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현과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던 경호원이 전기충격기 버튼을 누르자 지직 하는 소리가 났다. 몸을 오싹하게 만드는 소리였다.이강현은 웃으며 경호원들을 보고 손짓했다.경호원들은 이강현의 도발에 전기충격기를 들고 돌진했다.남궁 수호는 다리를 꼬고 앉아 양 옆에 여자들을 껴안고는 웃으며 말했다.“우리 부하들 멋지지 않아?”“전 사장님이 제일 멋져요, 침대 위에선 더 멋질 것 같은데 오늘 저녁 저랑 함께 계시는 거 어때요?”“하하하, 그래그래. 이 자식 혼 좀 내주고 나랑 놀러 가자.”남궁 수호는 어깨를 들썩이며 멀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보고 있었다.화가 단단히 난 이강현은 얼굴이 창백해졌다.벌 떼같이 달려드는 경호원임에도 불구하고 이강현은 눈 깜짝하지 않았다.그런 이강현의 살기에 경호원들은 반쯤 쫄아있었다.하지만 남궁 수호가 눈여겨보고 있는 탓에 경호원들은 감히 뒤로 물러나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달려들었다.전기충격기가 파란 불빛을 내뿜었지만 그 충격기가 이강현의 몸에 닿기도 전에 이강현은 이미 경호원들의 손목을 부러뜨렸다.“젠장.”이강현이 울부짖으며 경호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평소에는 늑대마냥 으르렁거리던 경호원들이 겁 먹은 표정으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이강현은 눈 깜짝할 사이에 경호원들을 하나둘씩 쓰러뜨렸다.남궁 수호의 담배가 다 타기도 전에 경호원들 절반이 부상을 입었다.이강현이 서서히 몸을 돌려 남궁 수호를 노려보았다.남궁 수호는 너무 놀란 나머지 담배를 바짓가랑이에 떨구었다.타들어 가는 담뱃불에 의해 남궁 수호의 바지에는 연기가 났다.“헉!”남궁 수호가 소리 지르며 담배를 튕겼다.“사장님, 저희 너무 무서워요.”호스티스들은 이강현의 눈빛에 자기도 모르게 남궁 수호의 등 뒤에 숨었다.“못난이들 같으니라고, 꼴에 고수라고 자칭하기는.”남궁 수호는 화를 내며 말했지만 사실 두렵기만 했다.전 사장이 이강현을 가리키며 말했다.“지금 뭐 하려는 거야? 여긴 네가 행패 부릴만한 곳이 아니야, 얼른 꺼져
이강현이 남궁 수호의 얼굴을 밟고 있는 모습에 전 사장과 임 사장은 얼굴에 경련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남궁 수호를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이강현이 처음이었다.남궁 수호의 얼굴에서 피가 흘러내렸다.이 사장은 마른 침만 삼켰다. 보기만 해도 아파났다.“이강현……. 말로 해, 말로. 먼저 남궁 사장 놓고 말해.”이 사장이 긴장해하며 말했다.“네가 놓으라면 내가 놓을 줄 알고? 네가 뭔데 내가 너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건데? 다 잊은거 야?”이강현이 발에 힘을 주었다.“고씨 집안은 감히 너희들이 건드릴 수 있는 그런 집안이 아니야, 앞으로 다시 고씨 집안 사람들, 그리고 고운란한테 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면 그땐 내가 너희들을 거지로 만들어주는수가 있어.”남궁 수호는 이강현에 밟히워 아프기는 했지만 자존심이 강했는지라 굴복할 수가 없었다.“쟤 말 믿지 마, 그래봤자 데릴사위일 뿐이야, 너 싸움 잘한다며? 오늘 날 죽이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럼 네가 죽을 거니까.”남궁 수호의 말에 용기를 얻은 세 사람은 이강현과 한번 끝까지 싸워보기로 했다.게다가 전 사장을 비롯한 다른 세 사람은 이강현을 싸움 외에는 할줄 있는 게 없는 놈으로 업신여겼다.돈 액수만 더 늘려 대단한 사람을 찾아오기만 한다면 이강현을 무릎 꿇게 할수 있을거라 생각했다.“이강현, 너 너무 건방지게 행동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감히 남궁 사장한테 주먹을 날려? 지금 당장 남궁 사장 놔주지 않으면 내가 사람 부를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넌 죽을수도 있어.”“우릴 죽이면 너도 끝장이야, 하지만 넌 우릴 죽일 수 없을걸? 네가 치러야 할 대가가 더 클 테니까, 네 와이프 이쁜데다가 딸도 아직 어리잖아? 네가 사람 죽여서 교도소라도 들어가게 되면 와이프랑 자식 어떻게 할건데? 생각 좀 해봐.”“쟤가 생각이나 할 줄 알겠어? 생각할 줄 알았으면 저렇게는 행동 안 할 거야. 너한테 사죄할수 있는 기회를 줄게. 얼른 남궁 사장 풀어주고 우리 한테 무릎 꿇고 사과해, 우리가 기분 좋으면 널 놓아
“네가 누군줄 알고 도전을 한다 만다야? 무한도전 인줄 알고 있는거야?”남궁 수호가 외쳤다.전 사장이 이강현을 가리키며 말했다.“진짜 할수 있으면 여기서 큰 소리 치지 말고 우리 망하게 해줘봐.”“우릴 망하게 한다는거 다 개소리잖아. 네가 우리가 갖고있는 자산이 얼마인줄 알고 우릴 망하게 해? 아직 꿈에서 안 깬거야?”임 사장이 이강현을 보며 말했다.이 사장이 담배를 물며 말했다.“쓰레기 주제에 말이 많아. 한성에서 우릴 망하게 할 사람은 없어.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직 태여나지도 않았다는 말이야.”전 사장의 말에 이강현은 인내심을 잃었다.“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그럼 어디 한번 느껴봐, 그 감정.”이강현이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연락을 했다.이강현의 전화 치는 모습에 전 사장이 피씩 웃었다.“꼴에 흉내는 잘 내, 영화를 너무 많이 본거 아니야? 전화 한통이면 다 해결되는줄 아나보지?”“하게 놔둬, 전화 받는 사람이 없으면 어떡해, 한달 용돈이 몇십만도 되지 않는 거지가 우릴 놀래키려고 하는거잖아, 하하하.”임 사장이 웃기 시작했다.이강현의 전화에 용문 세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궁 수호를 비롯한 세 사람의 자료를 수집해 유관 부문에서 일 처리를 하기 시작했다.남궁 수호는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줄도 모르고 이강현을 비웃기만 했다.“쓰레기가 주접 너무 심하게 떨고 있잖아, 전화 한 통이면 다 되는줄 아나본데, 연기가 영 별로야.”“영화도 제대로 보지 못했나봐, 보고 배우는것도 잘 따라하지 못해서는. 어떻게 수습하나 지켜볼거야.”이강현은 핸드폰을 집어넣으며 말했다.“망할 준비나 하고 있어. 십분이면 끝날거야.”“아이고, 대단하다 그래, 전화 몇 통에 우릴 망하게 한다고? 자기가 무슨 신선인줄 아나봐?”“아마 자신이 부자라고 착각하고 있나봐, 하하하, 아무리 부자라도 십분안에 우릴 망하게 할수는 없을걸. 지금이 저녁 10시라 출근하는 곳도 없을텐데 우릴 어떻게 망하게 한다고 그래?”“뭘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해?
10분이 지났다.남궁 수호가 소리쳤다.“네 입으로도 말했잖아, 시간 다 됐다고, 우릴 망하게 한다며? 해봐 얼른.”“남궁 사장님, 저런 놈이랑 무슨 말을 한다고 그래요, 우릴 망하게 한다니요, 그 능력 있었으면 고씨 집안 데릴사위가 되지 않았겠죠, 집에서는 찌질이로 살고 우리들앞에서는 잘난척 하다니, 정말 역겨워.”전 사장이 남궁 수호를 일으키며 말했다.이강현이 시간 다 됐다고 말할때 이미 남궁 사장을 풀어주었다. 이강현은 남궁 사장이 자신이 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의 표정을 보고 싶었기때문이다.임 사장이 종이를 꺼내 남궁 사장의 얼굴에 묻어있는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남궁 사장님, 이젠 우리가 사람 부를 차례에요. 오늘 밤 이 일 무조건 해결해야 해요. 저 놈 사지를 뿌러뜨려야겠어요.”“사지로는 턱도 없지, 부러뜨릴수 있는 곳은 다 부러뜨려야 할거야. 그렇게 되면 고운란도 남궁 사장님의 여자가 될거니까. 음……. 누가 이런 기막힌 타이밍에 전화 하는거야?”전 사장이 한창 열심히 남궁 사장의 비위를 맞춰주고 있을때 핸드폰 벨이 울렸다.전 사장은 전화를 끊으려다가 멈칫 했다.전화를 걸어온건 재무부 부장이었다. 이 시간에 걸어온 전화라면 일이 생긴게 분명했다.전 사장은 이강현을 바라보며 머리를 흔들었다. 이강현이 자신을 망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을 머리에서 털어버리려고 애썼다.전 사장을 심호흡을 하며 통화버튼을 눌렀다.“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큰……. 큰일 났어요, 전 사장님, 회사 유동자금이 정지되었어요, 은행쪽에서는 우리 회사가 위험성 있다는 이유로 대출을 갚아내라고 재촉하고 있어요.”“어떻게 된 일이야? 아무 일도 없던 회사가 왜 하루아침에 이 지경이 된거냐는 말이야1”전 사장이 외쳤다.“저도 모르겠어요, 은행 쪽에서 내일 아침까지 우리 회사 자금을 모두 빼간다고 했어요. 내일 점심까지 대출을 갚지 않으면 우리 회사 건물이 저당 잡힐거라고 했어요.”“일단 알아봐, 자금 쪽은 내가 생각해볼게.”남궁 수호를 비롯한 세 사람이
“임 사장님, 큰일 났어요. 아까 유관 부문에서 수색영장 갖고 들이닥쳤는데 경영 문건이랑 재무에 관한 서류들을 갖고 갔어요. 게다가 지금 공장에 딱지가 붙어있는 상황이에요. 지시가 내리기 전에 생산작업을 할 수가 없대요.”“그게 무슨 말이야? 이유는? 이유가 뭔데? 변호사들 뭐하고 앉아있어?”임 사장이 고래고래 소리쳤다.경영과 재무 서류가 압수된 이상 발 빼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공장에서 생산작업을 하게 못한다면 그건 망하기 직전일 거다.“위법 생산경영과 세금 납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일도 수색하러 사람들이 온 대요. 임 사장님, 얼른 피하세요, 여긴 제가 알아서 할게요.”“몹쓸 놈들!”임 사장이 전화를 끊었다.“임 사장, 일단 화 좀 가라앉혀, 내가 내일 아침 일찍 알아볼게.”남궁 수호가 임 사장을 위로하며 말했다.“남궁 사장님, 이럴 때 제 곁에 있어 줘서 정말 고마워요!”임 사장이 감격해하며 말했다.“큰……. 큰일 났어, 내 핸드폰도 울리기 시작했어.”이 사장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냈다.“홍보팀 팀장한테서 걸려 온 전화야, 이 년 이런 상황에 지금 뭘 하려는 거야?”홍보팀 침장은 이 사장의 연인이었기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류연아, 오늘 밤은 내가 못 들어갈 것 같아. 지금 남궁 사장님이랑 같이 있거든.”류연의 귀청 째지는 듯한 소리가 핸드폰을 뚫고 나왔다.“당신 회사 지금 망하게 생겼어! 난 헤여지자는 말하려고 연락한 거야! 앞으로 나 찾아오지 마! 난 당신이랑 아무런 상관 없는 사이니까!”“류연아, 그게 무슨 말이야? 어떻게 된 일이야?”이 사장이 머리를 만지며 물었다.“회사에서 판매하던 제품에 문제 생겼던 일 잊었어? 그 일로 지금 조사중이야, 여기 있는 사람들 지금 회사로 가고 있어, 당신 교도소에 들어갈 준비나 하고 있어.”말을 마친 류연이 전화를 끊었다. 이 사장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어떡해요? 저 이제 다 끝났어요, 저 좀 살려주세요, 남궁 사장님.”이 사장이 울며 말했다.전 사
남궁 수호는 두려움이 일었다. 계속하여 울리는 핸드폰을 당장 던져버리고 싶었다.핸드폰 벨 소리는 저주와도 같이 앞에 있는 세 사람을 먹어버렸다.받을지 말지가 문제였다.“남궁 사장님, 전화 받아보시는 게 어때요?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해결할 방법을 찾으면 되잖아요.”전 사장의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려왔다.남궁 수호는 전 사장을 비롯한 세 사람의 희망이었다. 남궁 수호한테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건 같이 망하자는 얘기였다.회사가 망하게 된다면 모든 재부도 날아갈게 될것이고 사치한 삶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될 것이다.남궁 수호는 머뭇거리며 손에 핸드폰을 집어들었다.핸드폰 벨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남궁 수호는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마치 죽음의 신 손에서 벗어나기라도 한 듯이 쏘파에 기대여 숨을 헐떡였다.남궁 수호의 옷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셔츠가 땀에 젖어 피부에 찰싹 달라붙었다.“전화 왜 안 받아?”이강현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남궁 수호는 이강현을 노려보았다.“다 너 때문이야, 네가 고작 이런걸로 날 어떻게 하려나 본데 착각이야.”남궁 수호가 울부짖었다. 남궁 수호는 이렇게나마 두려움과 공포감을 해소하는듯 싶었다.“전화벨이 울리잖아, 받아 봐.”이강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씰룩거렸다.남궁 수호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어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이강현의 전화를 받아라는 목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콩알만 한 땀방울이 이마에서 흘러내렸다. 통화버튼을 눌러 핸드폰을 귀가에 가져다 대었다.“여보세요?”무력함고 공포감이 몰려왔다.“남궁 사장님, 큰일 났어요, 회사 자금이 지금 정지된 상태에요. 생산공장과 창고도 이미 압수된 상태고요. 지금 모든 제품들의 질량때문에 고소 전화가 들어오고 있어요,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님들이 늘어나고 있고요, 그리고…….”회사 전체에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폭풍우가 휘몰아칠 예정인 듯 했다.남궁 수호는 절망에 빠졌다. 남궁 수호의 인맥이 아무리 넓다 해도 이 일
남궁 수호는 멘탈이 나간 상태로 쏘파에 무기력하게 누워있었다.“남궁 사장님, 괜찮으신 거 맞죠?”전 사장이 나지막하게 물었다.“안……. 괜찮아.”남궁 수호가 무기력하게 말하며 멀지 않는 곳에 서 있는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이강현이 바로 자신을 파산으로 몰아넣은 사람이었다.회사 부도를 막고 계속 사치한 삶을 살아가려면 이강현의 용서를 비는수밖에 없었다.남궁 수호는 쏘파에서 몸을 일으켜 이강현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남궁 수호의 머리가 바닥에 닿으며 쿵 하는 소리를 냈다.전 사장을 비롯한 세 사람은 멍해 서 있었다.“남궁 사장님! 어떻게…….”전 사장이 다음 말을 잇기도 전에 남궁 사장은 또 다시 허리를 굽혀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쿵쿵쿵.머리를 박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남궁 사장도 몇 번이나 머리를 바닥에 박았는지 셀 수가 없었다.남궁 수호가 고개를 치켜들었을 때 이마는 이미 까져있었다.“이강현……. 아니, 이 어르신, 제가 어르신을 몰라뵀습니다. 제가 잠시 머리가 어떻게 되었나 봅니다. 저 좀 용서해 주세요, 제 회사도 좀 살려주세요.”남궁 수호는 피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제가 잘못했어요, 저한테 어떤 벌을 내려도 달갑게 받겠습니다. 우리 회사 부도……. 회사 부도만 막아주세요.”남궁 수호의 회사가 일단 부도가 난다는 소식이 밖에 알려지면 남궁 수호의 원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할것 이며 그렇게 되면 남궁 수호는 내일 아침까지도 살아남기가 힘들 것이다.전 사장, 임 사장, 이 사장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하나둘씩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털썩!털썩!털썩!세 사람은 남궁 수호를 본따 머리를 땅에 박기 시작했다.호스티스들은 앞에 펼쳐진 광경에 몸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그들은 호기심에 찬 눈길로 이강현을 바라보아ㅆ다.호스티스들은 이강현이 갑자기 커 보였다. 싸움도 잘하는 데다가 남궁 수호까지 벌벌 떨게 만들고 전화 몇 통으로 사장님들을 무릎까지 꿇게 만들었으니 전설의 인물이 아닐 수가 없었다.호스티스들은 이강현과의
‘네가 뭘 하려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남궁 수호는 마음속으로 되뇌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예전과 같았으면 남궁 수호는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을게 분명했다.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생사가 이강현 손에 달려있었기에 어쩔수가 없었다.“이 어르신의 뜻을 저희가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부디 어르신께서 저희들한테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남궁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그 머리로 장사를 하다니, 운도 참 좋은것 같아.”남궁 수호가 어색한듯 웃어보였다.전 사장이 나지막하게 물었다.“이 어르신 우리들한테 가르침을 주시려고 그러는거죠? 어르신의 가르침 받들겠습니다.”“하하.”이강현이 무표정으로 말했다.“가르친다고? 난 너희들같은 병신 손주들을 둔 적이 없어.”“어르신 말이 맞으세요, 우리가 병신들이에요, 어르신께서 어떤 벌을 내리시든 저희가 달갑게 받겠습니다.”이강현이 담배를 꺼내자 남궁 수호가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부쳤다.이강현은 남궁 수호를 발로 뻥 차버렸다,“내가 불 부쳐라고 했어? 뭐가 틀렸는지 알것 같아?”“제가 어르신을 몰라뵜어요, 제가 눈이 멀었어요, 제 잘못이에요.”이강현은 어이가 없다는듯이 남궁 수호를 바라보았다. 지금 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남궁 수호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이강현의 어두워진 표정에 남궁 수호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어르신의 충고를 무시하는게 아니었어요. 앞으로 고운란과 고씨 집안에 그 어떠한 도덕을 넘나드는 생각은 하지 않을거에요. 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우리는 고씨 집안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것입니다.”남궁 수호는 사건의 요점을 파악했다고 생각하고 이강현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했다.“이것으로는 모자라.”이강현이 냉정하게 말했다.“저희는 어르신이 내린 지시 받들겠습니다.”남궁 수호가 말했다.기업의 부도를 막을수만 있다면 이강현이 하라는 모든걸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고씨 집에 직접 방문하여 사과하도록 해.”남궁 수호를 비롯한 네 사람이 안도의 숨을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