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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0화

소희는 그제야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구은서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연민과 이해할 수 없다는 빛으로 가득했다.

구은서가 보더니 순간 미소를 거두었다.

"그게 무슨 표정이지?"

"구은서 씨, 임구택이 그렇게 좋아?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을 위해 여태 포기하지 않고 견지하는게 진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소희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구은서의 안색이 많이 덤덤해졌다.

"당연히 가치가 있지. 내 마음속에서 구택 씨는 가장 좋은 사람이야. 그의 존재로 인해, 난 세상 모든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리고 오직 나만이 그의 곁에 서 있을 자격이 있는 거고."

임구택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집착하고 있는 구은서를 보며 소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렇게 좋으면 가서 고백하고 그에게 너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 봐. 나를 부추겨 이현을 상대하려 하는 건 나약하고 어리석은 짓이니까."

소희의 말에 구은서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고 이내 또 코웃음을 쳤다.

"소희 씨, 정말 이현을 미워하지 않아? 만약 미워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진정으로 구택 씨를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걸 설명하고 있겠지. 적어도 나만큼 많이 사랑하지는 않았을 거야. 심지어 이현보다도 더. 우린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노력이라도 했어, 하지만 소희 씨는?"

옷을 꽉 잡고 있는 소희 손끝은 점점 핏기를 잃고 하얗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드리운 채 아무런 표정도 없이 대답했다.

"은서 씨 말이 맞아. 나는 진작에 그한테 마음을 접었어. 그러니 사람을 잘못 찾았어!"

"임 대표님!"

그런데 이때, 밖에서 갑자기 이 감독의 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소희와 구은서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밖을 쳐다보았다. 꽃무늬를 조각한 흰색 창문을 사이에 두고 임구택의 두 눈이 먼저 보였다. 그의 눈동자는 먹물처럼 어두워 비춰지는 해빛도 순간 그의 눈동자 속에서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남자는 순간 시선을 돌렸다. 찰나의 쓸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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