드렸다.고건민과 최순은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지며 방문을 겁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이, 이건 우리한테 복수하려고 찾아온 건가. 이강현 이 개자식이 우리 가족을 망치려고 하는 거야!”“최순은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엄마, 보복하러 오지 않을 거예요.”고운란이 설명했다.“그럴 리가 없어! 지금 이 시간에 보복을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겠어. 그쪽 사람들이 보복하러 온 게 틀림없어. 여긴 그쪽 구역이야, 전화 한 통이면 사람을 보내서 우릴 죽일 수 있어!”이강현은 최순과 고건민을 지나쳐 방문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호건빈은 부하들과 함께 정중하게 방 문 밖에 서 있었다.이강현이 떠난 후 호건빈과 정중천은 잠시 사적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정중천이 이강현을 대충 소개하면서 호건빈은 이강현의 힘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이 막연한 이해로 호건빈은 이강현과 가깝게 지내면서 그의 도움을 받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습니다.하지만 호건빈은 도움을 받기엔 어려울 것 같았고, 차근차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안녕하세요 이강현 씨, 경매에 낙찰받은 원석을 현장에 두고 가셔서 가져다 드리려고 사람을 데려왔습니다.”호건빈이 정중하게 말을 마치고 자리를 비켜주자, 두 명의 부하가 두 조각으로 잘린 원석을 들고 방 문 밖에 서 있었다.고건민의 눈이 두
“이제야 무서워서 도망치나? 이미 늦었어!”이강현과 일행이 여행 가방을 끌고 가는 것을 보고 남검봉은 그가 한성으로 도망친다고 짐작했다.남검봉은 이강현이 도망가는 것을 원치 않았고, 박성재 일행이 이강현에게 복수하는 모습을 기다리고 있었다.김해의 재벌 2세들 몸에 난도질당했으니, 남검봉은 그 재벌가 2세들이 분노에 차 있다는 건 불보듯 뻔한 사실이라는 걸 알았다.이강현은 남검봉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말 섞을 생각은 없었다.최순은 남검봉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고건민이 집에 가서 에메랄드 원석을 잘 살펴보고 싶은 마음에 급히 최순을 끌고 호텔 정문 밖으로 곧장 나갔다.이강현과 고운란은 남검봉을 완전히 무시한 채 남검봉을 지나쳤다.당황한 남검봉은 이강현의 팔을 붙잡고 화를 내며 소리쳤다.“넌 못 가! 넌 김해에 남아서 벌을 받아야 해!”“미친 놈.”이강현은 남검봉의 손을 뿌리치고 힘껏 그를 밀어냈다.“감히 내게 손을 대다니! 이 자식이 감히!”남검봉은 이강현에게 한 방 먹이려는 듯 포효하며 이강현을 향해 달려들었다.호건빈이 손을 흔들자 그의 지휘를 받은 경호원들이 남검봉에게 달려들어 남검봉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자 남검봉은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이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제대로 모시지 못해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호건빈은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그쪽과 상관없어요. 그냥 저 사람이 미친 것뿐입니다.”호건빈은 이강현, 고운란과 함께 호텔 밖으로 나갔고, 호텔 앞에 서 있던 고건민과 최순은 눈앞에 펼쳐진 링컨을 멍하니 바라봤다.호건빈은 앞으로 다가가 차 문을 여는 것을 도우며 정중하게 말했다.“이 선생님, 타세요.”“이, 이게 우리를 데려다주는 차라고요? 너무 사치스럽네요.”고건민이 낮게 말했다.“사치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차입니다.” 이강현이 말했다.고운란은 이강현을 바라보다가 부모님을 향해 말했다.“엄마, 아빠 빨리 차에 타. 일단 가서 얘기해.”고건민과 최순은 정신을 차리고 함께 차에 탔다.모두 차례로
장추영은 당황한 표정으로 병실로 들어온 박성재를 바라보며 박성재의 상처를 바라봤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어떻게 된 거야, 너도 어떻게 다쳤어?”박성재는 억울한 듯 눈물을 그렁한 채 장추영을 바라보았다.“내기에서 졌어. 호 씨와 장 씨 모두 그 새끼를 도와서 우리 모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몸에 칼로 난도질했어.”장추영의 얼굴이 굳어지며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너희들이 질 수 있어? 가장 좋은 원석을 못 가진 거야?”“우린 제일 좋은 원석, 그 새끼는 제일 최악의 원석을 낙찰받았어. 다 돌이라고 했는데, 열어보니 만녹 에메랄드였어!”박성재가 이를 악물고 말하는 동안 장추영의 안색은 놀라움, 당혹감, 의심, 충격 등 여러 감정이 뒤섞였다.“그게 어떻게 가능하지?”정신을 차린 장추영은 제일 먼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박성재는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분노에 차 말했다.“이 모든 건 다 끝났어, 형 나 복수하고 싶어. 반드시 복수를 해야 해”장추영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을 때부터 복수를 할 방법을 찾고 있었고 이미 계획을 세웠다.“하리춘 걔들도 당했어?”“응, 나랑 같이. 우리가 스스로 손을 못 쓰니까 호씨 그 자식 경호원이 한 거야.”“흠흠.”장추영은 두 번 헛기침을 했다.“호씨라는 놈은 앞으로 나에게 무릎을 꿇어야 할 거야. 앞으로 김해에서 그놈이 할 일은 없을 테니, 우선 하리춘에게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힘을 합쳐서 한성 고씨 집안을 처리하라고 해.”“한성 고씨 집안을 상대한다고? 그 새끼가 데릴 사위로 들어간 고씨 집안?”박성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그래, 걔들 집안 능력으로 고씨 집안 사업을 무너뜨리는 건 전혀 문제없어. 내 편에 있는 도청의 거물들에게 연락해서 힘을 빌려서 정중천을 제거하면 고씨 집안과 한성의 지하세력은 우리 손에 들어오고, 그렇게 되면 그 새끼를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굴욕당하게 하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거야.”박성재의 눈이 번쩍
다음 날.정오 무렵, 고민국은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듯 고건강, 고흥윤과 함께 회사 앞에 서 있었다.곧이어 아우디 차량 세 대가 건물 앞에 멈췄고, 고민국은 미소를 지으며 아우디 차량 세 대를 향해 걸어갔다.세 대의 아우디 차량 문이 동시에 열리자 세 명의 젊은이가 차에서 내렸고 고민국은 약간 당황했다.원래 맞이하려던 건 세 은행의 신용 관리자였지만 고민국은 낯선 세 명의 젊은이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 약간 혼란스러워했습니다.“당신들은?”고민국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저는 중도은행 직원이고, 여기 우리 은행에서 온 공문이니 서명해 주십시오.”“한성은행 직원입니다. 저도 공문을 전달하러 왔으니 서명해 주세요.”“여기도 공문인데, 고씨 집안에서 엄청난 사람에게 밉보였나 봅니다.”고민국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세 명의 은행 직원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마음속으로 불쾌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전화로는 분명 은행 담당자가 온다고 했는데 담당자는 어디 있어요!” 고민국이 큰 목소리로 물었다.고건강과 고흥윤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함께 찾아와 물었다.“우리 지점장님은 두 분을 전혀 신경 쓰지 않으시는 것 같으니 공문을 잘 보시고 용서를 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세 명의 직원은 공문을 고민국의 품에 밀어넣고 돌아서서 아우디에 탔다.고민국은 아우디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여 손에 든 공문을 살펴봤다.공문은 모두 각 은행의 이름과 로고가 새겨진 공식 표지였다.공문서를 들고 있는 고민국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 공문서를 열면 무슨 괴물이 나타날 듯 걱정되어 감히 열어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아빠, 열어보시고 무슨 일인지 확인해 보세요.”고흥윤이 낮게 말했다.고민국은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회의실로 가자.”세 사람은 함께 회의실로 갔고, 고민국은 고흥윤 앞에 공문을 놓으며 말했다.“네가 열어서 무슨 일인지 보고 말해줘.”고민국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했다.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