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기사는 즉시 속도를 높였다.차는 곧 고운란의 집앞에 멈추었다.길가에서 기다리던 부하는 한 걸음에 달려와 차 문을 열었다.“부탁하신 야식입니다. 정 셰프가 직접만든 겁니다.”이강현은 음식을 받고 웃으며 집으로 걸어갔다.문을 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텔레비죤을 보고있던 최순은 눈썹을 찌푸리고 다소 화가 난 채로 그를 쏘아봤다. “한 밤중에 어디가서 놀다오는 거야! 여자라도 만나러 간거 아니야? 하여튼 능력도 없으면서 거들먹거리기는...... .”이강현은 얼굴이 어두워져 해명하려고 했다.“장모님, 놀러간게 아니라 친구 도와줄러 갔었어요.”“아니긴 뭐가 아니야! 운란이가 너한테 전화할 때, 내가 다 들었어! 어디서 발뺌이야!”최순의 함성을 듣고 고운란은 방에서 나와 말렸다.“엄마, 또 왜 그래요? 왜 또 야단치고 그러세요!”“내가 뭘 야단쳤다고 그래! 쟤가 밤중에 기어나가서 이제서야 들어왔어! 뭘 했는지 어떻게 알아? 얼른 이혼하라니깐 엄마 말도 안 듣고! 두고 봐, 언젠가 우리한테 복수하고 우리 모두 다 죽여버릴지도 몰라.”“저 봉지에도 흉기가 들어 있을거야! 너 뭐 들고 있어? 왜? 우리 죽일려고 칼이라도 들고 왔어?”이강현은 마냥 어이가 없어 대꾸도 하지 않고 봉지를 천천히 열었다.그리고 그 안의 각종 요리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어머!”고운란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즉시 이강현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정 셰프 심야식당 야식이네! 한정으로 판다고 했는데 어떻게 구했어? 우리 자기 최고야! 나 너무 먹고 싶었는데!”최순은 멍하니 상 위의 각종 요리를 보면서 살짝 뻘쭘했다.“너......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걸 사왔어? 설마 훔친거야?”“아니요, 이것은 제가 친구를 도와주고 답례로 받은 겁니다.”이강현은 당당하게 말했다.그러한 일에 겨우 이러한 답례를 받았다니, 이강현도 마음이 넓은 편이다.“거짓말 하지 마! 네 친구들도 너랑 같은 인간들인데, 어떻게 이런걸 살 돈이 있겠어! 내가 바보야 네말을 그대로 믿
남군은 병상에 누워 꼼짝도 못하고 있다.몸에 심각한 상처는 없지만 마음은 온통 상처투성이라 통증이 배로 증가한 셈이다.지난날 성도에서 위풍당당하던 남군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이강현에게 맞았다.이는 그의 자존심을 짓밟고 영혼을 앗아간 것과 다름없다.“삼촌, 이강현 손 좀 봐야겠어요. 아무리 잘나도 다수에는 어쩔수 없을 거잖아요.”장기적으로 의논하는 것은 남군에게 있어서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오늘의 원수는 반드시 오늘 안에 갚아야 한다.특히 자존심을 짓밟는 원수는 한시라도 빨리 갚아야 한다.남문빈은 담배를 피우면서 눈가를 살짝 두 번 실룩거렸는데, 머릿속에는 온통 손 쉽게 상대를 죽여버리던 이강현의 모습이었다.정중천의 수하에 이강현과 같은 고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다소 두려운 일이다.이쪽에서 가장 꺼리는 것은 바로 경계를 밟는 것이다.이번에 남문빈은 이미 경계를 밟은 셈이다.게다가 서울 지반에 대한 야심도 드러냈다.정중천이라면 아마 독한 사람을 파견하여 자신을 암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네 말도 맞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하려면 나도 집에 설명하기 어려워. 암암리에 최고의 선수들을 보내줄게.”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을 서울로 이동시키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설령 가능한 일이라 하더라도 그는 집안 어르신들께 보고해야 한다.근데 그와 달리 남군은 이 일을 하기에 적합하다.남군은 남씨 가문의 후계자 신분이기때문이다.집안 어르신들도 모두 그를 예뻐하고 그가 말만 하면 응할 수도 있다.남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통을 참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몇 마디 한 후 남군은 전화를 내려놓았다.웃으려고 했으나 얼굴에 타박상을 입은 연조직이 움직여 아파서 웃을 수가 없었다.“아! 아파! 내가 이번엔 반드시 죽여버릴거야! 이강현!”하빈은 멍하니 있다가 재빨리 다가와 아첨하기 시작했다.“죽여버려야 합니다! 당연히 도련님이라면 아주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 있을 겁니다.”“너도 그렇게 생각해? 나도 그런데! 아주 아작아작 씹어 먹
아침.이강현은 일찍 일어나 고운란 일가를 위해 아침밥을 지었다.최순은 탁자 위에 차려진 아침을 보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겨우 빵 몇 조각에 풀떼기라니! 우리가 염소야!”“장모님, 샌드위치는 원래 이렇게 만들어요. 안에 닭가슴살도 넣었어요.”이강현은 다소 무력하게 설명했다.“흥, 닭가슴살 넣으면 또 뭐해! 빈둥빈둥 집에서 놀기만 하면서 밥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너 남자 맞아?”고건민도 눈살을 찌푸리며 불만스러워했다.“우린 밥심으로 사는데 이런건 너나 먹어! 다시 차려!”“다시 차리긴 뭘 차려, 해가 중천까지 떠서야 다 될련지...... 그냥 나가서 먹어.”최순은 화가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그녀의 뒤를 따라 고건민도 이강현을 노려보고 함께 떠났다.고운란은 방문을 열고 부모님이 떠난것을 보고서야 다가와 앉았다.“와아! 샌드위치네! 너무 맛있겠다!”고운란이 능청스럽게 말했다.“얼른 먹어, 회사에 일이 많은거 아니야?”이강현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응, 안 그래도 회사에 가서 지키고 있어야 해. 사고라도 또 치면 내가 골치 아프잖아. 문제가 생기면 제때에 해결하는 게 상책이야! 일이 다 끝나고 나면 미용실에나 다녀와야 겠어. 요즘 너무 푸석해진거 같아.”외모에 신경을 쓰는 현대인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피부관리센터도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이강현은 정신을 가다듬고 문뜩 자신도 피부관리센터를 매입했다는 일이 떠올랐다.한동안 가보지 못했으니, 상황이 어떠한지 보러 가야 할 것 같았다.고운란은 이강현이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발끝으로 이강현의 다리를 건드렸다.“왜 그래?”“우리 자기 지금도 이렇게 이쁜데 미용실까지 다녀오고 나면 다른 여자들 기가 죽어서 어떻해?”이강현은 농담으로 말했다.“내가 예뻐지는게 싫어?”“그건 당연히 아니지! 네가 예쁠수록 난 더 기뻐.”고운란은 이강현을 힐끗 본 뒤 샌드위치를 먹으며 미용에 대해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지금 성형하는 사람도 엄청 많아. 근데 부작용도 엄청 심해서 나
사장님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직원의 대처방법은 뭘까?미용실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신의 개인 능력을 표현할 때가 왔다고 느꼈다.만약 자신의 열정을 드러내고 사장님의 사랑을 받을 수만 있다면, 앞으로 승승장구할수 있다는 생각이 스쳐지났다.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그녀들은 눈이 마주쳤다.두 사람은 흥분을 감추진 못한 채 전력을 다해 아부하는 말을 생각하기 시작했다.이강현은 느릿느릿 센터 입구에 도착했고, 직원은 90도로 인사하며 일제히 외쳤다.“사장님 안녕하세요.”“너무 오랜만에 오셨네요. 사장님 보고 싶었어요.”“김경리님이 안에 계신데, 얼른 모시고 나올게요. 저희 한테 사장님이 직접 아침회의도 열어주셔야죠.”이강현은 입꼬리를 살짝 치켜들고 지난번에 이곳에 와서 무시당했던 정경을 회상했다.그때와 지금은 하늘과 땅차이의 변화가 생겼다.“아니에요, 신경쓰지 말고 계속 일들 봐요.”이강현은 손을 흔들며 혼자 피부관리센터에 들어갔다.두 사람은 내심 실망하며 아부를 제대로 떨지 못한거 같다고 여겼다.이강현은 피부관리센터에 들어섰다.모든 직원들은 이강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각종 아부를 떨었다.이강현은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경리 사무실로 느릿느릿 걸어갔다.장부 검사!센터의 경영 상황을 살피는 것은 모든 사장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이강현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맞은편 사장실 문이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이때 직업복을 입고 몸매가 아름다운 김연아가 걸어나왔다.직업복을 입고 있는 김연아는 평상시보다 성숙하고 매혹적이게 변하곤 한다.이강현에 의해 센터 경리로 발탁된 김연아는 이강현을 마주치자마자 멍해졌다.순간 멈칫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성숙한 미감을 발산했다.“사장님, 오셨어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안그래도 제가 찾아뵐려고 했는데...... .”김연아는 불쑥 찾아온 이강현이 마냥 반갑기만 했다.김연아에게 있어서 이강현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큰 귀인이다.만약 이강현이 없었다면 김연아는 지금의 위치에
김연아는 피부관리센터를 잘 관리하고 있었다.이는 그녀의 뛰어난 능력이자 이강현의 안목이 정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잘했어! 그동안 수고했어.”“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사장님이 없었다면 오늘의 성과도 오늘의저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그를 바라보는 김연아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결혼만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강현은 장부를 닫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다들 열심히 해서 이러한 성과를 이룬거야. 이번달 부터 기초임금 10% 인상한다고 네가 전해줘. 다들 열심히 했으니, 사장인 나도 그만큼 보상을 줘야 하지 않겠어.”김연아는 그의 말에 몹시나 감동하여 눈물을 주르륵 흘렀다.적지 않은 직장을 다니며 적지 않은 사장을 겪어본 김연아다.그녀는 종래로 이강현 처럼 대범한 사장을 본 적이 없다.다른 사장들은 모두 필사적으로 직원을 착취하기만 했다.공로가 있으면 모두 사장의 결책이 적절하다고 스스로 공을 돌리기 바쁘기만 했다.그 어떠한 성과는 직원과는 일절 관계가 없다고 여기는 아주 악덕 사정이다.그러나 이강현은 기초임금을 10% 인상하였는데, 이는 이른바 상여금 따위보다 훨씬 많은 셈이다.“다들 엄청 좋아하겠어요! 사장님이 직접 말하시면 더 좋아할겁니다. 당장 가서 직원들 모이라고 할게요.”김연아는 이강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이미 흥분하여 뛰쳐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강현은 밖에서 시끌벅적한 환호성을 듣게 되었다.그리고 김연아가 사무실로 다시 들어왔다.“사장님, 모두 다 모였는데, 사장님이 직접 이야기해 주시죠!”이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연아의 뜻을 알아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섰다.로비에는 모든 직원들이 가지런히 대열을 이루고 있다.피부관리센터라 직원은 거의 여자고 경호원만 남자다.이강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모든 직원들이 이강현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사장님 안녕십니까!”“네네, 고마워요.”이강현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는데, 마음속에는 어느새 자부심이
직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주는건 이강현한테 일도 아니었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일등 버금으로 가는 미용실로 만들수 있었다.이강현의 말에 직원들은 격동어린 심정으로 자신의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사장님은 저희들 지켜만 보세요. 저희는 사장님이랑 일하면 힘이 나요.”“저희 최선을 다할게요. 잘만 하면 올해 안에 우리 2호점을 열수 있을지도 몰라요.”“사장님과 우리 모두를 위해 함께 노력해요!”“사장님 저희들한테 이런 기회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진아람은 한껏 파이팅 넘치는 직원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직원들의 넘치는 열정에 힘입어 진아람도 힘이 났다.김연아는 이강현을 힐끔 쳐다보았다. 김연아는 가슴에 토끼를 품고있는것마냥 콩닥콩닥 떨렸다. 곧이어 김연아의 얼굴에는 홍조가 일었다.“제가 오늘 여러분들과 한 약속 잊으시지 마시고 이번 프로젝트의 원만한 성공을 축하하면서 오늘 밤 회식자리를 갖도록 하죠.“사장님 최고!”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그럼 다들 하던 일 마저 하세요. 앞으로도 다들 화이팅 입니다.”이강현은 격려의 한 마디를 남긴채 김연아와 함께 매니저실로 향했다.이강현은 핸드폰을 꺼내들어 오도문한테 연락했다.“오늘 밤 회식자리 만들려고 하는데 자리 좀 마련해줘요.”이강현을 위해 일할수 있는 기회를 얻은 오도문은 순간 어쩔바를 몰라했다.“알겠습니다, 작은 도련님, 제가 준비해놓을게요. 몇명 정도 되죠?”오도문은 이강현한테 잘 보이기 위해 안깐힘을 썼다. 오도문은 일단 관인당에서 다른 손님들 접대는 멈추고 이강현 사람들만 모시려고 했다.이강현은 자칫하면 다른 직원들을 놀래킬수도 있다는 생각에 관인당은 너무 오버라고 생각했다.“관인당은 좀 아닌거 같아, 대중들한테 인기 있는 그런 곳이면 돼.”오도문이 말했다.“그럼 당송 레스토랑으로 모시겠습니다. 제 친구 가게인데 환경도 괜찮고 맛도 있어서 대중들한테 꽤 인기 있는 레스토랑이에요.”“그럼 거기로 정하자.”“네 알겠습니다. 제가 친구한테 말해놓을게
“난 됐어, 나가서 일 봐. 혼자 있고 싶어서 그래.”김연아는 아쉬워하며 사무실에서 나왔다.이강현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퇴근시간이 되어서야 몸을 움직였다.“사장님, 오늘 회식때문에 다들 먼저 일찍 퇴근하라고 했어요. 밑에 차 대기시켜놨으니까 이제 출발하시면 되세요.”김연아는 한껏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출발하자.”이강현이 김연아를 따라나섰다. 가게에 있던 직원들도 이강현을 따라 센터에서 나왔다.앞에는 벤이 여러대 멈춰있었다.“다들 차에 타.”이강현이 손짓하자 사람들이 벤에 올라타앉았다.김연아도 이강현의 뒤를 바짝 따랐다.직원들을 태운 벤은 당송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당송 레스토랑 주차장에 멈춰섰다. 이강현은 김연아와 직원들을 데리고 당송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직원들은 이강현을 에워싸고 재잘재잘거리자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눈길을 보내왔다.그 시각 부자집 도련님들은 벤에서 내린 이강현이 한 무리의 여자들한테 에워싸여있는 모습에 불쾌함을 드러냈다.아무리 부자집 도련님이라고 해도 두세명의 여자들을 거느리고 다니는게 보편적인 상황인데 이강현의 주위에는 수십명의 여자들이 에워싸여있었다. 이건 부자집 도련님들도 실현하지 못한 꿈이었다.폼 나는 이강현의 모습에 도련님들은 질투가 났다.“어디서 굴러온 돌덩이가 이렇게 많은 여자들을 데리고 걸리적 거리는거야?”“미모가 그렇게 뛰여난 애들은 없지만 그래도 다들 보통 이상이야. 저 놈 혹시 매매하는 사람 아니니?”“운이 오빠, 그게 진짜야? 지금 다들 이렇게 막 다니는거야? 우리 저 놈 슬쩍 떠 보는거 어때? 저런 놈들 보면 너무 역겨워서 밟아주고 싶단 말이야.”운이의 차에서 내린 고청아는 한 무리 여자들한테 둘러싸여 있는 이강현을 한 눈에 보아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 이강현을 몹시 숭배하는 눈으로 바라보자 고청아는 화가 났다.“운이 오빠, 나 저 놈 누군지 알아. 저 놈 우리 고씨 집안 데릴사위인데 아주 유명한 찌질이야.”운이는 손에 쥐고있던 담배를 휙 던
고청아의 외침에 이강현은 미간을 찌푸렸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신나게 떠들던 김연아는 난데없는 고청아의 외침에 고청아를 째렸다.오늘은 직원들 월급 오른 날이라 무척이나 기분 좋은 날인데 마침 이런 시기에 누군가가 나타나 기분을 잡치게 했다. 김연아는 화가 치밀어올랐다.“누가 우리 사장님한테 소리 지르는거야?”김연아가 분노하며 물었다.“이강현 찌질이가 대표 노릇을 하고 있네. 심지어 슬하에 이렇게 많은 여자 직원들을 두고 있다니. 이강현 너 출세라도 한거니? 아니면 불법노릇 하고있는거야?”고청아가 경악하며 말했다.“불법노릇을 이렇게 대놓고 하다니,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나올 생각을 했대? 경찰이 무섭지 않나봐. 내가 제보 좀 해줘?”비영형이 핸드폰을 꺼내며 물었다.운이형은 고청아를 슬쩍 껴안으며 말했다.“찌질이 이제 살 맛 좀 나나봐. 근데 회사가 좀 별론거 같아. 너한테 잘나가는 누나들 좀 소개시켜줄까? 너 지금 하는 일보다 더 많이 벌게 해줄걸?”김연아는 화가 났다.“당신들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거에요? 우리 사장님은 지금 피부 관리센터를 하고 계세요. 합법적인 곳이라고요. 여자 손님들만 모시는 곳이여서 그런거에요.”“당신들 곁에 있는 여자들이야말로 그런 사람들 아니에요? 우리가 번 돈은 다 정당한 경로로 벌어들인 돈이에요. 우리 사장님도 완전 좋은 사람들이고요. 저희들 모욕하지 마세요.”고청아가 이강현을 가리키더니 도저히 믿을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저 거지가 사장님이라고? 다들 정신이 어떻게 된거 아니야? 팬티 한 장 살 돈도 없는 놈이 피부 관리센터를 어떻게 꾸린다는거야?”“어이, 그 찌질이 동생, 당신 미용실 꾸리려면 돈 얼마나 드는지 알기나 해? 저렇게 많은 직원들한테 한 달 나가는 돈이 얼마나 되는데? 성공한 사람인척 연기 좀 하지마. 그런것 연기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야.”“이런 찌질이랑 대화하는거 재미 없어. 말해봐야 나만 입 아프지. 대꾸도 못하잖아. 진짜 노잼이야.”아무런 대답도 없는 이강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