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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5화

류 조감독이 화난 얼굴로 소리를 쳤다.

"아니! 오늘 딱 이 씬만 찍을 거니까, 의견이 있는 놈들은 당장 꺼져!"

얼굴색마저 파랗게 질린 이정남은 바로 소희의 손목을 잡고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뒤에서 차가운 남자의 소리가 들려왔다.

"왜들 이래?"

그리고 남자의 목소리에 소희는 저도 모르게 몸이 굳어졌다.

이현이 고개를 들어 쳐다보더니 바로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구택 씨!"

류 조감독도 뒤따라 고개를 돌려보고는 순식간에 웃음을 얼굴에 걸고 상대방을 맞이했다.

"임 대표님, 어떻게 오셨습니까?"

주위에 스태프들이 둘러싸인 걸 고려한 듯 이현은 임구택에게 너무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그러고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상처는 어떻게 됐어요?"

"괜찮아."

임구택이 덤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다 소희와 그녀의 조수가 안고 있는 드레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죠?"

류 조감독은 바삐 있는 일 없는 일까지 보태가며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책임을 소희에게 돌려 패션 디자이너로서 중요한 드레스를 잘 보관하지 못했다고, 심지어는 자신이 맡고 있는 물건을 탐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 조감독이 말을 마치자마자 이현이 즉시 정색했다.

"소희 씨는 분명 고의가 아니었을 거예요. 이 일은 그냥 넘어가죠. 난 새로 보내온 드레스를 입어도 돼요, 새 드레스가 더 예쁘기도 하고."

"허!"

이정남이 듣더니 냉소하며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

순간 이현이 방금 한 말에 인정을 표했다. 그는 확실히 인간성에 대한 인식이 너무 천박했다.

다른 두 얼굴과 고약한 심보를 이렇게 남김없이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니.

하지만 임구택의 눈빛은 이정남의 팔을 잡고 있는 소희의 손에 떨어졌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동자로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이런 작은 일에도 논쟁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겁니까? 류 조감독은 이런 식으로 촬영장을 돌보는 겁니까?"

류 조감독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럼 임 대표님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임구택의 말투는 차고 무거웠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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