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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한소은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나는 그 사람이 나를 고소하는 것이 두려운게 아니라 고소 안할까봐 두려워요.”

"네?" 김서진은 생각을 했다가 물었다. "그럼 그 자료들, 모두 백업해 두었어요?"

조향사로서 1년에 수 차례나 데이터를 작성해야 하고, 또 중간 과정에서 조율 등등. 자료를 기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습관적으로 백업하는 것이 정상이며,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누락이나 오류가 발생할 경우 찾기도 편리하다.

"백업이 있긴한데 그것도 다 가져갔어요."

예전에 그녀는 노형원에 대해 전혀 무방비 상태였다. 그 사람을 그토록 믿으니까 당연히 자료를 옮기거나 숨길 생각을 못했을 거다. 모든 자료들이 실험실에 있었는데, 그날 다른 사람 시켜서 다 가져갔다.

그녀의 말을 듣고 김서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훑어보면서 얘기했다. "그럼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데 한 치의 증거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도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에요?"

원래 한소은은 말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가 물어보니까 그에 대해서는 숨길 것이 없다.

"사실 별거 아니에요. 전에 내가 노형원을 경계하지 않아서 자료와 모든 데이터, 샘플은 모두 실험실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그가 며칠 전에 사람을 보내 모두 가져갔어요. 오이연이 그때 그렇게 막았는데도 막지 못했어요.”

그날의 상황을 생각하면 노형원은 속셈이 의뭉했고 더욱 몰인정했다.

직접 모든 증거를 가져가 피해자인 그가 지목할 수 없게, 그리고 '도둑'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게 했다.

사랑은커녕 동창의 정조차 전혀 생각해주지 않았다.

그녀가 멈추자, 김서진은 그녀의 말을 끊지 않고 계속 말하기를 기다렸다.

“나의 작은 습관 하나에 고마워해야죠.”

"작은 습관이라니?" 이것은 의외로 김서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한소은은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필기를 할 때 나만의 습관이 있는데, 너무 많은 자료가 기록되면 헷갈리니까 실험 수기마다 시간을 기록하지만 하루 마무리할 때에 날짜도 적고 내 이름 약자도 같이 적어요. 노형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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