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은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나는 그 사람이 나를 고소하는 것이 두려운게 아니라 고소 안할까봐 두려워요.”"네?" 김서진은 생각을 했다가 물었다. "그럼 그 자료들, 모두 백업해 두었어요?"조향사로서 1년에 수 차례나 데이터를 작성해야 하고, 또 중간 과정에서 조율 등등. 자료를 기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습관적으로 백업하는 것이 정상이며,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누락이나 오류가 발생할 경우 찾기도 편리하다."백업이 있긴한데 그것도 다 가져갔어요."예전에 그녀는 노형원에 대해 전혀 무방비 상태였다. 그 사람을 그토록 믿으니까 당연히 자료를 옮기거나 숨길 생각을 못했을 거다. 모든 자료들이 실험실에 있었는데, 그날 다른 사람 시켜서 다 가져갔다.그녀의 말을 듣고 김서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훑어보면서 얘기했다. "그럼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데 한 치의 증거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도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에요?"원래 한소은은 말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가 물어보니까 그에 대해서는 숨길 것이 없다."사실 별거 아니에요. 전에 내가 노형원을 경계하지 않아서 자료와 모든 데이터, 샘플은 모두 실험실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그가 며칠 전에 사람을 보내 모두 가져갔어요. 오이연이 그때 그렇게 막았는데도 막지 못했어요.”그날의 상황을 생각하면 노형원은 속셈이 의뭉했고 더욱 몰인정했다.직접 모든 증거를 가져가 피해자인 그가 지목할 수 없게, 그리고 '도둑'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게 했다.사랑은커녕 동창의 정조차 전혀 생각해주지 않았다.그녀가 멈추자, 김서진은 그녀의 말을 끊지 않고 계속 말하기를 기다렸다.“나의 작은 습관 하나에 고마워해야죠.”"작은 습관이라니?" 이것은 의외로 김서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한소은은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필기를 할 때 나만의 습관이 있는데, 너무 많은 자료가 기록되면 헷갈리니까 실험 수기마다 시간을 기록하지만 하루 마무리할 때에 날짜도 적고 내 이름 약자도 같이 적어요. 노형원은
이팀장은 그녀를 보자마자 곧장 사무실로 불러들였고, 그 모습은 마치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같았다.“우선 블라인드를 내리세요.”그는 책상 옆으로 가서 그는 맞은편 블라인드를 가리켰다.한소은은 돌아서서 블라인드를 내리면서 밖에서 구경을 하려는 직원들의 눈빛을 보았다.이것은…블라인드를 내리고 돌아오자 이선재는 이미 봉투 하나를 꺼내 그녀 앞에 내팽개쳤다. “이거 봐요.”한소은은 의심스러운 마음으로 봉투를 뜯어보니까 그 안에 변호사내용증명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노형원이 정말 그녀를 고소한 것이다.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면서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충 보고는 다시 접으며 전혀 대수롭지 않았다.그녀의 반응을 지켜보던 이팀장은 너무 담담한 모습에 참지 못해 물었다. "상대방이 이미 회사에 변호사내용증명을 보냈으니 소은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회사에 작은 폐를 끼치게 돼서 죄송합니다. 이 일은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그녀는 편지를 거두면서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절대 제 업무에 지장이 없을 겁니다.""……" 이선재도 몹시 난처했다.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는 사실 한소은 같은 사람을 채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날 조현아는 조금 흥분되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한소은은 스펙도 없고 유명하지도 않고, 귀찮은 일까지 안고 있으니, 회사 입장에서는 정말 이런 사람을 채용해서는 안 된다.하지만, 어쨌든 왕사장님께서 지시하신 것이니 위에서 시키는대로 해야할 뿐만 아니라 잘 챙겨야 한다. 회사에서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지금은 상대방이 당신에게 변호사내용증명만 보냈겠지만, 나중에 우리 회사까지 고소할지 몰라요. 물론 신생에서는 이런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우리 회사에 법무팀도 있고요. 다만 이런 일은 빨리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결국 회사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에요. 알고 있죠?"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회사에 폐를 끼쳐서 정말 죄송합니다."그녀를 보며 이선재는 한숨을 돌렸다.
“왜 굳이 손으로 베껴야 해? 그냥 프린트하면 되잖아. 정 안 되면 알바라도 쓰든가!”강시유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삐죽 내밀더니 노형원의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렸다.“나 요즘 진짜 너무 피곤하단 말이야. 한소은 그 계집애 때문에 스트레스 폭발이라고!”애교 섞인 목소리에 똘망똘망한 표정의 강시유를 보는 순간 노형원의 마음은 사르륵 녹아내렸다.노형원은 바로 강시유를 품에 와락 끌어안더니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알잖아. 데이터 분석은 컴퓨터로 한다고 해도 기본 데이터는 아직 손으로 베끼는 경우가 많아. 그리고 혹시 알바한테 맡겼다가 필적 감정이라도 진행하면 어쩌려고 그래. 나도 우리 시유 고생하는 모습 보면 마음이 아파. 그래도 어쩌겠어. 이번 소송은 무조건 이겨야 해. 소송에서 지는 순간 우리 시원 웨이브는 끝이라고.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응?”말을 마친 노형원은 강시유의 이마에 쪽 뽀뽀를 날렸다.그럼에도 강시유는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씩씩거렸다.“이게 다 한소은 그 계집애 때문이잖아. 기자회견에서 쓸데없는 소리만 안 했어도 대회에서 우승도 했을 테고 투자도 제대로 받을 수 있었을 텐데...!”말을 마친 강시유가 노트를 책상에 홱 던져버렸다.노형원도 화가 나긴 마찬가지였지만 지금은 불평이나 하고 있을 대가 아니었다. 한소은이 이렇게 나온다는 건 아주 오래전부터 배신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뜻, 사태를 수습하고 승소하는 게 더 중요했다. 한소은 뒷담화는 그 뒤에 실컷 해도 충분하니까.그 뒤로 노형원은 한참 동안 강시유의 마음을 달래주었고 그제야 강시유는 노트를 베끼기 시작했다.드디어 고분고분해진 강시유의 모습을 바라보던 노형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시유한테 맡겼어. 원고 확인했는데 문제는 없더라. 그래,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통화를 마치고 커다란 창문으로 화려한 야경을 바라보는 노형원의 눈앞에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랐다.36층에 자리 잡은 사무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 위해 온갖 발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만남도 갖지 못할 거라 생각지 못한 한소은은 어안이 벙벙했다.비서는 조현아 팀장이 회의 중이라며 그녀의 앞을 막아섰고 아직 신생의 정식 직원이 아닌 한소은은 들어갈 명분조차 없었다.30분 정도 기다렸을까? 뭔가 결심한 듯 한소은은 사무실 문을 벌컥 열었다.갑작스레 일어난 상황에 비서가 부랴부랴 그녀의 뒤를 따랐다.“그렇게 막 들어가시면 안 됩...”“누가 들어오라고 했죠?”고개를 힐끗 든 조현아가 입을 열었다.“지금 회의 중인 거 안 보여요? 외부인은 나가주시죠!”“정식 입사 절차도 밟았고 기획팀으로 발령까지 받았습니다. 오늘부터 기획팀 팀원이니 외부인이라고 할 수 없죠.”말을 마친 한소은은 빈자리에 털썩 앉았다.하, 이것 봐라?생각보다 세게 나오는 상대의 모습에 조현아는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한소은을 노려보았다.“글쎄요. 아직 난 한소은 씨를 기획팀 팀원으로 인정할 생각이 없는데요?”두 여자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다른 팀원들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팀장의 반대에도 대표가 굳이 한소은의 입사를 허락했다는 소식은 이미 신생 기획팀에 쫙 퍼진 상태였다.표절 사건으로 논란이 있는 인물, 게다가 리스크를 떠안을 정도로 학력이나 커리어가 뛰어난 여자도 아니다. 그런데 차기 부장 후보라고 인정받을 정도로 엘리트인 조현아 팀장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억지로 한소은을 입사시켰다는 건 아마... 두 사람의 관계가 회사 대표와 사원 그 이상이라는 말이겠지.능력은 둘째치더라도 남자 후리는 수단은 뛰어난 게 분명했다. 차도남 대표님의 마음을 이 정도로 구워삶을 수 있다니.“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절 팀원으로 인정해 주실 거죠? 테스트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한소은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선재 말대로 조현아는 까칠하고 직설적인 성격이었다. 하지만 능력도 뛰어나고 친해지면 누구보다 든든한 아군이라고 하니 신생에서 일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최대한 빨리 그녀의 오해를 푸는 게
흔쾌히 승낙하는 한소은의 모습에 조현아도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녀의 미소는 한소은의 당당한 모습에 감명을 받아서가 아니라 이번 기회에 낙하산을 완전히 쳐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비록 신생은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회사지만 환아라는 대기업의 서포트를 받고 있다 보니 입사한 직원들 모두 내놓으라 하는 엘리트들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낙하산이 갑자기 나타나다니.고지식한 조현아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 종양 덩어리 같은 여자를 어떻게 기획팀에서 쳐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한소은 쪽에서 먼저 미끼를 덥석 물었으니 미소가 절로 나올 수밖에.“좋습니다. 난 한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은 질색이니 알아두시고요.”혹시나 말을 바꿀까 싶어 조현아는 한 마디 덧붙였다.“걱정하지 마세요. 한입으로 두말하는 사람, 저도 최악이니까요.”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눈썹을 씰룩거리던 조현아가 의자의 방향을 살짝 돌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가까이 와봐요.”사실 회의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한소은은 조현아의 앞에 놓인 향수를 발견했다. 똑같은 용기에 담긴 똑같은 양의 향수, 아마 신제품 테스트 중이었겠지.하나의 완벽한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 번의 테스트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테스트에서 가장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은 바로 조향사의 예민한 후각이었다.“이 세 샘플은 이번 우리 회사 신제품 테스트에서 탈락한 제품들이에요. 시향해 보고 왜 탈락했는지 이유를 말해 봐요.”조현아의 말에 다른 팀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상사의 뜻을 눈치챈 팀원들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이게 테스트인가요?”조현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한소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기 시작했다.한소은은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녀를 결코 환영하지 않는다는걸, 억지로 끼워 넣은 테스트에서 망신을 당하길 바라고 있다는 걸 이미 눈치챈 상태였다.그녀의 전 회사와 그녀가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는 건 뉴스에서 워
한소은의 말에 팀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무리 여자한테 미쳤다지만 설마 신제품 정보까지 빼돌린 건가?나름대로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조현아를 바라보며 한소은은 말을 이어갔다.“세 샘플은 사실 같은 제품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세 향수에 들어간 원료 중 다른 건 단 하나뿐이니까요. 하지만 그 단 하나의 향료 때문에 세 가지 가능성으로 나뉜 거겠죠.”“그래요?”조현아는 자신만만한 표정의 한소은을 비웃기라도 하듯 미소 지었다.그럼 그렇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디서 잘난 척은.하지만 한소은은 그런 조현아의 태도에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덤덤한 표정의 그녀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보통 사람들이 시향했다면 아마 큰 차이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미세한 차이겠지만 조향사라면 단번에 눈치챌 수 있겠죠. 베이스 노트에 들어갈 향료가 바뀌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향을 낼 테고... 굳이 저더러 세 샘플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신다면...”한소은은 손을 뻗어 가장 오른쪽의 제품을 가리켰다.“이 제품을 선택하겠습니다. 18세부터 23세의 젊은 여성 고객층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네요.”한소은의 말에 순간 정적이 일었다.조현아는 여전히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확신해요?”“네, 확신합니다.”대답하는 한소은의 말투에는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조현아는 아무 말 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방금 전까지 조롱과 비웃음으로 가득하던 조현아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표정이 서렸다.“이 정도 대답에 만족하지 않으신다면 무슨 향료를 썼는지까지 말씀드리겠습니다...”샘플에 사용된 향료의 이름을 하나하나씩 읊는 한소은의 모습에 팀원들의 두 눈은 더 휘둥그레졌다.아무 능력 없는 낙하산인 줄만 알았던 여자가, 표절 사건으로 소송까지 치르고 있는 여자가 조 팀장의 함정에 빠지지 않은 건 물론 이렇게 훌륭한 기량을 보여줄 줄이야.팀원들 중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하지만 한소은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테스트가 시작된 순간부터 훌륭하
“첫 번째 테스트는 통과예요.”이미 예상했던 바지만 한소은은 괜히 놀란 척 되물었다.“첫 번째 테스트요?”조현아가 웃음을 터트렸다.“그럼 이렇게 간단한 테스트 하나 넘었다고 기획팀에 들어올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우리 신생을, 기획팀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요? 신생에 입사한 직원들 모두 필기에 1차 면접, 2차 면접까지 수많은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들입니다. 한소은 씨만 예외일 수는 없죠.”조현아가 한소은이 마음에 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기도 했다.조현아는 유명 대회 우승과 훌륭한 커리어를 가진 채 경력직으로 지원했음에도 필기, 면접까지 거친 뒤에야 입사할 수 있었다.그렇게 신생에 입사하고 차기 부장 후보에까지 오르면서 수많은 핵심 프로젝트를 담당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낙하산이 등장한 건 처음이었다.그런데 한소은... 네가 뭔데? 아니, 별로 궁금하지도 않아.한소은의 뒤에 누가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능력 없는 낙하산은 절대 그녀의 팀에서 그녀와 함께 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예외를 원한 적도 바란 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 때문에 지금 절 테스트하고 계신 것 아닌가요?”한소은은 조현아의 날카로운 비난에 부끄러워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한소은은 그런 여자였다. 청초한 미모와 침착한 성격이 어우러져 상대의 마음을 어느새 사르르 녹게 만드는 사람.“맞아요. 그리고 앞서 했던 말대로 방금 전은 첫 번째 테스트에 불과해요.”그럼에도 조현아가 물러서지 않는 이유는 이렇게 쉽게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아집 때문이었다.방금 전 테스트는 꽤 난이도가 있기도 했고 한소은은 향수에 든 향료를 전부 맞추는 놀라운 기량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이 정도는 운이 따라준 걸 수도 있다고 조현아는 생각했다.한소은, 내가 너무 과소평가했나? 이제부터는 좀 더 진지해져야겠어.“좋아요. 그럼 문제를 더 내주시죠. 전 준비됐습니다.”말을 마친 한소은은 허리를 살짝 굽히더니 조현아의 눈을 똑바로
한소은, 여리여리한 몸매에 온화한 표정이지만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묘한 가시가 돋쳐있는 기분이었다. 지금 상황만 보더라도 십분 전까지 낙하산 직원을 응징하는 훌륭한 상사에서 불쌍한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마녀가 되어버리지 않았는가?“총 세 라운드입니다.”조현아는 이를 악물었다.“다른 직원들도 필기시험, 1차, 2차 면접까지 총 세 라운드를 거쳐서 입사했으니 한소은 씨도 그 정도 테스트는 받아야죠?”그제야 허리를 다시 세운 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당연히 받아야죠.”“그럼 두 번째 테스트는 뭐죠? 아니면 방금 전 테스트는 그저 기본 테스트였고 지금부터 정식 테스트인 건가요?”한소은의 진지한 질문에 조현아는 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조현아는 자존심이 강한 여자였다. 게다가 그녀가 이끄는 팀원들이 모두 앉아있는 자리에서 한낱 어린 낙하산 여자애한테 밀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방금 전 질문은 연습 문제에 불과했다고 다시 주도권을 되찾으려 했는데... 오히려 한소은이 선수를 치니 입장이 괜히 난처해졌다.“방금 전에 첫 번째 라운드를 통과했다고 했잖아요? 연습 테스트는 없어요. 우리 신생을 뭐로 보고!”“뭐로 보다니요? 제가 앞으로 열정을 바쳐 일할 회사로 보고 있죠.”한소은은 단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됐어요. 그런 아부는 넣어둬요. 그런 전략은 나한테 안 먹히니까. 그리고 앞으로 진행할 테스트는 앞선 문제보다 훨씬 더 어려울 테니 각오해 둬요.”“걱정하지 마세요. 전 한 번 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입니다. 팀장님처럼요.”팀장님처럼이라는 단어에 일부러 더 강조하는 한소은의 모습에 조현아의 표정이 더 구겨졌다.“좋아요.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죠. 다들 나가봐요.”조현아의 말에 방금 전까지 팝콘 각을 세우고 있던 직원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섰고 곧 조현아와 한소은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마지막 팀원이 회의실 문을 닫는 순간, 조현아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두 팔을 올려 기지개를 켰다.“오늘은 운이 꽤 좋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