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건 엄연히 소은이가 만든 거라고!” 리사가 승복하지 않고 말했다. "……”데이지가 그만하자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그래, 난 너와 싸우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날 믿어, 그녀의 이름은 당분간 말하지 말고, 이틀만 더 기다려."이틀만 더 기다리면 공지사항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어쨌든 더 큰 관심을 끌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다. 갑자기 향수가 뜨는 것에 대해 한소은도 의외였는데, 관건은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전화는 매우 빨리 왔고, 오이연이 제일 먼저 관심을 가졌으며 어쨌든 한소은이 향을 제조하는 과정을 옆에서 배우고 계속 따라다녔기 때문에 뉴스가 나오자마자 리사의 향수가 이슈가 된 걸 보면 어떤 향수를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소은 언니, 뉴스 봤어? 언니가 리사에게 만들어준 그 맞춤 향수가 완전 난리야!”그녀는 전화를 받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아, 난리라고 할 수는 없고, 그냥 소문이 좀 난 건데……조금 신기하네.” 그녀도 그 기사를 읽었는데 단어 선택이 좀 과장됐다고 느꼈다. "신기한 건 둘째치고, 왜 리사가 언니 이름을 직접 말하지 않고 오히려 신비롭게 한국 최고의 조향사라고 한 건지 이해할 수 없어. 지금 모두가 그 몇 명의 국보급 조향사를 유추하고 있는데 언니가 조향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오이연은 매우 화가 났다,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이렇게 좋은 기회를 리사는 왜 가만히 놔둔 것인지!한소은이 며칠 동안 리사를 위해 머리를 짜내며 향수를 더욱 특색 있게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결국 그녀는 가벼운 말 한마디에 덮어졌고, 게다가 무슨 ‘향 찾기 명탐정’이라니?! 명탐정은 개뿔, 분명히 한 마디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꼭 이렇게 끌고 간단 말이지.만약 한소은이 아니었다면 오이연은 언론 앞에 뛰어들어 큰 소리로 외쳤을 것이다.“당신들이 찾는 사람이 바로 우리 한소은 언니야!”그래! 리사는 왜 이렇게 말을 하지 않는
사실 전체적인 향수 산업에 있어 이것은 좋은 일이다, 결국 이것이 전체 판매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향수를 살 수 있는 재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설사 재력이 있다고 해도 그 대가들이 바쁜 와중에도 틈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게다가 지금까지 리사가 말한 그 대단한 조향사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심지어 그녀가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인 조향사라니, 사실 겉치레일 뿐이지 근본적으로 그녀의 아버지인 윌이 직접 그녀를 위해 조제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보니, 이렇게 훌륭한 조향사 아버지가 있는데 다른 사람을 찾을 필요도 없지 않은가, 하물며 한국인은 더더욱 말이다. 외국인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 사람 자체도 자국 조향사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있어 한국인들 사이에 대단한 조향사가 나타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이 일로 인해 리사도 방송국으로부터 인터뷰를 요청받기도 했다. 이 일에 대해 데이지는 매우 기뻐하고 있었고, 그녀는 계속 리사의 직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비록 리사의 조건도 괜찮고, 배경도 있는 편이지만, 운에 있어서는 항상 조금 부족한 것 같았다.그녀는 유명해 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데, 그 순간 엉뚱한 향수 하나에 갑자기 이렇게 관심을 많이 받으니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당연했다. "조향사의 이름을 절대 거론하지 말고 추측하게 내버려 둬! 만약 현장에서 물어보면, 친구가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해.”그녀의 옷과 머리를 정리해 주면서 데이지가 말했다."데이지, 난 그게 너무 싫어!"리사는 요즘 며칠 동안 참아왔는데, 이틀에 걸쳐 데이지가 한소은의 이름을 말하지 못하도록 거의 모든 전화를 막아냈다. 지금 TV에 나오려고 하는데도 이렇게 말하니 리사의 안색이 더욱 안 좋아졌다. "네가 이 일을 언짢아하고 의리 있는 사람인 것도 알지만, 친구로서만 있을 수는 없고, 너 자신과 아버지도 생각을 해야지!” "우리 아빠? 이 일이 아빠랑 무슨 상관이야?!"리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
최근 리사는 인터넷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고, 그녀의 이름은 거의 향수, 미스터리와 연결 지어졌으며 모델 신분은 별로 언급되지 않았다.촬영에 들어간 후, 데이지가 비서로 앉아 무대 아래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고, 그녀가 젊고 활기차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할까 봐 두 눈을 부릅뜨고 무대를 지켜보았다. "오늘 세계적인 모델 리사 씨를 모시게 되어 기쁩니다."촬영이 시작되자 사회자가 오프닝 멘트를 했다.리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리사입니다!” 손을 흔들고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그녀는 매우 열정적이고 대범했다."요즘 리사 씨에 대한 열기가 뜨겁네요. 리사 씨는 세계적인 조향사 윌의 딸이라고 들었는데 조향사 딸로서 왜 부업을 이어가지 않고 모델의 길을 걷게 됐을까요?"사회자는 향수를 곧장 언급하지 않고 그녀의 출신부터 얘기했다.무대 아래에 앉아 있던 데이지는 그녀가 말을 잘못할까 봐 손에 땀을 쥐었다. "저희 아버지는 훌륭한 조향사이시고, 어릴 때부터 옆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향수를 접해 왔지만, 제가 모델을 좋아하고 모델이 되는 길을 가는 데 영향을 주지는 않았어요.”그녀가 웃으며 말했다."사회자님처럼 부모님께서 사회자를 하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일을 좋아하시고 이 길을 걸어오셨죠, 그렇지 않나요?” 사회자는 잠시 넋을 잃었다가 다시 하하 웃으며 말했다.“그렇죠!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은 확실히 맞습니다. 그런데 요즘 리사 양이 쓰는 맞춤 향수에 관심이 많은데, 이 향수 역시 아버님이 만드신 건가요?”이 질문이 과연 왔군! 데이지는 무대 아래에 앉아 필사적으로 눈짓을 하며 그녀가 말끝을 흐리게 하고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리사는 못 본 듯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아닙니다.” "아? 아닌가요? 설마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처럼 한국인 조향사가 만든 건가요? 그렇다면 리사 양을 특별하게 만들어즌 조향사는 과연 누구일지 궁금하네요."그러나 리사는 즉시
관객들은 서로를 쳐다보았고, 그녀가 지금 전화를 걸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누구에게 전화를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데이지는 더욱 당황한 얼굴을 했고, 은근히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연락처 번호를 찾아 누르자 그녀는 집게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연결을 기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전화기 너머로 한소은은 윤설웅이 준 목재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는데, 너무 집중해서 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녀가 발견했을 때는 이미 여러 번 울렸을 때였고, 전화를 보니 리사였다.“여보세요, 리사?” "쾅."현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다들 전화 끝에 여자가 있을 줄은 몰랐고, 목소리만 들어도 한국인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전화했어.”그녀의 시선은 앞을 향하고 있었고, 태연하게 말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어서 그녀는 기분이 매우 홀가분했다.그녀는 며칠 동안 한소은에게 빚진 마음을 갚는 듯했고, 일찍이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어야 했다.한소은이 그녀에게 준 향수 때문에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 정작 자신은 그녀의 이름조차 말할 수 없었다. "응?"한소은은 리사가 촬영 현장이라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고맙긴, 네가 좋아하면 됐어!” "응, 네가 날 위해 만든 향수가 너무 좋아."그녀는 일부러 강조를 하며 말했다.“그러면,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네 이름을 말해도 될까?” 전에 데이지가 한소은이 스스로 무대 앞에 나서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럼 오늘 그녀에게 직접 물어보고 결정권을 그녀에게 주면 된다. 그제야 한소은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람들? 누구?” 그러나 현장의 소란스러운 소리는 그녀에게 이미 정답을 알려 주었고, 그녀는 멍해졌다.“너 지금 인터뷰 중이니?”“맞아.”리사가 말했다.“사람들에게 네가 누구인지 말해도 될
모두가 대상을 맞힌 듯 현장의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전화를 끊은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한소은의 이름이 실검 1위에 올랐고 방송은 계속됐다.사회자는 이미 리사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알아차리고 직설적으로 물었다."실례지만, 리사 씨가 뿌리고 온 이 향수가 바로 그 향수인가요?" "맞습니다.”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사회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난처한 듯 농담 반쯤으로 말했다.“제가 직설적으로 말을 할 수도 있는데, 사실 이렇게 가까이서 향을 맡았을 때에는 소문처럼 신기하지도 않고, 그냥 평범한데요.” 사회자의 말은 도발적이었고, 어쨌든 리사는 이 향수에 의지해서 며칠 동안 유명세를 치렀었으며 지금 향수가 평범하다고 하는 건 그녀가 과대광고를 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데이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불쾌한 표정을 하고 일어서려 했다. 원래 리사가 굳이 한소은의 이름을 말한다고 해도 넘어갈 수는 있었지만, 사회자의 말은 일부러 그녀를 곤경에 처하려는 의도가 보였고 잘못하면 리사가 노이즈 마케팅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가 이렇게 도발하자 리사는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대꾸했다."그건 정상적이죠! 원래 향수는 음식과 똑같아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어떤 사람들은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싫어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제 매니저 같은 경우는 며칠 전에 감기에 걸려서 냄새를 못 맡아서 향수가 향기로운지도 구별을 못 했어요.”그녀는 데이지의 예를 들며 말했다.“사실 이 향수는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고 그날 인터뷰한 기자분도 매우 좋아하셨어요. 모두가 저희와 같이 이 향수를 좋아할 수도 있고, 상당수 사람들이 좋아한다면 이 향수는 보편적인 사람들이 좋아하는 향이 되죠.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또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이건 매우 정상적인 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녀가 정중하게 말했고, 그녀의 말에는 사회자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은 그의 미적 취향의 문제이지 향수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연 씨, 만약 우연 씨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면 오늘 몇 마디도 하지 못했을 거예요.그녀의 그 향수는 정말 향기롭더군요. 반할 것 같아요, 가서 한 병 사 오고 싶을 정도로요.” 사회자가 몇 마디 대놓고 진실을 말하자 허우연은 더욱 화를 냈다.“가, 가라고! 이렇게 많은 국제 유명 브랜드도 맞지 않나 보지? 브랜드 하나 없는 그 향수를 써서 피부가 썩는 게 두렵지 않으면 어디 한 번 사용해 보라고!” “……”몇 초간 묵묵히 있던 사회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우연 씨, 그 사람은 브랜드가 있어요, 환아 산하의 ‘신생’이에요.”허우연이 매섭게 그를 노려보자 그는 목을 움츠리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sns의 열기가 식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것을 보고, 허우연은 시기가 나서 눈시울까지 붉혔다. 그녀는 이미 그녀만을 위한 향수 제작을 위해 국내 조향사를 찾았고, 이미 연락을 다 한 상태로 만나서 그녀의 기질을 파악해 특별 맞춤 제작을 기다리기만 하면 됐었는데, 또 이렇게 선수를 빼앗기다니! 그녀는 한소은이 고의로 그랬는지 의심했으며, 자신이 맞춤 향수를 만들 생각을 하자마자, 그녀는 다른 사람을 위해 맞춤 향수를 만들어줬다. 그냥 한국의 좁은 업계 안에서 조용히 조향을 하면 되는데, 왜 굳이 나서서 실검에 올라가고 그녀를 압도하다니, 이 여자는 아마 그녀와 맞서기 위해 태어났을 것이다! "우연아, 뭘 봐?"문이 닫혀 있지 않자 허강민이 안으로 들어와 말을 걸었고, 허우연은 얼른 인터넷을 끄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그냥 있어, 왜?” "너 요 며칠… 기분 좀 나아졌니?"허강민은 그녀 앞에 서서 관심 있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동생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다.만약 그녀가 울고 난동을 부리고 폭발한다면 그래도 좀 정상인데, 이틀을 울고 나서 갑자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루 종일 집에 잘 안 붙어 있고, 집에 있어도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그녀의 상태는 매우 나쁜 거라고 할 수 있다. “기분 좋은데!”
한소은은 친구에게 선물을 무심코 한 행동이 인기 검색어에 오르며 그 어느 때보다 인기가 많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 향수에 대해 논의하다가 점차적으로 그 열기는 향수에서 한소은 본인에게까지 이어졌고, 해묵은 가십을 들추어낸 것은 말할 것도 없으며 심지어 얼굴과 목소리까지 논란이 되고 있었다.실검에는 ‘#한소은#맞춤형향수’ 등 한소은에 관한 해시태그가 줄을 이뤘다. 이런 상황에도 한소은은 기뻐할 수 없었고, 이것이 전형적인 참새 그물에 기러기 걸리는 격이었다. 그녀의 sns 팔로워가 하루아침에 400만 명이나 폭주해서 적응이 잘되지 않았으며, 비록 그녀가 유명하긴 하지만 조향사로서 아직 최고에 도달하지 못했고 그녀의 목표는 항상 최고의 조향사, 국제 최고였다. "잘나가는 사람이 돼도 별로 안 좋은 것 같은데?"김서진은 와인 두 잔을 따라 그녀에게 한 잔을 건네고 자신은 다른 잔을 잡고 한쪽에 붙어 앉았다."사실 저보다는 향수 자체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조향사로서 자신의 작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고, 힘들게 만든 작품을 누군가 감상할 줄 알면 보람을 느낀다.하지만 처음에는 향수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지만 이제는 향수보다 본인에 대한 궁금증이 훨씬 커졌다."자체 브랜드를 내는 건 생각해 본 적 있어요?"술잔을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시며 김서진이 물었다."자체 브랜드요?!"그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당연히 생각했지! 이는 모든 조향사의 꿈이겠지, 하지만 이건 상대적으로 너무 어려웠고, 어쨌든 자금이 많이 필요하니 충분한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따라서 세계에는 많은 최고의 조향사들이 있지만, 자신의 브랜드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고, 대부분 유명 명품을 위한 서비스였다.처음에는 자금이 부족하다가 나중에 충분한 돈을 번 후에는 자신의 인지도가 생기고,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을 하면 그때는 자신의 브랜드든 아니든 상관이 없다, 어쨌든 개인의 인지도는 이미 높아졌으니 말이다. “저는 돈도 별로
허우연은 그녀에게 연락한 조향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그녀는 이 조향사도 여자일 줄은 몰랐고, 두 번째로 그녀는 이 조향사가 이미 50세가 다 되어간다고 알고 있었는데, 지금 그녀를 보니 서른 살 정도밖에 안 된 것 같았다. 만약 나이가 조작되지 않았다면, 그녀는 관리를 상당히 잘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하 선생님."허우연은 조심스럽게 말하며 존중을 표했고, 여자는 웃어 보였다.“제 이름은 하인나입니다, 저를 인나 씨라고 불러 주세요.”“……인나 씨, 안녕하세요.”곧 바로 허우연은 물 흐르듯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인나 씨는 뭘 드시고 싶으세요?” "아무거나요."하인나는 맞은편에 앉은 허우연을 계속 바라보며 무언가를 살피고 있는 것 같았고, 허우연은 온몸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끼며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옷을 잡아당겼다.“긴장할 필요 없어요, 난 당신 기질을 이해하려고 하는 거고, 당신에게 더 잘 어울리는 향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죠.” 하인나가 말했고, 그녀의 말을 들은 허우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럼 인나 씨는 제가 어떤 향수를 쓰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세요?"사실 그녀는 향수에 대해 잘 알지 못해, 평소에 쓰는 것도 다 패션에 맞춰 사는 유명 브랜드였고 어쨌든 냄새가 좋다고 생각해서 쓰는 거지, 향수라는 게 자신에게 맞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만약 김서진의 일이 아니었다면 그녀도 이 문제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천천히 하죠.”하인나가 담담히 말했다. 그녀는 머리를 가볍게 하나로 묶었고, 이것은 그녀를 매우 세련되고 여성스럽게 보이게 했으며 얼굴의 라인은 매우 선명했다.특히 그 눈은 유난히 깊으며 눈언저리가 보통 사람보다 약간 움푹 들어가 있어 눈이 더욱 생기있어 보였다. 한 줄기 그윽한 향기가 소리 없이 공기를 타고 왔고, 허우연은 무의식적으로 코를 들이마시자 그 향기가 더욱 짙어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숨을 두 번 들이마시며 그 냄새는 그녀로 하여금 잡고 싶게 만들지만,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