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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화

임구택은 줄곧 소희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다가 차가 멀리 떠나고서야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이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가자."

그러는 그의 모습에 이현의 눈동자에 순간 빛이 번쩍였다. 그러고는 빠른 걸음으로 임구택을 따라갔다.

......

이튿날, 소희가 일하고 있는데 구은서가 손에 커피 한잔을 들고 들어와서는 창가에 기대 말했다.

"내가 오지 않은 사이에 또 재밌는 구경을 놓친 것 같던데?"

소희가 종이 위에 설계도를 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게 보고 싶으면 스스로 찍던가."

구은서가 소희를 보며 냉소했다.

"설마 너도 정말 여민 씨가 너를 해치려 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소희의 펜끝이 순간 멈추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은서가 콧방귀를 한번 뀌고는 말을 이어갔다.

"내가 장담하는데, 이 일은 무조건 이현이 한 짓이야. 먼저 여민 곁에 붙어있는 왕연을 매수한 후 류 조감독의 손을 빌려 너를 제작팀에서 쫓아내고 싶었던 거겠지. 그런데 네가 그렇게 똑똑할 줄은 몰랐던 거야. 게다가 구택 씨의 도움으로 일이 들통나자 아예 또 왕연더러 모든 일을 여민 씨에게 뒤집어씌우게 하고 자신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처럼 구경만 하고, 겸사 겸사 구택 씨 앞에서 좋은 사람 역할을 한 거지."

구은서가 "쯧쯧"거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어린애가 속은 참 깊네."

소희가 듣더니 비웃듯이 물었다.

"은서 씨의 진수를 전수받은 게 아닐까?"

"그런 말은 넣어둬. 난 그렇게 오랫동안 계획했는데도 구택 씨를 얻지 못했으니 감히 그 여인과 비교할 수 없는 거야."

"겁 먹지말고 다시 한 번 겨뤄봐."

"뭐야, 지금 이간질하는 거야?"

"아니, 둘 중에 누가 이기든 나와 상관없거든."

구은서가 듣더니 갑자기 다가와 짙은 메이크업을 한 눈으로 소희를 쳐다보았다.

"구택 씨가 사실 너를 해치려고 한 게 이현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

소희는 조용히 구은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구은서가 눈썹을 올린 채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나도 눈치챌 수 있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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