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그제야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구은서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연민과 이해할 수 없다는 빛으로 가득했다.구은서가 보더니 순간 미소를 거두었다."그게 무슨 표정이지?""구은서 씨, 임구택이 그렇게 좋아?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을 위해 여태 포기하지 않고 견지하는게 진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소희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구은서의 안색이 많이 덤덤해졌다."당연히 가치가 있지. 내 마음속에서 구택 씨는 가장 좋은 사람이야. 그의 존재로 인해, 난 세상 모든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리고 오직 나만이 그의 곁에 서 있을 자격이 있는 거고."임구택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집착하고 있는 구은서를 보며 소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렇게 좋으면 가서 고백하고 그에게 너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 봐. 나를 부추겨 이현을 상대하려 하는 건 나약하고 어리석은 짓이니까."소희의 말에 구은서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고 이내 또 코웃음을 쳤다."소희 씨, 정말 이현을 미워하지 않아? 만약 미워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진정으로 구택 씨를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걸 설명하고 있겠지. 적어도 나만큼 많이 사랑하지는 않았을 거야. 심지어 이현보다도 더. 우린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노력이라도 했어, 하지만 소희 씨는?"옷을 꽉 잡고 있는 소희 손끝은 점점 핏기를 잃고 하얗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드리운 채 아무런 표정도 없이 대답했다."은서 씨 말이 맞아. 나는 진작에 그한테 마음을 접었어. 그러니 사람을 잘못 찾았어!""임 대표님!"그런데 이때, 밖에서 갑자기 이 감독의 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오셨습니까?"소희와 구은서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밖을 쳐다보았다. 꽃무늬를 조각한 흰색 창문을 사이에 두고 임구택의 두 눈이 먼저 보였다. 그의 눈동자는 먹물처럼 어두워 비춰지는 해빛도 순간 그의 눈동자 속에서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남자는 순간 시선을 돌렸다. 찰나의 쓸쓸
이정남은 여전히 해맑게 웃기를 좋아했다."네가 이 감독님의 제작팀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어. 앞으로 우리 또 같이 일할 수 있게 되었네."소희가 웃으며 말했다."전에 몸을 담그고 있던 제작팀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면서요? 만약 저 때문에 건너오신 거라면 그럴 필요 없습니다.""그 작품은 거의 끝나가고 있어. 남은 일은 조수에게 맡겨도 되는 거라 아무런 지장도 없어."말하고 있던 이정남이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듣자니 이현도 이 작품에 참여한다던데, 만났어?""네, 아침 일찍 만났어요."소희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돌아 서서 뒤에 있는 이정남을 바라보며 눈썹을 올렸다."정남 씨 설마 제가 피해를 볼까 봐 이렇게 급하게 달려온 건 아니겠죠?"지위로 말할 것 같으면 이현은 이번 작품의 여주로 그야말로 모두들이 받들어 존중해야 하는 존재이다, 직접 나설 필요도 없이 패션 디자이너를 괴롭힐 수 있을 만큼. 그러니 단지 아랫사람들에게 몇 마디만 하면 소희는 전체 제작진에게 배척당할 수 있었다.게다가 이현은 임구택의 현 여자친구로 전 여자친구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는 건 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이정남은 속마음이 소희한테 걸렸지만,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다."그런거 아니야. 난 단지 너와 함께 일했던 날들이 그리워서 와 본 것일 뿐이야. 너 설마 내가 그립지도 않았어?"소희가 가볍게 웃었다."만약 정말 제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되시는 거면 너는 어서 돌아가요. 전 그렇게 연약하지 않으니까.""정말 아니라니까!"이정남이 억지 주장을 견지했다.이에 소희는 입꼬리만 가볍게 올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그와 다투고 싶지도 않았다.이정남이 손을 들어 시간을 한 번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곧 있으면 점심 시간인데, 우리 밥 먹으러나 갈까? 네가 사줘, 날 반겨주는 셈 치고.""그래요, 뭘 드시고 싶으세요?""이 근처에 레스토랑이 있는데 스테이크가 괜찮거든. 거기 가자!""그럼 어서 안내하세요."
이정남이 손에 든 나이프와 포크를 버리고는 눈살을 찌푸렸다."정말 재수없어. 밥 먹는 곳까지 와서 만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어. 밥맛 떨어져!"소희가 듣더니 천천히 스테이크를 썰며 말했다."소년이시여, 진정해요."이정남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내가 정말 아직 소년이고, 혈기가 왕성한 나이였으면 방금 바로 뺨을 날렸어.""사실 저와 임구택이 헤어지고 나서 두 사람이 만난 거니까 우린 이현 씨를 책망할 이유가 없어요. 싫으면 앞으로 만나지 않으면 되는 거고, 사람을 때릴 필요는 없잖아요.”"그런 도리를 나한테 말할 것도 없어. 정말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었으면 좋은 친구의 남자친구랑 만나지도 않았어. 설령 그들이 이미 헤어졌다고 하더라도!""그만해요. 저도 입맛이 떨어지려고 하네요."이정남이 한숨을 쉬고는 다시 은색 나이프와 포크를 들었다."빨리 먹고 나가자."두 사람은 이현이 가져다 준 불쾌함을 최대한 무시하고 업무상의 일을 계속 이야기해 나갔다. 그렇게 분위기는 다시 전처럼 홀가분해졌다.밥을 다 먹고난 후 이정남은 소희 앞서 계산했다.이에 소희가 불만인듯 말했다."제가 쏜다고 했잖아요?""다음에 네가 사. 이번엔 내가 네가 돌아온 걸 환영해 줄 겸 사는 걸로 하고.""고마워요.""고맙긴."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함께 밖으로 나갔다.위층에서 식당문어귀로 향하는 두 사람을 내려다 보는 임구택의 눈동자가 차가운 빛을 띠고 있었다.이현이 고개를 돌려 한 번 쳐다보고는 입을 열려는데 마침 임구택의 차가운 눈동자와 마주쳤다.임구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말투에는 경고하고 있는 뜻이 같이 묻어있었다."저 여인은 건드리지 마."이현은 순간 심장이 움츠러들어 곧 부드러운 목소리로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하지."밥을 다 먹고난 후 임구택은 이현을 현장까지 데려다 주고 다시 회사로 갔다.그리고 이현은 옷을 갈아입고 오후의 분량을 찍기 시작했다.오후 4시가 되어서야 이현은 한가해져 의자에 앉아 대사를 외웠다.
이현의 웃음이 서서히 입가에 굳어졌다. 그러더니 무고하다는 듯 단순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난 소희 씨와 임 대표님이 이미 헤어졌으니 더는 개의치 않아 할 것 같아서......""허!"이정남이 바로 조롱하듯 콧방귀를 뀌었다."이현 씨, 예전에 난 왜 그쪽이 이렇게 속이 어두운 사람이란 걸 발견하지 못했지?"이현이 듣더니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졌다."이정남 씨, 난 이미 엄청 참고 양보한 겁니다. 그러니 너무 지나치지 마시죠.""이까짓 것이 뭐라고 지나치다고 그래?"이정남이 냉소하며 말을 이어갔다."네가 소희에게 준 고통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걸?"이현이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차오르는 화를 억지로 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가 다시 담담하게 말했다."이정남 씨, 이건 나와 소희 씨 사이의 일이니 먼저 나가 주시죠. 난 소희 씨와 단독으로 얘기하겠습니다.""얘기는 개뿔. 임구택을 소희에게 돌려줄 수 있어?"이정남이 바로 막말을 퍼부으며 말을 이어갔다."돌려줄 수 없으면 쓸데없는 소리도 하지 마. 소희는 듣고 싶지 않아 해."이현은 화가 나 얼굴색마저 창백해졌다. 그리고 더 이상 이정남과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 씨, 우리 얘기 좀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정남 씨는 줄곧 나를 탓할 거예요."이에 소희가 이정남을 보며 입을 열었다."이현 씨와 따로 얘기하고 싶으니 먼저 가서 일 보세요.""얘기할 게 뭐가 있다고!"이정남이 듣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러자 소희가 조용히 한 마디 덧붙였다."이따가 그쪽으로 찾으러 갈게요."이정남이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상대가 누구든, 너를 괴롭히기만 한다면 참을 필요없어. 적어도 먼저 뺨을 몇 대 때리고 화풀이라도 해!"옆에서 듣고 있던 이현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이정남은 말을 마친 후 이현을 한번 힐끗 흘겨보고 몸을 돌려 나갔다.이현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다소 억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소희 씨
소희의 눈동자 속엔 화가 용솟음치고 있었다. 그러다 바닥에 널브러진 펜 조각들을 한 번 보고는 몸을 웅크려 줍기 시작했다.이때 이정남이 들어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 여인이 갔어? 뭐라고 했는데?"소희는 다 쓰지 못한 필심을 뽑아내고 깨진 필대를 쓰레기통에 던진 후 담담하게 말했다."별말 안 했어요. 그냥 내가 앞으로 우린 더 이상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알려줬어요."이정남이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잘했어. 그 나쁜 여인이 무슨 낯짝으로 우리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지 모르겠어. 젠장!"소희가 박수를 치며 고개를 들었다. 이미 평정심을 되찾은 듯했다."자, 업무에 영향 끼치는 얘기는 그만하고요. 이현 씨 얘기도 그만 합시다."이정남도 소희가 슬퍼할까 봐 즉시 말했다."그래, 앞으로 다시는 그 여인을 언급하지 않을 거야!"......저녁에 소희가 1차 디자인에 전념하고 있는데 심명이 페이스톡을 보내왔다.그러고는 휴대폰을 들고 별장 스위트룸의 안팎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똑똑히 봤지? 여자 없어."소희가 힐끗 쳐다보더니 웃음을 참지 못했다."심명, 너무 유치한 거 아니야?""난 네가 딴생각할까 봐 그러는 건데, 내가 유치하다니."심명이 소파에 앉아 조각진 자신의 옆모습을 드러내며 말을 이어갔다."나를 봐봐. 네 생각에 불면증까지 걸리는 바람에 여기에 뾰루지가 난 게 보여?"소희가 한 번 보고는 덤덤하게 말했다."뜨거운 물 많이 마셔.""나빴어!"심명이 분개하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너 왜 내가 언제 돌아가는 지 한 번도 묻지 않는 거야?""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해 회피하는 건 모든 사람의 본능이야."소희가 들고 있는 펜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며 천천히 말했다.그리고 소희의 대답에 심명이 잠깐 멍해지더니 바로 알아차리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네가 항상 속마음과 정반대되는 답을 말한다는 걸 나도 잘 알아. 말로는 내가 돌아가는 게 싫다고는 하지만 속으로는 엄청 날 그리고
소희가 바로 미간을 찌푸리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물었다."돌은 왜 옮기는 겁니까?"팀장이 소희를 보더니 헤헤 웃었다."소희 씨."돌의 크기는 각양각색이었다. 작은 건 걸상 하나의 무게와 같았고, 큰 건 적어도 백 근은 쉽게 넘었다.이정남이 숨을 헐떡이며 힘겹게 허리를 펴고는 말했다."오후에 촬영할 때 써야 해."팀장도 옆에서 덩달아 말했다."오후에 실외 생일파티 씬이 있는데, 이현 씨가 가산을 배경으로 하고 싶다고 해서요. 마침 이 돌들이 딱 좋거든요."소희가 아직 다 옮기지 않은 큰 돌 몇 개를 힐끗 보더니 이정남에게 물었다."밥은? 먹었어요?"이정남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친 숨을 헐떡였다."아니, 다 옮기고 먹으러 가려고."이때 팀장이 귀찮다는 듯 재촉했다."이현 씨가 먼저 효과가 어떤지 봐야 하니까 서둘러!"소희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이정남은 이쪽 업계에서 몇 년간 근무한 자로서 경력도, 능력도 모두 말할 것 없었다. 심지어 이전의 제작팀에서 이미 부주임 자리까지 올라앉은 사람인데 지금 제작팀의 직원들이 감히 그를 막노동꾼으로 부리고있다니."진 팀장님, 이정남 씨가 비록 임시로 우리 제작팀에 가입한 거라지만 이정남 씨의 경력은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막 부려 먹어도 되는 겁니까?"진 팀장이 듣더니 바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소희 씨, 말이 좀 심하네요. 막 부려 먹다니요? 위에서 맡겨 준 임무를 착실히 완수하는 게 뭐가 잘못 됐다는 겁니까?""뭐가 잘못됐냐고요? 이정남 씨 혼자서 세 사람의 일을 하고 있고, 점심시간이 되었는데도 밥 먹으러 가지 못하는 게 잘못된 거 아니라는 겁니까?"소희가 물었다.그러자 진 팀장이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촬영 진도는 빡빡하고, 이현 씨와 감독들은 기다리고 있는데 나도 어쩔 수 없어!""소희야, 그냥 내버려 둬. 금방이면 다 옮겨."이정남이 소희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렸다.소희가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시고는 바로 몸을 돌려 바닥의 돌을 차에 올려
소희가 직원을 차갑게 쳐다보며 물었다."도시락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이에 직원은 소희의 눈빛을 피하며 무언가를 감추려는 사람처럼 화가 난 말투로 대답했다."이건 다른 사람 몫입니다!"소희는 두말없이 도시락들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직원이 보더니 얼굴섹이 어두워져서는 달려가 소희를 잡아당기려 했다.하지만 소희가 바로 몸을 돌려 다리를 들고 옆에 있는 나무 탁자를 걷어찼다. 무거운 나무 탁자가 ‘끽끽’소리를 내며 직원을 향해 날아갔다.직원은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그러다 뒤쪽 도시락을 담은 상자에 부딪쳤고 상자가 도시락과 함께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직원이 겁에 질려 소희를 바라보았다.가녀린 몸에 심플한 흰 티셔츠와 옅은 색의 청바지를 걸친 소녀는 학생처럼 보였지만 눈동자에는 살기가 넘쳤다. 게다가 방금의 일격에 직원은 얼굴색마저 하얗게 질렸다.소희의 눈동자는 맑고 차가웠다."다시 감히 사람을 업신여겼다간, 다음엔 바로 네 얼굴을 걷어찰 거야."직원은 뒤로 움츠러든 채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소희는 이정남을 데리고 자기가 일하는 방으로 갔다. 그러고는 그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일단 먼저 밥 먹어요."이정남은 침울하고 복잡한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이곳으로 오면 너를 보호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너에게 폐를 끼쳤네."소희가 옆 의자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이게 무슨 폐라고 그래요? 정남 씨야말로 왜 굳이 이곳까지 와서 사서 고생해요? 빨리 사직하고 이전 제작팀으로 돌아가요.""안 돌아가!"이정남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졌다."고작 이런 수단으로 날 물리치려고? 그 여인이 어디까지 나가는지 지켜볼 거야."며칠째 ‘특별 대우’를 받고 나니 뒤에서 이정남을 배척하라고 시킨 자가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소희의 눈동자가 점점 어두워졌다.‘이현이 감히 직접 나를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암암리에 정남 씨를 괴롭힐 수밖에 없었겠지.’옛정은 역시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오후소희가 한창 통계표를 작성하고
소희가 듣더니 일어나 이현 쪽으로 향했다.그러자 이현이 눈을 깜박이며 연약하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 씨......"짝-소희가 힘껏 이현의 뺨을 내리쳤다. 그리고 그 힘을 못 이긴 이현은 비명을 지르며 땅에 쓰러졌다. 입 안에는 순간 피비린내로 가득했고, 머리속은 계속 윙윙거리고 있었다. 이현은 그대로 멍해졌다.촬영장 전체가 삽시간에 조용해지더니 바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이현의 조수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갔다. 그러고는 얼굴이 부은 것도 모자라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이현의 모습에 소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당신 우리 현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오늘 이 일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 딱 기다려!"여민, 조문 및 기타 부감독들은 바로 그들을 에워쌌고 기타 직원들은 구경하는 에스트라들을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절대 사진을 찍거나 사진을 퍼뜨려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촬영 현장은 순간 혼란에 빠졌다.한 조수가 이현을 부추기자 다른 4~5명의 조수가 급히 달려와 우산을 들어주고 물을 건네주고 소독 물티슈를 건네주었다.조감독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소희를 노려보았다."소희 씨! 어떻게 사람을 때릴 수가 있습니까? 소희 씨가 아무리 북극의 디자이너라고 해도 우리는 경찰에 신고해서 소희 씨를 잡아가게 할 수 있습니다!""그럼 경찰에 신고하세요."소희의 얼굴은 무정할 정도로 차가웠다."마침 경찰더러 이정남 씨가 왜 떨어졌는지, 사다리 뒷면에는 왜 누군가가 톱질한 흔적이 있는지를 조사하라고 하면 되겠네요."모두들 순간 멍해졌다.이현이 듣더니 부은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머금고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그래서 나를 의심하고 있어서 나를 때린 건가요?"이정남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이현을 바라보았다."네가 한 짓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네가 제일 잘 알 거 아니야?"소희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만약 찔리는 부분이 없다면 경찰에 신고해서 경찰더러 와서 조사하라고 해. 그리고 너의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