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래에 왜 이 선생 와야 해.”초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라우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알았어, 오지 않았으니 바로 교환해. 내가 셋을 세면 각자 인질을 풀어주는 거야.”정중천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시작해.”“셋, 둘, 하나!”라우드는 총을 거두고 발을 들어 정대성의 허리를 걷어찼다. 정대성은 몸을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갔다.이와 동시 정중천의 부하들도 톰슨을 풀어주었다. 당황한 톰프슨은 허둥지둥 앞으로 달려갔다.정대성과 톰슨 두 사람은 몸을 스쳐 지나고 나서 각자 진영으로 뛰어갔다.정대성이 달려오자 정중천은 이강현의 말을 떠올리며 아들의 상태를 자세히 볼 겨를도 없이 정대성을 밀쳐 차에 태웠다.“가! 빨리 가자!”정중천은 소리를 지르며 따라 차에 올랐다.월리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하고서 라우드에게 말했다.“막아버릴까요? 이 사람들 상대하기 쉬워요. 인질도 손에 있으면 뒤에 일보기가 쉬울 거예요.”“일리가 있는 말이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럼 움직이죠. 하하하.”라우드는 크게 웃고나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월리스가 명령을 내리려고 할 때 갑자기 헤드셋에서 전투원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1호 초소 보고합니다, 뒷산에서 누군가가 빠르게 돌진하고 있습니다, 인원수가 100명을 넘는 것 같은데 총…… 아! 습격당했어요!”보고를 하던 전투원이 머리에 돌멩이를 맞고 피를 흘리며 시야가 새빨갛게 변했다.주변에 대기 중인 전투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월리스의 발포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월리스는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화를 내며 소리쳤다.“Fuck! 저 자들이 매복하고 있었어. 발포 허락한다! 이 쓰레기들 다 쏴 버려!”이때 정중천 등은 이미 차에 올라탔고, 월리스의 욕설을 들은 이강현은 얼른 재촉하였다.“운전해, 빨리!”다섯 대 차가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으르렁거리며 달려 나갔다.“개자식들! 감히 내 코앞에서 도망가?! 사격!”월리스는 먼저 총을 뽑아 방아쇠를
월리스는 분노에 소리를 질렀다.전투대원들도 모두 화를 내며 수류탄을 마구 터뜨리면서 공격하였다.서민지를 포함한 기타 사람들은 강한 화기에 이미 절반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이거 우리를 데리고 죽으러 온 건가요?! 나 안 해요!”“상대가 아니잖아요, 함정이 분명해요, 우리를 죽이려는 함정! 저도 안 해요!”인심은 순식간에 흩어졌고, 나머지 사제들도 절반 이상 도망쳤다.그러나 도망치는 타이밍를 잘못 골라 두 발짝도 뛰지 못하고 돌격해 내려온 제11전투팀에게 사살당했다.서민지는 옆에 있던 사제들이 밀을 베듯 쓰러지는 것을 보고 두 손으로 땅을 힘껏 내리쳤다.“내 잘못이야, 다 내 잘못이야! 이강현이 꾸민 게 틀림없어! 나 꼭 복수할 거야!”비통에 가득한 서민지는 눈에 피눈물을 흘리며 당장이라도 이강현을 죽이고 싶었다.서민지를 지지하던 몇몇 사제들은 이번 죽음을 피하지 못할 것을 알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이강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저 사람들 우리가 막을 테니까 이 한을 꼭 풀어주세요!”서민지는 피눈물을 흘리며 곁에 있는 사제들을 바라보았다.“나 안가! 저 사람들 내가 막을 거야, 너희들 먼저 빠져나가!”“이럴 때가 아니에요, 우리들 중 탈출 가능한 건 민지 형 밖에 없어요. 나간 후 사부님 동생 빨리 찾아가세요.”“우리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빨리 가세요! 그리고 이강현 그 자식을 찾아 복수해줘요!”서민지는 이를 악물고 돌아서서 포복하여 산 아래로 기어 내려갔다.월리스는 전투원들을 지휘하며 마지막 소탕돌격을 감행했고, 빽빽한 총소리와 함께 비명이 터져 나왔다.“이 자식들 한 놈도 빠짐없이 다 죽여버려! 우리 제11전투팀의 영예를 여기에서 잊을 수는 없어!”월리스는 큰소리로 포효하며 사기를 북돋웠다.막 뒷산에 도착한 홍세영과 우영민은 산에서 울려 퍼지는 총성과 비명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무슨 총소리야? 그것도 이렇게 많이,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홍세영이 당황하며 말했다.“그거 제가 어떻게 알아요,
우영민은 허둥지둥 운전석으로 기어들어가 몇 차례 시도를 거쳐 시동을 걸었다.홍세영은 이미 산기슭으로 뛰어들어 세 발의 총을 맞은 서민지를 부축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다른 사람들은요!”홍세영이 목청을 돋우어 물었다.“묻지 말고 얼른 가자, 빨리! 더 늦으면 죽어!”서민지가 정신을 바짝 차리며 말했다.홍세영은 더 이상 묻지 못했다. 멀리서 발자국 소리와 함께 외국어로 소리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기 때문이다.이것은 적이 쫓아온 것이고, 적은 외국인인 것 같았다.순간 홍세영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해외에 있는 구양지 원수가 온 게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하였다.해외에서 세력을 키우면서 구양지도 많은 사람을 건드렸다. 세계 각지의 격투기 고수들이 모두 구양지한테 도전을 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 고수들은 대부분 실패로 끝을 보았다.망설임 없이 홍세영은 서민지를 업고 산 아래 도로로 달려갔다. 몇 걸음 뛰어가 보니 올 때 타고 있던 차가 쏜살같이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강연간 이 개 자식! 차 멈추지 못해?! 멈춰!”홍세영이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우영민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고 눈 깜짝할 사이에 차를 몰고 사라졌다.“개 자식! 감히 튀어?! 잡히기만 해, 죽여버릴 테니까!”홍세영은 분개하였다.“아무 차나 몰고 빨라 가.”서민지가 힘없이 말했다.팽팽했던 정신이 풀리자 서민지도 곧 죽을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네네, 바로 병원으로 가죠.”홍세영은 서민지를 메고 길 옆에 있는 다른 차를 향해 달려가서 서민지를 뒷좌석에 밀어넣은 뒤 곧바로 운전석에 들어가 시동을 걸고 황급히 출발했다.“병원에 가면 안 돼, 한성에 더는 있을 수 없어, 근처에 있는 마을로 가자, 사부, 사부님 쪽은 잠시 돌볼 겨를이 없어.”뒤에 추격병이 있는 상황에서 병원에 가는 것은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것과 같았다. 서민지는 이강현이 이렇게 빈틈없이 준비했으니 병원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다.사실 서민지의 생각이
이때 라우드가 느릿느릿 따라왔다.“월리스, 실망이네요, 이자들을 상대하는데 팀원 여덟 명이나 다쳤다니 어이가 없네요.”“이건 그냥 해프닝이에요, 해프닝!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절대!”월리스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나한테 소리 지르지 말고 다음 계획이나 생각해요. 이강현 혈액 샘플을 받아야만 우리가 돌아갈 수 있어요.”라우드는 겉으로 아무렇지 않게 느릿느릿 말하지만 사실 속으로 이미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인질 교환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라우드로 하여금 치밀하게 짜여진 함정에 빠져든 느낌을 가지게 하였다.이런 느낌으로 라우드는 매우 불쾌하였다. 전에 남을 놀리는 것은 라우드의 특기이기 때문이다.“난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역할이고, 계획 같은 건 그쪽이 알아서 생각하시죠. 우리 제11전투팀은 당신의 명령을 수행하면 됩니다.”월리스는 약간 화가 났다. 더욱이 라우드가 자신을 비꼬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내팽개치려는 듯했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라우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요, 어떻게 할 건지는 내가 생각할 거니까 먼저 철수하세요. 우리 머무를 곳은 교외 장원에 마련했어요.”월리스는 전투원들을 모아 그들을 데리고 라우드를 따라 교외 장원으로 향했다.차에 오른 후 라우드는 눈을 감고 물었다.“톰슨, 넌 어떻게 생각해? 방금 일어난 일.”월리스는 전투원들을 모아 부하들을 데리고 라우드를 따라 산으로 돌아와 교외의 장원으로 차를 몰고 갔다.링컨 내비게이터 차량에 탄 채 눈을 감은 채 물었다.“이강현, 이강현이 한 짓이 틀림없어!”“방금 이강현이 그곳에 있었어?”라우드가 계속 물었다.“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올라오는 길에 눈과 귀가 가려져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았어. 인질 교환하면서 풀어준 거야.”말을 마친 톰슨이 잠시 망설였다.“근데 이강현이 한 짓이라는 건 확실해, 정중천 머리로 그런 계획을 생각해 낼 수 없어. 그자 부하들도 마찬가지야.”“여러모로 사람을 놀랍게 하네, 이강현. 우리도 당할 수
목적지에 도착한 후 우영민은 차도 제대로 세우지 않고 바로 가게 안의 룸으로 뛰어들어갔다.룸 안에 이강현은 주석에 앉고, 정중천 부자가 이강현의 왼쪽에 앉고, 진효영과 우지민이 이강현의 오른쪽에 앉았다.우영민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이강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앉으세요.”이강현을 보고 우영민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요 며칠 겪은 모든 일들이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애초에 이강현을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탁.우영민은 자신의 뺨을 호되게 때리며 울상을 지었다.“이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앞으로 제가 잘 할게요.”“뭘 그렇게…… 다 지나간 일이니 더 이상 말할 필요 없고, 앞으로 지민을 따라 레이싱 클럽을 잘 운영하면 돼요.”우지민의 관계도 있어 이강현은 용서를 베풀며 우영민의 잘못을 크게 따지지 않았다. “네, 네, 앞으로 더 지민과 같이 레이싱 클럽을 잘 운영할 거예요, 잘 지켜보세요.”충성을 보인 뒤 우영민은 이강현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정중천이 잔을 들며 말했다.“이 선생, 저도 한잔 올리고 싶습니다. 이 선생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저와 정대성도 이렇게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정대성이 따라 말했다.“감사합니다.”이강현이 어쩔 수 없는 웃음을 보였다.“뭐하는 겁니까? 우리 사이에 이럴 필요 없어요, 빨리 앉으세요.”정중천은 이강현의 말에 기뻐하며 설렘을 머금지 못했다.이강현이 이렇게 말한 이상 이강현과 같은 라인에 선 셈이다.“네,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지민이 레이싱 클럽을 차릴 때 대성을 보내 돕게 할까요? 이 자식도 경험을 쌓게 하고요.”정중천은 아들을 위해 기회를 쟁취하였다. 레이싱 클럽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정대성도 이강현과 접촉할 수 있고, 앞으로 이강현의 눈에 들어가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강현이 정대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비록 정대성은 20대 초반이지만 얼굴에는 아직도 풋풋하고 여린 느낌이 남아 있었다.“
“지민아, 일단 시작은 된 것 같고, 레이싱 클럽에 대한 네 계획을 말해 봐.”그 말에 멍해진 우지민은 잠시 궁리하다가 말했다.“당연히 최고로 만드는 거죠, F1 서킷, 카트 서킷, 슈퍼카 서킷이 있어야 하고, 랠리도 있어야 하는데 지형이 안 맞아요.”이강현은 순간 얼굴 표정이 어두워졌다. 우지민이 말한 것은 계획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그게 네 계획이야? 이건 계획이라고 말할 수 없지.”이강현이 담담하게 물었다.우지민은 어색하며 머리를 긁적였다.“아직 많이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게 먼저 인맥을 이용해서 레이싱을 좋아하는 애들을 모이게 하는 겁니다. 이 바닥 레이싱을 좋아하는 재벌들이 많지만 한데 모을 수 있는 곳은 없어요.”“그 원인은 국내 레이싱이 큰 발전이 없고,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차왕, 차신이 없어 사람이 모이지 못하는 거죠. 제 생각에 레이싱 클럽이 성공하려면 사람들을 모으게 하는 힘이 핵심이예요. 그래서 리더가 필요하는 겁니다.”우지민은 말할수록 눈빛이 반짝였다. 핵심 포인트를 파악했다는 생각에 눈빛이 이글거리며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사부님, 사부님이 바로 그 리더가 될 수 있는 분입니다. 레이싱 대회에 나가셔서 국내 제일의 차왕으로 된다면 절반은 성공한 거예요.”우영민은 이것저것 듣다가 자기 조카의 뜻을 대충 알고 맞장구를 쳤다.“문신의 말도 일리가 있어요, 리더라면 이 선생님이 가장 적합하세요.”진효영은 우지민과 우영민을 한 번 쳐다보고는 불만스러운 듯 입을 삐죽거렸다.“우지민 너, 이강현 오빠가 어떻게 계획하냐고 물었는데 일을 오빠한테 떠넘기면 어떻게 해, 그럼 너희들이 왜 필요해?”“너희 셋 다 안 될 것 같아, 아니면 내가 할까? 너희들 보다는 잘 할 것 같은데 말이야.”말을 마친 후 진효영은 한 젓가락을 집어 이강현의 요리 그릇에 담았다.“애들 그만 상대하고 빨리 먹어요.”이강현은 웃으며 먹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맞는 말이지만 틀린 말이기도 해, 리더고 뭐고 다 금상첨화일 뿐이지 결정적인 건 아니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면서 원일그룹도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고운란의 세심한 준비 끝에 윈일그룹의 진로가 결정되고, 고운란도 원일그룹에 부임하기로 결정했다.이강현은 진작 진성택에게 연락해서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유능한 임원들을 스카우트하고 원일그룹의 경영진을 보충하였다.이강현과 고운란은 원일그룹으로 달려가 새로 조직된 회사 임원들을 만났다.새로 영입된 원일그룹의 수석 부사장인 성영우는 임원들과 나란히 사옥 입구에 서서 그룹 회장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우지민이 벤츠를 몰고 건물 입구에 서자 성영우가 다가와 벤츠의 뒷좌석을 문을 열어주었다.먼저 이강현이 차에서 내려 성영우와 악수를 나눴다.“유능한 분이라고 소문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제 아내가 원일그룹 업무를 주관할 때 최선을 다해 보필하세요.”이강현이 웃으며 말했다.성영우는 엄숙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했다.“최선을 다하겠습니다.”성영우는 결코 보통 인물이 아니다. 파산 직전의 제약회사 두 곳을 모두 되살린 인물이다.하지만 유능자의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성공한 다음 회사에 의해 매장되었다.어쩔 수 없는 성영우는 원일그룹에서 제안이 들어왔을 때 이 기회를 잡았다.이미 50세가 다 된 성영우는 이전의 두 주인이 모두 틀렸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싶었다.성영우는 자기에게 충분한 신뢰를 준다면 그 이상으로 보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아쉽게도 이전의 두 주인은 모두 성영우가 자신의 세력을 키워 큰 성공을 이룰까 봐 걱정하였다.“대표님과 사장님이 저에게 권력을 내려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강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회사 일은 내가 관여하지 않을 테니 운란과 상의해 보세요. 옳은 제안이라면 운란도 분명 상응한 권한을 드릴 겁니다.”성영우는 이강현의 옆에 서 있는 고운란을 바라보며 정말 예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근데 예쁘다고 하여 이렇게 큰 회사를 관리하는 것은 조금 지나친 것 같았다.성영우도 똑똑하고, 업무 능력이 우수한 여자들을 많이 보았지만 그 여자들 중 젊
성영우도 임원들을 데리고 회의실로 향했다.지금 많은 임원들이 속으로 의문을 품고 있었다.원일그룹은 아직 정체가 공개되기 않은 새 그룹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원일그룹 대표이고, 사장인 자가 이렇게 젊고 예쁜 여자일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모두가 좋아하는 바이지만 너무 젊으면 불안하기 마련이다.젊다는 것은 경험이 없다는 것이고, 언제든 심각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런 상사를 보좌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 어려운 일이다.“우리 사장님, 너무 어린 거 아니야? 이 대표도 젊은 것 같고, 이거 자기 마누라 환심을 사기 위해 우리를 데려온 거 같은데.”“저 예전에 세계 500강 회사의 부서장이었는데, 여기 일하러 온 거지 누구 비위를 맞춰주러 온 거 아닙니다.”임원들이 속삭이고 있었다. 고운란과 이강현의 젊음 때문에 임원들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고운란은 눈살을 찌푸렸다. 임원들의 말소리는 낮았지만 고운란의 귀에 들어갔다.이강현은 고운란의 안색을 알아차리고 고운란의 손을 살짝 쥐고는 격려의 미소를 지었다.“걱정 마, 당신 실력으로 저 사람들 설득할 수 있을 거야. 난 널 믿어.”고운란은 순간 활력을 되찾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모두들 회의실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고운란과 이강현이 메인 자리에 앉았고, 성영우와 임원진이 좌우에 앉았다.“사장님, 대표님, 요 며칠 제가 여러분과 함께 원일그룹 발전에 대해 계획안을 작성하였는데 지금 두 분께 보고 드립니다.”성영우는 두툼한 서류철을 꺼내 들었다.이강현은 고운란을 눈길을 주며 회의를 진행해라고 하였다.오늘 이강현은 주로 구운람의 뒤받침이 되어주려고 온 것이지 나설 생각은 없었다.고운란은 예의바른 미소를 지었다.“그럼 부 사장이 계획 말해보시죠.”“우리 원일그룹은 제약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문제는 아직 주력 제품을 선정하지 않은 겁니다. 복제약 생산을 하실 건지 아니면 독점 생산을 하나요?”“오리지널이라면 생산이 불가능합니다. 우리 개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