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렸다."여민 씨, 그만 해요.""뭘 그만 해요!"여민이 고개를 돌려 왕연을 노려보았다."내가 평소에 너한테 못 해준 게 있어? 왜 나를 모함하는 건데?"왕연은 고개를 숙인 채 울고만 있었다."나도 잠시 머리가 잘못돼서 너의 말을 믿은 거지."여민은 달려들어 왕연을 때리려 했지만 옆에 있던 사람들이 여민을 말렸다.여민은 왕연를 가리키며 노발대발하여 말했다."너 딱 기다려, 나 반드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여민 씨!"이현이 여민의 손을 잡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만하라고요. 류 조감독님도 여민 씨를 어떻게 하겠다고 아직 말하지 않았잖아요. 계속 이렇게 소란을 피웠다간 정말로 좋게 끝나지 않을 거예요."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임구택을 바라보았다."구택 씨, 왕연 씨만 해고하고 이 일은 여기서 끝내요. 틀림없이 왕연 씨가 여민 씨를 종용해서 여민 씨가 이런 어리석은 일을 했을 거예요."여민은 할 말이 많은 듯했지만 결국 이를 악물고 삼켰다.임구택이 차가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입을 열었다."난 단지 의견을 제출해 이 얼어붙은 분위기를 깨주고 싶었을 뿐이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는 제작팀의 일이고, 난 끼어들지 않을 거야. 그러나......"임구택이 말하다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풀숲에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이렇게 많은 다이아몬드가 너무 아깝네. 방금 누가 소희에게 다이아몬드를 하나씩 주우라고 했죠?"류 조감독이 즉각 대답했다."여민 씨가요.""그럼 말한 사람이 주워요, 낭비하지 말고."류 조감독이 듣더니 바로 여민에게 말했다."여민 씨와 왕연 씨! 다이아몬드를 하나씩 다 주워!"왕연은 고분고분 쪼그리고 앉아 다이아몬드를 줍기 시작했다. 여민은 비록 달갑지 않았지만 또 임구택이 정말 화를 내게 되면 고명계조차도 그녀를 보호할 수 없을 것 같아 다이아몬드를 주을 수 밖에 없었다.이때 임구택이 조감독을 힐끗 쳐다보더니 갑자기 웃었다."이번 일은 류 조감독님의 불찰도
그는 소희와 여민을 전부 증오했다. 그러나 여민은 고 사장의 사람이라 감히 미움을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화난 어투로 여민에게 말했다."직접 다이아몬드를 소희 씨에게 가져다줘. 나머지 일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고."류 조감독이 떠나자 여민은 바로 손을 들어 왕연의 머리카락을 잡았다."네 이 년......"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왕연이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에 옆에 있던 스태프들이 분분히 쳐다보았다.여민은 힘껏 왕연을 밀쳤다."천한 년!"왕연은 바닥에 쓰러져 고개를 숙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여민은 그러는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고는 다이아몬드가 든 상자를 들고 소희 찾으러 갔다.소희는 노트북에 마주 앉아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여민은 밖에 한참 서 있다 차가운 얼굴로 들어가 다이아몬드가 담긴 상자를 책상 위에 놓았다."전부 여기에 있어."한 시간 동안 햇볕을 쬐고 나니 여민의 머리카락은 이미 땀에 젖었고, 얼굴의 메이크업도 번져서 유난히 낭패해 보였다.소희는 그녀를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여민은 바로 고개를 돌려 밖으로 나갔다. 그러다 다시 발길을 멈추고 돌아서서 입을 열었다."난 왕연에게 그런 일을 시킨 적이 없어. 네가 믿든 말든 알아서 해."그러고는 발길에 화를 담고 방을 나갔다.소희는 마우스에 손을 얹은 채 옆에 놓인 다이아몬드 상자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때 방으로 들어온 이정남이 여민의 뒷모습을 보며 물었다."저 여인이 왜 왔어?""다이아몬드를 가져다주러요."소희가 담담하게 말했다."뭐라고 하던?"이정남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난 류 조감독이 너를 괴롭히려는 줄 알았는데, 여민일 줄은 정말 몰랐네. 너 언제 저 여인에게 미움을 산 거야?"소희는 그날 밤의 광경을 생각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오해였어요.""여민은 그렇다 치고. 이현이 정말 너무 어이없는 거 아니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일부러 너를 난처하게 만들더니, 임 대표가 오자마자 바로 표정을
임구택은 줄곧 소희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다가 차가 멀리 떠나고서야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이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가자."그러는 그의 모습에 이현의 눈동자에 순간 빛이 번쩍였다. 그러고는 빠른 걸음으로 임구택을 따라갔다.......이튿날, 소희가 일하고 있는데 구은서가 손에 커피 한잔을 들고 들어와서는 창가에 기대 말했다."내가 오지 않은 사이에 또 재밌는 구경을 놓친 것 같던데?"소희가 종이 위에 설계도를 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보고 싶으면 스스로 찍던가."구은서가 소희를 보며 냉소했다."설마 너도 정말 여민 씨가 너를 해치려 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소희의 펜끝이 순간 멈추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은서가 콧방귀를 한번 뀌고는 말을 이어갔다."내가 장담하는데, 이 일은 무조건 이현이 한 짓이야. 먼저 여민 곁에 붙어있는 왕연을 매수한 후 류 조감독의 손을 빌려 너를 제작팀에서 쫓아내고 싶었던 거겠지. 그런데 네가 그렇게 똑똑할 줄은 몰랐던 거야. 게다가 구택 씨의 도움으로 일이 들통나자 아예 또 왕연더러 모든 일을 여민 씨에게 뒤집어씌우게 하고 자신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처럼 구경만 하고, 겸사 겸사 구택 씨 앞에서 좋은 사람 역할을 한 거지."구은서가 "쯧쯧"거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어린애가 속은 참 깊네."소희가 듣더니 비웃듯이 물었다."은서 씨의 진수를 전수받은 게 아닐까?""그런 말은 넣어둬. 난 그렇게 오랫동안 계획했는데도 구택 씨를 얻지 못했으니 감히 그 여인과 비교할 수 없는 거야.""겁 먹지말고 다시 한 번 겨뤄봐.""뭐야, 지금 이간질하는 거야?""아니, 둘 중에 누가 이기든 나와 상관없거든."구은서가 듣더니 갑자기 다가와 짙은 메이크업을 한 눈으로 소희를 쳐다보았다."구택 씨가 사실 너를 해치려고 한 게 이현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소희는 조용히 구은서를 바라보았다.그러자 구은서가 눈썹을 올린 채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나도 눈치챌 수 있는 일을
조백림이 전화를 끊고 바로 임구택에게 전화를 걸었다."구택 형, 회사에 있어요?"임구택은 방금 회의를 마치고 책상에 앉아 공문을 보고 있었다."왜?""전에 구택 형을 다치게 한 일 때문에 내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요. 저녁에 우리 같이 밥 먹어요, 내가 조용하게 구택 형에게 밥 살게요."조백림이 아주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관둬."하지만 임구택이 담담하게 거절했다."우리 사이에 그런 인사치레는 필요 없어.""인사치레가 아니에요!"조백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희 씨도 부를 거거든요. 유정이 줄곧 소희 씨에게 직접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싶다던데, 저녁에 같이 만나요."임구택이 손에 쥐고 있던 펜이 순간 멈추었다."그럼 저녁에 다시 결정하지.""그래요, 내가 저녁에 전화할게요!""응."전화를 끊은 후 임구택이 잠시 생각하고는 사무실 안의 전화를 눌러 분부했다."저녁에 나 다른 볼일이 있으니까 호명의 파티엔 네가 가."진우행이 대답했다."네, 대표님!"전화를 내려놓고 임구택은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창문 앞으로 걸어갔다.창밖의 햇빛은 따듯했지만 그의 깊고 차가운 눈동자를 녹여주지는 못했다.그의 눈빛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 깊은 곳에는 유감스러운 정서가 비쳐져 있었지만 그 유감스러움은 점점 초조함으로 바뀌었다.......오후에 유정이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날 구해준 일에 대해 감사를 표하기 위해 저녁을 대접하겠다고.소희가 웃으며 완곡하게 거절했다."정말 그럴 필요 없어요. 그날 룸안의 모든 사람이 위협을 받게 되었고, 나도 나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나선 거였으니까."유정이 부드럽게 말을 이어갔다."그러나 당시 가장 위험했던 사람이 나였잖아요. 그러니까 밥은 무조건 대접할 겁니다. 백림 씨의 뜻이기도 하고요. 밥만 먹는 건데, 친구 한 명 사귀는 셈 치고 나오면 안 될까요?"소희가 잠깐 뜸을 들이더니 결국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위치가 어디죠?""내가 주소를 보내드릴게요.""네."전화를 끊자
"늦지 않았어요. 우리도 방금 도착했는걸요!"조백림이 다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이때 유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백림의 곁으로 가서 앉았다.임구택은 아무 말도 없이 소희의 옆쪽 의자에 앉았다.붙어 앉은 순간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갑자기 미묘해졌다.유정이 메뉴판을 들고 주문하기 시작했다."소희 씨, 뭐 드시고 싶으세요?"조백림이 웃으며 대신 말했다."소희 씨는 단 음식을 좋아하니까 디저트 같은 것들을 많이 주문해 줘.""단 음식을 좋아하는 건 아마 우리 여자들의 공통성일 거예요. 이곳의 아이스크림이 괜찮은데, 우리 한 사람당 2인분씩 주문하는 게 어때요?"먹는 얘기가 나오니 유정의 눈이 순간 빛나고 있었다.하지만 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임구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1인분이면 됩니다. 소희가 요 며칠 차가운 걸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되거든요."다들 어린애도 아니라 순간 임구택의 뜻을 알아차렸다.유정은 멍하니 소희와 임구택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소희는 줄곧 소외감이 묻은 얼굴을 하고 있어 임구택과의 관계가 자신과 조백림과의 관계보다는 친밀하지 않은것 같았지만 임구택의 말을 들으면 또 왠지 이유 모를 정이 묻어있는 것 같았다.그러다 유정은 갑자기 그날 넘버 나인에서 소희가 폭탄을 들고 베란다로 달려갈 때 필사적으로 같이 달려들어 위험을 무릅쓰고 소희를 품으로 감싼 임구택의 모습이 생각났다.그런 본능적인 보호는 절대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설마 임구택 씨가 소희 씨를 좋아하는 건가?’이때 소희가 유정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2인분으로 주문해 줘요."임구택이 눈을 길게 뜨고 소희를 흘겨보았다."1인분.""2인분."임구택이 실눈을 뜨고 차갑게 물었다."꼭 그렇게 나와 맞서야 해?"이에 소희가 평온하게 대답했다."임 대표님께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저의 일을 제가 알아서 결정하는 건데, 맞선다고는 할 수 없죠."임구택이 조용하게 어두운 눈빛으로 소
조백림이 듣더니 고개를 돌려 매혹적인 눈으로 유정을 쳐다보았다. 눈빛에는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자기야, 우리 이미 약혼까지 했어. 그런데 자기는 날 뽀뽀도 못하게 하고, 잠자리도 같이 들려 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이제 손도 못 잡게 하는 거야?"조백림의 잘생긴 외모에 전혀 넘어가지 않은 유정은 두 손을 뒤로 한 채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저기요, 조수정의 일이 해결되긴 했나요? 그리고 우리의 혼사가 계속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지 마요. 난 그쪽과 그렇게 친하지 않거든요."조백림은 소녀의 눈에 비친 야유를 보며 담담하게 웃었다."누구나 다 과거가 있는 법이잖아. 듣자니, 너에게도 죽도록 사랑했던 전 남자친구가 있었다며? 다 같은 사랑에 얽매여 있는 사람으로서 누구도 누구를 비웃지는 말지?"‘전 남자친구’라는 단어가 소녀의 마음을 건드렸는지 소녀의 얼굴색이 조금씩 어두워졌다."입맛이 없네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조백림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왜, 전 남자친구 얘기에 바로 화를 내고, 아직도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야?"유정의 뒤에 선 조백림은 앞으로 다가가 유정을 자신의 품과 벽 사이에 가두고 천천히 몸을 숙였다. 매혹적인 두 눈은 여전히 우아하고 다정했다."성질을 그만 부려. 나에게도 과거가 있으니까 네가 마음속에 다른 남자를 품고 있는 걸 허락해 줄게. 우리는 누구도 누구를 멸시할 자격이 없어."유정의 눈빛 깊은 곳에는 침통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바로 시선을 떨구었다. 남자에게 자신의 연약함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저 배고파요."그러는 유정의 모습에 조백림은 왠지 연민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몸을 일으키고 유정을 놓아주며 웃었다."가자, 밥 먹으러."유정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조백림의 뒤를 따랐다.조백림이 앞에서 두 걸음 걷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그런데 왜 헤어진 거야?"유정의 눈동자는 그윽해 있었다. 그녀는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조소하듯 웃으며 말했다.
"당신과 이현의 사이에 대해 난 전혀 알고 싶지 않아. 내가 말했듯이 우리는 이미 헤어졌고, 헤어진 그 순간부터 난 당신한테 마음 접었어."임구택의 말허리를 차갑게 끊어버린 소희의 눈빛은 단호했다.그리고 그런 소희의 대답과 눈빛에 임구택이 순간 멍해졌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통증이 조금씩 만연되기 시작하더니 곧 모든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그렇게 한참 소희를 쳐다보다가 임구택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사랑이 멈추고 싶을 때 바로 멈출 수 있는 거라면 네가 나를 전혀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설명하겠지.""아마도."소희가 덤덤하게 대답했다.그러자 임구택의 미간에 순간 서늘한 기운이 묻어났다. 그의 두 눈은 여전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소희를 주시하고 있었다."맞아. 넌 단 한 번도 내가 널 사랑한 만큼 날 사랑한 적이 없었어. 심지어 우리가 함께 있을 때에도 넌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고. 매번 헤어질 때마다 나만 아쉬워하고 그리워했고, 넌 항상 평온하고 덤덤했지. 설령 내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더라도 놀라울 정도로 냉정했고. 왜서인지 알아? 당신은 날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데도 난 당신이 표현에 서툴러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그렇게 나 자신을 설득했었어. 넌 단지 밀실에서 나와 생사를 겪었기 때문에 소씨 가문이 제기한 통혼을 받아들였고, 또 호기심으로 나에게 접근했을 뿐인데. 그리고 당신은 어릴 적에 겪었던 일 때문에 극도로 안정감이 결핍해 매사에 목적을 달았고 누구에게나 경각심을 높였지. 그래서 한 번도 나에게 당신의 신분을 고백한 적이 없었고, 또 한 번도 우리의 사랑에 진심을 다 한적이 없었어. 넌 그렇게 항상 퇴로를 남겼으니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만 내뱉고 바로 빠질 수 있었던 거겠지."임구택의 말을 듣고 있던 소희의 긴 속눈썹이 심하게 한 번 떨렸다. 그러다 천천히 아래로 늘어뜨린 채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더니 유유히 입을 열었다."당신 말이 맞아. 지금까지 난 내가 이미 건강을
식당에서 나와 길을 따라 한참 걸은 후에야 소희는 비로소 차를 아직 식당 주차장에 세워두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하지만 종일 너무 바쁜 탓에 점심에 밥을 대충 몇 입밖에 먹지 못했더니 위가 슬슬 아파 나기 시작했다.그러다 사방을 둘러보고 식당이 강성대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발견한 소희는 다시 식당으로 돌아가지 않고 면 먹으러 방고거리까지 걸어갔다.예전에 그녀가 자주 왔던 국숫집, 벽에 걸려 있는 메뉴판마저도 예전 그대로였다. 깨끗하고 소박한 가게에는 삼삼오오 식객들이 앉아 있었고, 모양을 봐서는 대부분 강성대 학생들인 것 같았다.소희가 빈자리를 찾아 앉자 사모님이 곧 다가와 웃으며 물었다."아가씨, 뭐 좀 드실래요?"그러다 소희를 알아보더니 얼굴에 단골손님을 만난 후의 놀라움과 기쁨이 드러났다."아가씨였네. 오랜만이야. 이미 졸업했지?"소희가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지난 2년 동안은 외국에 있었어요.""어쩐지!"사모님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열정적이고 담소 나누기를 좋아했다."오랫동안 보이지 않는다 했어. 자네 그 남자친구는 자주 왔었는데."사모님의 말에 소희가 잠깐 멍해졌다."남자친구요?""그래! 예전에 자네랑 같이 국수 먹으러 왔던 그 양반 말이야."사모님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기품이 뛰어난 남자는 한 번만 보면 영원히 잊히지 않았다.‘임구택이 면 먹으러 이곳을 왔다고?’소희가 놀라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했다.아무래도 임구택이 성장해 온 환경이 있었으니 이런 붐비고 좁은 곳에서 음식을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예전에 그녀와 몇 번 왔던 것도 단지 그녀가 이곳의 면을 좋아했기 때문이다.심지어 그는 국수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매번 올 때마다 그냥 그녀의 비위에 맞춰주기 위해 보여주기식으로 몇 입만 먹곤 했을 뿐."오늘도 게황면, 맞지?"소희가 멍때리고 있는 모습에 사모님이 웃으며 물었다."네? 아, 네, 게황면이요."소희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