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독을 넣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열등하고 자만하며 집에 틀어박혀 외출도 드물고 친구도 별로 없는 딸이 아니라 즐겁고, 예쁘고, 자신만만한 그녀였을 것이다.오랜 세월 동안 그녀의 몸과 마음은 모두 고통을 받고 있었다. 아버지라는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입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마음속으로는 아팠다.“가연아, 가연아…….”그의 말을 듣고 주부인은 그동안 사심 없는 매형이 옛정을 그리워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진가연의 다리를 잡았다.진가연은 뒤로 물러나며 눈물을 흘리는 외삼촌과 외숙모를 보고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아빠.”“내가 말했지, 이 일 내가 처리하겠다고, 넌 참견하지 마!”그는 손을 벌리고 그녀를 제지하였다. 마음 약한 딸이 그들의 부탁에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고는 그가 악인이 되겠다고 결심했다.“엄마, 아빠 그만 빌어요.”주효영은 천천히 손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표정은 평온했고, 약간의 당황도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움도 긴장도 보이지 않았다.주효영은 고개를 들어 눈앞의 진정기를 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고모부는 저를 감방에 넣겠다고 결심한 거죠?”“누구나 법을 어기면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해.”진정기가 똑똑히 대답했다.“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주효영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가연의 몸에 있는 독 제가 한 짓이라는 것은 인정해요, 근데 따로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뭐?”눈살을 찌푸리며, 진정기는 의심스러운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실험실에 관해서요.”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진정기 안색은 흐려졌다. 그녀가 이 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 못한 그는 계속해서 물었다.“실험실은 왜?”“저의 실험실 계속 의심하셨잖아요. 맞아요, 실험실에는 확실히 뭔가 숨기고 있었어요. 저도 조금은 알고 있는데 그 비밀을 고모부에게 알리고 싶어요, 이걸로 어린 시절의 철부지들을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저의 죄도 씻고 싶어요.”그녀가 갑자기 말을 바꾸자, 진정기커녕 주현철 부부도 어리
진정기는 그녀에게 조급해하지 말라는 눈길을 주면서 그녀를 위해서라도 절대 주효영의 몇 마디 말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결심했다.다만 주씨 부부는 주효영이 정말 어떤 비밀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을지 희망을 품고 있었다.“효영아, 무슨 비밀이 있으면 빨리 고모부님께 말해, 다 같은 가족인데 못할 말이 뭐가 있어.”주현철이 눈길을 주며 말에 듯을 담아 그녀에게 전달하였다.“그래, 말해봐, 도대체 뭔 지.”진정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주효영은 입술을 오므리고 걱정이 담긴 모습이었다.“이 일은 고모부에게만 따로 말할 게요. 실험실에 관한 중요한 일이라서 저도 두려워요.”말하며 그녀는 점점 더 두려워하였다.주부인이 이상한 듯 물었다.“아니 여기 딴 사람도 없고, 엄마 아빠도 들으면 안 되는 거였어?”그녀는 매우 궁금했다. 하인들은 이미 나가라고 했고, 그녀도 실험실의 비밀이 무엇인지도 알고 싶었다. 딸이 빠져는 실험, 그녀와 교류한 적이 없어 이번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궁금함을 참지 못해 바로 딸에게 여기서 말해라고 했다.“엄마가 알면 비밀 지켜줄 자신 있어?”자기 어머니를 보고 주효영은 거리낌 없이 바로 지적했다.“…….”주부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렇다, 만약 그녀가 어떤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다면, 참지 못하고 꼭 말해버릴 것이다.입을 비쭉하며 주부인도 뭔가 반박하고 싶지만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어쩔 건데?”그녀를 보고 진정기가 물었다.“조용한 곳으로 바꿀 수 없을까요, 고모부님만 있으면 제가 사실대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주위를 둘러본 뒤 그녀의 시선은 집 안으로 향했다.진정기는 바로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럼......내 서재로?”“아빠.”진가연이 긴장하며 말했다.“저도 갈래요.”“내가 고모부와 단둘이 있어야만 안심하고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말했지. 그리고 너 한소은이랑 가깝게 지내잖아. 만약 걔랑 말하면 실험실에서 내 책임을 물으면 너
주효영은 곧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주현철과 주부인도 땅에서 일어나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기 딸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 없지만 딸이 말한 그 비밀이 정말 유용했으면 좋겠고 진정기가 더 이상 그녀의 책임을 묻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아 그녀가 감옥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지금은 사업이든지 뭐든지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목숨을 건지는 것만으로 만족이다.오직 진가연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서 쳐다보았다. 그녀는 한소은이 전에 그녀에게 이 사촌 언니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경고했던 것이 기억났다. 사실도 주효영이 열 몇 살부터 오랫동안 그녀에 장기적으로 독을 탄 것이다. 약리 방면의 재능과 능력뿐만 아니라 마음도 얼마나 독한지 충분히 증명이 됐다.그 때, 그녀와 주효영도 가끔 말다툼을 했지만 기껏해야 이틀 동안 화내면서 앞으로 그녀를 외면하고, 외삼촌 집에 가지 않을 생각만 하였지 그녀를 해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러나 요 몇 년 동안 비만, 불안, 우울, 탈모, 기면, 무기력 등 각종 증상이 그녀를 휘감아 한때는 오히려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다 주효영 때문이다.더군다나 지금도 그녀의 미안함이나 후회가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무슨 비밀로 용서를 바꾸려고 하였다.‘설마 아빠가 정말 들어주는 거 아니겠지? 아닐 거야!’두 사람은 앞뒤로 서재에 발을 들여놓았다. 진정기는 불을 켜고 방 한가운데로 가서 돌아서서 그녀를 보았다.뒤따라 들어온 주효영은 뒤돌아 서재의 문을 먼저 닫고 다시 자물쇠를 돌려 문짝에 대고 바깥의 소리를 듣고서야 손을 거두어 진정기를 바라보았다.‘말해.’진정기는 두 손을 허리에 짚고 기세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뭘 어떻게 하려고, 무슨 짓도 할 수 없어!’주효영은 급하게 입을 열지 않고 사방을 훑어보았다. 이건 아래층 간이 서재이고 환기용으로 되어 있는 작은 창문 하나는 지금은 닫힌 상태라
그녀의 동작도 빠르지만 진정기의 반응은 더 빨랐다. 그녀가 손을 올리는 순간, 이미 한 손으로 그녀의 팔을 잡고 뒤로 반대 방향으로 비틀고, 다른 한 손을 들어 자신의 코를 막았다.공중에 흩날리는 먼지는 결코 그의 코에 들어가지 않았다.진정기는 냉소하며 주효영에게 말했다.“이까짓 수작, 너 나를 너무 얕잡아 보는구나.”팔을 뒤로 비틀린 효영은 당황하지 않았다. 제압당한 그녀는 몸은 아래로 숙이고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며 웃으면서 침착하게 말했다.“저 고모부를 얕잡아 본 적 없어요. 이런 수작 당연히 안 먹힐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그래서?”어렴풋이 좋지 않은 예감이 든 진정기는 그녀를 노려보았지만 이상한 곳은 발견하지 못했다.주효영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뭔가 이상한 느낌 없어요?”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진정기 역시 몸이 저리기 시작했다. 특히 그녀를 잡은 팔을 매우 빠르게 마비되었고 손은 걷잡을 수 없이 풀렸으며 마비는 신속히 온 몸에 퍼졌다.놀란 그는 급히 의지로 손을 떼고 다른 한 손으로 손목을 잡았다. 손바닥에는 작은 바늘 흔적이 있었다.“물론 보통 약이 고모부에게 소용이 없다는 것도 잘 알아요.”몸을 일으켜 주효영은 팔을 움직이며 천천히 말했다.“그래서 약가루는 속임수예요. 지금쯤 팔만 저린 게 아니죠.”그녀의 말이 맞다. 진정기는 지금 팔만 마비된 것이 아니라 혀까지 마비되어 입을 벌려 말하고 싶지만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진정기는 눈을 부릅뜨고 효영주를 보고, 팔을 휘둘러 그녀를 때리려 했지만, 그녀는 쉽게 피했고, 심지어 싱글벙글 웃으며 앞으로 다가갔다.“무력으로 힘을 따지면, 저는 분명히 고모부보다 못하니까, 제가 잘하는 것을 쓸 수밖에 없어요! 제가 이 옷에 숨긴 거…… 이거 다 고모부를 위해 숨긴 거예요!”그러면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옷의 팔 쪽에는 작은 바늘 끝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일부러 보여주지 않았다면 아예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은폐성이 좋고 그렇게 많은 바늘은 모두 그를 위한 것이다.“고
주효영은 두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더니 몸을 살짝 구부린 채 부드럽게 진정기의 팔 하나를 잡고 물었다."고모부?"여전히 움직임이 없는 남자는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고 목을 드러내며 얼어붙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주효영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주머니 속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냈다.그날 연필꽂이에 숨겨두었던 바로 그 약병이었다. 주효영은 약병을 바라보다가 기절해 있는 진정기를 보고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결심한 듯 재빨리 주머니에서 마스크와 주사기를 꺼냈다.마스크를 쓰고 주사기로 물약을 뽑아낸 다음 진정기의 목뒤 쪽을 겨냥하여 찔렀다.세 사람은 거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주현철은 주효영의 방법이 진정기를 설득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고, 주 부인은 딸이 걱정됐고, 진가연은 아버지가 설득될지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해했다.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지만 두 사람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주 부인은 입술을 삐죽이더니 더는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두 사람이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죠? 내가 가서 확인해 봐야겠어요.”"보긴 뭘 본다는 거야! 아직도 얘기하고 있는 거 보면 심각한 일일 거야. 당신이 지금 가면 방해만 되지 않겠어? 당신은 항상 이런 식이지. 신경 써야 할 일은 모른 체 하고 쓸데없는 일만 상관하려 들고! 그러니까 오늘 같은 사달이 난 거 아니야!”주현철은 그녀를 뒤로 끌어당기며 불만을 토로했다.남편의 말을 들은 주 부인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내가 신경 써야 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신이 평소에 친구들과 술만 마실 줄 알았지, 우리 집에 신경 썼던 적이 있기나 한가요? 이제 와서 다 내 탓이라고요? 참나, 당신의 사업이 이 꼴이 되었을 때, 당신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대요?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사람 하나도 없으면서!""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왜 또 이야기가 거기로 새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하고 얘기하는 건 정말 재미가 없어!"주현철이 손을 흔들며 조급
주효영이 앞에서 걷고 진정기는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주효영은 걸으면서 진정기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모부, 제가 잘못한 거 알아요. 가연이 일은 제가 정말 죄송해요."주효영의 목소리만 들리고 진정기가 대답하는 목소리라 들리지 않아 이상하다고 느끼던 찰나, 진정기가 걸어 나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거실 한가운데에서 주효영이 걸음을 멈추자, 진정기도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두 사람은 세 걸음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 주효영은 진정기를 향해 돌아서서 고개를 약간 숙이고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고모부, 제가 철이 없었다는 거 알아요. 가연이에게 미안한 것도 알아요. 하지만 이 일은 국가의 안전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니 신중하게 고려해 주셨으면 해요.""응, 알았어."그녀의 말에 진정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의 목소리는 이전처럼 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가 아닌 차분하고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였다.이 말을 들은 주 부인은 순간 기뻐했다.고개를 돌려 남편을 바라보니 그의 눈에도 기대감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그리고 백신 프로젝트에 대해 ……."주효영이 다시 말했다."잘 생각해 볼게."진정기는 즉시 대답했다.주현철은 자기 귀를 믿을 수 없었다. 마음속으로 너무 흥분해서 기절할 뻔했다.이…….이게…….‘우리 딸 능력 있네!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나눴길래 태도가 이렇게 변한 걸까? 그 연구소의 비밀이라는 게 정말 대단한 거였나 보군! 정말 태세 전환이야!’거실에 있던 사람 중 진가연만 믿기지 않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아빠?!”진가연은 빠르게 진정기 앞으로 걸어가 자기의 아버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진정기가 왜 갑자기 태도를 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아버지의 소매를 잡으며 물었다.“그럼 신고 안 하실 거예요?”“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진정기는 깊게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돌려 진가연을 바라보았다.“가연아, 네 사촌 언니도 순간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했어.”진정기의 말에 진가연
"가연아?"주 부인은 약간 화가 난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이런 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니 이보다 더 기쁠 수 없었지만 진가연은 이대로 그들을 보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아빠!"진가연은 격앙된 목소리로 진정기 앞에 서서 진정기의 진짜 속마음을 알고 싶다는 듯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효영언니가 아빠한테 뭐라고 한 거예요? 왜 마음을 바꾼 거예요! 내가 받은 상처 돌려주겠다고 했잖아요! 근데 왜 그냥 보내주는 거예요?!""가연아……."주 부인은 진가연의 말에 조금 화가 났다."네 아버지가 이렇게 결정했다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꼭 네 언니를 벼랑 끝까지 내몰아야 속이 후련하겠어? 외삼촌과 외숙모가 이 나이에 감옥에 가서 네 언니 면회나 하게 하고 싶은 거야? 돌아가신 네 엄마를 봐서라도 한번 용서할 수 없겠니?”"피를 나눈 자매인데 이 정도 잘못도 용서할 수 없는 거야?"지금 진가연을 바라보고 있었던 주 부인의 눈빛은 이전만큼 자애롭지 않았다. 그녀 지금 진가연의 행동에 매우 화가 나 있었다.자기가 진가연의 병을 낫게 하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닌 건 진정기앞에서 잘 보이려 한 것도 있었지만, 고생을 많이 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진가연은 지금 옛정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기필코 주효영을 감옥에 가두려는 생각이다.‘옛말은 하나 틀린 게 없어.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야!’주 부인이 무슨 말을 하건 진가 연은 주 부인에게 시선을 돌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지금 자기의 아버지가 왜 이렇게 변한 건지 알고 싶었다.“아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건 상관하지 않아요. 난 아빠가 지금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어요!”진가연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은 눈으로 진정기를 바라보았다.꼭 주효영을 감옥에 가두는 게 목적은 아니었다. 그저 아버지의 태도가 어떤지 그게 중요했을 뿐이다.계단에서 넘어진 사건이 일어나고, 진가연은 자기의 아버지가 아직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의 편을 들어준다는 사실에 기뻐했었다.하지만 지금,
모두가 진가연을 부축하려 하지 않았고 진가연은 홀로 버둥거리며 땅에서 일어났다.진가연은 눈물이 가득 찬 두 눈으로 아버지를 한번 바라보았다. 진정기는 무심한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며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그러자 진가연은 입술을 깨물더니 그대로 뛰쳐나갔다.그런 진가연의 모습을 보던 주 부인이 안쓰러움에 진정기에게 말했다.“가연 아빠…….”“내버려 둬.”진정기는 이렇게 말한 후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말 진가연을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인가 보다.주 부인은 그의 반응에 어리둥절해졌다.결론은 만족스러웠다. 아니, 만족하는 것도 모자라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진정기의 변화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진정기가 생각을 바꾸었다고 해서 진가연에게까지 이렇게 차갑게 대하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았다.하지만 주 부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행여나 자기가 말을 잘못해서 진정기가 다시 생각을 바꿀까 봐 말을 아꼈다.주씨 부부와 주효영은 차에 올라타 빨리 이 집을 떠나려 했다.차에 올라탄 주 부인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효영아, 도대체 네 고모부하고 무슨 말을 한 거야?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생각을 바꾼 거지?”주효영은 차에서 비닐봉지 하나를 꺼내 주머니 속에 있던 마스크와 장갑을 꺼내 봉투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그저 연구소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야…….”“연구소에 관한 무슨 이야기인데?”주현철도 사실 궁금해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자기도 진정기를 설득하지 못했는데 주효영이 말 몇 마디로 그를 설설득하는 데 성공한 게 .오늘 진정기의 모습은 그를 놀라게 했다. 십몇 년 동안 그를 알고 지내면서 이런 진정기를 본적이 없었다.항상 무뚝뚝하고 올곧던 진정기가 주효영 앞에서는 그렇게 강경한 태도가 아닌 걸 발견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효영이보고 설득하라 할걸!’“만약 내가 말하지 않겠다고 하면 아버지는 또 날 때릴 생각이죠?”주효영은 부어오른 자기의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