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한과 최종성은 몸을 배배 꼬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진성택한테도 꿇은건 진성택의 신분때문이었지만 이강현한테는 차마 꿇을수가 없었다.머리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둘을 본 진성택은 웃으며 말했다.“다들 아주 잘난줄 알지?”최 어르신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 자식들, 뭣들 하고 있어? 얼른 이강현한테 사과해!”최 어르신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최 어르신도 내키지 앉았지만 사태가 벌어진만큼 자신의 원한만큼은 가슴 깊이 묻어두는게 상책이었다.최종한과 최종성은 마지못해 이강현한테 무릎을 꿇었다.“미안해, 우리가 잘못했어, 용서해줘.”이강현은 머리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용서할테니까 꺼져.”최종한과 최종성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인파속으로 몸을 감추는수밖에 없었다.“젠장, 내가 언젠가 꼭 내앞에 꿇게 할테다.”최종한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최종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위에 둘러싸여 있던 손님들이 진성택과 이강현한테로 몰려들었다.최 어르신도 허리를 굽힌채 웃으며 진성택 옆으로 다가가갔다.“진 회장님 이렇게 먼 길 오셨는데 제가 회장님께 차 한 잔 대접해도 될까요?”진성택이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난 당신 집안 사람들한테서 또 욕설을 들을가봐 감히 들어가지 못하겠네.”최 어르신은 최종한과 최종성을 때려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손님ㄷ르이 몰려오며 진성택과 이강현한테 자기소개를 했다.“진 회장님, 전 신흥성의 총 매니저 왕성문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시키실 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이 선생님, 전 합증전자의 이광생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제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진 회장님, 이 선생님, 저는…….”밀물처럼 몰려드는 손님들을 보며 최 어르신과 최씨 집안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울것만 같았다.아까 이강현한테 그런 태도로 대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떤 광경이었을까?아마 모든 사람들이 최씨 집안 사람들한테 아첨을 떨며 최씨 집안 사람들을 통해 진성택과 다리를 놓아달라고
최종한과 최종성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첨을 떠는 모습에 공포감이 밀려왔다.“종성아, 내가 눈이 안 좋은거야? 이 사람들이 저렇게까지 이강현한테 아첨을 떨다니, 그것도 모르고 우리가 그렇게 욕설을 퍼붓다니……. 우린 이제 어떻게 해?”최종한은 이강현과 진성택의 한 마디에 주위에 둘러싸인 사람들이 자신한테 달려들가봐 두려웠다.최종성은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우리가 무릎꿇고 사과까지 했는데 설마 그러겠어? 이강현 저 자식 그렇게 독한 녀석이었어?”“나도 이해가 안돼. 예전에는 아무리 놀려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이번엔 왜 이렇게 된거야?”최종한과 최종성은 이강현의 능력에 대해 의문이 많았다.정신을 가다듬은 최금산이 최순의 팔을 잡으며 물었다.“순아, 네 사위 어떻게 된거야?”“나도 모르겠어, 예전에 진성택이랑 있는 모습은 본적 있는데, 그땐 이강현이랑 진성택 친한 사이도 아니었어, 이강현이 진성택의 일을 도와 고마운 마음에 진성택이 이강현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댔어.”최순은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최순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이해할수가 없었다. 최순은 집에 돌아가서 이강현한테 자초지종을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순이야, 아까 오빠가 말이 너무 심했던거 같아, 너랑 사위 그 말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이강현이 진성택이랑 사이가 좋은것 같은데 너도 이 관계 잘 이용해야 할거 아니니?”최금산이 간곡한 충고를 해왔다.최순은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만약 이강현이 정말 진성택과 가까운 사이라면 최금산의 말이 없어도 최순이 먼저 손을 썼을것이다. 다만 최순은 찌질이 이강현이 절대 진성택과 엮여있을 일이 없다고 단정지었다.이강현은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귀찮았는지라 진성택한테 눈짓했다. 이강현의 뜻을 알아차린 진성택은 몰려드는 사람들을 막아나서며 이강현과 고운란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사람들은 롤스로이가 떠나가는 뒤모습을 보고 몹시 아쉬워했다. 다들 아까 이강현의 편을 들었으면 지금쯤 진성택의 마음을 살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아쉽게
고건민이 신문 한 장을 들고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귀는 쫑긋 세운 채 이강현의 대답을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운란도 소파에 앉아 이강현을 주시하며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이강현이 물을 따르며 입을 열었다."그냥 전에 병원에서 잠깐 도와준 적이 있었어. 난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진성택이 계속 고맙다면서 무조건 보답해야 한다고 그러더군."이강현의 표정을 관찰하고 있던 최순이 이강현의 술술 대답하는 모습에 다시 물었다."네가 뭘 도와줬는데? 그렇게 큰 갑부가 너한테서 도움받을 일이 뭐가 있다고?""진성택의 어린 손자가 병원에만 있으면 엄청 울어댔거든요. 하지만 제가 달래기만 하면 금방 울음을 그쳤죠. 어머님도 아시다시피 어르신들은 손주가 우는 걸 제일 마음아파 하시잖아요. 그래서 그날 진성택이 저더러 각종 검사와 치료를 마칠 때까지만 그의 손자와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하더군요."이강현이 진지하게 해석해 주었다.그러자 듣고 있던 최순이 침묵을 지켰다. 이강현이 확실히 아이들과 잘 맞긴 했다. 게다가 어르신들이 손주를 지극히 아끼는 것도 인지상정이었고.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합리적이었다.이때 고건민이 신문을 한 번 털고는 내려놓았다."강현아, 좋은 기회가 생겼을 때 잘 잡아야 하는 법이야. 진성택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고. 그래 봬도 진주의 갑부인데."‘진주의 갑부’를 말할 때 고건민이 일부러 강조를 했다. 그러면서 깊은 뜻이 묻은 듯한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이에 최순도 덩달아 말했다."맞아. 진성택이 너에게 감사의 마음을 품고 있는 이 기회를 빌려 진성택과 잘 지내야 해. 한가할 때면 그의 손자 보러도 가고, 진성택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네, 알겠습니다."이강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런데 이때, 고운란이 이강현의 팔을 한 번 살짝 당기고는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갔다. 이에 이강현도 뒤따라 방으로 들어갔다.그러고는 방문을 닫고 웃으며 물었다."여보,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굳은 표정으
서울, 황가1호회의실.제일 호화로운 방 안,남문빈이 다리를 꼬고 손에 든 시가에 불을 붙였다."최신 아바나 최고급 시가야. 노백, 한번 피워 봐."남문빈의 맞은편에 앉은 노백은 피둥피둥 살이 쪄있는 남자였고 얼굴에는 흉악한 지네 같은 칼자국이 나 있었다. 그리고 머리가 다 빠진 정수리에는 6개의 동그란 향 흉터가 있었다.노백은 각지를 돌아다니며 범죄를 저지르는 흉악범으로 일찍이 소림무승이었다고 자칭했다. 그러다 후에 소림의 규칙을 견디지 못하여 몇 명의 사형제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와 흉악범으로 직업을 바꾸었다고 한다.노백이 진짜 무승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잘 모르지만, 확실히 남다른 싸움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남문빈이 잘 알고 있었다."시가는 당신 같은 부자들이 잘난 척할 때나 피우는 거고, 나처럼 가난한 사람은 홍탑산을 피우는 걸 좋아해."노백이 품에서 홍탑산을 꺼내 입에 물고는 말을 이어갔다."무슨 일이 있으면 그냥 말해. 우리 오늘 처음 만나는 것도 아니고. 서로에 대해 알 건 다 아는 사이잖아."남문빈이 듣더니 웃으며 서류 봉투 하나를 노백에게 던졌다.그러자 노백이 서류를 꺼내 한번 훑어보았다. 전부 이강현에 관한 자료였고, 맨 뒷장에는 고씨 가문에 대한 프로필도 첨부되어 있었다."그 사람이 내 조카를 때렸어. 네가 도와줘야 할 것 같아. 그의 아내 고운란이 그의 약점이야. 나의 요구가 높지는 않아. 고운란을 납치하고 이강현에게 본때를 보여줘. 그리고 그들 부부를 데리고 나한테로 와."말하고 있는 남문빈의 눈에는 증오의 빛이 번쩍였다.이에 노백이 의아해하며 남문빈을 향해 물었다."너도 유명한 효웅이고 밑에 수하가 엄청 많잖아? 왜 하필 나에게 이렇게 간단한 일을 부탁하는 거야?""아니, 그 녀석이 전혀 간단하지 않아. 내가 대처할 수 있는 놈이었으면 너 같은 강도를 찾지도 않았어."남문빈이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이강현한테서 받은 좌절은 너무 체면을 짓밟는 일이라 차마 입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노백이 듣더
아침 막 떠오르는 해에 황금색으로 물 들린 하늘의 구름은 하루를 금방 시작한 이들에게 무한한 희망을 주고 있었다.그리고 그 희망을 품고 고운란은 오늘도 힘차게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하지만 산산조각이 난 회사 강화유리 대문을 본 순간 그 희망은 그대로 대문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큰일 났어!’딴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운란은 재빨리 차에서 내려 회사로 뛰어 들어갔다.회사 안은 온통 난장판이었고, 도처에 정체 모를 도구로 부서진 흔적들이 남아있었다.고운란은 순간 놀라서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훼손된 정도를 봐서는 범인이 극악무도한 강도들일 게 분명했다.그녀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신고하려고 했다. 그런데 마침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황급히 고개를 돌리니 노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노백이 그녀를 보며 입을 벌리고 웃자 얼굴에 난 지네 모양의 칼자국도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지네가 살아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예쁜이, 네가 바로 고운란이지? 나 너무 오래 기다렸단 말이야.""당, 당신 누구야? 왜 우리 회사를 때려 부순 건데?"고운란이 말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신고하고 싶었지만 휴대폰을 들고 있는 손이 떨리고 있어 숫자도 제대로 누르지 못했다."발버둥은 그만 치고. 내 말을 잘 들으면 고생은 덜 할 거야. 난 종래로 말 듣지 않는 여인을 불쌍히 여기지 않거든."노백이 말하면서 성큼성큼 고운란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고는 독수리가 병아리를 잡듯 고운란의 뒷덜미를 덥석 잡았다.그러다 공포에 질린 고운란이 발버둥 치자 노백이 두툼한 손을 들어 고운란의 얼굴 앞에 대고 흔들었다."계속 발버둥 쳐 봐, 내가 바로 이 도톰한 손으로 뺨을 날려줄 거야."굳은살이 온통 박힌 남자의 손을 본 순간 고운란은 조용해졌다.노백은 그제야 고운란을 데리고 회의실로 갔다. 회의실의 책상과 의자는 이미 구석으로 밀려났고 커다란 방에는 고씨 가문의 가족과 회사의 고위층 직원들이 가득 웅크리고 있었다.고운란은 단번에 고민국, 고건강, 고흥윤 세 사람
고운란이 침착하게 물었다.그러자 노백이 웃으며 의자에 앉아 부하가 건네준 홍탑산을 입에 물고 대답했다."너 정말 몰라? 다들 고귀한 사람들이 일을 자주 까먹는다는데, 넌 예쁜 사람이 일을 자주 까먹는다고 해야 맞는 거네?"고운란이 듣더니 바로 큰 소리로 외쳤다."난 당신들을 몰라. 당신들 대체 누구야! 이러는 이유가 뭐냐고!""헤헤, 기억이 안 나면 말고. 하지만 이 일이 너와 관련이 있다는 것만 기억해 둬. 너의 그 병신 남편과도 관련이 있고. 여기에 잡혀 온 나머지 사람들은 뭐, 너희 둘 때문에 같이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라고 하지."노백의 눈빛에는 장난기로 가득했다.고운란한테 장난을 쳐보는 것도 재밌는 일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렇게 미인을 놀릴 기회가 많지는 않으니까.그런데 노백의 말에 고흥윤이 분노하여 먼저 소리쳤다."고운란, 너 대체 이강현이랑 무슨 일을 한 거야! 너희들이 친 사고에 우리를 연루시키지 말라고!"눈앞의 극악무도해 보이는 나쁜 놈들이 이성을 잃는 순간 그들은 전부 죽게 될 거라는 생각에 그는 두려움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고흥윤의 물음에 고운란은 고개만 저었다. 그녀도 그들이 도대체 누구의 미움을 샀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남궁 사장의 일과 남 도련님의 일이 순간 고운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났지만 그녀는 이내 부정했다. 그 두 사람의 일은 이미 깨끗하게 처리 되었기에 이렇게 다시 찾아온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러나 그 두 사람을 제외하고 고운란은 그들이 최근에 대체 누구의 미움을 샀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얼굴색이 창백해진 고운란의 모습에 노백이 허허 웃으며 고운란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매콤한 연기 냄새에 사레가 들린 고운란은 순간 기침을 했다."어허, 우리 예쁜이가 아직 담배 냄새에 적응하지 못했나 보네? 이 연약한 모습을 보노라니 나 측은한 마음이 들 것 같아. 그러나 나도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고 온 거니 어쩔 수 없이 먼저 고생해 줘."장난을 실컷 치고 난 노백은 다시 고운란의 휴대폰
"너 누구야! 운란이 어떻게 됐어! 너 운란이를 건들지 마! 복수하고 싶으면 나한테 오라고!"이강현이 노호하며 바로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운란이 또 납치당했어! 누가 그랬을까?’하지만 누가 범인이든 그는 먼저 달려가 고운란을 구해야 했다."어이구. 정도 많은 자식이었네? 네 마누라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야? 그럼 일단 배경 음악부터 들려줄게."노백이 웃으며 휴대폰을 들어 한창 얻어맞고 있는 고민국 그들 쪽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노백의 자세에 그의 부하들은 더욱 힘을 다해 고민국 등을 구타했다."아! 아파! 빌어먹을 이강현! 너 때문에 우리가 맞고 있다고! 빨리 튀어와!""병신 자식아! 넌 정말 도움이 안 되는 놈이야! 너 당장 나타나지 않으면 네 아내가 이놈들한테 괴롭힘을 당할 거야!""고운란 이 나쁜 년아! 빨리 네 그 쓸모없는 남편과 말해! 당장 튀어오라고! 우리 맞아 죽는다고!"고민국 등은 분분히 욕설을 퍼부었고 그 소리는 휴대폰을 통해 이강현의 귀에 전해졌다.그리고 그들의 울부짖음과 함께 이강현의 머릿속에 갑자기 한 곳이 생각났다.‘회사!’회사에서만 고민국 그들이 고운란과 함께 있을 수 있고, 회사에서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곳에 모여있을 수 있다.이강현은 고운란이 납치된 곳을 추정해 내고 재빨리 바이크에 올라타 고씨 가문의 회사 방향으로 미친 듯이 달렸다.지금은 아침 출근 시간이라 차를 타면 틀림없이 길에 막힐 것이다. 그러니 빠르고 편리한 바이크가 제일 적합했다.그는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휴대폰를 들고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이강현에게 한참 들려준 후 노백이 천천히 휴대폰을 다시 자신의 귓가에 댔다."들었지, 병신아. 그들이 지금 엄청 신나게 너를 욕하고 있거든."이강현이 노호하며 물었다."너 대체 뭐 하자는 거야!""너랑 게임하려고. 10분 안으로 회사 회의실로 와.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네 아내를 맛볼 거야. 하하하, 나 네 아내가 너무 마음에 들어. 너무 예쁘단 말이
뻥-두 명의 부하는 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하고 바로 기절했다.이강현은 기절한 부하 두 명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회의실로 향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실 입구에 도착했다.문지기가 이강현을 보더니 냉소하며 회의실 문을 열었다."형님, 이강현이 왔습니다."노백이 순간 멍해졌다. 그러다 핸드폰의 시간을 확인하고는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왜 이렇게 빨리 왔어! 이러면 흉악한 게임을 하지도 못하게 되잖아."이강현이 노백과 눈을 한 번 마주치고는 바로 발을 들어 문지기의 허리를 걷어찼다.고운란이 이강현을 보더니 기뻐서 눈물을 흘렸다. 이강현이 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고민국 그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더는 노백의 그 ‘10분 게임’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강현에게 차여 회의실 입구에 쓰러져 있는 노백의 부하를 보더니 고민국 그들의 등골은 순식간에 서늘해졌다.‘이 빌어먹을 이강현이 뭘 하려는 거야! 우리가 강도 손에 죽는 꼴을 보고 싶은 거야?’"이강현, 너 미쳤어? 우리 지금 인질이라고! 운란의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그러면 안 되지!"고민국이 놀라서 소리쳤다.만약 이강현이 이 강도들을 화나게 만들어 강도들이 이성을 잃게 되면 그들은 다 죽어야 했다."병신 자식아, 함부로 행동하지 마! 여긴 네가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어서 공손하게 이 형님들에게 사과해!""네가 이 형님들에게 불경한 건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거야! 우리가 만약 죽게 되면 귀신이 되어서라도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고민국 등은 이강현이 미워 죽을 지경이었다. 때가 언제인데 아직도 사고를 치려고 하다니. 이강현의 행동은 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한 무리의 부하들이 호시탐탐 이강현을 노리고 있었다. 이강현의 유별난 등장방식에 대해 그들은 하나같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노백도 그 장면에 입가가 심하게 두 번 떨렸다. 그러자 얼굴에 난 지네 같은 칼자국이 덩달아 움직였다."배짱이 있네. 네 마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