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수는 표정이 여러 번 바뀌다가 결국 정상으로 돌아왔다.“오랫동안 못 봤는데 입이 이렇게 독할 줄이야, 네 몸속의 독이 점점 더 강해지는구나!”지금은 예전의 주효영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게 할 수밖에 없다.지금은 이미 정세가 바뀌었다. 지금 포로가 된 주효영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든,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흥!”차갑게 코웃음 치던 주효영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2초 정도 멈추었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천천히 고개를 돌려 원철수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김서진 그들이 나한테...”“아직 독이 머리까진 미치지 못했나 보군.”그러자 원철수가 다가와 주효영의 앞에 섰다.“저리 가, 네가 검사해 줄 필요 없어.”주효영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원철수가 스스로 언급하자 아마 김서진이 자신을 검사하련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주효영이 실제로 자신의 몸을 가지고 실험을 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원철수를 찾아왔음이 분명했다.김서진과 임상언은 모두 전문가가 아니고 의술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으니 실험 등에 관해서는 더더욱 모른다. 하지만 원철수는 다르다.원철수는 여러 해 동안 의학에 종사했을 뿐만 아니라 실험실에서 오랫동안 머물렀고 시험 제품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것들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검사를 받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기도 하다.다만...원철수는 주효영과 원한이 있다!두 사람이 라이벌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다.처음 원철수가 시험 품으로 사용되었을 때, 주효영이 직접 실험했고, 심지어 그 실험 약품도 그녀가 개발한 것이다.주효영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다.실험은 동물이든 사람이든 누구든 간에, 그 결과를 검증하는 것 자체가 똑같다.어떤 실험이 희생이 필요 없을까?게다가, 원철수는 지금 멀쩡하게 여기서 있고, 예전보다 훨씬 상쾌해 보이는데 말이다. 주효영은 갑자기 원철수의 몸에 있는 독이 정말 다 풀렸는지 궁
주효영은 변태적이고 무자비한 킬러처럼 화학 약품들을 차갑게 쓰며 사형집행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했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원철수는 두세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한 손으로 주효영의 손목을 잡고 손가락을 모아 맥박에 눌러 억제했다.“이거 놔!”원철수가 갑자기 움직여 자신을 잡을 줄 몰랐던 주효영은 순간적으로 몸부림을 쳤다.원철수는 더 단단히 잡았다. 주효영은 잠시도 벗어날 수 없었지만, 그런데도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주효영은 원철수가 맥을 짚지 못하게 하려고 악을 썼다. 비록 떨쳐버리지 못했지만 원철수 역시 주효영의 맥박을 자세히 짚어내기가 쉽지 않았다.서로 실랑이를 하던 중 문밖을 지키던 임상언이 뛰어 들어와 주효영의 어깨를 꽉 눌렀다.“움직이지 마.”“임상언?!”임상언을 본 주효영은 차갑게 웃더니 한마디 했다.“역시 너도 있었구나, 이 겁쟁이! 이 지질한 놈아! 감히 조직에 대항할 수 없고, 오직 김씨의 꽁무니만 따라다니는 거지. 너의 아들에게 너 같은 아버지가 있다는 것은 정말 창피한 일이야! 그럴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겠어. 죽으면 이런 사실을 알 수 없으니 훨씬 편하지 않겠어?”“뭐라고?”임상언이 발끈했다.자신에게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아들을 언급했고 아들에게 죽으라고 저주를 퍼붓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너의 아들이 차라리...”뒤에 있는 단어가 채 나오기도 전에 임상언의 두 손이 갑자기 주효영의 목을 조르고 말았다.양어깨를 짓누르던 손이 목덜미로 옮겨졌고, 양손에 힘을 꽉 주어 목을 졸라 죽이려 했다.“너야말로 죽어. 죽어 버려. 너 같은 사람도 안 죽었는데 왜 내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겠어! 내 아들은 괜찮을 거야, 죽어야 할 사람은 너야!”임상언은 이성을 잃고 필사적으로 그녀를 목 졸라 죽이려고 했다.주효영은 목이 졸린 채 눈을 부릅뜨고 곧 기절할 것 같았다.맥을 짚고 있던 원철수는 이 광경을 보고 놀라 잠시 맥을 짚을 겨를도 없이 임상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진정하세요, 임상언 씨! 아직 주효영을
“더 확인해 볼까요?”임상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김서진은 원철수를 바라보았다.원철수는 고개를 숙이고 이미 정신을 잃은 주효영을 바라보다니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아니요.”원철수의 말을 들은 김서진은 돌아서서 나갔다.원철수가 그 뒤를 따랐고, 임상언은 양쪽을 둘러보며 머뭇거리다가 이내 따라갔다.다시 거실로 돌아온 몇 사람은 마치 방금의 모든 것이 꿈일 뿐, 전혀 일어난 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또 크게 달라졌다.임상언은 마치 영혼이 나간 것처럼 넋을 잃고 있었다.지난 며칠 동안 임상언은 아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 심지어 저주를 퍼붓는 것을 들었을 때, 분명히 억누고 있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임상언에게 아들은 사혈이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임상언 자신도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주효영의 몸에 있는 독이 뭔지 아세요?”김서진은 가서 얼음물 한 잔과 찬 수건을 임상언에게 건네주며 진정하라고 했다.원철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실험실의 독은 복잡해서 단기간에 확신할 수 없어요. 하지만 주효영의 말도 맞는 것 같아요, 전에 실험했던 독과 비슷한 것 같아요.”“뭐라고요?”얼음물을 한 모금 마신 임상언이 쉰 목소리로 물었다.“사실 실험실에서의 연구는 실험마다 제각각인 것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통제죠.”고개를 돌려 원철수를 바라보는 임상언은 눈을 붉혔지만, 감정적으로는 훨씬 냉정해졌다.임상언의 눈은 혼란과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고, 원철수의 말이 무슨 뜻인지 분명치 않았다.“사람의 생각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에요.”원철수는 너무 대충 설명했다는 생각에 한마디 보탰다.“이 조직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배후에 있는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은 사람의 정신을 통제하는 것이에요. 야망이 매우 커 보였는데 뭔가를 지배하고 싶은듯하고 심지어... 그 뭔가가 전 세계일 지도 몰라요.”이렇게 생각하면 과장되고 심지어
통제하는 것이 실험의 목적이라면, 보통 다른 사람을 조종하기 위한 실험일 것이었다. 누가 자기를 조종하려 하겠는가? 만약 조종하려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조종한단 말인가?“내, 그런 뜻은 아니에요.”원철수가 잠깐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주효영의 몸에 있는 독은 전에 제가 가지고 있던 것과 더 비슷하지만 또 좀 달라.”김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임상언도 입을 열지 않았다.그는 얼음물을 양손에 쥐고 찬 수건을 목에 걸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이 진정될 것처럼 말이다.모두가 김서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간단하게 말해면 주효영 몸속의 독은 세포 분열과 성장을 촉진하고 몸 안의 세포들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촉진제라는 거죠.”“그러니까...”잔뜩 잠긴 목소리로 임상언이 천천히 말했다.“그러니까 원철수 씨가 그랬던 것처럼 몸이 빨리 부풀어 오르고 막 갈라지기까지 할 거라는 거죠?”“크흠...”원철수는 가볍게 기침을 했다. 독에 중독돼 정신이 혼미했을 때도 많았다. 나중에 둘째 할아버지 집 CCTV를 봤는데 그 시절은 그에게는 시달림이었을 뿐만 아니라 치욕이었다.자꾸 웃통을 벗고 마당을 뛰어다니질 않나, 2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리질 않나... 생각만 해도 너무 창피해서 지금 당장 달려가 위층에서 확 뛰어내리고 싶었다.원철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나서 말을 이어 나갔다.“비슷해요. 하지만 여자와 남자는 몸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약이라고 해도 효과가 다를 수 있어요. 다른 약을 썼을 가능성도 있고요.”“내가 지금 궁금한 게 이거예요. 도대체 무슨 실험이길래 본인의 몸으로 실험을 하는 건지.”한 손으로 턱을 괸 채로 김서진은 생각에 잠겼다.이것이 바로 김서진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었다. 사람이라면 어떤 일을 하든 그 목적이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주효영의 목적은 무엇일까?이 여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생사도 신경을 쓰지 않았으며 무언가를 한다고 해도 별 이유가 없는 것만 같았다.말하자면 주효영이
이 말을 꺼낼 때 그는 마음이 좀 아팠다.‘용기?’사람을 용기로 사용하는 게 어떤 개념인지 생각해 본 적조차 없었다.살아 있는 사람을 데려가서 그녀의 생명과 정신은 무시한 채, 단지 육체를 하나의 용기로 생각하고 새로운 영혼을 불어넣는다는 건가?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지만 김서진처럼 침착한 사람도 몇 번 악몽을 꾼 적이 있었다.꿈속에는 한소은과 생김새가 똑같은 여인이 있었다. 이름을 불렀지만 그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기만 했다. 그 웃음은 섬뜩했고 괜히 그로 하여금 마음이 스산하게 했다. 한소은과 매우 닮은 그 여자는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저는 당신의 아내예요, 왜 저를 몰라보세요?”“아니야, 넌 아니야. 넌 내 아내가 아니야! 은이 어디 갔어, 은이 어디로 데려갔어? 돌려줘!”김서진은 자신의 목소리에 놀라서 깨어났다.깨어나니 등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창밖을 보면 캄캄한 밤이었지만 침대 옆자리는 여전히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 느낌은 그를 공포에 떨게 했고 정말로 한소은을 잃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맞아, 용기를 만드는 거야. 주효영은 늘 부러워했어.”“부러워했다고요?”원철수는 입을 크게 벌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산송장이 되는 게 부럽다고요?”말을 끝내자마자 원철수는 자신이 잘못 말했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막더니 고개를 돌려 김서진을 바라보았다.김서진은 냉정해 보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원철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저 임상언을 보면서 말할 뿐이었다.“이런 기회가 있다는 게 부러웠던 건가?”“그런 거라면 진짜 미쳤네요.”원철수는 판단을 내렸다.어떤 누가 산송장으로 될 사람을 부러워하겠는가?몸은 살아있지만 영혼은 바뀌었는데 어떻게 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거지? 벌써 다른 사람이 된 거 아닌가?"모르죠."잠시 생각에 잠겼던 김서진이 입을 열었다."내 예상이긴 한데 말인데, 주효영이 자신의 몸에 쓴 독, 혹은 약이
그래서 이제는 아무리 황당해도 일단 가설적으로 믿어보려고 했다.“이렇게 되면 주효영을 믿고 저쪽에 가서 거래를 해야 하지?”냉정함을 되찾은 임상언은 생각이 훨씬 뚜렷해졌고 머리도 맑아졌다.김서진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김서진도 이것에 대해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지금 주효영이 자신의 몸에 약을 썼다는 것이 확인되었지만 이 약의 효과가 어느 정도 발휘되었는지는 말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후유증이나 합병증, 더 나아가서 다른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일단 그쪽이랑 얘기하지 말도록 해.”고민 끝에 김서진은 일단 이 일을 숨기기로 했다.“주효영을 못 믿겠어요?”원철수는 그가 주효영을 의심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 그녀는 사실대로 말한 적이 없었으니 믿지 않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그러나 김서진이 고개를 저었다.“나는 주효영을 믿지 않는 게 아니라 그쪽을 믿지 않는 거예요.”“지금까지 그들은 왜 한소은을 중요하게 생각했을까요? 한소은을... 용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이 두 글자를 말할 때마다 김서진은 한 번씩 말을 더듬었다. 처음으로 ‘용기'라는 두 글자를 말하기 어렵다고 느꼈다.“하지만 만약에... 혹시라도 말이야. 그들이 은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더 좋은 용기를 찾는다면 그들이 은이를 어떻게 대할까요? 그들은 그렇게 인자한 사람이 아니잖아요.”임상언은 바닥을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죽일 거야.”맞다!대체품이 생겼다는 건 다른 선택권이 생긴다는 건데 그들이 한소은을 순순히 풀어줄 리 없었다. 그들은 자선가가 아니었고 인자한 사람들은 더더욱 아니니 한소은을 없앨 것이었다.“아니면... 문제가 생겼을 때 쓸 수 있게 비상용으로 둘 수도 있어.”쓸 수 있는 용기가 많아져도 그들은 상관없었다.원래는 하나였는데 지금은 둘로 되었으니 누가 바보처럼 하나를 버리고 하나만 남기겠는가?“우린 이미 두 번이나 갔어. 사람은 찾지 못했고 증거도 없어. 그들은 절대 한소은
임서진은 약간 건조해진 입술을 핥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전에 그 실험실에 있을 때 약 두 병을 몰래 숨긴 적이 있어.”김서진과 원철수는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무슨 약?”“그러니까 그들이 개발한 것들인데. 뭔지는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어쩌면 유용하게 쓰일지도 몰라. 나중에 교환 조건으로 쓰든, 제출하든 말이야. 아무튼 그래서 몰래 가지고 나왔었어.”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듯 임상언은 말을 이어 나갔다.“계속 말하지 않는 이유는 물론 내 이기심 탓도 있어. 유용하게 쓰일지도 모른다고 말 한 건, 지금이 딱 쓸만한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뭐 하려고?”김서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은근히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약을 내 몸에 쓸 거야.” 잠깐 멈칫하더니 임상언이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유달리 의연했다.“너 미쳤어? 그게 무슨 약인지, 아니면 독인지, 무슨 효과가 있는지 알긴 해?”김서진이 놀라서 물었다.‘무슨 생각으로 자기에게 약을 쓰려고 하는 거지?’“몰라. 하지만 어쩌면 저 사람은 알고 있을지도 몰라.”임상언은 턱으로 원철수를 가리키며 말했다.“난 상관없어, 즉사만 아니면 괜찮아.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을 속이는 거야. 그것만 성공하면 돼.”여기까지 들은 김서진은 어느 정도 이해했다.“네가 미끼를 자처하겠다는 거야? 은이 대신 용기를 만들 수 있다고 그들에게 말하겠다고?”임상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묵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안 돼.”김서진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왜 안 돼? 주효영이 안 되는 건 그녀가 정말 용기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잖아. 하지만 난 달라, 그리고 내가 들어가면 한소은을 구할 방법을 찾을 거야.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의 음모가 실현되지 않도록 하는 거야.”그는 다급하게 말했다.김서진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그들이 그렇게 쉽게 넘어갈 거라고 생각해? 맞아, 프레드는 네 몸 안에 있는 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몰라. 그래서 네 말이 신빙성이 있는지도 몰라.
김서진의 보살핌이 있으면 그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만 해!”김서진이 그의 손을 밀치더니 입을 열었다.“네 아들은 네가 스스로 돌봐야지.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아? 나는 네 부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넌 반드시 잘 지내야 해. 쓸데없는 생각 좀 하지 말고.”“원철수 씨를 좀 봐, 그렇게 많은 일을 겪었는데도 지금 멀쩡하잖아?”갑자기 자기를 언급할 줄은 몰랐던 원철수는 어리둥절해졌다.어깨를 으쓱해 보인 원철수는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래도 살아가야 되잖아요.”“그리고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요. 아직 궁지에 몰리지 않았으니 우리가 승산이 없다고 할 수는 없어요.”원철수가 잠깐 멈칫하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그들은 아직 실험의 마지막 단계를 시작하지 않았어요, 왜 그런지 맞혀 봐요.”임상언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왜요?”김서진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아직 때가 아니라서.”“맞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 한소은도 그들 손에 있고 그 실험실도 이미 버려진 것처럼 보이는데 왜 아직도 시작하지 않는 걸까? 아무래도 때가 되지 않아서 기회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언제가 적절한 타이밍인 걸까요?”손가락으로 자신은 턱을 콕콕 찌르며 원철수는 생각에 잠겼다.임상언은 기억을 더듬어 보더니 말했다.“한소은이 출산한 뒤 건강이 회복되는 걸 기다린다고 했던 것 같은데. 최상의 컨디션이 되는 걸 기다리는 게 아닐까요?”“아니요, 그게 주요한 원인은 아닌 것 같아요.”원철수는 고개를 저었다.“맞아요, 출산은 정력도 많이 들고 몸도 상하지만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만약 그때까지 기다릴 거였으면 이렇게 빨리 데려갈 필요는 없었어요.”“게다가 한소은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면 더 많은 방법이 있을 거고. 그리고 지금의 의료 기술을 이용하면 몸을 완전히 추스르는 데 회복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이런 큰 실험을 하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어요.”“그럼 뭘 기다리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