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얼굴에는 안 써져 있는데, 눈에는 그렇게 써져 있네요. 당신 눈은 매우 지혜로워요.”그는 한국어로 그녀와 말을 했고, 매우 유창했다. "당신 한국어를 매우 잘하는군요.”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한소은은 엉뚱한 칭찬을 했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남자는 기꺼이 그녀의 칭찬을 받아들였고, 또 스스럼없이 자기소개를 했다.“제 이름은 정하진입니다.” 그는 말을 하며 웃는 얼굴로 그녀를 향해 한 손을 내밀었고, 한소은은 그와 악수하는 것을 껄끄러워하며 몸을 일으켰다.“곧 경기가 종료돼요.” 주최 측의 사람들이 이미 나와서 그들을 다시 대회장으로 돌아오게 했고, 떠들썩한 소리도 많이 가라앉았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 그제야 그녀는 그 남자가 자기 비스듬히 뒤쪽에 있는 것을 보았고 어쩐지 전혀 인상에 남아 있지 않는다 했다. 그녀가 자신을 보는 것을 보고 남자는 기뻐하며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고 한소은은 그를 힐끗 쳐다보고 무표정하게 시선을 거두며 앞을 바라보았다.친하지도 않은데 왜 저렇게 열정적인 거야! "여러분의 답안지를 검토했고, 여러 가지 고려 사항으로 최종 결과를 지금 발표하기로 결정했지만 발표 전에 윌 선생님께서 여러분께 전할 말씀이 있습니다.” "윌 씨를 모시겠습니다."대회장에서는 열렬한 박수가 터져 나왔고, 언제 보나 빈틈없는 위엄을 지닌 노인이 들어왔다. 곧게 다려진 양복을 입은 그는 차분하고 힘찬 걸음으로 걸어와 자리 앞으로 왔고, 먼저 대회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앉았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소은은 그가 자신을 바라볼 때 눈빛이 멈추는 것 같았다. 설마 리사라서 그런 건 아니겠지, 윌 선생은 좀 밉살스럽긴 하지만 연고 관계 따위는 경멸할 거야.“여러분들을 뵐 수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이곳까지 오신 분들은 모두 최근 2년 동안은 이 업계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분들이겠죠.”윌은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고, 사람들이 기뻐하기도 전에 그는 표정이 굳어지며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는 여러분들이 반갑지 않기도
하지만 윌은 대답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그 사람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게 무슨 질문이란 말인가, 그가 그렇게 생각을 해서 생각대로 말을 했는데 다시 그런 질문을 하다니. “그래서 당신은 그렇다고 확신을 하십니까? 아니면 그냥 추측한 겁니까?”윌은 계속해서 질문했고, 그의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으며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히 당신들의 답안지를 보면 상당수가 이 선생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그는 계속 물었고, 사람들은 대답이 없었지만 답안지를 보지 않더라도 방금 그들이 다툰 것을 보면 확실히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그럼 다른 사람들은요?"마지막으로 대회장을 둘러보더니 이내 말했다.“그럼 결과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옆에 있던 시험관이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아가 결과를 발표했는데, 모두 10명을 선발하여 10등부터 차례로 호명했고, 한소은을 놀라게 한 것은 정하진이라는 사람이 2등이었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한 번 보았다. 마침 정하진도 그녀를 보고 있었고, 그는 한소은을 향해 고개를 약간 숙이고 가볍게 웃어 보였다. “......”모든 이름이 호명되었지만 마지막 1등은 아직 공석이었고,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현장은 조금 들떠있었고, 결국은 한자리밖에 남지 않았으며 1등 아니면 실패였다. 그 누구라도 1등을 거머쥐고 명예롭게 돌아가고 싶어 할 것이다.그랬기에 시험관이 “한소은”이라는 이름을 부를 때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뭐라고?! 그 한국인? 말도 안 돼!” 현장은 소란스러워졌고, 많은 사람들의 탐탁지 않아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인이 어떻게 우리보다 대단할 수 있단 말이야, 이건 흑막이 있는 게 분명해!” "이렇게 여러 해 동안 품평 대회를 열었는데, 한 번도 흑막이 있었던 적은 없었는데 말이에요!” "저 사람은 윌 선생님 딸의 친구가 아닙니까? 어쩐지!” "윌 선생님이
많은 사람들의 질문에도 한소은의 얼굴빛은 변하지 않았고, 그녀는 여전히 담담한 모습이었으며 마치 이 사람들이 토론하고 있는 일이 그녀와 무관한 것처럼 조금도 개의치 않아 했다. 시험관은 윌을 한 번 쳐다보고 나서 입을 열었다.“여러분 우선 조용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왜 한소은 씨가 이번 대회에서 1등을 했는지 묻고 싶은 거죠? 그렇다면 결승전 마지막 문제로 돌아가야겠군요. 여러분은 자신의 답이 맞는다고 확신하십니까?” “혹시 그 두 병 다 윌 선생님의 작품인 건가요?”누군가 문득 소리쳤다. 만약 방금 그 사람의 말에 윌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의 말이 틀렸다는 것이고, 두 병 모두 그의 작품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그 두 병은 윌의 작품이 맞는다는 것이 된다. 시험관은 미소를 지으며 종이 한 묶음을 집어 들었고, 그들이 방금 작성한 답안지였다. "여기, 바로 방금 여러분의 답안지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재료와 성분을 분석하고 상세한 설명을 쓴 후, 자신의 판단을 가장 마지막에 썼습니다. 두 병 모두 윌 선생님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당연히 같은 작품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다만, 한소은 씨의 답변에는 이 항목이 추가되지 않았습니다."사람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분석하지 않았다는 건가요?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의 판단을 가했기에 옳고 그름을 떠나 잘못됐다는 겁니까?” “차라리 한소은 씨께서 직접 설명을 해주시죠.”옆으로 자리를 양보하며 앞으로 나오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참고로 한소은 씨의 성분 분석은 가장 포괄적인 것으로 한 자도 틀리지 않다고 할 수 있으니, 만약 여러분들이 불복한다면 나중에 직접 와서 보시죠.”한소은은 마음이 조금 답답하고 괴로웠다. 그녀는 원래 시험이 끝나면 곧 끝나서 결과가 나오면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일이 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조금 귀찮기도 했다. 할 수 없이 몸을 일으켜 마이크 앞에 선 채 급
그 사람을 바라보며 한소은이 대답했다."조향사가 누구인지는 이번 답안 자체에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번 시험은 성분 분석과 작품의 우열을 묻는 것이지 조향사가 누구인지 묻지 않았어요.” "그래서, 꼬리표를 떼고 두 작품 자체에 완전히 복귀한다면, 당신들의 답은 지금과 같습니까?"그녀가 반문했다.이 문제는 정말 대다수 사람들의 말문을 막았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두 개의 라벨이 없었다면 답은 여전히 다를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문제를 풀 때, 그들은 이것이 정말 윌의 작품인지 아니면 그들을 시험하는 항목 중 하나인지 확실히 생각했고, 그것에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었지만 누구의 작품인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경기의 핵심을 벗어났다.이번에 그녀의 말은 이미 대다수의 사람들을 굴복시켰다.하지만 항상 불복하는 사람은 있는 법이었다."실례지만, 한소은 씨의 말은 정말 좋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렇게 젊고 사려 깊고 정말 천부적인 재능이 있습니까? 아니면 이전에 비슷한 주제를 접해 본 적이 있습니까?"그는 악의에 찬 질문을 했고 겉으로는 예사로운 질문인 것 같지만, 사실 그녀가 윌과의 관계에 의존해 문제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물었다. 그를 깊게 쳐다본 한소은이 말했다."정말 외람된 질문이군요. 외람될뿐더러 학문이 얕고 견문이 좁은 것 같은 질문이에요.” "견식과 나이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린 나이에도 박식하고 식견이 있는 사람이 있죠. 하지만 나이는 들었지만 천박하고 우물 안 개구리도 있는 법이고요. 물론, 저는 당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한 사람의 수용과 도량이 나이와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이곳까지 온 것은 후자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말투는 차분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 비굴하지도 않고, 분명히 식견이 얕다고 비웃으면서도, 마지막까지 그의 체면을 세워주었으니, 그를 너무 난감하게 하지도 않았다. 그 사람은 화가 나
"감사합니다.”한소은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의 방금 그 발언에 대해 찬성하지 않습니다.”그는 말머리를 돌리며 이어갔다.“라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요? 아니면 단지 자신이 분별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겁니까?”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윌이 계속해서 말했다."물론 어찌 됐든 한소은 씨의 답안지는 확실히 다른 사람들보다 더 정확했습니다. 어느 각도에서나 당신은 의심할 여지없이 1등입니다, 이건 확실해요.” 그래서 그는 그녀를 따로 불러냈고, 방금 전에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 이 점은 당신과 같습니다, 저도 당신이 낸 이 시험 문제에 그다지 찬성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그 자체가 역설입니다."그녀는 그의 말에 화를 내지 않고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응?”윌은 미간을 찌푸렸고, 분명히 그는 그녀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며 자신의 체면을 살리기 위한 억지에 불과하다고 여겼지만, 사실 이번 심사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고, 그는 그중에서 우수한 사람을 제자로 뽑으려 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한소은은 비록 1등이지만, 그의 마음속으로는 한국 사람들이 이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뼛속까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출제 의도는 다른 외적 요인의 간섭을 떨쳐버리고 작품 본연으로 돌아가 조향사의 출신은 따지지 않고 작품 자체의 우수성만 따지는 것에 있지 않나요?”그녀가 먼저 물었고, 윌은 잠시 멈칫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확실히 이렇게 생각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사실 조향사로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작품 자체의 가치인데, 지금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름만 주목하고 대가라는 꼬리표를 붙이면 고가에 팔 수 있으니, 신인은 나서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기형적인 행태를 타파하고, 뒤죽박죽인 생각을 떨쳐버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문제를 출제한 것이다. "그런데 일부러 병에다 라벨을 붙이고,
한소은이 웃으며 대답했다."사실 짐작할 필요도 없이 두 작품 모두 강렬한 난초 향이 나며 특성이 매우 강합니다.” 잠시 멈칫하더니 그녀는 윌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윌 선생님의 몸에서 나는 향과 매우 비슷하죠.”"그래서 당신의 대답은…" 그녀의 말에 영향을 받지 않았고, 윌은 무표정한 얼굴로 옳고 그름을 말하지 않았다. "둘 다 당신 손에서 나온 거예요, 당신 작품이죠.”그녀는 확신에 찬 말투로 답했다.“확실합니까?”그는 눈썹을 고르고 웃으며 말했다."방금 전 많은 사람이, 아니 대다수의 사람이 이러한 대답을 내놨습니다. 게다가 한소은 씨의 답지에도 이 두 향수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분명히 적어두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맞아요, 확실합니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게다가 이 두 향수는 확실히 차이가 크지만 한 가지는 저도 답안지에 썼는데 그들의 기조는 여전히 일치합니다. 다만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하나는 당신의 이전 작품이고, 다른 하나는…최근 신작이거나, 새로운 수정과 시도를 한 것 같습니다.""조향사로서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내고 새로운 창작과 영감을 주는 것 외에도 이전 작품을 끊임없이 조정하고 보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작품이라도 더 나아지길 바라고, 또 나이가 들면서 경력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런 시도를 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아요."윌의 얼굴빛이 흔들렸다.“내 작품에 대해 알아봤습니까?” “조금이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은 최고의 조향사이시니까 후배로서 선배의 작품을 섭렵하고 알아가는 것도 당연하죠.""그럼……당신이 가장 좋아하고 싫어하는 내 작품이 뭔지 말해 줄래요?"그는 흥이 난 듯 질문도 많아졌다.이런 정상적인 토론과 교류에서 한소은은 거부감이 없었고, 자신도 모르게 그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자 그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무슨 일이지?”"......" 그 사람은 문을
한소은은 심각한 얼굴로 반박했다."아뇨, 저는 당신 말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우수한 조향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선택에 직면했을 때 해외 팀과 연구실에 가입했고, 지금처럼 저도 선택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한국에 머무르고 싶습니다. 앞으로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최고의 조향사가 있고, 세계적으로도 잘 팔리는 일류 향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윌은 감개무량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좋아요! 한소은 씨의 결정을 존중합니다만,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감사합니다!” "하하, 나는 이제 리사 그 계집애가 왜 이렇게 당신과 친구하기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군요.”한소은도 웃으며 대꾸했다."제가 좀 솔직해서 그런가 봐요.”“하하하……”윌은 매우 기뻐했고, 웃는 얼굴로 그녀를 배웅했다. 한소은은 그녀를 데리러 온 차를 보고 추측하지 않아도 틀림없이 김서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윌과 헤어지고 난 뒤 차에 오르자 과연 김서진을 볼 수 있었고, 인경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제 비서는요?”그녀가 물었다.“내가 보내줬어요.”“그 사람이 당신 말을 듣는다고요?”한소은은 이상히 여겼다. 인경 그 여자는 잔소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집착이 심했으며, 특히 납치 사건이 터진 후 그녀는 더욱 긴장 상태에 있었는데 어떻게 그의 한두마디로 보낼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보스인데 왜 내 말을 안 듣겠어요?”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거드름을 피웠다. 한소은은 그의 이런 모습에 웃음을 자아냈지만, 당연히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정말이죠! 그녀는 겁이 없지만 힘이 세고 날 잘 지켜줘요. 그러니까 괴롭히지 마요!” 납치 사건에 자신이 그녀를 연루시켜 줄곧 미안하게 여겼고, 마음속으로 그녀를 친구로 여겼다."당신은 남을 아주 잘 감싸네요.”그의 말투는 질투로 가득했지만,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차석진에게 전화를 해서 인경에게 먼저 호텔로 돌아가서 더 중요한 임무를 처
"당신 안에 너무 오래 있었어요.” 김서진이 말했다. 다른 참가 선수들은 이미 다 가버렸는데 그녀는 한참을 더있다가 나왔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윌이 저를 따로 불러서 얘기를 나눴는데 좀 길어졌어요.”"그가 뭐라고 했어요?” 잠시 머뭇거리던 한소은은 윌의 말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가 저에게 그의 팀에 합류해 달라고 스카우트 제의를 했어요.”그러자 김서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거 정말 대단한 칭찬이네요, 그래서 동의했어요?”"아니요, 거절했어요."고개를 저으며 그녀는 차창 밖을 내다보았고, 밖의 가로등이 반짝였다. 파리의 밤은 매우 아름다웠고, 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낭만 수도는 확실히 향수의 요람이었다.많은 유명 브랜드와 많은 고전적인 스타일들이 모두 여기에서 나왔고 오늘 이런 기회가 그녀의 앞에 놓였지만, 그녀는 거절했다.“거절했다고요? 왜죠?" 김서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농담 섞인 말을 내뱉었다.“내가 아까워서?” 그녀는 그를 퉁명스럽게 흘겨보았다, 그는 정말 자기애가 깊은 사람이군! "나만의 브랜드, 독보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싶고, 조향사 명예의 전당에 정말 한국인만의 브랜드를 남기고 싶고, 한국인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요."그녀의 눈에는 빛이 반짝이며, 밖의 찬란한 등불보다 더 찬란하고, 하늘의 별빛보다 더 눈부셨다. 김서진은 그녀의 옆모습을 보면서 그의 작은 아내가 뼛속까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처음에 그를 사로잡은 것이 바로 그녀에게 있는 이 자신감 있고 의연한 힘이었다.그녀는 소신 있는 사람이며, 밑바닥에 떨어져도 그녀의 온몸에 빛을 가릴 수 없는 귀중한 사람이다. "난 당신을 믿어요, 분명할 수 있어요!”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의 품에 살며시 기댄 한소은은 만족감을 느꼈고, 이렇게 단단하고 따뜻한 품이 있으며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아, 맞다!"그녀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똑바로 앉아서 그를 보았다."오늘 강시유가 경기에 참가하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