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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3화

밤은 소리 없이 찾아왔고 만물이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주택 전체는 어둠에 휩싸였다. 이곳에서 ‘특수한’ 상황이 발생한 후부터 모두가 더 잘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불은 꺼져 있었다. 밤이 되면 아무도 일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뒷마당의 방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을 뿐만 아니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도 했다.

오후부터 원철수는 뜨거운 물 한 통을 끓인 후 자신이 미리 끓인 약초 즙을 부었다. 약초도 꼼꼼하게 준비한 후 오랜 시간 동안 끓여서 만든 것이었다. 원철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모든 일을 조금씩 준비하여 지금 사실 몸이 좀 피곤했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괜찮았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에 비하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미리 준비한 침구 세트를 꺼내어 어르신 뒤에 섰다. 어르신은 커다란 욕조에 몸을 담그고 등을 드러내어 있었다.

어르신은 안에 앉아서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사실 어르신은 비몽사몽의 상태로 완전히 깨어있지 않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알고 있었다.

수온이 좀 높아서 그런지 호흡이 약간 가빠지고 얼굴에도 홍조를 띠고 있었다. 물에 담근 시간이 좀 길어서 피부는 느슨해지고 주름살도 많이 줄어든 것 같았다.

“둘째 할아버지, 시작하겠습니다.”

은색 바늘 하나를 들고 원철수는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어르신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욕조의 물만 보글보글 끊임없이 거품이 솟아올랐다.

그 은색 바늘 옆에 그릇이 하나 놓여 있었고, 그 그릇 안에는 시커먼 약즙이 들어있었다. 이것도 미리 준비한 것이었다.

원철수는 먼저 은색 바늘을 약즙에 담근 다음, 그중 하나를 집어 들어 어르신의 등에 있는 혈자리를 정확히 찾아 느리지만 확고하게 찔렀다.

은색 바늘을 천천히 돌렸지만 어르신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마치 감각이 없는 것 같았다.

원철수는 첫 바늘을 찌른 후 바로 고개를 돌려 어르신의 표정을 지켜보았다. 그는 동작을 멈추고 잠시 관찰하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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