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은은 먼저 눈으로 재빨리 네 명의 경호원을 훑어보았다. 누가 가장 약해 보이는지 어느 사람부터 손을 써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그런데 그녀가 공격 자세를 취하기도 전에 네 사람의 몸이 갑자기 비틀거리는 것을 보았다.“조심하세요!”임상언은 무의식적으로 한소은의 앞을 막아섰다. 자신도 긴장했지만, 한소은을 자기의 뒤로 당기며 그녀를 보호하려 했다.한소은은 그런 임상언을 힐끗 쳐다보고 쓰러진 경호원들을 다시 바라보았다. 네 사람은 이미 각기 다른 방향으로 쓰러져 있었다.“꽝!”“쿵 쿵쿵…….”네 명의 경호원은 마치 감각을 잃어버린 듯 모두 쓰러졌다.손을 쓰기도 전에 모두 쓰러지자, 한소은도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쓰러진 사람들이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을 보고도 1분가량 그 자리에 멈춰 서며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설마 죽은 건 아니겠죠?”임상언이 눈을 크게 뜨고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들을 까봐 그는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었다.한소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확신이 서지 않았다.하지만 그녀의 느낌으로는 경호원들이 공격할 기세도 아니었고 죽은 척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그리고 그들은 죽은 척할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이렇게 생각하자 한소은은 그들에게 다가가 상황을 확인하려 했다.“소은 씨…….”엉겁결에 임상언은 한소은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녀의 뒤돌아보는 눈빛을 보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손을 떼었다.“그럼 조심해요.”한소은이 그들에게로 다가갔을 때 그 사람들은 여전히 땅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을 보고 한소은은 몸을 웅크렸다.경호원들이 한소은을 갑자기 습격할까 봐 임상언도 급히 뒤따라왔다. 만에 하나 한소은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김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다.“기절했어요.”한소은이 고개를 돌려 임상언을 바라보며 말했다.쓰러진 경호원들은 죽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미 기절한 상태라는 것이다.한소은이 그들의 맥을 짚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한동안은 깨지 못할 정
만약 처음부터 그들이 계획했던 것처럼 진행되었다면 이렇게 망설이지는 않았을 텐데 하필 네 명의 경호원들이 누군가에게 당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비록 경호원들이 쓰러져서 그들의 일이 쉽게 풀리게 되었다 할지라도 그 사람이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었다.게다가, 만약 경호원들이 갑자기 깨어난다면?“더 이상 망설이지 마요!”한소은은 손에 힘을 주면서 임상언을 유한성의 사무실로 밀어 넣었다.임상언은 그녀의 힘에 밀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문은 뜻밖에도 굳게 닫혀 있지 않았다. 심지어 살짝 열려 있었다. 임상언의 몸이 문에 부딪치자 그대로 문이 열려 그는 휘청이며 사무실로 들어갔다.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유한성은 사무실에 없었다.이런 상황을 마주하니 임상언은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왠지 그들이 들어오도록 유인하기 위해 공성계를 벌인 것 같았다.임상언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고개를 살짝 내밀며 사무실 안을 확인했다.“혹시 일부러 우리를 낚으려 하는 건 아닐까요?”“여기까지 왔는데 낚이든 기회를 잡든 결과는 같지 않을까요?”한소은이 조심스러워하는 임상언을 보고 어이없어하며 되물었다.한소은의 말투가 좋지 않았다. 그녀는 임상언을 노려보았다. 이 남자가 왜 이렇게 수다스러워졌나 싶었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함정이라도 이미 밟은 격이니 이럴 시간에 물건이나 잘 찾아보는 게 낫다.‘지금 이대로 돌아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한소은이 노려보자, 임상언은 목을 움츠렸다.“알았어요. 바로 찾아볼게요!”임상언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바로 사무실로 들어가서 책상 옆에 있는 금고를 찾기 시작했다.다만, 이렇게 큰 방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정말 기괴한 일이다. 누군가 어느 구석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올 것 같았다.한소은은 문밖에 서 있었고 쓰러진 네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때 그들이 단순하게 약으로 인해 쓰러진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약을 쓴 건 아마 손을 쓴 후 그들이 좀 더 기절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네 사람
사무실 안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물건을 숨길 수 있는 곳이 없었고 서류조차도 모두 겉면에 놓아두었다.“이상해!”임상언은 난데없이 혼잣말했다.그의 목소리에 한소은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뭐가 이상하다는 거예요?”한소은은 임상언의 시선을 따라 확인해 보니 이상한 부분을 알아차렸다.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이 사무실 전체가 이상한 기운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우리 혹시 낚인 거 아닐까요?”임상언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는 다시 금고를 바라봤다.“내 생각에 금고 안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없을 거 같아요.”한소은은 천천히 손을 거두며 다시 금고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아니, 당신이 생각한 것과 정반대예요. 우리가 원하는 물건은 바로 이 금고 안에 있어요.”한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어리둥절했다.“그렇다면 빨리 열지 않고 뭐 해요?”‘아니면 소은 씨도 이 금고를 열 수 없다는 말인가?’“인제 그만 나오죠!”한소은이 일어서며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이 순간 임상언은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그는 경계하며 사방을 바라보았지만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비록 상대방이 일부러 그들이 들어오게 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한소은의 말을 듣고 이리저리 둘러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한소은의 모습을 보면 마치 여기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매우 확신하는 것 같다.“숨지 말고 그만 나오죠. 당신이 여기까지 온 것도 뭔가를 찾으려는 것 아닌가요? 게다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지 못했죠?”한소은은 이어서 말했다.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없었고,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임상언은 사방을 계속 살펴보았으나 사람은커녕 소리하나 나지 않았다. 그는 약간 의심스러운 눈길로 한소은을 바라보았다.“진짜 사람 있는 거 맞아요? 아니면 일부러…….”임상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소은이 갑자기 손을 들더니 날렵하게 손에 들었던 물건을 어디론가 날려 버렸다.순간 임상언은 차가운 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이
“서한?!”임상언도 자연히 서한이 누군지 안다.그는 오랫동안 김서진의 곁을 지켜온 사람이고 김서진이 어디를 가나 다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다. 임상언과 서한은 여러 번 얼굴을 본 적 있었다.다만 임상언은 설마 서한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한소은이 이렇게 말하고 다시 그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았고, 눈썹 사이로 보니 과연 어느 정도 닮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몸매조차도 비슷한 느낌이었다.“다행히 우리 사람이었군!”임상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웃으며 말했다.긴장이 풀리자, 임상언은 방금처럼 경계하지 않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당신, 왜 여기 있어? 밖에 있는 사람들 당신이 때려눕힌 거야? 정말 잘했어! 그런데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혹시 김서진이 오라고 한 건가?”임상언은 그 사람이 서한이라는 걸 확인하고는 이것저것 질문했다. 다만 서한과 한소은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한소은의 물음에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다만 그곳에 서 있는 서한의 눈빛은 우울해 보였다.“왜 아직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 거죠?”한소은은 다시 물었다.“얼굴을 보이기가 겁나는 건가요? 아니면 면목이 없다 생각 든 거예요?”한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어리둥절했다. 자기가 기억한 게 맞는다면 서한은 분명 김서진의 개인 비서다. 그에게 있어서 한소은은 사모님인데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이렇게 차가울 리가 없다.한소은의 말투도 친절하지 않았다. 이것은 한소은이 자기의 사람을 대하는 말투가 아니다.“왜 그래요?”임상언은 머뭇거리다 고개를 돌려 한소은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는 누군가에게 통제되었어요.”한소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녀는 여전히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서한을 바라보았다.“혹은 처음부터 통제된 게 아니었을 수도?”한소은은 어리둥절해하는 임상언에게 설명하는 것 같기도 했고 일부러 서한이 들으라고 하는 말 같기도 했다.“무슨 말이에요?”임상언은 들으면 들을 수록 혼란스러워졌다
“역시 당신은 통제되지 않았군요.”한소은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서한을 쳐다보고 있다. 그녀는 서한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서한은 눈만 드러냈지만, 그 눈은 피곤해 보였고 두 사람에게 경계심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악의는 없었다. 게다가 눈은 반짝 빛났다. 누군가에 의해 통제된 사람의 눈빛은 흐려지지만, 그의 두 눈은 흐려지지 않았다.그래서 한소은은 서한이 절대 통제된 게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하지만 마인드 컨트롤을 당하지 않았다면 왜 이연에게 그런 말을 하고, 왜 서진 씨와 사이가 틀어졌을까?’가장 중요한 것은 서한이 언제부터 여기에 잠복해 있었는지였다. 처음부터 이곳에 신분을 숨기며 잠복했는지 아니면 최근에 왔는지, 김서진의 계획인지 아니면 그의 자작극인지 등등 물음은 한소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음…….”서한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네.”“잠깐만, 두 사람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왜 내가 알아듣지 못하겠지?”임상언은 미간을 찌푸리며 두 사람의 말을 끊었다. 지금 두 사람이 자기가 알아듣지 못하게 수수께끼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자기는 마치 이 상황과 조금도 상관이 없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전에 임상언은 자기에게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었다. 말할 수 없는 사정이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자기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그제야 서한은 고개를 돌려 임상언을 힐끗 쳐다보았다.“임상언 씨, 당신이 여기서 죽더라도 그들은 당신의 아들을 놓아주지 않을 겁니다.”이 말은 듣기에 매우 잔인하지만, 임상언은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교활하고 잔인한 유한성은 처음부터 임남으로 자기를 조종하려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런 곳에 굴복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임상언은 아들을 찾는 것을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았다.그는 줄곧 아들을 구해내기 위해 그들의 말을 잘 들어왔다.하지만 그들이 주동적으로 임남을 풀어
한소은이 이렇게 말 하자 임상언도 크게 놀라 고개를 돌려 서한을 바라보았다.그도 서한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서한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한소은의 물음을 묵인하는 것 같았다.“당신 정말 미쳤군요.”서한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한소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차분했고, 감정의 기복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마치 완전히 객관적인 묘사인 것 같았다.실제로 임상언도 한소은의 말에 공감하며 한마디 덧붙였다.“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넌 정말 미친 거야! 여기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그들이 얼마나 많은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여기에 바이러스가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해?”“이 곳에서 모든 것을 없애고 같이 죽겠다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게다가, 여긴 백신 기지 센터라는 이름을 걸고 있어. 아무리 너라 해도 여기를 파괴하고도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거 같아?”‘아차, 서한은 이 곳과 함께 사라지겠다는 뜻이지!’임상언은 화가 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해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헷갈렸다.“설령 정말 이 곳을 파괴하고 너도 함께 이 곳에 묻히게 된다면 네 악명은 길이 남게 될 거야!”“나도 알아요.”서한의 표정은 평온했다. 심지어 조금은 덤덤해서 마치 남의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그런 거 상관 없어요.”임상언은 어이없어할 말을 잃었다. 그저 속으로 아우성을 할 수 밖에 없었다.‘넌 신경 쓰지 않아도 우린 신경 쓴단 말이야!’‘이제 알겠어. 김씨 가문의 사람들, 그 가문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사람은 모두 미치광이야!’임상언은 줄곧 서한이 일 처리에 능숙한 비서라고만 생각했다. 이렇게 고집이 세고 다른 사람의 말을 조금도 듣지 않는 놈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어떻게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변할 수가 있어?’임상언이 다시 입을 열어 서한을 설득하기 전에 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서 여길 떠나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여긴 금방 발각될 거예요
한소은의 손에 힘이 들어가 아픔이 전해왔는지 서한의 얼굴색이 변했다.임상언을 붙잡고 있던 다른 한 손도 힘이 조금 풀렸다.이 기회를 놓지 않고 임상언은 바로 빠져나와 한쪽으로 섰다.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몇 걸음 뒤로 더 물러섰다.임상언이 빠져나가자 서한은 다시 그를 쫓아가지 않았다.다만 한소은에게 잡힌 자신의 손목을 빼려 노력했다.그런데 이상했다. 한소은의 힘은 분명 전혀 자신보다 세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는 한 손으로 그의 손목을 잡았을 뿐인데, 뜻밖에도 그 손을 뿌리 칠 수 없었다.물론, 한소은에게 강하게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서한은 이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내가 이연 씨한테 많이 미안해요. 그건 다음 생에 갚을 수밖에 없겠네요.”서한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고 눈꺼풀을 드리우며 세상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사실 서한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 선택을 했을 때 가장 미안한 사람은 바로 오이연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본의 아니게 여기에 빠져들었고 여기에 접하게 되었고, 또 이곳의 죄악을 알게 되었으니 그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더군다나 그의 몸에는 최악의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이제 서한의 목숨은 끝을 다해 간다. 뭐라도 해서 이 곳을 완전히 제거하고 싶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한소은은 노여워하며 욕했다.그녀를 알고 지내면서 임상언은 처음으로 한소은이 이렇게 노여워하는 모습을 보았다.애초에 자신이 그녀를 속을 때도 그녀는 아주 차분하게 자신과 연을 끊었다.지금까지 이렇게 그녀를 화내게 한 일이 없었다.한소은이 이어서 말했다.“다음 생?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나 지껄일 거면 이연이한테 가서 다 말해요! 가서 다음 생에 다 갚을 테니 이번 생은 당신을 잊어 달라 이연이한테 말해요! 그렇지 않으면 이번 생에 진 빚은 이번 생에 갚던가!”“아직 멀쩡하잖아요. 움직일 수 있고 말 할 수 있는데 왜 이런 더러운 곳과 함께 생을 마감하려 해요?”“
한소은은 서한의 대답에 어리둥절했다.“지금은 이런 말을 할 시간이 없어요. 정말이에요.”서한은 한숨을 푹 내쉬며 애원하는 표정을 지었다.“제발, 내 말 믿고 어서 이곳을 떠나요.”“혹시 여기에 폭탄을 설치하셨나요?”서한이 계속 그들을 이곳에서 내쫓는 말을 들으며 한소은은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임상언은 한소은의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폭탄?!”아주 잠깐 정신이 멍해져있다 임상언은 즉시 사방을 둘러보며 폭탄을 찾기 시작했다.‘서한 이 자식이 정말 미친 건가? 폭탄을 설치했다고?’“아니에요.”한숨을 내쉬며 서한이 말했다.“그런데, 여기에 더 이상 머물면 안 돼요. 제가…….”서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안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소리의 근원은 책장 방향이었고, 한소은은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한 번 쳐다보았다.서한은 더욱 조급해졌다.“사모님, 이번엔 내 말 들어요!”“내 말 좀 들어봐요. 일단 유한성을 만나게 해줘요!”한소은 목소리를 낮게 낮추며 말했다.서한은 잠시 망설이다 결국은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조금 내키지 않았지만, 여전히 한소은의 말을 들었다.한소은은 그제야 천천히 서한의 손을 풀어주었다.서한은 자기 손목을 조금씩 움직였다. 손목이 한동안 겪어 있어 아팠지만, 겉으로 보기엔 상처 하나 없었고 심지어는 겪어 있던 흔적도 없었다.전부터 한소은이 무술 고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겨루어 본 적이 없었다. 지금 자신이 직접 체험해 보니 자신도 모르게 크게 감탄했다.서한은 손목을 한 번 더 움직이더니 책장 앞으로 다가갔다.책꽂이 앞에 서서 서한은 손을 올리고 몸을 웅크리며 밑바닥에 있는 꽃병을 돌렸으나, 책꽂이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이에 한소은과 임상언은 어리둥절했다.서한은 그들이 어리둥절해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저 고개를 돌려 그들을 한번 쓱 보기만 할 뿐,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그러고는 다른 책장 앞으로 다가가 반대편에 서서 팔을 약간 움직이고 허리를 굽히며 그 안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