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효영은 곧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주현철과 주부인도 땅에서 일어나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기 딸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 없지만 딸이 말한 그 비밀이 정말 유용했으면 좋겠고 진정기가 더 이상 그녀의 책임을 묻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아 그녀가 감옥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지금은 사업이든지 뭐든지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목숨을 건지는 것만으로 만족이다.오직 진가연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서 쳐다보았다. 그녀는 한소은이 전에 그녀에게 이 사촌 언니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경고했던 것이 기억났다. 사실도 주효영이 열 몇 살부터 오랫동안 그녀에 장기적으로 독을 탄 것이다. 약리 방면의 재능과 능력뿐만 아니라 마음도 얼마나 독한지 충분히 증명이 됐다.그 때, 그녀와 주효영도 가끔 말다툼을 했지만 기껏해야 이틀 동안 화내면서 앞으로 그녀를 외면하고, 외삼촌 집에 가지 않을 생각만 하였지 그녀를 해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러나 요 몇 년 동안 비만, 불안, 우울, 탈모, 기면, 무기력 등 각종 증상이 그녀를 휘감아 한때는 오히려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다 주효영 때문이다.더군다나 지금도 그녀의 미안함이나 후회가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무슨 비밀로 용서를 바꾸려고 하였다.‘설마 아빠가 정말 들어주는 거 아니겠지? 아닐 거야!’두 사람은 앞뒤로 서재에 발을 들여놓았다. 진정기는 불을 켜고 방 한가운데로 가서 돌아서서 그녀를 보았다.뒤따라 들어온 주효영은 뒤돌아 서재의 문을 먼저 닫고 다시 자물쇠를 돌려 문짝에 대고 바깥의 소리를 듣고서야 손을 거두어 진정기를 바라보았다.‘말해.’진정기는 두 손을 허리에 짚고 기세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뭘 어떻게 하려고, 무슨 짓도 할 수 없어!’주효영은 급하게 입을 열지 않고 사방을 훑어보았다. 이건 아래층 간이 서재이고 환기용으로 되어 있는 작은 창문 하나는 지금은 닫힌 상태라
그녀의 동작도 빠르지만 진정기의 반응은 더 빨랐다. 그녀가 손을 올리는 순간, 이미 한 손으로 그녀의 팔을 잡고 뒤로 반대 방향으로 비틀고, 다른 한 손을 들어 자신의 코를 막았다.공중에 흩날리는 먼지는 결코 그의 코에 들어가지 않았다.진정기는 냉소하며 주효영에게 말했다.“이까짓 수작, 너 나를 너무 얕잡아 보는구나.”팔을 뒤로 비틀린 효영은 당황하지 않았다. 제압당한 그녀는 몸은 아래로 숙이고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며 웃으면서 침착하게 말했다.“저 고모부를 얕잡아 본 적 없어요. 이런 수작 당연히 안 먹힐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그래서?”어렴풋이 좋지 않은 예감이 든 진정기는 그녀를 노려보았지만 이상한 곳은 발견하지 못했다.주효영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뭔가 이상한 느낌 없어요?”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진정기 역시 몸이 저리기 시작했다. 특히 그녀를 잡은 팔을 매우 빠르게 마비되었고 손은 걷잡을 수 없이 풀렸으며 마비는 신속히 온 몸에 퍼졌다.놀란 그는 급히 의지로 손을 떼고 다른 한 손으로 손목을 잡았다. 손바닥에는 작은 바늘 흔적이 있었다.“물론 보통 약이 고모부에게 소용이 없다는 것도 잘 알아요.”몸을 일으켜 주효영은 팔을 움직이며 천천히 말했다.“그래서 약가루는 속임수예요. 지금쯤 팔만 저린 게 아니죠.”그녀의 말이 맞다. 진정기는 지금 팔만 마비된 것이 아니라 혀까지 마비되어 입을 벌려 말하고 싶지만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진정기는 눈을 부릅뜨고 효영주를 보고, 팔을 휘둘러 그녀를 때리려 했지만, 그녀는 쉽게 피했고, 심지어 싱글벙글 웃으며 앞으로 다가갔다.“무력으로 힘을 따지면, 저는 분명히 고모부보다 못하니까, 제가 잘하는 것을 쓸 수밖에 없어요! 제가 이 옷에 숨긴 거…… 이거 다 고모부를 위해 숨긴 거예요!”그러면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옷의 팔 쪽에는 작은 바늘 끝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일부러 보여주지 않았다면 아예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은폐성이 좋고 그렇게 많은 바늘은 모두 그를 위한 것이다.“고
주효영은 두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더니 몸을 살짝 구부린 채 부드럽게 진정기의 팔 하나를 잡고 물었다."고모부?"여전히 움직임이 없는 남자는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고 목을 드러내며 얼어붙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주효영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주머니 속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냈다.그날 연필꽂이에 숨겨두었던 바로 그 약병이었다. 주효영은 약병을 바라보다가 기절해 있는 진정기를 보고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결심한 듯 재빨리 주머니에서 마스크와 주사기를 꺼냈다.마스크를 쓰고 주사기로 물약을 뽑아낸 다음 진정기의 목뒤 쪽을 겨냥하여 찔렀다.세 사람은 거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주현철은 주효영의 방법이 진정기를 설득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고, 주 부인은 딸이 걱정됐고, 진가연은 아버지가 설득될지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해했다.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지만 두 사람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주 부인은 입술을 삐죽이더니 더는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두 사람이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죠? 내가 가서 확인해 봐야겠어요.”"보긴 뭘 본다는 거야! 아직도 얘기하고 있는 거 보면 심각한 일일 거야. 당신이 지금 가면 방해만 되지 않겠어? 당신은 항상 이런 식이지. 신경 써야 할 일은 모른 체 하고 쓸데없는 일만 상관하려 들고! 그러니까 오늘 같은 사달이 난 거 아니야!”주현철은 그녀를 뒤로 끌어당기며 불만을 토로했다.남편의 말을 들은 주 부인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내가 신경 써야 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신이 평소에 친구들과 술만 마실 줄 알았지, 우리 집에 신경 썼던 적이 있기나 한가요? 이제 와서 다 내 탓이라고요? 참나, 당신의 사업이 이 꼴이 되었을 때, 당신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대요?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사람 하나도 없으면서!""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왜 또 이야기가 거기로 새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하고 얘기하는 건 정말 재미가 없어!"주현철이 손을 흔들며 조급
주효영이 앞에서 걷고 진정기는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주효영은 걸으면서 진정기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모부, 제가 잘못한 거 알아요. 가연이 일은 제가 정말 죄송해요."주효영의 목소리만 들리고 진정기가 대답하는 목소리라 들리지 않아 이상하다고 느끼던 찰나, 진정기가 걸어 나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거실 한가운데에서 주효영이 걸음을 멈추자, 진정기도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두 사람은 세 걸음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 주효영은 진정기를 향해 돌아서서 고개를 약간 숙이고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고모부, 제가 철이 없었다는 거 알아요. 가연이에게 미안한 것도 알아요. 하지만 이 일은 국가의 안전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니 신중하게 고려해 주셨으면 해요.""응, 알았어."그녀의 말에 진정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의 목소리는 이전처럼 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가 아닌 차분하고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였다.이 말을 들은 주 부인은 순간 기뻐했다.고개를 돌려 남편을 바라보니 그의 눈에도 기대감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그리고 백신 프로젝트에 대해 ……."주효영이 다시 말했다."잘 생각해 볼게."진정기는 즉시 대답했다.주현철은 자기 귀를 믿을 수 없었다. 마음속으로 너무 흥분해서 기절할 뻔했다.이…….이게…….‘우리 딸 능력 있네!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나눴길래 태도가 이렇게 변한 걸까? 그 연구소의 비밀이라는 게 정말 대단한 거였나 보군! 정말 태세 전환이야!’거실에 있던 사람 중 진가연만 믿기지 않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아빠?!”진가연은 빠르게 진정기 앞으로 걸어가 자기의 아버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진정기가 왜 갑자기 태도를 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아버지의 소매를 잡으며 물었다.“그럼 신고 안 하실 거예요?”“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진정기는 깊게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돌려 진가연을 바라보았다.“가연아, 네 사촌 언니도 순간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했어.”진정기의 말에 진가연
"가연아?"주 부인은 약간 화가 난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이런 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니 이보다 더 기쁠 수 없었지만 진가연은 이대로 그들을 보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아빠!"진가연은 격앙된 목소리로 진정기 앞에 서서 진정기의 진짜 속마음을 알고 싶다는 듯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효영언니가 아빠한테 뭐라고 한 거예요? 왜 마음을 바꾼 거예요! 내가 받은 상처 돌려주겠다고 했잖아요! 근데 왜 그냥 보내주는 거예요?!""가연아……."주 부인은 진가연의 말에 조금 화가 났다."네 아버지가 이렇게 결정했다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꼭 네 언니를 벼랑 끝까지 내몰아야 속이 후련하겠어? 외삼촌과 외숙모가 이 나이에 감옥에 가서 네 언니 면회나 하게 하고 싶은 거야? 돌아가신 네 엄마를 봐서라도 한번 용서할 수 없겠니?”"피를 나눈 자매인데 이 정도 잘못도 용서할 수 없는 거야?"지금 진가연을 바라보고 있었던 주 부인의 눈빛은 이전만큼 자애롭지 않았다. 그녀 지금 진가연의 행동에 매우 화가 나 있었다.자기가 진가연의 병을 낫게 하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닌 건 진정기앞에서 잘 보이려 한 것도 있었지만, 고생을 많이 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진가연은 지금 옛정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기필코 주효영을 감옥에 가두려는 생각이다.‘옛말은 하나 틀린 게 없어.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야!’주 부인이 무슨 말을 하건 진가 연은 주 부인에게 시선을 돌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지금 자기의 아버지가 왜 이렇게 변한 건지 알고 싶었다.“아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건 상관하지 않아요. 난 아빠가 지금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어요!”진가연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은 눈으로 진정기를 바라보았다.꼭 주효영을 감옥에 가두는 게 목적은 아니었다. 그저 아버지의 태도가 어떤지 그게 중요했을 뿐이다.계단에서 넘어진 사건이 일어나고, 진가연은 자기의 아버지가 아직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의 편을 들어준다는 사실에 기뻐했었다.하지만 지금,
모두가 진가연을 부축하려 하지 않았고 진가연은 홀로 버둥거리며 땅에서 일어났다.진가연은 눈물이 가득 찬 두 눈으로 아버지를 한번 바라보았다. 진정기는 무심한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며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그러자 진가연은 입술을 깨물더니 그대로 뛰쳐나갔다.그런 진가연의 모습을 보던 주 부인이 안쓰러움에 진정기에게 말했다.“가연 아빠…….”“내버려 둬.”진정기는 이렇게 말한 후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말 진가연을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인가 보다.주 부인은 그의 반응에 어리둥절해졌다.결론은 만족스러웠다. 아니, 만족하는 것도 모자라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진정기의 변화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진정기가 생각을 바꾸었다고 해서 진가연에게까지 이렇게 차갑게 대하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았다.하지만 주 부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행여나 자기가 말을 잘못해서 진정기가 다시 생각을 바꿀까 봐 말을 아꼈다.주씨 부부와 주효영은 차에 올라타 빨리 이 집을 떠나려 했다.차에 올라탄 주 부인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효영아, 도대체 네 고모부하고 무슨 말을 한 거야?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생각을 바꾼 거지?”주효영은 차에서 비닐봉지 하나를 꺼내 주머니 속에 있던 마스크와 장갑을 꺼내 봉투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그저 연구소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야…….”“연구소에 관한 무슨 이야기인데?”주현철도 사실 궁금해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자기도 진정기를 설득하지 못했는데 주효영이 말 몇 마디로 그를 설설득하는 데 성공한 게 .오늘 진정기의 모습은 그를 놀라게 했다. 십몇 년 동안 그를 알고 지내면서 이런 진정기를 본적이 없었다.항상 무뚝뚝하고 올곧던 진정기가 주효영 앞에서는 그렇게 강경한 태도가 아닌 걸 발견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효영이보고 설득하라 할걸!’“만약 내가 말하지 않겠다고 하면 아버지는 또 날 때릴 생각이죠?”주효영은 부어오른 자기의 얼
두 걸음 걸어가다 문득 뭔가 생각이 난 한소은이 남자에게 말했다.“점심에는 부추로 요리하지 마요.”남자는 대답 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소은은 약을 들고 지하실로 걸어갔다.김서진은 이제 기침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의 말이 맞았다.지금 그는 점차 회복하는 중이다. 얼굴에는 혈색이 돌았고 기력도 많이 회복된듯해 보였다.한소은은 그의 맥을 짚어보고 전에 자기가 줬던 향낭 속의 약초를 결합해 진단을 내렸는데 김서진의 몸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심각하지 않았다.다만, 조금 골치 아픈 부분이 있다면 이 바이러스는 너무 교활했다. 아침에는 맥이 정상적이었지만 저녁만 되면 바이러스가 활기찼다. 특히 늦은 밤에는 더욱 심했다.이 바이러스는 자기 자신을 잘 숨길 줄 알았다.솔직히 말해서, 한소은이 지금껏 의학을 배워왔지만, 이런 바이러스는 본 적 없었다. 어느 의학책에도 고서에도 기재되지 않았던 바이러스다.그녀는 이 바이러스가 연구소의 프로젝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확신했다.“약 먹을 시간이에요.”한소은은 그릇을 김서진에게 건네주었다.김서진은 고분고분하게 그릇을 받아 들고 마스크를 조금 내려 약을 쭉 들이켰다. 한약으로 만든 약이어서 쓸 만도 한데 그는 눈썹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한소은은 이 약이 얼마나 쓴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약을 들이켜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사실 약을 끓이면서 한소은은 조금 맛본 적이 있었다. 얼마나 쓴지 당장이라도 혀를 설탕 속에 넣고 싶었다.“얼마나 더 이 약을 마셔야 하는 거예요?”김서진은 마스크를 다시 잘 쓰고 고개를 들어 한소은을 바라보며 물었다.“음…… 삼일…….”한소은은 잠시 생각하다 말을 바꾸었다.“아니, 칠…… 팔일 더 마셔야 할 거 같아요.”그녀의 말속에는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김서진은 단번에 그녀가 장난을 친 것이라는 걸 눈치챘다. 몸 상태가 이렇지 않다면 아마 당장 그녀를 품에 가두고 힘껏 뽀뽀했을 것이다.“하하하…….”김서진이
한소은의 말을 들은 김서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만약 서한이 죽지 않고 살아서 도망쳤다면 분명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돌아오려 했을 것이다. 어떻게 돌아올지는 크게 걱정할 게 없었다. 자기와 함께 많은 죽을 고비를 겪었던 사람이니 그정도 생존능력은 있을 것이다.자기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생사가 오가고고 있을 때 남아시아에서 서한을 찾으려 했는데 그가 어쩌면 국내로 돌아왔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몸이 편치 않아서인지 사고능력도 딸리는 것 같았다.“당신 말이 맞아요!”김서진은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사람을 시켜 국내에서 찾아보라고 해야겠어요!”남아시아보다 수색 범위가 넓었지만 김씨 가문이 오랜 세월 쌓아온 정보 자원이 상당했고, 김씨 가문의 사업도 전국에 퍼져 있었기 때문에 사람을 찾는 것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왠지 모르게 서한이 죽지 않았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그리고 그 느낌은 자기를 위로하려 그런 생각이 든 게 아니라 그가 정말로 괜찮을 거라는 확신에 찬 것이었다.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한소은은 이곳에 온 후부터 진동모드로 전환해 두었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오이연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 것을 보고 김서진을 흘끗 보더니 전화를 받기 위해 돌아섰다."여보세요, 이연아?"지하실의 신호가 좋지 않아서 그녀는 계단으로 올라갔다."언니, 지금 어디야?"오이연은 직설적으로 물었다."언니 집에 갔는데, 없더라고. 이틀이나 돌아오지 않았다던데.""응,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왜 그러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한소은은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혹시 김서진 씨 찾으러 간 거야?"오이연은 의외로 담담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예상을 벗어난 물음에 한소은은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은 알려지면 안 되는 일이었기에 대답을 얼버무렸다.“무슨 일 있는 거야?”전화기 너머의 오이연도 잠시 침묵했다.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