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꺼낼 때 그는 마음이 좀 아팠다.‘용기?’사람을 용기로 사용하는 게 어떤 개념인지 생각해 본 적조차 없었다.살아 있는 사람을 데려가서 그녀의 생명과 정신은 무시한 채, 단지 육체를 하나의 용기로 생각하고 새로운 영혼을 불어넣는다는 건가?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지만 김서진처럼 침착한 사람도 몇 번 악몽을 꾼 적이 있었다.꿈속에는 한소은과 생김새가 똑같은 여인이 있었다. 이름을 불렀지만 그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기만 했다. 그 웃음은 섬뜩했고 괜히 그로 하여금 마음이 스산하게 했다. 한소은과 매우 닮은 그 여자는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저는 당신의 아내예요, 왜 저를 몰라보세요?”“아니야, 넌 아니야. 넌 내 아내가 아니야! 은이 어디 갔어, 은이 어디로 데려갔어? 돌려줘!”김서진은 자신의 목소리에 놀라서 깨어났다.깨어나니 등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창밖을 보면 캄캄한 밤이었지만 침대 옆자리는 여전히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 느낌은 그를 공포에 떨게 했고 정말로 한소은을 잃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맞아, 용기를 만드는 거야. 주효영은 늘 부러워했어.”“부러워했다고요?”원철수는 입을 크게 벌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산송장이 되는 게 부럽다고요?”말을 끝내자마자 원철수는 자신이 잘못 말했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막더니 고개를 돌려 김서진을 바라보았다.김서진은 냉정해 보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원철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저 임상언을 보면서 말할 뿐이었다.“이런 기회가 있다는 게 부러웠던 건가?”“그런 거라면 진짜 미쳤네요.”원철수는 판단을 내렸다.어떤 누가 산송장으로 될 사람을 부러워하겠는가?몸은 살아있지만 영혼은 바뀌었는데 어떻게 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거지? 벌써 다른 사람이 된 거 아닌가?"모르죠."잠시 생각에 잠겼던 김서진이 입을 열었다."내 예상이긴 한데 말인데, 주효영이 자신의 몸에 쓴 독, 혹은 약이
그래서 이제는 아무리 황당해도 일단 가설적으로 믿어보려고 했다.“이렇게 되면 주효영을 믿고 저쪽에 가서 거래를 해야 하지?”냉정함을 되찾은 임상언은 생각이 훨씬 뚜렷해졌고 머리도 맑아졌다.김서진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김서진도 이것에 대해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지금 주효영이 자신의 몸에 약을 썼다는 것이 확인되었지만 이 약의 효과가 어느 정도 발휘되었는지는 말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후유증이나 합병증, 더 나아가서 다른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일단 그쪽이랑 얘기하지 말도록 해.”고민 끝에 김서진은 일단 이 일을 숨기기로 했다.“주효영을 못 믿겠어요?”원철수는 그가 주효영을 의심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 그녀는 사실대로 말한 적이 없었으니 믿지 않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그러나 김서진이 고개를 저었다.“나는 주효영을 믿지 않는 게 아니라 그쪽을 믿지 않는 거예요.”“지금까지 그들은 왜 한소은을 중요하게 생각했을까요? 한소은을... 용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이 두 글자를 말할 때마다 김서진은 한 번씩 말을 더듬었다. 처음으로 ‘용기'라는 두 글자를 말하기 어렵다고 느꼈다.“하지만 만약에... 혹시라도 말이야. 그들이 은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더 좋은 용기를 찾는다면 그들이 은이를 어떻게 대할까요? 그들은 그렇게 인자한 사람이 아니잖아요.”임상언은 바닥을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죽일 거야.”맞다!대체품이 생겼다는 건 다른 선택권이 생긴다는 건데 그들이 한소은을 순순히 풀어줄 리 없었다. 그들은 자선가가 아니었고 인자한 사람들은 더더욱 아니니 한소은을 없앨 것이었다.“아니면... 문제가 생겼을 때 쓸 수 있게 비상용으로 둘 수도 있어.”쓸 수 있는 용기가 많아져도 그들은 상관없었다.원래는 하나였는데 지금은 둘로 되었으니 누가 바보처럼 하나를 버리고 하나만 남기겠는가?“우린 이미 두 번이나 갔어. 사람은 찾지 못했고 증거도 없어. 그들은 절대 한소은
임서진은 약간 건조해진 입술을 핥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전에 그 실험실에 있을 때 약 두 병을 몰래 숨긴 적이 있어.”김서진과 원철수는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무슨 약?”“그러니까 그들이 개발한 것들인데. 뭔지는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어쩌면 유용하게 쓰일지도 몰라. 나중에 교환 조건으로 쓰든, 제출하든 말이야. 아무튼 그래서 몰래 가지고 나왔었어.”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듯 임상언은 말을 이어 나갔다.“계속 말하지 않는 이유는 물론 내 이기심 탓도 있어. 유용하게 쓰일지도 모른다고 말 한 건, 지금이 딱 쓸만한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뭐 하려고?”김서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은근히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약을 내 몸에 쓸 거야.” 잠깐 멈칫하더니 임상언이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유달리 의연했다.“너 미쳤어? 그게 무슨 약인지, 아니면 독인지, 무슨 효과가 있는지 알긴 해?”김서진이 놀라서 물었다.‘무슨 생각으로 자기에게 약을 쓰려고 하는 거지?’“몰라. 하지만 어쩌면 저 사람은 알고 있을지도 몰라.”임상언은 턱으로 원철수를 가리키며 말했다.“난 상관없어, 즉사만 아니면 괜찮아.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을 속이는 거야. 그것만 성공하면 돼.”여기까지 들은 김서진은 어느 정도 이해했다.“네가 미끼를 자처하겠다는 거야? 은이 대신 용기를 만들 수 있다고 그들에게 말하겠다고?”임상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묵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안 돼.”김서진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왜 안 돼? 주효영이 안 되는 건 그녀가 정말 용기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잖아. 하지만 난 달라, 그리고 내가 들어가면 한소은을 구할 방법을 찾을 거야.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의 음모가 실현되지 않도록 하는 거야.”그는 다급하게 말했다.김서진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그들이 그렇게 쉽게 넘어갈 거라고 생각해? 맞아, 프레드는 네 몸 안에 있는 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몰라. 그래서 네 말이 신빙성이 있는지도 몰라.
김서진의 보살핌이 있으면 그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만 해!”김서진이 그의 손을 밀치더니 입을 열었다.“네 아들은 네가 스스로 돌봐야지.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아? 나는 네 부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넌 반드시 잘 지내야 해. 쓸데없는 생각 좀 하지 말고.”“원철수 씨를 좀 봐, 그렇게 많은 일을 겪었는데도 지금 멀쩡하잖아?”갑자기 자기를 언급할 줄은 몰랐던 원철수는 어리둥절해졌다.어깨를 으쓱해 보인 원철수는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래도 살아가야 되잖아요.”“그리고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요. 아직 궁지에 몰리지 않았으니 우리가 승산이 없다고 할 수는 없어요.”원철수가 잠깐 멈칫하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그들은 아직 실험의 마지막 단계를 시작하지 않았어요, 왜 그런지 맞혀 봐요.”임상언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왜요?”김서진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아직 때가 아니라서.”“맞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 한소은도 그들 손에 있고 그 실험실도 이미 버려진 것처럼 보이는데 왜 아직도 시작하지 않는 걸까? 아무래도 때가 되지 않아서 기회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언제가 적절한 타이밍인 걸까요?”손가락으로 자신은 턱을 콕콕 찌르며 원철수는 생각에 잠겼다.임상언은 기억을 더듬어 보더니 말했다.“한소은이 출산한 뒤 건강이 회복되는 걸 기다린다고 했던 것 같은데. 최상의 컨디션이 되는 걸 기다리는 게 아닐까요?”“아니요, 그게 주요한 원인은 아닌 것 같아요.”원철수는 고개를 저었다.“맞아요, 출산은 정력도 많이 들고 몸도 상하지만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만약 그때까지 기다릴 거였으면 이렇게 빨리 데려갈 필요는 없었어요.”“게다가 한소은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면 더 많은 방법이 있을 거고. 그리고 지금의 의료 기술을 이용하면 몸을 완전히 추스르는 데 회복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이런 큰 실험을 하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어요.”“그럼 뭘 기다리고 있
한소은은 여왕 폐하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었다. 대화가 끝남과 동시에 프레드가 도착했다.평소의 공손한 태도에서 벗어나 프레드는 들어온 뒤 먼저 방 안을 둘러보고서는 뒤돌아 곧바로 침실 방향으로 걸어갔다.“프레드?”휠체어에 앉아 있던 여왕은 프레드가 옆에 있는 모두를 무시하고 안으로 향해 바로 그녀의 침실을 침입하는 걸 보고 소리를 질렀다.“거기 서.”그러나 프레드는 이를 무시하고 직접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프레드.”“역시 여기 있었네.”프레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는 침실 의자에 앉아 있는 한소은을 보고 두세 걸음 걸어가더니 손을 뻗어 잡아당기려고 했다. 하지만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손을 멈추며 말했다.“넌 여기에 숨으면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도망? 내가 왜 도망을 쳐?”한소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프레드를 바라보고서는 태연하게 말했다.“아니어야 할 거야. 네가 도망칠 수 없다는 걸 너도 알잖아.”프레드는 싸늘하게 말했다.“따라와.”“내가 왜 널 따라가야 해?”한소은은 여전히 차분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그런 것 같은데? 설마 이제 네 자식들을 버릴 거야? 죽든말든 신경 쓰지 않는 거지?”프레드는 또 아이들로 그녀를 협박했다.한소은은 고개를 저었다.“그럼 너도 네가 죽고 사는 건 신경 쓰지 않는 거지? 네가 뭘 먹었는지 잊지 마.”“독약 말하는 거야?”프레드는 싸늘한 비웃음을 날리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난 신경 안 써. 난 내가 먹은 게 독약이 아니라고 믿거든. 내 영역에서 내 물건을 사용하면서 네가 독약을 써? 그렇다면 넌 정말 대단한 거야.”“믿지 않는다면 됐어. 근데 아쉽게도 너한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한소은은 한숨을 쉬면서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넌 내 목숨은 신경 쓰지 말고 네 두 아이의 목숨이나 걱정해.”그의 말이 떨어지자 밖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한소은은 눈을 내리깔며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는 듯해 보였지만 눈꺼풀은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
“난 전에 프레드가 이렇게 말을 잘한다는 걸 왜 몰랐을까?”여왕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폐하께서 아직 발견하시지 못한 점이 더 많습니다. 전 장점이 아주 많은 사람이거든요.”프레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한소은이 걸어 나오는 것을 바라보며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어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갔다.여왕은 한소은이 프레드를 따라 밖으로 나가려는 것을 보고 불러 세웠다.“한소은 씨.”“여왕 폐하. 폐하께서는 비록 연세가 많으시지만 전 폐하께서 여전히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폐하께서 잘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한소은은 여왕을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밖으로 나갔다.문 앞에서도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고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사람의 손에 녹음기로 보이는 물건이 들려있었다. 너무 선명하게도 방금 아기 울음소리는 저 녹음기에서 울려 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넌 더 이상 아이들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는 거 아니었어? 난 필요가 없으면 개들에게 먹이로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럼 음식 낭비를 줄일 수도 있고.”프레드의 입은 정말 사람이 싫어할 만한 말만 골라서 했다.한소은은 정말 츠레드가 너무 미워서 그 얼굴을 찢어버리고 싶었다.“아이들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내가 네 인생을 죽는 것보다 더 힘들게 만들어줄 거야.”“허허. 자기 자신을 지키지도 못하는 사람이 아직도 날 위협하는 거야?”프레드는 한소은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았다.“데려가.”그러고는 사람을 시켜 한소은을 다른 곳에 가뒀지만 프레드는 마음이 후련하지 않았다.이곳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H국 사람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는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그들이 한소은이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는 건 대사관 안에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의미했다. 만약 여왕이 먼저 한소은의 거처를 바꿔주지 않았다면 그들에게 들켰을 수도 있었다.게다가 ‘소독’이라는 핑계를 생
강렬한 빛 때문에 상대방도 무의식적으로 눈을 가늘게 뜨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어냈다.온몸에 묻은 피와 찢긴 피부 아래로 드러난 살은 보기만 해도 더러우면서 역겨웠고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했다.“쯧쯧.”프레드는 혀를 차며 들고 있던 손수건을 던진 뒤 조롱하듯 말했다.“왜 이렇게 처참하게 만들었어? 그래도 체면이 있는 의사인데. 평소에 아주 화려한 사람을 어떻게 이 지경으로 만들었어?”묶여 있는 사람은 이전에 한소은을 진찰했던 의사였다.그는 당시 떠나기를 거부하고 다시 돌아와 김서진을 위해 내부 첩자 활동을 했지만 결국 발각되었고 붙잡혀 이곳에 갇히게 되었다.이틀간의 고문 끝에 한 사람의 몰골은 더 이상 인간으로도 귀신처럼도 보이지 않았다.“말해 봐. 그들이 당신한테 어떤 혜택을 줬기에 감히 날 배신하게 됐어?”프레드는 부하들이 시간을 맞춰 갖고 온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프레드는 앉아서 다리를 꼬며 계속 손수건으로 코를 가리고 있었지만 전체적은 느낌은 훨씬 여유로워 보였다.의사는 프레드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결국 목숨을 건질 수 없으니 말하든 하지 않든 결과는 별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꽤 입이 무겁네.”프레드가 옆을 힐끗 쳐다보자 옆에 있던 사람이 바로 의사를 채찍질했다.‘착착’하고 살점을 때리는 소리가 듣는 사람의 온몸을 저릿하게 만들었다.의사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어냈지만 이를 악물며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와, 몰라봤는데 너 정말 터프가이구나.”프레드가 냉소적으로 감탄하며 말했다.“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어? 나도 이렇게 잔인한 사람이 아니야. 말해 봐 내가 너무 궁금해서 그러니까. 넌 왜 날 배신한 거야? 내가 준 보수가 부족했나?”의사는 여전히 말하지 않았고 기절한 듯 입술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왔다. 프레드는 의사를 힐끗 바라보며 얼굴에 띄고 있던 괴상한 미소를 거두고서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나도 알아. 지금 네 와이프와 아이
프레드는 피식 웃어버렸다.“억울하다고? 이 세상에는 억울한 사람이 많아. 모든 사람이 나한테 부탁하면, 내가 다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잖아? 게다가 내가 왜 그들을 놓아주지 않는지, 너 몰라?”“...”“자, 말해봐, 너에게 어떤 혜택을 주었어? 단지 가족을 구하는 것을 도왔을 뿐은 아니겠지?”프레드가 의사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아내와 아이들은 이미 돌아갔는데 넌 왜 돌아왔는지 말해 줄래? 스파이 노릇을 하려는 거야 그래? 그자들이 도대체 너에게 무엇을 약속했어?”프레드는 진짜 궁금했다.프레드는 처음에 거금을 주고 의사를 불렀지만 의사는 모두 오만하게 거절했다. 어쩔 수 없이 가족을 협박해서야 순순히 자기 일을 도왔다. 하지만 지금은 뜻밖에도 자신을 배신하고, 그 사람들을 도우려고 하니 상대방이 제시한 가격이 매우 높다는 말이 아니겠는가?“너 같은 사람은 모를 거야!”의사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나 같은 사람? 너희들은 고상해? 그자들은 성인군자고 좋은 사람이야? 그렇다면, 왜 네가 돌아와서 스파이 짓을 해주어야 하는 거야? 그자들이 네 목숨을 소중히 여기기나 한대?”프레드는 의사를 바라보았다.“너에게 무슨 말을 했어? 그자들의 계획에 대해 말하지 않았어? 말해, 말해 주면 너랑 가족 다 놔줄게!”의사는 또 말을 하지 않았다.“완고하군.”인내심을 잃은 프레드는 침을 뱉으며 돌아서서 옆 테이블에서 날카로운 칼을 꺼냈다.“너의 이 손은 훌륭하고 성공적인 수술을 많이 손이지? 한 의사에게 가장 값진 물건이 바로 이 손이 아니겠어?”프레드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은 의사는 겁이 나 몸을 떨며 자기도 모르게 손을 뒤로 움츠러들려고 했다.하지만 묶여 있었기 때문에 전혀 움츠러들지 못했고, 그 차가운 칼날만이 의사의 피부에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만약 이 손이 망가진다면 넌 어떻게 될까?”프레드가 웃으며 말했다.그의 웃음은 마치 저승사자 같았다.“아니, 싫어!”의사가 떨면서 애원했다.죽을 수는 있어도 두 손을 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