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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흔쾌히 승낙하는 한소은의 모습에 조현아도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는 한소은의 당당한 모습에 감명을 받아서가 아니라 이번 기회에 낙하산을 완전히 쳐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비록 신생은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회사지만 환아라는 대기업의 서포트를 받고 있다 보니 입사한 직원들 모두 내놓으라 하는 엘리트들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낙하산이 갑자기 나타나다니.

고지식한 조현아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종양 덩어리 같은 여자를 어떻게 기획팀에서 쳐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한소은 쪽에서 먼저 미끼를 덥석 물었으니 미소가 절로 나올 수밖에.

“좋습니다. 난 한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은 질색이니 알아두시고요.”

혹시나 말을 바꿀까 싶어 조현아는 한 마디 덧붙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한입으로 두말하는 사람, 저도 최악이니까요.”

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썹을 씰룩거리던 조현아가 의자의 방향을 살짝 돌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가까이 와봐요.”

사실 회의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한소은은 조현아의 앞에 놓인 향수를 발견했다. 똑같은 용기에 담긴 똑같은 양의 향수, 아마 신제품 테스트 중이었겠지.

하나의 완벽한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 번의 테스트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테스트에서 가장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은 바로 조향사의 예민한 후각이었다.

“이 세 샘플은 이번 우리 회사 신제품 테스트에서 탈락한 제품들이에요. 시향해 보고 왜 탈락했는지 이유를 말해 봐요.”

조현아의 말에 다른 팀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상사의 뜻을 눈치챈 팀원들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테스트인가요?”

조현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한소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한소은은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녀를 결코 환영하지 않는다는걸, 억지로 끼워 넣은 테스트에서 망신을 당하길 바라고 있다는 걸 이미 눈치챈 상태였다.

그녀의 전 회사와 그녀가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는 건 뉴스에서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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