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유는 단지 수술시간을 정한 다음 시간에 맞춰서 수술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사가 그녀에게 약을 처방해 줄 것이라는 걸 몰랐다.처방전을 가지고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선생님이 약을 사용할 수 없다고 말씀하지 않으셨나요?왜 약을 처방하세요?""염증이 있어서 치료부터 해야 수술을 할 수 있어요."의사는 멈추었다가 어렵게 말했다. "그리고 최근에 더 이상 합방하면 정말 안 돼요. 지금 강시유 님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계속 이러면 당신의 자궁 건강에 영향을 미칠 거예요."“......”나중에 의사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났지만 주의를 당부하는 말들이 전부인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의 몸이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결과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할 줄은 몰랐다.의사의 눈빛을 떠올리면 그녀는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지만, 다행히 그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그 약들을 가지고 집에 가서 물을 끓여 먹은 후, 조심스럽게 자신의 가방의 가장 안쪽에 약을 넣고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다행히 최근에 노형원이 많이 바빠서 그녀에게 소홀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로젠을 만날 시간이 전혀 없었을 거다.로젠….그를 생각하니 아랫배가 또 욱신거렸다.불편해서 몸을 뒤척이다 보니 계속 이러는 것도 아니었다. 만약 한소은을 로젠에게 보낸다면 자신은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누구도 모르게 한소은을 로젠의 침대로 보낼 수 있을까? 그녀가 한 짓이라는 걸 들키지 않고서.엎치락뒤치락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밖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아마 노형원이 돌아온 거 같았다.그가 자신의 이상한 점을 눈치챌까 봐 강시유는 얼른 눈을 감고 잠든 척했다.거실 문이 열리자 노형원이 들어와서 강시유가 누워있는 쪽으로 침대 옆에 천천히 앉았다.눈을 감고 있어도 강시유는 그가 이불을 위로 당겨 덮어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이어서 그는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시유, 시유…." 그녀의 이름을 조용히 두 번 부르더니 망설이면서 멈추었다.그
”원래 샘플 만드는데 거의 성공했어도 최종 테스트 단계에서 실패할 수 있어. 마지막 완제품의효과가 정말 괜찮다고 해도 이런 제품을 가지고 경기에 나가서는 안 될 것 같아.”어차피 이 일은 결국 덮을 수 없으니,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났다.“효과가 안 좋다고? 그럴리가! 자기가 알아? 이 레시피는 내가 거기서…" 입가에까지 나온 말을 멈추고 그녀는 무슨 생각이 떠올라 멈칫했다.하지만 노형원은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거기서?”"…예전부터 생각해놓고 수차례 조정을 거쳤는데 나는 레시피는 문제 없다고 생각해!"겉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사실 그녀도 자신이 없었다.사실 이 레시피는 로젠이 그녀에게 준 것이며 로젠의 신분과 능력이 그녀를 본능적으로 의심하지 않고 신뢰하게 했고, 그가 준 것이라면 분명 좋은 것이고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연구실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녀도 마음속으로 의심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아무리 의심해도 이 일은 노형원이 알아서는 절대 안 되며 억지로라도 자신감 넘치는 척해야 했다."나도 레시피에 문제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여러 번, 수차례 실험해봤어. 아니면…."말이 입가에까지 나왔는데도 그는 말을 하지 못했고 정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며칠 전 그녀에게 연구실에 가지 말라고 강요한 것도 자신이었고, 지금 그녀에게 직접 실험실에 가보라고 한 것도 자신이다.이렇게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자기 여자한테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자기는 내가 연구실에 가봤으면 해?"아무튼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다보면 그가 말하지 않더라도 강시유는 그 뜻을 읽을 수 있다.노형원은 어색한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됐어! 연구실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믿지 않아. 나도 그냥 물어 봤어. 레시피에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면 계속 시도해보면 되지. 언젠가는 성공할 거야!""형원, 내 앞에서 무리할 필요 없어!"강시유는 먼저 그의 손을 잡고
아이에 관한 일은 강시유가 지우기로 이미 결정한 일이지만 노형원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그러나 레시피에 문제가 생겨서 그녀에게 기회를 주었으며 그녀가 완벽하게 빠져나갈 수 있고 또 노형원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자신을 더 사랑해 줄 수 있는 기회이다.하지만 그 전에…그녀는 로젠과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으며 공공장소라서 그녀는 안심이 되었다.로젠은 늦게 도착해서 정신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였고 눈꺼풀도 축 늘어져 있었지만 적어도 그는 왔다.그가 어떤 사람인지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강시유는 지금 어떤 시선으로 그를 보아도 병이 중태에 빠진 모양이니 죽더라도 그가 죽기 전에 제대로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요즘 만날 시간이 없다고 하지 않았어?"무심코 커피잔에 설탕을 한 스푼을 넣고, 또 한 스푼, 그리고 또 한 스푼.총 여섯 스푼을 넣었는데 그제야 멈추고 숟가락으로 살살 저었다. "왜 벌써 내가 보고 싶었어?"입가에 장난기 어린 웃음이 새어나오자 그는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크게 마신 뒤 숨을 몰아쉬며 흡족했다.강시유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다가 그가 완전히 조용해진 후 말을 꺼냈다. "네가 나에게 준 레시피에 문제가 있는 거지?"그녀는 목소리도 가볍고 말하는 속도도 느리지만 두 눈은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레시피? 무슨 레시피?"그는 눈꺼풀을 치켜세우고 무슨 일인지 전혀 생각나지 않는 것 같았다.입을 오므리고 자신을 노려보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로젠은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아......지난번에 준 그 레시피를 말하는 거구나.""그건 내가 손이 가는 대로 한번 만들어 본 레시피야. 아직 실험해 본 적이 없는데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내가 알 수 없지."그의 당연하고 대수롭지 않는 모습이 강시유를 완전 열 받게 만들었다. "모른다고?!""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지 않는데도 내게 준거야? 당신 나를 엿 먹이려고 작정했네!"그녀는 매우 화가 났지만 노발대발할 수도 없어서 화를 억누르
"안돼!"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연구실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본 적이 있어. 향수가 정말 성공한다고 해도 대회에 나갈 때 당신과 나의 관계를 가지고 크게 문제 삼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장담을 못해."강시유는 망설이다가 말했다. "설마 당신이 연구실에 나가지 않으면 조정할 수 없는 거야? 내가 실험에서 실패한 제품을 가져와서 보여주면?""그래도 되지."로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효과는 분명 그렇게 좋지 않을 거야. 내가 단번에 문제점을 찾아낼 수도 있고, 열 번을 시도해도 못 찾을 수도 있어."“......”마치 무한반복에 빠진 것 같았다!만약 그를 연구실에 보내지 않으면 문제의 핵심을 찾지 못할 수 있고, 향수를 개발하지 못하면 대회에 참가할 수 없고, 상을 받을 수도 없고, 인생의 정점에 오를 수도 없지만, 만약 그를 보낸다면, 노형원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대회에서 증거 가지고 문제를 삼으면 그녀도 경기 참가자격을 잃게 된다.그녀는 한 손을 콧대에 대고 매우 짜증이 났다."사실…" 그녀를 바라보며 로젠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방법이 하나 있긴 하는데 네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뭔데?"한 가닥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녀는 시도해 보고 싶었다."내가 기억하기로는 당신 회사의 연구실은 당신 관할이잖아?"강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총감독이니까 당연하지!"비록 그녀는 최근에 그 곳에 잘 나가지 않지만, 적어도 명분상 직함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그럼 언제 연구실에 갈지 당신 마음대로 결정하면 되잖아!"로젠은 빙긋 웃었다."당신의 뜻은….""낮에는 물론 사람들이 많아 들키기도 쉽고 증거로 남아 있기도 쉽지. 그런데 저녁에는?"그는 여기까지 말하고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강시유는 곧 그의 뜻을 이해했고 머릿속에 매듭이 풀린 듯 생각이 탁 트였다.맞아!낮에는 보는 눈이 많아 피할 수 없지만, 저녁에 모두 퇴근한 후 그녀가 따로 로젠을 데리고 연구실에 들어
한소은은 정신없이 잤다.하루 종일 연구실에 있는 게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게...그녀는 어떤 새로운 분야를 개발하고 나서 어떤 면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에너지가 천성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예를 들어, 그녀의 김서진 대표님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회사에 가서 회의를 했지만 그녀는 심지어 그가 언제 떠났는지도 잘 모르고 그냥 그가 떠나기 전에 자신의 이마에 뽀뽀를 했다는 기억만 남았는데 그 기억도 희미했다.기억이 잘 안 난다.손가락을 움직여 드디어 진동하는 핸드폰을 만져서 거의 귀에 걸친 듯 받았다. "여보세요?""소은 언니, 저에요."이연의 목소리이고 듣기에 매우 상쾌했다."오, 일찍이네. 좀 더 쉬지?"그녀는 몽롱해서 몸을 뒤척이며 조금도 움직이기 싫었다."일찍이라고요?"오이연은 시간을 한번 보고 말했다. "곧 6시인데 일찍이라고요?""6시? 6시면 일찍 아니야?” 아직도 머리가 완전히 비어 있는 상태라 이 순간 전화를 끊고 싶었다."언니, 지금 오후 6시인데 혹시 아침 6시인 줄 알고 있어요?""오후 6시면 일찍 아니야? 오......음......응?!"정신이 점점 돌아오자 한소은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몇 시? 오후 6시?!"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고 자세히 살펴보니 과연 오후 6시가 다 되어갔다!2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맨발로 창가로 달려가 커튼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는데, 그 지고 있는 해가 마치 그녀가 하루를 헛되이 보낸 것을 비웃는 것 같았다.what?!그녀는 하루 종일 잤다고?!"소은 언니, 설마…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주무신 건 아니죠?"그녀는 이미 분명한 사실이라는 것을 느꼈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물어봤다.머리채를 잡고 창가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시간을 알고서도 계속 피곤했다.그녀는 하늘의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됐어. 몇 시든 상관없어! 무슨 일이야? 오늘 쉬는 날이 아니야?""아니. 어제 현아 언니랑 축하하기로 했는데 언제예요?"그녀는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 제안한
어젯밤에 집에 들어가서?한소은의 머릿속에 어젯밤 집에 돌아온 장면이 떠올랐는데 그것은 전부 19금이다!얘기? 무슨 얘기! 그녀에게 그런 여유가 어디 있고 그런 시간이 또 어디 있고, 그런 기회가 또 어디 있었을까!!!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니 다크 써클이 너무 진했고 온몸의 뼈가 모두 분해되어 다시 조립된 것 같았다. 얼굴에 두 개의 큰 글자가 쓰여 있었다. 피곤!"소은 언니, 소은 언니,듣고 있어요?"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응, 어"하는 소리도 들리지않아 이연이는 그녀가 전화를 끊은 줄 알았다."어, 있어. 얘기해!"그녀는 입을 헹구고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예요. 그냥 예정된 곳이 있는지 여쭤보려고요. 나도 내가 사실 관여할 권한이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나도 정말 오랫동안 밖에 나가 놀지 못했거든요."하루 종일 연구실에 틀어박혀 놀러가려면 시간이 없거나 돈이 없었는데 이런 기회가 오니 설레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네가 왜 관여할 권한이 없어, 너도 같이 가는데, 당연히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지."한소은은 얼굴을 닦고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우리는 아직 정하지 못했어. 네가 생각하는 적당한 곳은 없어? 추천해도 괜찮아! 생각해 볼 수 있어!""정말요?!"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도 낼 수 있다니 정말 좋았다."내가 언제 너를 속인 적 있어?"그녀는 자신의 배를 만져보더니 꼬르륵 소리가 들렸고 많이 배고팠다.과연 사람은 잠들어 있을 때 전혀 느끼지 못하고 깨어나면 온몸에 혁명이 일어나기 시작한다."이연아, 잠깐 기다려봐. 내가 현아 언니에게 전화해볼게. 아니면 우리 지금 축하하러 갈까?""지금요?!"그녀는 정말 바람처럼 빨라서 금방 움직이는 여자다."시간이 없어?""아니, 시간 있어요! 지금 집이에요.""알았어. 내가 전화하고 알려줄 게!"조현아는 아주 시원하게 야근만 안 하면 퇴근 후 시간이 비교적 한가하다고 단번에 오케이했다.그녀는 오케이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가
“건배!”방 안의 분위기는 여전히 뜨거웠고, 비록 3명뿐이었지만 그들은 매우 즐거웠다.“이렇게 빨리 성공할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정말 놀랐어요!”조현아는 오늘 아침 일찍 샘플을 보고 오는 길이다. 어제 한소은과 오이연이 남겨놓은 샘플을 테스트해 보았고 모두들 놀랄 만한 냄새라고 평가했다.“팀장님, 제가 이틀 전에 거의 다 완성되었다고 했잖아요.” 오이연이 먹으면서 말했다. “그것도 빠른 게 아니었어요. 예전 소은 언니는 한 달도 안 돼서 신제품을 출시한 적도 있대요.”“정말요? 정말 대단하네요! 그럼 1년 동안 몇 개를 출시할 수 있는 거예요!”생산량만 어림잡아봐도 정말 흥분됐다. 상품을 직접 확인한 후에는 상품의 질에 관련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그건 또 아니에요. 만약에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3개월에 하나도 힘들지 몰라요. 그렇다고 그때 절 해고하시면 안돼요!” 그녀는 고개를 돌려 농담조로 말했다.조현아는 크게 웃었다. “저도 해고할 능력이 있어야 하는 거죠! 당신 처음 왔을 때 생각하면...”잠시 말을 잇지 못한 그녀는 타깃을 바꿔 오이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직 이연 씨가 오지 않았을 때라 모르시겠죠. 저 그때 당시에는 그녀가 오지 않기를 바랐었어요. 대표님과도 사이가 멀어졌는데 그래도 그녀를 내쫓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당시에 그녀가 뒤에 스폰서가 있는 건 아닌가 했죠!”그녀는 탁자를 ‘탕’하고 치며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한소은: “...” 오이연은 그녀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그녀는 정말 스폰서가 있었다. 심지어 아주 강력한!“그럼 소은 언니의 스폰서가 누군데요?”조현아는 한소은을 보며 입을 삐죽거렸다. “나중에야 알게 됐어요. 스폰서는 무슨 스폰서! 그녀를 내쫓을 방법이 없어서 괴롭힐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얘기했죠, 하늘이 보살펴주는 것 아니냐고, 결국 그녀는...”“하하하, 그제야 그녀가 스폰서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죠. 그녀 자신이 그녀의 스폰서였어요. 정말 재
그녀는 이제까지 속에 담아놨던 것을 한참 동안 털어놓았다.“솔직히 말해서 저희 프로젝트 괜찮아요. 스트레스가 많이 받아도 고객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고 얼마든지 계약 따내려고 돌아다닐 수 있어요. 하지만 정말 조향사는...”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희 회사, 소성, 전국적으로 봐도 조향사의 숫자는 적지 않아요. 저희 회사도 조향사가 부족한 적은 없었죠. 하지만 뛰어난 조향사 또한 없었어요. 소은 씨, 당신을 만난 후에 저는 희망을 보았습니다!”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올해의 향수 콘테스트 저희가 우승할 수 있을 거예요.”소은은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녀의 이 한마디에 조현아는 놀라 술이 깨 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오이연 또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와 함께 지낸 지 몇 년이 되었고 같이 노력하여 만든 향수가 하나 둘 대박이 났지만 이렇게 자신만만한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이런 말투는 마치 그녀는 자신이 우승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소은 씨. 사실...”조현아는 몸을 곧게 펴고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3위 안에 드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예요.”우승해야죠!조향사는 모두 엘리트들로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조향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인내심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그녀는 비록 방금 한소은을 치켜세우고 실력이 있다고 믿고 있지만, 제2의 한소은이 있을지, 그녀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없다는 법은 없었다.당연히 많은 선배들이 있었기에 누가 우승할지는 아직 미지수다.조현아는 부담스러울까 봐 일부러 안심시켜주었다. “사실 꼭 우승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저희는 향수 업계에서는 경력이 아직 짧아요. 만약...”“할 수 있어요, 절 믿어요!” 한소은은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조현아는 그녀가 나가는 것을 바라만 보았다.오이연 또한 그녀가 나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두 사람은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