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알겠습니다.”그의 말을 듣고, 비서는 다시 연락을 시도했다.윤소겸은 그저 스타들이 허세를 부리는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냥 돈만 많이 주면, 누구든 모두 무릎을 꿇을 거라 생각했으니까.앉아서 술을 마시다가, 또 몇 분 후 비서가 다시 들어오며 핸드폰을 꺼내고 말했다.“부장님, 핑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말씀하신 것을 다 전해드렸는데, 그녀가 이것을 보내더라고요...”그리고 말하면서, 핸드폰을 윤소겸에게 들이대는 비서.힐끗 쳐다보던 윤소겸은 하마터면 손에 든 술잔을 던질 뻔했다.“야... 이게 뭐야?”“알레르기라고 하네요. 그녀는 지금 병원에 있는데, 부장님께서 믿지 못할까 봐 얼굴의 반만 찍어 보냈습니다.”사진은 비록 반쪽의 얼굴만 보였지만, 붉은 반점에 빽빽하게 자란 뾰루지는 매우 흉했고, 윤소겸이 하마터면 순잔을 던질 번 한것도 당연했다.“됐어! 재수 없어, 진짜! 이런 걸 왜 나한테 보여줘?”그는 노발대발하며 말을 이었다.“안 오면 말고!”“내일 사람을 시켜 과일바구니를 보내. 내 뜻이라고 말하는 것을 잊지 말고, 협력하는 관계인데, 다른 사람이 흠을 잡게 해서는 안 되지!”생각해 본 후, 그는 병을 들고 술을 부어 마시며 다시 말했다.“가만. 비싼 거 더 사주고, 언론사를 불러와 사진을 찍어. 우리 회사가 인문적 배려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지.”이러면 꽤 제대로 한 셈이지.비서가 돌아서자, 사람들은 또 아부하기 시작했고, 그가 탁월한 리더심이 있다고 말했으며, 이번이 회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고까지 했다. 윤소겸은 오늘 밤이 20여년래 가장 즐거운 날이었고, 과거의 굴욕스럽고 빛을 보지 못한 시절이 묻혔으며, 밝고 거대한 미래가 막 시작되었다고 느꼈다.——한편, 병원에서.양미나는 천천히 클렌징 티슈로 얼굴을 닦고, 거울을 보며 얼굴을 좌우로 확인했다.얼굴에 약간의 홍진이 있었지만, 윤소겸에게 보낸 사진처럼 심각하지는 않았고, 그녀는 손가락으로 살짝 홍진을 누르다가 눈을 부라렸다.“
사실이다.그녀를 쓰기로 했던 건 우연의 일치이었다.윤소겸은 일류의 모델이나 스타만 찾아 광고를 찍으려했으니.사실 그의 생각이 틀린 건 아니다.일류는 확실히 판매량을 이끌 수 있었으니까.그러나 그는 전반 예산을 홀시했다.만약 모든 일이 다 그렇게 간단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면 그가 있을 필요도 없었겠지.회사의 어느 한 사람을 끌어냈어도 이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으니까.한편으로는 제한된 예산 지출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엇이든 국제 일류급으로 하려고 하는 아이디어고.그러니 제일 직접적인 해결책이 바로 여러방면에서 축소、압축하고 모델료도 최대한 적게 제공하는 것이었다.그는 이 사회에서 인간관계가 제밀 중요하다고 그가 사귄 "친구"들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체면이 있고 인맥도 있는 이들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그래서 친구가 소개해 준 사람에 대해 그냥 대충 이력서를 찾아보고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그는 일반 시장가보다 가격이 더 낮으면 무슨 문제가 생길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양미나와 요영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건 더더욱 몰랐고.그녀가 다소 암울해진 모습을 보며 양미나는 잠깐의 침묵을 지켰다.그러고는 물었다."하지만 저의 이 알레르기가 진짜 그쪽을 도와드릴 수 있다고요?""그럼요."요영이 그녀의 한 손을 잡고 말했다."우리가 전에 어떻게 말했는지 기억나세요?"양미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렵지는 않아요.병원의 검사 보고서는 내일에 나올 수 있어요.향수 알레르기래요.""하지만 제가 기자들에게 알려서 찍으러 오게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그리고 언론 앞에서 울며불며 하소연까지 하면 반드시 큰 영향을 미치겠지?명문가의 싸움에 대해서 양미나는 직접 접촉한 적은 없지만 꽤나 들어보긴 했었다.다만 무언가를 얻기 위해 자기 집의 장사까지 망칠 줄은 몰랐다.비록 그 프로젝트는 윤소겸이 책임지고 있다지만 필경 윤씨 가문의 산업이고 윤씨 회사의 프로젝트이니까.이 일이 만약 커지면 윤소겸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윤씨 가문 전체에 큰 영향을 가져다 줄 것
그는 눈쌀을 찌푸렸다. 하지만 노형원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였다. 그는 확실히 양미나를 알고 있었다.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적지 않은 친분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여러해가 지났는데도 이 관계를 이용할줄은 몰랐다.“어머니, 제가 어머니의 감정을 이용하려는것이 아니라 이 일을 어머니도 알고 계셔야 할것 같아서 말씀 드리는 겁니다. 이 일에는 우리 모자 세사람의 운명이 달려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한 배를 타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에요.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지 않겠습니까?”노형원은 운전하면서 말했다.요영은 그림자쪽으로 몸을 옮기더니 곧바로 어둠속에 몸을 철저히 숨겼다. 요영은 한숨을 내쉬였다.요영은 자신이 자신의 두 자녀와 손잡아 자신의 남편과 남편이 밖에서 놀아난 여자의 아이와 대치하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원래 그는 그저 명문가의 부인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딸아이에게 좋은 남편감을 찾아주고는 만년을 보낼수 있었다.하지만 이 소소한 소망 마저도 윤중성은 모두 앗아가야 했다. 그는 집안의 모든 것을 그 모자한테 양보하기로 했으니, 요영이 어찌 가만히 있을수 있겠는가.“양미나 일은 내가 처리할게. 다른 일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거 맞니?”요영은 내심 불안한지 또 다시 물었다,운전하고 있던 노형원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어머니, 어쩜 동생이랑 같은 말을 하세요? 안심하셔도 되세요. 내가 이미 판을 다 짜놓았어요. 내일 주주총회에서 득의양양해 있을때 제가 무너뜨려 줄거에요.”“그리 많은 주주들 앞에서 그런 사고를 냈는데 그가 무슨 수로 수습하겠어요? 설령 수습이 가능하다고 해도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는건 망상이에요.”그는 그래도 상업권에서 몇년 자리지킴하고 있었던 몸이라 몸소 체험한 교훈도 적지 않았다. 그는 이젠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르침을 줘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정말 자신이 자기 머리 꼭대기에 있기라도 한듯이 자신에게 호령을 내렸었다. 내일부터 그에게 높은 곳에 서있던 사람일
산뜻한 바람과 푸르른 하늘, 오늘은 화창한 날씨였다. 따스한 햇살이 유리창을 통해 비쳐들어왔다. 회의실에는 이미 주주들이 자리에 착석해 있었다. 한 사람만 빼고… … ."어떻게 됐어?" 윤중성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미 회의실에서 반시간 남짓 기다렸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 사람의 자취를 찾아볼수가 없었다.“전화를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비서는 퍽 난처한듯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사람들을 동원해 그 사람 찾아와, 그 사람 사는 곳에도 가보고 그 사람이 갈수 있는 모든 곳에 가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사람 찾아서 내 앞에 데려와!”그는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였다.그러나 지금은 아니였다. 더 중요한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몸을 돌려 화를 가라앉힌 그는 다시 회의실로 발길을 옮겼다.“오랜 시간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이제 시작하시지요?”“윤 매지너를 안 기다리나요?”메인 좌석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앉은 윤설아가 입을 열었다.윤중성 안색이 어두워지는것을 눈치챈 다른 사람들도 물어왔다.“맞아요. 오늘은 회사 고위층들이 참석하는 회의이지 않습니까? 더우기 중요한것은 윤 매니저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관한 성과보고를 들으러 왔는데요. 지금 이미 아홉시 반이 다 돼가는데 윤 매니저는 왜 아직도 보이지가 않죠? 설마… … . 무슨 일 생긴건 아니죠?”“아니예요. 아니예요.”윤중성은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요즘 프로젝트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늦잠을 잔 모양이에요. 여러분들이 이해 좀 해주세요. 제가 이미 사람 보냈어요. 우리 먼저 시작하시죠. 윤 매니저가 도착한후에 프로젝트에 관한 보고를 진행하라고 하죠. 물론 성과는 이미 우리의 눈으로도 확실히 보아왔죠. 여러분들의 책상위에 상세한 자료가 놓여있습니다. 아주 눈에 띄는 성과죠!”그는 싱글벙글했다. 어차피 실적에서 이윤이 제일 중요했다. 그 말인즉 이번 프로젝트는 아주 성공적이였다. 이 프로젝트로 얻을수 있는 이윤도 어마어마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물론 이러한 처리방식 덕분에 윤 대표이사는 윗층 이사들한테 인상이 비교적 좋은 편이였다. 비록 이 아이가 비즈니스 방면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흥취가 없다고 해서 머리가 나쁜것은 아니였기에 그가 회사에 있을 시기 적지 않은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군 했다. 예를 들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컴퓨터시스템 건설 역시 그가 제출한 아이디어였다.그리고 그 외에 여러가지 많은 투자를 안아온 프로젝트들도 모두 그의 생각이였다.모두들한테 강력한 인상을 남겨준 프로젝트들이였다. 하지만 요즘 윤 대표이사가 장기적으로 병원에 계신 이유로 큰 도련님의 종적도 찾아볼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언가 큰 변화가 시작될 위기인듯 했다.사람들이 슬슬 짜증이 몰려올때 사무실 문이 퍽 하고 열렸다. 윤소겸이 넥타이도 정리하지 못한채 헐떡거리며 문앞에 서있었다. 두 눈을 부릅뜬 그는 마치 혼을 빼앗긴듯 했다.그의 모습을 본 윤중성은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한편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오늘 이 회의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면서도 이런 꼴로 지각을 하다니. 그의 곁으로 가보니 채 가시지 않은 술냄새가 풍겨왔다.그러나 다행히도 오늘 보고할 내용은 그한테 유리했다. 이번 프로젝트로 따낸 성과만 봐도 이번 지갇은 눈 감아줄수 있었다. 옷 차림새가 깔끔하지 못한것과 약간의 흠이 있었지만 그래도 현장에 도착하지 않은 것만은 낳은 짓이였다.“윤 매니저!”작은 목소리를 그를 불렀다. 윤중성은 그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목소리는 이미 많이 가라앉은 상태였다.“자네 요즘 프로젝트 때문에 너무 힘들어도 그렇지 이렇게 늦게 도착하면 어떡하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자넬 기다리고 있는데, 얼른 가서 사죄드리도록 하게.”윤중성은 그의 어깨를 밀치며 일깨워줬다.윤소겸은 방금 정신을 차린듯 숨을 길게 들이쉬더니 경레를 하면서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늦잠을 자는 바람에 지각하고 말았습니다. 제게 내리신 모든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용서를 빕니다.”“그럼 도착했으니 얼른 시작합시다.
"그다음은 산업 시장을 넓힐 계획입니다. 우선 전국을 목표로, 그리고 국제 시장을……."그의 계획은 아주 훌륭했고 연관된 산업 사슬의 초보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는 상태였다.하지만 회사 고위층은 보고서와 자료를 보며 이마를 찌푸렸다. 그들은 별로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잠시만요."누군가 손을 들며 그의 말을 끊었다."지금 우린 한 가지 향수만 출시한 상태예요. 비록 반응은 좋지만, 이 계획이 너무 앞섰다는 생각이 안 드나요? 국내의 향수 시장은 이미 기본적으로 분할됐고 환아는 물론 작은 회사들도 이미 이득을 먹었어요. 이 영역의 초보로써 신중하게 진행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해요."그는 손으로 탁자를 툭툭 치며 이의를 제기했다. 회사의 오래된 관리자로서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윤소겸의 이 큰 그림을 그들이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너무 보수적이세요."윤소겸이 웃으며 말했다."사업을 한다면 도전정신이 있어야죠. 안 그럼 뭐로 시장을 이기겠어요? 말씀대로 향수 시장은 이미 분할된 상태지만 우리가 더 세게 치고 나가면 뺏을 수 없는 건 아니죠. 더군다나 우리의 목표는 국내의 이 작은 떡이 아닌 국제 시장이에요!"그는 의기양양하며 설명했지만, 몇몇 고위층은 서류를 테이블에 던지고 미간을 찌푸렸다.그들의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 젊은 놈이 욕심은 있어서. 작은 성과를 냈지만 국내 시장을 목표로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걸 작은 떡이라고 비유하다니. 점점 믿음이 안 갔다.안 좋은 기미가 보이자, 윤중성이 입을 열었다."제가 보기엔 윤 부장이 세운 계획은 미래 십 년, 심지어 이십 년의 긴 계획인 거 같아요. 확실히 한 발 한 발 가는 게 필요하죠. 그리고 시작에서 이미 아주 훌륭한 성과를 거뒀어요!"윤소겸이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면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절대로 안 좋은 인상을 심어선 안 된다. 그래서 그가 나서서 수습했다."맞아요! 저희 향수의 반응이 아주 뜨거웠죠. 이게 제일 좋은 시작인 거예요. 즉……."그의
"죄송해요, 윤 부장님! 하지만 너무 급한 일이라. 혹시 양미나가 입원한 거 기억하시나요?""알아. 근데 왜? 사람을 시켜 병문안 갔잖아. 왜? 또 무슨 짓 했는데?"비서의 말에 그는 순간 양미나가 또 무슨 이상한 짓을 한 게 아닌지 의심이 갔다.유명 모델이 뭔 대수라고. 어차피 CF도 다 찍었고 돈도 이미 줬다. 만약 양미나가 가만있지 않고 이상한 짓을 한다면 회사의 변호사들도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그게 아니라, 지금 양미나 쪽에서 알레르기 때문에 입원했다고 하는데, 알레르기 원인이……."회의를 중단하고 나온 윤소겸의 마음이 급했다. 거기에 우물쭈물 한 비서를 본 그는 더는 참지 못하고 발길질했다."뭔데, 빨리 말해!""양미나 말로는 알레르기 원인이 저희 향수 때문이고 그 향수에 위험 성분이 들어있어 사람 몸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드디어 말을 꺼낸 비서는 행여 또 발길질 당할까 봐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뭐라고?!"윤소겸이 격하게 화를 냈다."미친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네……그럴 리 없죠."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비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맞장구를 쳤다."이건 모함이야! 근거도 없이 그런 말을!"그의 표정은 아주 무서웠다."고소해! 당장 변호사 찾아! 이 무식한 여자가!"그는 갔다 왔다 하며 회의실을 힐끗 보았다. 그리고 순간 침착해졌다."일단 이 일을 알리지 마. 그리고 그 여자한테 가서 원하는 게 뭔지 물어봐. 돈을 원하는 거야? 아무튼 입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그래. 그렇지 않으면 가만 안 둘 테니까!"윤소겸은 일단 이 일을 조용히 해결하기로 했다. 일이 커지면 쉽게 해결되지 못할 거니까.하지만 비서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늦었어요, 부장님! 기자들도 있어서 아마 곧 인터넷에 퍼질 거예요!""누가 기자를 부른 거야?!"그가 화를 내며 물었다."이건 누가 계획한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빠를 수가 없어!""……."비서가 조
매니저는 말을 마치고 그대로 일보러 나갔다. 윤소겸은 그자리에 멍하니 서서 회의실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그러다 두 손으로 얼굴을 툭툭 치더니 정신을 가다듬고 성큼성큼 걸어가서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오늘의 회의는 여기까지 할까요? 다들 의견 없으면 그냥 여까지 합시다."일이 워낙 시급한지라 어쩌면 먼저 헤쳐지는 것이 우선책이라고 생각하였다.다들 윤소겸의 갑작스런 말에 어리둥절하여 윤소겸만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였다."겸아, 그러니깐 ... ...윤부장, 지금 막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자, 여기로 와서 이 향수를 좀 봐봐." 윤중성은 머쓱해서 껄껄 웃어대며 향수를 꺼내들었다."자, 어서 와서 보라니깐. 다들 향내 한번 맡아 봐봐요."윤중성은 손을 휘휘 저으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나 뭔가 문제라도 있는지 윤소겸은 되려 한보 물러나더니 피하려고 하는 것이였다."아니... ...잠시만!"그는 황급하게 향수에 내미는 손들을 밀쳐내며 높게 소리쳤다. 모두들 윤소겸의 예사롭지 안은 행동에 깜짝 놀라했다. "겸아, 지금 뭐하는 거야?!" 윤중성도 화들짝 놀랐는지 얼굴을 찌프리며 꾸중하려 하였다. 술먹고 지각에 이런 행패까지 부리다니! 윤중성은 이런 생각에 성이 나가 시작했다. 그러나 윤소겸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서 말을 이어 갔다."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러니깐 내말은 그리 급해할 이유가 없단 얘기죠, 하하... ... 아까 여러분들의 의견도 잘 들었어요, 저한테 시간 좀 주세요, 고민해 봐야 할 것이 많아서... ...""무슨 고민? 할 얘기 있으면 지금 말해야지?" 그순간 저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손에 들려있는 휴대폰을 책상위에 놓으면서 고개를 들고 윤소겸을 아니꼽게 쏘아보며 말했다.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이 아닌 회사의 행정 부사장 장진이였다.장진으로 놓고 말하자면 그는 제일 예전부터 윤백건과 두터운 정을 쌓아왔던 사람이다. 회사에서 30여년동안 윤백건과 같이 일을 해왔으니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