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계는 임구택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그러더니 곧 깨달았다는 표정을 드러냈다.아무래도 임구택의 여인이 여민이 꼬신 사람이 임구택인 줄 알고 화가 나서 달려들어 여민을 때린 것 같았다.설사 임구택의 여인이 때린 사람이 그라고 하더라도 그는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 일은 원래 크게 벌려서는 안 되는 거라 그는 순간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오해네요, 그럼! 임 대표님의 여자친구분은 손을 안 다쳤죠?"여민은 얼굴을 가린 채 고명계의 뒤로 물러나 임구택과 소희를 주시하였다.소희는 한 번도 이런 큰 실수를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창피함에 진심으로 두 사람에게 사과하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임구택이 소녀의 궁핍한 뒷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돌려 고명계에게 말했다."실례했습니다. 하던 걸 계속하세요."그러고는 돌아서서 소희를 쫓아갔다.여민은 고귀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임구택을 보며 고명계에게 물었다."저 사람이 바로 임구택이에요?”"그래! 왜, 마음에 들어?"고명계가 여인의 허리를 꼬집으며 웃었다.여민이 듣더니 눈썹을 올렸다."전 제가 어떤 신분인지 잘 알고 있어요. 그런 허황한 꿈은 안 꾼다고요."하지만 말하고 있는 그녀의 눈빛이 번쩍였다.다들 임구택이 좋아하고 있는 사람이 이현이라고 하지 않았나?그럼 방금 그 여인은 누구지?그녀는 이미 부은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콧방귀를 뀌었다. 언젠가는 복수할 거라고 다짐하면서.*소희는 앞에서 아주 빨리 걸었고, 임구택은 뒤에서 서두르지 않고 따라갔다.술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연회장 안에 있어 온천 화원은 엄청 어둡고 조용했다.임구택은 조용하게 앞의 소녀를 주시하다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렇게 충동적인 모습은 처음이네."소희의 발걸음이 순간 멈추었다. 그녀는 입술을 굳게 오므리고 생각에 잠겼다.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건데? 그의 접근으로 인해 그녀가 잠시 정서가 불안해져서 실수했다고?"임 대표님이 왜 여기에 있는 거
돌아가는 길에 진석이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희를 향해 입을 열었다."왜요? 피곤해요?"소희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그냥 좀 걱정이 되어서요."비록 그 여씨 성을 가진 여인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웠지만 노명성이 정말 무고한지 아닌지는 별개의 일이다.그녀는 성연희와 노명성 사이의 감정에 변고가 생길까 봐 두려웠다.진석이 조용하게 물었다."연희 아가씨를 걱정하고 있는 겁니까?"소희가 진석의 예민함에 놀랐다."그들이 그렇게 오래 함께 있을 수 있었다는 건 소희 아가씨가 생각했던 문제들이 전혀 그들을 좌우지할 수 없었다는 걸 설명하고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진석이 점잖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게다가 두 사람의 감정에 대해 남들이 아무리 걱정한다고 해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소희가 듣더니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맞는 말이네요.""이 감독님의 드라마가 지금 촬영 배경을 고르고 있습니다. 곧 촬영을 시작할 테니 아가씨도 준비하고 계세요." 진석이 서류봉투에 담긴 대본을 소희에게 건네며 말했다."네. 가능한 빨리 캐릭터 디자인 기획안을 제작진에게 보낼게요."이번 작품은 현대판 청춘 드라마로, 뒤쪽엔 직장에 관한 스토리도 있어 의상 방면에 대해 제작진은 이미 브랜드 쪽과 협찬을 상의하고 있는 중이었다.그러니 소희는 브랜드 측이 제공하는 의상에 따라 극중 인물과 성격 그리고 매 장면의 의상을 매치하면 되는 거였다.주 감독님의 영화 때처럼 많은 시간을 들여 디자인을 하고 치파오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다음날 아침소희가 일어나 나오니 청아가 그녀를 위해 아침을 차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온 걸 보고 청아가 웃으며 말했다."빨리 와서 먹어. 게살 만두도 있고 해물탕도 끓였어.""네가 한 거야?"소희가 보더니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그동안 너도 힘들었는데 시간 나면 푹 쉬지 그래.""일찍 눈이 떠져서 일어났어 그냥.""요요는?""아래층에, 아주머니가 보고 계셔
이 감독은 더욱 그곳에 별장 하나를 임대했다.소희가 도착한 후 직원이 상냥한 태도로 그녀를 이 감독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소희의 재능 때문이든 북극 디자인 작업실의 명성 때문이든, 이 감독은 소희를 중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배우들을 제작팀으로 불러 와 소희에게 일일이 소개해 주었다.소희는 아직 배우를 만나보지 못한 상태에서 대본 속 인물 특성에만 근거하여 1차 코디를 한 거라, 마침 오늘 몇몇 주연배우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해 실물의 얼굴과 몸매 특성에 따라 다시 조정해 볼 예정이었다.이현과 마주치게 되었을 때 소희는 다소 의외였지만 또 말이 되는 것 같았다.이 감독은 찍은 청춘 드라마마다 큰 인기를 끌어 경력도, 자원도 풍부한 감독이었고, 이현은 현재 제일 인기 있는 배우였다. 그러니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끼리 합작해야만 현재의 시장수요에 부합되는 거였다.이현이 웃으며 소희와 인사를 했다."소희 씨, 의외죠? 우리 또 합작을 하게 되다니!"이 감독이 듣더니 잠시 멍해졌다."두 분 아는 사이세요?"이현이 깜찍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네. 예전에 제가 주 감독님의 영화에 참여했을 때, 소희 씨가 디자이너 보조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정식 디자이너가 되었네요."이 감독이 기뻐하며 말했다."그럼 다행이네요, 마침 적응할 시간도 절약해 내고. 서로 잘 알고 있으니, 일 할 때도 더 잘 맞을 겁니다.""맞아요!"이때 극중의 남자 주인공도 들어왔다. 키가 크고 멋진 인기 배우였다.광고에서 보던 얼굴이었지만 소희는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남자는 이현과 서로 알고 있었는지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었다."조문 씨, 이분은 소희 씨야. 이번 드라마에서 의상 디자인을 책임져 줄 분이야. 인사해."이 감독이 남자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이 감독의 말에 남자가 소희를 한 번 쳐다보더니 다소 놀라해 하며 웃었다."감독님께서 말하지 않으셨다면 극중의 배우로 오해했을 뻔했네요. 안녕하세요, 조문이라고 합니다.”소희도 손
소희는 그제야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구은서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연민과 이해할 수 없다는 빛으로 가득했다.구은서가 보더니 순간 미소를 거두었다."그게 무슨 표정이지?""구은서 씨, 임구택이 그렇게 좋아?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을 위해 여태 포기하지 않고 견지하는게 진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소희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구은서의 안색이 많이 덤덤해졌다."당연히 가치가 있지. 내 마음속에서 구택 씨는 가장 좋은 사람이야. 그의 존재로 인해, 난 세상 모든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리고 오직 나만이 그의 곁에 서 있을 자격이 있는 거고."임구택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집착하고 있는 구은서를 보며 소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렇게 좋으면 가서 고백하고 그에게 너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 봐. 나를 부추겨 이현을 상대하려 하는 건 나약하고 어리석은 짓이니까."소희의 말에 구은서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고 이내 또 코웃음을 쳤다."소희 씨, 정말 이현을 미워하지 않아? 만약 미워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진정으로 구택 씨를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걸 설명하고 있겠지. 적어도 나만큼 많이 사랑하지는 않았을 거야. 심지어 이현보다도 더. 우린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노력이라도 했어, 하지만 소희 씨는?"옷을 꽉 잡고 있는 소희 손끝은 점점 핏기를 잃고 하얗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드리운 채 아무런 표정도 없이 대답했다."은서 씨 말이 맞아. 나는 진작에 그한테 마음을 접었어. 그러니 사람을 잘못 찾았어!""임 대표님!"그런데 이때, 밖에서 갑자기 이 감독의 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오셨습니까?"소희와 구은서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밖을 쳐다보았다. 꽃무늬를 조각한 흰색 창문을 사이에 두고 임구택의 두 눈이 먼저 보였다. 그의 눈동자는 먹물처럼 어두워 비춰지는 해빛도 순간 그의 눈동자 속에서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남자는 순간 시선을 돌렸다. 찰나의 쓸쓸
이정남은 여전히 해맑게 웃기를 좋아했다."네가 이 감독님의 제작팀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어. 앞으로 우리 또 같이 일할 수 있게 되었네."소희가 웃으며 말했다."전에 몸을 담그고 있던 제작팀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면서요? 만약 저 때문에 건너오신 거라면 그럴 필요 없습니다.""그 작품은 거의 끝나가고 있어. 남은 일은 조수에게 맡겨도 되는 거라 아무런 지장도 없어."말하고 있던 이정남이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듣자니 이현도 이 작품에 참여한다던데, 만났어?""네, 아침 일찍 만났어요."소희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돌아 서서 뒤에 있는 이정남을 바라보며 눈썹을 올렸다."정남 씨 설마 제가 피해를 볼까 봐 이렇게 급하게 달려온 건 아니겠죠?"지위로 말할 것 같으면 이현은 이번 작품의 여주로 그야말로 모두들이 받들어 존중해야 하는 존재이다, 직접 나설 필요도 없이 패션 디자이너를 괴롭힐 수 있을 만큼. 그러니 단지 아랫사람들에게 몇 마디만 하면 소희는 전체 제작진에게 배척당할 수 있었다.게다가 이현은 임구택의 현 여자친구로 전 여자친구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는 건 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이정남은 속마음이 소희한테 걸렸지만,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다."그런거 아니야. 난 단지 너와 함께 일했던 날들이 그리워서 와 본 것일 뿐이야. 너 설마 내가 그립지도 않았어?"소희가 가볍게 웃었다."만약 정말 제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되시는 거면 너는 어서 돌아가요. 전 그렇게 연약하지 않으니까.""정말 아니라니까!"이정남이 억지 주장을 견지했다.이에 소희는 입꼬리만 가볍게 올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그와 다투고 싶지도 않았다.이정남이 손을 들어 시간을 한 번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곧 있으면 점심 시간인데, 우리 밥 먹으러나 갈까? 네가 사줘, 날 반겨주는 셈 치고.""그래요, 뭘 드시고 싶으세요?""이 근처에 레스토랑이 있는데 스테이크가 괜찮거든. 거기 가자!""그럼 어서 안내하세요."
이정남이 손에 든 나이프와 포크를 버리고는 눈살을 찌푸렸다."정말 재수없어. 밥 먹는 곳까지 와서 만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어. 밥맛 떨어져!"소희가 듣더니 천천히 스테이크를 썰며 말했다."소년이시여, 진정해요."이정남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내가 정말 아직 소년이고, 혈기가 왕성한 나이였으면 방금 바로 뺨을 날렸어.""사실 저와 임구택이 헤어지고 나서 두 사람이 만난 거니까 우린 이현 씨를 책망할 이유가 없어요. 싫으면 앞으로 만나지 않으면 되는 거고, 사람을 때릴 필요는 없잖아요.”"그런 도리를 나한테 말할 것도 없어. 정말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었으면 좋은 친구의 남자친구랑 만나지도 않았어. 설령 그들이 이미 헤어졌다고 하더라도!""그만해요. 저도 입맛이 떨어지려고 하네요."이정남이 한숨을 쉬고는 다시 은색 나이프와 포크를 들었다."빨리 먹고 나가자."두 사람은 이현이 가져다 준 불쾌함을 최대한 무시하고 업무상의 일을 계속 이야기해 나갔다. 그렇게 분위기는 다시 전처럼 홀가분해졌다.밥을 다 먹고난 후 이정남은 소희 앞서 계산했다.이에 소희가 불만인듯 말했다."제가 쏜다고 했잖아요?""다음에 네가 사. 이번엔 내가 네가 돌아온 걸 환영해 줄 겸 사는 걸로 하고.""고마워요.""고맙긴."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함께 밖으로 나갔다.위층에서 식당문어귀로 향하는 두 사람을 내려다 보는 임구택의 눈동자가 차가운 빛을 띠고 있었다.이현이 고개를 돌려 한 번 쳐다보고는 입을 열려는데 마침 임구택의 차가운 눈동자와 마주쳤다.임구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말투에는 경고하고 있는 뜻이 같이 묻어있었다."저 여인은 건드리지 마."이현은 순간 심장이 움츠러들어 곧 부드러운 목소리로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하지."밥을 다 먹고난 후 임구택은 이현을 현장까지 데려다 주고 다시 회사로 갔다.그리고 이현은 옷을 갈아입고 오후의 분량을 찍기 시작했다.오후 4시가 되어서야 이현은 한가해져 의자에 앉아 대사를 외웠다.
이현의 웃음이 서서히 입가에 굳어졌다. 그러더니 무고하다는 듯 단순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난 소희 씨와 임 대표님이 이미 헤어졌으니 더는 개의치 않아 할 것 같아서......""허!"이정남이 바로 조롱하듯 콧방귀를 뀌었다."이현 씨, 예전에 난 왜 그쪽이 이렇게 속이 어두운 사람이란 걸 발견하지 못했지?"이현이 듣더니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졌다."이정남 씨, 난 이미 엄청 참고 양보한 겁니다. 그러니 너무 지나치지 마시죠.""이까짓 것이 뭐라고 지나치다고 그래?"이정남이 냉소하며 말을 이어갔다."네가 소희에게 준 고통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걸?"이현이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차오르는 화를 억지로 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가 다시 담담하게 말했다."이정남 씨, 이건 나와 소희 씨 사이의 일이니 먼저 나가 주시죠. 난 소희 씨와 단독으로 얘기하겠습니다.""얘기는 개뿔. 임구택을 소희에게 돌려줄 수 있어?"이정남이 바로 막말을 퍼부으며 말을 이어갔다."돌려줄 수 없으면 쓸데없는 소리도 하지 마. 소희는 듣고 싶지 않아 해."이현은 화가 나 얼굴색마저 창백해졌다. 그리고 더 이상 이정남과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 씨, 우리 얘기 좀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정남 씨는 줄곧 나를 탓할 거예요."이에 소희가 이정남을 보며 입을 열었다."이현 씨와 따로 얘기하고 싶으니 먼저 가서 일 보세요.""얘기할 게 뭐가 있다고!"이정남이 듣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러자 소희가 조용히 한 마디 덧붙였다."이따가 그쪽으로 찾으러 갈게요."이정남이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상대가 누구든, 너를 괴롭히기만 한다면 참을 필요없어. 적어도 먼저 뺨을 몇 대 때리고 화풀이라도 해!"옆에서 듣고 있던 이현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이정남은 말을 마친 후 이현을 한번 힐끗 흘겨보고 몸을 돌려 나갔다.이현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다소 억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소희 씨
소희의 눈동자 속엔 화가 용솟음치고 있었다. 그러다 바닥에 널브러진 펜 조각들을 한 번 보고는 몸을 웅크려 줍기 시작했다.이때 이정남이 들어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 여인이 갔어? 뭐라고 했는데?"소희는 다 쓰지 못한 필심을 뽑아내고 깨진 필대를 쓰레기통에 던진 후 담담하게 말했다."별말 안 했어요. 그냥 내가 앞으로 우린 더 이상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알려줬어요."이정남이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잘했어. 그 나쁜 여인이 무슨 낯짝으로 우리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지 모르겠어. 젠장!"소희가 박수를 치며 고개를 들었다. 이미 평정심을 되찾은 듯했다."자, 업무에 영향 끼치는 얘기는 그만하고요. 이현 씨 얘기도 그만 합시다."이정남도 소희가 슬퍼할까 봐 즉시 말했다."그래, 앞으로 다시는 그 여인을 언급하지 않을 거야!"......저녁에 소희가 1차 디자인에 전념하고 있는데 심명이 페이스톡을 보내왔다.그러고는 휴대폰을 들고 별장 스위트룸의 안팎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똑똑히 봤지? 여자 없어."소희가 힐끗 쳐다보더니 웃음을 참지 못했다."심명, 너무 유치한 거 아니야?""난 네가 딴생각할까 봐 그러는 건데, 내가 유치하다니."심명이 소파에 앉아 조각진 자신의 옆모습을 드러내며 말을 이어갔다."나를 봐봐. 네 생각에 불면증까지 걸리는 바람에 여기에 뾰루지가 난 게 보여?"소희가 한 번 보고는 덤덤하게 말했다."뜨거운 물 많이 마셔.""나빴어!"심명이 분개하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너 왜 내가 언제 돌아가는 지 한 번도 묻지 않는 거야?""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해 회피하는 건 모든 사람의 본능이야."소희가 들고 있는 펜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며 천천히 말했다.그리고 소희의 대답에 심명이 잠깐 멍해지더니 바로 알아차리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네가 항상 속마음과 정반대되는 답을 말한다는 걸 나도 잘 알아. 말로는 내가 돌아가는 게 싫다고는 하지만 속으로는 엄청 날 그리고