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이 아니라 기필코 해내야 한다고! 안 그럼 우리 남씨 가문 이대로 끝장이야! 우리 모두가 망하는거라고! 너 그 사람한테서 어떻게든 용서 받아내야 할거야, 네 목숨을 바쳐서라도 말이야.”남문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너 어떻게 한거야? 너 도대체 누구야?”남문빈이 물었다.“네가 물을 물음은 아닌거 같은데?”이강현이 차갑게 말했다.남문빈도 이렇게 대단한 재력과 능력을 가진 사람앞에서 물어볼 문제가 아니라는걸 인식하고는 겁에 질려 말했다.“잘못했어,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제발 저 좀 용서해주세요.”이강현은 남문빈을 바라보며 물었다.“이렇게 사과하는거야? 다른 사람이 너한테 이딴 식으로 사과하면 넌 받아줄거야?”“아……. 아니요.”남문빈은 울며 말을 버벅거렸다. 예전 같았으면 남문빈은 자기한테 사과하는 사람한테 무릎꿇고 머리를 박게 했을것이다.하지만 이강현에 의해 다리뼈가 부러진 상태로 무릎을 꿇을수가 없었다.“지금 내 탓이란 말이야?”이강현이 웃으며 쏘파에 앉았다.“아닙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제 잘못입니다, 저 지금 뼈속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남문빈은 이를 악물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머리를 박았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이 선생님 제발 저 좀 용서해주세요, 저한테 어떤 벌을 내려도 달갑게 받겠습니다, 죽어라면 을테니까 제발 남씨 가문 좀 살려주세요.”이강현은 머리를 저으며 남문빈 옆으로 지나갔다.남문빈은 놀란 기색으로 이강현의 뒤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선생님, 저 좀 용서해주세요, 남씨 가문 좀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남문빈은 극심하게 몰려오는 두려움에 눈앞이 깜깜해지더니 그대로 까무라치고 말았다.이강현은 용정회소에서 나와 담배 한대를 태우고는 한성으로 향했다. 남씨 집안 일은 해결했지만 고씨 집안 일이 기다리고 있음이 분명했다.…….회의실에서 고민국, 고건강, 고흥윤과 고청아가 고운란을 바라보고 있었다.고민국은 어디서 본듯한 이 장면에 얼마전 남궁 수호와 있었던 일을 떠
“기다리긴 누굴 기다려? 네 남편 자기가 사고 친거 알고 이미 도망간거 아니야? 넌 그렇게 멍청해서야, 일이 터지니까 각자 갈 길 간거 아니냐고?”고건강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고흥윤은 서류 한 묶음을 고운란 앞에 던졌다.“네 눈으로 똑똑히 봐, 우릴 납치한 사람들 서울시에 있는 남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들이야, 이건 내가 사람 풀어서 손에 넣은 필록이야, 너랑 네 찌질이 남편 우리 집안 말아먹을려고 작정한거지?”고운란은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펼쳐보았다.남씨 집안 사람들이 보낸 사람들이 분명했다. ‘이강현 설마 남씨 집안 사람들 찾으러 서울 간거야?’이강현 혼자 서울에 있는 남씨 집안을 찾아갔다는건 목숨 바치러 간거나 마찬가지였다.고씨 집안 사람들은 고운란의 감정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고운란이 두려워 그런거라 생각했다.“이강현한테 처리해라고 맡긴거야? 너 이강현이 뭐라도 되는줄 아는거야? 그 놈이 무슨 능력으로 이 일을 해결한단 말이야? 우리 고씨 집안 사람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그 찌질이가 어떻게 해결한다고 그래?”고민국은 분노에 차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남씨 가문을 건드리면 어떤 후과를 초래할지 감히 상상할수가 없었다.고청아가 고운란을 흘기며 말했다.“저 년이 밖에서 이상한 짓 하고 다니는 바람에 일어난 일인것 같아요, 제 생각엔 저 년을 남씨 가문에로 보내는게 좋을것 같아요.”고흥윤은 남 도련님한테 연락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었던 참에 남 도련님이 고운란한테 흥미를 보이자 흥분해하며 말했다.“운란아, 네가 우리 집을 위해 나설때가 된것 같아, 네가 남씨 집안 사람들한테 가서 용서 빌어, 남 도련님 기분 풀어드리면 우리 집안도 무사할거야.”고운란은 머리를 떨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청아는 고운란을 보며 말했다.“너 어디서 갸여운척 하고 있어, 누구한테 그런 모습 보일려고? 얼른 네 남편 불러와서 남씨 집안 사람들한테 용서 빌 준비나 해.”“남 도련님 기분이 풀려야 우리도 발 벗고 자지 않겠니?”고흥윤이 깝죽거리
고청아가 이강현을 흘기며 말했다.“부부가 아주 동반쇼를 하고 앉아있네, 한명은 가여운척 하고, 한명은 주접이나 떨고 있고, 이강현 넌 뭐가 그렇게 대단한건데?”“남씨 가문이 얼마나 큰 재력을 갖고있는지 알고나 있는거야? 서울시에 있는 엔터테이먼트 다반수가 남씨 가문거야, 너 같은 놈이 생각할수 있는 스케일을 가진 집안이 아니란 말이야.”고건강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쟤랑 무슨 말을 그렇게 많이 하고 그래, 어차피 들어도 모를텐데, 흥윤이 너 얼른 쟤들 서울시로 데려가.”고민국이 머리를 끄덕이며 고흥윤한테 눈짓했다.고흥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강현을 보며 말햇다.“이제야 남 도련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이신지 알것 같아? 미쳐 날뛸땐 이렇게 될줄 몰랐지?”“당신들 사람 말 아예 알아듣지 못하는거야?”이강현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말 했잖아, 남씨 집안 일은 내가 마무리했다고.”“퉤!”고흥윤이 이강현을 향해 침을 뱉으며 말했다.“그게 말이야 방구야, 네가 해결했다니? 남씨 가문 일은 너 같은 놈이 어떻게 해결할수 있단 말이야?”고흥윤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노백과 노백의 부하들이 회의실로 들어왔다.고민국은 겁에 질려 모퉁에에 몸을 옹크리고 서있었다.“당신……. 당신들 여긴 어떻게…….”고흥윤은 말을 더듬었다.유관 부문 사람들이 웃으며 걸어들어왔다.“긴장해하지 마세요, 저희 사과하러 왔어요.”고민국을 비롯한 사람들은 믿을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사과? 극악무도한 놈들이 사과를 한다고? 이건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잖아.’이 사람들이 사과하러 여기까지 오게 된건 남씨 집안 사람들이 시켜서였다.남문무가 남문빈을 데려간후 남문빈한테 이강현의 뜻을 전해듣고 이 사람들을 보내 이강현의 용서를 받아내리라 생각했다.남씨 집안 사람들이 지시로 한성의 유관부문에서 노백을 데리고 용서를 구하러 고씨 집안을 찾아왔다.노백은 무릎을 꿇으며 이강현한테 사과을 올렸다.“이 선생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저희를 용서해주세요.”고민국은 눈앞에
“저희가 한게 아니에요, 저희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 이 세상은 아주 평화롭겠죠.”유관부문 사람들이 머리를 저었다.“그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저한테 슬쩍 알려주시면 안되나요?”고민국이 웃으며 물었다.“저한테 그걸 왜 물으세요? 이 선생님이 도와주신거 아니에요? 이 선생님 정말 대단한 분이신것 같던데요, 남씨 집안 사람들을 동원하여 이 놈들한테 사과까지 시키신거 보면 말이에요.”“저도 위에서 지시 받았을때는 어리벙벙했어요, 서울 남씨 가문 사람들이 저렇게 쫄보가 된적은 없었거든요, 서울에 있는 친구한테서 들은데 의하면 말이에요…….”유관 부문 사람은 관건적인 시각에 침을 삼키며 말했다.고민국이 추임새를 넣으며 말했다.“어떻게 된 일이래요?”“남씨 가문 산업이 차압당한것도 모자라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대요, 제 생각엔 이 모든것이 이 선생님과 연관된 일인것 같아요.”고민국은 머리가 하얘졌다.귀를 쫑긋 거리고 듣던 고건강도 고민국처럼 이강현을 멍하니 쳐다보았다.고운란은 이강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우리 집에 가자, 나 집에 가고 싶어.”“그러자.”이강현은 고운란의 손을 잡고는 무릎 꿇고 있는 노백은 무시한채로 회의실에서 빠져나갔다.유관 부문 사람들도 그제야 노백을 비롯한 사람들을 데리고 회의실에서 나왔다.고민국과 다른 사람들은 서로 마주보더니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모든것이 의문투성이었다. 아까 전해들은 말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라면 노백이 사과하러 여기까지 찾아올리가 없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이강현이 어떻게 해낸 일이란 말인가?”고민국이 물었다.고건강은 두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귀신 곡 할 노릇이네, 저 놈이 무슨 능력으로 저 사람들의 용서를 받아냈단 말이야? 설마 다른 사람이 한 일을 이강현이 한걸로 착각한건 아닐까?”“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어, 하지만 그 가능성이 아주 작다는거지, 남씨 가문이 작은 집안도 아니고 누가 그 집 사람들 뒤
고민국이 결론을 내리고 고청아는 질투심에 투덜거렸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자기만의 꼼수를 꾸리기 시작했다.…….이강현과 고운란이 너무 일찍 집에 들어서자 최순이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온거야? 저 놈이 또 회사에서 사고 쳤어?”“아니에요,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 일찍 들어온거에요.”고운란이 이강현의 편을 들며 말했다.최순은 고운란을 힐끗 보며 말했다.“너 눈이 부은것 같은데 몸이 안 좋은게 아니라 운거 아니야? 이강현 너 이리로 와봐, 네가 감히 운란이를 울려?”“엄마, 이강현이 저 울린거 아니에요, 눈안에 모래가 들어가서 눈물 흘린거에요.”최순은 고운란이 이강현을 감싸고 도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운란아, 여기 와 앉아봐.”최순이 옆을 가리키며 말했다.고운란이 이강현한테 방에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손짓했다.이강현이 머리를 끄덕이며 방으로 들어갔다.고운란이 최순의 곁에 앉자 최순이 운란이의 손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이연옥이라고 기억나? 내 친구 말이야, 너 어릴때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왔었잖아.”“기억이 나는것 같아요, 아줌마는 왜요?”“이 아줌마가 그러는데 옆동네에서 옥석 경매를 하고 있대, 우리더러 놀러오라고 하더라고, 우리도 놀러 나가본지가 꽤 되어서 하는 말인데 우리 한번 가보지 않을래?”최순은 고운란의 눈치를 살폈다.고운란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은 생각이에요, 간만에 우리 집 식구 나가 노는것도 괜찮은것 같아요.”“그래, 그럼 이강현 데리고 나가면 쪽팔리니까 우리 셋이 갔다오자.”고운란은 멈칫하더니 머리를 저었다.“그건 안되요.”“안되긴 뭐가 안된다는거야? 너 아까 된다고 했잖아, 왜 또 안된다는건데? 이강현이 너한테 무슨 짓을 했길래 네가 이러는거야?”최순이 외쳤다.“아무튼 이강현 안 가면 저도 안 가요, 온 가족이 함께 간다면서요? 이강현도 우리 가족이에요.”고운란이 말했다.최순은 이마를 짚으며 뭐라 말했으면 좋을지 몰라했다.“넌 엄마가 다른
최순은 고건민을 봐서라도 이강현을 데리고 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마음이 복잡한 최순이 고운란을 바라보며 고운란의 입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기만을 기다렸다.남검봉의 이름을 들은 고운란은 이 일의 자초지종을 알것만 같았다.“이강현 안 가면 저도 가지 않을래요.”“넌 애가 왜 그렇게 융통성이 없는거니?”최순은 고운란의 고집을 이기지 못해 그렇게 하라고 했다.“네 마음대로 해, 네가 창피하지 않다면야 이강현 데리고 가!”최순이 씩씩 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고운란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운란은 아직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중이었다.남검봉이 있는 자리라면 이강현을 가만 두지 않을것이다.방에 들어선 고운란이 남검봉이 옥석 경매에 초대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우리 그냥 가지 말까? 남검봉 다른 속셈이 있는게 분명해.”고운란이 불안해하며 말했다.“남검봉이 우릴 초대한건데 당연히 가야지.”이강현은 아무렇지 않다는듯이 대답했다. 고운란은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우리 가는걸로 할게.”…….다음날 고건민은 옥석 경매회때문에 일찍 일어났다.워낙에 옥석을 좋아하는 고건민인지라 아침부터 들떠있었다.이강현도 일찍 일어났다. 집 식구들은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똑똑똑.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최순이 외쳤다.“운란아, 얼른 나가봐, 검봉이가 온것 같아.”고운란이 이강현의 눈치를 살피자 이강현이 웃으며 문을 열었다.고운란이 문을 열어줄거라고 기대했던 남검봉은 이강현을 보고는 얼굴이 썩어있었다.“너?”“나 뭐, 들어오기 싫으면 문 닫을게.”이강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주접 떨긴, 이따 내 실력 보여줄게, 네가 나랑은 비교도 안 될 놈이란걸 내가 알게 해줄거야.”남검봉이 이강현을 툭 치며 집안으로 들어갔다.최순은 웃으며 남검봉을 맞이했다.“검봉아, 여기 앉아, 뭐하러 이른 아침부터 데리러 오고 그래, 우리가 가면 되는데.”“아니에요,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남검봉은 고운란의 눈치를 살폈다.남검봉은 고운란이 보지 못한 새 더 예뻐진것 같았다. 하지만 운란이가 죽어도 이강현과 이혼 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떠오르자 마음이 아파왔다.“운란아, 내가 브런치 좀 사왔어, 아직 따뜻할거야.”말을 마친 남검봉이 정교하게 포장한 박스를 테이블위에 올려놓았다. 조심스레 끈을 풀어보니 안에는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예쁜 브런치가 담겨져있었다.최순은 테이블위에 놓여있는 브런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남검봉이 사온 브런치는 한성에서 제일 사치스럽기로 소문난 브런치었다. 브런치가 십만원을 넘었기때문이다.“아주 정성들여 만든 브런치야, 다들 얼른 드셔보세요, 제가 운란이하고 아줌마 드시라고 제비집으로 만든 수프도 갖고 왔어요.”“검봉이가 우릴 위해 뭘 많이 준비했구나, 이 브런치 값도 어마어마할텐데, 우리랑 같이 나가는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귀한 브런치를 갖고 오다니, 너무 고마워.”최순은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남검봉을 향했던 시선이 이강현한테로 멈춰서자 기분이 갑자기 다운되었다.“넌 검봉이를 봐봐, 이렇게 값비싼 브런치를 운란이한테 사다주는데, 넌 운란이한테 뭘 선물해줬어? 그러고도 계속 우리집에 남아있을 생각이야?”남검봉은 이강현을 힐끔 보며 말했다.“너도 최고급 셰프가 만든 음식 맛이라도 봐, 이거 16만원짜리 브런치야, 네 돈으로 살수 없다는 얘기야.”이강현이 남검봉을 보며 말했다.“너나 많이 먹어, 브런치 살때 아팠던 네 마음을 생각하면서 말이야.”“16만원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뭘 안다고 지껄여?”남검봉은 고운란을 보며 말했다.“운란아, 내가 요즘 투자에 성공해서 돈 좀 벌었거든, 내가 이따 경매장에 가서 예쁜 옥석 하나 선물해줄게.”“그럴 필요 없어, 다른 사람한테 선물해, 난 이강현이 만들어준 아침을 먹었는지라 이건 사양할게.”고운란은 남검봉이 사온 브런치는 보지도 않은채 이강현의 곁에 가서 앉았다.남검봉은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사온 브런치를 고운란이 보지도 않자 퍽 난
차가 제왕호텔 앞에 멈춰서자 벨보이가 차문을 열어주었다.최순은 벨보이를 보고는 흥분에 겨워 말했다.“봐봐, 문 열어주는 사람이 있는걸 봐선 아마 최고급 호텔일거야.”“아줌마, 제왕호텔은 5성급 호텔이에요, 6성급 호텔로 된다는 소문도 있어요.”남검봉이 득의양양해하며 말했다.고건민은 머리를 끄덕였다. 고건민의 인식에서 5성급은 이미 최고급 호텔이었다. 6성급은 들어도 보지 못했었다. 이강현이 6성급 호텔에 대해 언급했다면 고건민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무식하다고 욕설을 퍼부었겠지만 남검봉의 말이라면 뭐든지 믿었다.“검봉이가 오늘 수고가 많네, 이강현 너 검봉이 좀 봐봐, 둘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느껴져?”“저 놈이 검봉이랑 비길게 뭐가 있다고 그래요? 검봉이 발꿈치도 따라가지 못할걸요, 운란이 너 눈 똑바로 뜨고 봐봐.”최순과 고건민은 이강현을 훈계하며 호텔방으로 향했다.고운란은 이강현의 손을 잡으며 두 사람 뒤를 따랐다.남검봉은 차키를 벨보이한테 건네고는 네 사람 뒤를 따랐다.호텔 내부는 생태계 설계였는데 산과 물 그리고 식물이 호텔과 조화롭게 어울려 마치 삼림에 들어선듯 했다.이런 규모의 호텔을 최순과 고건민은 아예 본적이 없었다. 두 사람들이 알고 있는 호텔은 들어서면 홀이고 홀을 지나면 여러개 방이 보이는 그런 호텔이었다.두 사람은 입을 벌리고 주위를 구경하고 있었다.“5성급 호텔이 다르긴 다른가봐, 안에 인테리어도 이렇게 멋지고, 난 공원에 들어선줄 알았어.”최순이 놀라움에 금치 못했다.“아줌마, 집에서 나왔던 바에는 제일 편안한 잠자리가 구비되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여긴 그냥 환경이 좋을뿐이에요.”남검봉은 말하는 내내 이강현의 눈치를 살폈다.이강현은 아주 평온한 심정인듯 했다.‘그 연기가 얼마나 가는지 한번 보자.’남검봉이 마음속으로 속삭였다.“운란아, 넌 어때? 너한텐 꽃으로 가득한 방 예약해줄가?”남검봉은 고운란과 이강현이 떨어졌으면 하는 마음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고운란이 머리를 저었다.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